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4일 금요일

소꿉친구 길들이기 - 3부

다음 날.

태근은 적이 놀랐다. 그의 교실 맨 뒷자리에는 늘 불량 헤어스타일의 표준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녀석이 앉아있었는데 오늘은 어찌된 요량인지 말끔하기 이를 데 없다. 제 아무리 두발자유화라곤 하지만 선생님들이 내심 정하는 남자머리의 기준길이가 있는데, 재혁이 그 길이에 딱 들어맞는 머리를 하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방금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반장을 넌지시 바라본다. 굳게 입을 다물고 또릿또릿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있는 반장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어느 정도는 계획대로인 것 같다. 그는 학생들 전체를 돌아보며 말을 꺼냈다.

자! 아직 성적표는 안 나왔지만 조금 있으면 꼬리표가 나오겠지?

학생들의 야유가 들려왔다. 태근은 그게 가라앉길 기다렸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너희가 한 대로 나오는 게 성적이다. 그러니 불평하지 말고 받아들여. 할 놈들은 성적이 나오든 말든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테고, 안 할 놈들은 성적 안 좋게 나와도 그때 뿐이야. 짧게 보지 말고, 길게 봐라. 정말 길게 보고 잘 준비하면 나 같은 놈도 이렇게 교사가 될 수 있으니까 말야. 기운 내라고.

누군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선생님 같은 놈이 어떤 놈인데요?

다들 와하고 웃어버렸다. 태근도 껄껄 웃는다. 학기 초에 말 한번 잘못한 재혁이 맞고 기절까지 했었다. 그런 강펀치를 휘두른 교사라는 선입견 때문에 처음에는 학생들이 태근을 굉장히 어려워했다. 그러나 학생 하나하나를 꼼꼼히 보살피고 때로는 형처럼, 오빠나 삼촌처럼 다정하게 대하는 그의 품성을 알게 된 아이들은 이제 그를 무척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질문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태근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음... 어떤 놈이냐.... 일단은 말야. 예전에 나는 하기 싫은 거라고 집안일도 때려치고 나와버리고 막 그랬거든. 생각없는 놈이었지. 처음에는 그게 멋있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니 결국은 내 손해더라구. 그래서 다시 돌아가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준비는 멈추지 않았어.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시간이 조금 걸려서 그렇지 말야. 그러니 조금 멍청하더라도 꾸준한 놈이라고 할 수 있지.

태근의 말투가 막 조리있거나 논리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차근히 말하는 그의 태도는 퍽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학생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태근의 말은 이어졌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너희가 가진 시간을 소중히 생각해. 그건 결코 무한한 자원이 아니란 말야..... 아, 이거 오랜만에 안 어울리게 어려운 말 너무 많이 했더니 목 마르다. 누가 가서 매점에서 음료수 사올래? 좀 마시자.

좀처럼 진지해지지 못하는 담임의 말투에 애들은 또 와하고 웃어버렸다. 그리고 정말로 태근이가 지갑을 꺼내자 남자애들 몇 명이 나서서 돈을 받아갔다. 담임이 말하는 음료수 좀 마시자는 이야기는 혼자 먹겠다는 게 아니라 반 전체에 돌린다는 이야기임을 여태까지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태근은 그런 식으로 조회를 마쳤다.

그럼 오늘 하루도 열심히 하라고. 이상.

예지가 일어나서 구령을 붙이고 인사를 했다. 반 전체의 인사가 끝나자 태근은 손짓으로 예지를 불렀다. 교실을 나와 복도에서 태근이가 말했다.

우와, 혹시나 했는데 정말 되네? 재혁이한테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반장.
네? 마법....이요?
저 녀석 머리 봤어? 난 저 놈이 젤 안 바르고 학교에 온 거 처음 본 거 같은데? 게다가 머리 길이도 깔끔해졌고?
.....바르지 말라고 했으니까요. 머리도 뭐...

예지는 어쩐지 재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눈치였다. 태근은 예지를 격려하며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이르고는 교무실로 돌아갔다. 고개를 꾸벅하곤 자리로 돌아가던 예지는 문득 자신을 보고 있는 시선을 느꼈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자신을 보고 있던 재혁과 눈이 마주쳤다.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로 돌아왔다. 주머니에 든 핸드폰이 부르르- 하며 떨렸다. 열어서 확인한다.

[담탱이랑 뭔 이야기 한거야? 또 내욕했냐?ㅋㅋㅋ]

재혁이가 보낸 문자였다. 예지는 신경질적으로 키패드를 꾹꾹 눌렀다.

[니 칭찬한거야. 욕한거 아냐.]

답장은 금방 왔다.

[아진짜. 이런 빙신같은 머리했다고 칭찬받다니. ㅋㅋㅋ]
[빙신같은 게 아냐. 단정한 거지.]
[그게 빙신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빙신이든 뭐든, 앞으로는 그렇게 다녀. 약속했잖아.]
[언제? 무슨 약속? ㅋㅋㅋㅋㅋㅋ]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홱 쳐들고 재혁을 돌아보았다. 재혁은 딴청을 피우며 옆에 있는 다른 녀석과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 척 했다. 수업종이 울리고 있어서 아이들이 자리에 앉고 있었다. 예지는 고개를 푹 숙이고 핸드폰을 서랍 쪽에 숨긴 상태에서 빠르게 쳤다.

[내가 암튼, 그러고 넌 머리 그렇게 하기로. 그게 약속이지, 뭐야.]
[난 약속이라고 한 적 없는데?ㅋㅋㅋㅋ]
[너 정말!]

교실 앞문이 열리고 1교시 수업의 담당 선생님이 들어오고 있었다. 깜짝 놀란 예지는 핸드폰을 끈 다음,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렷! 경례!

그녀의 구령에 맞추어, 그렇게 또 하루의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들은 한번씩 재혁을 쳐다보았다. 대부분의 선생은 니가 웬일이냐는 식으로 말하며 놀라워 했다. 재혁은 쓰게 웃으면서 대충 대답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떠들썩하게 놀면서 식당으로 간 재혁은 급식을 먹는 동안 문자 하나를 받았다. 예지의 문자였다.

[밥먹고 문예부실로 와.]

재혁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시른‰Vㅋㅋㅋㅋ]

그러나 예지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재혁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학생들로 우글거리는 식당에서 키 작은 예지의 모습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재혁의 옆에 있는 누군가 팔꿈치로 툭 치며 묻는다.

야, 누구 찾아?
어? 어...뭐. 아냐. 암것도.

재혁은 서둘러 식판을 비우곤 친구들에게 먼저 간다고 말하고 나왔다. 그리고 별관 3층에 있는 문예부실로 향했다. 어디 있는지는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발길을 하지 않았던 곳이다. 입구의 미닫이 문은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안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민 예지가 말한다.

들어와.
문을 왜 잠그고 있어?
괜히 귀찮게 하는 사람이 들어올까봐.
다른 부원은?

안으로 들어가던 예지가 재혁을 돌아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너도 나한테 관심없는 건 맞네. 문예부는 나 하나야. 나 졸업하고 나면 없어져.

재혁은 별 말없이 예지를 따라갔다. 안쪽에 놓인 테이블에는 찻잔과 책이 놓여져 있었다. 문제집인가 싶어 들춰보니 책이었다. 재혁은 표지의 제목을 읽었다.

스티븐 킹 단편선?

두껍고 삽화도 없고 글자로 가득한 책이었다. 만화를 즐겨보는 재혁이가 보기에는 무척 재미없어 보이는 책이었다. 거기에는 코팅지로 싸인 네 잎 클로버가 책갈피로 꽂혀 있었다.

남의 책은 왜 만져?

벽쪽에 있는 낮은 선반에서 잔을 꺼내던 예지가 재혁을 흘겨보았다. 재혁은 의자 하나를 끌어다 앉으며 말했다.

그런 니는? 어제 내 방에 와서 교과서 꺼내보고 있더만.
그거야, 뭐....

재혁의 앞에 작은 찻잔이 하나 놓인다. 뜨거운 물에 녹차티백이 담겨 있었다. 재혁은 그걸 보고 혀를 길게 내밀었다.

우웩. 이런 걸 왜 마시냐?
모처럼 사람이 큰 맘 먹고 대접을 했더니... 그럼, 도로 내놔.
싫은데?

재혁은 예지가 내민 손을 쳐내고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뜨거워. 젠장.
......당연히 뜨겁지, 그럼 찰까?

예지 역시 자기 잔에 두번째 차를 타온 모양이었다. 그녀는 머그컵을 만지작거리다 말했다.

너 말야. 아침에 그거 무슨 뜻이야?
아침에 뭐?
내가 앞으로 그렇게 다니라고 했더니, 약속이 아니라며. 그럼 어제 그건 대체 뭔데?
아아~ 니가 나한테 팬티 보여준 거?
야! 조용히 말해!
뭐, 어때. 여기 다른 사람도 없구만.

얼굴이 빨개진 예지 역시, 이 방에 둘 뿐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이런 식으로 헛소리할 게 뻔하기에 처음부터 재혁 보고 이쪽으로 오라고 한 거였다. 여기라면 남에게 들킬 염려가 없었다.

아...아무튼, 내가 그렇게 하면.... 너.... 머리 똑바로 한다고 했잖아. 그게 약속이지.

예지는 차마 팬티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재혁이 손가락을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런 건 약속이 아니라, 계약이라고 하는 거야.
뭐라고?
너.. 공부만 잘하지 다른 쪽으로는 역시 멍청하구나? 니 팬티 보여주기 대 내 머리 병신 만들기. 1대1의 등가 교환 계약이잖아.
등가... 뭐?
그럼 고작 그런 식으로 팬티 한번 보여주고는, 내가 남은 평생 이 미친 머리 모양으로 하고 학교를 계속 다니란 거였어? 진짜? 그게 말이 되냐?

예지는 재혁의 난데없는 논리에 당황했다.

말이.. 왜 안 돼?
큭큭. 몰라. 나는. 아마 내일이면 어제 봤던 거 다 까먹고 기억이 안 나서 그냥 머리 모양 원래대로 하고 올지도 모르겠다. 여차하면 포인트도 줄 겸 염색이라도 하고 오던가.
야이, 나쁜 자식아!!
그래. 그건 니도 잘 알고 있네. 내가 나쁜 놈이라는 거. 근데 그 나쁜 놈이랑 계약을 맺은 건 너야.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니가. 니 의지로.

예지는 기가 막혔다. 낮은 목소리로 음산하게 말하는 재혁을 보면서 가슴이 턱턱 막혔다. 어제 자신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처럼, 어제도 단 둘이서 이렇게 방에 있었다. 물론 여기는 문예부실이고, 거긴 재혁의 방이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어제의 기억이 선명히 떠오른다. 건들거리며 비아냥거리는 재혁의 태도에 지친 예지는 이제 추천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래서 그냥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재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 니가.... 추천 받도록 도와줄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재혁의 수락에 예지는 마음이 급속도로 풀어졌다. 

뭐? 정말?

놀라운 마음에 반문도 조금 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재혁은 그리 순순히 협력할 녀석이 아니었다.

단,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

살짝 웃음마저 걸린 재혁의 표정을 보면서 예지는 조금 불안해졌다. 재혁은 뭔가 궁리하는 듯 하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난 말야, 사람은 도와줘도... 곰돌이는 도와줄 수 없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말했잖아. 사람이면 도와줘도 곰돌이는 안 된다고. 니가 여전히 곰돌이 팬티나 입고 다니는 녀석이라면 난 별로 도와주고 싶지 않아.
안 입어!
거짓말.
진짜 안 입는다니까!
그럼 지금은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고양이? 강아지?
진짜!! 그림 같은 거 없는 그냥.....

소리치려던 예지는 순간 입을 닫았다. 내가 왜 내 팬티 모양에 대해서 이 녀석에게 대답해주어야 하지? 그런 의문이 막 들 찰나였다. 그러나 재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차 따져물었다.

말로는 누가 못 해. 입으로만 안 입는다고 하면 누가 믿냐?
내가 거짓말 하는 거 봤어?
거짓말? 잘 하던데?
내가 언제....
암튼, 난 너 못 믿어. 분명히 아직도 곰돌이 팬티나 입고 그러고 다니겠지.

재혁의 말투에 예지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좋아. 보여주면 되잖아.

자기 자신도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대체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살짝 화까지 나있는 상태였고 자신을 향해 빙글거리며 놀려대는 저 악동에게 한방 먹이고 싶었다.

진짜?

재혁의 얼굴에 살짝 놀란 기미가 있는 것이 조금 고소하게 생각되었다. 예지는 손을 내밀고 말했다.

나도 조건이 있어. 일단 니 머리! 그 너저분한 머리부터 일단 차분하게 하고 오면 보여줄게.

예지가 가리킨 것은 목덜미를 덮고 있는 재혁의 머리 길이였다.

핫? 진짜지?
속고만 살았어?
그럼 잠깐 여기서 기다려.

재혁은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방을 나갔다. 혼자 남겨진 예지는 방을 서성거리면서 계속 생각했다. 

'내가 미쳤지. 대체 뭐하러 저런 자식한테.....'

그렇게 끊임없이 자책하고 또 생각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 십 분쯤 지났을까. 재혁이가 방으로 돌아왔다. 목덜미까지 내려오던 그의 머리가 짧게 잘라져 있었다. 덜 마른 상태로 보아 머리까지 감고 온 모양이다.

버...벌써 미용실에 다녀온거야?

그러자 재혁은 예지를 힐끔거리며 침대에 앉았다.

아니, 그냥 아줌마한테 잘라달라고 했어. 미용실 간 사이에 곰돌이 도망가면 어떡하냐.
곰돌이 아니라니깐!
그럼 보여줘봐.

예지는 마음을 굳혔다. 치마 자락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서서히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빙글거리며 놀리던 재혁도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다. 예지는 느낌이 이상했다.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자신의 속살을 간지럽히는 것 같다. 치마 앞부분을 반쯤 들어올렸다. 목소리가 저절로 떨린다.

봐....봤지? 곰돌이 아닌 거....?
안 보이는데?
왜 안 보여! 분명히....
니 지금 까만색 팬티스타킹 입고 있잖아. 가려서 안 보여.

예지는 분통이 터졌다. 까만색이라고는 하나 스타킹 재질상 팬티가 비쳐보이기 때문에 그게 안 보일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혁은 한사코 안 보인다고 주장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 손으로는 치마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팬티스타킹을 끌어 내려야만 했다.

자.... 봐봐... 이제는 곰돌이 안 입는다고!
흐음.... 음.....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예지는 무언가 이상한 기척에 깜짝 놀랐다. 살짝 비명을 지른다.

너 왜 그렇게 가까이....!!
가만 있어봐. 흔들리잖아. 제대로 봐야지.
그...그래도.....
아주 작은 무늬로 곰돌이가 그려져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냐. 자세히 봐야 알지.
마...말도 안 돼...

치마를 들어올리고 있는 그녀의 바로 앞에, 재혁이 무릎을 꿇은 채로 다가와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있었던 것이다.

어어... 치마 자꾸 내리지마. 그러면 무효니까.
이런 거에 무효고 유효가 어디 있어?
검사잖아. 제대로 검사가 안 되면 통과가 안 되는 거지.
나...쁜 놈.....

예지는 처음 느껴보는 야릇한 감정에 휩싸였다.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보여지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부분을 재혁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녀석의 숨결이 와 닿을 정도로 바짝이다. 다리를 배배 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또 무효라면서 다시 걷어올리라고 할까봐 저어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예지에게 있어서는 천년보다도 긴 시간 같았다. 재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흐음. 확실히 곰돌이는 아닌 것 같네.

재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치마를 확 내렸다. 그리고 두 손을 치마 속으로 넣어 팬티스타킹도 바로 했다. 뒤로 한발자국 물러선 재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항상 짓고 있는 비웃음이나 무표정한 얼굴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지만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녀석의 볼따구를 잡아버렸다. 재혁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웃고 있었다.

그게 어제의 일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예지는 현실로 돌아와 퍼뜩 놀랐다. 방금 전까지는 1미터 가량 떨어져 앉아있던 재혁이가 바로 앞까지 와 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아...아무 것도.

그러자 재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자, 그럼 빨리 또 보여줘.
뭐...뭐라고?

사색이 된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모아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다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을 재혁에게 들킬 것 같았기 ‹š문이다.

방금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무슨..... 말?
딴 생각 하고 있던 거 맞네. 어제 했듯이 오늘도 검사해 봐야지. 오늘도 곰돌이 팬티를 입었나 안 입었나.
안 입었어!
말로는 소용이 없잖아.

재혁은 빙긋 웃었다.

보여줘야 확실히 알지.

예지는 뭔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소꿉친구 길들이기 - 2부

예지는 다소 주저했다. 커다란 철제 문을 앞에 두고 나니 막상 벨을 누를 엄두가 나질 않았다. 교복을 입은 그녀는 문 앞을 서성이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때는 참 아무 생각없이 잘 드나들었는데....'

예지와 재혁이가 처음 만난 건 두 사람이 다섯 살 때인가 그런다. 예지로서는 그 당시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양가 부모님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아마도 그때쯤이지 싶었다. 그때 예지네 집은 여기 재혁이네 집에서 불과 백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았고 두 사람은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같은 유치원을 갔다. 아이들을 태우러 오는 버스가 길 끄트머리에 정차하는데, 거기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예지와 재혁이의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예지 아버지가 하는 사업이 그럭저럭 굴러갈 때였고, 재혁이네도 지금처럼 엄청 잘 사는 수준이 아니어서 양가의 수준도 비슷했다.

여름이면 양쪽 집에서 번갈아가며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었고 겨울이면 번갈아 초대해가며 전골잔치를 벌이곤 했다.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어른들이야 밤이 깊도록 즐거워했지만 아이들은 놀다가도 금방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러면 어느 집이든 방 하나에 이불을 깔아두고 두 아이를 나란히 눕혀 재우곤 했다. 그게 예지가 초등학교 때까지의 일이다.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링-

예지가 벨을 누르자 전자음으로 된 시그널이 들려왔다. 잠시 후, 벽에 달린 인터폰을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시죠?
아, 저... 재혁이 친구인데요. 최예지라고....

달칵- 소리와 함께 인터폰이 끊겼다. 그리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예지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렸을 때 평상을 두고 다같이 고기를 구워먹던 마당은 텅 비어있었다. 화단의 꽃은 마구잡이로 뻗쳐 있었고 잔디밭은 잡풀 반, 죽어가는 잔디 반이었다. 예지가 알기론 재혁이 엄마의 취미가 가드닝이었는데... 아무래도 사업이 바빠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몇 년만 더 두면 정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에 이르자 무뚝뚝한 표정의 아줌마 한 명이 서 있었다. 예지로서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모범생인 그녀는 일단 꾸벅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재혁이 친구...
아까 들었잖아요. 들어오세요.
네에.

말투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굉장히 쌀쌀맞은 사람이었다. 예지가 안으로 들어가 들고온 롤케Ÿ揚?내밀자 그녀는 그걸 받아들 생각도 안 하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도리어 멋적어진 예지가 오다가 빈손으로 오기 무엇해서 사왔다고 하자 고맙다는 소리도 없이 낚아채듯이 받아갔다. 부엌으로 향하는 여자의 등에 대고 예지가 물어보았다.

저, 재혁이는 아직 안 왔나요?
저야 모르죠. 방에 가서 기다리세요. 언제 올지 모르니까.
네에.

무뚝뚝하다 못해 싸늘하기까지한 말투에 예지는 다소 주눅이 들어 그대로 이층으로 올라갔다. 누가 안내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이층 두번째 방이다. 문을 열자 뭐라 말할 수 없는 어떤 냄새가 훅 밀려왔다. 청소가 안 되어 있다거나 너저분한 것도 아니었다. 바닥은 깨끗했고 입다 벗어둔 옷가지가 널려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수컷의 향이라고나 할까. 물론 남자 형제를 갖지 못한 예지로서는 그냥 냄새가 좀 난다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그런 냄새였다.

생각보다 깨끗하네...

그러고 보니 사춘기가 지나고 남자방에 처음 들어와 본 예지였다. 그러나 재혁이의 방은 워낙 어렸을 때 수시로 드나들었던 곳이라 남자방이라는 실감이 잘 나질 않았다. 오히려 그리운 마음까지 들었다. 장난감을 담은 플라스틱 박스가 쌓여있던 구석은 이제 커다란 책장이 자리하고 있었고 재혁이가 무척 좋아하던 공룡 장남감으로 장식되어 있던 벽은 커다란 평면TV와 게임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건 그대로잖아. 하하.

아무도 없는데, 혼자 웃음이 나온다. 예지는 책장 하나에 다가가 꽂혀있는 만화책 하나를 꺼냈다. 만화책을 좋아하던 재혁이는 용돈만 받으면 그걸로 만화책을 사모았고, 이에 질색한 그의 엄마가 몇 번이나 그러모아 갖다버려도 기어코 다시 사다가 채워놓고 그랬다. 덕분에 당시 초등학생이던 예지는 돈 한 푼 안들이고 만화책을 실컷 볼 수 있었고, 토요일 저녁이면 재혁이네 집에 놀러와 밤늦도록 만화책을 보다가 재혁이 침대에서 잠이 들곤 했다. 그럴 때면 재혁이는 바닥에서 자야 했지만 그렇다고 예지에게 놀러오지 못하게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침대랑 책상은 다 바뀌었네...

어린이용 침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놓여 있는 건 더블 베드쯤 되어보이는 성인용 침대였다. 어쩐지 거기에 걸터앉는 건 부담스러워서 책상에 있는 의자를 끌어다가 거기에 앉았다. 방금 책장에서 뽑아온 만화책을 몇 권 뒤적이다가 고개를 들어 책상 책꽂이를 살핀다. 그리고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이 녀석이 이러니까 맨날 교과서를 안 가져오지...

거기에는 손때가 전혀 타지 않은, 아주 새책 그대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교과서가 좌르륵 꽂혀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한 권 뽑아서 살펴보았지만... 필기나 밑줄은 고사하고 낙서 하나 되어 있지 않았다. 아마도 학교에서 책을 받고는 그대로 갖다 꽂아두고 아예 신경을 안 쓴 모양이었다. 기가 막힌 예지는 혀를 차며 교과서를 도로 꽂아두었다. 옆 칸에는 자습서도 과목별로 주루룩 꽂혀 있었다. 이 역시 아주 깔끔한 새 책들이었다.

이것도 아예 안 보나...?

개중에는 그녀가 보는 것과 다른 출판사의 자습서와 문제집도 잔뜩 있었다. 

'안 볼거면 달라고 해볼까...'

하고 생각하며 국어자습서를 향해 손을 뻗는데 등 뒤에서 문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재혁이었다. 세미 정장 차림이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예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도 없이 방으로 불쑥 들어왔다.

어...와..왔어?

그러나 재혁은 대답도 없이 자켓을 벗더니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가 무얼 하는 건가 싶어서 멀뚱멀뚱 쳐다보던 예지는 그가 허리띠를 풀기 시작하자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가렸다.

꺄악! 변태! 너, 지금 뭐하려고....

그러자 무뚝뚝한 재혁의 답변이 돌아온다.

내 방에서, 내가 옷 갈아입는데 누가 뭐라 떠들어?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예지가 그렇게 눈을 가리고 가만히 있노라니 다시 문소리가 난다.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벌리고 방안을 살피자 재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옆에 딸린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샤워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바닥에는 대충 벗어던지 대혁의 옷가지가 뒹굴고 있었다. 심지어 팬티까지. 그걸 본 예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제서야 자신이 남자의 방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났다.

'그냥 갈까.'

굳이 이렇게까지 만나서 이야기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이야기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거기서는 눈도 많고 오늘처럼 괜한 오해를 사게 될 것도 같았다. 그런 것도 싫었다.

달칵-

망설이고 있는데 문소리가 난다. 노크도 없이 방으로 불쑥 들어온 사람은 아까 예지에게 문을 열어 준 아줌마였다. 말끔하게 개어놓은 옷가지를 들고 들어온 그녀는 욕실 앞에 그것을 내려놓고 바닥에 놓인 옷가지를 수거해갔다. 예지는 그제서야 재혁의 방이 깨끗한 이유를 알았다. 재혁이가 깔끔해서 그런 게 아니라 치워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아줌마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예지에게는 딱히 말을 걸지도,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물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재혁이가 나온 모습을 보고 예지는 다시 또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야! 너어!!
아직 있었냐?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욕실을 나온 재혁은 알몸이었다. 그의 다리 사이에서 덜렁거리는 물건을 잠시나마 보고만 예지는 다시 또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을 가렸다.

옷을 좀 입어!
지금 입잖아.

예지는 무심하기 짝이 없는 재혁의 말투가 몹시 얄미웠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끝나고 띠리링- 하는 전자음 소리가 들릴 때까지 그녀는 눈을 계속 감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눈을 살짝 뜨고 쳐다보니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재혁이가 TV를 켜고 침대에 기대 앉아 있었다. 손에는 게임기 조종간이 들려 있었다. 그걸 본 예지는 기가 막혀서 따져물었다.

야, 너 아까 나한테 저녁에 와서 이야기 하자면서. 근데 사람 불러놓고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긴? 게임 하려는데?
저녁이라 해놓고 시간도 말 안 해주고, 그리고 막상 왔더니 집에도 없고.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전화를 하지 그랬냐.
난 너 폰번호 몰라.

그러자 재혁이가 예지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안해진 예자가 묻는다.

왜 그렇게 쳐다봐?
아니, 뭐... 니가 진짜 나한테 관심이 없었구나...해서.
관심이고 뭐고, 학교에선 제대로 이야기도 안 했었잖아.
...그랬나.

재혁은 다시 시선을 TV로 향했다. 조이패드를 몇 번 누르자 화면이 바뀌면서 어떤 비행기가 나타나 총알을 쏘기 시작한다. 참다 못한 예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이런 식으로 할 거면 그냥 갈래. 잘 있어.

문가로 가던 그녀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호칭에 우뚝 멈추고 만다.

야, 곰탱아.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재혁을 째려보았다.

야! 너! 나보고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어! 그게 대체 언제적....
그럼, 지금은 곰돌이 팬티 안 입냐?
당연히 안 입... 야! 내가 그걸 너한테 왜 말해야 돼!

씩씩거리며 따지려는데 재혁은 빙긋 웃을 따름이었다. 그는 리모콘을 들어 TV를 끄며 말했다.

알았어. 니가 안 입는 걸 확인시켜 주면 앞으론 절대로 곰돌이라고 부르지 않을게.
뭐?

예지는 재혁의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 했다. 약 30초 정도의 침묵 후에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가방을 재혁에게 집어던질 정도의 정신을 차렸다.

미쳤어?

그녀의 손가방을 가볍게 받아낸 재혁은 여전히 빙글거리며 말했다.

농담 아닌데? 만약 지금 확인 안 시켜주면 내일부터는 학교에서도 곰돌이라고 부를게. 곰돌이 반장... 이렇게 말야. 그리고 누가 왜 니가 곰돌이냐고 물으면 내가 보았던 광경을 정확하게 묘사...
시끄러!

예지는 소리를 빽 질렀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소꿉친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너,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 이젠 아주 저질이 됐구나? 다시는 너한테 말도 안 걸꺼야. 여기도 안 올 거구!

그러자 재혁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는 평소의 무뚝뚝한 어조로 돌아가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나 원래 저질이야. 그거 이제 알았어?
....뭐?
그렇잖아.

재혁이 침대에서 내려와 예지에게 다가왔다. 안 그래도 키가 큰데다가 그녀에게 바짝 다가서니 올려다 볼 수 밖에 없다. 예지는 살짝 무서워졌다.

내가 그렇게 저질인거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지난 몇 년동안 나 쌩깐거 아니었어? 봐도 모르는 사람인 척하고, 학교에서는 말도 안 섞고?
그...그거야, 너랑 나랑 같은 반도 아니고....
올해는 같은 반 됐잖아. 근데 왜 나한테 인사도 안 하고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건데?
.....
그래놓고 이제와서 한다는 소리가, 뭐? 니가 추천 받아야 되는데 내가 걸리적거린다고?
그렇게 말한 적 없어!
그거나 이거나! 썅!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어쩔래!

재혁의 표정은 자못 험악했다. 살짝 쫀 예지는 말꼬리를 내리며 말했다.

....불쾌하게 느꼈다면 미안해. 그렇지만 난 그냥....

겁이 먹은 듯한 예지의 표정을 보면서 재혁은 아차 싶었다. 뒤로 한 걸음 물러난 재혁은 다시 침대로 돌아가 걸터앉았다. 그는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니가 왜 미안하냐, 븅신이냐? 잘못은... 내가 했는데...

방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쭈볏거리던 예지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알았어. 담임한테는.... 뭐, 다시 이야기 해볼게. 추천이야... 뭐... 어떻게 되겠지.
담탱이가 진짜 그렇게 이야기했어?
'뭐가.
내가 범생이처럼 굴면 너한테 추천 준다고? 진짜루?
뭐, 일단은... 다른 선생님들도 의견을 내는 거니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재혁이가 고개를 들고 예지를 쳐다보았다.

좋아. 니가.... 추천 받도록 도와줄게.
뭐? 정말?

뜻밖의 협력에 예지는 대번에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나 재혁은 그렇게 좋은 녀석이 되지 못 했다.

단, 조건이 있어.

이어지는 재혁의 제안을 듣고 예진는 가방을 집어 던지려고 했지만, 이미 집어던진 후라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소꿉친구 길들이기 - 1부

지금으로서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네?

예지는 짧게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 담임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반장, 네가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반장으로서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지. 나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추천하고 싶어.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우리 반에는 재혁이가 있잖아.

예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재혁이 이 자식. 십 수년전, 친구들이 모두 모여 놀고 있을 때, 별안간 달려들어 그녀의 치마를 걷어올렸던 녀석. 그놈이 그런 식으로 그녀의 곰돌이 팬티를 만천하에 드러내게 했을 때부터 진작에 알아봤어야 한다. 이런 자식은 자신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재혁이랑....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예지는 다소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담임은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리 학교에 단 한 장 배정되어 있는 추천서야. 내 도장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여러 선생님의 인정을 받고 난 후에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 도장도 들어간다고. 다들 너에 대해서는 칭찬이 자자하지만 그런 만큼 재혁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계시거든. 어떤 분은 그런 말씀도 하셔. 재혁이가 그러고 있는 건, 아마도 네가 반장으로서 반 전체를 올바르게 이끌고 있지 못 하는 게 아니냐고....
그 자식을 저라고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예지가 이렇게 항변하는 이면에는 당신은 담임이 되어서 어쩜 그리 무책임하게 말하느냐는 의견도 깔려 있었다. 담임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예지의 속을 긁는 소리만 늘어놓을 따름이다.

뭐... 내가 알기론 둘이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면서? 어떻게 잘 설득하면 되지 않겠어?

꾹꾹 눌러참던 예지가 드디어 폭발했다.

제 말을 들어 쳐먹는 놈이면 애초에 우리 학교에 오지도 않았을 거라구욧!!!

교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이곳에 단번에 꽂힌다. 3학년 3반 반장이자, 전교 1등인 예지를 모르는 선생님은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녀가 이 정도로 열을 내며 화를 내는 걸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선생님들의 쏟아지는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지는 담임에게 따져물었다.

반장이 반 전체를 책임져야 하나요? 제가 추천서를 받는 일에 왜 재혁이가 문제가 되어야 하는지 전 도무지 모르겠어요!

담임은 손짓을 하여 예지더러 목소리를 낮추게 했다. 그는 인상을 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지. 너 말고도 추천서 노리고 있는 애들은 많아. 그 애들 담임도 다들 자기 학생을 S대에 보내고 싶어해. 그래서 가장 유력한 너를 어떻게든 깎아내리는 거야. 재혁이는 핑계일 따름이고.... 그치만 재혁이가 워낙 안 좋은 쪽으로는 유명한 거는 사실이잖아. 안 그러니?

예지는 분을 억누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동네에서 이재혁 모르면 간첩이다. 방금 담임이 말한대로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녀석을 모범생으로까지... 아니, 그 정도도 바라지 않아. 그냥 튀지 않은 평범한 녀석으로만 만들어 놓을 수 있다면 네가 추천서를 받아가는 데에 아무도 토를 못 달거야. 내가 장담하마.
그걸... 저보고 하라구요?
아까도 말했지만... 둘이 친구라면서?
친구 아니에요. 그딴 자식은 도저히....
아무튼, 뭐, 잘 해보렴.

예지는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무책임한 담임에게 뭔가 기대한 자기 자신을 탓한다.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선다. 처음에는 담임에게 굉장한 기대감이 있었다. 몹시 충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다른 학생들에게는 많은 신망과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추천에 대해서 힘을 못 써준다고 말하는 담임을 보며 예지는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교실까지 걸어서 돌아가며 예지는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때는 3월 2일. 새로운 반에 배정받은 아이들은 서로 아는 사람을 찾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까불며 놀고 있었다. 고3이 된 그들이 느끼는 중압감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나이대의 발랄함까지 앗아갈 순 없는 거였다. 종이 울리고 그들의 담임이 나타났다. 교실 앞문을 가득 채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다란 덩치의 그는 뚜벅뚜벅 걸어와 교탁 앞에 섰다. 맨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담임의 얼굴을 바라보기 위해서 고개를 쳐들어야 했고, 그 결과 뒷목에 은은한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정장이 아니라 검정색 츄리닝 차림을 한 그는 반 전체를 쓰윽 둘러보더니, 예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일어나게 했다. 그가 꺼낸 첫 마디는 이랬다.

너 딱, 반장처럼 생겼다. 반장해라.

물론 예지가 지난 1학년, 2학년 통틀어 두 번이나 반장을 했고 이번에 같은 반이 된 예전 친구들은 내심 그녀가 또 반장이 되리라 생각은 했다. 그렇지만 방금 담임이 그녀에게 임시반장을 시킨 이유는 정말 말도 되는 이유였다. 반장처럼 생겼다니... 그게 대체..... 담임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며 다들 침묵하는 가운데 맨 뒷자리에 앉은 재혁이만 허리를 잡고 박장대소를 해댔다. 담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재혁에게 물었다.

왜 웃지?

정말 몰라서 묻는다는 투였다. 그러자 재혁이 낄낄거리며 답했다.

그야 선생님 말투가 졸라 웃기니까 그러죠. 예지가 반장처럼 생겼대... 크크크큭큭큭...

담임은 교탁에서 물러나 재혁이 바로 옆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표정은 기묘했다. 비스듬히 앉아서 낄낄거리던 재혁은 살짝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왜...왜 그래요?

담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는 다소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방금, 나한테 한 말을 다시 해봐. 뭐라고 했지?

그러자 재혁은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웃기다구요.
아니, 그 앞에 한 말 있잖아. 어떻게 웃기다고?

한결같이 무뚝뚝한 담임의 말투가 재혁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재혁은 바닥에 침을 퉤- 뱉고는 다시 말했다.

졸라 웃기다구요, 조~올~라 웃기...

그러나 재혁은 그 말을 더 이어 갈 수 없었다. 담임이 그렇게 이죽거리고 있던 재혁의 죽빵을 그대로 날렸기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뺨을 친 것도 아니고 주먹으로 면상을 후려 갈긴 것이다. 여자애들은 비명을 질렀고 남자애들은 웅성거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의자와 책상을 타넘어간 재혁을 그대로 두고 담임은 교탁으로 돌아왔다. 방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는 예지를 보고 말했다.

반장?
네....에?

방금 전, 자신의 소꿉친구가 한방에 나가떨어진 상황을 보고 눈을 크게 뜨고 있던 예지는 갑작스러운 호출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임이 말했다.

인사해야지.
아, 예.

그녀가 구령을 붙이고 차렷 자세를 취하자 반 아이들의 시선도 전부 앞으로 향했다. 개중에는 뒤쪽에 쓰러져 있는 재혁이에게 시선을 주는 아이도 있었지만 금방 시선을 거두고 앞을 본다.

선생님께, 경례.
안녕하세요.

예지의 구령에 맞추어 전원 - 아니, 쓰러져 있는 재혁을 뺀 나머지 - 인사했다. 담임은 마주 인사하고 몸을 돌려 칠판에 자기 이름을 썼다. 박. 태. 근. 글자 하나하나가 사람 머리통보다도 크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아이들을 둘러본다.

반갑다. 난 이번에 부임한 박태근이라고 한다. 담당은 체육이고 올해 첫 선생질 시작하는 거라 미숙한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으니 여러분과도 잘 통하리라 생각해. 궁금한 거나 상담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도록.

담임의 첫 인사를 들으며 아이들은 전부 똑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낀다고?!!'

아무도 등을 돌려 확인하진 않았지만 어째 신음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방금 강펀치를 맞고 몸이 날아간 학교 일진께서는 기절을 한 모양이다. 그 일진의 사회적 배경을 알고 있는 몇몇 학생들은 도리어 자기 담임을 측은하게 여기기도 했다.

'올해 선생 처음이라고 하시더니.... 금방 끝나겠네....'

예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례가 끝나고 프린트물을 받기 위해 담임을 따라가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선생님.
응? 왜 그래, 반장?
괘...괜찮을까요? 저기, 저, 그러니까.
괜찮아. 원래 남자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니까.

예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은 애가 아니잖아!'

아뇨,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저기... 재혁이는 그게....

예지는 무척 망설였다. 재혁이의 아버지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이고 비록 현재는 야당이지만 거기서 최고의원인가 의장인가 까지 했던 사람이라는 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재혁이가 예전부터 저렇게 막 나가는 데에는 그런 든든한 백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배경을 아는 누구 하나 재혁이의 일탈을 쉽게 나무랄 수 없었다.

그건 신경끄고 말야, 반장. 추천 입학 노리고 있지?
네? 네에... 그건 어떻게....

어느새 교무실까지 도착했다. 담임은 자기 자리까지 따라온 예지에게 종이 한 장을 주었다.

너 2학년 담임하신 양 선생님한테 들었어. 이게 자기소개서 양식이니까 말야. 여기에 들어갈 문구라던가 수상내역 같은 거, 미리미리 조사해두도록 해. 추천입학이라는 게 시간이 많은 듯 하면서도 알고보면 그리 많은 게 아니거든.

예지는 담임에게 자기소개서와 신청서를 받아들고 교무실을 나왔다. 어안이 벙벙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담임은 자기 반 학생의 대부분을 그런 식으로 챙겨주었다고 한다. 특정 과목이 부족한 녀석에게는 참고서와 학원을 추천하고, 가정형편이 나빠 아르바이트를 하는 녀석들은 미리 야자를 빼주었다. 학업 성적이야 기록을 보아 안다고 쳐도 개인 사정 같은 건 학생들의 1,2학년 시절 담임들을 일일이 만나 사정을 미리 듣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지는 또 다른 의문에 휩싸였다. 저 정도로 학생들에 대해 미리 조사를 했다면 재혁이의 배경에 대해서도 분명 모르지를 않았을텐데 초면에 왜 그렇게 세게 나갔을까.

실제로 재혁이는 처음에 담임에게 그렇게 맞고 난 후, 학교를 무단으로 빠졌다. 지 아버지라도 끌고 학교로 쳐들어오는 거 아니냐고 다들 의견이 분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흘도 되지 않아 조용히 학교로 돌아왔다. 담임은 교실에 나타난 재혁을 보고도 자리에 앉으라는 말 이외에는 전혀 탓하지 않았다. 다들 미스테리라고 생각했지만 누구 하나 재혁이에게 물어볼 엄두를 못 냈다. 기절 사건 이후로 학교에서는 굉장히 얌전해진 재혁이었지만 자기 담임 이야기만 나오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에서만 얌전해졌을 뿐이지 학교 바깥에서 패거리를 끌고 다니며 하는 못된 짓은 여전했다. 그렇게 반 학기가 흘러갔고 재혁의 악명은 여전했다. 예지는 그걸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지금에 이르러서는 예지의 앞길을 막고 있다.

드르륵-

교실문을 밀고 들어가자 떠들썩한 교실의 소리가 일순 죽었다. 방금 들어선 사람이 선생이 아니라 예지라는 걸 알고 다시 떠들기 시작한다. 예지는 교탁 앞에 서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담임의 전언을 말한다.

선생님이 올라오기 귀찮다고 종례를 나보고 하래.

아이들이 환호를 올리며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중간고사도 며칠 전에 끝났고 보름 후에 있을 축제까지 야자는 없었다. 담임이 이런 식으로 종례를 끝내는 경우도 근래에는 왕왕 있다. 청소당번들만 남고 우루루 나가기 시작했다. 예지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서둘러 교실 뒤쪽으로 갔다. 그리고 재혁의 셔츠 자락을 잡아당겼다. 친구들과 어울려 나가려던 재혁이 예지를 돌아본다.

어? 왜 그래, 반장?

담임이 예지를 반장으로 호칭한 이래 이 반에서는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이 사라졌다. 자기 공부 하느라 바쁜 예지는 친구를 사귈 여력이 별로 없었고 그렇기에 그녀에게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는 친구는 찾기 힘들었다. 때문에 각 반마다 직함을 호칭하는 반장이라는 명칭이 마치 그녀의 이름처럼 쓰이고 있다. 3반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다른 반에서조차.

잠깐, 나 좀 봐.

그러자 재혁의 주변에 있는 남자애들이 짖‚œ게 웃으며 예지를 놀려대었다.

어얼~ 반장. 그렇게 안 봤는데 열라 적극적인데?
야! 재혁이는 어제 번호 딴 애 있어서 안 돼. 나랑 놀자.

저희들끼리 시시덕거리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예지는 재혁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담임이 너한테 전하는 말이 있어.

그녀의 예상대로, 재혁은 표정이 확 일그러지며 주변을 향해 먼저 가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교실 한쪽으로 갔다. 재혁은 이리저리 목을 꺾으며 말했다. 

씨발, 담탱이가 또 왜? 약속대로 학교에서는 죽은 듯 지내고 있잖아.

예지는 조금 의아했다. 약속대로라니. 담임과 이 녀석이 무슨 약속이라도 했다는 걸까. 하긴 1,2학년때 재혁이가 학교에서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 3학년 들어서 보낸 지난 몇 달 동안은 정말 쥐 죽은듯이 보낸 게 맞다.

사실 너한테라기 보단... 나한테 한 게 맞지만, 결국은 니 문제라서 그래.
뭐....가 그렇게 복잡해?

예지는 재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허우대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꽤 괜찮은 편이지만 입만 열면 쌍소리에 깡통소리가 난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 추천 입학가려고 해.
가라? 누가 뭐래디?

재혁의 퉁명스러운 어조를 무시하며 예지는 자기 말을 계속 했다.

근데 우리 반에 있는 니가 문제아라고 다른 선생들이 반대한다잖아. 그래서 담임이 날 추천 못 해 주겠대.
씨발.... 핑계 한 번 존나게 좋네.

재혁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러자 예지가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런 거! 이런 거 좀 하지 말라고! 네가 분명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서는 얌전해진 거 알겠는데, 그래도 여전히 불량스러워. 니가 이러면 내가 지적 받는단 말야! 알겠어?

그러자 재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예지를 쳐다보았다. 예지는 그 눈빛에 다소 흠칫했다.

왜... 왜 그래?
그래서, 니가 추천입학하려는데... 내 도움이 필요하다, 이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재혁은 뭔가 투덜거리다가 이내 자세를 바로했다. 그리고 예지를 두고 그냥 걸어가기 시작했다. 

기다려!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해?

그러나 재혁은 대꾸도 않고 그대로 교실 문까지 이르렀다. 다급해진 예지가 소리를 꿱 질렀다.

야! 이재혁!

청소를 위해 책상을 나르던 애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사람을 쳐다볼 정도였다. 문을 나서기 직전, 재혁은 예지를 돌아보고 말했다.

나, 지금은 약속이 있으니까 바쁘고. 이따 저녁에 우리 집에 와라. 그 때 이야기 하자.
뭐라고??

예지는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재혁은 보이지 않았다. 싸우는 게 아닐까 싶어 조심스럽게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이 중 한 명이 예지에게 다가와 물었다.

반장, 우리 청소 검사는.... 담임이 하는 거지?

예지는 그제서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응. 이따 올라 오신다 그랬어. 그럼, 수고해. 나 가볼게.

자기 자리로 돌아간 예지는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가보았다.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넘쳐나는 통학로길에서 재혁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미술선생님(남자)

나는 17살, 고등학생이다. 여자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공부에는 별 흥미가 없지만 독서를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린다. 얼굴은 평범하고 몸매도 평범하지만 가슴은 좀 크다. 여름에 티셔츠를 입으면 지나가는 아저씨들이 뚫어지게 쳐다볼 정도.

어제는 미술선생님한테 손바닥을 회초리로 많이 맞았다. 다른 애들의 그림을 대신 그려준 벌이었다. 애들이 부탁해서 그려줬는데 그걸 미술선생님에게 들켰다. 다른 애들의 그림을 그려주면 안된다며 나 잘 되라고 때리는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오늘, 복도에서 미술선생님을 마주쳤다. 나는 어제 혼난 것 때문에 소심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제라야, 손바닥은 괜찮아?
네..
어제는 때려서 미안했다. 종례 끝나고 미술실로 와.
네..
일단 대답은 했지만 미술실로 왜 오라고 하는걸까? 의아했다. 더 혼내려는 걸까? 
미술선생님이 미술실로 오라고 한 것 때문에 마음이 불안했다.
종례가 끝나고 가방을 교실에 둔 채로 미술실에 갔다.
미술실은 항상 열려있고 그 안으로 한번 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술선생님의 화실이 따로 있다. 그리고 베란다도 있다. 미술 선생님의 화실과 연결된 베란다 바깥으로 학교 뒷산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보여서 나는 그 공간이 좋았다. 
선생님은 캔버스를 짜고 계셨다. 대형 그림을 그릴 경우, 캔버스를 직접 만드는 것이 돈이 덜 들기 때문이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미술선생님은 나를 보고는 무심한 표정으로 화실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하셨다. 

소파에 털썩 앉아 베란다 바깥으로 보이는 나무를 쳐다봤다. 항상 서늘한 바람이 부는 화실은 오늘도 밖보다 기온이 낮았다. 겨울에는 춥지만 요즘같은 여름에는 화실이 명당이다.
아까의 걱정과 불안감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졸음이 밀려왔다. 눈을 살짝 감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미술선생님이 내 옆에 앉는 느낌이 들었다.
제라야, 졸려?
눈을 뜨고 옆을 바라보니 내 곁에 바싹 붙어 앉은 미술 선생님이 보였다.
아니요, 안 졸려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제는 아팠지? 손은 좀 어떠니?
하시면서 내 손을 잡으셨다. 선생님 손은 차갑고 축축했다. 내 손바닥을 보시고는 한쪽 팔로 내 등을 만지셨다. 가슴쪽에 좀 가까웠다.
내 몸이 움찔했다. 
내가 부탁이 있는데, 내일 나 좀 도와줄래?
네? 네..
선생님의 급작스런 스킨십 때문에 긴장되었다. 내 손을 잡은 손을 주물주물하시는데 내 가슴쪽에 가까운 손도 서서히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내일 선생님 화실에서 모델을 좀 해줬으면 하는데..
아....네
내가 주말에 다니는 그림학원에서도 선생님과 학생들이 번갈아 가며 모델을 하므로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 사이 선생님의 손이 내 가슴에 매우 가깝게 다가왔고, 나는 몸을 움찔거리며 살짝 발버둥을 쳤다. 그러자 와락, 선생님이 손이 내 가슴을 움켜잡았다. 
아..선생님..?
이게 성희롱인가? 싶어 울상을 짓고만 있는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브래지어는 벗는게 좋겠다.
네에?
성희롱이 맞구나! 싶어서 더 눈물이 나왔다. 
내일 모델을 해주려면 오늘부터 브래지어는 벗는게 좋아
네? 누드모델이요?
누드모델이라니? 깜짝 놀랐다. 
속옷 라인이 안 보이는게 그리기 편하니까, 지금부터 벗고 있거라!
선생님의 강압적인 말투가 무서워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가슴을 계속 움켜줘고 있었다. 그러더니 내 하복 윗도리 단추를 풀기 시작하셨다.
지금부터 벗고 내일도 브래지어 하지 말고 오거라! 알았지?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싫다고 말하기도 어려웠지만 말대꾸하면 맞을 것 같았다. 선생님은 내 윗도리의 단추를 다 풀어버리고, 차갑고 축축한 손을 내 등 뒤로 돌려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으셨다. 등에 소름이 돋았다. 
흐..윽....
어라? 너 왜 이상한 소리를 내냐?
네? 아니...
가슴이 아프니? 이런, 내가 좀 살펴 봐줄께
라고 하시더니 내 브래지어를 가슴 위로 올리더니 젖꼭지를 양손으로 만지셨다. 등 뒤로 소름이 아까보다 수십배 더 쫙 돋았다. 생소한 느낌에 선생님의 팔을 잡았지만, 아랑곳 않으시고 젖꼭지를 마구 문지르셨다. 
흑.. 선생님.. 
응, 괜찮아. 정상이구나. 그리고 깜빡했는데 팬티도 벗어라, 라인이 남으니까 말이야.
라며 내 젖꼭지를 입으로 빨으셨다. 한순간 정신이 혼미해져서, 내 치마를 올리고 팬티를 내리시는 선생님의 팔을 저지할 수 없었다. 위도 아래도 시원해져서 기분이 이상했다. 
밑에도 괜찮은지 봐주마, 자꾸 선생님 팔 막지 말고! 어제도 그렇지만 오늘도 너 잘되라고 하는거야!
으응...흑....
신음말고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차갑고 축축한 손가락이 내 보 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아! 선생님.. 아아!
아까 젖꼭지 만진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느낌이 밑에서부터 확 올라와서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선생님의 손가락이 내 보 지를 강하게 비집고 들어가 동네 오빠들이 콩알이라고 불렀던 부위를 마구 비비셨다. 온 몸이 강렬하게 떨렸다. 
아...아,아,아,아.... 아...
하하, 아주 좋아? 좋지, 느낌이 좋지? 어때?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이 느낌이 좋은 느낌이라는 건가? 온 몸의 근육이 떨리는 이 느낌이? 선생님은 무서울 정도로 내 콩알을 비벼댔다. 선생님 팔의 힘줄이 튀어나올 듯이 울퉁불퉁했다. 그러더니 한순간, 손가락을 멈추셨다. 온 몸이 비틀어지는것 같은 느낌이 끝나버렸다. 뭔가 아쉬웠다.
내일 브래지어와 팬티 하지 말고 아침 10시까지 여기 일층 주차장으로 와! 그럼 이제 가봐라
선생님은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나서 캔버스 쪽으로 가셨다. 내 윗도리는 벌려져 있었고 치마는 허리까지 말려간 상태로 다리가 쫙 벌어져 있었다. 난 수치심으로 얼굴이 벌게졌다. 바닥에 있던 브래지어와 팬티를 집어들고 주섬주섬 화실을 나섰다. 미술실에서 윗도리의 단추를 잠구고 팬티를 입으려다가 선생님의 말이 생각나서 브래지어와 팬티를 둘둘 말아서 손 안에 쥐고 교실로 돌아갔다.

전부 하교하고 텅 빈 교실에서 가방을 챙기고 늘 하던 데로 신발을 갈아신었다. 원래는 일층 현관에서 갈아신어야 되지만 지금처럼 좀 늦은 시간에는 미리 갈아신어도 뭐라고 혼낼 선생님들이 없었다. 그런데 교실을 나서자마자
제라, 너 왜 복도에서 신발을 신고 있나?!
아, 체육선생님이 아직 있었나보다. 게다가 우리반 담임선생님이다.
죄송합니다
자꾸 신발신고 복도를 다니니까 여기가 더러워지잖아!
죄송합니다..
이후 정적이 흘렀다. 왜 아무 말씀도 없으신 걸까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선생님 얼굴을 쳐다보니 내 가슴쪽에 시선을 고정하신 채로 가만히 서 계셨다. 
아차, 브래지어는 가방에 처박은 채 나는 맨가슴이었다. 게다가 아까 미술선생님이 집요하게 비틀어댄 탓에 젖꼭지가 단단하게 커져 있었기 때문에 얇은 하복위로 젖꼭지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고, 새까만 젖꼭지의 색깔도 보이는 듯 했다. 나도 같이 민망해서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은 시선을 돌리시더니 
다음부터 조심하고, 가 봐라.
라고 하셨다.
네.. 안녕히 계세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단 학교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학교에서 집까지 노브라로 걸어갈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밀려왔다. 고민이라도 있는양 팔짱을 끼고 어색하게 걸었다. 

다음날.
오늘은 토요일이라 학교를 안 가지만 어제 미술선생님의 부탁 때문에 학교를 가는 중이다. 팬티 없이 집에서 바지를 입어보니 가랑이가 어색해서 그냥 원피스를 입었다. 일층 주차장으로 가서 미술 선생님의 차를 찾았다. 자동차에는 관심이 없어서 뭔 종류인지 모르지만 앞좌석만 있고 뒤는 짐을 싣게 되어 있는 하얀 차가 미술 선생님꺼다. 트럭은 아니고, 보통 승용차보다 조금 길다. 
미술 선생님은 운전석에서 책을 읽고 계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운전석 쪽으로 가서 인사를 했지만 나를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없으시다. 곧 창문을 지익 내리셨다. 그리고 손을 내 가슴쪽으로 뻗으셨다. 깜짝 놀래서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야, 가까이 와
기분이 나쁘신 듯한 말투에 흠칫해서 다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의 양손이 주저없이 내 가슴을 주물렀다. 내 사타구니가 확 달아올랐다. 난 움직임 없이 선생님의 양손이 내 가슴을 내키는 대로 주무르도록 내버려뒀다. 내 보 지가 움찔했다. 왜 그렇게 되는지 확실하게 모르겠다. 나도 그냥 그대로 있었다. 
선생님은 손을 거두더니, 운전석 문을 열으셨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가까이오라는 손짓을 하셔서 선생님께 다가갔다. 선생님은 다시 양손을 뻗으셔서 한손은 가슴을 주무르고, 다른 한 손은 원피스 치마를 위로 올려 곧장 내 보 지를 문지르셨다. 
으흑
나는 무너질 것 같아서 양 팔을 선생님의 어깨에 올렸다. 두 다리는 여전히 차 밖에 있었으므로 누가 봤다면 웃긴 꼴이었을 거다. 선생님의 손가락이 어제처럼 내 보 지를 강하게 비벼대었다. 
아,아,아,아,아
이상한 소리가 내 입에서 저절로 나왔다. 내 정신을 말짱했지만 몸은 아니었다. 얼굴이 찡그려졌다. 선생님은 무자비하게 내 보 지를 계속 비벼댔고, 어느새 원피스를 가슴까지 밀어올려 젖꼭지를 입으로 빨기 시작하셨다. 젖꼭지에 축축하고 차가운 선생님의 혀가 징그럽게 닿아 빨으시니 더욱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흐흑, 흑, 아, 아아, 아, 아아, 흐, 흐윽
그러더니 또 갑자기 선생님이 내 가슴에서 입을 떼고 보 지에서 손가락을 빼셨다. 
이거 뭐야
에? 보 지에서 손가락이 갑자기 빠져서 뭔가 허탈한 와중에 급작스레 질문을 하셔서 선생님을 내려다보니 자신의 손가락을 나에게 보이시며 묻고 계셨다. 선생님의 손가락은 젖어있었다. 
이 손가락으로 어떻게 운전을 해?
네?
옆으로 와서 앉아라, 그만 가자
네..
내가 뭘 어떻게 한 것도 아닌데 기분 나쁘신 말투로 질문하시니 나도 기분이 상했다. 토라진 얼굴로 조수석에 앉았다. 
이거 빨아라
네?
내가 조수석에 앉자마자 자신의 손가락을 내 얼굴 앞으로 불쑥 내밀며 말씀하셨다. 그리고 대답도 제대로 듣지 않고 자기 손가락을 내 입 안으로 마구잡이로 밀어 넣으셨다.
응.. 욱, 쭙.. 쭙..
도저히 손가락을 빼기 힘들게 손바닥을 내 얼굴에 밀착시키고 손가락을 넣으셔서 난 선생님이 말하신대로 손가락을 빨 수밖에 없었다. 차갑고 미끈미끈, 기분나쁜 손가락. 
으읍, 쭙, 쭙.. 
얼마나 빨았을까, 선생님 손가락이 내 침으로 더 흠뻑 젖었을거란 생각이 들었을 때 손가락이 입안에서 빠져나갔다. 숨을 몰아쉬고 있는 와중에 선생님은 차의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하셨다. 학교 대문을 빠져나오고 학교 앞 약국 있는 삼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선생님의 한 손이 내 치마를 걷어올리고 보 지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어제나 아까와는 다르게 매우 천천히, 부드럽게 비벼댔다. 그게 더 싫었다. 내 양손을 어찌할 줄을 몰라서 안전벨트만 만지작 거렸다. 
제라야
내 보 지를 비비는 손길보다 더 부드러운 말투로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셨다. 
네..
한 번만 말할 테니까 내가 말한대로 하렴. 두 번 말하지는 않을께
네...
제라 너 손으로 선생님 바지 지퍼 내리고 선생님 자지, 고추를 만지렴
........
몸이 굳었다. 
거부할 수도 없었다.
안전벨트를 꽉 쥐고 있던 손을 풀어 선생님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팬티를 안 입고 있으셨던지, 선생님의 고추, 자지가 바로 나왔다. 
선생님의 자지를 손으로 감쌌다. 
손바닥으로 선생님 자지를 감싼채로 위아래로 움직이렴
선생님 말대로 했다. 
흐음, 흠!
끼익, 차가 급정거를 했다. 뒤의 차가 빠앙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은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선생님의 손가락이 내 보 지를 만지는 것과 동일한 속도로 나도 선생님의 자지를 위아래로 비볐다. 우리 둘의 손이 서로의 치마, 바지에 들어가 있는 것이 우스웠다. 

선생님의 개인 화실은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우스울 만큼 학교와 가까웠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리기 위해 선생님의 손가락이 보 지를 빠져나갔다. 나도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자지에서 손을 떼었다. 
나는 치마가 자연스럽게 내려갔지만 선생님의 자지는 바지 지퍼 밖으로 튀어 나온 것이 참 민망했다.
선생님이 가는대로 따라 들어갔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자물쇠로 따고 들어가니 그곳은 햇살이 가득한 넓은 화실이었다. 
창문이 아주 넓었다. 눈이 부셔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서 있었다. 
저기 매트에 앉아라.
아까는 부드럽더니 이제는 또 퉁명한 말투다. 선생님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그런지 성격이 괴팍한 것 같다. 그리고는 나무로 만든 파티션 뒤로 가버리셨다.
나는 화실 한 가운데 있는 매트리스에 걸터 앉았다. 선생님이 계속 만지셔서 그런지 보 지 속이 좀 쓰라렸다. 
화실은 두 벽이 전부 창문인데 그 중 하나에서 환한 햇살이 들어왔고, 다른 하나로는 옆 건물이 훤히 보였다. 옆 건물에서는 어떤 사람이 뭔가를 열중해서 그리고 있었다. 옆 건물도 화실인 것 같았다. 
선생님이 파티션에서 나오셨는데 입은 것이 하나도 없으셨다. 알몸으로 나오셨는데 선생님 자지가 몸에서 직각으로 서있었다. 
선생님은 오늘 네 몸을 샅샅이 보고 자세히 기억해서 그릴 거야. 거기에 잘 협조해주렴.
매우 매우 부드럽게 말씀하셔서 나도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손을 등 뒤에 놓고 다리를 벌리렴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다리를 벌렸다. 보 지가 시원해졌다. 선생님이 다가와서 내 다리를 더 벌리셨다. 선생님의 축축하고 차가운 손가락이 내 허리와 보 지에 닿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가 뒤로 넘어가 매트리스에 누워 버렸다. 하얀 천장이 보였다. 
선생님의 손가락이 보지를 부비지 않고 뭔가 생소한 곳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내려 쳐다보니 선생님의 손가락 한 개가 보 지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것으로 한참 집어넣다 뺐다를 반복하다가 더 많이 집어넣으셔서 헉, 하고 숨을 마셨다. 숨을 들이쉬기가 힘들어졌다. 
선생님의 손가락들이 보 지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해서 숨을 몰아쉬었다. 
허, 허억, 허억
손가락이 쑥 하고 빠져나오더니 선생님이 내 몸 위로 자신의 몸을 겹치셨다. 선생님의 얼굴이 내 얼굴과 가까워졌다 라고 생각한 순간 선생님이 내 입속 가득 자신의 혀를 넣으셨다. 처음 해보는 키스. 입 속을 가득 메운 키스. 선생님은 손가락 뿐만 아니라 입술과 혀도 너무 너무 징그럽고 축축했다.
으으응, 으으으응, 응, 웅.. 웁
눈을 감고 선생님과의 키스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보 지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들었다. 
응!으응!!!웁!!!!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선생님의 입술과 혀로 가득한 입 안에서만 비명이 맴돌았다. 
보 지가 너무 너무 아팠다. 아프다, 아프다.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눈물이 계속 나와서 눈꼬리를 타고 계속 흘렀다. 
으으!!으웁!!!으으으으으응, 응으으, 응, 응, 흐흑, 흑, 흐흐흑
아픈 것을 멈춰달라고 선생님 등을 마구 때리고 할퀴었지만 이내 선생님이 내 양손을 자신의 손으로 깍지 껴서 꽉 잡으셨다. 손과 손 사이는 땀으로 미끈거리고, 입술과 입술이 맞닿은 부분에서는 낯뜨거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보 지의 고통이 좀 덜한 것이, 선생님의 자지가 빠져나간 것 같았지만 다시 강하게 삽입되었다. 그것이 한 번이 아니라 정신 못차릴 정도로 빠르고 강하게 계속 삽입하셨다.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신음했다. 제발 제발 멈춰달라고 속으로 빌고 빌고 빌었다. 선생님의 삽입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보 지가 불타는듯이 쓰리고 뜨겁고 아팠다. 
선생님의 입술이 내 입에서 떨어졌다. 
아아, 아파, 선생니임, 흑, 흑, 아파, 아야, 아야아아아.. 아야.
바보처럼 아프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 제대로 된 단어를 말할 수 있는 정신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내 보 지에 벌을 주실건지 생각하는 와중에 선생님이 상체를 일으키셨다. 끝났다! 라고 생각했는데 여태까지 움직이신 것은 천천히 한 거라고 강하게 말씀하시는 것처럼 매우 빠르게 자지를 내 보지에 박으셨다.
으으아아악,아아아악,아악,아아아앙!!
비오는 날 항상 교정에 나타나는 미친년마냥 괴성를 질러댔다. 아파서 생각하는 것을 관두고 소리를 지르기를 무의식적으로 결정한 것 같았다. 선생님이 자지 박으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셨다. 
그리고 마침내 멈추셔서 살짝 몸을 떨으셨다. 
처음 내 보 지에 박으셨던 것과 같이 선생님의 자지가 내 보 지에서 확 빠졌다. 무언가 미지근한 액체가 보 지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다리가 활짝 벌려진 채로 가만히 있었다. 
선생님은 벌떡 몸을 일으켜서 이젤 앞에 앉으시더니 나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다. 이제 내 몸을 짓누르는 것도 없는데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햇살은 여전히 환했고, 옆건물의 남자는 이제 내쪽을 바라보며 자신의 자지를 손으로 비벼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