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7일 금요일

시아버지의 육욕 - 8부

15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1시간? 2시간?---. 눈이 가려져서인지는 몰라도 나나코는 정확한 시간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팔뚝을 조여오는 줄의 고통이,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어렴풋이 전해주고 있었다.
남자 화장실 안으로, 아직까지는 아무도 들어 오지 않았다.
나나코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뜩 긴장한 상태로, 내내 귀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 사람의 발소리는 커녕 그 어떤 소리도 들려 오진 않았다.
단지 딱 한 번, 30분 전 쯤이었던가... 저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만 한 차례 들려 왔을 뿐이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벌레 울음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전철이나 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그 어떤 소리도 들려 오지 않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 정도로 밤이 조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분 나쁜 밤.
소리가 안 난다는 건, 그만큼 안전한 상태라는 얘기니까---나나코 입장에선 기쁜 일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라 상태로 속박당한 채, 재갈에다 눈가리개까지 하고 있는 그녀로서는---안심? 그런 건, 저 멀리 십만 광년 쯤은 떨어진 얘기였다.
...후읍... 우우웁... 읍읍...
누가 만지거나 한 것도 아닌데, 제멋대로 호흡이 거칠어지고 만다. 밤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된 피부에는 벌써부터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저 알몸으로 줄에 묶여 있는 것 뿐---그렇긴 하지만, 이 냄새나는 남자 화장실 안에 혼자 방치된 상태로... 금방이라도 누군가 여기로 들어닥쳐 자신을 범하는 것은 아닐까 상상하는 것 만으로, 보지에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애액이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어서 빨리 시간이 지나, 시아버지가 돌아와 줬으면...
나나코는 미워해야 마땅할 남자가 어서 자신을 구하러 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역한 냄새로 가득찬 화장실 안, 그녀는 순간 뭔가 복잡한 기분에 빠져 들고 만다.


그 때였다.
갑자기 저벅저벅---, 습기찬 바닥을 즈려 밟는 구둣발 소리가 들려 왔다. 화장실 밖, 공원 안에... 누군가 있었다.
나나코는 몸을 잔뜩 긴장시키고 숨을 집어 삼켰다. 온 신경을 청각에 집중해 가만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남자? 여자?---. 남자라면, 어째서 이 한밤중에 이런 장소에...?
설마, 화장실에 볼 일이 있어서?...
알몸 상태의 새댁은 온 몸의 근육을 딱딱하게 굳어져 오는 것을 느끼며 질끈 눈을 감고 간절하게 빌었다. 제발 화장실 안에만은 들어 오지 마---.
저벅, 저벅, 저벅---.
그러나 그런 그녀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밖에 있는 누군가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화장실 쪽으로 가까와지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로 미루어 보면, 아마도 남자. 아무렇게나 내딛는 발걸음, 체중을 실어 땅을 밟는 축축한 흙 소리--- 스니커즈같은 굽 없는 구두를 신고 있는, 꽤 몸무게가 나가는 성인 남자 같았다.
소리 밖에 안 들리는 나나코에게는, 그렇게 알고 싶지도 않은 사실이 명확하게 전해져 오고 만다.
그녀는 등줄기로 식은 땀을 흘리며, 너무나도 무서운 나머지 금방이라도 비명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자기 자신을 간신히 억제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발 부탁이니까 화장실 안에는 들어 오지 마---. 눈을 꼭 감고 애타게 빌고 있는 나나코의 귀로, 터억---하고... '남자'가 화장실 입구 콘크리트 바닥에 발을 디디는 소리가 들려 왔다.
소리는 아주 가까이에서 들려 왔다.
...히익...
조그맣고 가녀리게, 목구멍 안쪽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다.



16


남자는 아무 주저도 하지 않고 화장실 안으로 쑥 들어와 버렸다. 하긴 그도 그럴 밖에. 남자 입장에선, 설마 남자 화장실 안에 유부녀가 전라로 속박되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저벅, 저벅.
바로 옆에서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울린다. 나나코는 이제 아예 정신줄을 놓기 직전일 정도로 초긴장 상태였다.
자물쇠도 잠가 있지 않는 도어 바로 너머로, 낯선 남자의 존재가 느껴진다.
시간은 심야. 근처에는 자기 이외에 아무도 없고... 제 아무리 소리를 질러봤자 지나는 사람이라고는 코빼기도 찾아 볼 수 없는 장소.
만약 저 남자가 벽보를 보고 문을 열어 버리면---그걸로 모든 게 끝장이다.
눈가리개를 하고, 입에는 침으로 흠뻑 젖은 재갈을 물고, 상반신은 줄로 꽁꽁 묶여 있는 알몸의 여자를 눈 앞에 두고...아무 짓도 하지 않을 남자가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게다가 벽보에는 M녀라고 적혀 있었다. 심지어 질내사정도 OK라고 쓰여져 있었다.
보나마나 마음껏 유방을 주무르고 실컷 보찌를 범할 것이 틀림없었다.
...후웁... 후웁...
이런 상황인데도, 나나코는 보찌가 흥건하게 젖어드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눈가리개 때문에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허벅지를 지나 종아리를 타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바닥에 흘러 내리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다.
발바닥에 축축한 느낌이 드는 것이---분명 바닥이 보짓물로 웅덩이가 되어 있는 게 확실했다.
나나코로선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귀를 기울여 남자의 행동을 살피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관건은 저 남자가, 문에 붙여진 종이를 발견하는지, 발견 못하는지, 둘 중에 하나였다.
그걸로 모든 게 결정될 것이다.
옷이 스치는 소리, 지퍼 내리는 소리. 그리고 쪼르르르, 남자가 볼 일을 보는 소리가 차례로 들려 왔다.
아직까지는, 미처 벽보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별로 특이한 행동을 보이지 않고, 평범하게 소변만 보고 있는 남자.
남자와 채 3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장소에서, 나나코는 그저 침하고 보짓물만 질질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온 몸의 피부가 긴장해서 소름이 돋고, 혹여라도 묶인 줄이 삐걱거리는 소리라도 낼까봐 잔뜩 힘을 주고 있는 늘씬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후읍... 후읍...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대고 있었지만, 최대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걸 느끼며, 나나코는 가만히 숨을 죽이고 남자가 떠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소변기에 부딪히는 오줌 줄기가 점점 약해지고---, 탁탁 터는 소리가 나나 싶더니, 옷이 스치는 소리가 커다랗게 들려 왔다.
끝났다.
이제 저 남자가 뒤를 안 돌아 보고 이대로 화장실을 나서만 준다면---.
나나코는 질끈 눈을 감고 신에게 기도했다.
이렇게 빌께요---.
여지껏 줄곧 배신만 당해왔던 기도였지만, 이번만큼은 꼭 들어줬으면.
코로 급박하게 숨을 내쉬며 극심한 흥분 상태에 빠져있는 나나코를 그대로 놔두고, 누군지도 모를 그 남자는 온 길을 그대로 돌아서 나간다.
한걸음 한걸음, 발소리가 멀어져 감에 따라, 나나코의 몸에서도 서서히 긴장이 풀려 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딱딱해져 있던 근육을 조금씩 풀어 준다. 얼마나 안도했는지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잠깐의 방심이, 원흉이 되고 말았다.
손도 씻지 않고 화장실을 나서려던 남자. 그가 막 화장실 밖으로 발을 내딛는 바로 그 순간, 나나코가 긴장이 너무 갑자기 풀어진 탓이었는지 그만 바닥에 발을 헛디뎌,
우당탕!
도어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히익!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더해 무심코 비명까지 지르고 만다.
남자의 발소리가 순간, 딱 멈추었다.
나나코가 숨을 헉 집어 삼킨다.
얼마나 지났을까. 10초? 20초?---. 젊은 새댁의 심장이 그대로 터져버릴 것만 같은, 극도로 부자연스러운 정적이 주위를 감쌌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것은 물론, 남자가 다시 발걸음을 떼는 소리였다.
절망 탓이었는지, 나나코는 눈가리개를 하고도 눈 앞이 더욱 깜깜해 지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분명하게, 나나코가 들어 있는 칸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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