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7일 토요일

친구의 여자 친구 - 2부

편이점에서 어떻게 물건을 골랐는지도 모르게 난 서둘러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혹시 영아가 돌아갔으면 어쩌나 하며 마음을 졸이며 뛰어왔다.
다행이 영아는 자취방에 있었다.
“빨리 갔다왔네.”
내가 방에 들어오며 가뿐 숨을 내쉬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영아가 말했다.
“헉헉.. 네가 배고플까봐..헉.. 좀 뛰었어”
난 사실과 다른 말을 건낼 수 밖에 없었다.
“있잖아. 나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오늘 네 덕분에 기분이 좀 풀렸어.
신경 써 줘서 고마워.”
그러면서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내 방에서 나갔다. 난 이렇다할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난 수철이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며 저녁때 시간을 내달라고 전화를 했다. 난 막창집에서 수철일 기다리며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생각을 했다.
잠시후 수철이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몇잔의 소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자 조금 용기가 나기 시작했다.

“수철아! 너 영아랑 헤어지기로 했다며?”
난 되도록 진지하게 물었다.
“영아한테 들었니?... 그래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
수철이는 내가 이미 예상했던 말을 나에게 말했다.
“수철아. 다시 생각해 볼 수 없겠니! 영아는 널 사랑하고 있어. 걜 첨 만났을때. 첫눈에 반했다고! 영아만 만날꺼라고 나에게 말했잖아!!!!!”
난 무심코 목소리를 높여 수철이에게 말했다.

“그땐 그때지. 영아가 자꾸 귀찮게 하잖아. 너도 알잖아 난 누가 날 구속할려는거 싫어하는거. 그래서 헤어지자고 한거야. 그리구 지금 나 다른 앨 만나고 있어. 난 이미 영아에 대한 마음을 정리했어. 아마 영아가 너한테 부탁했는가 본데. 네가 나대신 전해주라 영아한테. 우리 구질구질해지지 말자고.”
수철이는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가슴 속에서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순간 난 돌아서서 나가려는 수철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수철이의 몸이 반대쪽으로 꺽였다.
“이건 지금까지 친구로서 우정으로 생각할게. 하지만 다음엔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꺼야!”
수철이는 찢어진 입술에서 흐르는 핏줄기를 손등으로 훔치며 나갔다.

난 난생처음으로 내손으로 사람을 쳤다는 것에 당황을 했다. 아직도 내 손을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수철이를 보내고 난 정신없이 술을 입안으로 퍼 넣었다. 언제 어떻게 자취방으로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시끄럽게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잠이 깬 난 비몽사몽 간에 전활 받았다.
영아였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영수야 너 도대체 수철이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수철이가 그러니!!!”
난 잠이 확 달아났다.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전화긴 끊어져 있었다. 난 착착함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수철이는 군대에 갔다. 수철이가 군대에 가기전 따로 두 번 만났지만 그 사건이 있은 후 우리의 관계는 조금 서먹해졌다.
물론 영아하고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두 달이 지나자 어느새 난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12월이 되어서도 난 알바를 하느라 바빴다. 이미 거리엔 캐롤이 울려퍼졌고 눈에 보이는 가게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반짝였다. 내가 일하던 가게에도 트리가 놓여 졌다. 거리엔 많은 쌍의 연인들로 북적거렸다.
난 가게일에 바쁜 가운데에서도 남여 커플을 보며 내가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여느때와 같이 알바를 마치고 나오는데 가게 앞에서 웬 두명의 여자가 날 가로 막았다.
“저기요. 혹시 시간 있으세요?”
내가 나오길 기다렸는지 그녀들은 날 보자 마자 말을 건낸 것이었다.
“네? 아 네”
나 어리둥절 하며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러세요 그럼 저희랑 이야기좀 할 수 있을까요?”
두 여자 중 모자를 쓴 여자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죠.”
난 우물쭈물 하다가 그녀들 모습이 그렇게 이상하지 않은 까닭에 승낙했다.
그녀들을 따라간 곳은 호프집이였다. 난 영문도 모른체 그녀들과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된것이다.

“전 수미에요. 그리구 앤..... 아연아 니가 말해”
모자쓴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는 옆에 있는 긴 머리 여자에게 말했다. 긴 머리 여자는 쑥스러운 듯 머뭇거렸다.
“전 김아연이에요. 죄송해요 이렇게 맘대로 데려와서”
아연은 이름을 밝히고 사과했다.

“영수 오빠져! 아연이가 며칠전에 오빠를 보고 관심이 있는가봐요. 매일 가게에 와서 오빠를 바라보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답답해서 오늘 오빠를 만나서 얘기 하라고 여길 끌고 온 거에요.”
수미가 날 데리고 온 이율 설명했다. 수미가 말하는 동안 아연은 얼굴을 붉혔다.

지금까지 내가 여자를 좋아해 본적은 많으나(물론 짝사랑이다), 여자쪽에서 날 좋다고 한적이 없었다. 그래서 난 이 갑자스런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저 오빠 혹시 사귀는 여자 친구 있어요?”
수미가 나에게 물었다.
“아니 아직 없어요”
역시 난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난 낯을 가린다고 해야 할까 아는 사람한테는 서스름 없는데 처음 보는 사람앞에서는 멀뚱멀뚱하게 있는 편이었다. 수철이와 그의 여자 친구를 만날때도 대부분 대화는 수철이가 주도하고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난 입을 열곤 했다.) 수미가 물은 질문에 대한 답 외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빠 수줍움이 많은가봐. 호호호”
내가 뻘쭘하게 있자 수미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웃었다. 옆에 있는 아연이도 수미가 웃기 시작하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난 긴장이 되어서인지 시켜 놓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오빠! 여자 친구 없으면 저랑 만나요”
아연이가 용기를 내서 내게 말했다. 그러고는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난 날 좋아해주는 여자가 있다는게 기분이 좋았다. 불과 두 달전만 해도 영아를 짝사랑한 나였다. 난 꿈과 같은 현실이 믿어지질 않았다.
“그래. 좋아요”
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빠 나이가 얼마에요. 우리보다 한 살 많네. 그냥 우리 말 터는게 어때”
수미는 나이를 묻더니 말을 놓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들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 했다.
두시간정도 지나자 수미가 노래방엘 가자고 했다. 난 그녀들을 따라갔다.
방하나를 잡고 들어가자 수진이가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고 번호를 눌렀다.
경쾌한 음악이 흐르며 댄스곡이 나왔다. 수미는 분위길 띠우려는 듯 허리를 돌려가며 춤을 췄다.

그렇게 두세곡을 부르더니 아연이를 끌더니 듀엣으로 노랠 부르기 시작했다.
난 솔직히 댄스곡 같은 빠른 노래는 별로 아는 것이 없어서 그녀들이 노래를 부를때 탬버린을 가지고 박자만 맞추었다.

“에이 오빠 여기 구경하러 온거야. 오빠도 한 곡 불러봐”
수미가 마이크를 주고 아연을 내 손을 잡고 앞으로 끌어당겼다.
“난 댄스곡 아는 것이 별루 없어서. 내가 아는 것 울고 헤어지고 하는 노래밖에 없어.”
난 분위기 망칠까봐 손을 흔들며 거절했지만 그녀들은 막무가내였다.
하는 수 없이 난 마이크를 잡고 번호를 입력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직도 널 잊지 못해 이유 없는 눈물 흘리며. 애써 기다린 듯한 눈빛을 보이지. 어두웠던......”
이승철의 노래중 한곡을 음악에 맞춰 불렀다. 내가 아는 몇 안되는 노래중에 하나였다.

노래가 끝나자 그녀들은 크게 박수를 쳤다.
“오빠 노래 잘한다. 나 감동 받았어”
수미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가수가 부르는 것 같아서 오빠”
아연이도 웃으며 날 칭찬했다.
다시 아연이 댄스곡을 부르면서 내가 가라앉혔던 분위길 띄웠다. 난 그녀들의 노력을 헛되이 하기가 싫었다. 될대로 되라면서 잘 추지도 못하는 춤을 추며 그녀들 사이에서 노래를 불렀다.

방방 뛰는 바람에 땀이 흘렀다. 언제 시켰는지 아주머니가 음료수를 들고 왔다. 잠시 목을 축인 우리들은 자신이 가장 잘 부르는 노랠 불러서 점수가 높은 사람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를 했다. 처음엔 서먹했지만 술도 먹고 노래방에서 한시간 동안 떠들고 노는 사이 그런 분위긴 이미 없어질 만큼 친해졌다. 그러기에 나도 그 내기에 동참했다. 솔직히 아는 노랜 몇 개 없었지만 노래엔 자신 있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노래방 기계의 반주에 맞춰 각각 노래를 불렀다.
결과는 수미가 1등이었다. 아연이와 난 수미가 어떤 요구를 할지 귀를 기우렸다. 수미는 우리 둘이 보며 씩 웃더니 말했다.
“오빠하고 아연이가 내 노래에 맞춰 부르스를 춰봐”

“수미야 아직 우린 오늘 만났는데....그리고 여긴 노래방이지 나이트가 아니잖아.”
내가 당황하며 말했다. 아연이도 수미 말에 이의를 제기하며 다른 걸 말하라고 했지만 수미에게는 먹혀 들지 않았다.

약속은 약속이야. 1등한 사람 소원 들어주기 했으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지.”
수미는 아연이와 날 밀어주기 위해 작정을 한 듯 고집을 꺽지 않았다.
“난 부르스 못추는데.”
“걱정하지만 그냥 아연이를 안고 발만 아연이 따라 옮기면 돼. 그럼 나 노래한다.”
내가 말하자 수미는 한심한 듯 대답하며 번호를 누르고 노래를 시작했다.
난 할 수 없이 아연이의 허리위에 손을 올리며 안았다. 아연 나의 가슴에 몸을 기대어왔다. 향긋한 샴푸 냄새와 땀냄새가 날 자극했다. 뭉클한 감촉이 가슴에서 전해왔다.

수미는 노래에 열중했다.
난 아연이의 발을 밟지 않기 위해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런 나에게 아연이의 목소리가 조그만 하게 들려왔다.
“오빠 나 만나준다고 해서 고마워”

그렇게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우리들은 또 3차를 갔다. 그러다 보니 자정이 다 되어 갔다. 수미와 아연이가 그만 가봐야 한다고 했다. 수미는 빨리 가봐야 한다며 택시를 잡아 타고 가버렸다.

둘이 남은 아연과 난 서로 머뭇거리고 있었다.
“집이 어디지? 내가 함께 가줄게”
이왕 사귀기로 한거 그녀를 혼자 그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우리는 택시를 잡아 탔다. 한 30분쯤 달리자 아연이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난 아연이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려고 그녀의 집앞에 있었다. 그녀의 집 대문이 열렸다.

대문이 닫히고 난 아연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다시 대문이 열리면서 아연이가 뛰쳐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작지만 촉촉한 입술을 내입에 대었다.
“오빠 내가 찜한거야.”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난 잠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입술에는 그녀의 말랑말랑한 감촉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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