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0일 목요일
형부의 담배
‘당신 내가 없는 동안에 딴 짓 하면 안돼?’
‘너나 조심해. 나야 다음 주면 어머님께 들어 갈 거고, 꼼짝마라 신세인데 어련 할려구! 당신이나 조심해. 기러기 아빠들이 바람이 나는 확률보다 기러기 엄마들이 현지처 될 확률이 더 높다 잖아! 게다가 외국 사람들이 동양 여자들 잡아먹고 싶어서 눈에 불을 켠다는데 몸가짐 단단히 하고 말이야. 힘든 때도 있겠지만 기러기 아빠들 얘기 들어보면, 생각보다 시간도 많고, 그로 인해 스스로 바람에 빠지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많대요. 아주마이, 아시 겄어요?’
나는 아내의 이마를 넌지시 손가락으로 눌렀다. 나는 얼마 전에 만난 한 기러기 아빠의 얘기가 생각났다. 외국에서 어느 곳 하나 도움 받을 곳 없이 여자 혼자의 몸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펑펑 돈을 부쳐주고 싶다가도 다른 사람의 경우에서 볼 때, 펑펑 부쳐준 돈으로 둘러대며 살다가 바람이 나서 온데 간데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는 얘기 때문에라도, 많지도 않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게 돈을 보내는 극렬한 지혜가 필요하게 될 거라는 그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래서 아내에게 준비시키는 과정에서 그곳 현지에서 은행을 사용하더라도 한국계 은행을 이용하고 되도록 이면 그곳에서 발급해 주는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말고, 다소 수수료가 비싸다고 해도 한국에서 가져간 카드로 사용을 자제하라고 일렀다. 내가 일목요연하게 매달 그곳의 사용상황을 현금사용 부문 이외에 받아보면서 조절해야 되겠다는 의도에서 였다. 그리고 전화사용으로 인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인터넷 전용 전화를 챙겨넣었고, 서로가 시간 날 때마다 서로의 얼굴을 대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컴퓨터에는 DVR카드라는 것과 방마다 부착할 카메라와 케이블을 함께 챙겨 싸 주었다. 그 부품은 한 기러기 아빠가 권해서 산 것인데, 인터넷으로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켜진 상태에서 그곳 현지의 집안 모습이며, 애들이 공부하는 것 하며, 집안에서의 생활 모습을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보안카메라 처럼 24시간 볼 수 있기 때문에 전화가 가져올 수 있는 화상의 결여를 메꾸어 줄 수 있다고 하는 경험담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면 향수병이라든가 현지와 한국과의 그리움의 정도를 어느 정도 감쇄 시켜 줄 수 있는 효과가 충분하다고 하는 말에 나는 높은 점수를 주고서 구입했었다. 아침이 되어 가족들은 말이 없이 조금은 침울한 분위기에서 아침상을 마주했다. 막내는 막내인지라 밥을 먹다 말고 나에게 안겨서 한동안 우느라 밥을 조금 밖에 먹질 못했다. 점심에는 장모님 댁, 오후에는 어머님 댁에 들러서 같이 밥을 먹고 저녁 비행기로 가족들은 떠나게 되어있는 바쁜 하루 였다. 가족들을 비행장에서 환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끊었던 담배 한 갑을 샀다. 도저히 담배를 피우지 않고서는 진정이 되질 않았다. 머리가 핑 하니 돌면서 찔끔 눈물이 도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조금 늙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내 앞에는 혼자 버텨야 하는 마라톤의 장도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져 갔다.
‘여보, 나야, 잘 도착했어. 이제 호텔로 들어 갈거야.’
아내에게서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반가 왔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또 막내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용기를 북돋우어야 겠기에 일부러 목이 메이는 것을 참고서 웃음을 섞었다.
‘바보같이 울기는, 이제 대한의 여장부답게 그곳에서 열씸히 공부해야지. 다음에 볼 때는 아빠 한테 영어로 끝내주게 편지 써 보내야 해? 우리 공주님, 착하지, 오빠 좀 바꿔봐.’
나는 큰 놈에게 집에 들어가는 대로 엄마를 잘 도와드리라고 일렀다. 내가 없는 동안은 네가 가장이나 다름 없으니 항상 문단속 잘하고 동생 건수 잘하라고 당부했다. 나는 보다 신선한 말로 전화를 받고 싶었는데 다른 기러기 아빠들의 말처럼 나도 상투적인 어조로 지시만을 열거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면 어머님 집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나는 집안의 짐을 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원장님, 김 간호산데요, 처제 되시는 분이 오늘 예약 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전화가 왔는데 돌려 드릴까요?’
나는 그러라고 대답했다. 온 몸이 땀 투성이에 집안은 짐을 싸느라 먼지 구덩이라 도저히 병원에 나갈 수 있는 처지가 못되었었다.
‘어, 처제야? 오늘 참 스켈링 예약이지? 그런데 어쩌지? 내가 이삿짐을 싸느라 너무 바빠서 오늘 쉬기로 했거든. 짐도 오후에는 창고로 보내야 하고 말이야.’
‘형부, 그러세요? 까맣게 몰랐네. 제가 가서 좀 도와 드릴까요?’
‘아니 뭐 그럴 것 까지는 없어. 먼지 구덩이에 와서 뭘 어쩔 라구. 예약은 김 간호사에게 다시 해 놔. 아마 다음 주 화요일이 비워져 있을 거야. 그 날이 원래 내 오프인데, 그 날로 편한 시간에 예약하면 돼.’
처제는 그러마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참을 짐을 싸 놓고는 쉬면서 새로이 시작한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왔다. 이삿짐 센터에서 오는 줄 알고 현관을 열어 놓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문을 통해 들어 왔는가 보다.
‘아저씨들 벌써 오셨…’
나는 이삿짐 센터의 직원 인 줄 알고 일어나는데 현관에서 들어오고 있는 사람은 처제였다.
‘어, 처제가 왠 일이야?’
‘형부 혼자, 정신 없으실 것 같아서 음식 좀 사 왔어요. 밥도 않 드셨죠?’
사실 전날, 그릇들을 모두 싸넣는 통에 아침에 편의점에서 컵 라면 하나 먹은 것이 다 였다.
‘어떻게 알았지? 역시 처제야!’
‘언니 간지가 며칠인데 벌써 끼니도 거르시고 기러기 아빠 흉내내고 계신데요? 저 앞에 일식 집에서 미소국 이랑 도시락 좀 사왔어요. 근데,…. 형부, 담배 피우세요?’
‘응. 그려….공항에서 바래다 주고 돌아 오는데 이제 혼자라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있어야지. 이 낙도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네. 처제도 한 대 줄까?’
처제는 산업미술을 전공하고 현재 인테리어 전문가로 일하고 있었으며, 결혼을 미룬 채, 혼자 살고 있었고, 아직까지는 일이 좋다며 싱글 로서의 삶을 즐기는 입장이었다. 이른바 처제는 장모님의 애물단지 였다. 항상 담배는 즐기면서도 치아에 누리끼리 하게 껴대는 타르가 싫다면서 정기적으로 스켈링을 받으러 오곤 했는데, 비용을 절감한다 라기 보다는 돈을 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부로부터 뜯어내는 용돈이 고소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처제는 잘했다고 하면서 담배를 받아 들었다. 담배를 나누어 피우면서 처제는 형부의 스켈링은 누가 해주느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기공사 보조로 있는 신간호사를 시키면 되고 비용은 공짜니까 손해 날 게 없다고 맞받아쳤다. 얼마 있지 않아서 이삿짐 센터의 사람들이 도착하고 부리나케 짐들을 빼내자, 집안은 언제 사람이 살았는가 싶게 휭하니 잡동사니와 먼지만이 수북이 쌓인 공간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나와 처제는 벽에 기대어 앉아서는 이런 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냈다. 서로의 목소리가 울리기 까지 해서 기분이 자못 더 쓸쓸해 왔다.
‘처제는 결혼 안 해? 장모님이 걱정이 대단하시던데…’
‘뭐, 그런 걱정, 하루 이틀 인가요? 때가 되면 나타나겠죠.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그런데, 형부는 이제 어쩔 참 이세요? 이렇게 짐도 창고에 모두 넣고 나면 어디서 주무시 게요?’
‘언니 한테 못 들었어? 나 본가로 다시 들어가기로 했어. 돈도 절약 되고, 누가 이 홀아비 된 신세를 받아 줄 사람이 엄마말고 또 있을 라구? 먹는 것도 그렇고, 잠도 편히 자야 되겠고… 우선 빨래가 문제 아니겠어? 누가 내 팬티를 빨아 줄라구? 안 그래? 허허…’
나는 내 웃음 자체가 공허로왔다. 사실 이렇게 이삿짐이 빠져 나가기 전까지는 가족들이 떠나갔다는 사실을 애써 느끼려고 하질 않았는데 이제는 너무나 피부로 절절히 전해져 오는 외톨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써늘해 왔다.
‘사람이 그렇잖아,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한 평생을 같이 살다가 먼저 죽은 배우자의 생각이 불현듯 날 때가 언제 인지 알아?’
‘글쎄요, 그 사람의 기일?’
‘아니, 남들이 다 죽었으니 잊으라고 하더라도 절대 그 사람이 죽었다거나 가버렸다는 생각을 처음에는 못한다지 아마. 그 상대가 죽었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 때는 바로 떠나기 전에 놓여있던 물건이 제자리를 잃어버렸을 때라고 하더군. 난 몰랐는데 아이들이랑, 아내의 손때가 묻은 살림살이가 가버리고 나니까 이제야 실감이 나네.’
‘벌써부터 그러시면 앞으로 어떻게 하시려 구요?’
‘처음이라서 그런가 봐. 연습해 본 적이 있어야지….’
그 말은 맞았다. 나는 평생 긴 세월은 아니지만 살아오는 동안 가족들과 이별에 대한 연습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애꿎은 담배만 작살을 내는 와중에 처제가 내 손을 막았다.
‘형부, 너무 많이 피우시는 것 같아요.’
‘그래?’
나는 나를 말려주는 처제가 고마웠다. 사실 담배도 아내가 끊으라고 했었다. 아무리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본다고 할지라도 얼굴을 가까이 대고 치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 중에 민감한 사람은 그 냄새를 맡을 거라면서 가뜩이나 높은 치과 의사들의 폐암발생률을 들먹여 자진 해서 끊은 것이 3년 전이었다. 가겠다고 하는 처제를 뒤로하고 나는 새로 들어 올 사람에 대한 예의상 청소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 대걸레를 빨아서 온 집안을 청소하고서는 집을 나왔다. 1주일은 더디 가지만 한 달은 빠르게 지나갔고, 1년은 정신이 없었다.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자, 오프도 한 달에 한번으로 줄이고, 아내와 아이들의 새로운 소식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살았다. 유일한 낙이라고는 매일 아침이면 우르르 도착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메일들. 자주는 아니지만 인터넷의 DVR 화면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아내의 모습들. 이제는 일상으로 다가와 나의 스케줄 안에 빼곡히 채워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분주하게 방안을 들락거리고, 막내는 내가 보고있는 시간이 되면 항상 카메라 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고 있는 나를 외롭지 않게 해주고, 밥을 먹을 때면 식탁에 앉아 나를 향해 모두 손을 흔든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시간 만큼은 외로움이 덜해 진다. 나는 화면을 보면서 가족들이 있을 때는 채팅 창을 열곤 했다. 그러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큰놈과 막내 그리고 아내의 가지런한 글씨들이 내 채팅 창에 깨알을 뿌려놓듯이 톡톡 와서 박히고…자그마한 기쁨에 나는 혼자라는 사실을 잊곤 했다.
‘애비야! 나 좀 보자.’
‘예. 어머니, 무슨 일 이세요?’
나는 오랜 만에 어머님과 차를 두고 마주 앉았다.
‘이제 일년이 다 되 가지?’
‘벌써 그렇게 되나요?’
나는 알면서도 그렇게 대답했다. 잊고 사는 것처럼 보여야 노친 네의 심사가 편할 듯 싶어서…
‘한번 가봐야 하질 않겠니?’
‘병원 때문에 비울 수가 있어야지요. 요즈음 경기가 않 좋아서 목이 좋지 않은 곳에 개업한 제 친구들은 말이 아닌가 봐요. 새로 들여 놓은 기계값 갚기도 허덕인다 데요.’
치과라는 곳이 유행을 상당히 타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기계가 멀쩡해도 최신식 기계를 들여 놓아야 한다는 세일즈맨 들의 제의를 거절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기에…
‘그럼, 들어 올 수는 있다냐?’
‘여름 방학이 길긴 한데, 이번 해에는 어학코스 수료 때문에 못 왔구요. 겨울 방학은 너무 짧아서 왔다 갔다, 밤낮이 뒤 바뀌어서 애들이 병만 날 것 같다며, 내년 여름에나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네요. 왜요, 어머님? 막내가 보고 싶으세요?’
‘그렇기도 하구.’
노친네는 손주가 보고 싶으신 게다. 나도 그런데 오죽 하실 라구.
‘친정 장모님께도 때 되면 인사는 가고 그러냐?’
‘그럼요. 뭘 새삼스럽게. 제가 잘 알아서 하고 있어요.’
사실 나는 서울에 있지만 딸을 손주교육 때문에 생이별을 하고 외국에 보낸 장모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어서 가끔 과일을 사 들고 찾아가곤 했다. 내일도 가 볼 참이었다. 오프였기에…
‘송 서방 왔나? 마침 잘 왔네. 얘, 윤미야, 형부 국수 좀 드려라.’
장모님은 점심상으로 처제와 같이 멸치국물을 우려낸 쌀 국수를 내오시고 계셨다. 가지런한 계란 지단과 다진 쇠고기 끼미 하며, 잘게 바숴놓은 김 가루에 알맞게 짭쪼름한 장을 얹져 내오는 장모님의 국수는 가히 일품 이었다. 조금 이른 감이 있었지만 장모님과 처제, 나, 이렇게 셋이서 맛갈스런 국수를 오랜만에 같이 했다. 장모님은 아내의 소식에 대해서 궁금해 하셨고, 나는 그 동안 별고 없이 아이들 데리고 굳건하게 잘 버티고 있노라고 말씀 드렸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 해외 여행이라고는 신혼 여행 때, 싸이판 간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줄 알고 살다가 훌쩍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에 유학을 가버린 딸의 행보가 무척이나 걱정이 되셨던 가 보다.
‘엄마, 무소식이 희소식 이우, 언제나 똑 같은 소리에 그저 그런 소식인데 뭘 그리 궁금 하시다구. 아니 그곳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랍디까? 다 똑같지 뭐. 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형부만 그 자리에 없다 뿐이지…그리고 형부가 다른 사위랑 같으우? 돈 걱정 없이 언니 쓸 만큼 보내 주겠다, 뭐가 걱정이야?’
처제는 장모의 걱정에 핀잔을 더했다. 하긴 장모도 매번 같은 질문을 하다 보니 처제의 나무람에도 일리가 있었던지 그냥 웃고 만다. 나는 매번 하던 대로 언니가 쓰던 방에서 낮잠을 한 숨 때렸다. 아무런 생각 없이 잠을 자다가 나는 화들짝 놀라서 깼다. 마치 어린 시절, 낮에 숙제 하다 말고 잠이 들었다가 초저녁에 깨어 놓고는 아침인 줄 알고 호들갑을 떨던 그 때 처럼 말이다. 나는 방안이 어두워진 것을 알고는 황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오는데 아직 집에 가질 않고 거실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처제가 눈에 띄었다.
‘처제, 장모님은?’
‘이모 할머님 댁에 가시겠다고 해서 모셔다 드렸어요. 형부 저녁, 꼭 챙겨 드리라고 신신당부하고 가셨어요. 않 드시고 가면 저 혼나요.’
처제는 나를 잡아 끌다 시피 하면서 식탁에 앉게 했다. 벌써 기본 반찬 등은 나와 있었고, 가운데는 부르스타가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고기를 구울 참인 것 같았다.
‘형부, 와인 한잔 어떠세요?’
‘좋지.’
처제는 잘 썰어진 생육과 알맞게 간을 한 파지리도 함께 내왔다. 장모님의 손 맛을 답습 했음 인지 이 집 여인네들은 하나 같이 음식 솜씨가 걸출하다. 나는 고기의 이름도 모른 채, 와인과 고기를 잠이 덜 깬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상추에 싸서 우걱우걱 잘도 집어먹었다. 처제는 천천히 먹으라며, 와인을 재차 따라 주었다. 아무리 국수가 건기가 없기로서니 그렇게 잘 들어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형부 식욕은 여전 하시네. 어디 마누라 없는 불쌍한 기러기 아빠라고 그러겠어요?’
나는 성공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인간의 3대 욕구를 모두 기꺼워하는 자라는 나만의 이론을 내세워가며, 우스개소리로 되받았다. 계속해서 와인만을 마시고 있는 처제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반문했다.
‘형부의 식욕, 수면욕은 알겠는데 성욕은, 글쎄요. 안 봐서 모르겠는데요… 깔깔깔…’
나는 고기가 목에 걸리는 것처럼 입안의 음식을 튀기면서 사래가 들려 버렸다. 그러면서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이론에 의하면 나는 성욕도 강해야 하는 사람 이었기에…
‘농담 이에요. 형부… 언니가 없으니 식사하시는데 적적 하실 까봐 제가 실없는 소리, 한 번 해 봤어요. 형부, 되게 긴장하시네…’
그 날 저녁, 나는 와인과 함께 처제와 오랜만에 푸근한 저녁 식사를 했다. 처제를 보고 있자니 자꾸 집사람 생각이 나서 였는 지도 모르겠다. 왠간히 와인이 깨고 나는 집에 가려고 차 키를 찾았다. 처제는 나에게 현관 입구에 놓아 두었던 차 키를 건네 주고는 문 앞까지 배웅을 했다. 나는 차의 시동을 걸고 문에 서있는 처제에게 손 짓으로 인사를 했다. 차가 출발하고, 동작대교를 넘어 오면서 까지 나는 차 안에서 나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 때문에 성가셔서 돌아 버리는 줄 알았다. 집에 거의 도착 할 때가 되어서야 나는 그 소리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차 키에서 나는 것이었다. 차의 진행방향과 맞추어 앞뒤로 움직이는 열쇠고리의 키들이 건들거리면서 주변을 긁어 대는 소리였던 것이다. 나는 평소에 나지 않던 소리가 어째서 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고, 차를 세우고 키를 뽑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못 보던 열쇠와 키 홀더가 끼워져 있는 것이었다. 누구 거지? 나는 집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알 수 가 없었다. 아주 예쁜 문양의 키 홀더는 어디 선가 본 듯도 했다. 나는 그냥 무심코 주머니에 넣고는 그 일을 잊어 버렸다. 차에서 나는 덜그럭 소리도 어지간히 적응되어 가던 어느 날 이었다. 그 날은 처제가 이빨이 아프다며, 전화를 한 다음 날 이었다. 병원에서 본 처제의 왼쪽 볼은 조금 부어 있었다. 얼마나 아팠던지 목 주변과 어깨까지 아파와서 가방도 들고 오질 못하고 손지갑만을 덜렁 들고 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나는 의자에 처제를 앉혔다.
‘이거… 많이… 썩었는데, 일도 좋지만 이래서 되겠어? 스켈링도 자주하면 안되겠다. 저 번에 내가 왜 못 봤지? 치아 보호막이 깎여 나가면서 약한 부분을 물고 들어가면서 썩어버린 것 같아. 조금 아프더라도 참아.’
나는 은 부분을 드릴로 갈아 내는 도중에도 처제는 아프다는 소리 한번 안 냈다. 치료가 끝나고 나는 진통제 처방전을 써 주었다.
‘차 몰 때는 먹으면 어지러우니까 집에 가서 문 꼭 닫아 걸고, 약 먹고, 한 숨 푹 자면 될 꺼야. 틀은 내가 떠 놨고, 아말감으로 일단 처치는 해 놓았으니까 시간 나면 예약하고 봉 해넣게 와.’
나는 처제의 등을 두드리면서 걱정 말라고 하면서 배웅을 했다. 병실로 돌아서려는데 처제가 다시 들어 왔다.
‘헝부, 얼세’
입안의 솜 때문에 발음이 정확치 않았지만 차 열쇠를 말하는 것 같았다.
‘어디다 두었는데?’
처제와 나는 처치실로 같이 들어 갔다. 의자 옆의 탁자에 처제의 것으로 보이는 손지갑과 열쇠가 놓여있었다. 나는 그 꾸러미를 집다가 그만 열쇠를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내 손에 다시 쥐어져 있는 열쇠꾸러미의 키 홀더는 어디서 많이 본 것이었다. 처제는 낚아채는 것 같이 지갑과 열쇠를 받아 쥐고서는 횡 하니 병원을 나가 버렸다. 나는 처제가 나가버린 곳을 한동안 얼어붙듯이 쳐다 보고 있었다. 그 키 홀더. 그것은 바로 처제와 같은 종류의 것 이었다. 처제가 어째서? 왜? 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밀려드는 예약환자와 처리해야 될 문제들로 나는 한동안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겨우 한가해 진 것은 저녁 8시쯤 이었다. 처제는 지금 진통제를 먹고 잠을 청해야 할 시간 이었다. 나는 처제의 핸폰 으로 전화를 걸었다. 메시지로 연결 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잠을 자는가 보다. 나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러나, 마음을 바꾸어 먹었다. 그리고는 다시 걸었다. 그래도 해 봐야 돼!
‘처제, 내일 내가 갈게.’
나는 그 말만을 남기고 메시지 저장 버튼을 눌러 버렸다. 그 날은 집에 돌아 와서도 아내와 아이들의 메일을 열어 보질 않았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고, 피곤한 모양이라고 생각하신 어머님은 자리끼도 내가 깰세라 조심조심 방안에 들이 미셨다. 다음 날, 나는 저녁이 어스름 할 즈음에 김 간호사에게 일찍 들어간다고 하고는 처제의 오피스텔로 차를 몰았다. 가는 도중에도 속절없이 키 홀더는 나의 차 안을 덜그럭 거리는 것이 꼭 내 심정 같았다. 나는 처제의 오피스텔 앞에 섰다. 그리고 가만히 열쇠꾸러미를 꺼냈다. 그리고, 그 문제의 열쇠를 문고리에 넣었다. 스르륵 하는 미세한 금속음과 함께 열쇠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구멍 안으로 밀려 들어가고…나는 열쇠가 열려지질 않기를 바라면서 돌리기 시작했지만 여지없이 맞아 떨어지는 제짝인 열쇠는 자물쇠를 보기 좋게 열어버리고 말았다. 문이 열리고, 나는 망설임도 없이 현관에 들어섰다. 항상 보았던, 보기 좋게 깔려 있는 쪽마루가 눈에 들어오고, 나는 바닥에 보료처럼 놓여져 있는 흰색 다다미식 소파와 쿠션 사이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처제를 볼 수 있었다. 처제는 흰색 레깅즈에 헐렁한 남색 남방을 걸치고 내가 들어 오는데도 시선을 돌리질 않은 채, 창 밖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고만 있었다. 평소와 다른 차가운 처제의 모습. 나는 조금 긴장했는가 보다. 신발을 벗다가 중심이 앞으로 쏠려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처제, 나 왔어!’
처제는 대답이 없다. 나는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처제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 처제의 얼굴을 살피는 것 보다 나도 담배 한대를 태우지 않고는 얘기조차 꺼 낼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된 방안의 공기는 나의 숨을 턱턱 막아왔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처제를 쳐다 보았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처제는 나를 외면한 채, 창 밖을 보면서 담뱃재도 털 생각을 하질 않고 있었다.
‘재 떨어질라!’
나는 냉큼 재털이를 받쳐 주었다.
‘정말 몰랐어요?’
처제는 재를 터는 대신 담배를 끄면서 나를 향해 소리치듯 물었다.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질 못했다. 알고 있었다는 것도 거짓 이었고,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이제는 거짓이었기에…
‘나는 형부가 그렇게 무딘 사람 이었는지 몰랐어요.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을까?’
처제는 혀를 찼다. 나는 열쇠를 넣어둔 행위에 대해서 누가 누구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었는지, 그 시시비비를 가릴 사이도 없이 처제의 질문에 당황하기만 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
‘언니랑 결혼 하고도 몇 번을 와 봤으면서, 그리고 내차도 몰았으면서, 어떻게 내 오피스텔 열쇠랑 키홀더를 기억 못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그건 내가 무심해서 그렇지. 처제가 만일 내 여자 였다면 나도 기억했겠지.’
나는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난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윤희 언니를 한번도 경쟁 대상이라고 여겨 본 적이 없어요. 착하고, 나에게 그럴 수 없이 잘해 주던 언니지만 형부의 문제만은 달랐어요. 언니가 형부를 결혼할 사람이라면서 집에 소개 시켰을 때, 나에게는 어째서 저런 행운이 주어지질 않았는가에 대해서 한동안 고통 스러웠죠. 나는 끊임없이 못 된 상상 속에서 언니를 시기하기 시작했어요. 언니가 영화처럼 일찍 죽는다면, 형부와 헤어지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면….쓸데없는 몽상과 가정 속에서 너무도 괴로왔구요. 그런데, 형부가 그 동안 보여주었던 나의 끊임없는 손길들을 무심코 지나치는 것을 분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제 처지는 정말이지 수치스럽고, 혐오감만 넘치는 후회뿐이었어요. 누군가 그랬죠? 유혹은 가장 먼저 다가오지만 후회는 나중에 스며들고, 미련은 저만치에서 기다리고 있다고…나는 한번, 단 한번 만이라도 형부가 어째서 내가 혼자 살고 있는 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 주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처제는 눈물을 닦을 줄도 모르고 얘기를 계속했다. 나는 옆에 있는 티슈를 뽑아 내밀었다.
‘형부는 언제나 언니 뿐 이었어요. 제가 형부의 권유를 무시하면서 까지, 이가 시려오는 것을 참아가면서 까지 그토록 자주 스켈링을 하러 갔던 이유를 모르시겠어요? 모르셨을 거에요. 내가 짧은 스커트를 입고 형부를 찾아가도, 의자에 누워 입을 벌리고 형부를 뚫어지게 바라 보면서 다리가 마비될 정도로 흥분이 되어 의자의 손잡이를 붙잡고 부르르 떨 때에도 형부는 아픈 것을 참으라고 만 했었죠. 기가 막히게도…단 한번, 단 한번 만이라도 의자에 누워 있는 내 치마 사이로 내가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거울을 통해 보기만 했어도 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까맣게….
‘처제, 언니는 나의 전부야. 그리고, 나에게는 가족이라는 무게가 항상 나의 어깨 위에 실려있어. 설사 내가 처제의 마음을 읽었다손 치더라도 달라질 것이 있을까? 이렇게 기러기 가족이 되다 보니 처제를 보는 것만으로도 언니에 대한 외로움을 참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그랬다. 나이 차이가 여섯 살 밖에는 되지 않지만 싱글의 삶을 살고 있는 처제를 볼 때에는 아내와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던 것은 사실 이었다. 이미 주부로서의 매너리즘에 빠진 언니와는 다른 풋풋한 자유로움과 싱싱함이 느껴 졌던 것만은 부인하고 싶질 않았다.
‘나에게 처제는 언니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 였지. 서로가 자매간 이면서도 철저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 별개의 모습이 그냥 흥미로왔을 뿐이야. 지금도 그렇지만 처제에 대해서 성적인 욕망을 품어 보았다거나 처제에게서 여자를 느껴본 적은 없어. 단지, 그날 장모님 댁에서 저녁을 먹는 날은 조금 다른 것을 느끼긴 했지.’
‘다르다니요?’
‘그건 아마도 내가 이제사 외로움에 길들여 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 날, 처제와 저녁을 같이 했지만 보면 볼수록 언니가 그리워지고, 처제의 모습에서 자꾸만 언니의 체취며, 인상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흡사 연애시절로 되돌아가서 언니와 단 둘이서 저녁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나는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로움의 묘약은 그렇게 나 자신을 중독 시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형부도 이제는 아실 거에요.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 것이, 게다가 그 그리워 하는 사람에게 손이 닿지 않을 때의 애틋한 안타까움에 대해서…’
처제는 담배를 손에 들고서 건너편 스텐드에 놓여 있는 미니 콤포넌트를 리모콘 으로 켰다. 슬픈 연주와 함께 노래가 흘러 나왔다. 이름은 기억 나질 않았지만 인기 있었던 TV드라마의 OST였다. 가냘픈 여성가수의 목소리는 너무도 애절하게 들렸다. 처제는 조용히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두 다리를 감아 웅크리고 앉은 채, 바닥을 보고 있었고…
‘----늘 얘기 했잖아 그대가 힘들어지면
그냥 나를 버려달라고
괜찮아요, 난 절대 울지 않아요. 난 오늘까지라도 행복해.
그대는 나를, 그도 또 나는 그대를 이 순간에도
사랑을 하고 있잖아 고마워요 이젠 잘가요-----‘
간주가 이어지는 사이에도 처제는 고개를 들 줄 몰랐다. 처제는 울음이 북받치는 중에도 발악하듯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는 뒤로 벌렁 누워 버렸다. 누워서도 처제의 울먹거림은 계속됐다.
‘형부, 한번, 단 한번 만이라도 나를 안아줄 수 있어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처제를 안는다는 것은 바로 가족에 대한 배신이었고, 저 멀리 외국에서 아이들과 고생을 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몹쓸 짓이었다. 나는 누워서 천장을 응시하며, 울고 있는 처제를 위로하려고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때, 누워있던 처제가 갑자기 팔을 뻗어 나의 목을 휘감았다. 나는 어중간 한 자세로 내려다 보고 있다가 처제의 상체로 엎어졌다. 처제는 목마른 사람처럼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착시키면서 강한 팔로써 나의 의지를 꺾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뿌리칠 사이도 없이 처제의 강렬한 입김과 살결로 전해오는 떨림으로 인해 숨쉬기조차 어려운 절박한 흥분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바닥을 짚는다는 것이 오히려 처제의 가슴을 움켜잡는 형상이 되어 나는 어쩔 수없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처제의 위를 누르고 있는 형상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래도 처제를 뿌리치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처제에게서 돌아앉았다. 나 자신의 흥분을 가라앉히고자 그랬었다.
‘처제 이건 아니야. 나는 그럴 수 없어. 이건 내 외로움으로도 용서되기 어려운 불륜이야.’
처제는 포기하질 않았다. 나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형부,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 할께요. 다시는 형부의 곁에 맴돌지 않을 께요. 그러니 이번 한번만 나를 이해해 줄 수는 없겠어요?’
처제는 내 어깨를 타고 넘어 자신의 손을 내 옷 안으로 넣었다. 나의 가슴을 타고 들어오다가 나의 젖꼭지를 쓰다듬는데 나도 두 번씩이나 처제의 손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옆구리가 짜르르 해질 정도로 처제는 나의 젖꼭지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면서 나의 분위기를 살폈다. 나의 흥분과 함께 추위에 곤두서듯이 젖꼭지가 세워지면서 반응하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처제는 이제 양손을 모두 나의 옷안으로 집어 넣고 헤집기 시작한다. 나의 셔츠가 열리면서 나는 나의 뒤에서 강하게 압박해오는 처제의 탄력 있는 젖 무덤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서서히 처제의 손길에 끌려가고 있었고…
‘형부,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우리 둘만, 우리 두 사람만….’
그래야 하겠지. 우리 두 사람, 오늘 일은 우리 두 사람의 영원한 비밀로 남아야 하겠지. 나는 돌아서면서 처제를 바라다 보았다. 나는 정식으로 처제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 머릿 속이 하얗게 번지면서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처제는 울먹임의 끝이었는지 키스를 하는 도중에도 간간히 입을 떼면서 숨을 몰아 쉬었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내 가슴에 처제의 유두가 느껴지는 것이 아내 보다는 큰 젖을 가졌지 싶다. 처제는 나에게 윗도리를 벗겨 달라고 가슴을 내밀었다. 나는 떨림도 없이 단추를 하나하나 풀러 내려갔다. 단추를 푸는 도중에도 처제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놓지 않았다. 나는 기계처럼 처제의 단추를 풀고 상의를 어깨 뒤로 제꼈다. 보기에도 풍만한 처제의 젖이 드러나고 나는 아내와 다르게 연한, 살색 같은 유두에 입을 가져갔다.
‘형부, 누구도 빨아본 적이 없어요. 형부가 처음이에요.’
아내는 내가 젖꼭지를 만들어 주었다. 돌기도 없었던 꼭지를 연애시절, 흠씬 빨아 제껴서 다음 날 만나면 젖꼭지가 아파서 브레지어도 못할 지경이라고 눈을 흘기곤 했는데 이제는 처제의 젖꼭지라니…나는 혀를 조금씩 돌려 가면서 처제의 유두가 반응하기를 기다렸다. 두개의 유두를 번갈아 빠는 도중에도 나의 손은 무엇을 찾는 것처럼 울부짖음으로 땀이 솟은 처제의 등과 옆구리를 정신 없이 쓸어댔다. 처제는 고개를 수그리고 젖 무덤에 파묻혀 있는 나의 머릿결 속으로 그 가녀린 손가락을 휘져어 넣었다. 나의 두피 에서 처제의 손톱이 느껴지고, 나는 가슴으로부터 향수같이 우러나는 살 냄새로 인해 호흡의 수순을 잊어먹을 지경이었다.
‘형부 젖꼭지가 짜릿해요. 언니한테도 이렇게 해주었죠?’
나는 말없이 처제의 유두를 물고 있기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그랬으니까…처제는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그 밋밋하던 젖꼭지가 슬며시 일어나면서 내 혀끝이 좌우로 유두를 건드릴 때마다 처제는 깜짝 놀라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만져지는 등의 살결 속으로 유두를 건드릴 때마다 버쩍 서대는 근육의 긴장감을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고…
‘형부 제가 벗겨 드릴께요.’
젖을 빨다 말고 처제는 나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나는 입가에 침이 흥건 한 채로, 내 옷을 천천히 벗겨가는 처제를 내려다 본다. 아내는 내가 옷을 벗을 때마다 옆에 와서는 빨기 힘든다고 양말도 뒤집어 벗지 마라, 내복은 곱게 벗어 놔라, 잔소리 뿐이었는데…처제는 신주단자 모시듯이 내 옷을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벗기고 있다. 내 옷이 몸에서 다 떨어져 나가니 분위기가 조금 어색했는지 처제는 내 앞으로 다가 오더니 말없이 자신의 옷을 벗기라는 것처럼 몸을 내민다. 상체는 이미 반은 벗은 것과 다름 없었고, 단지 남은 것은 처제의 흰색 레깅스와 팬티만 남았을 것이고…나는 레깅스의 탄력을 이용해서 처제의 히프 뒤쪽으로 손을 팬티 안으로 넣어서 히프를 움켜 쥐었다. 처제의 상체가 나에게 안겨왔다. 나는 천천히 팬티와 레깅즈를 동시에 내리기 시작했다. 땀에 젖었고, 게다가 그 탄력으로 인해 그 느낌은 마치 스타킹과도 같았다. 내 손에 더하여 처제까지 내가 벗기는 옷에 힘을 실어 주었고, 이어서 껍질이 벗겨지듯이, 옷들은 처제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나는 처제의 젖을 다시 찾았다. 아까와 다르게, 이제는 제법 돌기의 모양새를 이룬 유두가 발딱 선 채로 나의 혀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 손은 거침없이 처제의 둔부를 타고 골짜기를 흘러 내린다.
‘형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처제는 이 시간을 기다려 온 만큼 오래도록 즐기고 싶은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푹신한 바닥 소파에 벗은 채로 마주보며, 누웠다.
‘형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언니생각 하지 마요.’
나는 않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의 속마음은 그렇질 못했다. 섹스의 과정으로 접어들 때 마다 내 머릿 속에는 아내와의 행위가 하나, 둘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어쩌지는 못했다. 처제는 내 좇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만져 본 적이 없다는 말이 사실 인 것처럼 처제는 눈 조차도 제대로 좇에 두질 못했다. 그저, 손으로 닿는 느낌을 통해 감지하고 있을 뿐. 아내도 그러했다. 첫 애를 낳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오랄을 해주었던 아내처럼 처제도 흡사하게 좇에 매달리는 성격은 아니었다. 나는 누워서 내 좇을 눈을 감은 채, 느끼고 있는 처제의 삼각주에 손을 뻗쳤다. 조금 흠칫 놀라는 가 싶더니 내 손길이 가는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내와 다르게 무성하게 자라 있는 처제의 음모는 이른바 가다듬어 지지 않은 처녀림 이었다. 그 털의 억셈도 아내와는 달랐고, 아랫배 위쪽으로 그 영역을 퍼뜨리는 가장자리 조차도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일렁임 같이 어떤 정형성을 갖고 있질 않았다. 그런 이유로 그 털을 다 거두어도 처제의 보 지를 찾아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마저도 들게 했다. 섹스가 처음이지만 그 나이가 되도록 남녀간의 섹스를 포르노 같은 것으로라도 접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상체를 돌려서 처제의 보 지쪽으로 다가갔다. 맨 처음 아내의 보 지를 빨려고 했을 때, 아내는 불결하다면서 다리를 오무리고 거부를 했던 기억이 있기에 나는 처제의 반응을 먼저 살피기로 했다. 나는 두 손으로 처제의 탱글 거리는 넓적다리를 쓸면서 점차 둔덕쪽으로 손 끝을 옮겨갔다. 두 팔을 뒤로 제끼고 보지 앞에서 거느적 대는 나를 처제는 흐뭇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고 있다. 나는 처제의 다리 사이로 손을 기도하듯이 끼워넣었다. 형부 앞에서 다리가 벌려진다는 것에 조금은 긴장한 듯이 손등으로 처제의 넓적다리 근육이 바르르 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처제, 날 위해 열어 줘.’
나는 뻔뻔스럽게 처제에게 구걸하고 있다. 처제의 가랑이가 천천히 열리면서 두 다리는 M자 처럼 고정이 되면서 내 앞에는 한번도 남자에게 침범 당하질 않았다는 처제의 씹을 보게 된다. 나는 손끝으로 잔뜩 힘을 주고 있는 항문에서부터 회음을 지나 공알에 이르기까지 처제의 보지 전체를 손바닥으로 느린 속도로 쓸어 올리고 내렸다. 아내의 적포도주 빛 음순과 다르게 처제의 씹살은 오히려 핏기를 잃어버린 것처럼 창백하다. 나는 보다 천박해 지기로 마음 먹었다. 쓸어 내린 손바닥에 흥건하게 남아버린 처제의 씹물을 처제를 쳐다 보면서 입으로 줄줄 핥았다. 처제는 그 자세도 힘이 들었는지 뒤로 벌렁 누워 버렸다. 나는 처제의 얼굴이 보지 않음으로 인해 용기를 더 얻었다. 처제의 허락된 보 지에 대고 나의 혀는 복수하듯이 지랄을 떨면서 괴롭힘을 더하고 있었다.
‘헉…..헉…음……음…. 형부, 너무 해요…..정말…. 너무해요. 이렇게 행복한 걸 언니만 갖는 다는 건 너무 불공평 해.. 허윽…허윽’
처제는 섹스 도중에도 언니에 대한 질투를 잊질 않았다. 이를테면 내가 언니와 처제의 사이에서 유유자적한 한량 처럼 좇을 나누어 주기만 하면 되었던 것을…나는 단순해 지고 있었다. 사고는 복잡함을 넘어서 이제는 이 행위의 타당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두 자매에게 줄 수 있는 한은 기쁨을 나누어 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못 된 궁극의 정점. 나는 처제를 맨 처음부터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 다는 괘씸한 발상에 까지 이르고야 만다.
‘처제, 어때?, 처제, 좋아? 좋아 미칠 것 같지?’
그러나, 처제는 말이 없이 가쁜 호흡만을 내 쉰다. 처제의 보 지에 손가락을 넣고 장난 같은 것을 하기는 싫었다. 그런 행위는 앞으로 처제의 인생 앞에 가려 놓여 있을 남자들의 몫이라고 접어 두었다. 나는 이 이상 발기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를 처제의 보 지에 고스란히 갚아 주고 싶었다. 나는 내려꽂는 듯한 시선으로 처제의 벌어진 무릎을 붙잡으면서 상체에 내 체중을 실었다. 처제는 처녀임이 분명했다. 그 나이가 되도록 다른 사람을 돌아다 보질 않고 나만을 향해 달려 왔음에도 내 마음 속에 요년을 조져주리라는 괴팍한 생각이 치미는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나는 방어할 힘을 상실한 약자를 공격하는 심정으로 처제의 보 지를 꿰뚫었다. 꿰뚫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처럼 처제는 이른바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질렀다.
‘악….아파, 아! 아파! 아냐, 형부 그래도 계속 해줘요, 계속…’
나는 안 그래도 계속할 참이었다. 좇이 박혀진 처제의 두 다리는 짓밟혀진 바퀴벌레의 버둥거리는 다리들 처럼 허공을 내지르며, 혼돈 속에 있었다. 나의 허리는 정미소의 피댓줄 같이 쉼 없이 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통과 쾌감의 변주곡 속에서 방황하는 처제의 연약한 씹을 바셔 질듯이 내지르고 있었다. 처제의 눈동자는 휘번덕 하니 흰자위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내 머리며, 등을 사정없이 갈쿠리 처럼 파고 들면서 입으로는 형부소리를 놓질 않았다. 처제는 이제 사람의 말 같은 단어들은 입에서 나오고 있질 않았다. 그저, 비명과 탄성, 자지러드는 듯한 교성만을 터뜨리고 있었고, 온 몸은 땀으로 번들 거렸다. 나는 처제와 섹스를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나를 사랑한 죄밖에 없는 처제에 대한 되갚음이 이런 것이다라는 웃긴 단정을 내리고 있었다. 다시는 가질 수 없는 형부를 사랑해서는 안된 다는 호된 교훈을 나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좇으로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어어, 처제, 처제, 아, 아, 아, 나 미쳐 아윽, 아윽, 아윽…’
세상이 다 까매졌다. 나는 앞뒤 분별 없이 그냥 처제의 보지 안 깊숙이 정액을 토해놓고 말았다. 처제는 이미 정신을 잃었다. 고개만이 좌우로 조금씩 움직일 뿐, 입에는 침을 흘리면서 온 사지는 쭉 뻗은 채, 미동도 없다. 섹스 후에 항상 나는 아내를 팔베개 해주면서 가슴 가득한 만족감과 풍요로움으로 잠이 들 곤 했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쓴 물이 기도를 치고 올라오는 것처럼 괴로왔다. 이런 관계를 원한 것이 아니었는데….나는 일어나,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 연기가 허공을 허옇게 물들일 즈음에 처제가 일어나 내 손에서 담배를 빼앗는다.
‘형부, 후회하죠? 지금.’
‘아니, 그냥 기분이 그래.’
두 사람은 아까부터 섹스 중에도 계속 돌아가던 노래를 듣고 있다.
‘형부, 저 이병헌 좋아하는 거 아시죠? 형부를 많이 닮았잖아요? 그래서 저 노래도 그런 이유로 좋아하죠. 그 올인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노래에요.’
또다시 처제는 벌거벗은 몸도 아랑곳 하질 않고 보 지에서는 내 정액이 흐르는 것도 잊은 듯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
난 항상 고마웠어요 날 사랑해줘서
그대를 한번 더 꼭 안고 싶지만
나는 참을 수 있어 난 안을 수 있어 편하게 보내야만 해.
----
미안해요 그대여 울지 말아요
지금부터 나를 버려요
그대는 나를 또 나는 그대를 이 순간에도 아프게 하잖아
---’
그 날 이후로 나는 처제와 만날 수 없었다. 오프 인 날에 장모님 댁에 들려도 처제를 볼 수는 없었다. 단지 어두운 그늘의 장모님만을 대할 수 있었을 뿐…두달 쯤 되었을까? 나는 예약 환자를 내보내고 쉬고 있는데 김 간호사가 무언가를 들고 들어 온다. 택배 였다. 그것도 CD크기만한 포장에서 나는 발신인의 이름이 처제임을 알았다. 포장 안에는 CD와 작은 메모가 있었다.
‘형부, 고마웠어요. 미련한 처제 때문에 고생하셨죠.
저 오늘 출국해요. 이 소포를 받으실 때 쯤이면…
엄마에게는 일 때문에 간다고 말씀 드렸는데
사실은 2년 전부터 준비해 왔어요
독일의 바우하우스에서 꼭 공부해 보고 싶었거든요.
떠나기 전에 형부에게 꼭 고백하고 싶었죠. 사랑하고 있었다고….
저 안 돌아 올거에요.
제 안에 자라고 있는 형부의 애를 키우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럼 건강하세요. 엄마에게 말씀 좀 잘 해주세요.
-윤미가-‘
나는 멍했다. 나를 만난 여자들은 어째서 나만을 남겨두고 그리도 먼 곳으로 가서 끝끝내 내가 못 잊을 인연으로 살 수 밖에 없는지…나는 기러기 아빠라는 호칭이 그토록 저주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조용히 CD를 꺼내서 오디오에 걸었다. Yarz의 슬픈 음성이 방안 가득 흔들거리고 있었고, 나는 창문을 열었다. 담배를 피우는 것 이외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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