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8일 일요일

개미의 공생

아들내미의 관찰학습 숙제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양쪽이 보이게끔 투명판을 세우고, 양 귀퉁이와 바닥을 막은 후에 잘 씻어서 적당히 말린 모래를 그 틈으로 집어넣고, 윗부분을 방충망으로 막는 데에만 4시간이 넘게 걸리고 말았다. 다 만든 모형을 보고 아들내미는,

‘아빠, 뭘 좀 알기나 하고 만드는 거야?’

라며 딴지를 건다.

‘임마, 개미라면 내가 아주 신물이 난다, 신물이….’

그 말을 들으며, 옆에서 빨래를 개고 있던 아내가 나를 쳐다보며, 빙긋이 웃어준다.

‘그럼, 아빠가 얼마나 잘 아시는데…’

라며, 아내가 한마디 거든다. 한동안 문지방이 닳을세라, 아들은 개미를 잡아다가 관찰통 안에 잡아 넣었고, 어떻게 구했는지, 여왕개미까지 구해다 잡아넣은 뒤로는 산란의 가속이 붙었는지 관찰통 안의 개미집 안은 제법 그 모양새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출근하는 아침, 아들은 그 관찰통을 학교로 하루만 갖고 갔다가 와야 한다며, 부산을 떨었다. 저녁에 돌아와 도대체 학교에서 무얼 하고 왔느냐고 묻자,

‘응, 선생님께서 관찰일지의 후반부에 이용하라고, 우리나라에는 보기 어렵다는 다른 종류의 개미를 관찰하는 아이들의 통속에 무데기로 나누어 집어 넣어 주셨거든. 오늘부터 색다른 경험이 될거라 시면서…’

나는 통 안에서 겁나는 번잡스러움을 떨고 있는 개미의 무리를 보면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개미라….

‘준석씨? 나 많이 늦었지?’

‘괜찮아, 껌 값이지. 나한테 한시간 반 정도야, 껌 반값도 안돼. 그래, 오늘 알바는 잘 했어?’

‘삐졌구나? 일찍 마감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친구가 오는 바람에…’

‘친구 누구?’

‘자기 윤애라고 알지?’

‘거 재벌집 외동딸 이라는 갸 말이야?’

‘응, 기억하네?’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여자 였으니까. 언제나 주위에 남자들을 그것도 훤칠하고, 미끈한 젊은 후배들로 에워싸고 다니는 그녀를 학교 안에서 모르면 간첩이었다. 학생 신분으로 외제차를 몰고 학교를 다닌다는 게 영 접수가 안되던 시절, 그녀는 돋보이는 외모도 모자라, 학생들은 주차도 안되는 교내에 무슨 빽을 썼는지는 몰라도 그 놈의 자가용까지 몰고 학교를 다녔다. 차를 몰고 왔어도, 몰고 가기 싫으면 찍하니 전화를 때려, 자신 보다 한참이나 나이가 많은 운전기사가 굽신 거리며, 강의실로 들어와 차 열쇠를 받아 들고는 부리나케 차를 대신 몰아 가게 하는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은 교내의 가쉽거리로서 언제나 일등 이었다. 나와 결혼해서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는 현경이는 그 당시, 나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바퀴벌레 커플이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집안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그녀의 주변상황은 언제나 그녀를 알바에 뒤쫓기게 만들었고, 나는 그래도 악착같이 그 없는 시간과 쪼들리는 비용의 틈바구니 에서도 기어이 시간차 공격에 의존해서 그녀와의 밀회를 즐기고 있었고….

‘아니 그 마마님께서 어찌 그런 누추한 곳까지 왕림하셨대?’

‘내가 부탁을 좀 했거든.’

‘무슨 부탁?’

‘뭐 그런 게 있어, 다음에 얘기 할게.’

‘아니, 나한테도 말 못할 비밀 이란 게 도대체 뭐래? 나 그럼 삐진당?’

‘아냐, 아냐, 나 사실, 지난 학기에는 장학금 탔었는데, 다음 학기에는 장학금이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야. 알바에 쫓기다 보니 공부할 틈이 있었어야지. 그렇다고 자기를 술담배 끊듯이 끊어릴 수도 없었고…’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 등록금 일부를 빌렸지 뭐.’

나는 그 당시 혀만 차면서 아무런 도움도 주질 못했다. 나 자신 조차도 별로 잘나지 못한 공부빨로 부모님께 학비와 용돈을 타다 쓰고 있는 실정이었고, 장학금은 머리에 뿔이 두어개 정도 있고, 도서실 의자에 너무 앉아 있다가 엉덩이가 의자에 오그라 붙어 오도가도 못하는 애들이나 받는 것쯤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얼마나 빌렸는데?’

‘한 학기 등록금 전부, 플러스 알파….그리고 돈은 아무때나 천천히 갚으라고 했고, 이자도 없다고 해서….’

‘갸 보기보다 한 씀씀이 하네. 어려운 친구, 선뜻 돕기도 하구…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던 현경이의 분위기를 단지 자존심이 상해서 저러는 것이겠거니 하고 무심코 넘기고 있었다. 그 날, 들은 것도 있고 해서 나는 현경이의 굳어진 심사를 풀어줄 요량으로 전부 내가 비용을 대며, 같이서 영화도 보고, 저녁을 먹은 뒤에 나와 현경이는 정해진 코스 처럼 항상 가는 그 모텔로 들어섰다. 결혼을 하기로 서로가 약속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둘 사이에 있어서 더 이상 예습해야 할 스킨쉽의 과제가 섹스밖에 없던 우리 두 사람에게 있어서 그런 행로는 자연스럽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섹스가 무겁게 두 사람의 발목을 휘어 잡고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소프트 하게, 때로는 장난기 넘치게 받아 치던 두 사람의 젊은 육신…자라 오면서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혼전의 순결이나 섹스의 금기에 대해서 누차 들어 오기는 했지만 젊디 젊은 두 사람의 연정을 막을 수 있는 이유는 어디 에고 없었다. 쪼들리는 현경이의 사정을 알고 있는 터라 언제나 데이트의 비용부담을 내가 한다는 것에 대해서 미안해 하는 그녀가 나는 더 안쓰러웠다. 한가지 번거로웠던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피임의 문제 였다. 현경이는 만약에 나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요즈음 결혼식장에서 다반사로 목격되는 속도위반 만은 하고 싶질 않다고 누누히 강조 하는 바람에, 내가 기어이 콘돔을 하게 되었다. 항시 부모님을 속이면서 겉으로는 건전한 교제를 하고 있는 듯이 보여야 하는 관계로 언제나 우리들의 섹스는 초저녁에 이루어 졌다. 우리 둘은 섹스를 하고 나서 벌거벗은 몸으로 침대에 누워, 앞으로 우리가 낳은 아이가 자라면, 절대로 밖에서는 못 만나게 해야 한다는 나의 억지에 서로가 가가대소를 했었고…현경이는 주위에 한 남자만을 만나서 섹스를 하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간다는 말을 했었다.

‘나처럼 지고 지순한 여자는 없다니깐.’

‘아니 그게 또 무슨 말이래?’

‘아이들이랑 이 얘기, 저 얘기 해보는데 꼭 원조 교제는 아니더라도 만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그러드라구. 한 애는 남자 친구와 만나다가도 딴 사람이랑 섹스 하러 가려고, 다음 날 만나자면서 빠이빠이 하고 달려가는 애들도 있다니깐!’

‘그럼 그 남자 친구는 그 여자에게 무슨 의미래?’

‘회귀본능의 종착역 같은 거지 뭐겠어? 즐길 수 있는 상대가 없어지고 나면 돌아갈 집 이라고나 할까?’

‘그건 너무했다. 남자는 그 여자만 바라다 보고 있을 텐데, 너무 불공평 하잖아?’

‘그렇지도 않은 가봐. 그 남자도 언젠가 어느 젊은 부부의 쓰리섬 초대에 응해서 즐겼다가 들켜서는 된통 싸웠다고 그러더라구.’

‘와, 죽인다. 그 남자도 대단한 사람인데?’

‘그렇지? 그러니 두 사람이 그렇게 만나고 다니는 거겠지. 자기도 혹시, 몰래 그런 부부들에게 초대 받아 다니는 것 아니야, 나 몰래?’

‘예끼, 여보슈! 사람을 엉뚱한 곳에 취직 시켜도 유분수지, 나는 혹여라도 그런 일이 있으면 정중하게 너에게 허락을 받아낼 걸?’

‘뭐라구?’

‘아니야, 아야야! 사람이 그렇게 손이 매워서야, 꼬집는 게 아니고 아주 살을 잘라내요, 잘라내.’

현경이와 나와는 섹스를 하고 나서 이런 적나라한 대화를 자주 나누었다. 지금에사 생각해 보면 아내는 나와 같이 있을 때, 오픈 된, 그것도 성적으로 완전히 까발려져 있었으면서도 평소의 사고는 완고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일이 엊그제 같은데…

‘준석아? 오늘, 고등학교 동창회 있는 거 알지?’

‘응. 갈꺼야.’

‘꼭 와야 돼, 너 저번에 회비 않 냈다고 내가 총무한테 얼마나 찐빠 먹었는지 알기나 하냐?’

‘알았다니깐 두루.’

‘근데….’

‘왜?’

‘너 현경이 요새 심심찮게 그 뻘마랑 같이 다니더라. 애들이 다 수군거려.’

친구들은 그 윤애라는 여자를 재벌마마의 줄임말로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왜? 돈 쫌 있다고 같이 다니면 그렇게 입에 오르나?’

‘그게 아니고, 아무튼 니 여자친구 단속 철저히 해 임마. 자나깨나 보 지 간수란 말도 있잖냐?’

‘그건 그래. 이따 그 술집에서 보자.’

나는 별 일 아니라는 생각에 무심코 내버려 두었다. 사실 교내에서 뒤돌아 서서 열나 씹어 돌리고, 겉으로 표는 안내면서도, 외제차를 타고 굴러가는 그녀의 몸을 타보고 싶지 않은 남자들은 없었다. 인물도 빼어나고, 여기저기 둘러봐도 그런 쭉쭉빵빵이 없었기에 저런 년은 어떤 물 좋은 나이트에서 좇대가리들을 긁어 올까나 하는 상상 만으로도 오금이 재려 왔으니까. 동창회가 말이 동창회지, 그런 술모임이 따로 없었다. 먹은 것이 무엇이 있나 속에서 꺼내 하나하나 검사할 때까지 죽을 것처럼 마셔대는 그 자리는 동창회가 아니라 결사음주 모임 같은 분위기 였다. 그런 고로 술이 꼭지가 돌 정도로 퍼 재낀 뒤의 선후배 서열이란 것은 싸움을 부르기에 딱 맞는 안주거리 였다.

‘신준석! 꺼-윽, 너 씨발, 존나 재수없어. 꺼윽…’

‘형 또 왜 그래요? 많이 취했네.’

‘너, 깔치 있다고 재고 다니냐?’

나는 선배형의 꼬부라진 혀놀림이 작고하신 유명한 코메디언 이주일씨를 흉내내는 개인기 처럼 들려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내 말이 우습냐? 이 씨박 쇄끼야!’

‘퍽’

부지불식간에 날라온 주먹은 대번에 내 코피를 터뜨렸다.

‘에이 씨발, 선배라고 오냐오냐 해줬더니…’

나는 대번에 발길질과 주먹을 앞세우면서 치고 나가, 모임은 결국 아수라장이 되었다. 피떡이 되도록 들고 팬 선배는 쪽팔림을 어쩌지 못해 다른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다짜고짜 주사를 부려댄 그 사정을 모를 리 없어, 싸움만을 진정시켰을 따름이지, 그 선배의 편을 들어 주지는 않았다. 모두가 찝찝한 표정으로 술집을 나올 때, 나의 등을 치는 사람이 있었다. 현선배 였다.

‘준석이 바쁘냐?’

‘아뇨, 그냥 기분이 떨떠름 해서요. 제가 여자 친구 사귀고 다니는 게 맞을 짓인가 싶네요.’

‘그건 아닌데….’

현선배는 부유한 집 사람이었지만 별로 티를 내고 다니지는 않는 선배였다. 어쩐 일인지 오늘은 나랑 늦은 커피를 마시고 싶다며, 가까운 카페로 같이 가자며, 내 팔을 잡아 끌었다.

‘네가 이해해라. 갸가 좀 다혈질 이잖아? 그리고 소문 때문에 그러기도 했을 거구.’

‘소문 이라뇨?’

‘넌 정말 모르고 있구나.’

‘뭘요? 궁금해요. 제발 알고 계신 거 있으시면 쫌 나눠 주세요. 요사이 보는 사람마다 저를 갖고 돌리는 통에 죽겠다니깐요.’

‘너, 그럼 내가 얘기 하나 해줄게. 나를 욕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주라.’

‘뭔데요?’

‘그거 약속 않 하면 나 말 못하지.’

‘알았어요. 약속 할게요.’

‘그래, 고맙다. 나 별로 여자 관계도 없고, 그렇다고 사귀는 사람도 없는 거 너도 잘 알지?’

‘네. 형은 언제나 혼자 다니시잖아요?’

‘그래서 사냥감이 된지는 모르겠지만…’

‘사냥감 이라뇨?’

‘나 사실은 네 여자친구 만난 적 있어. 그것도 잠깐이지만 도우미로…’

‘도우미 라뇨?’

‘너 윤애 라고 알지?’

‘네.’

‘나 그 뻘마에게 불려가서 네 여자친구를 만났다구, 글쎄.’

‘불려가다뇨?’

‘얘기하기는 길지만 사실 나도 먼 발치에서나 봤지, 현경씬가? 네 여자친구 말이야, 자세히는 못 봤는데, 그 날에서야 확실히 봤어. 그 뻘마가 네 여자친구를 시켜 남자들을 물어오게 시켰단 말이야, 글쎄. 자기 오피스텔로 말이야.’

나는 머리통을 한대 된통 얻어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뻘마년, 열나 색을 밝히거든, 취향도 독특해서 물 좋은 나이트 같은 곳은 절대 가지도 않을 뿐더러, 주위에 조용하고, 여자관계 없는 남자들 중에서 섹스 잘할 것 처럼 보이는 애들을 줏어 오게 시키는 모양이야. 한번 그 뻘마년의 마수에 걸리는 여자들은 꼼짝없이 하인처럼 이일 저일 닥치는 대로 않하는 짓이 없다니깐.’

‘이일 저일 이라뇨?’

‘그건 입으로 다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데…’

‘괜찮아요. 저도 왠만큼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나는 가려진 비밀을 듣기 위해서 일부러 아는 것이나 있는 것처럼 둘러댔다.

‘그래? 그렇다면 이야기 하기가 쬐금 수월해지네. 그 날, 수업 끝나고 할 일도 없고 해서 빈둥대고 있다가 사물함에 가서 뭘 좀 갖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글쎄 사물함에 왠 편지가 하나 꽂혀 있는 거야. 그래서 열어 봤지.’

‘그런데요?’

‘그 안에는 네 여자 친구 나체 사진이 있었는데, 온갖 야한 속내의로 치장하고, 남자 좇을 열심히 빠는 모습 이었다구. 그리고, 그 글을 다 읽어갈 무렵에 귀신 같이, 사진 속의 네 여자 친구가 옆에 서 있더라니깐. 편지를 읽기 무섭게 사진과 편지를 도로 돌려 달라고 하면서 말이야. 아마도 여러 사람에게 새어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내가 그 편지를 읽는 것을 먼발치에서 감시하고 있었나봐.’

‘편지에는 뭐라고 되어 있었는데요?’

‘이런 즐거움을 맛보시려거든 저를 따라오세요. 돈도 필요 없고, 당신의 싱싱한 좇대만이 필요합니다. 라고 되어 있었지. 의심반, 기대반으로 나는 네 여자 친구를 따라갔고, 그 오피스텔에 들어섰을 때, 나는 뒤로 나가 넘어지는 줄 알았다 글쎄.’

‘왜요?’

‘그 안에는 네 여자 친구 말고도 두어명 되는 여학생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방안을 웅성거리며 뒤덮고 있는 다섯 명의 남자들의 좇을 교대로, 쉬지 않고 빨아주는 거 아니겠니? 난 깜짝 놀랐지. 누구를 따먹고 있길래, 저 여학생들은 좇물 싸고, 쳐지기 무섭게 저렇게 좇을 세워주고 있나 해서 궁금하기도 했구 말이야. 엉덩이를 뒤로 돌려대고 엎드려 있는 여자의 얼굴은 온통 남자들이 그 여자를 대놓고 쑤셔 박고 있던 차라 볼 수가 없어서 나도 옷을 벗고 나를 이끌어 온 네 여자친구가 좇을 빨아주어 세워 줄 때까지 참고만 있었지. 좇이 왠만큼 서자, 나를 이끌고 그 여자 곁으로 나를 디밀었는데, 아니 그 미친 듯이 섹스에 빠져 있는게 그 뻘마 였다니깐.’

현선배의 얘기에 의하면 현경이를 위시해서 도우미들은 뻘마의 섹스파티를 위해서 대상 남을 물색한 이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데불고 온 뒤, 혼음섹스에 동참하게 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규칙상 도우미는 절대 건드리지 못하고, 다만 처음이나 사정 후에 쳐진 좇을 세울 때는 언제나 도우미가 나서서 남자들의 좇발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었다. 기가 찰 노릇 이었다. 시켜 놓은 커피가 다 식을 때까지 나는 담배만 연상 피워댔다.

‘준석이 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네 여자 친구인 것을 알았다면 그런 곳이 있었다고 해도 가지 않았을 텐데, 본의 아니게 내가 정말 너에게 미안하게 되버렸어.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말하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렇게 됐다. 나는 얼결에 그 곳에 가게 된 거지, 네 여자 친구에게 꼭 흑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니 용서하렴.’

‘선배, 내가 선배의 사과를 받아 들이는 뜻에서 제 부탁 좀 들어 주면 안되겠어요?’

‘뭔데?’

‘그 오피스텔로 나를 좀 데려다 줘요. 오늘 동창회도 쌈박질 때문에 일찍 파장 나서 갈데도 마땅 찮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아요. 현경이 쌍판이나 한번 보려구요.’

‘꼭 가야 되겠냐?’

‘선배가 꼭 가 줘야 되요. 혹시라도 제가 문 앞에 서있다가 안에서 나라는 것을 현경이가 눈치라도 채면 문을 안 열어주지 싶어서요.’

‘그래. 가자.’

나는 현선배를 앞장 세워 오피스텔로 가는 도중에, 제발 오늘 만은 그 자리에 현경이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아무리 돈이 걸려 있기로서니 친구를 그렇게 이용해 먹는 뻘마년도 미웠지만, 뭇 남자들을 물어다가 그 년에게 갖다 받치는 것도 모자라 그 좇을 줄창 빨아대고 있을 현경이를 생각하면 분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서 돌아버릴 판이었다. 내가 문 옆에 숨어있고, 현관에는 선배가 문을 두드렸다. 곧 이어서 문이 조금 열리고, 안을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벌써 문틈으로,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룹섹스의 교성이 자지러지며, 문틈을 비집고 흘러 나왔다. 선배가 안면식이 있었던지라 쉽사리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문이 닫히기 직전에 발끝을 문틈 사이에 끼워 버렸다.

문이 다시 열리질 않는 것을 보니, 안에서 자동으로 잠궈지는 줄 알고 문을 연 여자와 현선배는 안으로 밀쳐 들어간 것 같았다. 나는 슬며시 문을 열면서 안으로 몸을 디밀었다. 어둡게 맞추어진 조명에다가 거실과 돌쳐서 칸막이가 되어 있는 현관은 문을 활짝 연다고 해도 안에서 보일 리 없었다. 나는 칸막이를 타고 몸을 숨겨 가면서 안으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기고 있었다. 자리에 살그머니 조져 앉아 칸막이에 바짝 몸을 기대고 안을 살펴보니 그런 난장판이 없었다. 오피스텔의 거실은 대형 침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뻘마가 누워 있는 남자의 좇을 올라타고서 자신의 양쪽에 둘러선 다른 남자의 좇을 물어대며 느글 거리고 있었다. 위에서 좇을 빨아대는 상황도 아랑곳 하질 않고 뻘마의 아래에 누워서 좇을 위로 치켜 박아대고 있는 남자는 그녀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허리를 연신 들썩대며, 더 깊이 좇이 박혀지기를 갈구하는 것처럼 난리를 떨고 있었다.

침대의 주위에는 두 명의 남자가 소파에 앉아서 이른바 현경이 같은 도우미 들이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오랄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침대 쪽으로 가까운 곳에 눈에 익은 나신이 단번에 내 망막을 때리고 있었다. 그것은 뽀얗고 톡 튀어나온 오리 궁댕이, 현경이 였다. 포르노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가터와 스타킹, 망사 T팬티를 걸치고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의 좇대가 어서 서기만을 바라는 얼굴로 연신 고개를 들썩이면서 빨아대고 있는 그녀. 나는 내가 알고 있는 평소의 그녀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번질거리는 물들이 가득한 걸로 보아 좇만 세워 준 것이 아니라 조절에 실패한 놈팽이들이 싸갈긴 좇물도 받아먹은 모냥 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불현듯 다가오는 나를 쳐다 보는 여러 개의 시선들, 현선배는 엉거주춤 서있다가 그냥 돌쳐서 그 곳을 나가 버렸고….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아직까지 입안에 다른 남자의 좇을 물고 있는 현경이의 뺨따귀를 후려치면서 팔목을 잡아 끌었다.

‘어서 옷 입어!’

‘저, 준석씨… 그게….’

‘너 빨리 옷 입질 않으면 아가리를 바셔 놓는다, 얼릉, 뭐해?’

방안의 사람들은 얼어붙은 듯이 꼼짝을 못했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오피스텔을 나오는 중에 현경이는 잘못했다는 말만을 연신 되풀이 했다. 나는 길거리에서 그녀의 손목을 붙든 채로 도망치려는 사람을 끌고 가듯이 현경이를 데리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작정 큰길에서 돌쳐 들어와 골목으로 들어서자, 멀리 놀이터가 보인다. 나는 놀이터의 그네에 앉자고 했다.

‘저기, 준석씨..’

‘아무 말도 하지마. 네가 거기서 씹질은 않 했다고 해도 거의 한거나 마찬가지니까.’

현경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면서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교수님이 강의 도중에 이런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지. 우리들에게 뜬금 없이 사무라이 개미에 대해서 아느냐고 말이야. 우리는 일본에 사는 개미 아니냐고 우스개 농담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시더군. 그 개미는 원래 아마존 개미라고도 불리우는데, 유럽에 산대. 너도 알다시피 아마존이란 게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여전사로 구성된 종족을 말하잖아? 원래 일개미는 모두 암컷뿐이라고 하시며, 워낙 그 종류가 싸움을 즐기다 보니 그렇게 명명된 거라고 하시더라구. 그런데 그 종류의 특징은 다른 개미와 다르게 자신이 새끼를 기르는 일도, 식량을 구해오는 일도 할 수 없을 뿐더러, 눈 앞에 먹을 것이 있어도 스스로 집어먹는 법이 없다는 거야.

그 사무라이 개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을 돌보아 줄 곰개미류의 고치를 뺏어오는 일이 전부래지 아마. 그 훔쳐온 고치에서 깨어난 곰개미는 도망치지도 않고 사무라이 개미를 위해 열씸히 일하는 노예가 된다드만. 그렇게 노예가 된 개미들은 1년 반에서 2년 정도 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사무라이 개미들은 또다시 사냥을 나가야 하고, 끊임없이 다른 노예들을 보충해야 살아나갈 수 있다는 거지. 그런데 중요한 포인트는 그 곰개미의 집을 뛰쳐 들어가 고치를 빼내올 때, 저항하는 곰개미들을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고 하시더라구. 궁금하질 않아? 절대로 사무라이 개미는 고치는 뺏어 올 지언정, 그 곳에 사는 곰개미 들을 물어 죽이질 않고, 그냥 거추장 스러우니까 비키라는 듯이 물어다 집 밖으로 던져 놓기만 한대. 왜냐하면 곰개미들을 죽이고 고치를 빼앗으면 자신들에게도 내일이란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지. 곰개미들이 살아서 고치를 까 줘야 자기가 데리고 살 노예고치가 생산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거지.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구, 세상이 빈익빈, 부익부의 놀음으로 점철되면 될수록 부유한 쓰레기들의 곁에는 그 부스럭지에 감사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 곁에 기생하게 되는 곰개미의 고치들과 그것을 통해 즐거움을 구가하는 사무라이 개미의 공생관계가 자연 스럽게 형성되니 앞으로 사회에 나가더라도 각별히 유념하고 조심들 하라고 말이야.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지금의 아내인 현경이는 그 당시, 분을 가까스로 삭히며, 해준 나의 말을 잘 알아 들었다.

‘아들아? 오늘 새로 받아온 개미 종류가 뭐라구?’

‘얍, 얍, 얍, 우리나라 에서는 살지 않는 사무라이 개미라고 하셨어요.’

웃고 있는 아내 곁에서 나는 현경이에게 그 옛날 해준 개미학 강의를 이제는 아들내미 에게 해주려고 헛기침을 두어방 날렸다. 개미, 개미라……

천직

‘이거 맛이 왜 이 지랄이래? 아니, 요즘도 설렁탕에 분유가루 타는 씨방새 들이 있나? 이거 안 되겠구만. 된 맛을 한 번 보여 줘야지… 헐…’

‘아이구, 김형, 아서요. 잘못 찍혔다가 그나마 외상으로 대놓고, 배달 까정 해주는 밥집, 지 발로 끊을 일 있답디까? 맘에 안 들면 메뉴를 바꾸면 되지, 왠 타박?’

‘너 꼬박꼬박 말대꾸 헐래? 어른이 그렇다면 그런 줄 이나 알지?....참, 조 형사, 너 어제 잠복 나갑네 하면서, 그저께 올리기로 한 조서, 워디다 꿍쳐 두고 토꼈냐? 내 너 없는 동안, 그것 땜시, 월매나 뺑R이를 돌았는디…..좇도 아닌 게, 왠 파일들에는 비밀번호를 수두룩 뻑뻑 허니, 달아놓아 게지구 서리….’

나는 숫가락을 쥔 채로 소리를 냅다 지르는 통에, 내 앞으로 기총소사 처럼 밥풀이 후둘둘 튀겨 나가면서도, 분위기상, 제때에 아가리를 막질 못하고 있었다.

‘내가 그걸 워디메로 꿍쳐 먹었냐 …. 하면….. 요네….. 책상 위에 그냥 널부러져 있구만. 내가 잠시도 눈을 못 떼요. 꼭 눈깔 밑에 받쳐 줘야, 아가리에 입질이 가니, 원…..’

‘어이구, 저것도 형사라고, 꼴리는 대로, 혓바닥 놀리는 것 쫌 보지?’

서로를 향한 독설이 거세지는 꼬라지가 일들이 고된 것이 분명했다. 정의 사회 구현입네 어쩌구 하면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이 놈의 형사 생활이 지겨울 법도 한데, 격무에 지친 몸을 뒤로 하고, 책상에 엎어져서, 새우잠을 때리는 동료들을 볼라치면, 직업의식은 어쩔 수 없구나 라는, 나만의 탄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에서 내리 찍어 누르고, 밑에서 쳐 올라오는 와중에, 버티고 살아간다는 것만 해도 가상타 아니할 수 없는 지경인데도, 동료들은 쉽사리 일에서 손을 놓질 못했다. 시절과 세상이 많이 바뀌기는 했다. 예전처럼 수첩에 연필을 들고 다니며, 사건 기록을 적는 띨빵한 형사들은 이제는 없다. 저마다 전자수첩으로 메모를 하면서 자신의 컴퓨터로 채곡채곡 메모를 인터넷과 네트워킹을 통해 날려 놓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려고, 자리에 돌아와서, 혹은 잠복 중에도 끊임없이 그 메모를 이리 짜 맞추고, 저리 돌려 보면서, 조서를 꾸며야 하는 날파리 인생들 이었지만, 그 사이 변모된, 조금은 현대화 된 자신의 주변으로 인해, 스스로 나마, 이게 발전의 과정 아니겠냐는 자조적 만족감에, 부르르 떨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식사 후에 터져 나오는, 트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화에서도 누군가는 그랬다고 했다. 보진 못했지만, 대한민국 형사라면 처음부터 달려야 하고, 중간도 달려야 하고, 마지막에도 달려가야 한다는 그 말….삼면이 바다에다, 한 면은 철조망이 가로막혀, 범인들은 끝끝내, 비행기나 밀항선이 아니고서는, 언젠가는 우리들의 달음박질에 기운이 딸려, 기어이 잡히고야 말 거라는 우리의 희망사항을 단적으로 얘기해 준 것일 테지만, 어쩐 일로 그런 얘기를 건네는 우리들의 가슴이, 이리도 찡하고, 눈물 고이는 건지, 아는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 동료들끼리 야근을 하다가, 자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평소에 보고 싶던, 그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를 조사실 구석방에서 몰래 보는 와중에, 방문을 열어 재끼신 반장님의 한마디는 아직까지도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

‘세월 좋네….얼씨구? 살인의 추억까정? 밥 쳐먹기 바쁘게, 밀린 일들은 안 하고, 왠 청승? 느그들은 영화 속의 누가 되고 잡냐? 나처럼 유능하다는 소리나 듣게시리, 서서 밥 먹을래, 아니면, 화장실에서 자장면 삼킬래?’

대답도 듣지 않고서, 횡 하니 방을 비우신 반장님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심한 무력감으로, 음식 맛조차 잃어버린, 우리들의 심사를, 몰라도 너무 몰라주시는 게 아닌가 했다. 사람들은 형사라고 하면, 모름지기, 범인만 줄창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우리의 가장 큰 고충이 바로, 범인을 잡기 전과 잡은 후라고 하면, 언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저마다 산적한 업무와 일정으로 인해, 세수조차 제대로 할 여가도 없는 형사 생활에서, 사건이 터지지 않으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가 손 쓰기도 전에, 매스컴의 각광을 무작 시리 받아버린 껀수는, 그야말로 빤쭈 안에 고슴도치를 넣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취급을, 우리는 상부 로부터 받아야만 했다. 빚쟁이도 그런 빚쟁이가 없다는 말처럼, 반장도 위에서 닥달을 당하고 왔을 테지만, 언제나 우리들을 모아 놓고, 책상 위에 올라가서, 무릎을 꿇고, 빌어 댈 때면, 보고 있는 우리들조차 가슴이 아파 왔다.

‘나 좀, 봐 주라. 나야, 여기서 독방 지키고 있으니, 다 느그 들이 우리, 먹여 살리는 거 아니냐? 제발 그 상열의 쇄끼랑, 그 씨부랄 년들 좀 냉큼 잡아다 주라. 나 집에 못 들어 간지 벌써 세달 째다. 우리 마누라, 이 틈에 바람나서, 보 지 벌창 난 뒤에, 느그들이 그 씹새들 잡아다 줄 꺼면, 아예 이 자리에서 우리 서로 대갈빡에 총질 하고 파토 내자, 마….이래 살아서 뭐허게? 이게 사람 사는 거이냐? 아!..... 새끼들 얼굴도 보고 잡다.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 하네….. 엄니!..... 꺼이꺼이……’

반장의 하소연과 구걸은 언제나 그렇게 엄니로 끝을 맺었다. 군대 기상과 함께, 졸린 눈을 부벼 가며 부르던, 어머님 은혜 때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반장의 그 레파토리가 먹혀 들어가던 시절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띠발, 약발도 하루 이틀이지, 허구헌날, 책상 위에 기어 올라가서, 뭐 씹은 표정으로 빌어대는 꼬락서니가, 이제는 치가 떨리기 까질 한다. 그래도 상관 이랍시고, 아무도 뭐라 하는 동료는 없고, 반장님, 연로하신데, 왜 이러시느냐며, 기절 직전 인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발광하는 반장을 가까스로 자리에 앉히고, 다시금 충성을 다짐하는 무력한 동료들…. 나도 다를 바 없긴 하지만 서도….

‘조형사, 이 껀은 사이버 수사대로 넘기지 그랬냐?’

‘넘겼었다니깐? 그런데, 이 쪽으로 다시 이첩 되서, 나도 어째야 좋을 지 모르겠다구…..’

‘이유가 뭔데? 영장 심사도 받기 전에 빠꾸 맞은 거 같은데?’

‘내가 그 말이야. 조서야 내가 처음 꾸몄다고는 하지만, 그게 좀 묘한 사안이라서 말이지. 나도 뭐, 번지수 정하는 데, 빠삭한 꼴통은 아니지만, 어디다 이빨을 물려야 할지 고민 했던 건 사실 이거덩…..잘 못 했다가니, 밥그릇 싸움도 날 것도 같고설랑….’

조형사는 방향감각을 잃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뭐가 문제 인데?’

‘사건 개요가 조금 독특해요. 사이버 수사대에서도 이쪽으로 다시 돌려 보낸 이유가, 책임 소재가 불분명 하다는 거야. 고소인 측의,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 배상 청구 부분도 이해가 가질 않고, 게다가 제 3자가 봐도 명확한, 피해 사실의 근거가 모호 하다는 얘기거든?’

‘내용이 그렇게 꼬였어?’

‘맨 처음에 나를 찾아와서 말을 꺼낼 때만 해도, 치정에 얽힌 무슨 폭행 사건 운운 하길래, 별 시덥지 않은 사람 다 보겠네 하면서 들어 줬걸랑? 그런데, 잠자코 들어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구. 그 남자가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걸, 조금 진정 시키고 들어 보니까, 사건이 되겠다 싶어, 조서를 작성했는데, 이게….보기 보다 영 찝찝 했다 이 말이지.’

‘찝찝하다니?’

‘겉으로 보면 고소깜 인데, 누구의 책임이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상황으로 접어 들면, 도대체 답이 없걸랑.’

일을 하다 말고, 없어진 보고서의 행방 운운 하다가, 벌어진 대화 속으로, 동료들이 하나, 둘, 섞여 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곁에서 우리들의 대화를 어깨 너머로 듣고 계시던, 울엄니 반장님 마저 끼어 드시는 것이었다.

‘아니, 지금 제정신 들이야? 다른 부처에서 빠꾸 맞은 사건이나 들쑤시고 지랄 들이게? 죽은 자식 불알 거머쥐고, 삘렐렐도 유분수지, 뭐 파보면 나올 게 있다고 주접들이야?’

‘반장님 그게 아니고요, 이걸 좀 보세요. 여기 이 인터넷 주소 아세요?’

‘거럼, 그거 모르면 간첩이지. 그건 왜?’

‘고발한 당사자가 국가를 상대로 여럿 고소하려고 하는데, 그 발단이 그 싸이트 랍니다.’

‘아니, 그 싸이트가 뭔 짓을 했길래? 신문, 방송에서 짓고 까분다고 다 죄진 걸로 보면, 오산이야. 눈요기 꺼리로 아무 곳이나 들이대는 기자들 성깔, 몰라서 하는 소리야?’

‘그건 아는데요, 그 싸이트가 성인 싸이트 중에서 개중 유명세를 타고 있거덩요.’

‘유명세고 나발이고, 기를 쓰고 디밀고 들어가서, 놀고 자빠 질려는 인간들이 줄을 섰는데, 그 싸이트를 무슨 수로 잡아? 서버가 한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법에 저촉된 것도 아니고, ISP업체마다 기준도 다른, 모호한 이 상황에서 어떻게 잡아 넣느냐 이 말이지. 게다가 초기 화면에 이 싸이트는 성인용 컨텐츠가 불법으로 인정되는 나라의 사용자를 위한 싸이트가 아님네 하면서 사전 고지한 권리로, 온전히 사용자에게 책임이 지워지게 되어있는 거, 몰라서 되묻는 거야, 시방? 아니, 우리나라 실정을 그렇게나 몰러? 그 사이버 수사댄지 뭔지 하는 작자들은 이를 테면 말이야. 인터넷의 사용에 있어서, 불법적으로 사용을 방해하는 측면에서만, 칼날을 세우고 있다는 거, 알아, 몰라? 그 자들은 겉 보기에는 온라인 상의 범죄를 척결하는 십자군 처럼 보여도, 사실상, 안으로 살펴 보면, ISP업체나 대형 서버 업체들이 부지불식간에 당할 수 있는 대형 사고를 막아주기 위한 비호대 같은 성격일 뿐 이라니깐!’

‘와, 우리 반장님, 다시 봐야 겠네. 언제 그렇게 지식을 갈고 닦으셨데요? 번쩍거리는 두피도 호화 찬란 시러울 지경인데?’

‘한석봉이 뭐 별거냐? 오마니 위해서, 밤에 불쫌 밝히고, 인터넷 쫌 뒤졌지. 그건 그렇고…, 이 얘기야, 벌써 끝난 할미꽃 아냐?’

‘그 할미꽃…….., 그러니까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아! 맞다, 방금 반장님이 하신 말씀, 지난해 신문 기사에 난 거 였죠? 깜빡 하면 속을 뻔 했네그랴. 요즘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니깐. 그러니, 석봉이 엄니가 썰던 떡도 내 팽개치고, 오죽하면 불을 다시 켰을까?’

‘내 말은, 척 보니까 그 고발한 친구, 여럿 물귀신 처럼, 끌고 들어가려고 작심을 하고서 추파를 던진 모양인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거덩.’

‘왜요? 공조 수사라는 방법도 있잖습니까?’

‘공조수사? 말이 좋아 공조지, 어디 동일한 주제로, 한 구댕이 파 재끼면서, 부처간에 협조 되는 꼬라지 본 일 있냐? 가정을 해 보면 겐또가 팍 안 돌아가? 그 사람 고발한 목록을 좌악 한번 살펴 볼짝시면…..첫째, 인터넷 상으로 음란물을 유포 시킨 책임을 물어, 그 싸이트의 책임자 일부…탕탕탕…, 둘째로, 한국 내에서 그 싸이트에 접속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지원한 ISP업체 수두룩, 셋째, 그 싸이트 내에서 볼거리, 읽을 거리를 끊임없이, 지금도 제공하고 있는 이름 없는, 수 많은 업로딩 당사자들…. 숭그리 당당당….이 모든 사태를 보고도 묵인한 국가의 해당 부처 담당자… 수그수그 당당, 숭당당…..이게 제 정신이냐 이 말이지! 아니, 그렇게 잡아 넣기 시작하면, 형사들 빼고, 된통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 떼잡혀 들어 가겠구만. 이런 싸이코가 또 어디 있냐?’

‘왜 형사는 안 잡혀 들어가여?’

‘너그들이야, 잠도 모지란 것들인데, 그런 싸이트 들어갈 새나 있냐? 그러니, 똥물에 발 담근 순서로 잡혀가기 시작하면, 너그들만 남지 않겠냐 이 말이지.’

‘하이고 반장님, 꿈도 야무지셔라. 우리가 뭐 개사료 먹고 삐약 대는 병아리 랍디까? 우리도 자유 의지란 게 다 있는데, 개인 사생활이 없을 라구여? 모르긴 몰라도, 집에도 못 들어가,  보 지 구경도 힘들어…. 우리 만큼, 그 싸이트에 뻔질나게 드나드는 인물들도 없을 거구먼요.’

‘야, 검찰국장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인다. 내가 얼마나 눈에 불을 켜고, 너그들 시슈템 화면을 살피고 다니는데….’

‘모르시는 말씀…. 반장님, 이거 좀 보실라우?’

내가 가리킨 화면은 방금 전까지 작성되던 조서의 워드 화면 이었다.

‘근데, 그게 뭐?’

반장은 거 보라는 듯이 입술을 툭 내밀었다.

‘요즈음, 인터넷이라고 줄창, 어디다 까 내놓고 하는 순딩이 뿐이랍니까? 당나귀네, P2P네 하는 것들 이용해서리, 딴 짓거리 충분히 하면서도, 자세히 살펴 보질 않으면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게 요즈음 시절 이라니깐요. 요기 보이는, 요 아이콘 있죠? 요게 보스키 라는 겁니다. 반장님, 모르시져? 옛말에도 있잖아여? 아부지만 모른다는 말….’

‘그게 뭔데?’

‘지금, 제 컴에는 조서가 꾸며지는 것처럼 보이고 있죠? 그런데, 요 아이콘이 번득번득 하는 것은 아까 새벽부터 다운 받았던 신종 포르노가 내려 받기 끝났으니, 어서 돌려 보라는 야그… 아니겄어요? 요렇게 키를 조합해서 누르면, 짠! 보서요! 요년들 보지, 정말 끝내주죠?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니깐여! 반장님이나 누가 곁에 오는 것 같다, 그런 낌새가 느껴진다 허면, 마우스를 슬며시 건드리거나, 아무 키를 누르기만 하면, 아까의 조서작성 화면으로 감쪽 같이 화면이 전환 되는 겁니다. 영화는 어떻게 되느냐구요? 그 자리에서 쌈박하게 포우징, 그리고 비상사태가 가실 때까지 기둘렸다 가니, 다시 또 키를 조합해서 짱 눌러주면….., 기냥 또 아까의 그 씹보 지 화면… 좋잖아여!’

‘그게 보스 키야? 내 참….’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도 대단하다는 표정의 반장님은 말을 잇지 못하셨다. 감탄의 침묵이 아니라, 화면으로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는, 쑥쑥 쑤셔대는, 좇대가리의 힘찬 향연에, 정신을 놓으신 게 분명 했고…

‘아니, 조형사, 그럼 어찌 할 셈이야? 여기서 법조문 이라도 꺼내서, 어느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따져야 하는 감?’

‘왠 관심이래, 박형은?’

‘나라고 그 싸이트 관심 없는 줄 알아? 아까 반장님이 말씀 하신, 기사가 나가고서야 알게 되서, 가입 했지만 서도, 그게 재미가 보통이 아니라니깐! 쏠쏠하고, 야리 야리한 남의 여자 보 지 구녕, 훔쳐보는 맛이 그게 중독 일쎄 그랴. 게다가 그 뿐 인줄 알아? 고 야설도 그래, 취향대로 골라먹는 재미, 이거 또 사람, 돌아버리게 한다니깐. 그런데, 그 싸이트를 걸구 치면서, 누군가 죽네 사네 하는 이 판국에, 내가 관심 두지 않게 생겼나?’

모두다 말을 안 하고는 있었지만, 한 두 번쯤 발을 들여 놓지 않은 작자들이 없었다. 하긴 나 같은 돌부처도 이렇게 뻔질나게 열불 내고 있는데…

‘고소인의 심정도 다소는 이해해 줘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 사실, 싸이트에 몸담고 있는 운영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남는 것도 없이, 지 좋아서 줄창 사진이네, 글이네 올리고 있는 가입자이자, 싸이트 폐인들을 무슨 수로 몽조리 조지겠어? 사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수색영장 갖고, 서버 있는 곳으로 치고 들어가서, 이제까지의 접속기록이랑, 접속자 명단, 긁어 내오면 그만이고, 그 리스트 대로 한 사람, 한 사람 불러다가 언제 가입했느냐, 무얼 하고 돌아 댕겼느냐 일일이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만… 그것도 문제는 문제야, 주소나 정확히 썼겠느냐구? 그 해당 접속인물의 정확한 추적을 위해서, 동원 되야 마땅한 여러 가지 정보와 사실 여부를 긁어올, 그 수고를 쫌 상상해 봐. 그게 어디 한 두 사람으로 끝날 일이냐구? 또 서버가 어드메 있는지 알게 뭐야? 라인 타고 들어가서 추적해? 추적한들, 그 사람들이 비싼 운영비 내고도 쉽사리 떼잡혀 들어갈 또라인가? 그리고, 웹 호스팅 업체는 무신 허수아비 냐구! 그러니, 초장부터 풀어야 할 매듭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게야. 고소한 사람의 분함이 시작되는, 그 시점부터 굴뚝이 막혀 버렸으니 연기가 날아갈 리 있어? 냄새만 풍풍 풍기고, 환기는 좇도 안 되는 거지. 사실 막말로 지 마누라가 그 싸이트에 접속해서 그 안의 내용에 동화되어, 마구 섹스를 탐닉하고, 보 지를 만장으로 내둘르고 다녔다 치자, 그게 어디 그 싸이트의 책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느냐 그 말이지, 내 말은….. 빠져나갈 구멍을 위해서 그 치들이 그런 문구를 곳곳에 써 놓은 것은 아니겠지만, 게재되는 모든 자료의 법적 책임은 그것을 올리는 당사자에게 있고, 글이라든가 게시물의 사실 근거 여부는, 오로지 눈깔 꿰져라 바라보는, 접속자의 마음 속에 있는 거라고 하덜 않해? 그러니, 그런 싸이트가 개설 되었다 치더라도, 지가 안 들어가면 그만이지, 들어가 놓고서 그 안에서 똥을 밟았네, 어쩌네 하면서 지분거리는 것은, 책임회피의 변명이 아니고 뭐냔 말이지….’

‘그런데, 조서 내용에 그건 쫌 문제는 있드라.’

‘뭐?’

‘그 마누라라는 여자가 모텔에서, 어떤 남친이랑 빠구리 하면서, 침대 옆에다가 그 싸이트를 틀어 놓고 했었다지? 그 자리에서 여자 씹구녕에 좇대가리 끼운 채로, 지금 어드메 에서 자기 여친 이랑 떼씹거리 할 인간들, 여기 여기 모여라 라고, 남친이 쪽글로 불러 모았다는 건, 쫌 그렇드구만…그건 법적으로 봐도, 유사범죄의 출현을 방임한, 싸이트 측의 무성의가 불러낸 문제라고 보이는데, 그걸 관리자가 걸르지도 않고 바로 게재 했다는 건, 아무리 봐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와 맞먹는 거 아닌감?’

‘미필적 고의? 띠발, 어느 누가 오란 다고 다 오나? 오겠다고 손드는 새끼들이야 보나마나, 폭탄 터져도, 나 뛰어 나갈 랍니다 하고 손드는 거이지.’

‘반장님 의견은 어떠서요?’

‘정확히 고소인의 피해 사실이 뭬이야?’

‘제일로 치는 것이, 현재 상대방 배우자의 비행외도 사실이 폭로되어, 이혼의 위기에 처해 있고, 그로 인한 물리적, 정신적 피해 보상을 고소인에게 하라는 겁니다. 뭐, 이를 테면, 순진한 지 마누라 눈깔에 색안경 끼우고, 세상을 보게 한 관련자의 연대 처벌이든가,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물질적 보상을 얘기하는 거 아닐까요?’

‘아니, 누가 색안경 끼랬나? 지 싫으면 벗으면 됐지, 벗으랬다고 옷까지 홀랑 벗고, 그렇게 씹을 돌려 재끼냔 말이지, 내 말은….헐….’

‘누가 아니랩니까? 암튼 어떻게 처리할까요? 고소인의 고소 내용을 우리가 접수한 사실이 명확히 남아 버렸는데, 어떻게 무마 시키죠? 건드릴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라는 생각이 칵 치밀어 오르는데…..’

‘법정 대리인은 선임 했대?’

‘그게 아직인가 봐요. 횡설수설 하는 폼이, 그냥 분에 차서 지 혼자 달려 온 것도 같고…..’

‘그럼,…..그 사건 처리하기 전에, 그 인간 신상명세부터 파악해 봐.’

‘그 인간 이라뇨?’

‘아니, 듣고도 딴 수작은? 이런 뉘기미….그 고소인 말이야!.....누구긴 누구야? 털어서 먼지 않 나오는 사람 있어? 지 까짓 게, 예수도 아니고, 성인군자도 아닌 다음에야, 꿀리고 구린 구섞이 없겠냐 그 말이야. 그런 게 하나라도 드러나면, 그걸 가지고 들이대고 얼르는 거야, 봐라! 너도 좇 같은 구섞이 이렇게 있는데, 어찌 남의 눈의 가시는 보면서, 니 눈깔의 전봇대는 안 뵈냐 하고 말이지. 이럴 때야 말로 사이버 수사대의 공조를 받아다가, 수사하는 게야. 온라인 사기단의 하부 조직 인 것 같다고, 공문을 한 장 써 가지고 설랑은, 피해자들의 자진 신고를 위한, 영양가 있는 증거의 색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그 인간의 뒷조사를 부탁하는 거지. 어차피 도청이나 불법적인 온라인 상의 뒷조사가, 형사상의 케이스가 아니고서는, 영장도 없이, 임의로 조사해 봐야, 법적 증거로서의 효력도 없겠지만, 그 치 하나, 얼르는 주제비 꺼리는 탈탈 털어 안 나올 리 있어? 그렇게만 되믄야, 전기 낭비 해가며, 세금 축낼 필요도 없이, 지풀에 지쳐서 손들 거 아니겠냐 이거지. 꼭 싸워서 맛인감?’

‘그렇다고 분해서 뛰어 들어온 고소인을 피의자로 만들면…..’

‘누가 뒤집어 씌운데? 아니, 마누라 보 지 간수 못해서 물 질질 싸면서 돌아다니는 것들이 어디 한 둘이야? 이거이 무신 미아 보호소도 아니고 설랑! 남의 가정사, 일일이 끌어 들여가지고, 일들은 언제 할려고 배짱 들이야? 마누라가 막말로 지 좇대가리에 싫증나서, 딴 곳에서 외식 쫌 하고 즐겁게 살겠다는데, 지 싫으면 그만이고, 이혼하면 장땡인 것을, 무신 놈의 손해 배상 어쩌구, 지랄이야, 지랄은? 그러니, 나라 꼴이 요 모냥이지. 저무도록, 허구헌날, 못 먹는 감인 줄 뻔히 알면서리, 줄창 찔러대니, 물 질질 싸고, 지풀에 어 들어가지, 별 수 있어?’

’그럼, 다시 불러들이기 전에 사전 조사부터….’

‘꼭 과정을 얘기해 줘야 아남? 자네 형사 생활 몇 년째야? 띠발, 똥싼다고 하면 화장실까지 데불고 가줘야 하남?’

반장님은 그예 씩씩대는 것도 모자라, 그 빛나는 두피에 핏줄을 불뚝불뚝 세워가며, 서슬이 시퍼래 지셨다. 저마다 껀수 하나 줄었네 하는 심정 보다는, 앞으로 반장에게 대놓고 깨지지 않으려면, 사무실에서 그 놈의 보스킨지 뭔지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걱정이 앞서는 얼굴들 이었다.

‘근데, 그거 어떻게 쓴데?’

‘뭐요? 반장님?’

‘아니, 그 보스킨가 뭔가 말이야…..’

조용히 나를 따로 불러 물어보는 폼새가 그 빠구리 생각이 다시 도지신 모냥 이었다.

‘왜요, 어쩌실라구여? 정서함양을 위해서, 컴퓨터는 조서작성 용 워드랑, 쉬는 시간 테트리스 한판 이면 된다고 하시고선, 왠 뜬금 없이 보스키는 찾으시구 그런데여?’

‘아니, 뭐 꼭 그렇다기 보다두, 컴맹은 아니더라두 저렇게 고급 기계를 타이프 라이터로만 쓴 다는 게, 어쩐지 정부의 녹을 먹고 있는 청백리로써 조금 껄끄러운 구섞이 있어서 말이지, 알잖아? 자네도?’

‘뭘 도와 드릴까여?’

‘그거, 응야응야…… 어떻게 접속하는데? 내 시슈템에 좀 깔아 주면 안될까?’

‘그거 별거 아니에여, 아까 한참이나 얘기하던 그 싸이트에서 할랑한 시간에 들어가서, 다운 받는 건데요. 뭐. 워쩌시게요?’

‘아니 뭐 어쩌라기 보다도….., 나도 그 싸이트가 과연 구속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살펴 볼 의무가 윗사람으로서, 쪼매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그러지 말고, 접속할 수 있도록, 아뒤 등록하는 법이랑, 잡다한 것 쫌 어떻게 해주라. 내 다음 번 인사고과 때 인심 쫌 쓰지, 어때?’

‘뭐 그러실 것 까지야……접속하시고 나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허튼 소리나 하지 마세요. 아무리 익명으로 오가는 세상이라도, 척하면 쿵인 거, 세상이 다 아는데, 괜히 쓸데 없는 소리 늘어 놓으셨다가 지들 꼬리 잡아, 체포하려고 온 줄 알고, 딴지 걸리기 십상이니 깐요. 월매나 눈치들이 빠꼼이들 인데여! 아무나 폐인 하는 게 아니라니깐여?’

나는 능숙한 솜씨로 반장님의 씨슈템에 보스키와 아울러 그 싸이트에 바로 접속해 들어갈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해 두었다. 이름 하야, 우리들의 보스가, 진정한 보스키를 이용하여 그 싸이트로 암행을 나가신다는 말씀. 아군도 그런 아군이 없었다.

‘근데, 이거 영상이 좇나 화려 하구만. 어이구… 저거 물 줄줄 흐르는 씹구녕 쫌 보소…. 월매나 박아대면, 저렇게 허연 좇물이 줄창 쏟아 지려나? 아! 엄니…. 나도 저렇게 하고 잡다…’

‘어허! 반장님, 목소리가 너무 커요! 다들 보고 있잖아여!’

나는 반장의 혼을 쏙 빼놓을 심산으로 기가 막힌 장면들을 모아 놓은 자작 앨범 중에서도, 명예의 전당에 모셔진 금쪽 같은 그림들을 정신 없이 화면에 뿌려 놓았다. 이경규의 눈알 돌리기 보다, 더 요란 스럽게 떼굴 거리는 반장의 눈까리… 정말 가관 이었다. 동료들은 안 쳐다 보는 것 같아도, 화면에 머리를 있는 대로 들이밀고, 이마에 핏발을 세워가며, 뚫어지게 화면 속으로 빠져드는, 반장의 번질 거리는 두피에 그 씹구녕과 좇대들이 고스란히 반사되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으니…내 참….

‘언제 우리 집에 와서 내 방에 있는 씨슈템에도 좀 깔아 줘 잉? 그리고, 내가 들고 다니는 노트북에도….’

아양도 아양 나름이지…..체포는 뒤로 젖혀 놓고, 저렇게나 정신을 놓고 있나 싶을 정도로 반장은 증거물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같은 배를 타고 가던 사람끼리, 배가 가라 앉을 때는 한번쯤 다시 생각 한다나? 누가 배를 먼저 타자고 했는지를 말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는 것을 반장만 모르고 있었다. 그 빛나는 머리통에다 체포영장을 통째로 마빡에 붙이고 다닐 걸 생각하니 그렇기도 하다. 체포는 뭔 놈의 체포? 그 싸이트의 황홀한 마력에 지가 지 스스로 체포될 거면서…..나는 자리로 돌아와 그 조서를 쓰레기통에 집어 넣으며, 실없이 씩 웃는 동료의 미소에 끄덕거림으로 화답했다.

‘잘 생각했네. 이 세상 만사가 다 그렇게 고소한다고 법으로 해결 될 것 같으면, 우리 같은 형사 나부랭이가 뭔 소용 있을라구! 출출한데 라면이나 때리러 가자, 어때?’

모두들 나가는 그 마당에도 반장은 들은 척도 않는다. 역시 저 자리까지 올라가는 인물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범인 색출을 위해 저렇게 열씸인 걸 보면 말이다. 해야 될 일들이 산처럼 쌓여 있어도 동료들은 별다른 기색도 없고, 그 싸이트의 야시시한 보 지들의 행진에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 였다. 그래서 그들의 어깨 위에 걸쳐진 무게를, 다른 이들은 천직이라고 부르는 지도…..

다큐 여배우

‘헉헉헉헉…….맹순아! 사랑해, 영원히…..흑흑흑흑…’

‘흐윽흐윽……영구씨! 그 말 진심이죠? 믿어도 돼죠? 윽윽윽윽…..’

‘으, 나 못 참아…….으으으으……’

‘저두요….. 나올 것 같아요….. 으흐으흐….’

‘캇!
이거, 액션이 왜 이래? 얼굴만 오만상 찌푸리고, 리얼리티가 좇도 없잖아? 그런 쌍판대기 볼려고 사람들이 영화 보겠어? 무언가….. 말이야…….가슴을 저미면서 짜르르 하니, 파고 드는 그런 표정, 아, 저 두 사람은 정말 하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퍼뜩 들 정도로, 실감나게 연기 쫌 하란 말이지………에이, 이건 말을 들어 쳐 먹어야쥐……..조금 쉬었다, 다시 가는 거야. 10분간 휴식!’

나는 여배우의 몸 위에서 내려왔다. 방안의 공기는 아주 오묘했다. 히터가 빵빵 나와서 더운 것 같았지만, 온 몸에서 지글대는 땀의 역동적 표현을 보여 줘야 된다는, 감독의 좇 같은 요청에, 그 씨벌넘의 분장사 쇄끼가 거머리처럼 들러 붙어서, 스프레이로 온몸에 안개처럼 물을 쏴 대는 통에, 방안의 온도와 다르게, 소름이 돋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뿐인가? 그 뿌린 물은 조명의 열기를 받아, 뚜껑 열어 놓은 찌게그릇 처럼 김이 모락모락 나고, 그에 연이어 그 g쇄끼는 또 들러 붙어서, 징그럽게 스프레이를 뿌려대고, 악순환도 그런 악순환이 없었다. 나는 쉬는 시간 동안, 벌거벗은 몸을 가리기 위해, 목욕 가운을 들러 입었고, 갖고 온 가방을 가지러 구석으로 걸어갔다. 아까 전부터 시작되던 두통…..그 두통의 여파도 나의 찡그리는 쌍판에 얼마쯤은 적선을 했을 것이고……

‘태석 오빠도 약 먹어요?’

나의 상대역, 맹순이 역을 하고 있는 미정이가 옆에 따라 붙었다. 그녀도 가방을 뒤져서 약봉투를 꺼내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병원의 마크가 보였다.

‘미정아? 너도 그 병원 다니니?’

‘그러고 보니, 오빠두네? 뭣 땜시 약 먹는디요?’

‘에이즈래! 말기란다!’

‘정말?’

‘아주 공갈, 염소똥은 이럴 때 쓴 다며? 야! 아무리 철판이기로 서니, 에이즈 걸려 놓고, 이 바닥에 나와서 이 지랄 하고 있을까 봐?’

‘아니, 이 짓 밖에 할 거 없시면, 에이즈가 아니라, 에이즈 할애비 라도 나와야지 별 수 있간디?’

극중의 맹순이 어투를 흉내내면서까지 나를 놀려 댄다. 허긴 목구녕이 포도청 인데, 안 나오고는 못 배기지. 나는 애로 배우 중에서도 A급, 그러나, 나이까지 먹어가고 있어서 얼마 있지 않으면, 양념 배역으로 빠질 판국이다. 양념이 뭐냐구? 그야, 빠구리 뛰는 주인공 들의 아버지 랄지, 회사 사장, 노인네 등등, 애로 영화의 씹좇 퍼레이드와 상관없는 들러리를 말하는 것이 그 말이었다. 여자도 그렇고, 남자도 역시 이 바닥에서는 나이가 중요했다. 얼굴이야, 누가 누군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화면에 드러나는 아랫배의 처짐 이랄지, 탄력이 있어야 할, 넓적다리 살의 덜렁거림 같은 것은, 대번에 지적 대상이었고, 그로 인해 제 2선으로 밀려 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봐야 했다.

‘미정아, 너는 이 일, 언제까지 할꺼나?’

‘오빠는요?’

‘글쎄다, 맨 처음에야, 우리 나라도 일본처럼, AV의 개화시대가 올 거라는 예상으로 뛰어든 거지만, 이제는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나도 생각이 많아. 이제, 애로 영화 보면서 아무리 실감나게 소리를 질러대도, 이젠 진짜 하는 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 없잖아? 그러다 보니, 인기도 점점 떨어지고, 젊은 아그들 육체미 감상이나 하자는 쪽으로 흘러 들어가잖아?’

‘그건 그래요, 맨 처음에야, 유방까지 규제가 풀릴 때는 정말 끝내 줬죠. 털까지 보여주어야 그래도 제대로 될 텐데, 그 이후로는 발전이 통 없어요. 아니, 섹스 해본 사람들은 금방 알잖아요? 저 자세가 좇대를 그냥 보 지 부분에 문지르는 각도 인지, 아니면 박혀서 뻑이 가는 자세 인지 말이에요. 오빠는 인터넷 성방 쪽으로 갈 생각은 없어요? 다들 그게 돈이 되고, 인기도 있다고 하던데……저도 생각 중이거던요.’

‘좋기야 좋지. 진짜 빠구리 에다가 가릴 것도 없고, 벌이도 짭짤하고…….그런데, 그거야 영화가 아니라 포르노 잖아? 맨날 저 놈의 감독이 외쳐 대기는 해도, 예술 한다는 작자들이 그럴 수 있냐는 물음에는 나도 할 말이 없다.’

‘누가 알아나 준데요? 그리고, 영화 보는 사람들이 우리들의 고충을 알아 주기나 하남?’

그건 그랬다. 어느 일본 신인 AV여배우는 1년 반 사이에 90편을 찍었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 달에 다섯 편은 빠구리 영화를 찍었다는 계산이고 보면, 일본의 포르노 문화에 대한 계층적 지지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일본 시장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도 많고, 도저히 발전과 개화의 가능성이 보이질 않음으로 해서, 유료성방 쪽으로 발길을 돌려 가는 이 바닥의 내리막길이 너무도 한심하기에 해보는 생각 이었다. 언제나 작가도, 예산도, 배우도 부족 하다 보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리 만무하고, 언제나 그게 그 얼굴에다가, 흉내만 진저리 나도록 해 재끼는 애로 영화의 말로는 지금부터 벌써 눈에 보이는 듯도 싶다. 우리는 한 편의 영화를 찍다 보면 거의 막판에 가서는, 목이 다 까끌할 정도로 쉬어 버린다. 감기는 달고 사는 편이라, 불평 거리도 못되고, 언제나 촬영 장소가 부족하고 섭외가 어려운 관계로, 그나마 기다림의 시간이 연장되기 일 쑤다.

한창 옷 벗고, 근육 키우는 마당에, 촬영 장소가 다른 곳으로 바뀐다고 생각해 보라. 그나마, 흥행에 있어서 조금 선두를 달려, 후속 작이 나오는 편은 그런대로 이빨이 들어가지만, 신인 여배우 에다가, 새로운 스토리로 밀어 붙일 때는, 그게 정말이지, 괴롭기 한이 없다. 배태랑 들끼리 는, 감독이 들이대고픈 카메라의 각도 때문에 한 쪽만 공사를 해야 된다손 치더라도, 가볍게 작업을 처리하지만, 신인 여배우의 경우에는 혹시라도 저 벌떡 선 좇대가리가 벌려져 있는 내 보지에 박히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니미 좇 같이 뻣뻣한 선방으로, 연기에 초를 치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초연을 하는 여배우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세는 두 가지 였다. 남자 위에 올라타고 젖이 커다랗게 보이도록 밑에서 위로 잡아나가는 각도 아니면, 자신의 두 다리를 버쩡 세운 상태에서, 남자가 위에서 내리 누르는 정상위의 체위를 가장 선호했다. 두 자세 모두, 상호간 공사를 한 상태에서 아랫도리만 열나 문지르는 자세이기에, 딴 생각 없이 집중하기가 쉽다나, 뭐라나……그러다 보면, 감독의 열화와 같은 불호령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야, 너그들, 뽀르노도 안보냐? 김군아, 저기 모니터 화면에 그 뽀르노 한번 걸어 봐라. 띠발, 요렇게 까지 시청각 교육 까정 시켜주는 데도 불구하고, 나무 토막 같이 버둥댔단 봐. 내가 아주 요절을 내고 말팅께……어여?’

그 지적은 타당한 것이었다. 언제나 남자 배우는 좇대가리가 들어가는 시점에서 허리를 휘어가며, 엎드려 뻗쳐의 자세를 취하고, 여자 배우는 좇이 들어갔을 타이밍에 힝힝대며, 신음을 날려야 하는데, 그 타이밍이 왠간한 호흡과 협조, 경험 없이는 어렵기 때문이었다.

‘야, 저걸 쫌 봐 봐. 아니, 우리 나라 여배우는 주구장창 웃보 지 밖에 없다디? 저렇게 다리 뻐쩡 세워 놓고 있어 봐야, 좇대가리가 30센티는 되야 제대로 반이나 들어갈까 몰라. 여자가 적어도 두 손으로 다리 쫌 들어주고, 제대로 들어가는 것처럼 해 주워야 실감 나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또, 허리는 여자 아랫도리에 바짝 붙여대고, 상체만 꺾어대면 여자가 뻑이 가남? 아니 그렇게 얘길 해도 말을 못 알아 듣나? 공사한 거 다 뽀록 난다구? 띠발, 컴퓨터는 니기미, 개 좇으로 달고 사냐? 그거 하나 커버하고 덧칠 못할 바에야, 이 짓거리 왜 하고 앉았는데? 하여튼 제대로도 못하는 것들이 아가리들은 살아가지고…. 찍소리 말고, 다리 번쩍 번쩍 들어주고, 남자는 허리만 꺾지 말고, 잘 쫌 해봐. 이기 무신 싸카스도 아니고 설랑…….’

누가 그걸 모르나? 제대로 박아 줄 수만 있다믄야, 무신 걱정이 있겠는가? 게다가 몸을 사려 대는 초짜들은 애무랍시고 건성으로 스쳐대는 것만 좋아했으며, 지가 모델도 아닌 마당에, 얼굴 줌인 이나 잘 잡아 주셩 하면서, 교태를 부리기 일 쑤고, 손바닥으로 쓸어대는 동작 조차, 찝찝하게 생각하는 통에, 애꿎은 남자 배우만 욕 먹기 십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의 목이 쉬는 것도 이유는 있었다. 동작으로 표현 할 수 없는 것들을, 청각적 으로나마 커버 하다 보니, 정도 이상의 오바는 물론이고, 되도 않게 소리만 벅벅 질러대는 통에, 목구녕 이라고 성할 리 없었다. 여자 배우들이라고 할 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대개는 발기를 겨냥한 공사를 하게 되지만, 그게 그리 쉽사리 되는 것도 아니고, 연기 중에 정도 이상으로 흥분하다 보면, 공사한 테잎을 뚫고 삐져 나오는 좇대가리를 무작정 막을 수도 없었다. 그나마 자세를 잘 잡아 공사 했다손 쳐도, 돌덩어리처럼 서 버린 좇대를, 보 지 입구에 무작정 충돌시키는 우리네 섹스의 기교는, 자칫 그 연하디 연한 보 지살에 상채기를 입히기 십상 이었고, 그로 인해, 해도 너무 한다며, 인상을 팍 긁고, 자리를 떠버리는 그지 같은 성깔의 여배우도 많았다.

제일 괴로운 것은 아무리 참고 참으며, 몸으로만 섹스의 열정을 표현 한다고 해도, 여자 배우야 겉으로 표시가 날 일이 없었지만, 남자 배우는 걸핏하면, 감독님, 공사 한 거 아작 났는데요, 여배우가 못하겠다고 하는데요 하면서 태클이 걸리는 일이 많았다. 언제나 감독은 여자 배우의 비위를 맞추느라, 남자 배우들을 꾸짖는 것은 다반사 였고, 이 모든 영화의 이윤은 남자가 아니라, 여배우의 열정에 의해서 생산된다고 하면서, 남자 배우는 무슨 들러리 인 것 마냥, 폄하하는 통에, 나 또한 성질이 더러워지는 것을 어쩌지는 못했다. 언제나 남자 배우들에게는 운동 쫌 해라, 얼굴 쫌 가꿔라, 배때기에 王짜는 워디 갔느냐 하면서, 몸매에 대한 걸진 지적이 잇따르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여배우들에게 있어서는 섹스에 대한 리얼리티를 고집하는, 고분고분한 연기지도 만이 이어져, 남자 배우들은 자칫, 감독과 의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가 너무 번잡스럽게 널려진 지뢰밭을, 떼 사리로 가고 있었고, 그 사이에 한 사람도 죽어 나자빠 져서는 안 되는, 어려운 주문이었기에, 애로 영화의 앞길은 내가 생각해도 잘 될 까닭이 없어 보였다.

‘미정이는 무엇 땜에 약 먹냐?’

휴식 시간이 좀 길어지고 있었다. 보나마나, 조명하며, 여러 장비들이 소모하는 전기의 량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뒤늦게 사 깨닫고, 촬영을 막아서는 집주인과의 시비 때문 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고 있었다. 허긴 매일 겪고 다니는 일이고 보니, 별로 새로울 것 까지는 없었다. 변변한 세트장도 없이, 이 모텔, 저 팬션 돌아다니며, 슈팅을 하다 보니, 언제나 있어오는 것은 주인들과의 불협화음이 문제였다. 처음에야 신기한 마음에 허락하고, 구석에 앉아 관람할 수 있다는 영광도 맛볼 수 있었지만,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삥삥 돌아가 버린 계량기의 바늘을 쳐다보고 나서, 촬영을 속개할 수 있도록 선처하는, 또라이 주인들은 없었다. 돈을 준다고 해도 막무가내인, 그들의 비토를 나무랄 수도 없었다. 아무리 장비가 별로 필요치 않은, 애로 영화라 해도 그 사이에 깔리는 전기선과 장비의 전기 소모량은 가히 눈깔이 핑핑 돌 지경인데, 그걸 모르고 덤볐던 집 주인들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뒤통수 맞는다는 표현을 자주 써 가며, 우리네의 무대뽀 진행의지를 나무랐다.

‘오빠는요?’

‘글쎄, 너랑 같은 이유가 아닌지 모르겠네…….불감증이래.’

하긴, 이 바닥에서 나의 매너는 이미 알려진 지 오래다. 아무리 열불 나게 영화를 찍어대도, 상대 여배우의 거시키니에 절대 부담도 주지 않는 나의 완숙함에, 언제나 찬사가 돌아왔기에 하는 말이다. 맨 처음에야 나도 남자 배우들이 겪는 일들을 모두 겪어 왔다. 자신의 발기력을 언젠가는 실제 섹스를 통해,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있겠지 라는 작은 소망으로 이 바닥에 나왔지만, 그 열망이 채 꽃봉오리를 펴 보기도 전에, 나는 나 스스로의 문을 닫아 거는, 정신병에 빠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빠, 누가 들으면 믿겠어요? 애로 배우의 대명사인 오빠 같은 사람이 불감증 이란 걸? 허긴…..’

‘그럼, 너도?’

‘창피한 얘기지만, 저도 그렇긴 해요. 그렇잖아요? 이 바닥에 나와서 이렇게 몸을 굴리는 사람들 치고, 애인과 정상적으로 섹스 할 수 있는 애들 별로 없다는 말, 사실 이라구요.’

‘그래?’

‘오빠도 한번 생각해 봐요. 우리가 허구 헌 날, 맞닥뜨리는 상대 배우란 사람들의 설정이 뭔지? 모두 섹스에 미친 사람들 아니에요? 우리 또한 그렇구요. 조금씩 다른 부분들은 있어도 현실 속에서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는 모자상간, 일탈, 불륜, 과장된 섹스가 주요한 주제들인데, 우리의 머릿속이 가만히 정상을 유지 한다는 자체가 비정상 일 수밖에요.’

‘그건 연기일 뿐이라는 암시가 있으면 되잖아? 의사 양반도 그 얘기를 하드만.’

‘그래서 오빠는 나아진 게 있어요? 전요, 남자 친구랑 헤어지면서 정말 슬퍼서 죽어 버리고만 싶었어요.’

‘왜?’

‘이 바닥에 나오기 전에는 너 애로 배우로 한번 나가 봐라. 정말 뜰꺼야 라고 농 삼아 지껄이던 인간이, 정작 제가 이 바닥에 나와 가지고 서는, 급기야 제대로 섹스를 하지도 못하는 나를 대하면서, 하던 소리가 뭔지 아세요?’

‘뭔데?’

‘너, 영화 찍네 하면서, 그 새끼들이랑 좇나 돌려대며 다니는 거 아니냐는 거였어요. 아니, 오빠도 잘 알잖아요? 이게 무슨 연기고, 예술이에요? 시간 때우고, 몸 축나고, 돈은 좇또 안 되는 허드렛일 아니냐 구요! 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는데…….그런 와중에 남자 친구에게 그런 오해까지 받는 마당에, 더 사귀고 싶은 마음도 없어지더라니깐요? 그래서 뭐 어떻게 해요. 돌아서 가버리는 뒤통수에다 대고 빽 하고 소리나 쳤죠.’

‘뭐라구?’

‘좇도 좇 같지 않은, 너 같은 새끼 꼬락서니는, 이제 신물이 난다고 해 줬죠. 지금 생각하면 후회막급 이지만요.’

‘나도 그래, 섹스만 하려고 하면, 귓가에 여자 배우들의 색쓰는 음성이 환청으로 들리는 거야. 게다가 섹스가 하고 싶어 안달을 떠는 그 얼굴 표정하며……. 그런 것들이 갖추어 지지 않고는 발기가 안 되는 걸 뭐. 그러다 보니, 여친도 똑 같은 소릴 하는 거였지. 어디서 휘두르고 왔길래, 이렇게 힘을 못쓰느냐고 말이야. 사실, 애로 영화를 찍는 다는 게 자신의 섹스를 표면적으로만 끌어댈 뿐, 폭발 시켜주는 계기가 주어지질 않잖아? 그러다 보니, 그게 쌓이고 쌓여서, 나중에는 섹스 자체를 혐오하게 되더라구.’

‘오빠는 무슨 치료 받아요?’

‘뭐 별거 있나? 심리 안정 요법 받고, 자기 암시 요법이랑, 그리고, 안정제…. 뭐 그런 거지…..그래도 별 효과 없는 거 같아. 잠만 디리 늘어 가지고, 감독한테 어디서 퍼질리고 왔길래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었냐는 핀잔이나 먹기 십상이지 뭐.’

‘전 자위를 해 보라고 권유 하대요!’

‘나도 그랬는데……자위할 때야, 그 당시의 분위기를 연상하기에 좋지만, 여친 앞에서 자위로 좇나리 세웠던 좇대가, 정작 해야 될 때는, 고개 숙인 남자 되는 거 어떻게 생각해? 이거 미칠 지경 이라니깐. 아니, 미쳐 있는 거지……. 이런 불편함이나 고충이, 산재 보험으로 해결될 리도 없고……’

‘정말 그래요. 이거야 말로, 남들은 이해하질 못하는 직업병인데…….’

‘내 친구도 이런 일로 병원 다니다, 결국에는 요즈음 다른 거 하잖아?’

‘뭐요?’

‘약으로 빠졌지 뭐. 마약이 뭐 별건가? 그 놈의 발정젠가 뭔가에 주구장창 매달리는데, 가여워 못 보겠더라구. 그 비용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한번 생각해봐. 벌이도 변변 찮은 게 얼굴은 날려 가지고, 영화 이외에 찝쩍 대는 아줌씨들 보 지에, 좇대 라도 일일이 꼽아 주려면, 약 쳐먹지 않고서야, 어디 감당이나 되겠어? 그러다 보니, 눈 밑에 꺼멓게 먹물이나 들고…. 우리네 인생, 이래저래 좇 같아 진다니까!’

‘저도 그래요. 여자를 위한 발정제 라도 있으면 사 먹겠지만, 그것도 사대주의 사상인지, 뭔지, 남자들만 위한 걸로 채워져 있잖아요? 남자들이야 지네들 좇대만 서면, 기냥 음심이 치솟는 줄 안다니깐요?

‘그것도 딴은 그렇네. 미정이는 뭐가 문제냐? 그 몸매에, 그 물건이면, 어떤 남자 이건 간에 녹히기 십상일 텐데….’

‘그게 안 그래요. 우선 남자 친구가 저를 창녀 대하듯 하는 거 에서부터 화가 치밀어서 분위기 망치기 십상이에요. 자기 얼굴만 봐도 꼴리는 줄 안다니까요! 애무고 뭐고 없이, 저도 여잔데, 부드럽게 대해주고, 예전처럼 사랑의 감정이 충만한 섹스가 아니고, 무조건 디리 쑤시기만 하면 꺽꺽 넘어가는 줄 알고…..아니, 영화에서야 연기 때문에, 스토리상 어쩔 수 없이 오르가즘을 가장하지만, 실생활에서야 안 그렇잖아요? 저도 제대로 된 순서에 입각해서, 애무 받고, 흥분하고 싶은 여잔데, 그걸 몰라 주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정말 영화에서 처럼 쑤셔댄 지, 5분도 안 되서 싸 재끼는 남친을 위해서, 오르가즘에 빠지는 것처럼 연기를 하게되고…. 나중에는 그게 견딜 수 없는 상처로 남았죠. 그래서 섹스를 기피하게 되고, 섹스를 했다 하면, 고쳐지질 않는, 남친의 그 우악스러움에 넌덜머리가 나서, 기어이 헤어졌죠. 태석 오빠도 별로 다르질 않을 텐데…..’

‘맞아. 여친이 그러더라구. 왜 영화에서처럼 나를 뻑 가게 만들지 못하느냐고 말이야. 아니, 그게 영화고, 연기니까, 상대 여배우들이 뒤집어 지는 거지, 어디 실제 섹스가 그래? 그러다 보니, 열심히 몸을 돌려 대는데, 정말 그지 같은 것은 그 놈의 환청이랑, 환영이 문제 더라구. 영화 속의 상대는 그나마, 색쓰는 음성을 열나 토해내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여친은 허구헌날, 나의 극진한 노동만 기둘리는 형상이니, 내가 기분이 나겠어? 그러다 보니, 좇대는 언제나 축 쳐져서 결정적인 순간에, 힘도 못 써보고, 열나 씨름만 해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까운 여친 이었는데……’

그때 였다. 방문을 쾅 차고 들어오는 감독의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하는 것이, 곧바로 짐을 싸라는 얘기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에이 씨발, 좇 같아서 못 해먹겠네. 돈 준다는 데도, 저 지랄이니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저 감독님, 이걸 쫌……’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들어온 감독을 붙들고, 촬영기사가 모니터를 같이 보자며, 잡아 끈다. 감독은 담배를 꼬나 물고 씩씩대다가, 점차 화면을 보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러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네……. 그러니까…. 제작 방향을 조금 바꾸자는 거죠…… 네……. 신문에도 났지 않습니까? 거 미국 인가 어딘가 에서……. 네….. 그 영화요….. 우리도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끌고가 보자는 겁니다. 네…네…..이제까지야, 되도 않는 스토리로 지지고 볶았지만, 우리도 이 쯤에서 진솔한 분위기로 잡아나가는 것도 조금 신선할 거라고 판단이 되서………네……네… 그게 쫌 문제가 되죠……. 출연하는 애들이야 제가 설득한다고 하더라도, 배급선이 좀 문제가…….심의를 넘지 못할 건 분명 하구요….그러니, 다른 루트를 쫌 알아봐 주셔도 괜찮을 듯 싶어서요……. 네……네……. 그렇습니까? 그거…… 아주 잘 됐네요……. 한류 스타가 별겁니까? 우리도 만들면 되죠……. 연식이 좀 되서 그렇지, 갸들 AV에 나오는 치들 보담야 뺀뺀하죠. 오늘 찍은 것 가지고 계약 부분을 다소 보기 좋게 마무리 해 보죠…… 네…….네….그럼 이따가 파일럿 슈팅 부분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네…..네…’

멀뚱이 앉아서 감독의 전화 통화를 지켜 보다가, 이제는 웃어가며, 나와 미정이에게 다가오는 감독의 얼굴 때문에 조금은 놀라고 있었다.

‘두 사람, 이리 좀 와봐.’

나와 미정이는 감독의 옆자리에 마련된 9인치 짜리 컬러 모니터로 자리를 옮겼다. 촬영 기사가 감독에게 보여 준 것은, 촬영하다 말고 목욕 가운 차림으로 대화를 나누는, 나와 미정이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처럼 잡아낸 내용이었다. 이제까지의 가식적인 모양이 아니라, 애로 배우도 한 사람의 인간처럼 약 봉투를 들고, 애로 영화를 찍어가는 와중의 어려움을 서로 나누는 장면은, 어떤 것 보다도 설득력이 있었다. 아무런 콘티도 없이, 주위에서 음료수를 들고 다니는 스텝들, 가랭이 사이로 훤히 들여다 보이는, 서로의 음부를 가리고 있는 공사부분의 묘사, 틀이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우리가 보기에도 한 가닥 의미를 던져주기에 짠한 무엇이 있기는 했다. 스텝들을 방 밖으로 내 보내고, 방 안에는 촬영기사와 감독, 그리고, 우리 두 사람만이 남겨졌다.

‘태석이랑, 미정이, 내 말 잘 들어라. 우리도 이 바닥에서 굴러 먹은 지, 꽤 되는 걸로 아는데, 여지껏 이렇다 할 작품다운 작품 한번 만들지도 못한 거, 너희들도 잘 알게야. 얼마 전에 미국에서 목꾸녕 어쩌고 하는, 포르노 영화의 효시 작품에 대한 다큐가 개봉되어서, 화제를 끌고 있다는 거, 너희들도 귀가 있고, 눈이 있으면 알거다. 우리도 이쯤에서 한번 질러보는 게 어떨까 하는 게 내 말이야. 무슨 말인고 하면, 영화처럼, 각본에 의해 돌아가지 않는 다큐 스타일로 한번 렌즈를 들이대지 이거지.’

‘어떻게요?’

‘대본 없이, 에로 배우 상대역끼리, 에로 영화의 현주소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진짜 성행위로 발전하는 단계를 거친다는 발상으로, 마무리를 해 보자는 거지. 사람들은 맨 처음에 에로 영화를 보는 것 같다가, 그 고충을 토로하는 부분에서, 동병상련의 느낌을 갖게 될 거고, 두 사람도 자연인의 한 부분으로서, 자연스런 섹스를 즐길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게 내 지론이지. 여기서 문제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두 사람이 진짜로 섹스를 해야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작품은 역으로, 일본을 겨냥해서 뿌릴 거라는 거지. 한국에서야 제약 때문에, 심의에 오르지 못할 건 뻔한 일이고, 너희들도 살아남기 힘들 꺼야. 그렇지만, 한류열풍을 누가 만들었냐? 한국이냐? 아니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 열풍을 일으켰잖아? 우리 에로 영화계에도 한류열풍을 질러 보자는 게지. 에로계의 한류 스타를 만드는데 있어서 가식이나 허구가 아닌, 진짜 다큐를 들이대면서 한판 붙자 이거야. 일본 내에서야 모자이크만 하면야, 발매에 문제가 없을 거고, 그걸 배급하는 측에서 라인만 합법적인 업체로 선정만 해준다면야, 뜨는 거야 시간 문제일 꺼고……, 중국 애들이 하는 짓거리를 조금 따라 하지, 뭐. 일본어로 더빙 쯔음 이야, 우리도 할 수 있는 문제고…… 국내에서야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제작된 것에 대해서는, 수입되지 않은 다음에야 손을 쓸래야 쓸 수도 없을 테니 말이야. 너그들 뜨기만 하면, 일본에서 아예 눌러 살아버려도 그만이고……어때 내 생각이…. 나도 이번 것은 대박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만 되면 나도 한국에서 칼질에, 가위질 걱정하고, 노상 쉰소리 하는 거 보다, 일본에서 한번 큰 칼 휘두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도 같고……’

나는 때 아닌 감독의 제안에, 어리둥절 하기도 했지만, 미정이만 좋다믄야 한국 에로 배우 사상 처음으로, 진짜 빠구리를 하는 장면을 담아, 다큐 처럼 뿌려 보자는 의도에는, 찬성표를 아니 던질 수 없었다. 이 모든 대화의 과정 조차, 카메라에 담기워 지고 있었다.

‘미정아, 생각 있니?’

‘오빠는요?’

‘나야 물론, 한 두번 살을 섞어 본 너도 아니고, 우리 진정으로 섹스다운 섹스를 할 수 있는 상황에 오게 된 것이 아닐까? 나도 이번 기회에 내가 하는 일 속에서, 참고 참아야 하는 가식의 틀에서 벗어나, 상대 배우와 진저리 치도록 섹스를 해보고 잡다.’

그녀가 자못 진지한 얼굴로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를 모두 감동의 도가니 탕으로 몰고 가 버렸다.

‘태석 오빠, 우리 그럼 진짜 하는 거에요? 진짜루?’

‘그럼……. 이젠 거짓으로 오르가즘을 흉내내지 않아도 돼.’

‘나 아까까지 약 먹으려고 했는데, 두통이 와서……’

‘나도 그랬는데, 이제는 씻은듯이 사라졌다. 감독님 말씀 듣고 나니, 이렇게 불뚝불뚝 선다. 쫌 봐 봐.’

나는 의자에 앉아 있는 채로 가운의 앞을 열었다. 흡사 진짜 섹스를 앞두고, 설레는 것처럼 미정이의 나신이, 머릿속을 온통 요동치면서 흥분한 나머지, 결코 떨어질 줄을 몰랐던 내 공사 부분이, 투드득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미정이가 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보 지 앞을 교묘하게 가리고 있던 가리개를 자기 손으로 뜯어 버렸다. 살에 붙어 있던 테잎이 떨어지면서, 상을 찡그리는 모습까지도 나에게는 천사처럼 보이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감독과 찰영 기사를 방에서 내 보냈다. 그러나, 그것도 설정이었고, 주변의 조명이 다 보이도록 카메라의 각도를 돌리고, 침대로 미정이를 이끄는 도중에, 두 사람이 몰래 자기의 위치로 돌아온 것은 화면에 잡히질 않았다. 되도록 카메라를 움직이질 않고, 나와 미정이는 서로가 카메라를 영화의 상황과는 반대로, 자연스럽게 인식하면서 자세를 잡아 나갔다. 영화처럼 감독의 컷도 없었고, 주변의 지분거림도 없었다. 다만, 앵글에 비추어진 나와 미정이는 섹스를 필요로 하는 두 사람의 젊은 남녀로만 비추어지고 있었다.

‘오빠…. 이렇게 훌륭한 좇대를 어떻게 그렇게 가리고만 살았수?’

‘아니야, 너야말로 이렇게 쫄깃하고 물 많은 명기를 어떻게 이불 덮듯이 덮고만 살았냐?’

서로가 카메라를 힐끔대면서도 기어이 69자세에서 서로의 성기를 칭찬하는 말은, 자연스러운 애무의 한 부분 이었다. 조명의 밝음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둘러서 있는 감독과 촬영 기사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면서, 두 사람의 섹스 환타지에 넋을 놓고 있었다. 소리를 더 치라는 잔소리도 필요 없었고,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두 사람의 완곡한 섹스의 곡예…. 그녀의 온 몸에서는 스프레이로 물을 뿌릴 필요도 없이, 땀이 진득하게 베어 나오고 있었고, 내 뺨을 다 적실 정도로 흘러내리는 씹물로 인해서, 나는 그녀의 씹구녕을 아래에서 빨다가 입가를 몇 번이고 훔쳤다. 언제나 스리슬쩍 도둑괭이처럼 쓸어야 했던, 그녀의 젖무덤도 실컷 손아귀에 쥐고, 당구공 굴리듯이 만질 수 있었고……

‘미정이, 너 이제 보니, 똥꾸녕 옆에 점도 있다!, 알고 있니?’

‘그럼요. 오빠 불알 왼쪽에 점 있는 거 알고 계세요? 정말 이쁘다. 불알이 이렇게 크니, 이따가 내 안에 싸줄 때, 물도 장난이 아니겠네.’

‘너 그걸 어떻게 아니?’

‘남자 친구 불알이 그랬거든요. 아! 좇대가 이렇게 뜨겁고, 부드럽다니……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맛들어지는 좇대가리는……’

‘너도 한 보 지 한다, 정말로……너처럼 이렇게 공알이 툭 불거져 나오는 애는 오르가즘도 장난이 아니라던 데…… 오늘 정말 임자 만났지 싶다……아! 이 보 지 털….. 너무 까실 하고 좋다……’

나는 그녀의 보 지 털 속에 온 얼굴을 묻고 콧등을 비벼댔다. 두 사람 사이에는 대사가 필요 없었다. 외울 필요도 없었고, 감정을 실을 의무도 없었다. 그저 잔잔하게 뇌까리는 독백처럼, 두 사람 사이에는 서로의 육체를 흠모하는 말들이 아무런 설정 없이도 줄줄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나 혓바닥으로, 니 보 지, 속 쫌 청소해 줄란다.’

‘오빠, 제발요…..제발…… 손가락도 어서 쑤셔줘요.’

비명과 가증스런 가식 대신에, 서로에게는 서로를 즐겁게 해줄 메뉴가 줄줄이 이어졌다. 감독이 지시할 필요도 없이, 두 사람은 묘한 이어짐으로 섹스를 이루어 나갔다.

‘쩝쩝, 쭐쭐….. 아! 맛나다. 미정아! 너 어째 그렇게 보짓속이 이렇게 달콤 하다니?’

‘오빠 좇대도 장난이 아니에요. 이러다 내 입에 싸는 거 아니에요? 어서 싸기 전에 박아줘요. 어서요. 나 준비 다 됐어요.’

‘오케이!’

나는 카메라를 가리키며, 미정이에게 눈을 떼지 말라고 말했다. 감독이 하는 짓거리 처럼…..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나 촬영기사도 없이, 정말 수려한 화면을 잘도 찍었구나 할 것이다. 내 손에 들린 리모콘이 붉은 빛을 내며, 줌인과 줌아웃을 반복했지만, 나는 별로 상관 없는 디카의 리모콘으로 시늉만 냈을 뿐, 조명의 각도를 교묘히 등지면서 환하게 비추어진 씹구녕과 좇대를 비추는 것은 조명 기사의 기막힌 핀트 작업 이었다. 그렇게나 감독이 지분대던 삽입의 장면은, 보기보다 그 초입이 장황했다.

‘아….아…… 오빠 다시….. 아! 조금 뺐다가 다시…… 으응, 그렇게…. 하도, 오빠 좇이 크니깐, 내 씹살이 다 말려 들어가잖아요? 아휴, 그 여친…… 이런 좋은 오빠 좇을 어찌 차 버렸을꼬?’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이렇게 홍수처럼 물이 질질 흐르는 보 지를 마다하고, 디리 쑤셔 박기나 했다니, 참 어이가 없어서리…… 거 봐라…. 내 뭐라디? 너랑 나랑은 이미 준비가 끝났다고 하던 말……. 이렇게 좇대가리를 쪼여대나? 어휴… 어휴….이거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설랑 싸지나 않을까 몰라….. 어휴…. 윽윽윽윽…..’

‘악….으흥….악……으흥…. 싸면 또 어때요? 싸고 나면 보 지 안이 질척대서 더 좋다면서요? 그 다음이야….. 윽윽….윽윽…. 내가 오빠 좇대 다시 세워주면 그만이고…… 어때요? 내 보 지….. 오랜만에 이렇게 보 지 안이 터질 것처럼 꽉 차 보기는 처음이에요. 꼭 처음 섹스 하는 것 같아요. 머리 속이 날아갈 것만 같다. 오빠도 이제 머리 안 아프죠?’

‘그럼…… 미정아! 이렇게 언제까지 섹스할 수 있을는지 몰라도, 오늘에서야 이 바닥에서 일한 게 그렇듯 고마울 수가 없구나….. 미정아! 사랑해….. 이게 진심 인지는 몰라도……’

‘저도 오빠 사랑해요. 섹스만 사랑하면 또 어때요? 이렇게 두 사람 떨어지고 싶지 않는 느낌 만으로도 좋잖아요? 오빠 사랑해요. 더 쑤셔줘요. 영화 찍을 때는 상상도 못하던 대사네. 윽윽윽…… 아! 이런 게 진짜 신음인데……나 너무 행복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오빠! 더… 더…. 더…. 나 뒤로도 박아줘요…. 어서…..’

카메라의 앵글을 조심할 필요 없이 미정이가 휘까닥 몸을 뒤집는다. 이미 조명에 비쳐서 번들거리는, 씹살 하며, 내가 내리 찍어 누르며, 둥글게 벌려 놓아, 뻥 뚫어진 그녀의 씹구녕이 화면에 보여졌을 것이다. 나는 질척거리는 그녀의 보 지 속으로 아랫도리를 강하게 밀착 시켰다.

‘윽윽윽윽…. 나, 니 젖 쫌 만질께….’

‘오빠, 내, 젖 쥐어 짜 줘요. 젖꼭지도….. 아니, 왜 쉬어요? 쉬지 말고 박아줘요. 영화처럼 내 눈이 휘까닥 뒤집어 지게, 자궁이 터지도록, 씹구녕이 째지도록, 박아 달라구요. 약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요. 이렇게 오빠의 좇질 한방에 모든 게 해결 되는데, 병원이라고 찾아간 내가 미친년이지….. 아…아…. 좋아. 보지 속이 다 헤질 것 같아요… 옳지, 그렇게… 그렇게….아! 너무 좋아…. 보 지 안에 오빠 좇물 좀 뜨끈하게 싸 줘요……. 뭉글뭉글….. 보 지 안에 홍수 나도록….. 윽윽윽…..’

퍽퍽 거리는 소리에 따라, 나와 그녀의 사이에 흩뿌려지는 땀과 씹물은 비 오듯이 침대 위에 날라 다녔고, 그녀는 온 몸을 덜덜 거리며, 내 좇을 향해 엉덩이를 사정없이 밀어 부쳤다. 온 몸에는 붉은 반점이 돋아 오르고, 머리는 미친년처럼 휘두르면서, 비명에, 발광에, 진저리를 쳐대고, 내 좇은 그녀의 씹 안에서 이리저리 꼭꼭 물려 오도가도 못하고, 온 전신을 사시나무 떨듯이 진동 시키며, 그녀의 보 지 안에 좇물을 길길이 쏟아 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침대에 기절하듯이 침몰했다. 이어서 발기력이 줄어들어, 그녀의 뒤로 박아 넣은 내 좇이 스르르 빠져 나오면서 그녀의 씹구녕 에서 꾸역꾸역 밀려 나오는, 내 허연 좇물은 클로즈업에 의해 장관을 이루고 있었고…..나는 정신을 차리고, 휴지와 타올을 이용해서, 아직까지 누워서 정신을 못 차리는, 그녀의 보 지를 닦아주고, 온 몸의 땀, 또한 닦아준다. 언제나 섹스 후에는 이러한 과정이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한 장면….정말 진솔한 다큐의 백미였다. 그제서야 들리는 감독의 소리,

‘캇!
와 정말 죽인다….. 이거,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겠네. 두 사람 수고 했어!’

나와 미정이는 이제 더 이상 병원을 가질 않는다. 약도 먹질 않고, 그저 두 사람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즐거워할 따름이다. 사랑, 미련? 우리 두 사람 사이에 그런 것은 애초부터 없었다. 우리는 전문가 아닌가? 섹스를 화두 삼아, 만인에게 섹스의 즐거움을 전해야 하는 전령사 이기에….. 이제는 서로의 대사를 일본말로 하면서 직접 현장 동시녹음을 한다. 가끔 같이 호텔에 가서, 그 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면서 자연미 넘치는 섹스도 해보지만, 이제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앞에서 벌이는 섹스가, 이 세상에서 가장 흥분되는 노출임을 두 사람 모두 느끼고 있다. 어차피 정신병 일 바에야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그만 아닌가? 이렇게 어줍잖게 찍은 영화의 예기치 못한 성공으로, 우리는 일본에서 현장섹스 라는 신 프로의 연작계약을 막대한 개런티와 함께 하게 되었다. 애로 배우들을 소재로 실생활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그들의 삶 속에 웅크리고 있는 섹스를 그린, 다큐멘타리 라는 신선함으로 말미암아, 현재까지도 일본에서는, 우리가 한국 배우라는 소개 없이, 대박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우리도 관객과 같은 자연인임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아무런 후회가 없다. 다만, 한국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한다는 점이 불행하긴 했어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