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서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네?
예지는 짧게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 담임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반장, 네가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반장으로서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지. 나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추천하고 싶어.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우리 반에는 재혁이가 있잖아.
예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재혁이 이 자식. 십 수년전, 친구들이 모두 모여 놀고 있을 때, 별안간 달려들어 그녀의 치마를 걷어올렸던 녀석. 그놈이 그런 식으로 그녀의 곰돌이 팬티를 만천하에 드러내게 했을 때부터 진작에 알아봤어야 한다. 이런 자식은 자신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재혁이랑....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예지는 다소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담임은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리 학교에 단 한 장 배정되어 있는 추천서야. 내 도장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여러 선생님의 인정을 받고 난 후에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 도장도 들어간다고. 다들 너에 대해서는 칭찬이 자자하지만 그런 만큼 재혁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계시거든. 어떤 분은 그런 말씀도 하셔. 재혁이가 그러고 있는 건, 아마도 네가 반장으로서 반 전체를 올바르게 이끌고 있지 못 하는 게 아니냐고....
그 자식을 저라고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예지가 이렇게 항변하는 이면에는 당신은 담임이 되어서 어쩜 그리 무책임하게 말하느냐는 의견도 깔려 있었다. 담임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예지의 속을 긁는 소리만 늘어놓을 따름이다.
뭐... 내가 알기론 둘이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면서? 어떻게 잘 설득하면 되지 않겠어?
꾹꾹 눌러참던 예지가 드디어 폭발했다.
제 말을 들어 쳐먹는 놈이면 애초에 우리 학교에 오지도 않았을 거라구욧!!!
교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이곳에 단번에 꽂힌다. 3학년 3반 반장이자, 전교 1등인 예지를 모르는 선생님은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녀가 이 정도로 열을 내며 화를 내는 걸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선생님들의 쏟아지는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지는 담임에게 따져물었다.
반장이 반 전체를 책임져야 하나요? 제가 추천서를 받는 일에 왜 재혁이가 문제가 되어야 하는지 전 도무지 모르겠어요!
담임은 손짓을 하여 예지더러 목소리를 낮추게 했다. 그는 인상을 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하지. 너 말고도 추천서 노리고 있는 애들은 많아. 그 애들 담임도 다들 자기 학생을 S대에 보내고 싶어해. 그래서 가장 유력한 너를 어떻게든 깎아내리는 거야. 재혁이는 핑계일 따름이고.... 그치만 재혁이가 워낙 안 좋은 쪽으로는 유명한 거는 사실이잖아. 안 그러니?
예지는 분을 억누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동네에서 이재혁 모르면 간첩이다. 방금 담임이 말한대로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녀석을 모범생으로까지... 아니, 그 정도도 바라지 않아. 그냥 튀지 않은 평범한 녀석으로만 만들어 놓을 수 있다면 네가 추천서를 받아가는 데에 아무도 토를 못 달거야. 내가 장담하마.
그걸... 저보고 하라구요?
아까도 말했지만... 둘이 친구라면서?
친구 아니에요. 그딴 자식은 도저히....
아무튼, 뭐, 잘 해보렴.
예지는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무책임한 담임에게 뭔가 기대한 자기 자신을 탓한다.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선다. 처음에는 담임에게 굉장한 기대감이 있었다. 몹시 충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다른 학생들에게는 많은 신망과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추천에 대해서 힘을 못 써준다고 말하는 담임을 보며 예지는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교실까지 걸어서 돌아가며 예지는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때는 3월 2일. 새로운 반에 배정받은 아이들은 서로 아는 사람을 찾아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까불며 놀고 있었다. 고3이 된 그들이 느끼는 중압감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나이대의 발랄함까지 앗아갈 순 없는 거였다. 종이 울리고 그들의 담임이 나타났다. 교실 앞문을 가득 채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다란 덩치의 그는 뚜벅뚜벅 걸어와 교탁 앞에 섰다. 맨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담임의 얼굴을 바라보기 위해서 고개를 쳐들어야 했고, 그 결과 뒷목에 은은한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정장이 아니라 검정색 츄리닝 차림을 한 그는 반 전체를 쓰윽 둘러보더니, 예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일어나게 했다. 그가 꺼낸 첫 마디는 이랬다.
너 딱, 반장처럼 생겼다. 반장해라.
물론 예지가 지난 1학년, 2학년 통틀어 두 번이나 반장을 했고 이번에 같은 반이 된 예전 친구들은 내심 그녀가 또 반장이 되리라 생각은 했다. 그렇지만 방금 담임이 그녀에게 임시반장을 시킨 이유는 정말 말도 되는 이유였다. 반장처럼 생겼다니... 그게 대체..... 담임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며 다들 침묵하는 가운데 맨 뒷자리에 앉은 재혁이만 허리를 잡고 박장대소를 해댔다. 담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재혁에게 물었다.
왜 웃지?
정말 몰라서 묻는다는 투였다. 그러자 재혁이 낄낄거리며 답했다.
그야 선생님 말투가 졸라 웃기니까 그러죠. 예지가 반장처럼 생겼대... 크크크큭큭큭...
담임은 교탁에서 물러나 재혁이 바로 옆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표정은 기묘했다. 비스듬히 앉아서 낄낄거리던 재혁은 살짝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
왜...왜 그래요?
담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는 다소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방금, 나한테 한 말을 다시 해봐. 뭐라고 했지?
그러자 재혁은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웃기다구요.
아니, 그 앞에 한 말 있잖아. 어떻게 웃기다고?
한결같이 무뚝뚝한 담임의 말투가 재혁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재혁은 바닥에 침을 퉤- 뱉고는 다시 말했다.
졸라 웃기다구요, 조~올~라 웃기...
그러나 재혁은 그 말을 더 이어 갈 수 없었다. 담임이 그렇게 이죽거리고 있던 재혁의 죽빵을 그대로 날렸기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뺨을 친 것도 아니고 주먹으로 면상을 후려 갈긴 것이다. 여자애들은 비명을 질렀고 남자애들은 웅성거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의자와 책상을 타넘어간 재혁을 그대로 두고 담임은 교탁으로 돌아왔다. 방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는 예지를 보고 말했다.
반장?
네....에?
방금 전, 자신의 소꿉친구가 한방에 나가떨어진 상황을 보고 눈을 크게 뜨고 있던 예지는 갑작스러운 호출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임이 말했다.
인사해야지.
아, 예.
그녀가 구령을 붙이고 차렷 자세를 취하자 반 아이들의 시선도 전부 앞으로 향했다. 개중에는 뒤쪽에 쓰러져 있는 재혁이에게 시선을 주는 아이도 있었지만 금방 시선을 거두고 앞을 본다.
선생님께, 경례.
안녕하세요.
예지의 구령에 맞추어 전원 - 아니, 쓰러져 있는 재혁을 뺀 나머지 - 인사했다. 담임은 마주 인사하고 몸을 돌려 칠판에 자기 이름을 썼다. 박. 태. 근. 글자 하나하나가 사람 머리통보다도 크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아이들을 둘러본다.
반갑다. 난 이번에 부임한 박태근이라고 한다. 담당은 체육이고 올해 첫 선생질 시작하는 거라 미숙한 점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으니 여러분과도 잘 통하리라 생각해. 궁금한 거나 상담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도록.
담임의 첫 인사를 들으며 아이들은 전부 똑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낀다고?!!'
아무도 등을 돌려 확인하진 않았지만 어째 신음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방금 강펀치를 맞고 몸이 날아간 학교 일진께서는 기절을 한 모양이다. 그 일진의 사회적 배경을 알고 있는 몇몇 학생들은 도리어 자기 담임을 측은하게 여기기도 했다.
'올해 선생 처음이라고 하시더니.... 금방 끝나겠네....'
예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례가 끝나고 프린트물을 받기 위해 담임을 따라가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선생님.
응? 왜 그래, 반장?
괘...괜찮을까요? 저기, 저, 그러니까.
괜찮아. 원래 남자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니까.
예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은 애가 아니잖아!'
아뇨,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저기... 재혁이는 그게....
예지는 무척 망설였다. 재혁이의 아버지가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이고 비록 현재는 야당이지만 거기서 최고의원인가 의장인가 까지 했던 사람이라는 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재혁이가 예전부터 저렇게 막 나가는 데에는 그런 든든한 백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배경을 아는 누구 하나 재혁이의 일탈을 쉽게 나무랄 수 없었다.
그건 신경끄고 말야, 반장. 추천 입학 노리고 있지?
네? 네에... 그건 어떻게....
어느새 교무실까지 도착했다. 담임은 자기 자리까지 따라온 예지에게 종이 한 장을 주었다.
너 2학년 담임하신 양 선생님한테 들었어. 이게 자기소개서 양식이니까 말야. 여기에 들어갈 문구라던가 수상내역 같은 거, 미리미리 조사해두도록 해. 추천입학이라는 게 시간이 많은 듯 하면서도 알고보면 그리 많은 게 아니거든.
예지는 담임에게 자기소개서와 신청서를 받아들고 교무실을 나왔다. 어안이 벙벙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담임은 자기 반 학생의 대부분을 그런 식으로 챙겨주었다고 한다. 특정 과목이 부족한 녀석에게는 참고서와 학원을 추천하고, 가정형편이 나빠 아르바이트를 하는 녀석들은 미리 야자를 빼주었다. 학업 성적이야 기록을 보아 안다고 쳐도 개인 사정 같은 건 학생들의 1,2학년 시절 담임들을 일일이 만나 사정을 미리 듣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지는 또 다른 의문에 휩싸였다. 저 정도로 학생들에 대해 미리 조사를 했다면 재혁이의 배경에 대해서도 분명 모르지를 않았을텐데 초면에 왜 그렇게 세게 나갔을까.
실제로 재혁이는 처음에 담임에게 그렇게 맞고 난 후, 학교를 무단으로 빠졌다. 지 아버지라도 끌고 학교로 쳐들어오는 거 아니냐고 다들 의견이 분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흘도 되지 않아 조용히 학교로 돌아왔다. 담임은 교실에 나타난 재혁을 보고도 자리에 앉으라는 말 이외에는 전혀 탓하지 않았다. 다들 미스테리라고 생각했지만 누구 하나 재혁이에게 물어볼 엄두를 못 냈다. 기절 사건 이후로 학교에서는 굉장히 얌전해진 재혁이었지만 자기 담임 이야기만 나오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에서만 얌전해졌을 뿐이지 학교 바깥에서 패거리를 끌고 다니며 하는 못된 짓은 여전했다. 그렇게 반 학기가 흘러갔고 재혁의 악명은 여전했다. 예지는 그걸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지금에 이르러서는 예지의 앞길을 막고 있다.
드르륵-
교실문을 밀고 들어가자 떠들썩한 교실의 소리가 일순 죽었다. 방금 들어선 사람이 선생이 아니라 예지라는 걸 알고 다시 떠들기 시작한다. 예지는 교탁 앞에 서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담임의 전언을 말한다.
선생님이 올라오기 귀찮다고 종례를 나보고 하래.
아이들이 환호를 올리며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중간고사도 며칠 전에 끝났고 보름 후에 있을 축제까지 야자는 없었다. 담임이 이런 식으로 종례를 끝내는 경우도 근래에는 왕왕 있다. 청소당번들만 남고 우루루 나가기 시작했다. 예지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서둘러 교실 뒤쪽으로 갔다. 그리고 재혁의 셔츠 자락을 잡아당겼다. 친구들과 어울려 나가려던 재혁이 예지를 돌아본다.
어? 왜 그래, 반장?
담임이 예지를 반장으로 호칭한 이래 이 반에서는 그녀를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이 사라졌다. 자기 공부 하느라 바쁜 예지는 친구를 사귈 여력이 별로 없었고 그렇기에 그녀에게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는 친구는 찾기 힘들었다. 때문에 각 반마다 직함을 호칭하는 반장이라는 명칭이 마치 그녀의 이름처럼 쓰이고 있다. 3반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다른 반에서조차.
잠깐, 나 좀 봐.
그러자 재혁의 주변에 있는 남자애들이 짖게 웃으며 예지를 놀려대었다.
어얼~ 반장. 그렇게 안 봤는데 열라 적극적인데?
야! 재혁이는 어제 번호 딴 애 있어서 안 돼. 나랑 놀자.
저희들끼리 시시덕거리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예지는 재혁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담임이 너한테 전하는 말이 있어.
그녀의 예상대로, 재혁은 표정이 확 일그러지며 주변을 향해 먼저 가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교실 한쪽으로 갔다. 재혁은 이리저리 목을 꺾으며 말했다.
씨발, 담탱이가 또 왜? 약속대로 학교에서는 죽은 듯 지내고 있잖아.
예지는 조금 의아했다. 약속대로라니. 담임과 이 녀석이 무슨 약속이라도 했다는 걸까. 하긴 1,2학년때 재혁이가 학교에서 저질렀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 3학년 들어서 보낸 지난 몇 달 동안은 정말 쥐 죽은듯이 보낸 게 맞다.
사실 너한테라기 보단... 나한테 한 게 맞지만, 결국은 니 문제라서 그래.
뭐....가 그렇게 복잡해?
예지는 재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허우대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꽤 괜찮은 편이지만 입만 열면 쌍소리에 깡통소리가 난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 추천 입학가려고 해.
가라? 누가 뭐래디?
재혁의 퉁명스러운 어조를 무시하며 예지는 자기 말을 계속 했다.
근데 우리 반에 있는 니가 문제아라고 다른 선생들이 반대한다잖아. 그래서 담임이 날 추천 못 해 주겠대.
씨발.... 핑계 한 번 존나게 좋네.
재혁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러자 예지가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런 거! 이런 거 좀 하지 말라고! 네가 분명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서는 얌전해진 거 알겠는데, 그래도 여전히 불량스러워. 니가 이러면 내가 지적 받는단 말야! 알겠어?
그러자 재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예지를 쳐다보았다. 예지는 그 눈빛에 다소 흠칫했다.
왜... 왜 그래?
그래서, 니가 추천입학하려는데... 내 도움이 필요하다, 이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재혁은 뭔가 투덜거리다가 이내 자세를 바로했다. 그리고 예지를 두고 그냥 걸어가기 시작했다.
기다려!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해?
그러나 재혁은 대꾸도 않고 그대로 교실 문까지 이르렀다. 다급해진 예지가 소리를 꿱 질렀다.
야! 이재혁!
청소를 위해 책상을 나르던 애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사람을 쳐다볼 정도였다. 문을 나서기 직전, 재혁은 예지를 돌아보고 말했다.
나, 지금은 약속이 있으니까 바쁘고. 이따 저녁에 우리 집에 와라. 그 때 이야기 하자.
뭐라고??
예지는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재혁은 보이지 않았다. 싸우는 게 아닐까 싶어 조심스럽게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이 중 한 명이 예지에게 다가와 물었다.
반장, 우리 청소 검사는.... 담임이 하는 거지?
예지는 그제서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왔다.
응. 이따 올라 오신다 그랬어. 그럼, 수고해. 나 가볼게.
자기 자리로 돌아간 예지는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가보았다.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넘쳐나는 통학로길에서 재혁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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