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5일 목요일

첫사랑 - 5부

유난히 조용한 여름의 대낮이었다. 오전에 부모님이 4박6일간의 해외여행을 간 후로 그 흔
한 계란장수도 골목을 지나지 않았다.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도 없었고 그저 휑하니 선풍기
한 대 만이 더운 열기를 식혀주고 있었다. 얼마 전 들여놓은 에어컨도 있었지만 난 그 바람
이 좋지는 않았다. 참젖과 의젖의 차이랄까? 난 참바람의 시원함이 은은하지만 더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티비를 켰다. 지금처럼 수많은 채널에 케이블티비까지 나오던 시절은 아니
었지만 그래도 유선방송에서는 24시간 지난 드라마나 지난 쇼프로를 해주고 있었다. 생각
없이 리모콘을 들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문득 채널을 멈추었다. 지난 다큐멘터리를 재
방송해주는 것이었는데 그 주제는 최첨단 군대 장비에 관한 것이었다. 왜 그 채널에서 멈추
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 방송에 빠져들고 있었다. 첨단 레이더를 장착한 전투기부
터 고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주포, 일본의 이지스함 같은 최첨단 군장비를 소개하고 있었
다. 내 꿈이 군인도 아니었고 딱히 관심이 있던 분야는 아니었다.
곧 관심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생각 없이 바라보던 채널을 돌리려는 찰라, 화면이 바뀌며 거
대 어뢰를 장착한 잠수함이 소개되고 있었다.

“저... 저거야!”

나는 무릎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때 화면에서는 길쭉하게 뽑아낸 잠망경이 수면위
의 동태를 살피는 모습이 나왔다. 나는 멍했던 머리가 깨는 듯한 느낌을 받고 곧장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린시절 방학숙제로 만들었던 기억을 되내이며 노트에 전개도와 만들기 재
료에 대한 견적을 뽑기 시작했다. 그럴싸하게 만들면 더 좋겠지만 나의 목표는 잠망경을 잘
만드는 게 아니라 그녀의 알몸과, 그녀의 환락을 훔쳐보는 것이었다.

우선 대낮이기에 아무런 의심의 여지없이 내 방과 수직선상으로 위치한 그녀의 방 창과의
거리를 재기 시작했다. 대충 1m 50cm 남짓 되는 꽤나 긴 길이의 잠망경을 만들어야만 했
다. 나는 신기원을 발견한 사람보다 더 들떠있었다.

‘이대로라면.... 빠르면 오늘 누나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어~’

나는 소리죽여 환호를 했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참으로 어리석었던 나를 꾸짖었
다. 대충 준비할 것과 사야할 것을 구분하고 난 바로 문구점으로 향했다.

“아저씨! 두꺼운 도화지 제일 큰 게 얼만해요?”

다급하게 묻는 나를 보며 아저씨는 도화지의 크기를 말해주었다. 그래봐야 8절지 정도 되는
크기가 가장 큰 사이즈였다. 전문 화방이 아닌지라 그럴거라 생각하고 평면거울 적당한 것
과 테이프. 그리고 본드를 사들고 집으로 잽싸게 뛰어 들어왔다.

“어머 성현아!”

그 때 누나가 말끔하게 차려입고 외출을 하려는 듯 대문 앞에서 나와 마주했다. 아이보리색
의 원피스와 큐빅이 적당히 박힌 샌들을 신고 핸드백을 맨 누나는 포카리스웨트 CF모델처
럼 청초하기 그지 없었다.

“어? 누... 누나... 어디 가세요?”
“응. 친구 만나러~ 근데 어딜 그렇게 바쁘게 뛰어 갔다오니?”

“아~ 그냥... 뭘 만들어 볼까 해서요~”
“방학숙제구나?”

누나는 곱게 차려입은 옷차림만큼 고운 웃음을 남겨두고 멀어지기 시작했다.

‘채영아... 오늘 들어오죠? 그쵸?’

나는 묻고 싶었다. 그렇지만 누나는 가볍고도 우아한 발걸음으로 점점 멀어져갔다.

우선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만반의 대비를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도화지를 사각으로
접어 사각기둥을 만들었다.

‘이건... 좀 약한데?’

일부러 풀 대신 본드를 사왔지만 문제는 종이 자체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도화지
를 한 겹 더 겹쳐야 했는데 본드칠을 하는데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됐다. 짜증이 나기 시작
했다. 본드를 먼저 바른 곳이 말라버리고 또 그 넓은 도화지를 붙이자니 턱없이 많은 양의
본드가 필요했다.

다시 문구점을 들러 비싼 3M 강력접착 스프레이 본드를 사서 작업에 몰두했다. 요새 들어
그녀에 관한한 별것도 아닌 일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
로가 너무 우스웠다. 이 정도의 정성이었다면 또래 여자아이 서 넛 정도는 꼬셔도 벌써 꼬
여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했다. 항상 그녀와 함께한다는 느낌에 기
쁨만이 존재하는 내 마음속이었다.

“다 됐다!!!”

거의 반나절을 투자해 정성을 기울인 작품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있
다는 소릴 듣고 자란 나였지만 무엇보다 어려서 한 번 만들었던 경험이 큰 재산이 되어 만
들어 낼 수 있었다. 길이가 80cm로 결코 작은 크기는 아니었지만 장장 1m 50cm가량 늘어
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정도 크기는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원통형으로 만들었다면 더 좋
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정도의 실력은 되지 않았기에 지금의 잠망경도 충분히 만족하
고 있었다.

‘어디 시험 한 번 해볼까?’

나는 창문 아래로 조심스레 잠망경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잠겨있었지만 열려진 커튼 안으로
그녀의 침실을 옅보기 시작했다. 작지만 고스란히 들어오는 광경에 나는 탄성을 질러냈다.
침대 위엔 낯익은 그녀의 티셔츠와 반바지가 침대위에 올려져 있었고 이불은 가지런히 정리
가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에 그녀의 성격을 옅볼수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이미 그녀의 알몸과 섹스장면을 본 사람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외출한 그녀를 기다렸다. 그
리고 해가 어둑해질 무렵 기다리던 그녀가 돌아왔는지 대문 닫는 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왔
다. 동시에 잠자고 있던 나의 성욕 또한 깨어났다. 긴장과 함께 어서 밤이 되길 기다렸다.

지루하리만치 시간은 더디게 갔다. 어서 이 성능 좋은, 아니 정성 가득한 잠망경을 써보고
싶어 안달이 난 내게 밤이 되는 것과, 그녀의 남편과 그녀가 한 몸이 되는 시간까지의 괴리
는 상당히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그날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
음에 조심히 잠망경을 내려 방안을 살펴보았지만 그때처럼 하의를 벗은 그녀가 활보를 하지
는 않았다. 그녀의 남편 역시 트렁크 차림은 변함없었으나 그녀의 목덜미를 빠는 장면은 연
출되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역시 훔쳐온 누나의 팬티 한 장만 입고 아주 늦은 오전에 눈을 떴다. 해외여
행을 간 부모님 덕에 정성이 가득 담긴 잠망경은 침대 아래서 나와 같이 잠을 잤다. 또 밤
새 누나를 생각하며 자위를 하다 새벽 늦게 잠든 나는 조용히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눈을 뜬
것이다. 이미 아침발기로 튼튼해진 자지를 누나의 팬티 사이로 우겨넣다시피 했지만 삐져
나오는 것을 어쩌지 못하고 반바지와 티셔츠를 걸어 입으며 현관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동네 아줌마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의 성향상 이미 며칠까지 집에 없을 거라는
통보를 여기저기 흘려 놓고 갔을테니까 말이다.

“성현아~ 누나야~~”

달콤하고 애교 있는 코맹맹이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눈에 붙은 눈곱을 정리하고 짧지만 눌
려 보기 흉한 머리를 툭툭 쳐내며 다급하게 문을 열었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누군가를 맞는
것이라 입에서 냄새는 나지 않을까 조바심마저 생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절이라도 하듯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머! 성현이 아직도 잤어? 해가 중천인데...”
“어제 느.. 늦게까지...”

“공부도 좋지만 건강 생각해야지~ 엄마는?”
“엄마요?”

누나의 생긋거리는 얼굴을 보자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누나는 이미 화장까지
곱게 하고 손에는 비닐봉투 하나가 들려있었다. 엄마를 묻는 그녀에게 해외여행을 갔고, 언
제 돌아온다는 것까지 말해주자 검은색 비닐에 담긴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이거~ 누나 친정에서 보내온 건데, 오징어야... 엄마 오시면 전해드려”
“아.. 네... 근데 누나 어디가세요?”

항상 이맘때 쯤이면 누나는 생물오징어를 나눠주곤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작년에도, 그
리고 재작년에도 누나는 인심좋게 많은 양을 나눠주었었다. 그리고 나는 누나의 화사한 얼
굴에 나도 모르게 바보같은 질문을 해버렸다. 뭐 꼭 묻지 못할 것도 없지만, 간결하지만 예
쁘게 화장된 그녀의 얼굴이 마치 어디론가 떠나가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왜?”

그녀의 두 눈이 동그라진다. 쌍꺼풀 없는 두 눈이 사랑스럽다. 동양적이지만 도도함이 물씬
풍기는 눈이었다. 눈꼬리는 살짝 쳐져 강아지 상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화장한 거 같아서...요”
“이상해?”

“아... 아뇨, 예뻐요”
“그래? 고맙다~”

어느 여자나 예쁘다는 말엔 전부 약하듯 그녀 역시 외모 칭찬에 한결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주었다. 정말이지 와락 끌어안고 그녀의 남편이 그랬듯 목줄기를 핥고 싶은 충동에 울컥하
며 자지에서는 눈물이 밀려나오는 게 느껴졌다.

“그럼~ 성현이 밥은 어떻게 먹어?”
“그냥 대충요...”

나는 그저 얼버무리며 말을 했다. 그 때 누나의 눈길이 나의 몸을 훑는 것이 느껴졌다. 나
의 눈에서 머물던 시선이 어깨, 가슴, 배, 그리고 툭 튀어나온 자지 부근까지 내려왔다. 그
리고 한 동안 불룩하게 도드라진 반바지의 중앙부위에 한동안 머물었던 눈빛이 다시 올라
오는 게 느껴졌다.

“한창 클 땐데... 아주머니는 부탁하고 가시지...”

누나는 혼잣말처럼 내뱉더니 곧 말을 걸어왔다.

“이따 저녁 때... 아니 씻고 내려 와... 같이 밥 먹자~”
“네?”

느닷없는 횡재에 놀란 듯 묻자, 그녀는 다시 한 번 씻고 내려오라는 말을 남긴 채 아래층으
로 발길을 돌렸다.

몰랐다. 그녀의 반라를 보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엉덩이를 가지고, 그저 평범한 가슴과
평범한 허리라인을 가졌을 줄 알았던 그녀였는데, 뒤돌아 가며 실룩대는 저 탱탱한 엉덩이
가 그다지도 섹시하고 풍만할지는... 어린 내 눈에도 채영이란 여자는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여자였다. 아마, 안으면 안을수록 더 안고 싶은 그런 여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왔다.

씻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씻기 전부터 그녀의 집에 들어온 이 시간까지 몽롱한 나의 정
신 상태는 여전했다. 식탁에 앉아 그녀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으면서도 내 눈앞에 있는 누나
가 흰색 브래지어와 팬티만 착용한 여체로만 보일 뿐이었다.

“왜 그래? 맛이 없니?”

그녀의 물음에도 나의 시선은 온통 그녀의 젖무덤에 가 있을 뿐이었다. 의식을 차렸을 땐
젓가락을 입에 문 채 걱정, 또는 불안한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는 누나였다.

“아... 아뇨 맛있어요...”

대답을 하면서도 나는 노랑색 남방셔츠의 가슴 부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눈치를 채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이미 잊어버린 상태였다. 점점 그녀라는 수렁에 빠져드는
데,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인데 그런 것들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는 나였다.

“근데 왜 그렇게 못 먹어~”

그녀도 나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손으로는 앞섬의 단추를 챙기며 걱정스레 물었다. 기억도
잊혀질 만큼 오래전 김치찌개를 대접 받은 후의 첫 식사라 맛의 대한 걱정인지 아니면 어리
지만 이제는 어른의 몸을 하고 있는 웅취나는 남자의 시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누나의
행동도 점차 조심스럽고 더욱 조신해져가고 있었다.

점심식사의 반찬은 마른반찬과 된장찌개 그리고 녹두전이었다. 사실 난 녹두전을 그닥 좋아
하지 않는다. 기름에 구워 담백한 맛도 없었고 그렇다고 자극적인 맛도 없었기에 밥 반찬으
로 하기란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 좀 먹어 봐~ 성현아... 이거 내가 직접 갈아서 만든거야....”

그녀는 젓가락으로 녹두전의 한 귀퉁이를 잡더니 우아한 손가락으로 눌러 커다랗게 한 점을
뚝 떼어냈다. 그리고 내 밥공기위로 올려놓고는 손가락에 남은 기름을 어여쁜 입술로 가져
가 쪽 빨아냈다.

“성현아?”
“아... 네!”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가 묘한 유혹이 되고 있었다. 방금 전엔 그녀의 손가락이 되고 싶었고
그보다 전에는 그녀의 입으로 들어가는 젓가락이 되고 싶었다.

‘누나... 나 이러다 정말 병이 생길 것 같아’

“입맛이 없니?”
“아뇨... 아니예요....”

나는 다시 의식적으로 밥을 한가득 입안으로 우겨넣었다. 그리고 누나가 떼어 준 전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누나... 조금 싱겁네요~”

제법 정신이 돌아온 나는 음식 타박에 들어갔다. 그게 정말 맛이 없거나 간이 안 맞아서가
아니라 누나와 마주보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힘이 들었고 조금만 더 그녀의 눈빛을 느낀다
면 당장에 그녀의 몸으로 돌진해 버릴 것 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간장을 빼먹었네.... 잠깐만~”

누나가 일어서는데 풍만하고 살집 가득한 엉덩이를 파고 든 팬티라인이 보였다. 쫄깃해 보
이는 엉덩이 골과 골반의 튼실함이 물씬 풍기고 나자 누나는 허리를 숙여 씽크대 아래 찬장
을 들여다보며 간장을 찾았다.

유독 달라붙는 옷을 입은건지, 아니면 그녀가 입어 그렇게 타이트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
만 은밀한 부위가 도톰하게 올라온 것이 보였다. 엉덩이만큼이나 그녀의 은밀한 부위의 살
도 탄력 있게 올라붙은 모양이었다. 한마디로 육덕진 엉덩이였다. 실로 베일에 가려진 엉덩
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통통하고 탱탱하게 살이 오른 모습이 너무도 육감적이었다.

‘꿀꺽!’

수그린 허리 위로 짧은 남방이 올라가 희디 흰 피부가 드러나더니 곧 빨간색의 팬티 끈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아까부터 서 있던 자지였지만 더욱 크게 부푸는 느낌과 함께 나
는 눈을 감았다. 참지 못 할 성욕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고 겨우 그것을 잡아내려면 나는
그녀를 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후였다.

‘저 팬티도 갖고 싶다...’

얇은 팬티의 밴드는 붉은색이었지만, 그 아래로는 순백의 하얗고도 빛나는 재질의 면이 보
였다. 그리고 약간의 노출이지만 흰색의 속옷 안으로는 그녀의 하얀 살결이 도드라지고 있
었다. 그녀가 조금만 더 굽혀 앉는다면 엉덩이 골까지 드러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기쁨
은 잠시 곧 몸을 일으킨 누나는 간장 위로 통깨를 뿌려내더니 생긋 웃으며 뒤를 돌았다. 사
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단점조차 사랑하다더니, 그녀에게 단점이란 아예 없는 사람처럼 보였
다. 그만큼 웃음하나, 자태하나, 말투 하나하나가 전부 내겐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누나가 간장 종지를 내게 밀어주었다. 수그린 얼굴 아래로 투명한 손톱이 매력적인 길다란
손가락이 비쳐졌다 사라졌다. 당장에 낚아채 손을 빨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억울했
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곧장 집으로 올라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
그 무엇보다 큰 행복이자 쾌감이었지만 이대로는 누나를 가만히 둘 수 없을 거란 생각 때문
이었다. 사실 얼른 올라가 거나하게 자위라도 한 번 해야 살 것 같았다.

“가려고?”
“네? 네에...”

고개를 수그린 채 힘없이 대답했다. 오후의 햇살이 점점 넘어가며 집안을 비추이던 열기도
누그러지고 있었다.

“놀다 가~ 나도 매일 혼자 있어서 심심한데... 안 심심하니?”
“..........”

“매일 공부만 하면 힘들잖아... 온 김에 누나랑 놀자!”
“노... 놀자구요? 뭐... 뭐하고 놀아요?”

씽크대에 서서 고무장갑을 낀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인 누나의 머릿칼이 스르르 쓸려 내려왔
다. 그러자 고개를 휘감아 치며 다시 머리카락을 정리하더니 이내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고
내 손을 잡아끌며 거실의 소파로 향했다.

“에고~ 설거지는 이따가 해야겠다! 후훗!”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튀어나와 버릴 것 만 같았다. 나란히 앉은 소파에서 엉덩이와 엉덩
이가 살짝 부대꼈다. 뼈밖에 없는 내 엉덩이가 그녀의 살집 풍성한 엉덩이로 흡수 되어버리
는 기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휴우~ 덥다... 그치 성현아~”
“네... 더... 더워요...”

그녀 손에 잡힌 내 손에선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리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손은 촉촉하면서
도 무척이나 여리게만 느껴졌다. 꽉 쥐면 막대과자가 부러지듯 그렇게 힘없이 부러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안 되겠다! 선풍기라도 틀어야지~”

그녀의 집은 반지하여서 우리집보다는 제법 서늘한 편이었다. 그러나 오후의 강한 햇빛이
실내로 쳐들어 왔던 시점이라 그녀의 집도 찜통과 같았다. 내 곁에서 멀어졌던 그녀가 선풍
기를 들고 와서는 선풍기를 켰고 곧 파카글라스 잔에 얼음을 띄워 예전에 내가 했던대로 콜
라를 두 잔 가져왔다.

“커피로 할 거 그랬나?”
“아...아뇨... 콜라가 좋아요...”

“성현이 너 커피 못 먹지?”
“못 먹는 건 아니고 즐겨먹지 않는건데...”

“애기구나... 아직...후훗!”
“애기 아니예요!!!”

커피 맛도 모르지? 라는 말에 나는 버럭 음성을 높였다. 아직 아기 같다는 말... 다른 사람
은 몰라도 그녀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어머? 성현이 화났어? 애기라고 해서?”
“화난 게 아니라... 아무튼 애기 아니라구요!”

“귀여워라~”
“.............”

이보세요! 채영씨! 난 포경수술도 예쁘게 됐고 정액도 나오고 이젠 자지에 털도 난 어른이
라고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선풍기 바람의 쐬며 시원한 콜라로 입가심을 하는 중이었기에
망정이지 손에 잔이 들려 있지 않았더라면 서로가 뻘쭘할만큼 대화가 끊겨 있었다. 그러나
끊긴 대화와는 반대로 나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어대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귀엽게 다
마신 콜라잔의 얼음을 입안으로 넣었다 우물거리고 다시 뱉어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누군
가에게는 추접스런 행동일지 모르겠지만 정작 내 눈엔 그녀가 철모르는 아이처럼 행동을 하
고 있는 것에 웃음이 났다. 게다가 두 다리를 쭉 펴서 발끝까지 늘려내고는 나와 다리길이
까지 재보려는 그녀의 행동에 애기라고 놀려 잠시 나빠졌던 기분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
고 말았다. 이 여자,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묘하고도 신비한 매력이 가득한 여자였다.

“왜 웃어?”
“치! 누나가 더 애기같은 거 알아요?”

“내가 왜?”
“추접스럽게 얼음 물었다 뱉어내고 나랑 다리길이 재고...”

“그러는 너도 나랑 다리길이 재보려고 두 다리까지 쭉 편 거 아냐?”
“나는 누나가 무안해 할까봐 그저 장단 맞춰 준 거 뿐이라고요~”

그녀의 다리는 보기보다 길었다. 반라를 보았을 때도 엄청 다리가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었
지만 정작 다리길이를 재보니 내 다리보다 더 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당시 내 키가
175cm정도였으니 그녀보다는 무려 10cm정도가 더 컸음에도 그녀의 다리길이는 내 다리보
다 더 긴 듯 했다.

“그래.. 그래.. 너 잘났다!”
“근데 누나 다리 정말 길다~”

“그치? 내 몸뚱이 중에 이게 제일 마음에 들어~”
“다시 한 번 재 봐요...”

이번엔 나란히 왼다리와 오른다리를 들어 바짝 붙였다. 말캉하지만 탄력 있는 그녀의 피부
가 나의 맨다리에 와 닿자 정신이 아득해지며 다시 자지가 부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의
다리와 자신의 다리를 동시에 부여잡고 정확한 실측을 하기 바빴다. 난 그런 누나의 손길과
피부결을 느끼기에 바빴고 결국 내 다리가 누나의 다리보다 조금, 미세한 차이로 길다는 결
론으로 그 즐거운 시간은 끝이 나고 있었다.

“너 나보다 다리 짧으면 숏다리라고 놀리려고 했어”
“결국 내 다리가 더 길잖아요~”

“그게 당연한거지!”
“쳇!”

누군가 그랬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면 스킨십을 하라고... 그녀와 마주잡았던 손, 그리고 아
무것도 아니지만 살짝 부대꼈던 피부는 나와 그녀를 훨씬 가깝게 해주었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성현인 여자친구 없니? 요즘엔 다들 학교 다니면서 연애한다며~”
“없어요~”

“왜? 성현이 정도면 잘생겼지, 공부 잘하지... 성격 착하지... 왜?”
“그.. 그냥 다른 여자들에겐 관심 없어요~”

“성현이 좋아하는 여자 있구나!”
“어... 어떻게 알... 았어요...”

순간적으로 얼굴로 피가 몰려드는 기분이었다. 그리고나서 내가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여자들에겐 관심이 없다는 말은 내 마음속에 누군가를 품고 있다는 뜻과
같으니까 말이다.

“너는 내가 이 나이를 허투루 먹은 줄 아니?”

그녀는 나보다 15살이 많았다. 그녀는 서른 두 살이었지만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외모를
갖고 있었다. 솔직히 교복을 입혀놓으면 나보다 한 두 살이나 많은 누나처럼 보일 듯 한 여
자가 나이 운운하니 웃음이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왜 웃어?”
“누나가 나이 운운하니까 웃겨서요~”

“왜? 나 이래봬도 꽤 먹은 여자거든?”
“알아요... 서른 둘이잖아요~”

“어머? 내 뒷조사하고 다니니?”
“뒷조사는요... 예전에 엄마랑 대화하는 거 들은 거예요~”

“어쨌든 뭐가 웃겨?”
“누나 교복 입혀 놓으면... 정말 나랑 동갑처럼 보일 것 같아서요...”

“뭐야... 칭찬이야? 놀리는 거야?”
“칭찬이죠... 누나 되게 동안이잖아요...”

어려보인다는 말을 싫어할 여자가 어디있겠는가? 그녀 역시 입이 주~욱 찢어지며 기쁜 얼
굴을 지어보였다.

‘그래요... 그렇게 웃는 누나의 모습이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 예뻐요’

그녀의 웃음에 나도 웃음이 지어졌다.
정말이지 품안에 가득안고 사랑을 속삭이고 싶을 만큼 어여쁜 여자였다.

“비행기 그만 태워... 어지러워~”
“정말인데...”

“근데, 성현이가 좋아하는 여자는 몇 살이야? 동갑? 후배?”
“왜요? 뭐가 그렇게 궁금해요?”

“몰라~ 널 보고 있으면 옛날생각도 나고... 그냥 요즘 애들 트랜드가 어떤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뭐야... 되게 늙은 척 해!”

“뭐? 늙은 척이라니?”
“그렇잖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교복입고 밖에 나가면 저랑 동급생 정도로 볼텐데 말투는
우리 엄마 같애”

유독 그녀에게만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벌써 3년째 보는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내
가 성장을 한 것 만큼 오히려 어려진 것 같았다. 은분이 묻어날 것 같은 하얗고도 뽀얀 피
부는 여전히 고왔고 웃을 때 마다 접히는 귀여운 눈가엔 잔주름 하나 없었다. 시간이 멈춘
게 아니라면 분명 그녀만의 시계는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게 분명하다고 우기고 싶을 정도
였다.

“욘석이!”

제법 친해졌다는 느낌의 린치가 다가왔다. 장난스레 허벅지를 꼬집는 그녀를 와락 끌어 안
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곧 내 피부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녀의 고운 손 끝이 머물
다 간 피부에는 그녀가 흘리고 간 은색의 분가루가 흩날리는 기분이었다.

“근데 성현아~ 넌 외동아들이라 심심할 때가 많겠다~”
“네... 가끔요”

“보니까 친구도 자주 안 만나는 거 같던데”
“요즘에나 그렇지 예전엔 거의 매일 놀았어요~”

‘누나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어떻게든 누나에게 나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 순수해 보이는 여자에게 내 마음을 내
보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저 귀여운 동네 어린아이로 취급을 해버리겠지? 내가 원하는
건 순수한 눈을 가진 동네누나가 아닌 고양이상으로 변하는 밤의 요부인 채영이었다. 그러
나 그것은 온전한 나의 바람일 뿐 그녀는 전혀 그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나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저 동네에 공부 잘하고 착한 소년을 대하는 것일 뿐, 내게
알몸을, 아니 매혹적이던 반라도 허용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랬어? 요즘은 공부하느라 못 만나는거구나?”

‘아뇨, 누나 생각 할 시간도 부족해요.’

실제로 그랬다. 친구 건, 다른 여자 건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건... 내겐 오롯이 채영이라는
여자 생각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떠올리고, 한 번이라도 더 마주치
며, 잠시라도 말을 걸어 볼까하는 마음 뿐 인 나였다.

“저 공부 많이 안 해요~”
“그런데도 그렇게 공부를 잘해? 성현이 너 천재구나?”

공부를 잘 한다는 것, 아니었다. 그저 시내에서 제일 좋은 학교라고 이름 난 학교의 교복을
입은 것일 뿐, 그녀에게만큼은 누구보다도 그녀를 더 사랑하고, 좋아하고, 떠올리며, 밤에는
그녀의 남편보다 더 섹스를 잘하는 남자로 보이고 싶었다.

“천재는요... 공부 그렇게 잘하지도 않아요~”

도대체 엄마가 뻥을 얼마나 치고 다니는건지... 경쟁력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건 맞는 말
이었지만 누나의 말대로 천재를 운운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집의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엄마 역시 아들이 공부를 웬만큼 한다는 게 크나 큰 자랑거리였던지 나의 존재는 이미
서울대를 다니는 공부벌레로 낙인찍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그의 말을 받아 답변을 하려하는데 안방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렸
다. 소파 앞에 들고 있던 유리잔을 내려놓는 그녀는 다시 팬티를 살짝 내보이고 나의 무릎
을 짚으며 일어서더니 곧 안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여보세요?”

“어머! 오빠~”

그녀는 무척이나 반갑게... 그리고 애교 넘치도록 전화기에 대고 아양을 떠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오빠?’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나이와 이름이 전부인 나로써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친오빠인지, 아니면 친한오빠? 그것도 아니면 예전에 사귀었던 오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건 친오빠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형제가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
도 친오빠에게 저런 아양 섞인 목소리를 내지는 않을 거라는 추측이었다.

그녀의 전화 내용을 정리하는 동안 내 눈엔 그녀의 컵이 들어왔다. 역시 무더운 날씨 탓인
지 얼음이 녹아 겹쳐져 있던 얼음덩이가 흘러내리며 맑은 소리를 냈기에 눈길이 갔다. 여전
히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확인하고 얼른 그 잔을 집어 들어 그녀가 빨아대던 얼음
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무슨 맛이 나겠냐 만은 마치 꿀을 타 놓은 것처럼 달콤한 느낌이
었다. 그녀의 입안에서 뒹굴던 얼음덩이가 키스는커녕 뽀뽀도 못해 본 어린 나를 그토록 자
극 시켰다. 이미 팽창했다가 잠시 쉬고 있던 자지가 솟아오르며 그 쾌감을 받아들이고 있었
다.

‘아~ 누나의 맛이다...’

시원했다. 그리고 달콤했다. 나는 내 잔의 얼음을 입에 넣었다가 많은 침과 함께 다시 그녀
의 잔으로 옮겨 놓았다. 그러나 그것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
의 앞섬을 훌렁 까내렸다. 제법 어른티가 나는 자지를 끌어내려 그녀의 컵에 넣고 얼음과
컵 윗둥을 마구 문질렀다. 얼음의 차가움과 함께 그녀의 입에 닿을 잔을 생각하니 묘한 쾌
감이 사로잡히고 있었다.

“알았어... 응... 또 통화해~”

그녀가 곧 전화를 끊으려는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목소리를 확인하고 얼른 자리에 앉아
테이블 위에 그녀의 잔을 내려놓았다.

“어휴~ 더워!”

손부채질을 하며 나온 그녀는 다시 나의 옆으로 앉으며 잔을 집어 들었다. 숨이 막히며 심
장은 터질 듯 벌렁거렸다. 투명한 잔으로 그녀의 통통한 입술 사이로 귀여운 혀가 빼꼼이
나오며 흘러내리는 얼음을 낚아 채 입으로 집어넣자 자지를 빨리는 느낌처럼 귀두 끝이 짜
릿해져왔다.

“아까운 얼음... 다 녹았네....”

나의 침이 묻었고, 나의 자지가 닿았던 얼음을 우물거리는 그녀의 빛나는 입술을 마구 빨고
싶었다. 어찌나 얼음을 맛있게 빨아먹는지 그녀의 입안으로 자지를 들이밀고 싶기도 했다.

‘아~ 저 입술에... 빨려보고 싶어...’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졌다.

“누... 누구... 였어요?”
“응?”

새초롬하게 눈을 뜨며 나의 물음을 못 들은 척 되묻는 그녀였다.

“아까 통화....”
“통화? 그건... 왜?”

그녀가 소파에 몸을 묻은 채 날렵한 두 다리를 허공에 저었다. 마치 자전거 페달을 밟듯 유
연하고도 부드럽게 휘저었다. 탄력 있는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도드라졌지만 여린 여체는 여전했다.

“아... 아뇨... 그냥요”
“싱겁긴... 그나저나 성현이가 좋아하는 여자 얘기 좀 해봐~ 또 아니? 누나가 어드바이스
해 줄 수 있을 지도....”

이번엔 양 무릎을 모아 끌어안으며 무릎 위로 볼을 괴어 나를 바라보는 그녀였다. 목덜미의
연한 힘줄이 도드라졌고 순백의 하얀 피부가 더욱 돋보였다.

‘아~ 누나의 남편처럼 목덜미를 빨아버리고 싶어...’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는 그녀의 웃음에 온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편안한 옷차림, 그리
고 사타구니를 꽉 조인 누나의 속옷 안에 힘차게 올라선 자지는 나를 너무도 괴롭게 했다.
어서 이 녀석을 달래줘야 험한 꼴을 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당장에라도 그녀를 눕히고
그녀의 은밀한 구멍 안으로 성난 자지를 들이밀 것 같은 충동에 정신이 혼란스러웠다.

“그냥... 그냥... 있어요... 그런 여자가”
“그게 뭐야... 예뻐?”

“네... 예뻐요~”
“공부도 잘 하니?”

“공부요? 학교는 안 다녀요~”
“그래? 몇 살인데?”

“서...르... 아니 저보다 조금 더 많아요~”
“그래?”

갑자기 그녀의 질문이 끊어졌다. 나이를 말하다 얼버무릴 때 대충 나이를 짐작했으리라. 서
른이라고 해도 나보다는 훨씬 많은 나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고, 그 정도의 나이차라면 학
창시절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걸로 생각했나보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
했다. 결국 이뤄질래야 이뤄질 수 없는 그런 첫사랑과 같은 감정을 내가 지금 느끼고 있다
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건 먼 훗날 알 수 있는 정답이란 걸 그 때의 나는 깨닫지 못하
고 그저 채영이라는 여자를 좋아하고 바라보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할 때였다.

“어머? 성현아~ 이렇게 해 봐!”

갑자기 그녀가 나의 상체를 앞으로 수그러뜨리며 등판에 손이 올라왔다. 자연스럽게 나는
허리를 앞쪽으로 구부정히 하며 고개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나의 등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 했다. 그 손길이 닿을 때마다 나의 몸은 감전된 사람
처럼 짜릿하게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이런 걸 묻히고 다녀~”

그녀의 손에 묻어나온 것은 초콜릿 조각이었다. 어제 먹다 흘린 것을 짓이겨 몸에 붙이고
다녔나보다.

온몸에 땀이 베어 나오는 느낌이었다. 무언가를 묻히고 돌아다니는 칠칠맞은 남자로 보여서
가 아니라 그녀의 여린 손이 간질여 놓은 탓에 모든 신경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누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나!”
“응?”

나의 긴장감을 눈치 챘는지 그녀 역시 살짝 놀라는 듯 한 반응이었다.

“만약에요... 만약에 누나가 결혼을 안했다고 치고... 저처럼 어린 남자가 누나한테 사랑을
고백하면 어떨 것 같아요?”
“뭐?”

“그... 그러니까...”
“서... 성현이... 나 좋아하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나의 말에 그녀를 좋아한다는 뜻이 전부 담겨져 있었는데
그 때의 나는 마치 문제라도 내 듯 빙빙 돌려 나의 마음을 숨기려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단번에 나의 마음을 알아차려버린 것이었다.

“네? 그... 그게... 그러니까....”
“좋아하는구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의 비밀스런 마음을 들켜서일까? 순식간에 땀에 얼룩진 얼굴과 티셔
츠를 느끼지도 못한 채 고개를 살짝 떨궈내었다.

“쪼... 쪼끔... 아... 아니... 그러니까..... 네...............”
“기분 좋은데? 성현이처럼 멋진 아이가 날 좋아한다니....”

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살짝 미소 띤 얼굴하며 여전히 양 무릎을 끌어안
은 채 예쁘장한 발가락을 옴지락거리는 그녀가 보였다.

“저, 올라갈게요!”

마치 무언가에 쫒기는 사람처럼 단숨에 우리집으로 뛰어 올라왔다. 등 뒤로 나를 부르는 누
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창피함과 동시에 마음이 들켜버린 이상 그녀를 가만히 두지 못
할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집으로 올라온 나는 무작정 옷을 벗어버리고 욕실로 향했다. 차가운 물을 뿌려 뜨거워진 몸
을 식혔고 우뚝 솟아오른 자지를 마구 문질러댔다. 누나의 속옷도, 상상도 필요 없었다. 그
때만큼은 자위를 즐기는 것이 아닌 범죄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끄으~”

차가운 냉수에 섞여 수챗구멍으로 뿌려지는 정액은 너무도 뜨거웠다. 자지를 흔든지 1분도
되지 않아 그대로 힘찬 방출을 시작했지만 여간해선 줄어들지 않는 자지를 원망스레 내려다
보자 왠지 처량하다는 생각마저 들어왔다.

‘하아~ 누나.... 누나.... 사랑해요~’



저녁때가 되었지만 나는 그녀의 집을 내려가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녀가 좋다 못해 그녀를 마주치는 것 마저 무서워졌다. 그녀를 보면 와락 끌어안고 못된
짓을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성현아~”

기다리다 올라왔는지 그녀의 곱고도 약간 높은 음성이 들려왔다. 아마도 저녁상을 봐 두고
나를 부르러 온 것일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잠근 문을 열 수가 없었고, 몇 번을 더 부르던
그녀는 이내 포기를 하고 내려간 듯 했다.

그녀의 집을 내려가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나는 밤을 기다렸다. 그녀를 안지 이제 3년째
가 되었고 비로소 오늘 나의 마음을 그녀에게 전했다. 아니, 조금 더 확실하게 말한다면 내
가 그녀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런 그녀의 반응은 내가 생각을 했던 것과 별
반 다르지 않았다.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렇다고 사춘기 시절 남학생에게 고백을 받은 여
고생처럼 수줍음도 없었다. 그랬다. 그녀에게 나는 너무 어린 동네의 동생이었고 남자라기
보다는 같은 건물에 사는, 주인집 아들내미에 불과했다. 그렇더라도 난 그녀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더욱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도전정신이 새롭게 자리 잡아 가
고 있었다.

하릴없이 창 밖에 얼굴을 내밀고 아랫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벗삼아 살랑이는 바람과
놀고 있었다. 바람이 세차고 약간은 눅눅한 기분이 드는 것이 곧 시원한 여름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생각은 곧 들어맞았고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 빗줄기는 폭우로 변하기 시작했다. 바람까지 불어 창 안으로 들이치는 빗방울이었
다. 닫지 않으려 끝가지 버티다 침대 한 켠을 축축히 적시고 난 후가 되어서야 난 창문을
닫고야 말았다. 오늘도 역시 정성스레 만든 잠망경을 사용하지 못 한 채 꿈에서나 그녀를
만나야 하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고 말았다.

벌써 3일째 그녀의 높고 야한 색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고 난 그 이유가 궁금해지고 있었
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달뜬 숨소리와 거친 비명으로 나를 즐겁게 해줄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에 자칫 종이로 만든 잠망경이 젖어 밑둥
이라도 빠지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창을 열고 뜨거운 육체의 몸부림
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그것을 내려보지도 못했다.

답답했다. 답답한 마음에 난 그저 현관문을 나와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원망스레 바
라보았다. 왠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 한 분위기에 왠지 주인공인 나는 담배라도 꼬라물어야
할 것 같았다.

‘아빠가 피던 담배가 있긴 할텐데...’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안방으로 들어간 나는 아빠의 담배를 찾기 시작했다. 요즘에야 남
자들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져, 또 사회적 분위기가 흡연자를 죄인으로 만들어 설 자리가
마땅치 않지만 내가 어린 시절... 그 즈음은 집안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피우는 아버
지를 어렵잖이 볼 수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우리 아버지였다.

문갑 위에 올려진 ‘한라산’이라는 담배를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 두 개피를
뽑아 들고 다시 현관 밖으로 나와 쭈그리고 자릴 잡았다. 그녀의 집 안방에선 조금도 변함
없이 투명한 빛이 비쳐지고 있었고 비가 내리는 탓인지 행인도 발길을 끊은 상태였다.

“칙!”

일회용라이터... 한 번 사면 충전용 라이터보다 오래쓰는 라이터를 왜 일회용 라이터라고 명
명했는지 궁금하다. 그런 궁금증이 들기 시작부터 내 입에서는 쓰디 쓴 담배향이 흠뻑 적셔
지고 있었다.

“우웩! 뭐야 이게....”

담배연기가 입을 통해 뿜어지는 것이 신기할 뿐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입안은 냄새 고약한
약초를 씹은 것처럼 텁텁해지기 시작했고 혓바닥은 뜨겁기까지 했다.

“콜록, 콜록!”

아빠가 했던 것처럼 코로 담배연기를 내뿜으려 하다 목구멍으로 넘어간 담배연기에 나도 모
르게 기침이 나왔다. 보통 담배보다 긴 편이었던 한라산이라는 담배는 호기심에 머금은 담
배연기의 신기함과 고통스런 기침만을 남기고 첫 번째 개피를 전부 태워버리고 말았다.

아마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내가 담배를 처음 접한 기억이 말이다. 호기심으로 손
대 본 담배는 그닥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남은 한 개피를 조심히 현관 구석 한
귀퉁이에 올려두고 침을 뱉어냈다.

“쿵!”

그때 대문이 굉음을 내며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어둠속으로 누군가 달려 들어가는 것이 보
였다. 모르긴 해도 그녀의 남편일 것이었다. 우리집과 3층으로 연결되는 쪽이 아닌 지하의
집으로 향하는 것이 분명했다.

‘옷을 입고 있을 땐 그렇게 뚱뚱하지 않아 보이는데...’

난 며칠 전 우연찮게 본 누나의 남편이 떠올랐다. 배도 생각보다 많이 나왔고 결혼 사진보
다 살이 엄청나게 많이 오른 체형이었다. 그러나 어둠속에 스쳐간 모양이지만 옷을 입고 있
을 땐 그다지 뚱뚱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하긴 누나도 통통한 줄로만 알았지... 그렇게 얇은 허리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잖아?’

그 때 깨달았다. 여자건 남자건 알몸을 보기 전까지는 허울에 가려진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
고... 나는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다. 여름이었고, 비도 내렸다. 그녀와 그가 침대에서 뒹구르
려면 못해도 샤워하는 시간과 밥을 먹는 시간정도는 감안을 해도 무관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나는 다시 남은 담배 한 개피를 담배갑에 우겨 넣어두고 물을 한 잔 마셨다. 물을 마실수록
속은 더욱 타들어갔다. 담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1분, 1분 다가오는 환락의 시간
때문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원하고 그리는 여자와 그의 피앙새인 그의 남편
이 한 몸으로 결합될 시간이 다가올수록 짜증과 함께 갈증이 밀려왔다.

‘누나... 언젠가... 나한테도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나도 잘 할 수 있어요~’

주문처럼, 기도처럼 중얼거리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전신 거울 앞에 바지를 내리고 그녀의
팬티를 입은 변태같은 어린남자 하나가 자지를 우뚝 세우고 그렇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고1.. 성장이 그렇게 느린 편이 아닌 나로서는 거의 성장이 끝났다고 볼 수도 있었다. 목욕
탕에 가서 비교를 해봐도 내 자지는 여느 성인의 자지와 견주어도 빠지는 축은 아니었다.
다만 숫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그녀와의 일탈을 꿈꾸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비합리화적인
법적제제와 다름없다는 생각마저 들곤 했다. 바보처럼... 정작 중요한 건 그녀의 마음이었는
데 말이다.

불현 듯 내리는 비가 오히려 좋은 징조로 발휘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산을 챙
겨들고 현관을 빠져나와 그녀의 안방 창가로 다가갔다. 오늘 같은 날이라면 몽돌의 마찰소
리도 빗소리에 묻힐 것이고 왠만한 창밖의 움직임에도 비와 바람이 만들어내는 천재기우라
고 생각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난 우산을 하늘높이 치들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산
의 비추임은 너무도 커서 드러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지난 밤 보았던
것처럼 침대가 놓인 창쪽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고 나머지 한쪽 창은 두어 뼘 정도 커튼이
열려져 있었다. 나는 최대한 멀찌기서 방안의 동태를 살폈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소리
가 더욱 커지는 것이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지고 있었고 그녀의 안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비
록 구석구석까지 세밀하게 훔쳐볼 수는 없었지만 숨바꼭질을 하려하지 않는 한 구석에 숨어
있을리는 없다는 판단으로 잽싸게 그토록 건너고 싶었던 반대쪽으로 건너갔다.

역시 그녀는 낮에 봤던 노란남방셔츠와 남색 반바지를 입은 채 씽크대 앞에서 분주하게 설
거지를 하고 있었다. 유난히 길고 흰 다리가 눈에 띄였고 간지러운지 어깨를 들어 올리며
목과 귓밑을 비비적거렸다. 앞모습도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뒷모습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난 정원에 심어진 나무 옆으로 적당한 곳에 몸을 숨겼다. 최대한 그녀의 침대가 잘 보이고
몸을 잘 숨길 수 있는 공간은 나무와 나무사이, 그리고 나의 자전거가 매어진 곳이 그나마
가장 안전해 보였다. 비록 거친 빗소리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들
의 사랑행위는 전부 지켜볼 수 있을만한 최적의 장소였다.

그녀의 뒷모습을 감상하고 있으려니 그저 아련한 마음만이 아파지고 있었다. 그녀 곁에 내
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왔다. 얼핏 보이는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엔 왠지
모를 수줍음이 깃들어져 있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기대할 때 나오는 그런 표정, 잠시 동안
이었지만 그녀 곁에 앉아 살을 비비적거리던 낮이 그리웠다. 이런 마음이 들 줄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더 그녀와 함께 있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 때 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아내
며 그녀의 남편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역시 트렁크 팬티 한 장만을 걸치고 볼록하게 튀어나
온 배를 위풍당당히 내민 채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더니 환한 얼굴로 변하며
너털웃음을 지어냈다.

‘하아... 아저씬 정말 행복하겠어요~’

유난히 우산에 닿는 빗줄기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나는 그녀의 남편이 뒤를 돈 사이에 우산
을 접어 바닥으로 내려놓고 떨어지는 빗물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전나무가 우거진 사이이
긴 했지만 폭우로 쏟아지는 빗물은 금세 나의 몸을 흠뻑 적셨고 곧 한기가 찾아올 때 쯤 설
거지를 마친 그녀가 양손을 비비며 안방으로 들어왔다. 걸음걸이며 동작 하나하나가 유연했
다. 발레리나의 발걸음처럼 당당하고 도도하지만 유수처럼 흐르는 물처럼 유연한 느낌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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