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3일 목요일

친구의 엄마, 아들의 친구 - 6부

정민은 정희에게 안겨왔다. 그녀의 풍만한 유방이 단단하게 발달된 그의 가슴에 짓눌렸다. 정민은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등을 감싸고는 그녀를 꼭 끌어 안았다. 그 남자다운 딱딱함이 자신을 압박해오자 그녀는 건실한 남자만이 전해줄 수 있는 왠지 모를 편안함에 스러져 자신도 모르게 다리 사이에 힘이 풀렸다. 그녀 안에서 심하게 꿈틀대던 정민이의 거대한 자지가 그 틈을 놓칠 리 없었다. 그 육중한 물체는 긴장이 풀어진 그녀의 보짓속을 더 거칠게 파고들었다.

[하흑... 쏘..쏟아줘.. 내.. 안에.. 하아앙...] 정희의 상상속에서 이제 정민은 끝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의 허리가 멈추더니 이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도 이제 막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다. 

'너.. 너무 좋아... 흐흡.. 아흐흐으응...' 정희의 몸도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휘저은 보짓속은 뜨거운 애액으로 가득차 있었다. 살며시 벌어진 그녀의 뜨거운 보짓속이 비좁은지 보기만해도 음란한 꿀물이 밖으로 넘쳐 흘렀다. 여전히 씰룩거리는 보짓살사이로 그 비밀스러운 액체가 질구 아래의 줄기를 타고 내려와 침대를 적셨다.

'아아아....' 쾌락의 마지막을 지났지만 그녀는 몇 분 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그녀는 가만히 누워 아직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팔다리에 힘이 풀렸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조금은 아쉬운 듯 여전히 흥건하게 젖어있는 자신의 다리 사이를 만지작거렸다.

'혹시나 누가 듣진 않았겠지?' 잠시 걱정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지만 이내 사라졌다. 방문은 여전히 닫혀있었고, 밖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아마 자겠지....'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머리맡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자위를 즐긴 정희는 갑자기 심한 갈증을 느꼈다. '물이라도 한잔 마시자.'

자위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녀는 침대맡에 항상 티슈를 가져다두었다. 아랫도리가 젖어있는 상태로 움직이는건 아무래도 찝찝했기 때문이다. 정희는 말없이 휴지를 몇 장 꺼내들어 방금 전 격정이 휘몰아친 흔적을 닦아내었다. 이제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젊디 젊은 아들의 친구를 상상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는 게 어딘지 청승맞고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젖어있는 털과 시트를 닦아낸 그녀는 조용하게 팬티를 다시 끌어올리고 가운을 챙겨입었다. 문득 굳게 닫혀있는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저 문을 열고 정민이가 들어왔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심하기는....' 이성을 되찾은 정희는 참 바보같은 생각이었다고 느꼈다. 순간이나마 육욕에 몸을 맡긴 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길 바랐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는 휴지를 한손에 챙겨들고는 문으로 향했다.

끼익-

그녀는 가볍게 하품을 하며 문고리를 돌려 잡아당겼다. 물보다는 쥬스를 마시자, 그렇게 생각했다. 문이 열리자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그녀는 의외의 광경과 마주했다.

[어엇...]
[…..!!]

정민이었다. 방문을 열자 바로 앞에 그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멀뚱히 서있던 것이다. 자신만의 비밀스런 쾌락의 현장을 들킨 듯 정희는 바로 그 앞에서 얼어붙었다.

[…...]
[…...]

둘의 시선이 어색하게 마주쳤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정민 역시 정희만큼이나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낭패다'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게 느껴졌다. '다 닦았나...?' 정민은 정희가 눈치채도 못하도록 재빨리 눈을 돌려 열린 방문을 바라보았다. 불안한탓인지 까맣게 칠해진 문 위에 그가 방금 전 뿌린 하얀 액체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아직 완전히 닦아내지 못한걸까. '알아채면 어떡하지?' 그는 그녀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그녀는 정민이의 눈동자가 잠깐 돌아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방 앞에 엉거주춤 서있던 것도 왠지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 여전히 문짝에 묻어 아래로 흐르고 있는 그 정액냄새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 역시도 침착함을 잃은 상태였다.

'….설마....들었을까....?' 정희는 퍼뜩 걱정이 되었다. 외길에서 고양이 마주쳐 얼어붙은 쥐새끼마냥, 정희는 온 몸 뿐만 아니라 머리속까지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문득 자신의 손에 휴지가 들려져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희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가운에 달린 주머니 안으로 그것들을 숨겼다. 그녀의 노력과는 달리 그건 누가 봐도 어색한 움직임이었지만, 다행히 정민 역시 거기까지 주의를 기울일 정도로 제정신이 있는 건 아니었다.

[아.. 안주무셨네요..?]

먼저 입을 연 건 정민이었다. [아..? 아아.. 으응.. 그, 그래.. 목이 말라서...] 갑작스런 정민의 물음에 정희는 목이 메어 오는것을 느끼며 간신히 대답했다. [뭐, 뭐좀 마시려구... 너, 넌?] 

[아, 저, 저 전... 자, 잠깐 화, 화장실좀...] 정민 역시 떨리는 목소리를 주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대답했지만 말을 더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 아아.. 그, 그렇구나.. 그, 그럼, 자, 잘자렴.] 사람이 당황하게 되면 이렇게 말하기가 힘들었던가? 겉보기엔 너무나도 평범한 대화였다. 그녀는 뭔가 찝찝한 뒷맛이 느껴졌지만 어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정민을 뒤로한 채 거실 옆에 딸려있는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그럼 저랑... 하, 한잔 하실래요?] 정민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말이 튀어나오는 걸 느꼈다. 아마 그의 남자로써의 본능이 시킨 일이이라. 쓸데없는 계산따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의 무의식에 들어찬, 아직 미처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일단 그녀를 붙잡으라고 명하고 있었다. [어, 어어..? 그, 그럴까 그럼?] 예기치 않던 그의 제안에 당황한 정희 역시 자기도 모르게 이를 승낙하고 말았다. [그, 그럼 화장실좀 갔다가...]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였지만, 막상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두 사람은 지금 자신들이 어떤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일단 사태가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한 정민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빠르게 욕실로 들어갔다.

쾅- 아직 굳어있는 팔다리가 다 풀리지 않아서인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문을 세게 닫았다. 일단 욕실안으로 도망쳐 들어온 그는 이제서야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녀가 알아차렸을까? 아니면 모르는 걸까? 알아 차렸다면 어디까지 눈치챘을까? 혹시 냄새를 맡았을까? 처음 문이 열렸을때 내가 너무 이상한 자세로 있던걸까?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할지 그도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자신의 정액을 닦던 휴지는 방문이 열림과 동시에 주머니에 쑤셔넣은 상태였다. 조금 불룩하게 주머니가 솟아올라있었지만 이것까지 보진 못했겠지? 그는 얼른 휴지를 꺼내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렸다. '아... 진짜...' 세수라도 하고 정신을 차려야겠다. 정민이는 세면대 앞에 서서 세차게 찬물을 틀었다. 물줄기가 그의 손에 닿자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했다. 정민이는 손에 물을 가득 받아 자신의 얼굴에 끼얹었다.

정민의 문을 닫고 욕실 안으로 사라지는 걸 보자 정희 역시 팔다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녀도 그와 똑같은 걱정이 들었다. '들은거야...?' 알길이 없었다. 정말로 그냥 화장실에 가는 길이었을까? 자신이 자위를 했다는 걸 알아차렸을까? 혹시나 정민이 문 밖에서 귀를 기울였다면, 자신이 내뱉은 말을 들었을까? '내가.. 무슨말을 했지...?' 그녀는 자신이 소리를 어느정도로 크게 냈는지, 그리고 어떤 말들을 내뱉었는지를 기억해내려 애썼지만, 상상과 현실의 경계조차 모호한 상태에 빠졌던 터라 그걸 구별해 내는것 조차 쉽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입밖으로 신음을 흘렸었는지 조차 알쏭달쏭했다.

[후우우....] 깊게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새삼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 안에 휴지가 있다는 걸 발견하고는, 혹시나 정민이 나올까 얼른 꺼내 부엌 한켠에 자리한 휴지통 깊숙히 집어넣었다. 갈증이 더 심하게 느껴졌다. 냉장고 문을 열어 물통을 꺼내 든 그녀는 그걸 컵에 가득 따라 단숨에 마셨다. 갑자기 얼음같이 차가운 수분이 한가득 쏟아지자 정희는 머리가 아련해오는걸 느꼈지만 게의치 않고 다시 한잔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

[하아아....] 물을 연거푸 두 잔이나 마시고 나니 이제 좀 기운이 돌아오는 듯 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침착함을 되찾았다. 몸의 떨림도 멈춘 듯 싶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민이 욕실에서 걸어나왔다. 앞머리가 조금 젖어있었지만 눈에 띄지는 않았다. [맥주로... 할까요...?]

[으응...?] 정희는 방금전까지의 대화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 같이 한잔 하기로 했지. 이제서야 생각이 났지만 그녀는 태연한체하며 말했다. [그, 그으래.. 좋지..] [그럼 제가 꺼낼게요.] 정민은 냉장고 옆에 서있는 정희의 곁으로 다가와 문을 열었다. 갑자기 정민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그녀는 흠칫 놀랐지만, '아, 맥주를 꺼낸다고...' 라고 뒤늦게 생각하고는 안심했다.

[거실에서 마실거죠?]
[그렇지 뭐...]

맥주 두 캔을 꺼낸 정민이 먼저 주방에서 나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정희는 물통을 다시 냉장고 안으로 집어넣고는 그 뒤를 따랐다. '옆에.. 앉아야 하나..?' 정민이 먼저 자리에 앉는걸 정희는 순간 망설였다. '아니, 아니야.' 옆에 앉는 건 왠지 불편하다고 생각한 정희는 그의 오른편에 90도로 놓여있는 소파에 가서 걸터앉았다.

[불 좀 켤게요.] 정희가 앉자마자 정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등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자 지금까지 거실과 복도 사이의 코너에 놓여진 어항의 희미한 불빛으로만 밝혀져 있던 거실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정희는 빛을 보자 마음이 조금 더 놓여졌다.

함께 한잔하기로 했지만 막상 상황이 되고 보니 할말이 없었다. 다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자 서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방금 자기가 한 일을 눈치챘을까? 전혀 모르고 있는걸까, 아니면 모르는척 하고 있는걸까? 거실 안에는 정적과 함께 미묘한 공기가 감돌며 서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둘 다 모르는것 같았다. 하지만 저게 정말로 모르는건지,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질까봐 모르는 척 하는건지는 알길이 없었다.

그러나 더 빨리 침착함을 되찾은 쪽은 남자인 정민이었다. 자기가 한 일을 눈치챘는지만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정희와는 달리, 그 역시도 들키면 곤란할 짓을 하긴 했지만, 또한 그녀가 한 일을 알고 있었다. [그럼 한 잔 할까요?] 맥주캔을 하나 집어들어 뚜겅을 딴 정민은 그걸 정희에게 내밀며 말했다. [고, 고마워.] 정희가 그걸 받아들자 정민은 남은 캔 하나를 마저 집어 들어 뚜껑을 딴후 건배를 하자는 제스쳐를 취했다. [짠.] 둘은 캔을 가볍게 부딪치고는 안에 든 맥주를 들이켰다.

차가운 맥주가 그의 뇌를 깨워주자 정민은 이제 여유를 되찾았다. 맥주를 몇모금 들이키고 잠시 내려놓은 정민이는 가운만 입고 앉아있는 그녀의 몸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가까이서 천천히 살펴보니 아까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그녀는 아까와는 달리 허리춤의 매듭을 조금 더 타이트하게 묶었는데, 덕분에 가운 위로도 그녀의 굴곡진 몸매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가녀린 그녀의 어깨선은 풍만하게 솟아있는 가슴을 지나 잘록한 허리까지 매끄럽게 떨어져 있었다. 정희의 어깨 위로 보이는 하얗고 가는 목선은 그녀의 정숙한 여성미를 유감없이 발산해,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어 왔을 것이다.

정희가 자리에서 무의식중에 다리를 꼬자 자연히 위로 올라온 그녀의 맨발에 정민의 시선에 쏠렸다. 평소의 청초한 이미지를 보기 좋게 배신하듯이 검게 칠해져 있는 패디큐어가 오히려 섹시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다리를 꼰 덕분에 조금 밀려 올라간 가운 아래로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가 드러나 있었다. 지척인 거리 앞에서 이토록 원숙한 여인의 나무랄데 없이 매끈한 허벅지를 보고 있자니 정민이는 갑자기 더러운 욕망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무릎 위에서부터 정말 꿀을 바른듯 매끈하게 뻗어 올라가는 허벅지는 점점 굵어지더니 이내 가운 속으로 숨어버렸다. 조금만 더 가운이 올라갔다면 엉덩이가 보일것 같기도 한데... 아무리 곁눈질로 살펴봐도 거기까지는 보이지 않아 그의 속을 애타게 만들었다.

그녀 역시 본능적으로 그의 시선을 느꼈다. 아직 정민만큼 침착함을 되찾지 못한 정희는 약간의 당혹감을 느꼈다. 방금 전, 자신의 상상속에서 자신을 가졌던 바로 그 정민이었지만, 자신을 찬찬히 뜯어보는 것 같은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왠지 그 시선이 싫지만은 않았다. 정희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을 훑어보는 그의 시선을 발견하고는 왠지 모를 성취감을 느꼈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반도 살지 않은, 아들과 동갑인 어린 남자. 이미 중년의 나이마저 넘어서려고 하는 그녀에게 있어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자신보다 더 어린 여자들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젊은 남성이 그녀들을 바라보는 눈과 똑같은 음흉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는 사실이 그녀의 여성 그 자체를 만족시켰다.

여전히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지만 더 이상 어색하기만 한 침묵은 아니었다. 이제 거실 안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매력적이고 원숙한 암컷을 앞에 두고 그걸 차지하고 싶어하는 수컷, 젊고 싱싱한 수컷의 은근한 시선을 받으며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암컷이 서로의 눈치를 보는 듯 했다.

왠지모를 자신감이 생긴 정희는 자신을 바라보는 정민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않고 스스로도 정민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평소에도 막연히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해 왔던 정희였지만,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니 참 잘생긴 인물이었다. 침을 삼킬때마다 은근히 힘줄이 드러나는 굵은 목, 그리고 덩치 좋은 자신의 아들 못지 않게 떡 벌어진 어ƒ? 얇은 반팔 티셔츠 위로 텔레비젼에서 보던 운동선수처럼 멋지게 튀어나온 가슴. 근육이 붙어있을 것 같은 날씬한 허리와 자신의 것보다 두 배는 더 굵어 보이는 허벅지.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방금 전의 기억이 떠올라 묘한 흥분을 느꼈다.

[흐음..] 정적을 깨는 정민의 헛기침 소리. 갑작스러운 그의 음성에 정희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또...' 불현듯 이성을 되찾은 정희는 보이제 않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이성을 되찾자 다시 둘만 있는 상황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잠시 잊고 있던 걱정이 정희의 머릿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들었을까...?' 그녀 스스로는 절대 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 혹시나 눈치챘으면 큰일이라는 걱정에 정희는 풀지 못할 고민에 빠져들었다. 저 눈은 알고 있는걸까? 전혀 모르는 걸까?

순간 정희의 기색이 바뀐 걸 알아챈 정민도 자신이 너무 노골적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음을 깨닫고는 무안한 듯 맥주를 들이켰다. 정민이 맥주를 마시자 정희도 그제서야 맥주가 있다는 걸 깨달은 사람처럼 테이블에서 자신의 캔을 들어올려 따라마셨다. [꿀꺽꿀꺽-] 먼저 캔을 내려놓고 그녀가 맥주를 들이키는 모습을 지켜보는 정민은 괜히 야릇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내 껄 저렇게 마셔줬으면...' 이미 성나있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감추느라 낑낑대면서도 정민은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많이 들이켰는지 그녀의 입 주변에 맥주가 한가닥 입술을 타고 턱을 지나 목까지 흘러내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도 음란하게 느껴졌다. [앗차...] 차가움을 느낀 그녀는 얼른 캔을 내려놓고, 테이블에 놓여진 휴지를 한장 꺼내 맥주를 닦아냈다.

[휴우...] 흘러내린 그 물줄기를 닦은 휴지를 테이블에 놓은 정희는 자신도 모르게 기지개를 켰다. 어색함과 불안함, 그리고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존재하는 야릇한 공기가 한데 섞이자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던 것이다. [피곤하세요?]

[그냥, 좀.. 찌뿌둥 하네..?] 태연하게 대답한 정희는 기지개를 다 켜도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자 앉은 상태에서 상체를 좌우로 돌리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후우-] 스트레칭이 효과가 있는지 몸이 조금은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마사지라도 해드릴까요?] 그 모습을 본 정민이 대뜸 제안했다. [마사지?] [네.] 말을 해놓고 나서도 정민이는 갑자기 왜 또 입밖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내가 마사지를 할 줄 알았던가? 집에서 엄마를 마사지 해 준적은 몇 번 있었다. 효도 안마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딱 그 범위 내에서 말이다. '괜한 얘기를 꺼냈나...'

질문을 받은 정희도 곧바로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사지? 갑자기 웬 마사지라니? 자신이 몸이 찌뿌둥하다고 해서 단지 선의로 한 말일수도 있다. 예의상 해 본 말일수도 있고... 아니면 정민이가 정말 마사지를 할 줄 아는걸까? 물어봐야 하나? 하지만 복잡하게 흐른 그녀의 사고는 여전히 혼란스러우면서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그녀의 입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래, 그러지 뭐.] 그녀의 입은 반사적으로 그의 제안을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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