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갖고 싶었던 사랑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아련한 단어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사랑이란 단어가, 또 어느 누구에겐 구두라는 단어가...
누구나 다른 삶을 살았고 다른 인생을 살면서 가치를 두는 것도 다를 것이고
염원을 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영화로, 노래의 제목으로도 익숙한 말처럼 젊은이의 열정이, 사랑이...
풋풋하고 그리울 때가 있다.
때가 묻은 지금은 느끼고 싶어도 다시는 느낄 수 없는
풋풋하지만 열정적이었던 그때가 있었다.
젊기에 좋았고 젊기에 멋있었다.
훗날... 다른 여자를 만나고, 사귀고 또 애인과 사랑을 나누면서
그때의 그 느낌은 잊은 지 오래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황홀했었던 그 추억을 꺼내 볼 때가 있다.
바로 오늘처럼......
젊다고 하기엔 어렸던 그 추억을 회상해 본다.
‘이게... 무슨 소리지?’
창밖에서 들려오는 무섭도록 소름끼치는 여자의 비명소리에 눈을 떴다. 원래 한번 잠에 빠
지면 여간해선 눈뜨지 않는 나로선 그 소리가 엄청나게 컸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말고사 기간이 한창이라 늦게까지 벼락치기를 하다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
고 엄청난 소리에 눈을 뜬 후, 닭살이 돋아날 만큼 크디 큰 비명소리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
키며 주섬주섬 일어나 창밖을 조심스레 내다봤다.
“엇!....... 깜짝이야~ 저이 썅노모 고양이 새끼를!”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그대로 침대에 풀썩 주저앉을 뻔했다.
눈을 희번득거리며 쓰레기를 뒤지던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마주치자마자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어찌나 눈알이 희번득대던지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만 알았다.
“후우~ 깜짝이야...”
재차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사방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밤중이었지만 날씨는 후덕함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처럼 에어컨이라는
세기의 발명품이 가정집에 보급화되기 전의 일이라 그저 선풍기 하나가 고마운 때였다.
나의 잠을 깨울 만큼 고음의 비명소리는 어느새 끊겨있었지만 어디선가 새어나오는 엷은 빛
이 시야에 들어왔고 그 빛을 따라 고개를 수그렸다.
항상 불이 꺼져있던 방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올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방에선 엷은
빛을 발산하며 또 다시 죽을 듯 한 여자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아~악!! 아~~~악!!!”
너무도 생생히 들려오는 여자의 고성에 남아있던 잠마저 달아난 채 창밖으로 내밀었던 고개
를 방안으로 집어넣었다. 왠지 모르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더욱 동그래진 눈으로 나는 조금은 붓기 있는 얼굴을 양손으로 부벼댔다.
‘뭐...뭐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귀는 이미 창을 향해 집중했고 그런 나의 행동에 반응이라도 하듯 창밖
으론 더욱 요란한 괴성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으악! 오.. 오빠~ 살려 줘... 살려 줘~~~”
아예 노골적으로 살려달라는 애원과 고성을 번가르는 여자의 괴성은 한참이나 계속됐다.
궁금했다. 도대체 뭘 어쩌고 있길래 여자가 살려달라며 우는 목소리로 그리도 애처롭게 구
걸 해대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15살 소년의 나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저 무시하듯 지나칠 수 없는
상황임이란 걸 충분히 알고 있었다.
‘부부싸움을 하나?’
내 머리 안에서 맴도는 이유라고는 단지 그런 이유밖엔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우스운 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지는 부풀대로 부풀어 아픔을 참아내고 있어야 할 만큼 흥분을 느끼
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계를 볼 겨를도 없었다. 나는 얼굴도 모르고, 왜 비어 있어야 할 아랫집에서 빛이 퍼져
나오며, 또 어떤 여자가 찢어질 듯 한 괴성을 토해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느라 자기 전
머릿속에 주입시켰던 얇은 지식층이 벗겨져 나가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있었
다.
‘4시 반...’
얼추 두 시간 가량은 잔 것 같았다. 이미 아랫집에서 시작된 괴성은 족히 한 시간여가 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여름이 막 시작하는 6월 말이라 집안 공기가 후덕하게 달아올랐고 나의 숨 역시 뜨겁게 김
을 내뿜어 내고 있었다.
내일 시험을 위해서라면 자긴 자야했지만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이마엔 땀이 흐르고 여전히 불빛이 새어 나오는 아랫집의 창틈으론 무수히 많은 불빛들과
함께 여전히 이름 모를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괴성속에서 떨림이 느껴지자 자지는 더욱 큰 아픔을 선사하고 있었다.
나는 팬티를 내려 하늘을 향해 굳게 치솟은 자지를 잡았다. 내 몸이었지만 이제껏 만져봤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딱딱하게 커져 있었다.
‘이렇게 만지니까 기분 좋네~’
누군가 시킨 것처럼, 누군가 알려준 것처럼 나는 천천히 자지를 위아래로 문질러대기 시작
했다. 살려달라는 외침과 끝 모르게 터져 나오는 비명을 벗 삼아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
다.
처음엔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만으로 자지의 포피를 까젖히고는 조금씩 조금씩 손을 움직이
자 자지 끝엔 맑고 투명한 물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오줌인가?’
나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만졌다. 미끈미끈하고 진득한 게 마치 연한 젤리같이 느껴졌고, 자
지를 만질수록 그 양은 점차 많아져가고 있었다.
“으악~! 오.. 옵빠아!!! 아... 안돼! 꺄악!!!”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 마다 나의 손놀림은 점차 빨라지고 강해져만 갔다. 손가락
두개로 잡았던 자지를 손아귀에 넣은 채 사정없이 위아래로 흔들어 댔다.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다. 자지는 부러질 듯 아팠지만 피가 잔뜩 몰린 귀두가 터질 듯 부풀
고 이제 제법 거뭇해진 자지털이 손놀림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허벅지에 근육이 선명해지도록 두 다리를 쭉 편 채 그녀의 괴성을 들으며 몇 분을 흔들어대
자 아랫배가 꼬이는 듯 한 야릇한 기분이 뇌를 때렸다.
“그마~안! 나 죽어! 나 죽어~어~~”
그녀의 숨넘어가는 신음이 귀를 파고들자 몸 안에서는 무언가 울컥하며 터져 나올 것 같
은 느낌에 황급히 손을 뗐다.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최고조를 향해 있었고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부러질 듯 아
픈 고통이 자지를 통해 전해졌다.
‘끄~윽!’
입에선 신음이 터져 나왔다.
몸이 베베 꼬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쾌락과 고통이 몸을 휩싸 안은 채 뇌로 분
출의 신호를 마구 쏘아대고 있었다.
“오...옵빠아~ 어? 어? 어? 아~악~~!!!!!”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대던 여자는 찢어질 듯 한 고음을 마지막으로 비명 섞인 새벽의 공기
를 다시금 고요하게 만들어버렸지만 내게는 너무도 당황스런 광경이 펼쳐졌다.
무언가 용솟음치려는 것을 이기려 이까지 악다물고 겨우겨우 참아내던 그 느낌은 여자의
마지막 비명소리와 함께 참지 못하고 분출을 해버린 것이었다.
“끄흑~”
뜨거운 정액이 쭉 하고 뻗어 오르며 가슴팍까지 흩뿌려졌다.
첫 사정이었다.
누구에게 배우거나 가르침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물론 같은 반의 친구들이 나누는 야한 얘
기 틈으로 잠깐씩 옅들은대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 자지를 문지르자 뜨겁고도 끈적한 정액
이 수차례나 배와 가슴으로 뿌려지고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은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은 채 놀람을 뒤로하고 나는 흘러내리는 나
의 분신들을 바라봤다. 가래침처럼 진득하면서도 미끈한 액체가 가슴부터 배를 타고 흘러내
리고 있었다.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지는 부르르 떨리고 그 떨림과 같이 몸도 떨리고
있었다.
“우와~ 내 몸에서 이런 게 나왔어...”
충격이었다. 휴지로 정액을 닦아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어느새 창밖으로 새어나오던
불빛은 휴지로 정액을 닦아냄과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젊은 혈기를 과시라도 하듯 조금도 지쳐 보이지 않는 자지는 여전히 배에 닿을 듯 바짝 올
라 붙어 서있었고 뒤처리 후 아직 남은 감흥을 되새기며 다시 침대에 몸을 뉘였다.
쉬이 잠이 오질 않았다.
정액이 솟구칠 때 느껴졌던 그 오르가즘은 내가 그동안 느껴봤던 그 어떤 희열보다 강했고
그 어떤 느낌보다 간지러웠으며, 그 어떤 쾌락보다 즐거웠다.
15살에 처음 느꼈던 사정의 순간을 그 날 밤에만 무려 9번이나 느끼고 나서야 잠에 들었
다.
“성현아! 일어나!! 지각한다!”
아침부터 앙칼진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눈조차 뜰 수가 없었다.
문 너머로 멀찍이 들리던 엄마의 목소리는 점차 가까워졌고 이윽고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강성현! 너... 어휴 방 꼴이 이게 뭐얏! 빨리 안 일어나?”
지겹도록 듣는, 아침잠을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나는 이불을 돌돌 말아서는 등을 돌렸다.
하지만 나보다 더 지긋지긋한 건 엄마였을 것이다.
나를 비롯해서 아빠마저 깨우려니 힘이 드셨을 거란 말이다.
하지만 난 그땐 그런 걸 전혀 몰랐다. 그저 ‘5분만’을 더 외치며 이불속으로 몸을 숨길 뿐
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시험기간이었기 때문에 엄마 역시 조금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야! 강성현!”
몸에서 이불이 분리되는 느낌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허전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아랫도리였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어제 그렇게도 자지를 흔들
며 쾌락을 즐기고 정액이 묻은 휴지는 침대 아래로, 팬티는 자는 새에 발목에서 분리되어
침대 끄터리에 겨우 몸을 걸치고 있었던데다 언제 기운을 차렸는지 발딱 서버린 자지가 그
대로 엄마의 눈에 띈 것이었다.
“너 어제 뭐했어! 다 큰애가 왜 또 빨개 벗고 자고 지랄이야 지랄이!!”
거칠 것 없이 뿜어대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나는 황급히 두 손으로 자지부터 가렸다.
그러자 엄마의 말이 가관이었다.
“뭘 가려 이누무새꺄! 볼 것도 없는 것이...”
“아! 엄마! 나가!!”
나는 엄마를 향해 소리쳤고, 엄마는 못이긴 척 널부러진 휴지를 집어서는 뒤돌아 방문을 나
섰다. 하지만 그냥 나갈 엄마가 아니었다.
“아무튼 이누무새끼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못살아 내가~~~”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그락해졌던 나는 팬티부터 챙겨 입고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멀
찌기서 들려오는 엄마의 푸념에 나는 창피하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으휴~ 하나밖에 없는 새끼가 벌써 딸딸이를 다 치네~~~ 으휴....”
워낙 거칠 것 없는 엄마의 성격이었다. 생각한 말은 그대로 입을 통해 나오는 스타일이었고
그 말이 성적인 얘기이건, 아님 다른 말이건 가리질 않았다.
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엄마였다.
말은 그렇게 거칠거나, 때론 거침없어도 눈치는 빨라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하는 법은 전
혀 없었고 되레 동네 아줌마들은 엄마에게 시시콜콜 고민 같은 것을 전부 털어놓는 경우가
허다했다.
등교준비를 마치고 아침밥상 앞에 앉아 국을 한 술 뜨려는데 엄마가 가자미 눈을 해서는 고
약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부터야?”
“뭐가~”
분명히 딸딸이를 친 걸 물어보는 거란 걸 모르지 않는 나였다. 하지만 순순히 대답하고 싶
지 않았다.
“뭐긴 뭐야! 딸딸이 언제부터 쳤냐고!”
“아! 엄마 천박하게 딸딸이가 뭐야~”
나는 밥풀까지 튀겨가며 엄마의 거칠 것 없는 언변에 대해 지적질을 했지만 순순히 물러날
엄마가 아니었다.
“이누무새꺄! 딸딸이를 딸딸이라고 하지... 뭐... 언제부터 자위행위! 마스터베이션을 하셨
냐고 물어보랴?”
사실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괜히 엄마가 자위행위며, 마스터베이션이라는 친숙하지 못한
단어를 택했다면 어린 나이에 진땀나는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엄마의 그런 투박한 말투가 티 없고 큰 고민 없이 학창시절을 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냐니까?”
“어제부터! 됐어?”
“좋았냐?”
“엄마~ 쫌!!”
항상 친구처럼 편안하게 다가오는 엄마가 좋았지만 편해도 너무 편하게 다가오는 게 부담스
러워 질 때쯤 식탁에 턱까지 괴고 흘깃거리던 엄마는 자세를 바로하며 내가 좋아하는 계란
말이를 슬쩍 밀어주었다.
“단백질 보충엔 계란이 좋다더라~”
그때의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지간히 해라~ 뼈 삭는다.. 키 안 커~~~”
나는 엄마를 째려보며 동작을 멈췄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놀리는 게 재밌었는지 터지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빈 반찬을 채워나갔다.
“에효... 다 컸네... 다 컸어... 우리 아들이 이제 다 커서 딸딸이를 다 치네...”
“엄마!”
밥 수저를 입에 문 채 엄마를 째려보자 그제서야 마른 웃음만을 남긴 채 밥공기에 밥을 채
워나갔다. 그리고는 국그릇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무국을 퍼 담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곧 아빠가 주방으로 들어와 식탁에 앉았고 그제서야 엄마도 약간의 밥이
담긴 밥그릇을 들고 와서 식탁에 앉았다.
“아! 엄마~ 아랫집에 누구 이사왔어?”
정신없이 일어나 엄마의 공격에 잔뜩 방어자세를 취하다 그제서야 궁금했던 것이 생각난 것
이었다. 바로 새벽에 보았던 꺼져있어야 할 방의 불빛이었다. 그리고 그 불빛과 함께 무수
히 새어나오던 한 여자의 괴성이 머릿속에 남아 다시 자지를 부풀게 했다.
잠시 머릿속엔 새벽의 괴성과 첫 사정의 느낌이 다시금 찾아오고 있었다.
“아.. 얘기 안했나? 아랫집에 이사 왔어”
“어제가 그날이었나? 어때? 사람들은?”
“신혼부부 같아 보이던데, 아직 애들은 없고~ 근데 새댁이 너무 예쁘게 생겼드라”
“음... 아무튼 그 사람들은 봉 잡았지 뭐~ 우리집 같이 싼 집이 어디 있어?”
“이이는... 누가 싸게 내놓으라고 했는데”
“이 사람도... 참~ 우리 젊었을 때를 생각해 봐~”
우리 집은 동네에서 일명 통나무집으로 불렸다.
건축일을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직접 설계부터 건축까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다.
큰 부호는 아니었지만 크게 부족할 것 없이 자라온 어린 시절이었다.
총 3층짜리 집에 2층은 우리가 살고 3층과 반지하방은 전세를 놨었다. 말이 반지하지 그
구조가 조금은 특이했는데 현관문에서 바라보면 반지하의 형태였고 반대편의 창측으로
는 그냥 1층으로 되어진 구조였다. 물론 높지 않은 담이었지만 작은 오솔길처럼 이어진
정원을 사이 에 두고 올라서 있어서 1층의 창은 길가에서는 전혀 보일 리 없었다.
‘누굴까?’
아침밥을 먹는 내내 나는 그 괴성의 주인공이 궁금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얼굴이 가장 궁금했다.
나는 공부를 아주 잘하지는 못해도 그나마 모범생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다행인지 1학기말고사는 쉽게 출제되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괴성의 방해와 따뜻한
손양의 맛에 기들여져 시험기간 내내 시달렸어도 크게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다행이었다.
엄마는 성적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무척이나 예민하게 굴었기에 잔소리와 훈
계가 듣기 싫어 일부러 성적을 더 올리려 노력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녀를 처음 본 건 기말고사의 마지막날이었다.
등하교를 자전거로 하던 나는 대문턱으로 자전거를 멋지게 타고 올라와 여느 때처럼 거칠게
문을 열어 제쳤다.
“어맛!”
대문 너머로 낯익은 여자의 놀람소리가 들리자마자 내 자지는 당연하게 금세 단단해졌다.
벌써 서 너 차례나 새벽잠을 설치게 한 그 목소리를 자지는 금세 기억을 해낸 것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자칫 잘못했으면 문에 부딪칠 뻔 했을 정도로 대문은 그녀의 머릿칼을 스치며 열려지고 있
었다. 반면에 입으로는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지만 사실 미안함 보다도 그녀에 대
한 궁금증이 한꺼풀 벗겨지는 순간이 마냥 좋기만 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놀란 그녀의 얼굴을 먼저 쳐다봤다.
많이 놀랐는지 그녀는 가슴 위쪽으로 하얗고 작은 손바닥을 댄 채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멍하니 서있었다.
예뻤다.
그저 그 생각만이 날 뿐이었다.
사실 쭉쭉빵빵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하얀 나시티에 조금은 타이트하게 붙는 아이보리색
반바지 차림의 그녀는 분명 미인축에 속했다.
특히 그녀의 하얗고 투명한 피부는 한 여름의 강한 햇볕은 반사시킬 만큼 매끈하면서도 고
왔다.
“괘..괜찮으세요?”
나의 물음에 그녀는 그제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는지 봉긋한 가슴을 살살 어루만지며 눈
을 반으로 접어 상냥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괜찮아~ 네가 아주머니 아들이니?”
빙긋 웃어주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순수한
백색의 피부와는 대조되는 짙은 검은 생머리를 위로 틀어 올린 머리모양에 반하고 짙은 속
눈썹에 까무러칠 정도로 넋이 빠질 것만 같았다.
커다란 눈과 조금은 작게 느껴지는 오똑한 콧날, 그리고 무척이나 도톰한 입술은 그녀를 아
줌마로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올려 묶은 머리위로 분홍색 리본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녀는 놀란기가 완전히 해소되었는
지 생긋 웃음을 보여주었다. 그 미소가, 봄날 오후의 햇살같이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가 어
린 나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
나는 꾸벅하고 소리가 날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것도 자전거에서 내려오며 말
이었다.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얼굴에 감탄하던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디 작은 하얀 발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녀의 발만큼 아름다운 발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발은 너무도 희게 빛
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빨간 페디큐어를 바른 그녀의 발가락은 앙증맞기까지 했
다.
지금에서야 흔하지만 1992년 그때 당시에 어디 나시티에 짧은 반바지 차림을 한 젊은 여성
을 보기가 쉬웠는가. 한눈에도 아직 아줌마가 되기 이전의 처녀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줌
마였다.
그렇게 나의 허상 속에 그리고 그렸던 괴성의 주인공을 맞닥뜨리니 괜히 얼굴이 붉어진 채
몸이 굳어져 있었다.
“어휴~ 놀랐네.. 앞으로 자주 볼텐데... 잘 지내보자”
나의 사과를 받아주며 말을 끝낸 그녀는 장을 보러 가는지 한 손엔 빨간 장지갑을 쥐고는
유연하게 내 옆을 지나쳤다.
식은땀인지, 아님 더운 여름을 맞는 땀인지 등줄기엔 땀 한 방울이 또르르 굴러 내렸다. 그
만큼 그녀의 모습은 나의 몸을 긴장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방금 샤워를 했는지 여성 특유의 향긋함이 그대로 나를 지나쳐가고 있었다.
한동안 그녀의 뒷꽁무니를 바라보다 그녀가 코너를 지나 사라진 후에야 대문을 닫을 수 있
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교복을 벗어 던지고 선풍기를 틀어 땀을 식히기 시작했다. 짧게 잘린 머
리칼이 물기를 머금고 있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엄마는 또 동네 아줌마네로 마실을
나갔는지 집은 텅 비어있었다. 적막감이 들 정도로 말이다.
팬티바람으로 선풍기와 마주보고 앉아 눈을 감은 채 지나쳤던 그녀를 감상했다.
비교적 작은 체구, 165cm나 될 듯 해 보이는 키는 그때의 나보다 조금 작았을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통통한 몸매였지만 그때의 내 눈엔 슈퍼모델처럼 날씬하게만 느껴졌고 오히려
그런 통통함이 육감적으로 느껴졌었다.
어느새 정신을 가다듬었을 땐 팬티를 한쪽으로 젖혀놓은 채 자지를 위 아래로 부드럽게 어
루 만지고 있던 나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선풍기를 들고 방으로 향했다.
혹여 돌아올 그녀를 멀리서나마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분명 멀리 외출
을 하는 복장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빨리 와라~ 빨리’
내심 기대에 찬 나는 한 손으론 자지를 주무르고 나머지 한 손으론 창틀에 턱을 괸 채 그녀
를 기다렸다.
환상이었다. 그때의 그 또래들만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환상, 대부분의 남자가 첫사랑의
대상이 연상인 것처럼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하필이면 아랫집 아줌마, 야밤의 괴성 하나
만 듣고 이미 그녀에게 빠져버린 나였던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얼굴이 조금 못났었다 해도 성적으로 머릿속을 이미 지배해버린 그녀를 좋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았다.
꽤나 오랜 시간을 그렇게 기다렸다. 자지를 문지르던 손은 이제 겨우겨우 사정을 참고 있는
자지를 달래는 수준으로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한편으로는 한번 싸지르고 다시 시작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들며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해가 기울며 점차
그림자는 길어지고 있는 것이 보일 정도로 기다림에 예민해 질 때였다.
아마도 그렇게 하고 있은 지 40여분이 지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하늘이 점차 어둑해지며 곧 비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때 코너를 돌아 양손 가득 비닐봉투를 들고 오는 그녀가 보였다. 처음엔 개미만하게 보
일 만큼 먼 곳이었지만 그곳부터 풍겨오는 그녀의 향긋함을 느낄 수 있었다.
걸음걸이며, 그녀의 자태며 나의 시야엔 그녀라는 사람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연결고리도, 그 어떤 계기도 없이 나는 그때부터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느
꼈다. 교회에서, 학원에서 만난 예쁜 누나 정도가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첫사랑의 느낌이
물씬 풍겨오고 있었지만 그땐 몰랐다. 그것이 그렇게 아프고, 그렇게 견디기 힘들고, 그렇게
바보같이 바라만 봐야 하는 건지 말이다.
“콰르릉”
역시 빛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번쩍하며 번개가 치더니 잠시 후 마른하늘의 날벼락이 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더니 그 천둥
과 번개가 예고인 듯 세찬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시원했다. 더운 열기를 단번에 쓸어내릴 정도로 그 소리마저도 무척 시원했다.
하늘을 바라다보던 나는 잠시 놓치고 있던 그녀 생각에 다시 초점을 바꿔 그녀를 향했다.
이미 어느 정도 형상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굵은 빗방울을 맞으며 피할 곳을 찾는 듯 주변 건물을 두리번거리는 것마저 귀엽게
느껴졌다. 비록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아줌마였지만 어린아이같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
천상 여자로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비를 피해 건물의 캐노피 아래로 작은 몸을
숨겼다.
하지만 순식간에 쏟아지는 비를 전부 피할 수는 없었는지 나시티에 비쳐지는 하얀 속살이
너무나도 섹시하게 비쳐지고 있었다.
어린 소년의 눈에 비친 섹시함은 그리 야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상상만 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했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여자라면 더할 나위 없이 상상의 나래는 더없이 넓고 높아
질 수 있었던 것이다.
‘아~ 예쁘다. 섹시해’
금세라도 정액이 튀어나올 것처럼 귀두 끝에는 전류가 찌릿하게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로 싸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팬티를 바로 입고 반바지와 팬티를 찾아 입었
다.
더욱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그녀를 감상하기보다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기로 마
음 먹은 것이었다.
‘최대한 우연인 척, 최대한 자연스럽게…. 후우~’
문을 열고 나가면서도 심장은 두근거리고 벌써부터 머릿속은 그전에 풍기고 간 그녀의 향기
로 가득해진 지 오래였다. 덕분에 자지 역시 수그러들 기세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옷깃과
마찰될 때 마다 감전을 당하는 사람마냥 몸을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대문을 열고 빼꼼이 얼굴만 내민 채 그녀의 동태를 살폈다. 혹시나 내가 나오는 그 잠시 동
안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은 그녀의 자태를 보고서야 사라졌다.
그녀는 여전히 강하게 비를 내리꽂는 하늘만을 하염없이 바라본 채 들고 있던 비닐봉투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는 것 같았다.
‘갈등하지 마세요~ 아줌마! 아니 누나? 아줌마…’
나는 뜬금없이 그녀의 호칭에 대해 생각을 해야만 했다. 아줌마라고 하기엔 실례일 것 같았
고 누나라고 칭하기엔 너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친구들 중에는 누나와의 나이차가 엄청나게 큰 친구도 있었지만 외동아들인 나로써 누
군가에게 거의 해보지 않은 호칭을 부르기엔 적당한 용기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에잇! 그래.. 누..누나로 하자!’
마음속으로 굳게 마음을 먹고 천천히 대문을 빠져나갔다.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빗물이 금
세 슬리퍼를 신은 발을 적셨다. 검은색 우산을 굳게 잡은 손은 떨리는 마음을 숨기기 위해
서였지만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우산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초등학교 이후 내가 이성으로 점찍은 여자와는 단 한 번도 말을 섞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선
떨릴만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누나’라는 호칭하나 결정한 것 외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해 놓은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워낙 숫기도 없고 조용한 성격의 나는 소심해져서는 별의 별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보고 있다 나온 걸 눈치 채면 어쩌지?’
‘괜찮다고 거절하면?”
‘혹시 교복을 벗어서 못 알아보면?’
괜히 뒤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일로 고민한 거였지만
그때의 그 당시엔 지구가 종말을 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보다 더 큰 고민이었다.
마음속으로 ‘어쩌지?’를 수 십 번이나 곱씹으며 발걸음을 옮기던 나는 그녀에게로 가는 경
로를 이탈할 때쯤 크나 큰 용기를 내야만 했다.
‘누나! 저랑 같이 가요!’
마음속으로는 잘도 나오는 누나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그녀를 지나칠 기로에
서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가는 길목을 지나버린 후였다.
‘이그… 바보! 바보!! 멍충이!’
이미 나는 그녀를 지나쳐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우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든 내 자신이 너무도 미웠다.
‘그래! 오는 길에… 오는 길에…’
자책을 하던 나는 다시 발걸음에 힘을 붙였다. 최대한 빠르게 손에 무언가를 들고 다시 그
녀 앞에 나타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슈퍼마켓을 들러 라면 두 봉을 산 뒤 거의 뛰다시피 집으
로 가는 길 위를 질주했다.
‘빨리.. 빨리….. 제발…제발…..’
제발 그녀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기도를 연거푸 외쳐댔다.
집으로 돌아가는 코너를 돌자마자 나는 우선 쾌재를 불렀다.
여전히 근심 가득한 얼굴로 하늘만 바라보는 그녀가 그곳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아… 좋아… 용기 내! 성현아~ 용기! 파이팅!’
나는 표정을 관리했다. 지나는 길에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은 기대에 가득한 모습이었기 때문
에 그녀에게 마음이라도 들킬까 염려가 되었던 것이었다.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쭈뼛거렸지만 다시 용기 없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남자만의 오기도 한 몫 거들고 있었
던 것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원망스런 눈초리로 하늘을 바라보며 침을 꼴까닥 하고 삼키고 있었다. 그녀
의 여린 목젖이 움직이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하지만 그쯤되니 이상한 것이 있었다.
사실 뜀박질로는 몇 십초 걸리지도 않거니와 느긋이 걸어도 1~2분이면 당도할 거리의 집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것이 그것이었다.
물론 소나기이겠거니 하는 마음에 비가 그치길 기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 나는 조금씩 더
가까이 그녀의 곁에 다가갔지만 내가 다가가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기.... 누.....누나!”
나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억지로 ‘누나’라는 말을 내뱉기는 했
지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나의 부름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가는 목선과
갸름한 턱선에서는 한 방울의 빗줄기가 흘러내렸고 그 모습 역시 튼튼해지다 못해 폭발일보
직전의 자지를 더욱 흥분케 했다.
“어머!”
그녀의 얼굴이 어리둥절에서 환희로 바뀌는 것을 보자 쿵쾅거리던 마음이 안정을 찾기 시작
했다. 그녀 역시 나의 등장이 무척이나 반가운 듯 눈꼬리를 곱게 접으며 고운 입술을 오물
거리기 시작했다.
“어디... 아~ 라면 사오니?”
“네.. 누나~”
“누나?”
“네? 네에....”
누나라는 호칭에 들뜬 표정이 역력한 그녀는 내심 기분이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생각
없이 아줌마라고 했으면 아마도 그런 해맑은 표정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네~ 다행이다.. 우산 좀 같이 씌워 줄래?”
“네... 네에~”
그녀의 말에 나는 더욱 그녀의 곁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쭈뼛거리며 캐노피 아래서 그녀의 머리위로 우산을 덮자 그녀는 고맙다는 뜻으로 밝은 미소
를 보내주는 것 같았다. 그녀의 미소, 봄날의 만개한 개나리처럼 청초하고도 맑은 빛깔을
내뿜는 듯 했다.
그녀의 표정도 표정이었지만 샴푸냄새가 그윽하게 코를 찌르고 향긋한 몸 내음이 풍겨져 정
신이 몽롱해질 지경이었다.
나는 그녀의 약간 뒤편에서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옆에 나란히 서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
았지만 양손 가득한 그녀의 비닐봉투 때문에 약간 뒤쪽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촉촉하게 젖어 있는 올린머리가 예뻤다. 그 아래 아찔하게 떨어지는 목줄기가 여렸고 그 목
줄기에 하늘거리는 몇 가닥의 머릿칼이 탐스러웠다.
“이것만 아니면 그냥 뛰어 들어가도 됐는데...”
그녀의 말에 나는 비닐봉투를 바라봤다. 거기엔 물감으로 그려진 작은 캔버스가 들어 있었
다. 아마도 새로 온 이삿집에 장식을 하려고 산 물건 같았다.
“그.. 그게 뭐예요.. 누나?”
처음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쉽게 누나라는 호칭이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어색함 그 자체였
다. 두근거리는 마음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 증거로 내 말투는 더듬거리고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 이거~ 내가 그린 건데 근처에 표구집이 있길래 맡겼다가 찾아오는 길이야”
비닐 틈 사이로 그녀의 작품을 살짝 바라봤다. 미술에는 조예가 없는 나로서는 그냥 잘 그
린 그림이라는 생각 외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 그림보다도 그녀의 흰 손에 관
심이 더 갔다. 투명 매니큐어를 칠한 그녀의 고운 손가락이 고았다. 특히 초승달 모양의 새
하얀 손톱 반달이 매력적이었다.
다가갈 땐 그 멀던 거리가 그녀와 하나의 우산아래서 거닐 땐 그 시간이 어찌나 짧게만 느
껴지는지 점점 대문이 크게 보여지고 있었다. 여전히 진한 살내음을 풍기는 그녀의 뒤에서
폭발 직전의 자지를 숨긴 채 그녀를 뒤따르고 있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기에
그녀의 얼굴을 알고 그녀와의 몇 마디 대화를 위로 삼아 최대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엄마~ 악!”
분명히 밤과 새벽에 울려 퍼지던 괴성의 신음이 귀에 꽂혔다. 동시에 나의 자지는 물컹하고
탄력있는 계곡 사이에 살포시 파묻히는 느낌이 들며 동시에 커다란 파도가 몸 안에서 일렁
였다.
뒷걸음을을 치던 그녀가 미처 나를 인지 못하고 그대로 몸과 몸이 밀착되어 버린 것이었다.
“흣! 끄~흠”
나도 모르게 나는 기운 빠지는 신음을 토해냈다. 그것도 지렁이를 보고 놀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이다. 있는 힘을 다해 힘을 줘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음낭부터 찌릿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귀두 끝에서 힘차게 정액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양도 평소의 사정보다 훨씬 많고 더 뜨겁다는 것까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수없이 움찔거리는 자지를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서 빼내지도 못했다. 오히려 본능적으
로 더욱 그녀에게 밀착시키고 있음을 알고 황급히 하체를 떼어냈지만 이미 사정이 끝난 후
였다.
“왜.. 왜 그러니?”
지렁이를 보고 놀랐던 그녀가 나의 반응에 더욱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역시
가까이서 본 그녀의 얼굴이 훨씬 예뻤다. 땀구멍, 털구멍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매끄러운
피부가 그녀의 미모를 더욱 빛나게 했다.
‘눈치 못챘나?’
나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눈치를 챘을 거라는 생각에 얼굴이 나도
모르게 붉게 달아올랐는지 후끈해졌다. 그리고 후끈해진 건 또 있었다.
나의 엄지 발가락이 그녀의 샌들에 밟혀 그제서야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었다. 그나마 그 상황을 유연하게 모면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겨난 것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누나~ 발…”
나는 조용하게 말하며 발 아래를 쳐다봤다.
매끈하게 뻗은 그녀의 다리가 보이고 작고 예쁜 그녀의 발이 보였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빨갛게 칠한 그녀의 엄지발가락이었다. 그리고 그 발아래 슬리퍼차림의 뭉툭한 나의 발이
짖밟혀 있었다.
“미안.. 어째..”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그러나 나도 미안했다.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에서 힘차고 뜨거운 정액을 방출한 것이 그랬다. 하지만 그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포근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미안해했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그녀가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녀의 한걸음 뒤에서 그녀의 뒷
목을 감상하며, 그리고 가끔씩 스치는 그녀의 팔을 느끼면서 최대한 늦은 걸음으로 집을 향
했다. 팬티 안에서 축축하고 찝찝한 느낌이 계속 들어왔다. 미끈하면서도 결코 좋지 않은
느낌은 계속됐다.
“아! 이름이 뭐야?”
그녀가 내 이름을 물었다.
드디어 그녀가 내 이름을 물었다.
뭐 특별한 이유 없이 불렀겠지만 하늘을 날 듯 기분이 좋아졌다.
“성현이요.. 강성현”
“성현이.. 이름 멋지네~”
그녀가 내 이름을 멋지다고 해줬다. 그 역시 별 뜻 없는 인사치레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
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누.. 누나는…요?”
자연스럽게 나와도 될 말까지 너울대는 파도 위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울렁거리며 흘러 나
왔다.
“그냥 누나라 불러~”
그녀가 튕겼다.
괜한 걸 물은 것도 아니었는데 괜히 땀이 났다. 무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자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내 이름이 궁금해? 아줌마 이름 알아서 뭐하려고~”
미워할 수 없을 만큼 맑은 웃음을 주는 그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말도 아주 틀리지는 않았다. 이미 남편이 있는 여자의 이름을 알아서 무엇하
겠는가, 내가 동사무소 직원도 아니고 말이었다.
그렇게 우린 대문 앞에 나란히 섰다.
그녀의 이름을 듣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했지만 그녀는 그 서운함을 잊게 해 줄 만큼 밝은
미소로 나를 바라봐 주었다.
“우산! 고마워. 성현아!”
“아니예요”
그녀의 웃음을 따라 나도 덩달아 웃고 있었다.
그렇게 고마움을 표시한 채 그녀가 몸을 돌렸다. 순식간이었지만 그녀의 맨살과 나의 피부
가 잠깐 닿았다가 떨어질 때 아득한 파라다이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보기에도 고운 피부가 닿았을 땐 그 고움을 뼛속까지 느낄 수 있었다. 황홀함 그 자체였다.
‘아~ 누나랑 섹스를 하면 더 좋겠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가는 그거 나 줘 하는 사람의 끝없는 욕심처럼 점점 그녀에게
마음이 뺏겨 갔다. 아니 그녀가 너무 좋아져만 갔다.
그 좋아지는 마음만큼 그녀의 육체에 대한 호기심도 높아져만 갔다.
집으로 들어온 나는 소파에 두 봉의 라면을 팽개치고 방으로 들어와 그녀를 떠올렸다.
“아... 누나~~~~”
이미 진득하고 미끈한 정액 범벅이 된 자지를 다시 붙잡아 딸딸이를 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향기, 그녀의 미소, 그녀의 몸매, 그리고 빗줄기에 살짝 젖어 비치던 그 속살까지 생
생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저녁을 먹기 전까지 쉼 없이 그녀를 범했다.
딱지 없는 비디오 테입에서 나오듯 그녀를 마음껏 유린해 갔다. 개처럼 굽히기도, 그녀를
나의 몸 위로 올리기도, 그리고 사타구니에 그녀의 얼굴을 처박게도 해봤다.
물론 상상안에서 말이다.
매일같이 볼 수 있을거란 생각은 의외로 깨져나갔다. 간간이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그녀
를 마주치는 게 전부였다.
마주친다고 해서 인사 외에 다른 말을 섞거나 특별히 무언가를 해보지도 못했다.
서서히 친구들 틈바구니에서는 성관계를 했다는 친구들의 무용담이 교실안을 흥분의 도가니
로 만들었고, 그 중 내 귀에 콕 박혀버린 건 친구 누나와 관계를 맞은 석민의 리얼한 중계
였다.
그때는 이미 1년이 지나 여름방학을 앞 둔 중3시절의 얘기였다.
“야! 성현아 너 이게 뭔 줄 아냐?”
친누나가 세 명이나 되는 석민은 하얀 얼굴에 귀여운 얼굴을 한 친구였다. 그의 첫째 누나
는 대학생이었고 둘째 누나는 졸업을 코 앞에 둔 고3 수험생이었는데 그녀는 쌍둥이였다.
그러나 둘째는 모범생인데 비해 셋째 누나는 날라리 중에 초날라리였던 것이었다.
게다가 1년을 꿀은 탓에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가 내민 것은 돌돌말린 천쪼가리였다.
“뭔데?”
색을 보아하니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 재질도 무척이나 부드러운 느낌의 재질
이었기 때문에 대충 짐작은 갔다. 여자의 속옷, 팬티였다.
“미친 변태새끼!”
나는 석민에게 그렇게 내뱉었지만 쉽사리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너, 석희 친구 중에 모델 알지? 보라를 맡고 있는...”
“모델? 보라? 아~ 그...”
나는 가슴 부위에 손을 가져다대고 크기를 가늠이라도 하듯 손동작을 하자 석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작을 따라해 보였다.
석민은 자신의 셋째누나에게는 죽었다 깨어나도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다. 항상 이름을 부르
곤 했다.
석희 누나의 친구 중에 유독 가슴이 발달된 친구가 있었다. 이름은 몰랐지만 나는 그녀를
모델이라고 지칭했다. 모델이라고 한 것은 가슴이 커서만은 아니었다. 키도 170cm가 훌쩍
넘었고 얼굴도 무척 예쁘게 생긴 퀸카 중 퀸카였던 것이다.
“이거 모델거야... 흐흣!”
석민이 돌돌말린 팬티를 풀어내자 앞면이 모두 망사인 디자인의 팬티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크처럼 빛나는 재질에 어찌나 신축성이 좋은지 딱 손바닥 하나만한 크기였다.
“우왓! 죽인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브.. 부라자.. 브라자는 없냐?”
극도의 흥분에 선 나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교복 위의 단추가 터져 나갈 정도로 커다
란 가슴이 매력적인 그녀는 콧대가 엄청 세다는 말을 석민을 통해 들어왔다.
“브라자?는... 있지~~~~~~~”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던 석민은 검은 비닐 봉투를 하나 꺼내보였다. 우리는 봉투를 책상 아
래로 내려 머리를 맞댄 채로 봉투의 입구를 벌렸다.
검은색의 예쁜 팬티와 세트를 기대했던 나는 다소 실망을 했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의 속옷
처럼 아줌마의 속옷 같았기 때문이었다.
“에이.. 브라자는 별로 안 예쁘다!”
“자기는 가슴이 너~무 커서 예쁜 건 사이즈가 없대.. 그래서 모델도 졸라 짱난대”
“우이씨~ 그런 게 어디..ㅆ..... 너 솔직히 말해... 진짜 따먹었어?”
“응!”
모델의 속옷에 정신이 팔려 있던 나는 석민이 그것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졌고 순간
머리를 스치는 느낌에 관계여부를 묻자 그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우렁차게 대답을 이었
다.
“진짜?”
“그래... 속고만 살았냐?”
“어.. 어땠어? 진짜 졸라 좋냐?”
“컵라면!”
“어? 어.. 알았어.. 일단 얘기부터 해 봐~”
“흠... 그러니까 말이지!......”
석민은 초등학교때부터 친구였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그는 내게 성적으로 도태된 전담 선
생님이었다. 그리고 그는 내게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 솔직하고 당당한 친구였
다. 비록 공부는 조금 못했지만 생긴 것 답지 않게 남자답고 의리 있는 그런 친구였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가 좋았다.
“어제 우리 엄마 아빠가 놀러갔었거든... 어디드라.. 아무튼...”
그가 얘기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두 눈이 동그래지고 귀를 쫑긋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석민의 첫 경험이 생생하다 못해 노골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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