‘자냐? …….자? ……..또 자는 갑네, 허구 헌날, 빙든 닭새끼 모냥, 잠만 퍼질리는 겨?, 긍게 엄니 젖, 덜먹고 나와 번져서 그렇다 내 안혀?’
총 들고 껍쩍 대다 말고, 칠푼이는 그새 꿩총을 해 가지고 설랑은 잠에 골아 떨어져 있었다.
‘거기 누구여?…..누구 냥게?’
내가 어둠 속을 향해 내지르는 낮은 목소리에 칠푼이가 후다닥 일어나면서 총을 고쳐 잡으며 소리쳤다.
‘어떤 놈이여? 얼릉 말 허랑게? 어여?’
그때 였다. 어둠 속에서 한 그림자가 튀어 나오는데,
‘암호를 대야지, 암호를…..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나? 그래 가지구 민족해방을 위해 떨치고 나선 혁명전사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냐 말이다.’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하는 대장동지가 나타나며, 혀를 끌끌 찬다.
‘하이구, 대장 동지두 참, 다 아는 사람 인디, 뭐 허러 입 아프게 혀를 놀린 다요?’
‘암호 대뻔지다 총도 한번 못 쏴보고 디지면 대장 동지가 책임 질까나?’
사사껀껀 우리 두 사람은 산중 부대의 골칫거리로 나서고 있었다. 공산군이 마을을 점령하고 인민재판을 열어 민족의 반역자이며, 인민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악덕 지주라고 하면서 주인마님을 대죽창으로 허벌 나게 찔러 디지게 한 뒤로, 나와 칠푼이는 고만 갈 데가 없었다. 태어나서 부터도 주인마님 댁의 몸종 이었고, 그 곳에서 밥술을 얻어먹고, 잠이나 편히 잘 수 있었는데, 인민군들이 가산을 거덜 내고, 인민의 족쇄를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종살이를 하던 가족들을 길바닥으로 내쫓았을 때, 이게 해방은 아닌데 라는 생각만 했다.
‘니기미 씨부럴, 밥은 굶기지 않을 꺼라고 큰소리 땅땅 치더니만 니나 네나 좇 되부렀다, 야!’
당장 갈 곳도 없고, 먹성 좋은 나와 칠푼이는 어느 곳에도 비빌 곳이 없었다. 우리를 해방시켰다고 하고선 인민군은 나와 칠푼이를, 우리들에게는 언질도 주질 않고서, 바로 의용군에 넣어버리기 까질 했다.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던 우리들 이었지만, 그들도 밥은 먹어야 했기에 나와 칠푼이는 그 저녁으로 공산군에게 허드렛 일을 해주기로 하고서 미련 없이 따라가게 되었다. 말이 의용군이었지, 나나 칠푼이나 배나 곪지 말자는 생각 뿐이었지만, 그들은 대뜸 총부터 쥐어 주었다.
‘월래?, 나 총 쏠 줄 모른 당게요!’
‘우리 엄니가 칼도 꺾어 쥐지 말라고 혔는디, 왠 총이다요? 시방 배고파 디지 겄구먼….’
언제나 불평이 잦았던 칠푼이가 툴툴거리면서 나의 말에 더하여 한마디 한다.
‘두 동무, 잔말 말고서리 그 입당 서류에 날래 날래 써 게지구, 지장 찍기요.
우리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눈을 똥그랗게 떴다.
‘꺽쇠, 너 이름 쓸 줄이나 아냐, 시방?’
‘그런걸 물어 재끼면 워치켜? 니나 네나 까망눈 인디…근디………지들은…. 글 모르는 디유?’
그래서 강제로 차출된 의용군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필이 아닌 지장만 떡 하니 찍은 사람은 나와 칠푼이 뿐이었다. 그 부대의 군관 동지도 우리의 무식함에 혀를 내두르면서, 다른 사람이 대필해 준다고 하는 것도 가로막고서 우리 두 사람의 입당 서류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두 사람의 지장만 덩그러니 받아서 책상에 쿡 쳐 박아 버렸다. 무식이 왠수지! 방을 나서는 뒤로 그 인민군 상좌의 지분거림이 들렸다.
‘돌대가리 바쿠 같이 민한 새끼들이래, 해방시키면 뭐 하가서…’
돌아서 나오는 칠푼이가 또 한마디 한다.
‘누가 해방 시켜 달라고 등 떠밀었디야? 지들이 먼저 설치구 설랑은…’
남쪽을 순식간에 집어 삼킬 듯이 떠벌리던 인민군의 서슬은 어느새 간데 없고, 어느 날, 걸어 놓은 쇠여물통 옆에서 흠뻑 잠에 빠져있던 나를 칠푼이가 들고 깨웠다.
‘얼릉 일어나 봐, 얼릉….’
‘왠 호들갑이여? 세상이 두쪽이라도 난겨?’
‘긍게 뭐라고 혀드라? 응, 후퇴 한디야. 산으로 들어간다고 않혀냐?’
그 동안은 마을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인민군은 마을 사람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재분배하고, 마을 입구 곳곳에 축대 같은 옹벽을 쌓아서 전쟁놀이 준비를 하기에 바빴었다. 자그마한 마을 이었기에 살상은 되도록 자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세가 불리해 지면서 그들의 행동은 그 드러냄을 달리 할 모양 이었다. 어쩐 일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후퇴는 무신 후퇴? 고것들, 시방 고향으로 돌아 간다는 말 아녀? 잘 됐네. 우린 여가 고향 인디 워딜 가겄냐?
그러나,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군관동지와 다른 인민군 장교들이 묶고 있던 건물 뒷마당 에서는 계속해서 연기가 치솟아 올랐고, 마을에는 종이 탄 내가 온천지를 뒤덮고 있었으며, 조금씩 이기는 했지만 멀리서 콩 볶는 듯한 소리와 땅을 지근대면서 들리는 포성도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마을은 순식간에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장교들이 찝차를 타고 마을을 빠져 나가기 전에 마을 사람들을 모두 학교 운동장으로 모이게 했다.
‘에….조용히 하기요….
우리의 영웅이시며, 이 남조선 해방전쟁을 이끌고 계시는 김일성 수령님의 넓으신 은혜로, 이 영광 스러운 조국 해방 전선에 몸 바칠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여러분 들게 드리 갔슴네다. 남성 동무들은 기꺼이 지원 하시라요. 그럼 이만……’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총을 쥘 수 있을 만한 남자들은 따로 분류되어 줄 지워 졌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에게 입당하여 의용군이 되겠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향을 등지고 아무 원한도 없는 남한테 총질하러 떠나겠다고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 사람까지 다 질문이 끝나자, 그 군관동지는 무언가를 귓속말로 지시하고는 바람처럼 찝차를 타고 마을을 빠져 나갔다. 일부 인민군과 남은 상좌 한사람 이서 줄지어 늘어선 남정네 들을 총뿌리에 앞세워 학교 운동장을 빠져 나가는 것을 나와 칠푼이는 보질 못했다. 그때 당시, 나와 칠푼이도 의용군에서 빠져 나오고도 싶었지만 총뿌리를 겨누면서 인민군이 갖고 떠나야 할 식량과 각종 무기, 탄약들을 분배해서 등에 지고 마을을 떠나게 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마을 사람들을 모으는 것조차 알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안 계시지만 친척들이 마을에 있었기 때문에 조만간 다시 돌아올 것으로 믿었고, 나나 칠푼이도 별다른 걱정을 하지는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야, 꺽쇠야, 저 지나가는 분, 이장 어르신 아닌가베?’
등짐을 한짐 지고, 인민군의 총부리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데, 마을의 어르신들이 줄줄이 산으로 끌려 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게 마지막 이었다. 그 무리와 반대 방향으로 틀어 북쪽을 향해 산자락을 넘을 심산으로 보이는 인민군은 우리들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등성을 넘기 직전, 마을 뒷산에서 연이어 콩복는 듯한 따발총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돌아보고 싶었지만 총을 들이대는 인민군의 서슬이 무서워 감히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언덕을 넘자는 말에 우리 의용군들은 등에 진 것들을 내려 놓고 자리에 털푸덕 앉았다. 어디에선가 소슬 바람이 불어오는데,
‘이게 뭔 냄시당가? 흐미, 배 고파 뒤지겄는디 워디서, 오징어를 굽고 있는게벼?’
또 그놈의 먹을 거 타령, 그러나, 그 냄새는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오징어 굽는 냄새는 절대로 아니었다. 우리는 마을 뒷산에서 검게 피어 오르는 연기를 뒤로 한 채, 점점 깊은 지리산의 산줄기를 타면서 숲으로,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월매나 더 가야 하는겨?’
나와 칠푼이는 등짐에다가 무거운 총까지 주체를 못하고 비척대면서 대열을 따라가고 있었다. 총 쏠 줄도 모르고, 실탄도 지급하지 않던 우리들에게 있어서 총이란 물건은 고철 보다 못한 것 이었다. 들고 가기 무거우면 두둘겨 패다 뒤진 똥개 끌듯이, 땅에 질질 끌고, 거기다가 그것도 모자라 총구를 땅으로 향하고, 지팡이 대신으로 짚고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인민군들은 혀를 찼다. 그들은 무엇이 무서운지 계속해서 총부리를 사방으로 휘돌리며, 눈을 부라렸다. 잠시 점차 험해지는 산세를 앞에 두고 휴식을 취하는데 칠푼이가 내 옆구리를 툭 하고 치는 것이었다.
‘꺽쇠야, 잔말 말고 따라 오랑게.’
나는 일어서서 볼일을 보고 오겠다고 얘기하고는 칠푼이 에게 망을 보게 따라 오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곁에 서 있던 인민군은 배시때기에 똥밖에 않찬 것들 이라면서 냉큼 볼일을 보고 오라며 호통을 쳐댔다.
‘워찌 그려?’
‘내 오다 보니껜 더덕 냄새가 진동을 혀드랑게. 어여 싸게 가자니깐!’
칠푼이의 코는 틀림이 없었다. 산길로 난 뒷편으로 솔솔 새어 나오는 더덕 냄새는 기가 막혔다. 인민군들이야 모르겠지만 이 세월 동안 머슴 살이를 하면서 산은 그야말로 우리들에게 있어서 먹을 것의 보고 였다고나 할까? 오히려 동네에서 인민군의 뒤치닥 거리를 할 때보다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이 함께 있는 듯 했다. 우리는 산을 타고 들어가면서 다른 곳에서 이곳을 향해 오다가 우리와 합류한 다른 의용군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바로 전쟁터에서 오는 것처럼 다친 사람도 들것에 싣고 왔었는데, 잠을 자고 아침이 되면 다친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혼자 걸어서 산을 빠져나간 것처럼….사람도, 아니 짐승조차도 오지 않을 것 같은 깊은 산중에 자리를 잡은 무리들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제법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모습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도중에 합류한 무리들 중에는 여자들도 끼어 있었는데, 머리도 짧게 잘랐거나 질끈 동여맨 것이 꼭 선머슴들 같아 보였다. 너무 많은 인원이 모인 관계로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산자락의 중요 지점에 나누어 진을 치기 시작해서, 그다지 복작 거리지는 않았지만, 항상 그 놈의 먹을 것이 문제 였다. 낮에는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다고, 해가 떨어져야만 입에 찍어넣을 거라도 만들 수 있어서 칠푼이나 나에게 있어서 그 배고픔의 괴로움 이라고 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의용군 부대를 지휘하기 위해서 대장 동지가 내려오고, 그나마 남아 있던 인민군들은 최소 인원만을 남겨 놓고 전선으로 다시 차출 되어 어디론가로 떠났다. 그 대장 동지는 젊은 사람이 아는 게 무척 많았다.
‘아는 게 많으니, 먹고 싶은 것도 많을 거인디…’
칠푼이는 의례 대장동지의 박식함도 언간새 먹을 것에 갖다 붙여 놓는 별난 재주가 있었고..
저녁 이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사상학습이란 것을 주도 했었는데, 나나 칠푼이 에게는 별로 귀에 들어 오지도 않는 어려운 말들 뿐 이었다.
‘…..에 그러니까 인민의 피땀으로 일구어진 수확물을 도둑질 하듯이 앗아가는 반동 지주들의 행태는 마땅히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하되, 어떻게 해야 된다고요? 무얼 잊지 말고 챙겨야 한다고 했지요?’
사람들은 조용했다. 어차피 어려운 말 들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더러 고향으로 돌아 갈 기약 없는, 산중 생활에 지쳐 졸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기에….그 때였다.
‘흐-미, 고구마!’
자다 말고 칠푼이가 내지른 잠꼬대에 모든 사람들이 오랜 만에 배꼽을 틀어 쥐고 웃어 재꼈다. 칠푼이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어안이 벙벙 한 채로 잠에서 깨고…그렇게 나와 칠푼이는 군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간인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끌려 온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꺽쇠야, 등물 하러 안 갈겨?’
칠푼이는 시도 때도 없이 놀 궁리, 아니면 먹을 것, 생각만 했다. 더워지는 날씨에다 계곡을 끼고 들어 앉아 있는 야영지는 바람조차 잘 통하질 않아서 더위가 몰려오자, 찜통을 방불케 했다. 우리는 그것도 총이랍시고 등에 둘러 메고, 계곡 너머에 있는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 보기로 했다. 우거진 숲으로 인해 햇빛조차 가려지고 있는 그곳에는 뻥 뚫린 바위계곡이 버티고 있었고, 보기에도 시원해 보이는 물줄기가 구비쳐 내리고 있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칠푼이가 내 등을 내리 누르면서 자세를 낮추고, 먼 곳을 응시하는 것처럼 고개를 앞으로 쑥 빼고 있었다. 나는 몸을 수그리면서 칠푼이가 바라보는 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그 곳에는 한 쌍의 남녀가 엉겨 붙어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왠 떡이여? 하이고, 저 허연 속살 좀 보드라고….’
자세히 살펴 보니 그 남녀는 바로 서울에서 내려 왔다는 대장동지와 그를 따라 왔다는 열렬한 혁명투사로 소개 된, 홍일점 김미정 동무였다. 유일하게 남아서 외부와 연락을 담당하던 인민군 상좌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던 혁명투사들 끼리, 벌건 대낮에 아무리 첩첩 산중 이라고는 하지만 저렇게 연애질을 해서야…칠푼이는 입을 헤하니 벌리고 침을 흘린다.
‘너 시방 침 흘리고 있냐?’
‘응, 목소리 좀 낮추랑게, 괜시리 떡 얘기는 혀 가지고설랑, 요놈의 입이 조두 방정이여,….근디, 참말로 고놈의 개떡 한번, 먹고 잡다….’
남녀간의 씨벌떡한 짓거리를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칠푼이는 먹을 것 타령을 놓질 않는다. 계급장은 없었지만 군복 비스무그리 하게 만들어 입은 터라 남자든 여자든 멋을 낸다거나 가려진 체격의 아리따움 같은 것은 겉으로 드러나질 않았었는데, 그 여자의 체구는 정말이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대장동지의 뿔테 안경은 벌써 어디론가 없어지고 맨 얼굴로 그 여자의 가슴에 파 묻혀, 몸서리를 떨고 있는 것이 우리 쪽에서도 확실하게 보여지고 있었다. 대장동지가 그녀의 가슴팍을 빨면서 받치는데, 이제사 보니 두 손으로 받쳐도 모자랄 정도로 그 여자의 젖은 대대 했다.
‘와, 저 젖통 좀 보소. 석달 열흘은 걸버지게 빨아 먹어도 젖이 않 끊어 질 거구먼.’
우리 두 사람은 등에 메고 있던 총을 살며시 벗어서 뒤에 버티고 있는 나무 등걸에 기대어 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기로 했다.
‘미정아, 미정아 너무 이쁘다, 너무 이뻐…이런 전쟁만 아니었어도…’
대장 동지는 이제 젖을 빨다 빨다, 얼굴을 부벼 대며 쌩 발광을 다하고…그 여자는 웃으면서 자신의 젖을 보듬어 가면서, 미친 듯이 빨아 재끼고 있는 대장 동지를 사랑이 넘치는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두 사람도 나와 칠푼이 처럼 몸을 씻으러 이 계곡으로 올라 왔다가 저렇게 배가 맞은 듯 싶었다. 이미 두 사람의 머릿 결은 젖을 대로 젖어 있었고, 숲 사이에 들어 앉은 두 사람의 발 밑에는 벗어 놓은 옷들이 곱게 깔려 있었다. 대장동지가 슬며시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 물건이 곱상하게 생긴 외모와 다르게 겁나게 커 보였다.
‘아는 것도 많다고 놀랐는디, 저렇게 몽둥이도 큰 걸 보니, 먹고 자픈 씹탱구리도 월매나 많을까, 잉?’
칠푼이는 입만 벌렸다 하면 그 얘기였다. 언제나 서낭당에서나 물레방아간, 아니면 뒷산 묘터에서 동네 바람난 것들이 시시닥 대는 모습을 훔쳐 만 보았지, 이렇게 훤한 대낮에 바로 눈 앞에서도 선명하게 남녀 간의 사랑질을 본다는 것은 꿈에서조차 상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장동지는 그 여자의 입에 좇을 품어 놓고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두 팔로 그녀의 머리통을 깨져라 붙들고 있었다.
‘화이고, 저러다 오줌이라고 지리면 워쩌려고 그런디야?’
칠푼이는 마냥 신기한 모양이었다. 대장 동지의 좇을 빨며 올려다 보고 있던 그녀가 살며시 펴 놓은 옷 위로 등을 대고 눕는다. 부끄러운 듯이 팔로 아랫도리를 가리는 듯 하더니만 서서히 가랑이를 벌리면서 잔잔한 미소와 함께 그 신비스런 씹구녕을 허공으로 갈라 놓았다.
‘흐미, 내 못산다니껜.’
칠푼이는 바지춤으로 손을 집어 넣어 연신 좇을 주무르고, 나 또한 엉거주춤 선 자세로 바지에 손을 집어 넣어 바지가 뚫어질 듯이 서버린 좇대를 신나게 둘러댔다. 그녀의 몸 위로 대장동지가 엎드리는데 멀리서 보아도 육소깐의 시뻘건 쇠고기 마냥, 싱싱한 그녀의 씹보지가 쩍 하니 갈라지면서 대장동지의 그 좇방방이를 쑥 하니 받아 들이는데, 쑤셔 박혀도 정말 너무 긴 시간동안 쑤셔 박혔다. 그녀는 대장동지의 등을 두 팔로 감싸 안으면서 손톱으로 마구 파 재끼고 있었고, 대장동지의 허리는 너울거리는 치마폭 처럼 너무나 부드러운 장단으로 그녀의 보지에 쳐 박히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을 씹질을 하는데, 고만 대장동지가 몸을 일으켰다.
‘월래? 그만 두는겨?’
그만 두는 것이 아니었다. 손으로 그녀를 이끌면서 누워 있던 그녀를 엎드리게 해서 엉덩이를 흠씬 받쳐들게 하고는 한다리를 척하니 세우고, 아래로 내려 꽂듯이 그녀의 보지로 장쾌한 좇질을 해대는데 정말이지 놀라울 뿐이었다. 계곡을 타고 흘러 내리는 물소리에 가려 우리가 지분 대는 소리나 그 쪽의 씹질 소리나 잘 들리지 않기는 매한가지 였지만 그 동작의 확연함 만은 너무도 분명하게 나와 칠푼이의 머리속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대장동지가 허리를 들이댈 때마다 고개를 뒤 흔들면서 상체를 뒤틀었고, 두 손으로는 엎드린 채로 자신의 그 커다란 젖퉁이를 마구 쥐어짜기도 했다.
‘맨 땅에 저리 맹키로 박아 싸대니 무릎은 월매나 아플겨…근디…근디…윽윽…윽윽…’
칠푼이나 나나, 바지 안에서 지랄 쳐대고 있던 좇대에서, 그 동안 참아 왔던 좇물이 뭉글뭉글 삐져 나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대장 동지 쪽에서도 어푸러져 씨근덕 거리기는 매한가지 였다. 우리는 바지 앞섶이 척척한 채로, 그들이 후다닥 옷을 들쳐 입고 계곡을 빠져 나가는 광경을 숨어서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사라지고 우리 두 사람은 옷을 벗으면서 바지에 신나게 지려놓은 풀죽 같은 좇물 덩어리를 보면서 겁나게 웃어 재꼈다. 마치 어릴적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시간이 마냥 멈춘 것 같았고, 시원한 계곡물을 벗삼아 나와 칠푼이는 덜렁거리는 불알도 부끄럽지 않은지, 온통 계곡을 휘 젖고 다니면서 오랜만에 빨래를 하고, 물장구를 쳐댔다. 시원한 물놀이 뒤에 다가오는 그 스멀스멀한 졸리움. 나와 칠푼이는 뜨끈한 바위 위에 누워 척하니 불알을 있는 대로 까 재끼고, 늘어지게 한숨 때리고 말았다.
‘꺽쇠야, 이게 워찌 된겨?’
나와 칠푼이가 놀라서 벌떡 일어 났을 때는 벌써 해가 어스름하니 지고 있었다. 노곤한 심신에다, 용두질까지 해댔고, 물놀이도 심했던 모양으로, 둘은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 있었던가 보다. 정신 없이 옷을 챙겨 입고, 야영지로 뛰쳐 들어 오는데, 벌써부터 그 인민군 상좌새끼가 떡 하니 버티고 서서 우리를 불러 세웠다.
‘동무, 이리 와 보기요’
‘야?’
‘무스그리 말이 많소? 오라면 올 거이지. 지금 어드메서 오는 길이지비?’
‘저 산에 쪼까 볼일이 있어가꼬….시방 요로코롬 늦어 번졌는지 당췌 몰랐구만유.’
‘좋수다, 그럼 내 하나만 더 묻갔수다래. 어캐 총도 없이 갔다 왔는지 한번 들어 봅세다.’
‘월래? 꺽쇠, 너 총들 워따 둔겨, 시방?’
칠푼이나 나나 눈 앞이 까매졌다. 급히 들쳐 내려오느라 옷만 줏어 입고 왔지, 총은 아까 대장동지와 미정이 동무의 사랑놀음을 구경하는 차에, 나무등걸에 세워 놓은 것이 이제사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총은 우리에게 있어서 그렇게 있으나 마나 한 물건 이었다.
‘동무들이래 정신이 있는 거이야, 엄는 거이야? 둑고 싶어 발광을 하누만 기래.’
‘고정하셔유, 총알도 없는 총을 누가 집어 가겄시유? 작대기 보다 못한 것, 그냥 거기 고대로 있겄지, 뭐’
‘뭐이가 어드래?’
인상을 긁어가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끌고 가려던 그의 앞을 대장 동지가 가로 막았다. 그 뒤에는 얼굴이 상기된 미정이 동무가 고개를 못 들고 서있었고…둘러선 사람들은 또다시 벌어진 나와 칠푼이의 또라이 짓에 비실비실 실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제가 자아비판과 아울러 사상재무장을 시키겠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동무들은 어서 총이나 빨리 찾아 오시오, 어서…’
나와 칠푼이가 돌아서는데, 그 상좌새끼가 누구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데 보니 저 안에서 총 두 자루를 들고 나온다.
‘이거이 동무들 총 맞는가 좀 보기요.’
그는 총을 우리들 에게 건네면서 대장동지의 얼굴을 쳐다보며 씩 하니 웃더니만 획 돌쳐서 자신의 숙소로 들어가 버렸다. 아마도 그가 총을 손수 회수해 온 모양이었다. 그 날 저녁, 나와 칠푼이는 끼니를 받질 못하고서 내리 기합을 받고, 사상 재무장을 해야 된다며, 여러 가지 주의 사항들을 복창하고 외우느라, 한밤중이 되서야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 두 사람은 그 조직의 무리에 동화 되기에는 불가능한 부분이 너무도 많았다. 아니, 불가능 했는지도 모른다. 사상이니 이데올로기니, 혁명, 투쟁 등, 총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억눌린 인민의 분노니 하는 말들은 우리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결코 없었다. 이제는 의용군도 민간인도, 그렇다고 국방군도 아닌, 게릴라 라고 부르는 빨치산이 되어 있었지만 우리 둘은 그 뜻 조차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저 잠이나 자고, 먹을 거나 거르지 않고 받아 쥘 수 있는 곳이 이곳인 줄로만 알고 지냈었기에, 우리 두 사람이 바라다 보는 전쟁의 시각은 그들과 너무도 현격한 차이가 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진영에 합류한 사람들 중에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열혈 분자들도 많았다. 가난 때문에 딸을 빼앗긴 사람, 투전판 노름빚에 쫓겨 마누라를 저당 잡히고, 전쟁의 와중에 다시는 남편 곁으로 되돌아 가질 못하게 아내의 몸도 짓밟고, 마음마저 바수어 뜨린 그들의 목을 낫으로 따고 왔다는 사람, 공산주의의 이상향을 찾아 끝없는 투쟁의 길을 걷기 위해 뛰어 들었다는 사람 등등 이른바, 자의반, 타의반의 빨갱이가 되고자 손을 든 사람들도 부지기수 였다. 나와 칠푼이는 여전히 문제꺼리 였고, 도대체 교화되지도 않고, 무식하게 살 수 밖에 없는 멍텅구리 빨치산이었다. 그러던 중, 지리산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암약하고 있는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한 국방군의 골머리는 나날이 늘어만 갔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덫을 비웃으며 교묘히 미끼만을 물어가는 여우 새끼들 마냥, 빨치산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지리산의 산세에 익숙해져 갔고, 그로 인해 산중의 그나마 사람 사는 곳 같던, 야영지는 언제 이동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인해 자취를 감추었고, 빨치산들은 북측에서 다시 남쪽을 쳐 내려와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버텼던 그 전과를 기억해 주길, 학수고대 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맞고 있었다. 동굴이나 수풀 속 아니면 땅을 파고 들어 앉아 있으면서 생존을 해야 했던 시절 이었는 데다가 겨울은 그 중에서도 혹독한 기억으로 서로의 가슴과 몸을 찢어 발기며 지나갔다.
‘또 뭘 먹는겨? 여적 먹을게 남기나 했남? 재주도 좋아.’
칠푼이는 시시때때로 얼굴이며, 온 몸이 퉁퉁 부어 올랐다. 가뜩이나 먹을 것을 밝히는 그가 제때에 보급도 되질 않는 첩첩 산중에서 그것도 겨울에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풀뿌리, 나무껍질이 전부였기에 닥치는 대로 뜯어 먹고, 벗겨 먹드니 생긴 결과였다. 나와 칠푼이는 여전히 꿩총을 메고 다녔고, 총구는 이제 흙과 잔돌로 막혀 애저녁에 총질은 포기한지 오래 전 이었다. 그나마 나와 칠푼이의 소용가치 였던 허드렛 일도 잦은 전투와 이동을 통해 급속도로 소모되는 실탄과 식량들로 인해 제 몸하나 간수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것들은 가지고 다닐 수도 없어서, 우리 두 사람은 그야말로 빨치산에 껴묻혀 다니는 똥덩어리 같았다. 그러다 보니, 다들 일어나 걸을 힘마저 고갈 되어갈 즈음에, 여러 조로 분산 되어 있는 무리들이 모여 심각한 의논을 하던 중, 대대적으로 마을과 지서, 창고등을 내리쳐 약탈을 해오는 이른바 보급투쟁을 실행하자는 의견이 빗발쳤다.
‘보급투쟁이 대체 뭐당가?’
연신 나무껍질을 질겅질겅 씹고 있던 칠푼이가 나에게 물었다. 이제 두 사람의 꼬락서니는 등 뒤에 매고 있는 총만 없다면 영락없는 심메마니의 화상이었다. 결행할 날짜가 정해졌지만 나와 칠푼이는 보급 선봉조 에서 제외되어 중간 집결지 에서 약탈한 짐들을 운반만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어차피 총 쏠 줄도 모르고, 보급투쟁에 데리고 가봐야 혹시라도 교전이 벌어지면 거추장 스럽기만 할 것 이라는 대장동지의 판단 때문 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두 사람을 남겨 놓으려고 했던 이유는, 바로 대장동지의 애인인 김미정 동무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칠 대로 지친 육신에다가, 혹한의 겨울에 변변히 덮을 것도 없는 산속에서 심한 동상에 걸려, 한 쪽 발이 거의 까맣게 어 들어 가면서 온 몸에는 열이 오르고 헷소리 까지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임시 야영지에는 그 씨방생이 인민군 상좌새끼랑, 누워있는 김미정 동무, 그리고 나, 칠푼이 이렇게 넷이서 사람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동굴 근처에 자리를 잡고, 내가 먼 거리의 보초를 땅을 파고 들어가 서기로 하고, 칠푼이가 동굴입구를, 그리고, 누워 있는 미정이 동무는 인민군 상좌가 보기로 했다. 땅을 파고 들어가 입구를 되는대로 막아보니, 그 안은 곧 이어 내 체온으로 인해 따스해져 왔고,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참을 졸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는 거적때기를 들추면서 밖으로 기어 나와 동굴 쪽으로 다가갔다. 동굴의 입구에는 칠푼이가 침을 질질 흘리면서 손에는 씹다만 나무껍질을 손에 쥔 채로 동굴 안을 뚫어져라 살펴 보면서 히죽대고 있었다. 그 비명은 누워있던 미정이 동무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온몸이 불덩어리 였을 그녀의 옷은 모두 재껴져 있었고, 그 위에는 그 인민군 상좌 새끼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한 손으로는 그녀의 젖을 터뜨릴 것처럼 쥐어 짜면서, 아랫도리만 까내린 채, 그녀의 보지에 연신 좇질을 해대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비몽사몽간에 자신을 덮치고 있는 그 새끼를 밀쳐 내지도 못하고, 벌려진 두 다리만 덜렁 대면서, 마음껏 좇질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처럼 온 몸에는 맥이 없어 보였다. 나도 칠푼이와 마찬가지로 무슨 해괴한 굿거리나 보고 있는 양, 넋을 놓아 버렸다. 마치 그것은 어둠 속에서 일렁이는 두 개의 고깃덩어리로 보였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옳은지에 대한 판단조차 우리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멍한 상태였다.
‘고 에미나이래, 씹맛 한번, 이누만! 그날. 그 간나 새끼래, 고져 앙팡지게 박두만… 윽윽윽…. 내 참다 황천가는 줄 알았서야! 헉헉헉…..소리 디를테면 딜러 보라우. 거저 씹두댕이를 확 띠져 노카서, 썅…윽윽윽’
그 여름 날, 계곡에서 우리 두 사람의 총을 가져가고, 대장 동지와 그녀의 밀회를 훔쳐 본 놈이 바로 저 인민군 상좌새끼 였다니…나는 벌려 놓은 그녀의 다리와 시커멓게 썩어가는 발을 감싸 쥔 고름투성이의 붕대쪼가리를 보는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야, 이 씨부럴 쇄끼야! 뒤져버려, 이 좇만한 빨갱이 쇄끼…..’
나는 달려 들어가면서, 들고 있던 총의 개머리 판으로, 그녀의 위에서 흰자위를 껍벅 대면서 줄창 좇물을 쏟아내며, 정신을 까뒤집고 있는 그 새끼의 대갈빡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옆으로 자빠지면서 구섞으로 고꾸라지는 그 새끼를 나는 발로 걷어차고 짓밟고, 아무튼 정신없이 패대기 질을 쳤고, 한참을 그렇게 바닥에 깔린 놈을 후두러 까고 있다가 그제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돌아서 보니, 그녀의 곁에는 칠푼이가 와서 쪼그려 앉은 채로 멍한 표정으로 움직임도 없이 가랑이를 있는 대로 벌리고 있는 그녀의 보지로 손을 내밀어 꾸역꾸역 삐져 나오는 좇물을 손끝으로 만지고 있었고…
‘꺽쇠야, 여 좀 와 보랑게. 죽었는 갑다.’
그녀를 내리누르며 덮치는 와중에, 소리를 지르는 입을 막기 위해 눌러버린, 손바닥에 아마도 숨이 막힌 것 처럼 보였다. 더 이상 몸은 움직일 줄 몰랐고, 벗기워져, 그 여름날의 계곡에서의 아리따운 모습과는 다르게, 온통 비쩍 마른 형태를 드러내고 있는 그녀의 시신은 불쌍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칠푼이를 일으켜 세웠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녀, 시방 여기 그대로 있다가는 제명에 못 살 것이여.’
나는 돌아서서 도망가려다 바닥에 널부러진 그 인민군 새끼를 새끼줄로 꽁꽁 묶어 버렸다. 그녀의 시신이 불쌍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대로 놔둔 채, 그 새끼의 벗겨진 아랫도리 에다가 그녀의 보지에서 아직까지 흘러 나오는 좇물을 손으로 긁어서는 좇대가리에 흠씬 쳐발라 놓았다. 나는 아직까지도 질겅거리며, 나무껍질을 씹고 있는 칠푼이를 끌고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우리를 추격할 만한 위치에서 벗어난 산등성이에서 보급투쟁을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을 숨어서 지켜 보기로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한 가득씩 짐을 지고, 어떤 이의 손에서는 닭모가지도 붙들고 들어오는 와중에 대장동지의 모습이 보이고, 동굴로 들어간 순간부터 얼마가 흐른 뒤에, 동굴 안에서는 한발의 총성이 계곡의 정적을 깨고서야, 나와 칠푼이는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나와 칠푼이는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 빨치산들의 통로를 교묘히 피해가며, 밤사이 산을 넘었다. 날이 밝고 거의 미친 거지 꼴로 변한 우리 두 사람이 지서에 당도 해서, 우리가 빨치산이라고 자수를 했을 때에도 처음에는 믿지를 않았다. 지도도 볼 줄 몰랐고, 총도 쏠 줄 모르며, 아는 것이라고는 빠삭한 지리산 산세 뿐인 우리 두 사람을 빨갱이로 보기에는 워낙 거리가 있었기에….나와 칠푼이는 남들이 혀를 차던 그 무식함으로 인해 목숨이나마 건질 수 있었다. 들리는 소문으로 대장동지는 마지막까지 국방군과 싸우다 자살을 했다고 했지만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같이 무식한 놈들도 목숨을 부지하는데, 그렇게 많이 배운 사람이야 언제 어디에서 든지, 살아남을 방도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나만의 생각 때문 이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칠푼이나 나나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또다시 계속된, 먹고 살기 위한 일상은 우리가 언제 지리산에서 날고 뛰던 빨치산 인지 잊을 수 있도록 도와 주었고….
오늘도 나는 마을 경로당 문을 열고 아파오는 허리를 부추키며 들어선다. 벌써 몇 명이 들어와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뒤이어 문이 드르륵 열리며,
‘입이 심심헌디 먹을 것 쫌 없는가?’
칠푼이가 다리를 절면서 들어선다. 이제는 많이도 늙었지만 여적 그 놈의 먹는 타령은 그칠 줄을 몰랐다. 우리 두 사람은 세월도, 전쟁도, 빨갱이들 조차도 바꾸질 못하는 그런 무식한 사람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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