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일 화요일

가을의 축복 - 5부

5회 (예령, 그 서글픈 인생)

후두둑 거리며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에 이부자리를 제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예령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서 창문을 열었다. 세찬 바람과 함께 검은 먹구름이 몰고 온 가을 소나기가 처마 아래의 땅바닥을 파고 들었다.

무심히 땅바닥을 파고드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예령은 오늘 자신에게 일어난 황망한 일을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하루 종일 식당에서 일을 거들다 피곤에 절은 몸뚱이와 무거운 눈까풀이었지만 고아원을 뛰쳐나온 후 중단했던 공부를 계속하기 위하여 며칠 전에 등록한 학원을 마치고 물에 젖은 솜 같은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자신이 일하는 곳이기도 하고 먹고 자는 집이기도 한 식당 골목으로 들어서려는 즈음 갑자기 한 무리의 사내들이 예령의 앞을 막았다.

“누구세요? 왜 그러세요?”

“아그야…조용히 잔말말고 우리를 따라가야 쓰겄다.”

“당신들은 누군데요? 왜 제가 당신들을 따라가요?”

“니가 유예령인가 허는 가스나 아니냐?”

“녜, 그런데요? 아저씨들은 누구예요?”

“너 고아원에서 내뺄 때 느그 아부지…으응 느그들이 아부지라 부르는 원장을 다 죽게 만들고 원장실에서 돈 훔쳐갖고 나왔재?”

“저는 그런 적 없어요.”

“이년이 진짜 도둑년이구마잉, 니녕이 그란적 없어야? 글고 돈을 안 훔쳐야? 니년이 뭔 죄를 지었는지...돈을 훔쳤는지 아닌지는 가보면 알팅게…야!! 아그들아 뭣허냐? 싸게 이년 잡어라잉”

예령은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만약 원장이 살아 있다면....그래서 원장이이들을 보냈다면.... 그리고 이들에게 잡혀서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가면..... 결국 자신은 그 늑대 같은 원장의 노리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령은 무작정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놈들은 이미 예령이 도망칠 것을 알기라도 한 듯 길을 막고 뛰쳐나가려는 예령의 발을 걸었다. 놈들의 발에 걸린 예령은 맥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와따 가스나가 맺걸음이나 갈라고 도망친다냐? 싸가지 없는 년, 아그들아 일단 저년 숨을 좀 죽여라”

“예 형님!!”

일제히 대답한 사내들의 무차별 구타가 이어졌다. 신음을 울리거나 소리를 지를 수 없을 정도로 사내들의 구타는 효과적인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가했고 예령은 여자의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위력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아그들아 저년이 깨어나면 또 엉뚱한 생각을 할지 모르니 아조 저년 옷을 다 찢어부러라 글고…저년 그 처녀성인가 멋인가가 상허믄 고아원 원장인가 허는 새끼가 약속한 돈을 안줄지도 모릉게 고것은 고스란히 갖다줘야 헌다잉.”

사내들은 지시하는 놈의 말대로 예령의 옷을 찢기 시작했고 예령은 순식간에 입고 있는 옷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찢겨 나갔다.

열 여덟 처녀의 뽀오얀 속살이 사내들의 눈앞에 고스란히 들어났다.

“와따 고년 젖탱이 하나는 실허네. 인물도 반반헌 것이 젖탱이마저 저렇게 실허니 고아원 원장 놈이 씨받이로 욕심을 낼만도 허겄다야. 자 인자 그만 했으믄 되岵육?저년 들쳐 업어라. 그라고 너 옷 벗어서 저년 등거리 덮고… 얼릉 차에다 갖다 실어라.”

사내들이 움직이려 할 때 사내들 뒤쪽에서 나직하지만 강단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들 두세요.”

예령을 들쳐 업으려던 사내가 멈칫 하는 순간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체구는 그렇게 크지 않으나 무심한 안광을 가진 까만 교복의 학생이었다.

“그 여자를 거기 두고 그냥 이 자리를 떠나라고 했습니다.”

“넌 누구여? 뭐신디 니가 어른들 일에 나서냐? 이것은 어른들 일잉게 니는 그냥 니 길이나 가그라. 아그들이 어른들 일에 나서면 다친다잉.”

“그냥 여자를 두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저도 그냥 가겠습니다.”

“와따메 아그가 겁대가리를 상실해부렀어야? 아그들아 저 아그가 시방 물인지 불인지 모릉게 얼릉 손좀 봐주고 가자… 시간끌면 또 불청객들 오시겄다.”

두목으로 보아는 사내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학생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등치가 학생 앞으로 짖쳐들어오며 선방으로 주먹을 날렸다. 선채로 고개를 살짝 돌려 들어오는 주먹을 피한 학생은 거의 무방비 상태로 공격하던 등치의 가슴을 무릎을 들어 가격하자 등치는 맥없이 나가 떨어졌다.

“워매 저것이 한 가닥 한다야? 야들아 뭣허냐? 한꺼번에 족쳐부러라.”

학생의 발놀림에 흠칫 놀랐던 사내들이 우르르 학생에게 달려 들었다.

학생은 이들의 공격을 피해 훌쩍 몸을 날리며 양발차기로 두 명의 등치들 어깨를 찍으며 가볍게 땅에 내려섰고 학생의 발끝을 맞은 등치들은 아주 가볍게 맞은 것 같았으나 비명을 지르며 몸을 굴렸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사내들은 일제히 품안에서 시퍼렇게 날이 선 흉기를 꺼내며 학생의 주위를 돌았다.

그들은 이미 학생이 상당한 무술실력을 소유했다는 것을 간파했으므로 숫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공격하지 않았으며 학생도 이들이 먼저 공격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예령은 황망한 중에도 얼른 몸을 이들과 대치하고 선 학생의 뒤로 숨겼으며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던 두목이 이미 예령이 학생쪽으로 가 있는 것을 보고 학생에게 말했다.

“아그야…여그서 그만두고 저 여자를 넘겨주면 너는 보내줄팅게 빨리 여자를 보내라.”

“머저리 자식들….”

“머시라고? 머저리? 저 자슥이 시방 우리더러 머저리라고 했어?”

“병신 쪼다들…”

‘워매 아그들아 뭐헌다냐? 저자슥 저거 주딩이를 뭉개부랑께, 저것이 시방 쪼깨 한가닥 한다고 느그들을 우습게 안보냐? 아주 한 두어 군데 못쓰게 조져부러라.”

“예!! 형님!!”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었으나 어쨌든 사내들은 모두 자리에 뻗어버렸고 두목으로 보이는 사내마져도 나무토막이 쓰러지는 소리를 내며 길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먼저 나가 떨어진 사내들은 감히 학생에게 덤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주춤거릴 때 학생이 나직히 말했다.

“가시죠. 제가 가시는 곳 까지 모셔다 드릴께요. 그리고 이 길은 여자분 혼자서 밤에 다니시면 안됩니다. 일어 나세요.”

그러나 예령의 몰골은 이미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일어나는 예령의 모습을 보고 학생은 조용히 예령에게 등을 내밀었다.


빗줄기는 가을 소나가답지 않게 그칠줄을 모르고 줄기차게 내렸다. 창가에 서서 그 빗줄기를 내다보던 예령에게 이상한 신음소리 같은 것이 안 방 문틈 사이에서 들렸다. 학생의 등에 업혀 들어온 대문 앞에서 단아한 한복을 차려 입은 중후한 중년 여인의 모습을 본 예령은 그녀가 학생의 어머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방의 신음은 은인의 어머니가 앓고 있다는 것이다.

예령은 저토록 심한 신음을 앓고 있다면 필경 상당히 급박한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아들일 것 같았던 학생은 깨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으므로 자신이 간호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안방 문을 열다가 그 자리에서 그냥 목석처럼 굳어버렸다.

방안은 이미 열락의 환희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넓다란 등짝을 보이는 사내의 벌건 엉덩이가 방아를 찢듯이 쉴새 없는 오르내림 운동을 하고 있었으며 사내의 상하운동이 격렬해질 때마다 여인은 더 심하게 가르릉 거리며 죽어갔다.

목석처럼 굳긴 했으나 예령은 갑자기 얼굴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며 몸뚱이가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살며시 문을 닫고 돌아선 예령은 급히 자신이 원래 누워있던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 번 달아오른 얼굴의 화끈거림은 좀체 식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에 스멀거리는 느낌으로 알았던 사타구니의 감촉이 이제는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이상한 성감으로 변해 전신을 휘어 감으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사타구니 사이의 계곡을 더듬게 했다.

아무리 생각의 끈을 놓으려 했으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넓은 등짝의 사내 엉덩이가 현란하게 예령의 시야에서 출렁거렸다.

손으로 사타구니를 비비며 다리를 꼬던 예령은 이미 자신의 계곡사이에 있는 동굴에서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생수가 흘러내리고 있음을 알았다.

이런 현상은 아무리 억제하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야박한 배급으로 하루 두 끼의 식사도 제대로 못하지만 꿋꿋이 이겨내며 학교를 다녔고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고아원 아이들 뒤치닥거리로 예령은 언제나 파김치가 되었다.

예령은 그래도 좋았다. 자상한 원장 아버지의 “예쁘고 공부 잘하는 우리 예령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대학까지 보내준다.” 라는 말만 생각하면 이 정도의 고생은 언제나 즐거웠다.

그러나 어쩌다가 같은 또래의 사내 아이들이 오줌을 누거나 잠자리를 봐줄 때 일찍 잠든 사내 아이들의 사타구니에 있는 몽둥이가 벌떡거리며 서있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얼굴은 느닷없이 화끈거렸고 그날은 어김없이 자신의 계곡 동굴 속에서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생수가 흘러 나오곤 했었다.

예령의 이런 몸뚱이와 얼굴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사람이 바로 원장이었다.

그 뒤, 종종 원장은 예령을 불러 여기저기가 결리다며 안마를 시켰다. 그러한 원장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원장 방에서 안마를 하던 예령은 언제나 원장의 허벅지를 주무르며 얼굴이 화끈거렸고 사타구니의 계곡은 동굴에서 흘러나온 생수로 흠뻑 젖었다.

이러한 예령의 몸뚱이를 원장이 가만두지 않았다. 원장은 슬금슬금 손으로 예령의 가슴을 만졌으며 때때로 허벅지를 만져보곤 질척거리는 허벅지의 변화에 회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장은 밤늦은 시간에 예령을 원장실로 불렀다. 예령은 거절하지 못하고 무거운 몸으로 원장실에서 원장의 몸뚱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원장의 옷차림이 달랐다. 지금까지는 언제나 예령의 안마를 받을 때 그냥 평상복 차림이었으나 그날은 삼각팬티만 달랑 한 장 걸친 벌거숭이 바람이었다.

그러나 예령은 원장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고 원장의 그런 몸뚱이를 다리부터 주무르기 시작했다.

설핏 쳐다본 원장의 삼각점은 이미 작은 산봉우리였고 그것을 본 예령의 얼굴은 이미 홍당무였으며 계곡의 한강수는 벌써 잠실쯤 와 있었다. 예령의 이런 변화를 알아보지 못할리 없는 원장은 손을 뻗어 그 투박한 손바닥으로 예령의 젖가슴을 거머 쥐었다.

“아버지….”

애처러운 예령의 부름에 아랑곳하지 않는 원장은 아직 생기지도 않은 예령의 젖꼭지를 정확히 아서 살살 비벼대기 시작했으며 그러한 원장의 손길에 예령은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도 없을만큼 순간적인 쾌감에 움찔 몸을 떨었다.

“으흑”””

예령의 이러한 변화를 눈치챈 원장은 이제 몸을 일으켜서 예령을 끌어 안고 입술을 가져왔다. ‘훅’ 하는 숨소리와 함께 다가온 원장의 숨결에서 진한 감내와 함께 역한 구취가 풍겼다.

그 역한 구취에 바짝 정신이 든 예령은 순간적으로 원장의 입술을 거부하며 억센 원장의 팔뚝 사이에서 빠져나오려 몸부림쳤다.

“요년이 앙탈을 하기는….이년아 내가 보기에 니년은 평생 사내 없이는 살 수 없는 몸뚱이를 타고 났더라. 거기다 니년이 아직 처녀일 것이니 나는 니년 몸뚱이에서 내 씨를 하나 봐야 쓰겄다.”

원장은 이제 노골적으로 자신의 흑심을 내 보였다. 원장은 아들이 없었다. 그 때문에 원장 부인은 어디서든지 아들을 하나 낳아오면 그 아이를 키우겠다고 원장과 약조했다는 것이다.

안간힘을 쓰며 원장의 품에서 빠져 나가려는 예령의 가냘픈 몸뚱이는 억센 원장의 팔뚝을 풀어낼 수 없었다. 원장은 솔개가 병아리를 채 듯 예령을 안아서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로 던지고는 예령의 배위에 올라탔다.

‘후두둑’ 옷단추가 떨어져 나갔고 ‘부욱’하며 치마와 팬티가 한꺼번에 벗겨졌다.

“어허….! 요년 몸뚱이 좀 봐라. 혼자보기는 너무나 아깝다. 쪼그만게 벌써 저놈의 젖탱이는 저렇게 탱탱하고…. 아이구 저 가랭이 사이에 흐른 물 좀 봐라….으흐흐흐흐흐…다 내 복이지.”

노골적으로 침을 흘리며 원장이 삼각주를 가리고 있던 팬티를 벗어 내리자 ‘탱’ 하면서 거대한 몽둥이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웅크린 자세로 그러한 원장의 몽둥이를 쳐다본 예령은 일순간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리려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우악스럽게 손을 치운 원장이 에령을 다시 눕히며 한 손으로는 가슴을 움켜쥐었고 다른 한 손을 이용해서 예령의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원장의 손바닥이 사타구니를 더듬자 예령의 계곡을 다시 움찔하면서 생수를 퓸年? 회심의 미소를 지은 원장은 예령의 두 다리를 잡아내리며 예령의 배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예령의 가랑이를 벌리고 그 거대한 몽둥이를 예령의 젖은 동굴 입구에 대었다.

움찔 생수를 쏟은 예령은 자기 몸뚱이의 변화에 절망하다 순간적으로 동굴입구에 다다른 원장의 몽둥이 감촉을 느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움찔하던 원장의 방심을 틈타 무릎을 오그리며 그 무릎으로 원장의 몽둥이를 찍었다.

“커헉!!”

갑자기 숨이 멎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원장은 나뒹굴었고 경황없는 예령은 순간적으로 곁에 있는 의자를 들어 원장의 몸뚱이를 내리쳤다.

“으헉.”

단발마의 신음성을 뱉으며 원장의 사지를 늘어뜨렸다.

의자 모서리에 맞았는지 원장의 얼굴은 금새 핏물이 흘러 내렸다. 덜컥 겁이 난 예령은 후다닥 일어나서 벗겨진 옷을 입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러다가 어디로 피하든지 자신의 수중에는 돈이 한 푼도 없음을 알았다.

급히 원장실로 다시 들어간 예령은 원장의 저고리를 뒤졌다. 지급을 열고 한 웅큼의 돈이 손에 잡히는 대로 쥐고 나와서 달리기 시작했다.

무슨 연유인지 부모에게 버림 받았고 자신의 고향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남쪽 항구 도시의 허름한 고아원에서 배곯으며 자랐지만 배움의 끈을 놓기 싫어서 악착같이 공부 했었다. 낳아준 부모보다 더 고마움을 느끼며 고아원의 원장을 아버지라 생각했고 아버지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갑자기 야수가 되었고 자신은 그러한 아버지를 죽음의 경각에 몰아넣고 지금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자신의 인생이 여기까지구나 생각한 예령은 도망쳐봐야 갈 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죽음 밖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원장의 요구를 들어주고 그의 아들이나 하나 낳아주면 더 편한 삶을 살 수 있었겠다고 생각하니 우발적으로 저지를 자신의 행위가 후회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고 자수를 하거니 죽어버리기 전에는 평생을 살인자나 도망자로 살 수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은 속절없이 깊어 갔고 항구의 뱃고동소리는 처량하게 울려퍼졌다. 방파제 끄트머리에 앉아서 소주 한 병을 다 마셔버린 예령은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훔칠 생각도 않고 가만이 방파제 아래로 내려섰다. 물 속은 그 끝이 없었다. 순식간에 코와 입 속으로 밀려드는 바닷물의 맛이 짠지 쓴지 알 수 없었다. 열 여덟 예령의 인생이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끝난 줄 알았던 예령의 인생은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바다낚시를 끝내고 들어오던 낚싯배 하나가 물속으로 잠기는 예령의 몸뚱이를 건져 올렸고 예령이 눈을 뜬 곳은 온 통 사방이 하이얀 병원 이었다.

깨어난 예령이 갈곳이 없다는 것을 안 낚시꾼은 기차표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예령은 서울하고도 한 복판인 무교동의 ‘목포식당’을 집이자 직장으로 얻었다.


회상에서 깨어나자 사타구니의 근질거림은 멎었고 동굴 속의 생수는 그 물꼬를 닫았다. 줄기차게 내리던 가을비도 어느새 그쳐 있었으며 창문은 여명이 밝아옴을 알리 듯 뿌옇게 밝아왔다.

뇨의를 느낀 예령이 다시 방문을 열고 나와보니 안방의 희열도 이내 멎은 것 같았다.

날이 밝으면 돌아가야 하나 ‘목포식당’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거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또다시 자신이 갈 곳이 없음에 서글퍼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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