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못들으셨어요? 주머니 속 좀 보여주시라구요!”
예의를 가장한 무례한 말투... 그녀는 금방이라도 내 주머니속에 강제로 손을 넣어 내 죄상을 낱낱이 알릴 기세다.
어느샌가 내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음도 느껴졌다. 심상치 않은 낌새에 다른 백화점 직원들, 그리고 주변을 지나던 다른 손님들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그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내 귀를 막고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은 마음 뿐이다.
[저기봐... 뭐 훔치다 걸렸나봐]
[어? 나 저여자 왠지 낯이 익은데...]
[뭐야! 도둑이야? 옷은 번지르르한데 왠일이래?]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뭔가 항변하고 싶지만 말이 튀어나오질 않았다.
눈 앞에 있던 해당 매장 직원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아무 생각없이 귀걸이를 주머니에 넣은 것이 잘못이었다. 백화점엔 그 매장 말고도 다른 매장들이 많고, 다른 직원들도 많은데... 나는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저주받은 괴질인 도벽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내 사정도 모른채 금방이라도 내 주머니속을 뒤질 듯 천천히 다가오는 매장 직원...
원망도, 후회도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참을 수 없는 치욕의 순간이 눈 앞에 있었고...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던 나는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어두운 공간안에 내가 서 있고, 내 주변엔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수근거린다.
그 순간! 주변의 수근거림을 뚫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아 최실장님!”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본데... 이번에 CCTV 각도 확인 문제로, 직원들에겐 비밀로하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보안 점검을 하는거죠, 아까부터 나도 저기서 지켜보고 있었고, 보안과장님도 아마 보안실 CCTV로 이 모습 보고계실꺼예요”
“아... 그럼?”
“하하하 오해죠. 괜찮으세요? 아~ 제가 괜히 이런걸 부탁드려서 난감하게 해드렸네요!”
다정한 목소리에 눈을 뜨자, 내 앞에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진정시키려는 한 남자가 보였다.
부리부리한 눈에, 오똑한 코, 남자다운 입매...
“장모님... 많이 놀라셨죠?”
사위였다. 사위는 한쪽 팔로 나를 끌어 안으며 등을 토닥여준다.
“자! 이거 비밀로 하고 직원조회때 한마디 하려고했는데, 선아씨 때문에 딱 걸려버렸네! 하하하 조만간 마케팅실이름으로 상품권 하나 나갈꺼예요!”
“어? 정말요! 와아~~”
“자 다른 직원 여러분들도, 늘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보안, 도난사고는 멀지 않습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죠, CCTV가 있지만, 가장 확실한 대비책은 직원 여러분들의 관심뿐입니다. 자자 다들 자리로 돌아가시구요! 선아씨! 정말 대단해!”
나는 무척 놀라고 있었다.
이 해괴한 상황을 순식간에 위트있는 대처로 종결지어버린 사위의 능수능란함에 한번 놀라고, 당황하여 떨고 있던 나를 안아 진정시켜주던 사위의 몸에서 느껴진 따듯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걸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아... 난...”
사위는 재빨리 손짓을 했고, 그러자 곧 남자 직원 하나가 나에게로 다가왔다.
“조금 놀라신 모양이니까 김대리가 내 방으로 안내해드려”
“네 실장님”
“장모님 그럼 이 귀걸이는 원래 자리에 돌려놓겠습니다.”
사위는 내게 찡긋 윙크를 해보이며 내 주머니속에서 귀걸이를 꺼내 해당 매장 직원에게 돌려준다. 나는 남자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백화점 내의 직원통로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사위는 내가 귀걸이를 훔친 매장의 직원에게 뭔가 훈시를 하는 모양이었다.
“저기 차라도 한잔 드릴까요?”
“아... 네... 아무거나 따듯한걸로...”
“그럼 커피로 드릴께요. 실장님이 원두를 좋아하셔서 좀 아까 내려놓은게 있거든요”
“아 고마워요”
사위의 부하직원인 듯 보이는 여직원이 한명 다가와 내게 따듯한 커피를 한잔 건네주고 갔다. 나는 따듯한 커피를 한잔 마시자, 그제서야 진정이 됨을 느꼈다.
커피 잔을 내려 놓자, 계속되던 떨림도 멈추고 침착한 본연의 나로 돌아왔다.
“오래기다리셨죠?”
“아...”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도벽이 있는 장모... 사위가 일하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장모가 어떤 할말이 있을까? 나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도 없이 커피잔만을 바라보았다.
“장모님 여기 이 봉투에 민서한테 가져다 줄 서류하고 제 신분증 넣어놨습니다. 오늘 좀 놀라셨죠? 제가 이러저러한 말을 건네는 것보단 일찍 들어가서 쉬시는게 좋을꺼 같네요. 저도 보안 담당자랑 상의할 문제도 있고해서, 저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사위는 이런 내가 창피한걸까? 아니면 자신의 눈 조차 바라보지 못하는 나를 배려한 것일까? 봉투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나가버렸다.
나는 뒤늦게 다시 밀려오기 시작한 후회를 애써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방송은 내가 생각해도 최악이었다. 평소에는 그렇게나 잘 하던 멘트도 버벅거리고 다른 호스트와 미리 약속된 멘트도 몇 번이나 타이밍을 놓쳤다.
“에이 오늘 컨디션이 안좋으셨나보죠 뭐! 다음 방송때는 좀 힘냅시다!”
담당 PD의 말도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내 가슴은 육중한 무언가로 눌린 듯 갑갑했고, 심한 우울증이 찾아온 듯 침울해졌다.
나는 그런 기분을 풀어보고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야... 오늘도 늦어?”
“아~ 이번주 방송분량이 좀 안나와서 보강촬영을 해야할 것 같애, 야외촬영이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미안하지만 먼저 자... 편집까지해서 넘길려면 아마도 밤샘 작업을 해야할지도 몰라... 어 또 슛들어가야하니까 먼저 끊을께 미안!”
내 상황을 모르는 남편은 수화기 너머 내 목소리의 떨림조차 간파하지 못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가 넘어있었고, 나는 잠깐이라도 남편을 만나기위해 촬영장으로 갈까하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당도해 현관문을 열면서도 내 불안감은 커져만갔다.
낮에는 당황한 나머지 그냥 넘어갔지만, 아무래도 사위를 볼 면목이 없었다.
혹시라도 사위가 그 일을 식구들에게 말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그 일을 가족들이 알게 되었을때의 실망감이 떠올랐다.
적어도 나는 겉으론 완벽한 엄마였고, 아내였다. 그들에게 단 한순간도 실망감을 준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을 터였다.
[끼이이익]
아무도 모르게 내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 위해 나는 마치 한밤중 남의 집에 몰래 침입한 도둑처럼 조용히 문을 열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거실을 걸어갔다.
혹시라도 사위와 마주쳤을때의 난감함을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멀어보이는 안방문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고 있을대쯤, 2층 계단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장모님 들어오셨어요?”
“아... 최서방...”
잠시 어색한 침묵이 나와 사위를 감쌌다.
나는 어떤말을 해야할지도 몰랐고, 사위 역시 담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필시 평상시와 다름없는 표정이었을진데,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말처럼 나 혼자 별별 생각을 다 하며 사위가 어떤 생각을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오늘 장모님이 민서한테 서류 잘 전달해주셔서, 일처리가 잘 됐습니다.”
“아... 잘됐네...”
“장모님...”
나는 본능적으로 사위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음을 느꼈다.
말끝을 흐리는 사위... 나 입안은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렸을 때처럼 다시 타들어갔다.
“장모님 괜찮으시면 잠깐 이야기 좀...”
“아... 그...그러지...뭐”
나는 사위의 어색한 표정을 바라보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그는 오늘 내 행동에 대해 캐물을 것이다. 오늘 낮 사위가 했던 능숙한 대처는 그 상황에 대해 그만큼 잘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일테니, 구차한 변명따윈 아마도 통하지 않으리라... 나는 곧 저 담담한 표정이 실망스런 표정으로 변할것임을 예감하며 천천히 안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일... 때문이지?”
“아니요 그냥 장모님께 부탁드릴께 있어서요”
사위는 애써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나는 그 표정뒤의 사위는 나를 비웃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 얼마나 우스운가 사위가 일하는 백화점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힌 장모라니... 게다가 난 그 현장을 사위에게 고스란히 보여주고, 그의 도움까지 받아 겨우 상황을 모면했다.
사위가 드릴 부탁이란건 아마도 다시는 자신이 일하는 백화점에 오지 말라는 것일 것이다. 창피하고 수치스런 장모에게 주는 경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라는 짐작이 사위가 부탁을 하기도 전에 치밀어 올라왔다.
“내가 면목이 없네... 미안하지만 남편하고 딸에게는...”
“아니요! 그 얘긴 그만하시죠. 그 얘기 하려고 모신게 아닙니다.”
사위는 구차한 애원이라도 해보려는 나의 말을 단박에 끊어버리고서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것이 필시 연민과 동정일꺼라고 지레 짐작했다.
“제가 십년전에 부모님 먼저 떠나보냈던거 아시죠?”
“아.. 알지...”
“장모님을 보면 그냥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이나요...”
“아...”
“오늘 백화점에서 당황한 채 서 계시던 장모님을 진정시켜 드릴려고 잠깐 안았을 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고싶다.”
“아 뭐... 사위도 자식이니까...”
“그럼 허락하신걸로 알고, 한번만 안겠습니다.”
“그... 그게...”
사위는 내가 채 대답을 끝내기도 전에 두 팔을 한껏 벌리더니 나를 품안 가득 안았다.
“장모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장모님한테서 돌아가신 엄마 냄새가 나요.”
사위는 내 머리칼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는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엄마없는 소년의 모습이었기에, 나는 느닷없는 사위의 포옹에 동조해 가볍게 등을 두드리며 함께 안아주었다.
문득 이런 사위의 모습을 보며 나는 사위가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의 비밀을 지켜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친 어머니처럼 여기는 사위가 아닌가... 평소 지켜본 바로는 입도 무거워보이고, 아마 쉽게 딸이나 남편에게 이야기하진 않을꺼야!]
나는 나를 품안가득 꼬옥 안고 있는 사위의 따듯한 체온을 느끼며, 방금 내 예상이 적중했음을 확신했다. 내게 듬직한 아들이 있었다면 아마 이러했을까? 덩치 큰 사위의 품에 안기자 내가 가졌던 불안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 졌다.
“우리 엄마처럼 군살도 없으시고... 민서랑 같이 다니시면, 언니인줄 아는 사람도 많겠어요”
“어... 언니는... 당치도 않아”
누가 백화점 직원 아니랄까봐 사위는 내 귓가에 낯 간지러운 소리를 해댄다.
그 덕분인지 나도 잠시 나를 짙눌렀던 불안감을 떨치고 가볍게 웃을 수 있었다. 사위는 그렇게 농을 하더니 마치 돌아가신 제 엄마의 체취를 느끼기라도 하듯 장난스럽게 내 등과 내 허리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린다.
“장모님...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도 되죠?”
“아... 그러게...”
불안감이 눈녹듯 사라지자, 나 역시도 몹시 편안해진 기분이었기에, 사위의 부탁을 거절하면서까지 뿌리칠 이유는 없었다. 듬직한 아들이 생겼다는 기분으로 나는 그렇게 사위의 품에 안긴 채 서 있었다.
“장모님은 정말 아름다우세요... 기품이 있다고나 할까? 민서랑은 전혀 다르죠. 매력있으세요”
사위가 내 귓가에 속삭여왔다.
하루종일 침울해져있던 내게 기운을 북돋워주기 위한 사위의 뻔한 칭찬임을 알면서도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내 귓가를 간질이는 사위의 숨결이 조금 뜨겁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난 일말의 의심도 없이, 나를 엄마처럼 여기는 사위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내 등에서 허리로 내려온 사위의 손이 멈출 생각은 않고 천천히 계속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천천히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던 손은 허리끝 부분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내 엉덩이까지 거침없이 내려와 선다. 아무리 사위라 해도 내 자식과는 다른 법이기에 나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었다.
“!!!!!!!!!!!!!!!!!!!!”
엄마와 아들의 포옹이라는 설정 탓에 대놓고 내색은 못했지만, 거침없이 내 엉덩이를 더듬는 사위의 손에 나는 몹시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속내를 드러냈다간 지금의 훈훈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 것만 같아, 이런저런 생각들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왜그래! 아들이 엄마 엉덩이 만지면서 장난칠수도 있지!]
[사위도 자식이라더라...]
사위도 자식이라는 말이 있긴하지만, 그래도 40년 넘게 생판 모르던 남이 아닌가!
나는 사위의 손길을 내 자식의 손이라고 생각하려 애썼지만, 아무래도 기분이 좀 미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위의 손길임에도 왠지 모르게 달아오르는 그 느낌이란...
나는 왠지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내 엉덩이를 두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던 사위가 내 엉덩이의 골을 두 손으로 잡고 살짝 벌려댔다. 입고 있던 얇은 치마위로 사위의 손아귀가 그대로 느껴진다.
“읍!!!”
나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사위는 더없이 태연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죄송해요 어머니한테 가끔하던 장난인데 워낙 엄마 같아서 저도 모르게 그만...”
한순간이나마 당황했던 나는 사위의 얼굴에 가득한 장난기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같이 무슨 생각을 한거야! 눈에 음란마귀가 끼었나! 장난치는거잖아!]
사위는 웃으며 내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한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에게 하는 듯 부드러운 그 입맞춤에 나는 왠지 가슴이 떨려옴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내 사위고, 내 딸의 남편이 아닌가! 나는 곧바로 부모와 자식간의 가벼운 입맞춤을 떠올리며 사위에게 말했다.
“그... 그럼 들어가서 쉬게, 난 좀 씻고 일찍 자야할 것 같네”
“아~~ 그렇죠! 오늘 피곤하셨을텐데... 아 그럼! 제가 욕조에다 물 받아드릴께요 아무래도 피곤할때는 샤워보단 목욕이죠!”
“목욕? 그렇긴한데...”
“제가 서비스 해드릴테니까 옷부터 갈아입고 계세요”
사위는 말을 마치자 마자 거실 구석에 있는 욕실로 걸아갔고, 이내 욕조에 물을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나는 힘겨웠던 오늘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났음을 안도하며, 마음의 긴장을 모두 풀었다.
단언하건데 저렇게 내게 살갑게 구는 사위가 오늘 낮 백화점에서 있었던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입고 있던 치마와 상의를 벗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난 뒤, 나는 천천히 욕실로 향했다.
사위는 아마도 2층 딸애 방으로 올라갔는지, 거실에선 아무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욕조위로 떨어진 세찬 물소리만이 들려왔다.
[사위를 잘 얻어서 다행이야...]
사려깊고, 이해심 많은 사위를 두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그 해괴한 사건을 겪고도 그 흔한 이유조차 묻지 않는 사위를 떠올리며,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욕실의 문을 열었다.
“헉!!!”
숨이 막혀왔다.
내게도 익숙한 버섯모양의 커다란 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남편의 것만을 봐오던 내게는 다소 충격적일만큼 크고 단단해 보였다. 나는 그 순간 얼어버린 듯 멈춰섰고, 사위는 사위대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재빨리 살짝 열려진 문을 닫더니 주섬주섬 바지를 올려입고 변기의 물을 내린다.
사위는 아마도 날 위해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나가기전에 잠깐 소변이라도 볼 요량이었던 것 같은데, 주책없이 내가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열어버린 것이다.
“아 장모님 죄송합니다. 아직 방에 계신줄 알고 잠깐 소변을 좀 보려고... 죄송합니다 2층 화장실을 썼어야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오실줄 모르고...”
사위가 다급하게 변명을 한다.
하지만 누가봐도 이건 노크를 하지 않은 내 잘 못이다.
[바보! 노크를 해야지 노크를!!!]
난 나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탓하며, 고개를 돌렸다. 당황한 사위는 어느새 바지를 올려 입었지만 그 부위가 왠지 불룩하다.
“죄송합니다. 샤...샤워 하세요... 제가 욕실에 온김에 그만...어휴...”
사위는 재빨리 욕실 밖으로 나간다. 거실 저편 계단에서 사위가 2층으로 후다닥 뛰어올라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나의 실수로 사위를 당황케 만든 것 같아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사위 앞에서 실수 연발이네... 어휴... 민망해라...]
나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나를 진정시킨 후, 욕실문을 잠그고 따듯한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욕조에 몸을 뉘였다.
[박은정! 너 오늘 제정신이 아니야... 뭔가에 홀린 것 같아! 마트에서 물건 훔칠때부터 사고 한번 칠꺼 같더라니... 백화점에서 그 꼴을 당하고, 오늘 방송도 망치고... 노크도 안하고 욕실에 들어오고... 너 도대체 왜이러니!!]
따듯한 물에 몸을 누이자 나를 향한 분노와 질책이 쏟아져 나왔다.
사위가 무슨 죄가 있으랴? 에티켓의 기본인 노크조차 안하고 욕실의 문을 연 내가 잘못이었다. 사위의 당황한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나저나 정말... 크구나... 아!!!]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어댔다.
당황한 사위의 얼굴위로 내가 방금 목격한 그 커다란 살덩이가 오버랩됐기 때문이었다.
19살에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한 남편, 결혼후 여지껏 나는 모든 남자들의 물건이 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왔었다. 자식들도 모두 딸이고, 그 흔한 포르노 비디오조차 보지 않는 나로서는 손가락만한 남편의 그것이 이 세상의 상식이었고, 기준이었다. 그런 나에게 문득 보게된 사위의 물건은 마치 괴물과도 같은 충격으로 남아 쉽게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민서한테... 그 큰게 들어간단 말이야? 에구머니나... 엄청 아플꺼 같은데... 아니야! 우리 민서도 나중에 애를 낳을텐데 의외로 좋을지도 모르지]
나 답지 않은 망상들이 머릿속에서 이어졌다.
내 딸 민서의 벗은 몸과, 그 중심을 통렬히 관통하는 사위의 굵고 커다란 물건!
민서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사위는 몸을 한껏 뒤트는 민서의 골반을 붙잡은 채 놔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천천히 앞뒤로 왕복운동을 시작하는 사위... 고통으로 일그러져있던 민서의 표정이 갑자기 변화하기 시작했다.
맹렬한 통증으로 찌푸렸던 표정이 사라지고, 점차 정반대의 감각이 민서를 지배한다.
쾌감(快感)...
나로선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린 그 감각에 딸 민서가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사위의 커다란 물건이 움직일때마다 쾌감에 몸서리치는 민서... 사위의 두 손은 그런 민서의 가슴을 거칠게 어루만지고, 민서는 또 다시 절정의 감각에 몸을 뒤튼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 알 수 없는 망상에 취해 손가락을 내 음부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살짝 튀어나온 공알이 손 끝에 만져졌다. 포르노 비디오를 보지 않아도 이 곳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내 공알을 손가락 끝으로 비벼댔다.
“아흑...”
사위와 딸의 섹스를 상상하며, 나는 십여년만에 처음으로 자위란걸 다시 시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사위와 딸은 이 집 2층에서 내 상상처럼 섹스를 시작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결혼한지 겨우 1년 아직도 둘은 신혼이었다.
“하아아아...”
내 입안에서 뜨거운 숨결이 토해내졌다. 온몸이 달뜬 것처럼 가볍게 느껴지고, 따듯한 물속에서 나는 내 공알을 비비며, 계속 망상속에 빠져 들었다.
[미쳤어 미쳤어!!! 딸하고 사위하고 섹스하는 상상을 하면서 자위를!!!]
잠깐동안의 자위가 끝난 후 나는 다시 이성을 되 찾고, 방금전의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사위와 딸은 부부였다. 부부가 섹스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가 있다면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음탕한 망상에 빠진 나에게 있을 것이다.
나는 괴질인 도벽에 이어 몹쓸 관음증까지 생기기 시작했음에 얼굴을 찌푸리며, 현실을 부인하려 애썼다.
목욕을 마치고, 다시 잠옷을 걸치고 거실로 나온 나... 머리칼은 아직 채 마르지 않아 촉촉했지만, 마르지 않은 것은 머리카락만이 아니었다.
[나 왜 자꾸 생각하는거지? 안돼!!!]
떨쳐내려 할수록 더 집요하게 내 머릿속을 떠나지않고 괴롭히는 망상의 흔적...
눈을 감아도 욕실에서 우연히 본 사위의 커다란 물건이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다. 엉덩이에는 아직도 아까 안방에서 닿았던 사위의 손길이 따듯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어루만지다가 갑자기 엉덩이 골 아래쪽을 붙잡고 좌우로 벌릴때의 그 느낌! 처음은 살짝 수치스럽고 창피스럽다가 이내 알 수 없는 흥분감이 몰려왔다. 누군가가 꼭꼭 숨겨두었던 내 치부를 들어내기 위해 내 엉덩이를 좌우로 벌린 것 같았고, 사위는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사위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찼다.
[왜... 왜 젖어오는거야... 그냥 너무 큰걸 보니까 놀란거야 그래 놀래서 그래 곧 잊혀지겟지?]
나는 한층 더 질퍽하게 젖어들어오는 내 하체를 원망했다. 또 이럴 때 집을 비우고 촬영장에 가 있는 남편을 원망했다. 하지만 그런 내 원망도 무색하게, 내 거침없는 발걸음은 이미 마비된 이성을 내버려둔 채 계단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남편이 아는 건축가를 통해 설계한 우리집은 2층으로 되어있었다. 원래는 1층을 우리 부부가 쓰고, 2층을 두 딸아이가 썼는데, 큰 딸이 결혼하면서, 신혼부부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고자, 남편이 1층에 있던 서재를 2층으로 옮기고 작은딸 방을 1층으로 옮겨, 2층은 거의 큰 딸 부부가 다 사용하고 있었다.
가끔 올라가는 것도 남편이 촬영관련 자료를 찾으러 서재에 올라갈 때 뿐이었다.
나는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다 올라가자, 2층은 온통 어둠에 잠겨있었다. 오직 큰 딸의 방만이 살짝 열려있었고, 그 사이로 방안의 밝은 빛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조용히 큰 딸의 방 앞에 마주섰다.
열어서는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기분? 내 이성은 그 어떤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채 의식 저편으로 가버리고,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문 앞에 서서 상자의 봉인을 뜯고 있었다.
“아흥... 오빠!! 하아... 아아아아!!”
딸애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철퍽! 철퍽!! 푸더덕!!!]
익숙한 찰진 소리가 함께 울려퍼진다. 보지 않아도 무슨 소리인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살짜기 열린 문틈 사이로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흡!!!”
손바닥으로 터져나오려는 단발마의 소리를 겨우 참아낸 나...
예상은 했었지만 큰 딸의 방은 뜨거운 욕망의 불구덩이로 변해 있었다.
“하아아~~ 오빠 흡!! 하아아아 너무 좋아...”
“아!!! 아아아아!!! 오늘따라 오빠 너무... 너무... 아아!! 너무 단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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