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일 화요일

가을의 축복 - 6부 (주종과 씨내리)

며칠 간이었지만 경석은 지독한 열병을 앓았다. 자신이 선택한 열병이었지만 아직도 그에게 염불도 목탁도 장작패기도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았다.

사내가 사내로서의 노릇을 할 수 없다는 것,
자신의 위치가 300년을 이어온 한 집안의 종손이라는 것,
자신의 실제 모습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것,
자신의 실체도 모르면서 후손을 기다리는 집안 어른들의 애절한 눈 빛,

이 모든 것들로 부터 도망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새로 들여온 아내가 후손을 낳아야만 했다.

“대성아….”

“예…”

“네 내가 지금부터 한 말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너와 나만 아는 하나의 비밀스런 일을 진행하려고 한다.”

“…..”

“너도 알다시피 내일이면 또 내가 새 장가를 가는데…..아무리 내가 반대해도 결국은 또…..그리고 이번에 들어오는 여자는 나이도 아주 어린 것으로….아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여자….. 그 어린 여자는 그리고 또 얼마 후 소박을 맞을 것이 분명하고….”

한숨과 함께 뱉어지는 경석의 독백 같은 말을 듣는 대성의 멀뚱한 눈이 한없이 착해 보였다.

새 장가를 들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말을 듣는 순간부터 경석은 대성을 생각했다. 벌써 3대 째 경석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대성이야말로 적임자라는 판단을 굳힌 경석은 그를 자신이 꾸민 일에 끌어들이려 한 것이다.

거대한 등치로 힘은 장사였지만 한없이 순진했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충성심에 지난 전쟁에서 부모를 다 잃어가며 자기 집안을 지켜낸 대성이야말로 자신이 꾸민 일에 제격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이 일이 잘만 성사된다면 자신은 아주 출가하여 속세와 인연을 끊더라도 집안의 대는 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성아….”

“예…”

“너도 알다시피 나는 우리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하고 그 때문에 많은 여자들이 소박을 맞고 우리 집을 떠났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새 장가를 들면 새로 들어온 여자는 무조건 아들을 낳아야 한다. 그래서….나는….나는…..”

말을 끊은 경석은 물끄러미 대성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뜯어 보아도 대성의 눈은 순진하기 그지 없었다. 결심을 굳힌 대성이 힘겹게 말을 이었다.

“나는 이번에 혼인식이 끝나는 대로 새로 들어온 아내와 함께 해명사로 백일 기도를 들이러 갈려고 한다. 이 길에 네가 같이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그 100일 기도가 끝나면 새 마님은 무조건 애기를 가져아 한다. 니 생각은 어떠냐?”

“그래야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집안의 경사지요.”

“그래, 그 경사에 네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나는…..이 길로 입산하면….새 마님이 애기만 가진다면….내 모든 종손으로의 권한과 권리도 그 아이가 갖게 될 것이므로….속세와도 인연을 끊으려고 하는 것이다.”

“예???”

“아무에게도 이 말을 하지말고….처음 약속대로 너와 나만 알고….너도 머리를 깎고 나와 함께할 수 있겠느냐?”

“저야 뭐….어르신이….”

“아버님 문제는 나에게 맡기고….네가 결심만 한다면…또….”


사흘 후 대성은 지게에 100일 기도의 제물을 지고 경석 부부와 길을 떠났다.

아무도 보지 않은 밤, 피 묻은 속곳을 냇가에서 빨아 품에 감추고 뒤돌아선 초연을 교교한 달빛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 달빛 뒤에서 상심한 눈 빛 하나가 또 지켜 보았다.

그로부터 이레가 지난 밤, 경석은 대성을 방으로 불렀다.

“대성아…”

“예.”

“오늘이다. 오늘부터 한 사나흘…..네가 작은 마님의 몸에 씨를 뿌려라.”

“???”

순진한 눈을 황망하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는 대성 앞에서 경석은 몸을 일으켜 바지를 벗었다. 남자의 삼각주에 있어야 할 물건이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엔 흉측한 고무 호스가 짧게 매달려 있었다.

놀란 눈을 감추지 못한 대성에게 경석이 바지를 추스리며 말했다.

“보았느냐?”

‘예…”

“이것이 내 몰골이다. 그리고 이런 몰골을 나 말고 처음 본 사람은 내 주변에선 너 뿐이다.”


한 숨을 몰아 쉰 경석이 눈을 감고 나직히 말했다.

“치열한 전투였었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지난 낙동강 전투에서 치열한 공방이 있을 즈음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원했지 않았느냐? 나무 막대기 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란 내가 총이라고는 처음 잡아 보았고 나는 총알을 맞으면 사람이 죽는다는 것도 신기한 사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7대 독자 외아들로 스무 해를 살면서 나 아닌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관심도 없었던 내가 무슨 마음으로 군대를 자원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아마 무슨 혼이 씌워졌겠지….”

“……”

“아마 그것이 내 운명이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는 더 할 말이 없지…어쨌든 나는 군인이 되었고 전장에 투입 된지 한 열흘 후 우리는 승승 장구하며 삼팔선을 넘었어. 그리고 또 얼마가 지나자 코앞에 압록강이 있었지. 이제 이 전쟁이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엄청난 개미 때 마냥 사람들이 밀려들었고 그것이 적군인지 아군인지도 생각할 겨를이 없이 사람들에 밀려서 남으로 남으로 밀려났어. 그리고 아마 거기가 개성 부근인지 연천 부근인지….어쨌든 천둥이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죽었지. 그리고 깨어나니 파주 어디인지의 미군 야전병원이더군.”

“……”

“세상 사 아무 것도 아니야. 오줌이 마려워서 아랫도리를 보니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고 호스만 달랑 하나 나와 있더군. 난리를 친 나를 진정제로 진정시킨 군의관이 남의 일처럼 말했어. 하필이면 파편이 그곳에 박혀서 파편 제거수술을 하려고 거기를 잘랐다고…..”

“…..”

“너도 알다시피 나는 7대 독자야. 나는 손을 봐야 해, 차마 부모님에겐 나의 이런 몰골을 말할 수가 없어서 지금까지 6년을 살았어. 일년에 한 명씩 다섯 명의 여자가 나에게 시집이라는 것을 왔으나 나는 그 여자들을 모두 핍박해서 내 쫓았어……동네 사람들은 말하지… 내가 정력이 전륜해서 여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다고…. 그러나 나에게 핍박을 받고 나간 여자들 모두 내 진정한 모습은 몰라. 무조건 벗겨놓고 젖꼭지든 음부든 내 기분 내키는 대로 핍박했었으니까…..보따리를 쌀 때 마다 불러서 적지 않은 돈을 집어주며 고향 근처엔 얼씬도 말라고 겁을 주곤 했었으므로 그 여자들은 아무도 모른 곳에서 살고 있겠지.”

“….”

”대성아.”

“예”

“그러나 이제 나도 지쳤다. 부모님에게 말할 수 없는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하여 내 마지막 결정이 이번에 들어온 여자에게 네 씨를 심게 하고 잉태가 확인되면 혼자 내려 보내기로 한 것이다. 그 대신 너와 나는 세상과 인연을 끊어야지. 만약에 저 여자가 딸을 낳으면 네가 한 번 더 수고를 해 줘야 하지만 운 좋게도 아들이면 아주 세상과 인연을 끊은 뒤 그놈이 우리 집안의 대를 잇게 하자.”

“…”

“너는 앞으로도 구 만리 같은 인생이며 건장한 청년이기에 내 욕심대로 할 수 없으니 이제 결정은 너에게 달렸다. 만약 내 뜻을 따라주겠으면 오늘부터 사흘 간 저 야자를 네 맘대로 하여 네 씨를 심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 보따리를 싸서 하산해라. 그러나 고향으로 가면 안된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라.. 자 이제 내 말은 끝났다.”

한숨과 눈물이 섞인 경석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대성은 심한 고민에 쌓였다.

긴 이야기 동안 그의 회한과 슬픔을 이해하려고 해서 그 이야기의 끝을 들었다. 그가 함께 산에 오르자고 했을 때…. 그가 둘 만의 비밀을 갖자고 했을 때, 대성은 그것이 뭘 뜻하는지도 모른 체 경석을 따라 이곳에 왔다. 들어온 다음 날 경석은 삭발을 했으나 자신에게는 강요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체, 묵묵히 생각하던 대성이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래 내 아이로 이 집의 대를 이은다면 3대 째 내려오던 하인과 머슴이라는 굴레는 내 대에서 끝날 것이다. 철든 이후부터 세 살의 나이 차이가 삼십 년의 나이 차이보다 더 멀리 있었다. 그것은 7대 독자인 주인집 아들과 3대 째 머슴이라는 차이가 주는 거리감이었으며 신분 차이였다. 그런데 내 씨가 단 번에 그 거리도 좁힐 것이며 신분의 차이도 없앨 것이다. 그렇다면….나 하나 쯤 중이 된 들…. 내가 평생을 중으로 산 들….”

산사의 가을바람은 밤이 깊어갈수록 교교한 별 빛과 함께 더욱 스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저녁 대성은 경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를 밀었다.

객방 뒤켠에서 지켜보며 손짓으로 지시하는 경석의 손길을 받자마자 대성은 초연의 방문을 열었다. 뒤집어 쓴 복면사이로 보이는 초연의 몸뚱이는 그녀의 나이가 열 여섯이라고 하지만 이미 어른의 몸이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젖가슴이 애기 호박을 가슴에 얹어놓은 모습으로 소복해 보였다. 꿀꺽 군침을 삼킨 대성은 살며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서 지긋이 그녀의 젖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방에 들어서면서 이미 이랫도리의 몽둥이는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수많은 날들을 손장난에 의지하며 열을 식혔던 대성으로서는 편하게 벌려진 초연의 삼각주를 덮은 치마자락 속의 내용물이 너무도 궁금했다.

살며시 손을 들어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초연의 젖가슴을 쥐었다. 그리고는 손 끝에 다가오는 몽클한 감촉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나 대성의 손이 자신의 수밀도 같은 젖가슴을 움켜쥐었으나 하루 종일 불상 앞에서 절을 하느라 녹초가 된 초연의 숨소리는 너무도 평화로웠다. 순간적으로 경석의 회한어린 눈동자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냥 씨만 뿌리는 거야,”

결심을 굳힌 대성은 용기를 내어 초연의 치마자락을 걷어 올렸다. 속곳에 가려진 그녀의 비경이 갑자기 궁금해졌고 몽둥이는 바지 춤 안에서 춤을 추었다. 두 다리로 지긋이 초연의 가랑이를 벌리며 손으로 살며시 그녀의 속곳을 잡았다.

누구셔요?

쉿!

대성의 손길이 삼각주 음부를 더듬자 벌떡 잠에서 깬 초연은 급히 이부자리로 가슴을 감싸 안은 뒤, 검은 물체에 대하여 겁을 집어먹고 구석으로 웅크리며 피했다.

‘여기서 이 여자가 반항하면 안된다.’

대성은 솔개가 병아리를 낚아채듯 초연을 낚아채서 억센 힘으로 옷고름을 ?어 제쳤다.

읍, 읍, 읍,

쉿!

억센 손으로 초연의 입을 틀어막은 대성은 그 억센 힘에 눌려 변변한 반항조차 할 수 없도록 만든 뒤 초연의 속곳을 벗겨내었다.

순식간에 저고리 속으로 들어온 손이 아직 아물지도 못한 열 여섯 초연의 젖가슴을 움켜쥐었고 다리 사이의 고랑 한 가운데 파진 웅덩이로 무지막지한 말뚝을 질러넣었다.

으아아악. 아아아악.

칠흑같이 어둔 산골에 생살 찢어지는 비명이 메아리 쳐도... 골방에서 열 여섯 아녀자의 생살이 찢어져도....말뚝은 용서가 없었다.

'북북북'
아아악'
찌걱찌걱
으아아악

교교한 달빛은 하염없이 창문을 비추고 있었고 창문 너머에 그 달빛 아래에서 밤중에 장작패는 소리가 들렸다.


보퉁이 하나를 이고 산을 내려가는 초연의 뒷 모습에서 그녀가 홀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사 끄트머리에서 그녀의 쪽진 뒤 꼭지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물끄러미 쳐다보던 경석이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엎어지듯 대성에게 쓰러졌다. 엉겁결에 경석의 몸뚱이를 떠안은 대성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등을 토닥거렸다. 하지만 손은 등을 토닥거렸으나 눈에는 광채가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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