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0일 목요일

은주와설란 - 2부

몇주가 흘렀다.

설란은 한결 더 즐거운 모습으로 출근 하였다.출근하여 젤 먼저 가는곳은 바로 첫 은주와 밀애를 나누던 그 화장실...
은주와 만나기로한것은 아니지만 설란은 같이 있던 칸에 들어가 자신의 보 지를 만지곤 했다.설란의 생각은 은주가 그런 큰 비밀을 자신에게
보여 주었다는게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한것이다.그래서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보 ..지를 문질으면서...

[은주씨~~나 영원히 자기를 위해 살거야...정말...]

나즈막한 목소리로 자시에게 주문을 걸듯 그렇게 중엉거리며 보 지를 문질렀다.화장실을 나올때 설란은 팬티를 벗어 핸드백에 넣었다.

[내일부턴 아예 입지 말까...호호호]

머가 그리 신나서 그러는건지 웃으며 팬티를 핸드백에 넣고 화장실을 나선다.늘 그래왔듯이 도도하고 선생이라는 우월감 같은 그런 모습으로
씩씩하게 나간다.복도를 지나 교무실로 향하는데 지나가던 학생들을 보고 바로 불러 세운다.

[야~~이 간나들이 간이 부었니..옷차림이 이게 머니..혼나볼래...이년들아...내일 두고 보겠어...가봐...]

완전 흥이다.지는 노팬티이면서....애들한테 지랄이다..
시간은 흘러 모든 수업이 끝났다.교무실에 들어와 정리를 하는데 설란의 핸드폰에 문자가 온다.

교실에 있어..시간되면 오구..

은주가 보낸 문자다.설란은 바로 답장을 한다.

당연히 가야지..잠만 기달려여...금방 갈께여..

설란은 마음이 급해진다.서둘러 정리를 하고 교실로 향했다.가슴이 두근거린다.은주를 본다는 이유가 설란의 가슴을 뛰게 한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갔다.은주가 책상에 앉아 있었다.바로 은주에게 다가간다.

[좀 늦었져...죄송해여...]

설란은 어제 이후로 은주에게 존칭을 쓰며 깍듯이 대한다.

[괜찮아...오래 걸린건 아닌데머...]
[근데 왜 혼자 남아 있어여...밖에서 만나도 되는데...]
[그냥~~늘 생각하던 것이 있었는데 오늘 생각하다보니 꼴려서...ㅎㅎㅎ]
[몰~~라..그게 먼데여...?]
[일단 넌 교단으로 올라가봐..]

설란은 교단으로 올라갔다.수업을 하는거 같은 기분이든다.

[꼭 수업하느거 같지..그지..?]
[네~~수업하는거 같아여...]
[벗어...]
[네..?]
[옷 다 벗으라구...]
[여기서..?]
[응..알몸으로 수업하는거야..얼른...]

설란은 은주의 그말에 밑이 뜨거워지는걸 느낀다.정말 색녀기질이 엄청난거 같다.설란은 옷을 다 벗는다.
알몸으로 있는 설란은 기분이 묘했다.자신이 애들을 가르치는 교실에서 이렇게 알몸으로 있는다는게 색다른 자극으로 와 닿았다.

[애들이 다 있다구 생각하구 수업 하는거 처럼 해봐...]
[그렇게 상상하니까 넘 부끄러워여...]
[그럴거야..학교에서 니가 좀 유명하니..도도한년..건방진년...ㅎㅎㅎ]
[몰라~~제가 언제 그랬다구여...]
[너두 알잖아..애들이 머라구 그러는지..너 별명이 마녀잖아...ㅎㅎ]
[치~~~]

은주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팬티를 내렸다.그러자 발기된 좆이 튀어 나온다.

[빨아봐...]
[네...]

설란은 도도한 걸음으로 엉덩이를 흔들면서 은주에게 다가간다.은주는 바닥에 자신이 깔고 앉았던 방석을 내려 놓는다.
작은 베려라구 말해야 하나...설란은 그 방석에 무릎을 꿇어 앉아 은주의 좆을 빨기 시작했다.
빨고 있는 좆을 빼서 설란의 얼굴에 좆으로 때리기도 하며 다시 입안으로 넣기도 한다.설란의 입 주위엔 침이 흘러 내린다.

[자기야...더 못 참겠어여..넣어 주세여...]
[어디에 넣어 달라구 애기 해야지...]
[아~~잉 잘 알면서 꼭 선생한테 그런걸 시키세여...]
[씨발년아..이런년이 선생이니...개걸레년아...좆같은년아...]

은주는 설란의 젖꼭지를 세계 잡아 땡긴다.

[앙~~앙~~~~맞아여...이런년은 선생년이 아니에여...개보~지년이라구여...제 개보 지에 빨리 넣어줘여...앙~~~]
[잘한다.미친년아..애들 가르치는 교실에 알몸으로 있는게 선생년이 할짓이니..넌 벌을 먼저 받아야겠다 일어나서 책상 잡어]

설란은 일어나 책상을 잡고 엉덩이를 뒤로 뺀다.은주는 뒤로 돌아가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린다.
때릴때 마다 짝~~짝~~소리가 나며 설란의 엉덩이는 빨개진다.

[악~~~앙~~~~더~~세게~~]

설란은 아픔과 짜릿함을 느끼고 있었다.엉덩이를 양옆으로 흔들면서 앙탈을 부린다.

[이런 선생년은 더 맞아야 해여..더 때려 주세여..]
[잘아네...온통 씹생각만 하는 미친 선생년...항상 보 지가 벌렁 거리는 개년...]

설란의 보 지는 완전 홍수가 났다.보짓물이 넘쳐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린다.엉덩이를 맞는 와중에도 책상모서리에 보질대고 비비는걸 보면
은주로 인해 내면깊숙이 잠자던 색끼가 깨어난거 같다.
그렇다고 하여도 정숙하게 지내던 여자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할수 있다고는 볼수 없다고 은주는 생각한다.

[너 솔직히 말해봐..평소에 야설이나 포르노 많이 봤지..?]
[아~~아~~니에여...제가 그래두 선생인데...]
[지랄...솔직히 말 안하니...?]
[..네..매일 봤어여..]
[어디서..?]
[모두 퇴근 하면 교무실에 남아서 매일 봤어여...]
[그냥 보기만 한거니..?]
[아니여..자위하면서..봤져...보..지가 뜨거워지는데..어캐 그냥 보나여...]
[그럼 매일 보 지 쑤셨단 애기니..?]
[네..그때 은주씨 생각하며 한걸여..]
[개간나...그때부터 날 먹구싶어 했구나..]
[근데..나 너무 꼴려..빨리 박아줘..]
[이 개간나는 진짜 선생년이 아니야..완전 발정난 개보 지년이야..교육청에다 내가 애기 해야겠어...이런 간나가 어캐 애들을 가르치냐구..]
[몰라...맘데루 해..얼른 박아줘..]

설란은 교실바닥에 누워 발정난 암캐처럼 다리를 벌렸다.
좆을 잡고 설란의 보 지에 넣는다.

[우~~~보..지안이 뜨거워....개간나 얼마나 흥분 했으면...]
[아~~앙~~너무 좋아..자기 우람한 좆 보 지안이 가득하는거 같아.....]
[씨발년...넌 앞으로 날 위해 살거니..?]
[네..그걸 말이라구 하세여..난 영원히 당신 여자이구 싶은데여...앙...더..세계...]

일어나 책상을 잡는 설란...뒤치기를 하는 은주...
교실안을 이리저리 돌아 다니면서 박구 또 박구...설란의 보 지는 보짓물로 질질 흘리면서...
한참을 좆질하던 은주가 좆을 빼서 설란의 입안으로 넣는다.설란의 입안으로 좆물을 가득 뿌렸다.
설란은 맛난 음식을 먹듯이 삼킨다.

[앙~~또 먹구 싶어...]
[미친년....넌 완전 미친년이야...]
[또 해주다면 먼 소릴 들어두 상관 없어여...ㅎㅎㅎ]
[이구..못말려...저년...보 지 먹다가 병걸리는건 아니겠지..ㅎㅎ]
[여보~~못하는 소리가 없어여....]
[내가 니년 서방이라두 되니...여보는 무슨...ㅎㅎ]
[치~~~몰라...]

설란과 은주는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그렇게 공부 하는 교실안에서 그것도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제자와 질퍽한 섹스를 하였다.
장소가 교실이라 그런지 설란은 그 어느때보다 흥분 하였다.

[자기야..오늘 나랑 같이 자면 안되나여..?]
[너 집에 안들어가두 되니..?]
[내 맘이지머...안들어가두 되니까 물어보는거져...]
[그건 일단 밥부터 먹구 생각해..나 배고파..]
[그래여..맛난거 먹으러가여..머 먹을래여...?]
[우리 저번에 갔던 일식집 가자..]
[거기여..음...가서 밥만 먹을거에여..?]
[응..그럼 식당에 밥먹으러가지 머하러 가니...]
[치~~몰라...알면서....]
[야~~개간나야..금방 내 좆 먹었잖아...또 하구 싶은거니..?]
[호호호~~하구싶다면 또 해줄거에여..?]
[미친년..아예 좆 달구 살던가..내 좆 가지구 가...]
[몰~~라...가여..]
[응...]

설란과 은주는 일식집으로 향했다.설란의 차 썬팅이 아주 진해서 밖에선 안이 안보인다.신호대기를 하는 동안에도 설란은 은주의 좆을 빨고..운전하고
또 빨고..운전하고...입안에 항상 좆이 들어있게 만들었다.어느덧 그 식당앞에 도착 하였다.설란과 은주는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간다.
설란은 아주 도도하고 조숙한척 하는걸 은주가 보며 웃는다.어리게 보이는 여자종업원이 맞이한다.은주는 바로 화장실로 갔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영업시간이 끝났는데여...]
[어머~~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다음에 오시면 안될까여...?]
[나두 그러구 싶은데 간단하게라두 먹을수 없니..?]

설란은 어려보인다고 말을 놓구 애기한다.

[죄송합니다...그건 좀...]
[차실장은 어디 갔니..?]
[아니여..계시는데....]
[그럼 불러와...]
[잠시만 기달려 주세요.]

잠시후...

[어머~오셨네여...]
[네..근데 식사가 안되다면서여..간단하게라구 먹게 해줘여..]
[어쩌져...오늘은 늦어서 좀 곤란할거 같은데...]
[차실장 나한테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니..?]
[잘 압니다..그래두...]

은주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차실장은 은주는 보는 순간...

[알았습니다..준비 시켜 놓을께여...]
[참나..많이 켜네,,차실장..]
[죄송합니다...]
[야..너 올해 몇살이니..?]
[네..30살 이에여..죄송합니다...]
[완전 어의없어...이리와봐....]
설란은 손가락을 깍닥거린다.차실장이 설란에게 다가온다.설란은 다가오는 차실장의 뺨을 때린다.
--짝---

[악~~~]

완전 굴욕이다.다른 직원들두 있는 자리에서 차실장은 완전 수치를 당한다.

[조심해...]
[네..사모님 죄송합니다..]
[방으로 안내해...]

설란은 은주는 방으로 들어갔다.방으로 들어가는 은주와 차실장과 얼굴이 마주쳤다.이번엔 은주가 뜻모를 웃음을 지어 보였다.
차실장 또한 은주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돌아섰다.

[나..잠깐만...]

은주는 방을 나왔다.옆끝방으로 은주가 들어갔다.차실장과 미리 약속이라도 한거처럼 거기에 차실장이 다소곳이 기달리고 있었다.

은주와설란 - 1부

오설란 36세 교사
오설화 32세 의사
김은주 17세

수업이 모두 끝나고 텅빈 교실에 은주 혼자 있었다.
그때 설란이가 교실문을 열고 들어온다.

[은주 집에 아직 안갔네...무슨일 있니...?]
[아니여..그냥 머~~선생님 올거 같아 기달리고 있었어여...]
[날...? 왜..머 할말이라도 있는거니..?]

설란은 내심 기대를 한다.그러면서도 혹시 자신이 은주를 좋아하고 한번 사귀고 싶어한다는 마음을 들킨건 아닌가 생각한다.

[네...]
[애기해봐...무슨애기인지...?]
[난 말돌리고 그러는거 못해여...선생님이 보기엔 내가 어떻게 보여여..?]
[은주 너가 어떻게 보이냐...무슨뜻이니...?]
[말 그대로에여...같은 여자가 보기에 어떻냐는거져...?]
[글쎄...머..예쁘구..공부두 잘하구...좀 다른애들 보다 성숙한거 같구..이 정도...넌 내가 어떠니..?]
[관심 있어여...]

설란은 귀를 의심했다.은주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게 잘 믿기지 않아서였다.하지만 은주의 대답으로 너무 기뻤다.

[으...응..관심이라면 어떤..?]
[사귀고 싶다구여...선생님두 그런거 같은데..아닌가여..?]

설란은 가슴이 뛰었다.뛰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설란은 대답한다.

[그게..음...그래 나두 솔직하게 애기 할께...나두 너 처음보는 순간부터 그런 생각 들었어...]
[그럼 우리 사귀자...]
[좋아...]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아...그럼 맹세해..앞으로 우리사이 절대 깨는일 없도록 서로를 사랑하고 위해준다고...]
[맹세해...너두 꼭 지켜...]
[그럼 이시간부터 우린 연인사이가 되는거야...선생과 제자가 아닌 여자대여자로..]
[응...]

은주는 설란에게 다가간다.그리고 설란의 얼굴에 키스를 한다.설란 역시 기달렸는지 적극적으로 응대한다.
은주와 설란은 그렇게 연인이 되었다.사제지간이 아닌 여자대 여자로.......
설란은 은주와의 짧은 만남을 가진 후 몇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가슴이 뛰고 있다는걸 느낀다.몸은 흥분상태가 되어 좀처럼 진정이 안되었다.

(이런 기분..이런 흥분 지금까지 살아온 30평생 처음이야..아~~앞으로 어떻게 하지...은주는 여자지만 사랑하고픈 여자지만 내 제자인걸..
아냐..설란아..지금까지 내 마음데로 한건 아무것도 없잖아..이젠 그러지 않을거야..정말 후회없도록 은주를 사랑할거야..나를 위해 살거야...
매일 은주 생각으로 혼자 자위한게 얼마인데...나두 내가 이렇게 밝히는여자인지 몰랐어..아마 은주 때문에 나 자신을 알게 된거 같아...
아~~은주 생각에 또 보 지가 젖는거 같아...미치겠어...)

설란은 혼자있는 방안에서 긴 독백을 하며 밀려오는 흥분에 다리를 벌려 팬티속으로 손을 넣고 보 지를 만진다.

다음날...아침
은주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설란이가 보낸것이다.
-
은주야...너랑 사귄다는게 넘 좋아..날 설레게하고 행복해지는거 같아..그리구 아침부터 너가 생각나..어캐해..?-

은주는 답장을 보낸다.

-교무실 옆 화장실 2번째칸에 있어...-
-알았어..-

은주는 서둘러 학교에 간다.그리고 자신이 말한 화장실에 갔다.노크를 두번한다.그리고 내 사랑이라고 소근거린다.
설란은 은주라는걸 알고 문을 열어준다.은주가 그 문으로 들어가고 다시 문을 잠그며...은주는 설란과 또 다시 키스를 한다.
설란은 키스를 하며 은주의 손을 잡아 자신의 치마안으로 넣는다.은주는 치마안 설란의 팬티위로 보 지를 만지며...

[너 벌써 젖은거니..?]
[몰라...챙피하게...]
[간나야..머가 챙피하니..내가 너 제자니..?]

범생으로만 알고 있던 은주가 욕을 하는걸 처음 알았고 더구나 자신에게 욕을 하는거에 설란은 더욱 흥분이 되었다.

[아...아니...넘 좋아...]
[아침부터 꼴렸어...?]
[응...사실은 어제부터~~나 못된 선생이지..그지..]
[그래..간나야..니년은 정말 못된 선생년이야...호호호]

은주는 설란의 치마를 위로 걷어 올리고 팬티를 벗겼다.그리고 보 지구멍으로 손가락 한개를 넣었다.

[앙~~~넘 좋아...]
[요즘 신랑이랑 안하니..?]
[안한지 좀 됐어...앞으로 안해두 좋아...난 자기가 있으니까...]
[그래~~앞으로 이 보 진 내꺼니까 어느누구랑두 하지마..알았니..?]
[네~~여보...ㅎㅎㅎ]
[ㅎㅎㅎㅎ...어캐하니 너 너무 사랑스럽고 넘 귀여워서...]

은주는 다른손으로 설란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앙~~그러니까 더 흥분되잖아....이렇게 흥분되는건 정말 처음이야...]
[그 동안 참구 어캐 지냈니...너 완전 다른애 같아...호호호]
[자기야~~아직 시간이 있지...?]
[응..왜...?]
[자기야~~자기가 내 보 지 빨아주면 안되니...?보지가 넘 꼴려서 벌렁거리는거 같아..]
[어머~~이 간나 진짜 존나 밝히는 선생년이네...]
[빨리~~자~~빨아줘..내 보지 먹어줘...]

설란은 한참어린 은주에게 보 지를 벌려 애원하다 싶이한다..그렇게 아침부터 은주와 설란은 화장실안에서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수업이 시작 되었다.설란은 여러애들을 보다 꼭 은주를 한참 쳐다본다.은주도 설란을 쳐다보며 입술을 조금 내밀어 뽀뽀하는 시슝을 낸다.
설란은 수업을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은주생각으로 가득했다.

[자~~조금전에 가르쳐준 방식으로 213쪽부터 220쪽까지 풀어 봐...]

애들은 설란이가 말한대로 문제를 풀었다.설란은 애들쪽으로 내려가 교실 한바퀴를 돌다 은주 곁으로 갔다.
은주는 키가 큰편이라 젤 뒤에 혼자 앉아 있었다.은주에게 다가간 설란은 앉아 있는 은주옆에 아주 바짝 붙었다.그리고 은주 노트에 몇자 적는다.

- 자기야..밑으로 손 넣어줘...-

은주는 다른 애들을 한번 쳐다보고 손을 뻗어 설란의 치마속으로 손을 넣었다.설란은 은주의 손가락이 보 지에 잘 들어가도록 다리를 살짝 벌린다.
상체는 숙여 꼭 문제를 알으켜 주는거 처럼 하면서 은주의 손가락을 더 깊숙이 받아 들이고 싶어한다.

- 자기야..나 미칠거 같아..어캐 하니...응~~? -

설란은 노트에 글을 썼다.
은주는 그 글을 보며 그냥 씨~~익 웃는다.그리고 설란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사랑해~~설란아...]

설란도 은주의 귀에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수업이 끝나고 다른 애들은 점심을 먹으로 갔다.제일 늦게 남은 은주는 앞에 있는 설란에게 다가간다.
주위에 다른 애들이 없는지 확인하며...

[점심먹으로 안가니..?]
[가야지...자긴 왜 안가구...?]
[너랑 같이 먹을까 하구..참 나 짐 조퇴할려구 하는데...]
[왜..자기 어디 아퍼..?]
[아니..나만 조퇴하는게 아니라..너두 조퇴해...]
[나두...?]
[그래..간나야..조퇴하구 나와..나 먼저 입구에서 기달리구 있을께...]
[알았어...]

은주가 먼저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갔다.설란 역시 교무실오 향해 일이 생겨 조퇴 좀 한다고 말하고 핸드백을 챙겨 교무실을 나왔다.
현관문으로 가던 발거음을 돌려 화장실로 갔다.화장실에 들어가 설란은 입구 있던 팬티를 벗어 핸드백에 넣었다.화장실 거울을 보며 화장도 다시 곤치고 향수도 살짝
뿌렸다.마치 데이트하러 가는 사람처럼 신경을 엄청 쓴다.차를 몰고 교문을 나왔다.학교 건물 옆으로 돌아가면 일방통행 길이 나오는데 거기에 은주가 기달리는 장소
였다.떨리는 마음으로 좌측으로 차를 몰았다.앞에 은주가 기달리고 있는게 보였다.설란은 또 가슴이뛰었다.

[자기야...오래 기달렸지...]

은주는 차에 탄다.

[아니..빨리 나왔네...]

차에탄 은주가 설란을 보며...

[너 좋을일 있는가봐..표정두 옷차림두 어머~~화장두 새로 했니..? 넘 좋아 보이는데..향수도 뿌리구...]
[그~~럼 자기랑 데이트 하는데 이정도는 해야지...호호호..나 이뻐...?]
[그래..넘 이쁘다...]

은주는 대답하면서 설란의 머리를 또 쓰다듬어준다.마치 자기 동생처럼...

[아~~잉 몰라..자긴 내가 애로 보이나봐...]
[왜 기분 나뻐..간나야...?]
[또 욕~~자긴 욕 못하는줄 알았는데..욕 잘하나봐...]
[욕듣기 싫어...?욕하지 마..?]
[그건....아니구...자기가 욕하구 그러면 더..좀....]
[개간나가 더 머...어쩌는데....]
[흥분 된다구....아~~잉]
[알았어..일단 가자...]
[응...맛나는거 먹으러 가자...]

설란과 은주는 서울외곽에 있는 일식집으로 갔다.
다른 일식집보다 상당히 고급스럽게 보인다.차에서 내려 식당으로 들어가니 예상대로 상당한 고급식당 이였다.
주인인지 지배인인지 잘모르겠지만 상당한 미모를 가진 정장차림의 여가자 설란을 보며 인사를 한다.

[오셨어요...모처럼 오신거 같네여...?]
[네~~에 요즘 바빠서 통 못 왔네여..잘지냈져..?]
[그럼여..덕분에...잘지냈져..근데 옆에..?]
[아..네에 제자에여....인사해 은주야..]
[안녕하세여..]
[네..방가워여..근데 상당한 미모를 가진 제자분이네여...]

그 여자는 은주를 뚜러져라 쳐다본다.은주는 그 여자의 시선을 피하며 설란에게 말을 건넨다.

[나 배고파여..]
[아..그방으로 가면되져...]
[어머~~죄송합니다....네..바로 준비 할께여..]
[네...고마워여..들어가자...]

설란이 앞장을 서고 뒤에 따라가던 은주가 뒤을 돌아 보았다.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그 순간 그 여자가 윙크를 하는것이다.
은주는 그 여자를 보며 살짝 웃음을 지어 답례를 했다.
방으로 들어간 설란과 은주...

[너 여기 단골인가 봐..]
[응..자주 와...]
[여기 존나 비싼데 아니니..?]
[그런 걱정하지 말구.. 자기랑 여기 오구 싶었어...]
[하긴 넌 잘사니까...히히]
[자기랑 이렇게 있으니 넘 좋아...자긴 어떠니..?]
[내가 그렇게 좋니...?]
[응...넘 좋아...]
[나두 그래..너가 엄청 좋구..사랑스럽구 그래...]
[알오~~자기야..사랑해...]

은주는 설란과 키스를 했다.설란은 키스만 하는건데도 밑이 엄청 젖는다는걸 느낀다.

[설란아..나 화장실 좀..]
[응...빨리 갔다와...]

은주가 방에서 나와 화장실을 갈려고 하는데 어느쪽으로 가야 하는지 몰랐다.
그때 아까 만난 여자가 은주에게 다가왔다.

[화장실 찾으세여..?]
[어머~~네..어느쪽이져...?]
[따라 오세여...]

은주는 그 여자를 따라갔다.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왔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복도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는데 그 여자가 은주를 기달리고 있었던 같다.
은주는 그 여자를 보며 말을 건넨다.

[저 한테 볼일 있으세여..?]
[네..나중에 시간되면 연락 주세여...여기 내 전번 이에요,,]

그 여자는 자기 명함을 건네준다.

[왜 내가 연락 해야되는거져..?]
[부담갖지 말구 연락해 주세요...꼭 부탁 드릴께요...]

은주는 아무말 없이 명함을 받았다.그리고 그 여자 보는 앞에서 바로 바닥에 떨구었다.

[그럴일 없을거야...]

은주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멍하니 바로보던 그여잔 명함을 주어 카운터로 돌아갔다.잠시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는걸 느낀 자신이 놀라웠다.

[꼭 내꺼루 말들고 말겠어...]

그 여잔 혼자 중얼 거렸다.한편 설란이 방에선...

[음식 나왔어..얼른 앉어..]
[응..오~~푸짐하게 나왔네...]
[그렇지..오늘 따라 더 맛나게 보이는걸...]
[배가 많이 고파서 그런가 보네....]
[아니..자기랑 같이 먹으니 그런거 같아...호호호 어머~~저기 조개봐..꼭 머 같아...]
[ㅎㅎㅎㅎ 머갔니..?]
[아~~잉 몰라...그걸 어캐 애기해..그래두 난 선생인데...]
[개간나..선생 좋아하네...발정난 씹년이...앙탈 깔래....]
[어머~~진짜 욕 잘한다...몰라....더 부끄럽게 만들구...]
[진짜 얼굴 빨개지네...ㅎㅎㅎ 빨리 대답 안하니...]
[아잉~~보~~~지]
[ㅎㅎㅎ 누구보지..?]

은주가 노골적으로 대화를 애기하자 설란도 적극적으로 응대한다.

[설란이 보~~지...]
[이구..선생이라는 간나가..잘한다....ㅎㅎㅎㅎ]
[몰라...치~~흥~~~]
[ㅎㅎㅎㅎ 이구...근데 저 조개가 너 보 지보다 더 이쁜거 같아..안그러니...]
[아니야~~내 보 지가 더 이뻐....흥..]
[아닌거 같은데...그러지 말구 벗어봐..]
[벗으라구..?]
[응~~너 그러구 싶어서 여기 오자구 한거 아니니...?]
[자기 알구 있었어...?]
[날 바보로 아니...벗으면 좀 그러니까 치마 위로 올려...]

설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은주에게 다가갔다.

[자기가 치마 올려줘....]

설란은 은주를 보며 웃었다.은주는 손을 들어 치마를 위로 올렸다.치마가 무릎을 지나고 허벅지를 벗어났다.

[머니...너 노팬티로 온거야...진짜 못말리는 선생년이네...이구...완전 계획하구 왔지...?]
[응..나 잘했지..자기랑 나랑 둘이 있을거라는 생각만으로두 날 미치게 만드는데 어캐하니...]

은주는 설란의 무성하게 난 보 지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와~~너 진짜 털이 많어...똥구멍까지 이어진거 같은데..]
[응..일부러 다듬지 않았어..팬티옆으로 삐져 나오는게 좋아서...그래두 좀 지저분 하지..정리할께..]
[괜찮아..그냥 이대루 나둬...털 느낌이 아주 좋아...자~~치마 올렸으니 니 손으로 보 지 벌려봐...]
[아~~잉 나 그런거 못하는데....]

말과는 다르게 설란은 자신의 손으로 은주앞에서 보 지살을 옆으로 크게 벌린다.보 지구멍이 벌써 벌어져 있다.

[이 간나 앙탈은...어디보자..울 설란이 보 지구경 좀 할까....머니..벌써 물이 나오는거 같은데...]
[앙~~~자기야..좀 빨아줘...]
[개간나...저걸루 해줄께...]

은주는 야채가 담겨진 접시에 오이가 있는걸 봤다.3/1쯤 크기라 4개를 모으니 한개 굵기가 되었다.
그걸루 설란의 보 지에 넣었다.

[아~~앙..자기야...사랑해...]

설란은 고개를 숙여 은주에게 키스를 한다.
은주 역시 혀를 내밀어 설란과 키스를 한다.설란이가 침을 모아서 은주의 입안으로 넣겨주고 은주가 모아서 설란이에게 넣겨주었다.

[은주씨~~나두 자기 보 지 보구싶어...]
[내껀 안봐두 돼...]
[아잉~~아직 한번두 안보여 주었잖아여..보여줘여...]
[실어..내 보진 금테둘러서 아무나 보면 안되는거야...]
[피~~정말 안보여 줄거에여...?]
[ㅎㅎㅎㅎ 삐지는거 하고는 너 나이가 몇개인데 그러니...]

은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치마를 위로 천천히 올렸다.
설란은 은주가 하는 행동을 보며 자신의 보 지를 오이로 계속 쑤시고 있었다.
치마에 가려진 은주 팬티가 보이는 순간 설란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팬티위로 불루 티어 나온게 보였기 때문이다.

[자기~~~야]
[놀랐지...보 지가 있어야 하는데 자지가 있어서....]

설란은 말을 못한채 가만히 보기만 했다.은주는 팬티를 마주 벗었다.그러자 우람한 좆이 뚝~~티어 나왔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는 설란이...그것두 무리는 아닐것이 이렇게 이쁜 은주가 쉬멜이라곤 한번도 아니 누구도 생각 못했기 때문일것이다.
한번쯤 만지고 싶을 정도로 탐나는 유방이며,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글래머에 속할 만큼 탄탄한 몸매...간드러질 정도로 이쁜 목소리...
도저히 쉬멜이라고는 생각 들지 않았는데,지금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건 은주의 좆....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설란의 머리채를 잡고 좆으로 인도 하였다.

[빨어...]

설란은 은주의 좆을 입에 넣었지만 빨지 못하고 그냥 입에 물고 있었다.
은주도 더 재촉은 안했다.슬며시 좆을 뺐다.

[왜 실망했니..?]
[아~~아니 그냥 당황해서...그래...]
[내가 여자가 아니라 그런거 같은데 그냥 없었던일루 할까...?]
[아~~아니야.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난 정말 괜찮아..그리구 사랑해...]

설란은 은주의 좆을 입에 물고 격렬하게 빨기 시작했다.
은주의 좆 옆으로 설란의 침이 뚝뚝 떨어진다.그만큼 개걸스럽게 빨았다.
한참을 빨던 좆을 빼고는 설란이가 벽을 잡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자기야~~더 못 참겠어...박아줘...]

은주는 좆을 잡고 보 지에 넣었다.

[앙~~~넘 좋아..미칠거 같아...앙~~~자기야~~~오늘 나 보내지 말아줘..당신 좆에 미치구 싶오~~]
[맘에드니...?]
[넘 좋아..앙~~앙~~~앙~~]

설란의 신음소리가 밖에까지 들릴거 같았다.설란은 지금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았다.
은주가 자리에 앉고 설란이가 그 위에 타서 허리를 돌렸다.예전에 발레를 한 설란이기에 허리 돌리는게 장난 아니었다.
보 지에 힘을 주었다 뺐다 하면서 좆을 물었다.

[앙~~이 간나 완전 색년같아..좆 무는게 장난아니네...]
[자기야~~좋아...?]
[응...개년아...쌀거 같아...어디에 싸줄까...?]
[내 보 지 깊숙히 싸줘..나..자기 애 가지구 싶어...이쁜 자기닮은 딸 가지구 싶오....]
[우리 외국나가서 결혼 할까...?]
[응..지옥이라두 자기랑 같이 할수 있다면 난 따라 갈께..앙~~~싸줘~~얼른....]
[앙~~]

은주는 설란의 보 지안에서 사정을 하였다.은주 역시 흥분을 해서 그런지 좆물양이 평소보다 무지 많았다.
보 지밖으로 흘러 나올 정도로....사정후 설란의 은주의 좆을 정성껏 빨아 주었다.좆물로 번들거리는 좆을 깨끗하게 빨아 먹었다.

[나..앞으로 서방님이라고 불러야겠어...그지..자기야...]
[ㅎㅎㅎㅎ 그래 너 맘대루 해...하긴 보 지가 아닌 좆이니까 서방님이 맞겠다..ㅎㅎㅎ]
[그리구 존칭두 쓰구...정성껏 모실께여...서방님..대신 딴년이랑 하지 말아 주세여..이년만 이뻐해 주실거져...?]
[그래~~이리와...]

설란의 눈에 눈물이 글썽 거린다.은주에게 다가가 품에 안긴다.
비롯 자신보다 20년정도로 어리지만 그래도 은주를 사랑하기에...

환상여행

그래 우리는 처음부터 맛있게 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드디어 서로 임자를 만난 것이다.

처음에 우리는 나이에 비해 또는 외모에 비해 의외로 기술이 엉성했다.
내가 마흔 셋 그녀가 설흔 여섯에 만났으니 둘 다 고물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나이였다. 생긴 걸로 보면 둘 다 객관적으로 출중한 용모에 바람을 피웠어도 미풍이 아니라 몇 번의 태풍은 좋이 불러왔음직 했다. 나는 180에 74키로의 롱다리에 보디빌딩 15년 경력, 그녀는 168에 51키로 그리고 인형같은 얼굴을 한 최지우 버전이었다. 그런데 막상 둘이 폼을 잡고 한탕을 떴는데 서로가 생각해도 한심한 전과였다. 나는 어이없이 조루에 가깝게 싸고 말았고 그녀도 키스고 애무고 요본감창이고 바디댄스고 영 파이였다. 꼭 하이틴 둘이서 불편한 차 속에서 서둘러 한 거와 진배없었다.

우리는 내가 단골로 다니는 작은 카페에 각각의 손님으로 가서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 집에 근 2 년을 다니던 고참이었고 그녀는 6 개월 전쯤에 한 잔 하러 왔다가 내 눈에 박히게 되었다. 그녀가 세 번째 오던 날 나는 주인마담에게 그녀와의 합석을 제의케 했고 미리 서로에게 딴 맘을 조금씩 갖고 있던 우리는 속으로는 얼씨구나 겉으로는 못이기는 채 합석을 했고 그 밤이 가기 전에 우린 뽕짝이 맞아 팔짱을 끼고 술집을 나서면서 그 다음날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우리의 점심은 생 조개에 생 소시지 파티. 허기진 우리들은 여관방에 들어서자마자 허겁지겁 옷을 벗고 69 자세로 나는 그녀의 거품 나는 조개를 그녀는 핏발 선 내 소시지를 빨기 시작했다. 거기까진 예술이었다. 서로 빠는 폼도 열정도 좋았고 흥분해 낑낑대는 것도 괜챦은 스테레오였다. 그런데 서로 무지 꼴려 잠시 후 정상체위로 박고 펌핑을 하면서 우리의 예술은 모양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허부적 대 자세 한 번 바꿔보지 못하고 싸기 바빴고 그녀는 그녀대로 엉덩이질도 제대로 못하고 끝났던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영악한 우리들은 창피를 무릅쓰고 솔직한 고백을 통해 대역사의 시작종을 쳤다.

미안해, 나 여편네하고 별거 3 년인데 그동안 제대로 씹을 못한 거나 마찬가지야

나는 더 해, 난 명색이 처녀쟎아, 제대로 해 본적이 언젠지도 기억이 잘 안 나

그렇게 말하곤 우린 깔깔 웃어댔다.

그 다음날부터 우리는 맛있는 씹을 위한 공동연구에 돌입했다. 그것은 가히 거창한 프로젝트를 멋지게 이루어 내려는 공동연구였다.
피자 체인점을 하던 나는 사무실을 도우를 만들기 위한 공장 겸 창고로 쓰기 위해 작은 아파트를 얻어 쓰고 있던 터라 거기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을 오전에는 그곳에서 일을 하게 하고 오후에는 점포로 내 보낸 다음 아예 그녀를 나오게 해 밀폐된 공간에서 우리의 과업을 낮 밤으로 연구,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인이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음을 인정했고 적당한 성생활이 필요함에도 그것의 결핍을 느끼고 있으며 마땅한 파트너를 찾고 있었는데 서로가 딱 그 상대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결혼이니 뭐니 하는 건 전혀 고려하지 말자. 하지만 둘이 만 있을 땐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자. 그렇게 부르는 게 더 색정을 일으킨다. 둘의 활동에 필요한 돈은 남자인 내가 댄다. 공용으로 쓰는 거 외에 별도의 돈은 지급하지 않는다. 서로의 욕정을 숨기지 않고 상대에게 표시하고 요구한다. 한 쪽이 애무 또는 교접을 원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부하지 않는다. 둘이 만나는 동안은 서로에게 집중하기 위해 상호 다른 파트너를 만나지 않는다. 상대에게 실증을 느끼거나 그만 만날 이유가 생기면 즉시 이야기를 하고 상대는 즉각 이의 없이 헤어지는데 동의한다 등등을 합의했다.

오후 1 시가 정인이가 내 아파트로 오는 시간이다. 오전엔 여직원과 피자를 만들기 위한 도우를 만들고 자재를 발주하는 등 업무를 처리하고 직원을 점포로 내 보낸다. 그러면 그녀가 얼굴이 찢어지도록 웃음을 띄고 노크 없이 들어선다.
우리는 문 앞에서 몇 년만에 만나기라도 하듯 힘껏 끌어안고 키스를 한다. 허둥대며 서로의 몸을 더듬는다. 등에서 엉덩이로 그렇게 순서를 찾는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곧 바로 서로의 물건을 더듬어 안부를 전한다. 그녀는 나한테 오려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보짓물이 나오기 시작한단다. 그래서 운전하며 사고를 치지 않으려고 쉬지 않고 심호흡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껴안은 채로 내 책상이 있는 안방으로 옮겨와 그녀의 엉덩이를 책상에 걸치게 하고 키스하고 젖을 만지고 그리고 서로의 보물을 주물러 터트린 다음 선 채로 박는다. 아무리 급해도 절대로 싸지 않는다. 싸지 않기 위해 펌핑도 자제하며 서로의 살을 느낀다.

내 좆 잘 있었어?

요 이쁜 보 지 못 먹었으니 잘 있지 못했지

우리의 인사다.
그렇게 한 15 분 맛있게 흥분하고 서로의 살을 느끼고 그리곤 다 벗은 체로 혹은 거의 벗은 채로 점심을 해 먹는다. 거의 벗은 채로는 그녀가 위는 입은 채로 아래는 다 벗고 앞치마만 두른 패션을 말한다.
그녀는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기를 좋아하고 요리하는 동안 내가 뒤에서 껴안고 위로 아래로 애무해 주는 걸 아주 행복해 한다. 나물을 무치다가 양념을 내 자지에 발라 빨아먹기도 하고 그녀의 보지 물을 찍어 조미료로 쓰기도 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우리의 사랑은 쉼이 없다. 마주 앉아 먹으며 서로의 발가락으로 서로의 사타구니를 애무하고 음식을 입에 물고 키스하고 가끔씩 박았다 빼고.

우린 이런 과정을 통해 일단 싸지만 않으면 거의 하루 종일 꼴려 있게됨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이 값도 못하고 처음 얼마간은 조루이다 싶게 쉬이 흥분하여 일찍 싸서 체면을 구겼다. 그걸 안 그녀는 내가 피크에 오른다 싶으면 엉덩이를 뒤로 해 내 좆을 빼 내곤 엉뚱한 얘기를 시키며 나를 가라앉히곤 했다. 그리곤 잠시 후 아무 때고 손으로 혹은 입으로 내걸 애무해 다시 세워 박게 했다. 그리곤 저녁때가 되어서야 자기 보 지에 싸게 했다. 쌀 때도 내 맘대로 싸는 게 아니라 여러 자세를 바꿔가며 박았다 뺐다를 계속한 다음 마지막에 나를 눕혀놓고 자기가 위에서 내 좆에 박고 걸터앉아 방아를 찧으며 자신이 싸는 시간을 조정해 나에게 싸라는 명령을 내린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면 둘이 함께 크라이막스에 올라 행복한 하산을 하게 된다.
내가

'너 얼마나 많이 했길래 그렇게 숙달되게 나를 조정하느냐'고 물었더니 헤헤 웃더니

'자기가 가르쳐 놓고 무슨 소리하는 거야? 한다.

여성상위로 재미를 본 그녀는 그 자세를 취하게 되면 빠르면 30초 정도에서부터 길게는 수 십 분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싸는 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정하게끔 되었다. 자기의 음핵을 내 자지 혹은 두덩에 기술적으로 마찰시키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그게 상황에 따라 여간 편리한 것이 아니었다. 한 번은 마루에 손님을 앉혀놓고 방안에서 그 자세로 1 분 이내에 환상적으로 둘이 함께 폭발한 적도 있다.

사정을 하지 않고 삽입만 하는 기술에 재미를 본 우리는 최고 열흘까지도 싸지 않고 계속 삽입만 한 적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싸지 않는 게 무슨 씹이냐, 무슨 재미로 하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건 그 맛을 몰라 하는 소리다. 일정하게 흥분상태가 유지된 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언제 건 키스하고 싶을 때 키스하고 애무하고 싶을 때 애무하고 나아가 삽입하고 싶을 때 삽입할 수 있음은 형언키 어려운 행복이다.
우리의 기술은 한 사람만 사정하는 상태로까지 업그레이드되었다. 아침에 첫 인사로 박으면서 오늘은 당신이 싸라 나는 며칠 더 참았다 하련다 라고 합의한 후 약속대로 한 사람만 싸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그녀가 싸고 내가 참는 역할이었다.
그녀만 싸고 나면 자기만 했다는 미안감에서 나에 대한 그녀의 서비스는 한결 극진했다.

정인이와 나는 외출하는 시간도 아까워 밀폐된 아파트 공간에서 거의 붙어 지냈다. 그러던 중 함께 읽던 미국 야설에서(물론 내가 번역을 해 주었음) 한 쌍의 연인이 노팬티 차림으로 스릴과 흥분을 느끼며 다녀온 여행담을 읽고 우리도 한 번 해보기로 하고 교통이 덜 밀릴 것 같은 목요일 아침 10 시경에 춘천으로 향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교외로 드라이브를 떠난다는 것만도 로맨틱하고 익사이팅한 일일진데 둘 다 노팬티에 중간에 공개된 장소에서 몇 차례 씹을 하기로한 훠킹트립(Fucking Trip)이니 얼마나 설겠는가.
화창한 초여름 경춘가도는 푸르름이 하늘과 땅을 함께 물들이고 있었고 우리 둘의 마음까지 녹색으로 변해갔다. 차가 시내를 벗어나자 그녀는 문 쪽으로 등을 기대고 두 무릎을 세워 나에게 자신의 번들거리는 보 지를 잘 보이게 했다. 흥분으로 애액이 나와 꽃잎을 딱 달라붙게 해 속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손으로 까벌려 달라고 했다.
여자의 보 지는 대체로 그 여자의 얼굴 모양이라는 게 내 주장이다. 그녀의 보 지는 그녀의 얼굴처럼 깨끗하고 작고 물이 많았다. 한창 흥분하면 너무 보짓물이 많이 나와 박다말고 내 걸 뺀 다음 애액을 닦고 다시 박는 경우도 많았다. 그녀의 보 지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음핵 즉 크리토리스가 굵고 튀어나와 있다는 것이다. 흥분하면 색깔도 검붉게 충혈되고 입이 튀어나오듯 툭 불그러진다. 지금 그녀의 보 지가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형상이다. 노팬티 여행 생각에 밤새 흥분했었단다.
그녀는 한 손으로 자신의 보 지를 벌리고 다른 손으로 내 바지 앞섶에 텐트를 친 내 방망이를 톡톡 치며 약을 올렸다. 얼굴은 기분이 좋아 싱글벙글이다.

그렇게 좋냐?



그녀는 웃으며 내 바지 지퍼를 내려 방망이를 꺼내 쪽 소리가 나게 키스를 했다.

아이구 이쁜 놈, 오늘두 내 보 지를 즐겁게 해줘야 한다.

잠간 사이 내 좆이 그녀의 혀 목욕을 받았다.
춘천까지 가는 한시간 여 우리는 서로의 보 지와 자지를 보며 만지며 빨며 깔깔대며 행복한 여정을 만끽했다. 내 차가 스틱이었는데 내가 스틱을 조정하는 동안 그녀는 내 방망이를 잡고 1단 2단 능숙하게 조정을 하였다.

우리의 1차 목표지역인 춘천의 명동에 도착했다. 깨끗한 유행의 거리, 명동은 평일의 한 낮이었지만 적당하게 사람들이 오가는 게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
간판이 검은 색 톤인 2층 카페로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2층에 다시 낮은 지붕의 3층이 만들어져 있었다. 세 쌍의 연인이 다정하게 앉아 있는 통로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갔다. 예상한데로, 아니 희망한데로 거기엔 손님이 없었다.
우리는 눈을 찡끗하고 밖이 보이는 창 쪽의 구석에 자리를 했다. 2층에서 주문을 받으러 올라왔고 우리는 찹스테이크와 하이네켄 맥주를 시키고 술과 안주를 같이 갔다 달라고 했다. 스테이크 안주를 만들자면 15분 정도는 좋히 걸릴 것이니 그동안 우리는 오늘의 목표인 공개장소에서의 첫 씹을 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주문녀가 계단을 밟는 소리를 확인하자마자 우리는 곧바로 서서 맛있게 키스를 하며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내 물건을 꺼내고 그녀의 스커트를 올리고 내가 자리에 앉고 그녀가 내 가슴에 등을 대고 앉으며 자기 보 지에 내 좆을 박으며 내 불알을 애무하고 내 손은 그녀의 젖과 음핵을 만지고 그녀가 엉덩방아를 찧기 시작하며 여보, 사랑해!하고 콧소릴 내고 여보 나도하고 앙콜을 넣고 이 모든 동작이 미리 충분한 리허설을 거친 양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속동작으로 이어졌다.
유리창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이 생생히 보였다. 예민하기 짝이 없는 그녀의 젖꼭지가 심상챦게 굳어졌음을 느꼈다. 그녀의 애액이 내 좆뿌리를 거쳐 불알까지 적시는 게 느껴졌다.

자기 조심해, 너무 흥분하는 거 아냐?

알았어, 너무 꼴리는 거 있지, 대낮에 이런데서 내가 씹을 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

이러다 자기 싸겠다. 자기 보 지는 말할 것도 없고 엉덩이까지 뜨거워, 조금 있음 주문한 거 가져올 거야

알았어, 그렇쟎아도 지금 빼야돼, 아님 나 싸고 말 거 같애

내가 그녀의 엉덩이를 위로 들어 그녀를 일으켰다. 그녀의 보 지에서 더운 액이 주르르 흘렀다.

자기 싼 거 아냐?

아냐 거의 쌀 뻔 했어. 헤헤헤, 아유, 막 흘러내리네 이걸 어떡하지?

우리는 층계를 밟는 소리를 듣고 마주 보는 자세로 자리를 했다. 그녀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아 고기를 씹을 수가 없다고 했다.
맥주를 잔에 따라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우리의 환상여행을 위하여!

라고 쨍하고 완샷에 들이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우리는 명동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쇼핑도 하고 구경도 하였다.
서울을 벗어나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도시에 와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신이 났고 또 세상에서 우리 둘만 팬티를 입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저으기 흥분이 되었다. 우리는 가게에서 이것저것 고르면서 서로 슬금슬금 그곳을 만졌고 에레베이터 속에서는 은밀하게 껴안으며 발정해 있는 자지와 보 지를 만나게 해 주었다.

춘천에서의 예행연습을 멋지게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메인게임을 하기로 우리는 작정을 했다. 경춘가도 전체가 식당이다 싶은데 우리는 점심손님들이 다 빠진 3시 반을 작전시간으로 하고 대로에서 한 10분 정도 들어가서 있는 주택형 식당을 택했다. 방이 예닐곱 개 있는 큰 식당이었는데 우리의 생각대로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그중 작은 방이라고 들어갔지만 그 방도 탁자가 넷이나 되는 적지 않은 방이었다.
오리구이를 시켰다. 시간이 한 30 분쯤 걸린단다. 천천히 가져와도 좋다고 했다. 방과 주방이 꽤 거리가 있어 신경 쓰일 게 없었다.
일어선 채로 키스를 하며 뒤로 해 그녀의 보 지를 만져보니 뚝 터진 홍수였다.

오늘 쏟은 보짓물만 해도 한 말은 되겠다

모를 일야, 쉬지 않고 나오네 헤헤

그녀는 선 채로 문 옆 벽을 잡고 몸을 숙이며 뒤로 박아 달라고 했다. 눈을 부엌 쪽으로 두고 해야 맘이 놓인단다.
하도 물이 많이 나와 아무 저항 없이 삽입이 되었다. 그곳에서 그 자세로 하니 느낌이 남달랐다. 방망이가 그녀의 굽은 터널을 지나며 질의 구석구석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그녀의 통통한 엉덩이 계곡이 내 두덩에 닿는 감촉이 끝내 주었다. 손으론 그녀의 젖과 배 그리고 음핵을 만지며 서서히 펌핑을 했다. 물이 하도 많이 나와 빼고 박을 적마다 쩌버덕 쩌버덕하는 소리가 났다. 보지에서 나오는 암내도 내 후각을 기분 좋게 자극했다. 이쁜 년은 소리도 이쁜 법, 정인이는 기분이 나면 고양이 소리를 낸다. 여우가 내는 고양이 소리. 그건 씹맛을 돋구는 세레나데다.

여기서 싸버릴까?

내가 물었다.

안돼 여보, 참아, 서울 가서 싸자구

우리는 음식이 올 때까지 서서 두 번 그리고 엎드려서 한 번 등 세 번을 박았다. 그리고 요리가 온 다음 내 무릎에 박은 채 앉아 그녀가 입으로 뜯어 주는 고기를 입으로 받아먹었다. 고기 한 입 먹고 그녀의 젖 한 번 빨고 보 지 속에 펌핑 한 번 하고.

우리의 환상여행의 피날레는 우리의 보금자리인 아파트로 와 그녀가 좋아하는 여성상위 자세로 박은 다음 내 골반을 부셔버리듯 방아를 찧다가 너무 좋아 둘이 함께 아리아를 합창하며 끝이 났다. 오르가즘의 폭풍을 맞으며 그녀는 가시나무새가 긴 가시에 몸을 던져 찔릴 때 낸다는 그 울움소리를 내며 울었다.

형부의 담배


‘당신 내가 없는 동안에 딴 짓 하면 안돼?’

‘너나 조심해. 나야 다음 주면 어머님께 들어 갈 거고, 꼼짝마라 신세인데 어련 할려구! 당신이나 조심해. 기러기 아빠들이 바람이 나는 확률보다 기러기 엄마들이 현지처 될 확률이 더 높다 잖아! 게다가 외국 사람들이 동양 여자들 잡아먹고 싶어서 눈에 불을 켠다는데 몸가짐 단단히 하고 말이야. 힘든 때도 있겠지만 기러기 아빠들 얘기 들어보면, 생각보다 시간도 많고, 그로 인해 스스로 바람에 빠지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많대요. 아주마이, 아시 겄어요?’

나는 아내의 이마를 넌지시 손가락으로 눌렀다. 나는 얼마 전에 만난 한 기러기 아빠의 얘기가 생각났다. 외국에서 어느 곳 하나 도움 받을 곳 없이 여자 혼자의 몸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펑펑 돈을 부쳐주고 싶다가도 다른 사람의 경우에서 볼 때, 펑펑 부쳐준 돈으로 둘러대며 살다가 바람이 나서 온데 간데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는 얘기 때문에라도, 많지도 않게,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게 돈을 보내는 극렬한 지혜가 필요하게 될 거라는 그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래서 아내에게 준비시키는 과정에서 그곳 현지에서 은행을 사용하더라도 한국계 은행을 이용하고 되도록 이면 그곳에서 발급해 주는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말고, 다소 수수료가 비싸다고 해도 한국에서 가져간 카드로 사용을 자제하라고 일렀다. 내가 일목요연하게 매달 그곳의 사용상황을 현금사용 부문 이외에 받아보면서 조절해야 되겠다는 의도에서 였다. 그리고 전화사용으로 인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인터넷 전용 전화를 챙겨넣었고, 서로가 시간 날 때마다 서로의 얼굴을 대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컴퓨터에는 DVR카드라는 것과 방마다 부착할 카메라와 케이블을 함께 챙겨 싸 주었다. 그 부품은 한 기러기 아빠가 권해서 산 것인데, 인터넷으로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켜진 상태에서 그곳 현지의 집안 모습이며, 애들이 공부하는 것 하며, 집안에서의 생활 모습을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보안카메라 처럼 24시간 볼 수 있기 때문에 전화가 가져올 수 있는 화상의 결여를 메꾸어 줄 수 있다고 하는 경험담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면 향수병이라든가 현지와 한국과의 그리움의 정도를 어느 정도 감쇄 시켜 줄 수 있는 효과가 충분하다고 하는 말에 나는 높은 점수를 주고서 구입했었다. 아침이 되어 가족들은 말이 없이 조금은 침울한 분위기에서 아침상을 마주했다. 막내는 막내인지라 밥을 먹다 말고 나에게 안겨서 한동안 우느라 밥을 조금 밖에 먹질 못했다. 점심에는 장모님 댁, 오후에는 어머님 댁에 들러서 같이 밥을 먹고 저녁 비행기로 가족들은 떠나게 되어있는 바쁜 하루 였다. 가족들을 비행장에서 환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끊었던 담배 한 갑을 샀다. 도저히 담배를 피우지 않고서는 진정이 되질 않았다. 머리가 핑 하니 돌면서 찔끔 눈물이 도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조금 늙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내 앞에는 혼자 버텨야 하는 마라톤의 장도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져 갔다.

‘여보, 나야, 잘 도착했어. 이제 호텔로 들어 갈거야.’

아내에게서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반가 왔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데 또 막내가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용기를 북돋우어야 겠기에 일부러 목이 메이는 것을 참고서 웃음을 섞었다.

‘바보같이 울기는, 이제 대한의 여장부답게 그곳에서 열씸히 공부해야지. 다음에 볼 때는 아빠 한테 영어로 끝내주게 편지 써 보내야 해? 우리 공주님, 착하지, 오빠 좀 바꿔봐.’

나는 큰 놈에게 집에 들어가는 대로 엄마를 잘 도와드리라고 일렀다. 내가 없는 동안은 네가 가장이나 다름 없으니 항상 문단속 잘하고 동생 건수 잘하라고 당부했다. 나는 보다 신선한 말로 전화를 받고 싶었는데 다른 기러기 아빠들의 말처럼 나도 상투적인 어조로 지시만을 열거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면 어머님 집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나는 집안의 짐을 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원장님, 김 간호산데요, 처제 되시는 분이 오늘 예약 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전화가 왔는데 돌려 드릴까요?’

나는 그러라고 대답했다. 온 몸이 땀 투성이에 집안은 짐을 싸느라 먼지 구덩이라 도저히 병원에 나갈 수 있는 처지가 못되었었다.

‘어, 처제야? 오늘 참 스켈링 예약이지? 그런데 어쩌지? 내가 이삿짐을 싸느라 너무 바빠서 오늘 쉬기로 했거든. 짐도 오후에는 창고로 보내야 하고 말이야.’

‘형부, 그러세요? 까맣게 몰랐네. 제가 가서 좀 도와 드릴까요?’

‘아니 뭐 그럴 것 까지는 없어. 먼지 구덩이에 와서 뭘 어쩔 라구. 예약은 김 간호사에게 다시 해 놔. 아마 다음 주 화요일이 비워져 있을 거야. 그 날이 원래 내 오프인데, 그 날로 편한 시간에 예약하면 돼.’

처제는 그러마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참을 짐을 싸 놓고는 쉬면서 새로이 시작한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왔다. 이삿짐 센터에서 오는 줄 알고 현관을 열어 놓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문을 통해 들어 왔는가 보다.

‘아저씨들 벌써 오셨…’

나는 이삿짐 센터의 직원 인 줄 알고 일어나는데 현관에서 들어오고 있는 사람은 처제였다.

‘어, 처제가 왠 일이야?’

‘형부 혼자, 정신 없으실 것 같아서 음식 좀 사 왔어요. 밥도 않 드셨죠?’

사실 전날, 그릇들을 모두 싸넣는 통에 아침에 편의점에서 컵 라면 하나 먹은 것이 다 였다.

‘어떻게 알았지? 역시 처제야!’

‘언니 간지가 며칠인데 벌써 끼니도 거르시고 기러기 아빠 흉내내고 계신데요? 저 앞에 일식 집에서 미소국 이랑 도시락 좀 사왔어요. 근데,…. 형부, 담배 피우세요?’

‘응. 그려….공항에서 바래다 주고 돌아 오는데 이제 혼자라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있어야지. 이 낙도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네. 처제도 한 대 줄까?’

처제는 산업미술을 전공하고 현재 인테리어 전문가로 일하고 있었으며, 결혼을 미룬 채, 혼자 살고 있었고, 아직까지는 일이 좋다며 싱글 로서의 삶을 즐기는 입장이었다. 이른바 처제는 장모님의 애물단지 였다. 항상 담배는 즐기면서도 치아에 누리끼리 하게 껴대는 타르가 싫다면서 정기적으로 스켈링을 받으러 오곤 했는데, 비용을 절감한다 라기 보다는 돈을 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부로부터 뜯어내는 용돈이 고소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처제는 잘했다고 하면서 담배를 받아 들었다. 담배를 나누어 피우면서 처제는 형부의 스켈링은 누가 해주느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기공사 보조로 있는 신간호사를 시키면 되고 비용은 공짜니까 손해 날 게 없다고 맞받아쳤다. 얼마 있지 않아서 이삿짐 센터의 사람들이 도착하고 부리나케 짐들을 빼내자, 집안은 언제 사람이 살았는가 싶게 휭하니 잡동사니와 먼지만이 수북이 쌓인 공간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나와 처제는 벽에 기대어 앉아서는 이런 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냈다. 서로의 목소리가 울리기 까지 해서 기분이 자못 더 쓸쓸해 왔다.

‘처제는 결혼 안 해? 장모님이 걱정이 대단하시던데…’

‘뭐, 그런 걱정, 하루 이틀 인가요? 때가 되면 나타나겠죠.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그런데, 형부는 이제 어쩔 참 이세요? 이렇게 짐도 창고에 모두 넣고 나면 어디서 주무시 게요?’

‘언니 한테 못 들었어? 나 본가로 다시 들어가기로 했어. 돈도 절약 되고, 누가 이 홀아비 된 신세를 받아 줄 사람이 엄마말고 또 있을 라구? 먹는 것도 그렇고, 잠도 편히 자야 되겠고… 우선 빨래가 문제 아니겠어? 누가 내 팬티를 빨아 줄라구? 안 그래? 허허…’

나는 내 웃음 자체가 공허로왔다. 사실 이렇게 이삿짐이 빠져 나가기 전까지는 가족들이 떠나갔다는 사실을 애써 느끼려고 하질 않았는데 이제는 너무나 피부로 절절히 전해져 오는 외톨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써늘해 왔다.

‘사람이 그렇잖아,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한 평생을 같이 살다가 먼저 죽은 배우자의 생각이 불현듯 날 때가 언제 인지 알아?’

‘글쎄요, 그 사람의 기일?’

‘아니, 남들이 다 죽었으니 잊으라고 하더라도 절대 그 사람이 죽었다거나 가버렸다는 생각을 처음에는 못한다지 아마. 그 상대가 죽었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 때는 바로 떠나기 전에 놓여있던 물건이 제자리를 잃어버렸을 때라고 하더군. 난 몰랐는데 아이들이랑, 아내의 손때가 묻은 살림살이가 가버리고 나니까 이제야 실감이 나네.’

‘벌써부터 그러시면 앞으로 어떻게 하시려 구요?’

‘처음이라서 그런가 봐. 연습해 본 적이 있어야지….’

그 말은 맞았다. 나는 평생 긴 세월은 아니지만 살아오는 동안 가족들과 이별에 대한 연습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애꿎은 담배만 작살을 내는 와중에 처제가 내 손을 막았다.

‘형부, 너무 많이 피우시는 것 같아요.’

‘그래?’

나는 나를 말려주는 처제가 고마웠다. 사실 담배도 아내가 끊으라고 했었다. 아무리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본다고 할지라도 얼굴을 가까이 대고 치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 중에 민감한 사람은 그 냄새를 맡을 거라면서 가뜩이나 높은 치과 의사들의 폐암발생률을 들먹여 자진 해서 끊은 것이 3년 전이었다. 가겠다고 하는 처제를 뒤로하고 나는 새로 들어 올 사람에 대한 예의상 청소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 대걸레를 빨아서 온 집안을 청소하고서는 집을 나왔다. 1주일은 더디 가지만 한 달은 빠르게 지나갔고, 1년은 정신이 없었다.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자, 오프도 한 달에 한번으로 줄이고, 아내와 아이들의 새로운 소식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살았다. 유일한 낙이라고는 매일 아침이면 우르르 도착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메일들. 자주는 아니지만 인터넷의 DVR 화면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아내의 모습들. 이제는 일상으로 다가와 나의 스케줄 안에 빼곡히 채워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분주하게 방안을 들락거리고, 막내는 내가 보고있는 시간이 되면 항상 카메라 앞에서 손을 흔들어 보고 있는 나를 외롭지 않게 해주고, 밥을 먹을 때면 식탁에 앉아 나를 향해 모두 손을 흔든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시간 만큼은 외로움이 덜해 진다. 나는 화면을 보면서 가족들이 있을 때는 채팅 창을 열곤 했다. 그러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큰놈과 막내 그리고 아내의 가지런한 글씨들이 내 채팅 창에 깨알을 뿌려놓듯이 톡톡 와서 박히고…자그마한 기쁨에 나는 혼자라는 사실을 잊곤 했다.

‘애비야! 나 좀 보자.’

‘예. 어머니, 무슨 일 이세요?’

나는 오랜 만에 어머님과 차를 두고 마주 앉았다.

‘이제 일년이 다 되 가지?’

‘벌써 그렇게 되나요?’

나는 알면서도 그렇게 대답했다. 잊고 사는 것처럼 보여야 노친 네의 심사가 편할 듯 싶어서…

‘한번 가봐야 하질 않겠니?’

‘병원 때문에 비울 수가 있어야지요. 요즈음 경기가 않 좋아서 목이 좋지 않은 곳에 개업한 제 친구들은 말이 아닌가 봐요. 새로 들여 놓은 기계값 갚기도 허덕인다 데요.’

치과라는 곳이 유행을 상당히 타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기계가 멀쩡해도 최신식 기계를 들여 놓아야 한다는 세일즈맨 들의 제의를 거절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기에…

‘그럼, 들어 올 수는 있다냐?’

‘여름 방학이 길긴 한데, 이번 해에는 어학코스 수료 때문에 못 왔구요. 겨울 방학은 너무 짧아서 왔다 갔다, 밤낮이 뒤 바뀌어서 애들이 병만 날 것 같다며, 내년 여름에나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네요. 왜요, 어머님? 막내가 보고 싶으세요?’

‘그렇기도 하구.’

노친네는 손주가 보고 싶으신 게다. 나도 그런데 오죽 하실 라구.

‘친정 장모님께도 때 되면 인사는 가고 그러냐?’

‘그럼요. 뭘 새삼스럽게. 제가 잘 알아서 하고 있어요.’

사실 나는 서울에 있지만 딸을 손주교육 때문에 생이별을 하고 외국에 보낸 장모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어서 가끔 과일을 사 들고 찾아가곤 했다. 내일도 가 볼 참이었다. 오프였기에…

‘송 서방 왔나? 마침 잘 왔네. 얘, 윤미야, 형부 국수 좀 드려라.’

장모님은 점심상으로 처제와 같이 멸치국물을 우려낸 쌀 국수를 내오시고 계셨다. 가지런한 계란 지단과 다진 쇠고기 끼미 하며, 잘게 바숴놓은 김 가루에 알맞게 짭쪼름한 장을 얹져 내오는 장모님의 국수는 가히 일품 이었다. 조금 이른 감이 있었지만 장모님과 처제, 나, 이렇게 셋이서 맛갈스런 국수를 오랜만에 같이 했다. 장모님은 아내의 소식에 대해서 궁금해 하셨고, 나는 그 동안 별고 없이 아이들 데리고 굳건하게 잘 버티고 있노라고 말씀 드렸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 해외 여행이라고는 신혼 여행 때, 싸이판 간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줄 알고 살다가 훌쩍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에 유학을 가버린 딸의 행보가 무척이나 걱정이 되셨던 가 보다.

‘엄마, 무소식이 희소식 이우, 언제나 똑 같은 소리에 그저 그런 소식인데 뭘 그리 궁금 하시다구. 아니 그곳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랍디까? 다 똑같지 뭐. 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형부만 그 자리에 없다 뿐이지…그리고 형부가 다른 사위랑 같으우? 돈 걱정 없이 언니 쓸 만큼 보내 주겠다, 뭐가 걱정이야?’

처제는 장모의 걱정에 핀잔을 더했다. 하긴 장모도 매번 같은 질문을 하다 보니 처제의 나무람에도 일리가 있었던지 그냥 웃고 만다. 나는 매번 하던 대로 언니가 쓰던 방에서 낮잠을 한 숨 때렸다. 아무런 생각 없이 잠을 자다가 나는 화들짝 놀라서 깼다. 마치 어린 시절, 낮에 숙제 하다 말고 잠이 들었다가 초저녁에 깨어 놓고는 아침인 줄 알고 호들갑을 떨던 그 때 처럼 말이다. 나는 방안이 어두워진 것을 알고는 황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방에서 나오는데 아직 집에 가질 않고 거실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처제가 눈에 띄었다.

‘처제, 장모님은?’

‘이모 할머님 댁에 가시겠다고 해서 모셔다 드렸어요. 형부 저녁, 꼭 챙겨 드리라고 신신당부하고 가셨어요. 않 드시고 가면 저 혼나요.’

처제는 나를 잡아 끌다 시피 하면서 식탁에 앉게 했다. 벌써 기본 반찬 등은 나와 있었고, 가운데는 부르스타가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고기를 구울 참인 것 같았다.

‘형부, 와인 한잔 어떠세요?’

‘좋지.’

처제는 잘 썰어진 생육과 알맞게 간을 한 파지리도 함께 내왔다. 장모님의 손 맛을 답습 했음 인지 이 집 여인네들은 하나 같이 음식 솜씨가 걸출하다. 나는 고기의 이름도 모른 채, 와인과 고기를 잠이 덜 깬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상추에 싸서 우걱우걱 잘도 집어먹었다. 처제는 천천히 먹으라며, 와인을 재차 따라 주었다. 아무리 국수가 건기가 없기로서니 그렇게 잘 들어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형부 식욕은 여전 하시네. 어디 마누라 없는 불쌍한 기러기 아빠라고 그러겠어요?’

나는 성공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인간의 3대 욕구를 모두 기꺼워하는 자라는 나만의 이론을 내세워가며, 우스개소리로 되받았다. 계속해서 와인만을 마시고 있는 처제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반문했다.

‘형부의 식욕, 수면욕은 알겠는데 성욕은, 글쎄요. 안 봐서 모르겠는데요… 깔깔깔…’

나는 고기가 목에 걸리는 것처럼 입안의 음식을 튀기면서 사래가 들려 버렸다. 그러면서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이론에 의하면 나는 성욕도 강해야 하는 사람 이었기에…

‘농담 이에요. 형부… 언니가 없으니 식사하시는데 적적 하실 까봐 제가 실없는 소리, 한 번 해 봤어요. 형부, 되게 긴장하시네…’

그 날 저녁, 나는 와인과 함께 처제와 오랜만에 푸근한 저녁 식사를 했다. 처제를 보고 있자니 자꾸 집사람 생각이 나서 였는 지도 모르겠다. 왠간히 와인이 깨고 나는 집에 가려고 차 키를 찾았다. 처제는 나에게 현관 입구에 놓아 두었던 차 키를 건네 주고는 문 앞까지 배웅을 했다. 나는 차의 시동을 걸고 문에 서있는 처제에게 손 짓으로 인사를 했다. 차가 출발하고, 동작대교를 넘어 오면서 까지 나는 차 안에서 나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 때문에 성가셔서 돌아 버리는 줄 알았다. 집에 거의 도착 할 때가 되어서야 나는 그 소리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그 소리는 차 키에서 나는 것이었다. 차의 진행방향과 맞추어 앞뒤로 움직이는 열쇠고리의 키들이 건들거리면서 주변을 긁어 대는 소리였던 것이다. 나는 평소에 나지 않던 소리가 어째서 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고, 차를 세우고 키를 뽑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못 보던 열쇠와 키 홀더가 끼워져 있는 것이었다. 누구 거지? 나는 집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알 수 가 없었다. 아주 예쁜 문양의 키 홀더는 어디 선가 본 듯도 했다. 나는 그냥 무심코 주머니에 넣고는 그 일을 잊어 버렸다. 차에서 나는 덜그럭 소리도 어지간히 적응되어 가던 어느 날 이었다. 그 날은 처제가 이빨이 아프다며, 전화를 한 다음 날 이었다. 병원에서 본 처제의 왼쪽 볼은 조금 부어 있었다. 얼마나 아팠던지 목 주변과 어깨까지 아파와서 가방도 들고 오질 못하고 손지갑만을 덜렁 들고 차를 몰고 왔다고 했다. 나는 의자에 처제를 앉혔다.

‘이거… 많이… 썩었는데, 일도 좋지만 이래서 되겠어? 스켈링도 자주하면 안되겠다. 저 번에 내가 왜 못 봤지? 치아 보호막이 깎여 나가면서 약한 부분을 물고 들어가면서 썩어버린 것 같아. 조금 아프더라도 참아.’

나는 은 부분을 드릴로 갈아 내는 도중에도 처제는 아프다는 소리 한번 안 냈다. 치료가 끝나고 나는 진통제 처방전을 써 주었다.

‘차 몰 때는 먹으면 어지러우니까 집에 가서 문 꼭 닫아 걸고, 약 먹고, 한 숨 푹 자면 될 꺼야. 틀은 내가 떠 놨고, 아말감으로 일단 처치는 해 놓았으니까 시간 나면 예약하고 봉 해넣게 와.’

나는 처제의 등을 두드리면서 걱정 말라고 하면서 배웅을 했다. 병실로 돌아서려는데 처제가 다시 들어 왔다.

‘헝부, 얼세’

입안의 솜 때문에 발음이 정확치 않았지만 차 열쇠를 말하는 것 같았다.

‘어디다 두었는데?’

처제와 나는 처치실로 같이 들어 갔다. 의자 옆의 탁자에 처제의 것으로 보이는 손지갑과 열쇠가 놓여있었다. 나는 그 꾸러미를 집다가 그만 열쇠를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내 손에 다시 쥐어져 있는 열쇠꾸러미의 키 홀더는 어디서 많이 본 것이었다. 처제는 낚아채는 것 같이 지갑과 열쇠를 받아 쥐고서는 횡 하니 병원을 나가 버렸다. 나는 처제가 나가버린 곳을 한동안 얼어붙듯이 쳐다 보고 있었다. 그 키 홀더. 그것은 바로 처제와 같은 종류의 것 이었다. 처제가 어째서? 왜? 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밀려드는 예약환자와 처리해야 될 문제들로 나는 한동안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겨우 한가해 진 것은 저녁 8시쯤 이었다. 처제는 지금 진통제를 먹고 잠을 청해야 할 시간 이었다. 나는 처제의 핸폰 으로 전화를 걸었다. 메시지로 연결 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잠을 자는가 보다. 나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러나, 마음을 바꾸어 먹었다. 그리고는 다시 걸었다. 그래도 해 봐야 돼!

‘처제, 내일 내가 갈게.’

나는 그 말만을 남기고 메시지 저장 버튼을 눌러 버렸다. 그 날은 집에 돌아 와서도 아내와 아이들의 메일을 열어 보질 않았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고, 피곤한 모양이라고 생각하신 어머님은 자리끼도 내가 깰세라 조심조심 방안에 들이 미셨다. 다음 날, 나는 저녁이 어스름 할 즈음에 김 간호사에게 일찍 들어간다고 하고는 처제의 오피스텔로 차를 몰았다. 가는 도중에도 속절없이 키 홀더는 나의 차 안을 덜그럭 거리는 것이 꼭 내 심정 같았다. 나는 처제의 오피스텔 앞에 섰다. 그리고 가만히 열쇠꾸러미를 꺼냈다. 그리고, 그 문제의 열쇠를 문고리에 넣었다. 스르륵 하는 미세한 금속음과 함께 열쇠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구멍 안으로 밀려 들어가고…나는 열쇠가 열려지질 않기를 바라면서 돌리기 시작했지만 여지없이 맞아 떨어지는 제짝인 열쇠는 자물쇠를 보기 좋게 열어버리고 말았다. 문이 열리고, 나는 망설임도 없이 현관에 들어섰다. 항상 보았던, 보기 좋게 깔려 있는 쪽마루가 눈에 들어오고, 나는 바닥에 보료처럼 놓여져 있는 흰색 다다미식 소파와 쿠션 사이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처제를 볼 수 있었다. 처제는 흰색 레깅즈에 헐렁한 남색 남방을 걸치고 내가 들어 오는데도 시선을 돌리질 않은 채, 창 밖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고만 있었다. 평소와 다른 차가운 처제의 모습. 나는 조금 긴장했는가 보다. 신발을 벗다가 중심이 앞으로 쏠려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처제, 나 왔어!’

처제는 대답이 없다. 나는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처제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 처제의 얼굴을 살피는 것 보다 나도 담배 한대를 태우지 않고는 얘기조차 꺼 낼 수 없을 정도로 경직된 방안의 공기는 나의 숨을 턱턱 막아왔다.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처제를 쳐다 보았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처제는 나를 외면한 채, 창 밖을 보면서 담뱃재도 털 생각을 하질 않고 있었다.

‘재 떨어질라!’

나는 냉큼 재털이를 받쳐 주었다.

‘정말 몰랐어요?’

처제는 재를 터는 대신 담배를 끄면서 나를 향해 소리치듯 물었다.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질 못했다. 알고 있었다는 것도 거짓 이었고,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이제는 거짓이었기에…

‘나는 형부가 그렇게 무딘 사람 이었는지 몰랐어요.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을까?’

처제는 혀를 찼다. 나는 열쇠를 넣어둔 행위에 대해서 누가 누구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었는지, 그 시시비비를 가릴 사이도 없이 처제의 질문에 당황하기만 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

‘언니랑 결혼 하고도 몇 번을 와 봤으면서, 그리고 내차도 몰았으면서, 어떻게 내 오피스텔 열쇠랑 키홀더를 기억 못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요.’

‘그건 내가 무심해서 그렇지. 처제가 만일 내 여자 였다면 나도 기억했겠지.’

나는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난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윤희 언니를 한번도 경쟁 대상이라고 여겨 본 적이 없어요. 착하고, 나에게 그럴 수 없이 잘해 주던 언니지만 형부의 문제만은 달랐어요. 언니가 형부를 결혼할 사람이라면서 집에 소개 시켰을 때, 나에게는 어째서 저런 행운이 주어지질 않았는가에 대해서 한동안 고통 스러웠죠. 나는 끊임없이 못 된 상상 속에서 언니를 시기하기 시작했어요. 언니가 영화처럼 일찍 죽는다면, 형부와 헤어지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면….쓸데없는 몽상과 가정 속에서 너무도 괴로왔구요. 그런데, 형부가 그 동안 보여주었던 나의 끊임없는 손길들을 무심코 지나치는 것을 분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제 처지는 정말이지 수치스럽고, 혐오감만 넘치는 후회뿐이었어요. 누군가 그랬죠? 유혹은 가장 먼저 다가오지만 후회는 나중에 스며들고, 미련은 저만치에서 기다리고 있다고…나는 한번, 단 한번 만이라도 형부가 어째서 내가 혼자 살고 있는 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 주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처제는 눈물을 닦을 줄도 모르고 얘기를 계속했다. 나는 옆에 있는 티슈를 뽑아 내밀었다.

‘형부는 언제나 언니 뿐 이었어요. 제가 형부의 권유를 무시하면서 까지, 이가 시려오는 것을 참아가면서 까지 그토록 자주 스켈링을 하러 갔던 이유를 모르시겠어요? 모르셨을 거에요. 내가 짧은 스커트를 입고 형부를 찾아가도, 의자에 누워 입을 벌리고 형부를 뚫어지게 바라 보면서 다리가 마비될 정도로 흥분이 되어 의자의 손잡이를 붙잡고 부르르 떨 때에도 형부는 아픈 것을 참으라고 만 했었죠. 기가 막히게도…단 한번, 단 한번 만이라도 의자에 누워 있는 내 치마 사이로 내가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거울을 통해 보기만 했어도 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 까맣게….

‘처제, 언니는 나의 전부야. 그리고, 나에게는 가족이라는 무게가 항상 나의 어깨 위에 실려있어. 설사 내가 처제의 마음을 읽었다손 치더라도 달라질 것이 있을까? 이렇게 기러기 가족이 되다 보니 처제를 보는 것만으로도 언니에 대한 외로움을 참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그랬다. 나이 차이가 여섯 살 밖에는 되지 않지만 싱글의 삶을 살고 있는 처제를 볼 때에는 아내와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던 것은 사실 이었다. 이미 주부로서의 매너리즘에 빠진 언니와는 다른 풋풋한 자유로움과 싱싱함이 느껴 졌던 것만은 부인하고 싶질 않았다.

‘나에게 처제는 언니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 였지. 서로가 자매간 이면서도 철저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 별개의 모습이 그냥 흥미로왔을 뿐이야. 지금도 그렇지만 처제에 대해서 성적인 욕망을 품어 보았다거나 처제에게서 여자를 느껴본 적은 없어. 단지, 그날 장모님 댁에서 저녁을 먹는 날은 조금 다른 것을 느끼긴 했지.’

‘다르다니요?’

‘그건 아마도 내가 이제사 외로움에 길들여 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 날, 처제와 저녁을 같이 했지만 보면 볼수록 언니가 그리워지고, 처제의 모습에서 자꾸만 언니의 체취며, 인상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흡사 연애시절로 되돌아가서 언니와 단 둘이서 저녁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나는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로움의 묘약은 그렇게 나 자신을 중독 시켜 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형부도 이제는 아실 거에요.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 것이, 게다가 그 그리워 하는 사람에게 손이 닿지 않을 때의 애틋한 안타까움에 대해서…’

처제는 담배를 손에 들고서 건너편 스텐드에 놓여 있는 미니 콤포넌트를 리모콘 으로 켰다. 슬픈 연주와 함께 노래가 흘러 나왔다. 이름은 기억 나질 않았지만 인기 있었던 TV드라마의 OST였다. 가냘픈 여성가수의 목소리는 너무도 애절하게 들렸다. 처제는 조용히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두 다리를 감아 웅크리고 앉은 채, 바닥을 보고 있었고…

‘----늘 얘기 했잖아 그대가 힘들어지면
그냥 나를 버려달라고

괜찮아요, 난 절대 울지 않아요. 난 오늘까지라도 행복해.
그대는 나를, 그도 또 나는 그대를 이 순간에도
사랑을 하고 있잖아 고마워요 이젠 잘가요-----‘

간주가 이어지는 사이에도 처제는 고개를 들 줄 몰랐다. 처제는 울음이 북받치는 중에도 발악하듯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는 뒤로 벌렁 누워 버렸다. 누워서도 처제의 울먹거림은 계속됐다.

‘형부, 한번, 단 한번 만이라도 나를 안아줄 수 있어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처제를 안는다는 것은 바로 가족에 대한 배신이었고, 저 멀리 외국에서 아이들과 고생을 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몹쓸 짓이었다. 나는 누워서 천장을 응시하며, 울고 있는 처제를 위로하려고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때, 누워있던 처제가 갑자기 팔을 뻗어 나의 목을 휘감았다. 나는 어중간 한 자세로 내려다 보고 있다가 처제의 상체로 엎어졌다. 처제는 목마른 사람처럼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착시키면서 강한 팔로써 나의 의지를 꺾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뿌리칠 사이도 없이 처제의 강렬한 입김과 살결로 전해오는 떨림으로 인해 숨쉬기조차 어려운 절박한 흥분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바닥을 짚는다는 것이 오히려 처제의 가슴을 움켜잡는 형상이 되어 나는 어쩔 수없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처제의 위를 누르고 있는 형상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래도 처제를 뿌리치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처제에게서 돌아앉았다. 나 자신의 흥분을 가라앉히고자 그랬었다.

‘처제 이건 아니야. 나는 그럴 수 없어. 이건 내 외로움으로도 용서되기 어려운 불륜이야.’

처제는 포기하질 않았다. 나의 등 뒤에 바짝 붙어서 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형부,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 할께요. 다시는 형부의 곁에 맴돌지 않을 께요. 그러니 이번 한번만 나를 이해해 줄 수는 없겠어요?’

처제는 내 어깨를 타고 넘어 자신의 손을 내 옷 안으로 넣었다. 나의 가슴을 타고 들어오다가 나의 젖꼭지를 쓰다듬는데 나도 두 번씩이나 처제의 손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옆구리가 짜르르 해질 정도로 처제는 나의 젖꼭지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면서 나의 분위기를 살폈다. 나의 흥분과 함께 추위에 곤두서듯이 젖꼭지가 세워지면서 반응하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처제는 이제 양손을 모두 나의 옷안으로 집어 넣고 헤집기 시작한다. 나의 셔츠가 열리면서 나는 나의 뒤에서 강하게 압박해오는 처제의 탄력 있는 젖 무덤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서서히 처제의 손길에 끌려가고 있었고…

‘형부,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우리 둘만, 우리 두 사람만….’

그래야 하겠지. 우리 두 사람, 오늘 일은 우리 두 사람의 영원한 비밀로 남아야 하겠지. 나는 돌아서면서 처제를 바라다 보았다. 나는 정식으로 처제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 머릿 속이 하얗게 번지면서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았다. 처제는 울먹임의 끝이었는지 키스를 하는 도중에도 간간히 입을 떼면서 숨을 몰아 쉬었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내 가슴에 처제의 유두가 느껴지는 것이 아내 보다는 큰 젖을 가졌지 싶다. 처제는 나에게 윗도리를 벗겨 달라고 가슴을 내밀었다. 나는 떨림도 없이 단추를 하나하나 풀러 내려갔다. 단추를 푸는 도중에도 처제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놓지 않았다. 나는 기계처럼 처제의 단추를 풀고 상의를 어깨 뒤로 제꼈다. 보기에도 풍만한 처제의 젖이 드러나고 나는 아내와 다르게 연한, 살색 같은 유두에 입을 가져갔다.

‘형부, 누구도 빨아본 적이 없어요. 형부가 처음이에요.’

아내는 내가 젖꼭지를 만들어 주었다. 돌기도 없었던 꼭지를 연애시절, 흠씬 빨아 제껴서 다음 날 만나면 젖꼭지가 아파서 브레지어도 못할 지경이라고 눈을 흘기곤 했는데 이제는 처제의 젖꼭지라니…나는 혀를 조금씩 돌려 가면서 처제의 유두가 반응하기를 기다렸다. 두개의 유두를 번갈아 빠는 도중에도 나의 손은 무엇을 찾는 것처럼 울부짖음으로 땀이 솟은 처제의 등과 옆구리를 정신 없이 쓸어댔다. 처제는 고개를 수그리고 젖 무덤에 파묻혀 있는 나의 머릿결 속으로 그 가녀린 손가락을 휘져어 넣었다. 나의 두피 에서 처제의 손톱이 느껴지고, 나는 가슴으로부터 향수같이 우러나는 살 냄새로 인해 호흡의 수순을 잊어먹을 지경이었다.

‘형부 젖꼭지가 짜릿해요. 언니한테도 이렇게 해주었죠?’

나는 말없이 처제의 유두를 물고 있기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그랬으니까…처제는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그 밋밋하던 젖꼭지가 슬며시 일어나면서 내 혀끝이 좌우로 유두를 건드릴 때마다 처제는 깜짝 놀라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만져지는 등의 살결 속으로 유두를 건드릴 때마다 버쩍 서대는 근육의 긴장감을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고…

‘형부 제가 벗겨 드릴께요.’

젖을 빨다 말고 처제는 나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나는 입가에 침이 흥건 한 채로, 내 옷을 천천히 벗겨가는 처제를 내려다 본다. 아내는 내가 옷을 벗을 때마다 옆에 와서는 빨기 힘든다고 양말도 뒤집어 벗지 마라, 내복은 곱게 벗어 놔라, 잔소리 뿐이었는데…처제는 신주단자 모시듯이 내 옷을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벗기고 있다. 내 옷이 몸에서 다 떨어져 나가니 분위기가 조금 어색했는지 처제는 내 앞으로 다가 오더니 말없이 자신의 옷을 벗기라는 것처럼 몸을 내민다. 상체는 이미 반은 벗은 것과 다름 없었고, 단지 남은 것은 처제의 흰색 레깅스와 팬티만 남았을 것이고…나는 레깅스의 탄력을 이용해서 처제의 히프 뒤쪽으로 손을 팬티 안으로 넣어서 히프를 움켜 쥐었다. 처제의 상체가 나에게 안겨왔다. 나는 천천히 팬티와 레깅즈를 동시에 내리기 시작했다. 땀에 젖었고, 게다가 그 탄력으로 인해 그 느낌은 마치 스타킹과도 같았다. 내 손에 더하여 처제까지 내가 벗기는 옷에 힘을 실어 주었고, 이어서 껍질이 벗겨지듯이, 옷들은 처제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나는 처제의 젖을 다시 찾았다. 아까와 다르게, 이제는 제법 돌기의 모양새를 이룬 유두가 발딱 선 채로 나의 혀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 손은 거침없이 처제의 둔부를 타고 골짜기를 흘러 내린다.

‘형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처제는 이 시간을 기다려 온 만큼 오래도록 즐기고 싶은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푹신한 바닥 소파에 벗은 채로 마주보며, 누웠다.

‘형부,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언니생각 하지 마요.’

나는 않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의 속마음은 그렇질 못했다. 섹스의 과정으로 접어들 때 마다 내 머릿 속에는 아내와의 행위가 하나, 둘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을 어쩌지는 못했다. 처제는 내 좇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만져 본 적이 없다는 말이 사실 인 것처럼 처제는 눈 조차도 제대로 좇에 두질 못했다. 그저, 손으로 닿는 느낌을 통해 감지하고 있을 뿐. 아내도 그러했다. 첫 애를 낳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오랄을 해주었던 아내처럼 처제도 흡사하게 좇에 매달리는 성격은 아니었다. 나는 누워서 내 좇을 눈을 감은 채, 느끼고 있는 처제의 삼각주에 손을 뻗쳤다. 조금 흠칫 놀라는 가 싶더니 내 손길이 가는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내와 다르게 무성하게 자라 있는 처제의 음모는 이른바 가다듬어 지지 않은 처녀림 이었다. 그 털의 억셈도 아내와는 달랐고, 아랫배 위쪽으로 그 영역을 퍼뜨리는 가장자리 조차도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일렁임 같이 어떤 정형성을 갖고 있질 않았다. 그런 이유로 그 털을 다 거두어도 처제의 보 지를 찾아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마저도 들게 했다. 섹스가 처음이지만 그 나이가 되도록 남녀간의 섹스를 포르노 같은 것으로라도 접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상체를 돌려서 처제의 보 지쪽으로 다가갔다. 맨 처음 아내의 보 지를 빨려고 했을 때, 아내는 불결하다면서 다리를 오무리고 거부를 했던 기억이 있기에 나는 처제의 반응을 먼저 살피기로 했다. 나는 두 손으로 처제의 탱글 거리는 넓적다리를 쓸면서 점차  둔덕쪽으로 손 끝을 옮겨갔다. 두 팔을 뒤로 제끼고 보지 앞에서 거느적 대는 나를 처제는 흐뭇한 표정으로 내려다 보고 있다. 나는 처제의 다리 사이로 손을 기도하듯이 끼워넣었다. 형부 앞에서 다리가 벌려진다는 것에 조금은 긴장한 듯이 손등으로 처제의 넓적다리 근육이 바르르 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처제, 날 위해 열어 줘.’

나는 뻔뻔스럽게 처제에게 구걸하고 있다. 처제의 가랑이가 천천히 열리면서 두 다리는 M자 처럼 고정이 되면서 내 앞에는 한번도 남자에게 침범 당하질 않았다는 처제의 씹을 보게 된다. 나는 손끝으로 잔뜩 힘을 주고 있는 항문에서부터 회음을 지나 공알에 이르기까지 처제의 보지 전체를 손바닥으로 느린 속도로 쓸어 올리고 내렸다. 아내의 적포도주 빛 음순과 다르게 처제의 씹살은 오히려 핏기를 잃어버린 것처럼 창백하다. 나는 보다 천박해 지기로 마음 먹었다. 쓸어 내린 손바닥에 흥건하게 남아버린 처제의 씹물을 처제를 쳐다 보면서 입으로 줄줄 핥았다. 처제는 그 자세도 힘이 들었는지 뒤로 벌렁 누워 버렸다. 나는 처제의 얼굴이 보지 않음으로 인해 용기를 더 얻었다. 처제의 허락된 보 지에 대고 나의 혀는 복수하듯이 지랄을 떨면서 괴롭힘을 더하고 있었다.

‘헉…..헉…음……음…. 형부, 너무 해요…..정말…. 너무해요. 이렇게 행복한 걸 언니만 갖는 다는 건 너무 불공평 해.. 허윽…허윽’

처제는 섹스 도중에도 언니에 대한 질투를 잊질 않았다. 이를테면 내가 언니와 처제의 사이에서 유유자적한 한량 처럼 좇을 나누어 주기만 하면 되었던 것을…나는 단순해 지고 있었다. 사고는 복잡함을 넘어서 이제는 이 행위의 타당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두 자매에게 줄 수 있는 한은 기쁨을 나누어 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못 된 궁극의 정점. 나는 처제를 맨 처음부터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 다는 괘씸한 발상에 까지 이르고야 만다.

‘처제, 어때?, 처제, 좋아? 좋아 미칠 것 같지?’

그러나, 처제는 말이 없이 가쁜 호흡만을 내 쉰다. 처제의 보 지에 손가락을 넣고 장난 같은 것을 하기는 싫었다. 그런 행위는 앞으로 처제의 인생 앞에 가려 놓여 있을 남자들의 몫이라고 접어 두었다. 나는 이 이상 발기될 수 없을 것 같은 상태를 처제의 보 지에 고스란히 갚아 주고 싶었다. 나는 내려꽂는 듯한 시선으로 처제의 벌어진 무릎을 붙잡으면서 상체에 내 체중을 실었다. 처제는 처녀임이 분명했다. 그 나이가 되도록 다른 사람을 돌아다 보질 않고 나만을 향해 달려 왔음에도 내 마음 속에 요년을 조져주리라는 괴팍한 생각이 치미는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나는 방어할 힘을 상실한 약자를 공격하는 심정으로 처제의 보 지를 꿰뚫었다. 꿰뚫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처럼 처제는 이른바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질렀다.

‘악….아파, 아! 아파! 아냐, 형부 그래도 계속 해줘요, 계속…’

나는 안 그래도 계속할 참이었다. 좇이 박혀진 처제의 두 다리는 짓밟혀진 바퀴벌레의 버둥거리는 다리들 처럼 허공을 내지르며, 혼돈 속에 있었다. 나의 허리는 정미소의 피댓줄 같이 쉼 없이 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통과 쾌감의 변주곡 속에서 방황하는 처제의 연약한 씹을 바셔 질듯이 내지르고 있었다. 처제의 눈동자는 휘번덕 하니 흰자위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내 머리며, 등을 사정없이 갈쿠리 처럼 파고 들면서 입으로는 형부소리를 놓질 않았다. 처제는 이제 사람의 말 같은 단어들은 입에서 나오고 있질 않았다. 그저, 비명과 탄성, 자지러드는 듯한 교성만을 터뜨리고 있었고, 온 몸은 땀으로 번들 거렸다. 나는 처제와 섹스를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나를 사랑한 죄밖에 없는 처제에 대한 되갚음이 이런 것이다라는 웃긴 단정을 내리고 있었다. 다시는 가질 수 없는 형부를 사랑해서는 안된 다는 호된 교훈을 나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좇으로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어어, 처제, 처제, 아, 아, 아, 나 미쳐 아윽, 아윽, 아윽…’

세상이 다 까매졌다. 나는 앞뒤 분별 없이 그냥 처제의 보지 안 깊숙이 정액을 토해놓고 말았다. 처제는 이미 정신을 잃었다. 고개만이 좌우로 조금씩 움직일 뿐, 입에는 침을 흘리면서 온 사지는 쭉 뻗은 채, 미동도 없다. 섹스 후에 항상 나는 아내를 팔베개 해주면서 가슴 가득한 만족감과 풍요로움으로 잠이 들 곤 했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쓴 물이 기도를 치고 올라오는 것처럼 괴로왔다. 이런 관계를 원한 것이 아니었는데….나는 일어나,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 연기가 허공을 허옇게 물들일 즈음에 처제가 일어나 내 손에서 담배를 빼앗는다.

‘형부, 후회하죠? 지금.’

‘아니, 그냥 기분이 그래.’

두 사람은 아까부터 섹스 중에도 계속 돌아가던 노래를 듣고 있다.

‘형부, 저 이병헌 좋아하는 거 아시죠? 형부를 많이 닮았잖아요? 그래서 저 노래도 그런 이유로 좋아하죠. 그 올인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노래에요.’

또다시 처제는 벌거벗은 몸도 아랑곳 하질 않고 보 지에서는 내 정액이 흐르는 것도 잊은 듯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
난 항상 고마웠어요 날 사랑해줘서
그대를 한번 더 꼭 안고 싶지만
나는 참을 수 있어 난 안을 수 있어 편하게 보내야만 해.
----
미안해요 그대여 울지 말아요
지금부터 나를 버려요
그대는 나를 또 나는 그대를 이 순간에도 아프게 하잖아
---’

그 날 이후로 나는 처제와 만날 수 없었다. 오프 인 날에 장모님 댁에 들려도 처제를 볼 수는 없었다. 단지 어두운 그늘의 장모님만을 대할 수 있었을 뿐…두달 쯤 되었을까? 나는 예약 환자를 내보내고 쉬고 있는데 김 간호사가 무언가를 들고 들어 온다. 택배 였다. 그것도 CD크기만한 포장에서 나는 발신인의 이름이 처제임을 알았다. 포장 안에는 CD와 작은 메모가 있었다.

‘형부, 고마웠어요. 미련한 처제 때문에 고생하셨죠.
저 오늘 출국해요. 이 소포를 받으실 때 쯤이면…
엄마에게는 일 때문에 간다고 말씀 드렸는데
사실은 2년 전부터 준비해 왔어요
독일의 바우하우스에서 꼭 공부해 보고 싶었거든요.
떠나기 전에 형부에게 꼭 고백하고 싶었죠. 사랑하고 있었다고….
저 안 돌아 올거에요.
제 안에 자라고 있는 형부의 애를 키우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럼 건강하세요. 엄마에게 말씀 좀 잘 해주세요.

-윤미가-‘

나는 멍했다. 나를 만난 여자들은 어째서 나만을 남겨두고 그리도 먼 곳으로 가서 끝끝내 내가 못 잊을 인연으로 살 수 밖에 없는지…나는 기러기 아빠라는 호칭이 그토록 저주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조용히 CD를 꺼내서 오디오에 걸었다. Yarz의 슬픈 음성이 방안 가득 흔들거리고 있었고, 나는 창문을 열었다. 담배를 피우는 것 이외에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떡집 아가씨

평소 전 떡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빵도 잘 안먹죠
하지만 떡은 더욱 안 먹습니다.

출퇴근길 지나치는 거리 중 에 ‘ 떡집 ’ 이 있습니다.
떡도 잘 안 먹으면서 어떻게 아느냐구요 ?
좌판 벌여놓듯 늘어놓은 진열대에 형형색색 의 떡들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기 때문이죠.
분홍, 노랑, 연두, 흰빛..
총 천연색 색상은 제 눈을 사로잡습니다.
식욕은 못 잡지만..

얼마 전 점심도 굶은 퇴근길에 그 가게 앞을 지나는데
역시 알록달록한 떡을 보자 문득 먹고 싶어 졌습니다.
군 제대 후에 변한 것은 배가고프기 시작하면 속이 쓰려오며 견디기 힘들만큼
뭔가를 당장 먹고 싶어진다는 겁니다.
정말 우연히 그 가게 앞 을 지날 때
제 위장도 꿈틀대며 허공에 소화액을 뿌려댄 것 이지요

번잡한 거리에서 멈칫..
이름을 알 수 없는 떡들 앞에 걸음을 멈추곤..
이름을 모르기에 손가락으로 색깔 예뻐 보이는 걸 가리키며

‘ 이것 2개 , 조것 3개..’

주문을 합니다.
그런데 떡집 아줌마 손님이 왔는데도 티브이만 보고 있습니다.
배고픈데... 짜증..

“ 아줌마~ ! 떡좀 줘요 ~ ! ”
“ 어맛~ 깜짝이야.. ”

전 다시 손가락으로 이것 저것 가리키기만 합니다.
떡을 담는 그녀의 손길이 보이고..
갑자기..
떡 봉지가 툭..
제 앞으로 던져집니다..

.. ?
“ 2.500원이예요.. ”

... 손님한테 떡을 던지면서 파냐... ?

확..부아가 치밀어 아줌마 얼굴을 바라봅니다..

.. 반반한 얼굴.. 수수한 그녀..
갑자기 한마디 합니다.

“ 저 아줌마 아니예욧...! ”

.. 쩝.. 누가 물어봤나.. 아줌마라 해서 화가 난거구만..
그래도 그렇지.. 손님한테 던지냐..?

그녀의 얼굴을 보며 짜증 반, 무안함 반..
그런 기분 이였답니다.
그저 묵묵히 돈을 주고 돌아서 왔습니다.
갑자기 떡 먹고 싶은 생각도 사라지더군요..

...................................

그 후 며칠 이 흘렀습니다.
그런 일이 있어서인지 그 떡집을 지나갈 때 마다 한번씩
보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알게 된건
그 떡집엔 떡치는 판대기와 나무 망치가 있는겁니다,
요즘도 이렇게 떡을 만드나..싶은 호기심에 좀 더 관찰해 보니
대부분의 떡은 기계로 만들고 아주 소량만 마켓팅 차원에서
그녀가 직접 떡을 치곤 하는걸 알 수 있었답니다.

늘 혼자 일하는건지.
떡집에 처녀라..
주인일까..
후움..

어느 금요일
회사가 창립일이라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산책도 할 겸
거리로 나와 습관대로 출퇴근길을 걸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길 가 그녀의 떡집 앞까지..

12시 전이지만 이미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떡을 치고 있습니다.

조금 힘든 듯..
커다란 나무망치를 들어올렸다간
휘익....
철썩...

다시 휘익... 철썩..

물끄러미 바라보다 잠시 쉬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 전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그녀도 순간 씩 웃으며 제 인사에 답해줬습니다.

“ 어머.. 오늘은 이 시간에 왠일이세요 ? ”
“ 아.. 오늘 회사가 쉬는 날이라.. 근데 저 기억 하세요 ? ”
“ 호호.. 그럼요 절더러 아줌마라 하신 분이죠 ? ”

활짝 웃으며 절 기억하는 그녀를 보니 갑자기 몇 일전 아줌마라 한 것까지
미안해집니다.

“ 힘들지 않나요 ? ”

“ 후훗.. 함 해보실래요 ? ”

“ ............. ”

전 그녀의 떡 가계로 들어가 소매를 걷고 꽤 커다란 나무망치를 들곤
휘익.... 내리치기 시작했습니다.

‘ 철썩.. ’

“ 어머.. 잘치시내요 ”

“ 하핫.. 그래요.. ? ”

휘익..

‘ 철썩..’

“ 어머..어머..예전에 떡 좀 치셨나보다.. ”

“ 오늘 첨인걸요.. ”

휘익...

‘철썩 ’

“ 아니예요 남자라 그런가.. 첨같지 않아.. ”

“ 그럼 저 떡 잘 치고 있는거죠 ? ”

휘익...

‘ 철썩 ’

“ 호호..네.. ”

“ 하하핫..”

휘익...

‘ 철썩 ’

휘익...

‘ 철썩 ’

..................

점심 무렵이 되자 그녀가 밥을 차려줬습니다.

땀 흘려 둘이 떡치다가 밥을 먹으니
참 꿀맛같이 좋더군요 왠지 그녀도 더 가깝게 느껴지고..

“ 혼자 일 하세요 ? ”

“ 네에.. 아버님이 편찮으셔서.. 퇴원하실 때 까지만요..”

“ 아..그렇구나.. ”

밥을 다 먹고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당연한 듯 떡 망치를 들려고 하자 그녀가 말합니다.

“ 어머.. 아니예요 오전 내내 떡치셨는데.. ”

“ 하하핫.. 남자가 힘 빼면 시체 아닙니까..그냥 저랑 마져 쳐요 ”

“ 저랑 떡쳐주심 감사하지만... 죄송해서... ”

“ 저도 간만에 땀 빼니까 상쾌한걸요 뭐.. ”

그녀가 수줍게 제 눈을 보며 말합니다.

“ 그럼.. 오늘 신세 좀.. ”

휘익...

‘ 철썩 ’

“ 어머..어쩜 지치지도 않으셔.. ”

“ 하핫..뭘 이정도 가지구요.. ”

휘익...

‘ 철썩 ’

“ 정말 잘 치신다.. ”

“ 더 대요~ ”

휘익...

‘ 철썩 ’

“ 어맛 너무 쎄요~ 튀었어요 ”

“ 하핫.. 튄 거 닦아 드세요 ”

휘익...

‘ 철썩 ’

................

아무리 가벼운 나무망치지만
오전 오후 이어서 그녀와 떡을 치니.. 온 몸에 땀이 쏟아집니다.

하지만 제가 떡을 칠 때마다 즐거워하며 웃는 그녀를 보니
힘이 솟습니다.
제 맘도 뿌듯해지고..

어느새 쌓여있던 떡을 다 치고 시간도 6시가 다 되어 갑니다.
그녀는 제게 연신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갈 때 가져가시라고
봉지에 이것저것 떡을 담습니다.
.. 별로 안 좋아 하는데... 쩝..

인사를 하고
퇴근하는 사람들로 번잡해진 거리로 나오는데
불현듯 솟아나는 이 아쉬움은 뭘까요..

그녀의 밝은 웃음에 사로잡힌 걸까..
함께 있던 시간동안 정이 든 걸까..

왠지 그녀와의 인연이 계속 될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뒤돌아 그녀의 가계를 바라봤습니다.

오고가는 사람들 너머 가계입구에서
물끄러미 절 보고 있 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녀도.. 저처럼 뭔가 애틋한 맘 이였을까요..

저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얼굴이 활~짝 펴지더니
햇살 같은 미소를 머금고 양손을 입에 대며
큰 소리로 제게 외칩니다.

“ 오늘 저랑 떡 쳐 줘 서 고 마 워 요 ~~ !!"

거리의 오고가는 사람들이 이런 그녀를 시샘하는지
우두커니 멈춰서
입을 벌리고 저와 그녀를 바라봅니다.

“ 저도 떡쳐서 너무 즐거웠어요~~ 운동두 잘했구요~~ ! ”

“ 또 떡 치 러 와 주 실 꺼 죠오오~ ! ”

“ 그럼요 ~ 같이 떡 치는 게 이렇게 행복한 줄 몰 랐 어 요 ~ ! ”

“ 저 두 요~ 행 복 했 어 요~ ! ”

제 맘속에 물밀 듯 행복이 퍼집니다.
그녀의 얼굴에도..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거리의 사람들도 멈 춰 서서 우리의 시작된 사랑을
부러워 하나봅니다.

후훗..

다들 얼어붙었네..
부럽지..?

그녀가 준 떡 봉지를 힘차게 흔들며 집으로 향합니다.
날아 갈 듯 한 걸음..

‘ 또 봐요 내 사랑..’





..............................................

나른한 오후

나른한 오후..

소파에 길게 누워..
벽걸이 시계의 똑딱이는 소리가
거실 가득 매워가는 걸 느끼고
창 밖 골목의 수선거림이 꿈결처럼 들릴 때..

제대한지 두달..

할 일이 없다.

집안은 고요하다.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이 한가득 밀려온 거실엔
은근한 권태만 넘실대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은 게으름에
거실의 공기마저 날 무겁게 누르는 듯 하다..

“ 오빠야 ~ ! ”

“ 어... ? ”

꼼짝않고 방에있던 동생이
역시 두 눈에 잠이 주렁주렁 매달려선
날 내려다 보며 말을 건다.

“ 오빠야 나 심심해 우리 놀자.. ”

요녀석은 대학엘 가도 나한텐 맨날 어리광이다.
아직 신입생이라 그런가 ?

“ 싫어.. ”

“ 아이.. 놀자.. 응 ? 오빠..오빠야.. ”

갑자기 손을 뻗어 겨드랑이를 간지린다.

“ 아 싫어~! 귀찮아 저리가 ”

“ ..... ”

간질이던 손길이 귀찮아져
휙 뿌리쳐 버리곤 돌아누웠다.

“ .... ”

“ .... ”

등 뒤로 새근대는 숨결이 흔들린다.
..어휴... 삐졌나 ?
어릴 때부터 유난히 내게 어리광을 부리던 동생..
다 큰게 아직 어리광이라니..

하지만..
동생에게 난 약하다.
얼마나 귀여운데..

“ 지선아 화났어 ? ”

“ 몰라 ”

몸을 돌려보니 쇼파밑에 무릎꿇고 앉아
날 째려보던 입술이 삐죽 솟았다간 햇살에 비쳐
반짝 빛났다.

“ 오빠 피곤해서 그래.. 혼자 놀아 응 ? ”

“ 혼자 모하구 ? 그럼 팔 베게 해줘 조용히 있을께 ”

요녀석은 다 큰 기집애가..
..아빠가 없어서 그럴까.. ?

어릴때부터 늘 그랬다.
친구랑 싸우거나 울적할 때..
고등학생이 되고 난 후도 가끔씩..
내 품에 파고들며 팔 베게 해달라고..

작은 몸집에 유난히 귀여운 눈을 보면
왠지 안쓰런 마음에 동생을 꼭 안아주곤 했다.
어쩔 땐 딸 같기도 하고..

“ 엄마한테 걸리면 혼날려구.. ”

“ 후훗.. 엄마 오면 얼른 일어나면 되지 ”

어느새 소파위로 기어 올라와 내 팔을 휙 당기곤
얼굴을 묻는다.

내가 군대 가기 전쯤 고등학생이던 동생과 팔 베게하고 잠든 걸
엄마가 보고는 우리 둘에게 그러셨다.

앞으론 그러고 있지 말아라.. 이젠 다 커서 그러는 게 아니다..

엄마도 참.. 우릴 뭘로보구..
아직 동생이 여자로 느껴진 적 없다.

그런 느낌이면 이렇게 팔을 내줄 수 있을까..?

나른한 오후에
동생에게 팔을 내주고
비좁은 소파에
나란히 누워있다.

똑딱 똑딱..
아무소리 없다.
위잉..
파리의 날겟소리가 저렇게 컸던가 ?

요녀석은 자는지. 숨소리조차 안들린다.
고개를 돌려 지선이의 얼굴을 봤다.

맑고 고운 이마
감긴 눈 위로 촘촘히 돋은 속눈썹..
겨드랑이 깊이 파묻은 코 끝으로
약한 숨결이 배어나오고..

문득 한 손을 뻗어 얼굴위로 흘러내린 머릿결을
가만히 귀 뒤로 넘겨줬다.

꿈틀..

살짝 움직이는가 싶더니 손을 뻗어 내 몸을 휘감고 꼭 기대온다.
자그만 어깨 ..
그러고 있다가 깜빡 나도 잠이 들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반바지 아래 허벅지로 형언할 수 없는 몽실한 따스함에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뭘까....

일어나진 않고 의식만 깨어나
하늘로 붕..뜨는 것 같은 야릇한 감촉을 느끼고있다.
곁엔 여전히 코를 파묻고 잠든 동생이 있고..

점점 의식이 밝아오며
그 이상야릇한 느낌을 주는 실체를 알아냈다.

지선이의 허벅지..
반바지 아래 매끄럽게 뻗어난 다리 한쪽을
모로 기대 누워 살짝 내게 올린
동생의 다리..

서로의 안쪽 허벅지가 맨살을 드러낸 채 꼭 붙어있고..
어느새 커졌는지 맹렬하게 간닥대는 성기가 팬티에 눌려
아려왔다.

이상한 낭패감..

거의 동시에 두가지 생각이 밀려왔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동생을 깨워 일어나려한 맘과
알 수 없는 야릇한 감촉을
더 느끼고 싶은 생각..

나른한 시간은 위험하다.

가만히 누워 동생의 허벅지로부터 스며드는 따스함과 몽실함..
아랫배로 쌓여만 가는 아득한 느낌..
이젠 내 맘까지 떨리게 하는 겨드랑이로 스며오는 숨결까지..
눈을감고 전해오는 그대로
느끼고 있다.

아직 환하지만 약해진 햇살이
기묘한 우리를 길게 비추고있고..

고개를 돌려 잠든 동생의 얼굴을 내려다 봤다.
자꾸만 내 맘속으로 밀려들어오는
작고 귀여운 얼굴..

금지된 세계의 해안에서 서성이는 조난자처럼
내 맘이 심하게 일렁였다.

동생의 머리를 받쳐주던 손을 오무렸다.
내 품안에 잠든 지선이..

다른 손을 머뭇거리며 동생을 향해 뻗어갔다.
살짝 마주보며 양 팔로 그녀를 품안에 가뒀다.

.................

이 느낌은 뭘까 ?
일렁거리는 호흡의 떨림은 ?

신이 선악과를 금하지 않았다면
그 금단의 열매를 따던 이브의 손길이
떨리지 않았으련만..

점점 온 몸으로 그녀의 느낌이 가득 퍼져온다.
두 팔 아래 새근새근 숨쉬는 어깨의 들먹임
힘주면 깨질 것 같은 아찔한 육신..

그녀가 깨어날까 무서웠다.
깨어나 이상한 열기에 휩싸인 나를 볼까봐..
미친 듯이 성나있는 내 성기를 눈치챌까..
아니
무엇보다..
이 순간이 떠날까봐..
이 숨막히는 짜릿함이 사라질까봐..

그녀가 날 어색해 할까봐..

입안이 심하게 타들어갔다.
맑고 고운 이마가 내 입술 아래 놓여있다.
입맞추고 싶은데..

온 몸이 떨려 숨조차 쉬기 힘들다.

깨기전에 살짝 입맞추고싶다.

조금씩
조금씩

입술을 이마로 가져갔다.
엷게 배어있는 로션 향..

심장이 미친 듯 요동치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도록 두 귀가 먹먹해졌다.

입술 끝으로 그녀의 머릿결이 살짝 스쳤다.

움찔...

미칠듯한 느낌이 내 전신을 뚫고 지나간다.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점점 빠져드는 느낌
뭔가에 쫓기듯 다급해 지는 나.

입술 끝으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이마가
살짝 스치는 순간.

괘종시계가 6시를 알리며 울렸다.

‘ 댕 .. ’

흠칫...

‘ 댕 .. ’

......

‘ 댕 .. ’

순간 동생이 눈을 뜨며 날 올려봤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이마를 향하던 내 입술이
다급함에 못이겨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 흡... ”

“ .... ”

순간 동생의 온 전신이 빗방울 떨어진 연못처럼 파문이 일었고
날 감싸고 있던 손에 파르르 떨림이 느껴졌다.

....깨어났구나
잠들어 있지 그랬니..
아주 조금만 더 있다 깨지..

내 가슴을 꼬옥..움켜쥐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뭔지..
막 잠에서 깨어나 혼란스러울 지선이의 몸을
이젠 두 팔로 힘껏 끌어안고 그녀의 아랫입술을 빨았다.

잠든 사이 치아와 입술 사이사이 고여있던 그녀의
축축한 타액이 스며들어왔고
힘주어 끌어안은 내 가슴에 그녀의 작은 가슴이 눌려있다.

그녀의 온 전신이 팽팽하도록 굳어져 날 밀어내고있다.
성난 내 성기가 그녀의 맨 허벅지에 스쳐지나가고..

어느순간..

차차 그녀의 몸에서 힘이 풀려간다.

내 가슴을 꼭 쥐었던 손에도 ,
팽팽했던 전신의 긴장감도,

꼭 다물여져 있던 입술도, 그 힘을 잃고
애타게 넘어가는 내 혀를 그냥 허용하고 있다.

동생의 입안에선
잠 든 뒤 깨어날 때의 독특한 향이 배어나왔다.

혀를 조금 더 밀어 넣어 깊은 곳 웅크리고 있던 보드란 그녀의
혀를 쓰다듬었고.

함께 엉켜오진 않았지만
파르르 떨리는 눈을 꼭 감고
뭔가를 놓아버리듯
내가 하는대로 가만히 있는 동생..

이 입술이 떨어지고 나면
우리 잠들기 전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여전히 우린 다정한 오누이 일까 ?
이 입술이 떨어지고..
서로의 몸이 떨어지고..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버린 우리의 이성이
제자리를 찾아가면..

두렵다..
더욱 두려워져
그녀의 입술을 미친 듯 탐했다.

두려움 뒤에 넘실대던

깨져버린 금기의 달콤함

그 댓가가 두렵기도 한 ..

아아.. 알 수 없다.
온통 세계가 뒤죽박죽이다.

그녀를 놓아주면
그녀로 부터,
나의 이성으로부터 쏟아질 질책이
미칠 듯이 두렵다.

얼마나 흘렀을까.
약간은 어둑해지는 빛깔이
꼭 붙어있는 우리 둘의 몸을 더욱 무겁게 누르고..

한없이 보드랍고 끈적이는 그녀 의 혀가
뭔가를 말하려 꿈틀거린 그 순간..

그 순간이였다.

.............

‘ 철컥 ’

현관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

.. 엄마다

동생과 나 소스라치듯 놀라며
‘ 현실 ’ 로 돌아왔다.

.......

‘ 삐꺽... ’

“ 얘들아... 아유 무거워.. 얘~ 지선아 ~ ”

튕겨지듯 일어나는 동생의 입가로부터 내 입으로
길게.. 아주 길게
끈적한 침이 한 줄로 이어지다 흘러내렸다.

“ 네~ 엄마 ”

황급히 흘러내린 침을 손으로 훔치며 동생이 현관으로 뛰어가는걸 보며
난 다시 자는 척 하고 누웠다.

“ 아유 무거워.. 얘 오빠는 ? 아니아니 요것부터..
요 야채부터 부엌으로 좀 옮기렴 ”

“ 네.. ”

“ 아니 너 왜 그렇게 얼굴이 빨게 ? 어디 아퍼 ? ”

“ 아..아니.. 아프긴.. ”

“ 오빠는 또 자니 ? 어휴 저걸 그냥 야 인석아~! ”

“ ....... ”

“ 오늘 그냥.. 저 녀석을 확.. ”

“ 엄..엄마.. 내가 깨울게.. 오빠 좀 전에 잠든 거야 책보다가.. ”

내게 오려던 엄마는 동생이 말리자
사온 꾸러미들을 들고 부엌 쪽 으로 가셨다.

“ 아무리 복학할 때 까지만 이라도 그렇지..젊은 녀석이 허구헌 날 잠만 자니 쯧 ”

“ 아냐..엄마.. 오빠 아까 책 되게 많이 보다 잤어.. ”

“ 어이그..넌 그리 오빠를 맨날 감싸고 도는거냐 ? 쯧쯧..
얼른 깨워와 ”

“ 응 ”

아직까지 불안스런 느낌에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내 곁으로
동생이 다가오며 서늘한 바람이 일어났다.

앞에까지 온 동생..
마주보기 무서워 계속 눈을 감고 있는 내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의 음성이 들린다.

“ 오빠.. 인제 오빠한테 팔 베게 해달라고 안 할꺼야 ”

... 예전의 다정한 사이로도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그리고.. 날 용서하지 않을 것 같은 섬?한 느낌...

“ 그리구..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 ”

... 당연하지 엄마한테 말 하겠니 내 친구들한테 자랑하겠니....

갑자기 소리높여 큰 소리로 내게 말한다.

“ 오빠 ~ 인나~ 엄마왔어.. 빨랑 안인나면 엄마가 혼낸대 ~ ”

슬쩍 눈을 떠 동생을 올려다 봤다.

순간 마주친 동생의 예쁜 눈..

갑자기 동생이 부엌 쪽으로 흘깃 눈치를 보더니
아주 빠른 몸짓으로 고개를 숙여
내 입술에 ‘ 쪽 ’ 입맞춤을 해주곤 싱긋 웃고
부엌으로 달려간다..

“ 엄마~ 오빠 일어났어.. ”

“ 어서 이리와~ 밥 먹어라..왠 잠이 그리 많어... ? ”

“ 그러게 말야.. 오빠 잠팅이.. ”

“ 호호 너 말 잘했다 잠팅이.. ”

두 모녀가 부엌에서 즐겁게 웃어댄다.

.................

슬며시 일어나 얼굴을 감싸본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나른한 오후의

금지된 세계

꿈이었을까..?

알 수 없다.

진희

진희는 늪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빠져드는 늪….

“우리 애인 잘 바래다 줘야 해.”
“알았어, 짜식아.”
승현은 진희가 차 안으로 들어가자 문을 닿고 아직도 자신의 여자가 자랑스러운 듯 웃고 있는 명수를 보면서 걱정말라는 표시로 손을 흔들고는 진희의 옆자리에 올랐다.
“다음달 마지막 주라고 했나요?”
“네? 아..네.”
진희는 승현의 물음에 당황하면서 대답을 했다.
정말 묘한 기분이었다. 다음달이면 결혼할 명수의 친구인 승현을 처음 보았을 때는 평범한 인상의 보통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 들어가봐야 하는 명수 대신 진희의 집과 같은 방향인 승현의 차에 올랐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극구 권유하는 명수의 말과 그다지 나쁘지 않은 승현의 인상에 차에 오른 진희이었지만 차가 출발하자 둘만의 공간인 차 안의 분위기가 점점 묘하게 느껴졌다. 그런 기분이 들던 진희는 갑작스런 승현의 물음에 당황했던 것이었다.
“결혼 축하해야 하나요?”
“네? 무슨…”
“하하, 진희씨처럼 아름다운 여인 하나가 또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된다는 사실이 아쉬워서요..”
진희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명수의 친구인 승현…..
승현의 말은 교묘했다. 칭찬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유혹같기도 하고…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승현의 말이 전혀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았기에 진희는 오히려 얼굴이 붉어졌다.
“아쉬워 하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네? 무슨…”
“다른 남자의 여자라는 기분이 안들면 되는 거지요..”
진희는 깜짝 놀랐다. 허벅지에 올려 놓은 자신의 손을 슬그머니 덮어온 승현의 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본능적인 작은 반항의 표시로 손을 뒤집었다. 그러나 자신의 손에 밀려나리라 생각했던 승현의 손은 오히려 다시 진희의 손에 내려 앉았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깍지를 끼었다.
“부드럽네요. 진희씨 손….더욱 아쉬워요..”
진희는 자신의 손을 깍지 끼어 잡은 승현의 손에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더욱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 진희의 반응에 안심이 되었는지 승현의 손이 천천히 진희의 손에 작은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진희는 문득 명수가 생각났다.
부모님의 소개로 만난 명수는 두달이 지나서야 간신히 손을 잡아왔는데….
그러나 다행인 것은 진희의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승현은 진희의 손만 잡은 채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
“이제..내릴께요….”
깜깜한 주차장에 차를 세운 승현에게 진희가 말했다.
“가실려고요? 잠깐만 있다 가요?”
“네?”
“이대로, 다른 남자의 여자인채로 보내고 싶지 않은데요?”
“네? 그게 무슨…”
여전히 진희의 손은 승현의 손에 잡혀 있었다. 진희는 자신의 손을 잡은 승현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승현의 손이 진희의 손을 놓았다.
진희는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진희의 손을 놓은 승현의 손이 진희의 목 뒤로 가더니 승현의 얼굴이 다가왔다.
진희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진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에 닿는 승현의 입술과 그 입술 사이의 뜨거운 혀가 자신의 목덜미를 핥는 것이 느껴졌다.
“진희씨….”
진희의 어깨는 승현의 팔에 감겨 있었고 강한 힘으로 압박당하고 있었다.
“승현씨…이..이러면…”
“안되나요? 왜요?”
“당연히…..”
하지만 말을 하려 고개를 돌린 진희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입술을 덮쳐온 승현의 입술이 진희의 입을 막았다.
거침없이 밀려 들어오는 승현의 혀가 진희의 굳게 다문 입술을 아량곳하지 않고 빨다가 이로 진희의 아랫입술을 깨물자 자신도 모르게 벌린 입안으로 파고 들었다.
뜨거운 키스….
진희는 정신없이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온 승현의 혀에 자신의 혀가 희롱을 당해야만 했다.
승현의 키스는 무척이나 길었고 진희는 또 다시 머리속에서 명수와의 육개월만의 키스가 생각이 났다.
여섯시간……
둘만이 된지 삼십분만의 일이었다.
또 다른 삼십분이 지났다.
겨우 삼십분이었는데 진희의 입술은 이제 활짝 열려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온 승현의 혀를 자연스럽게 빨고 있었고 가끔은 승현의 입속으로 들어가 승현의 혀를 감아가는 자신의 혀를 발견하곤 했다.
“진희씨는 뜨거운 여자군요..”
그렇게 처음으로 해본 삼십분간의 열정적인 키스를 마치고도 아쉬운듯 연신 진희의 입술 바로 앞에서 입술을 살짝살짝 맛보듯 키스하던 승현이 말했다.
진희는 그런 승현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살짝살짝 감았다.
“이제 아쉽지 않을거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진희가 승현을 쳐다보다 승현은 대답대신 진희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댔다.
‘키스….아쉬움…’
그러나 진희는 금방 승현의 말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의 무릎에서 느껴지는 승현의 손길… 그 손은 부드럽게 진희의 무릎을 감싸더니 천천히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희는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오무렸지만 그것이 진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그 최선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침범당해 승현의 손길은 진희의 허벅지를 어루만졌다.
‘아….속바지…도…않입었구나..’
진희는 자신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승현의 손길이 허벅지 중간쯤에서 끝이난 스타킹의 끝부분에서 직접적으로 살에 닿음이 느껴졌다.
“부드러워요…진희씨 살결…”
역시 본능적인 부끄러움에 살짝 고개를 숙인 진희였지만 키스보다도 더욱 짜릿한 승현의 숨결이 어느새 귀에서 느껴지자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참으려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나 그런 진희의 상태와는 상관 없이 승현의 손길은 스타킹 위쪽에 드러난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만지기 시작했고 진희는 귀에서 느껴지는 뜨겁고 짜릿한 승현의 애무와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아무런 생각도 못 하고 처음으로 느껴보는 강열하고도 짜릿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이제 우리 사이엔 아쉬움은 없을거 같아….”
귀에 속삭이는 승현의 듣기좋은 저음과 함께 진희는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 소중한 부분이 팬티 위로 승현의 손에 의해 감싸지는 것을 느끼고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젖었어…”
살작 팬티를 젖히고 안쪽으로 파고든 승현의 손가락이 진희의 보지를 갈랐다.
진희는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일년…..이었는데…’
명수와 만난지 일년만의 첫 섹스…지금부터 삼개월 전 결혼식 날짜를 잡고 난 후에 여러 번의 고민끝에 하게 된 섹스…..그러나 지금 한시간만에 진희는 자신의 문을 결혼할 명수의 친구인 승현에게 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말…뜨겁고…부드럽고…그리고….물이 많은 여자야…’
승현의 저음이 진희의 귀에 속삭여졌다.
진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듯한 강열한 흥분…그리고 쾌감….그리고 자연스러움이었다.
승현의 손이 진희의 치마속에서 빠져나왔다. 또 다시 삼십분이 흘렀다. 삼십분동안 희롱당한 진희의 보지는 팬티를 적시다 못해 치마까지 적신 것 같았다.
그제서야 한 숨 돌리는 진희는 자신의 블라우스가 서서히 벌어지는 것을 느꼈다.
자켓 안쪽의 브라우스의 모든 단추가 열어지고 옷 속에 감추어졌던 살에 시원한 가을밤의 공기가 느껴졌다.
“멋진 가슴….이야..”
잔희는 자신의 가슴을 압박하고 있던 브래지어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지만 귓속을 파고드는 승현의 혀의 애무에 다시 눈을 감았고 잠시 후에는 자신의 가슴이 승현의 입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다시 입을 굳게 닫아야만 했다.
승현은 한국 여성치고 꽤 큰, 그러나 싱싱함을 잃지 않은 이십대 후반의 진희의 젖가슴을 마음껏 빨기 시작했다. 그리고 블라우스의 단추를 푸느라 빠져나왔던 진희의 치마속으로 들어가 작은 팬티속으로 손 하나를 깊에 밀어 넣고 한 손 가득 느껴지는 무성한 진희의 보 지털을 감쌌다.
진희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년만에 몸을 허락한 약혼자….그의 친구에겐 한시간이 채 되지 않아 자신의 모든 것을 허락했고 그의 품 안에서 처음 느껴보는 쾌락과 흥분을 경험하고 있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이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부끄러움과 창피함은 있었지만 지금 자신의 몸을 더듬는 승현을 거부할 만한 마음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승현이 주는 느낌과 흥분속에 점점 빠져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승현의 모든 애무는 집요했다. 너무나도 여자의 마음과 몸을 잘 알고 있는듯 인내심인지 아니면 배려인지 진희의 몸을 끊임없이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어느새 벗겨졌는지 진희의 치마 아래는 알몸이 되어 있었고 진희의 앞쪽 역시 밀려 올라간 브래지어 아래 탱탱한 진희의 젖가슴이 드러나 승현의 입과 손에 의해 만져지고 빨리고 있었다.
“아….”
진희의 보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승현의 손가락이 어느순간 진희의 축축해진 보 지 사이를 파고들자 진희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뜨거워…..”
승현의 속삭임이 진희의 귓가를 간지럽히자 진희는 오무리려던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승현의 손가락을 몸 깊숙이 받아 들였다.
“이제…느껴봐…”
보 지속에 들어간 승현의 손가락 끝부분이 진희의 클리토리스를 강하게 압박을 하자 진희는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승현의 목을 두 팔로 감았다.
그런 진희의 입술에 승현이 입술이 덮이고 승현의 혀가 진희의 입안으로 파고들자 진희는 강하게 승현의 혀를 빨아댔다.
잠시 후 진희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승현의 손가락이 마법이라도 부리듯 그런 진희의 떨림을 최고로 이끌어냈고 진희는 더욱 더 승현의 혀를 빨아 들이면서 믿을수 없는 강한 자극을 온 몸으로 느꼈다.
“좋지?”
승현의 숨결이 귓가에 느껴졌지만 온 몸에 전혀지는 나른함으로 진희는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현은 그런 진희를 가만두지 않았다.
“이제….네 차례야…”
승현은 바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 바지를 아래쪽으로 내리자 스프링과 같이 단단한 승현의 자지가 튀어 올랐다.
“잡아봐…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어..”
승현이 진희의 손을 잡아 자신의 자지를 잡도록 했다.
진희는 승현의 손에 이끌려 승현의 자지를 잡는 순간 깜짝 놀랐다.
승현의 자지….
비록 애인과 섹스를 나누었지만 이렇게 남자의 자지를 손으로 잡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놀람에 움찔했지만 승현이 진희의 손을 떼도록 하지 않았고 진희는 약간 시간이 흐르자 묘한 호기심마저 들었다. 자신의 한 손으로 둘레를 다 잡을 수 없을 정도의 굵기….그리고 딱딱하다 느껴질 정도의 단단함….자신의 손 안에서 불뜩거리는 승현의 자지는 서서히 진희에게서 거부감을 앗아가고 다시 진희를 묘한 흥분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만져봐..그리고 느껴봐…..”
진희는 천천히 승현의 자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부드러운 듯한 겉과 그 안의 놀랄정도의 단단함…
‘미쳤나봐..’
진희는 문득 이것이 어떻게 자신의 안으로 들어갈까..하는 생각이 들자 스스로에 대해 소스라치게 놀라야만 했다.
처음 본 남자….애인의 친구…이제 겨우 한두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그 남자의 자지를 자신의 몸안으로 들일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놀랍다 못해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놀라움도 승현의 자지가 주는 박력과 흥분을 없애지 못했고 진희는 천천히 승현의 자지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해야 했다.
“빨아줄래?”
진희는 승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자지를 빨다니…….
그러나 잠시 후 진희의 입안에는 승현의 자지가 들어가 있었다.
진희는 커다란 세단의 의자에 엎드려 승현의 자지를 입으로 빨고 있었다.
“그래..그렇게 혀를 움직여 귀두를 핥아 주는거야..손으로는 아랫쪽을 부드럽게 주무르면서…”
진희는 아무생각 없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승현의 자지를 천천히 혀로, 그리고 입으로 핥아 나갔다.
승현의 손은 그런 진희의 보지를 천천히 애무했고 가끔씩 아랫쪽을 향해 있지만 전혀 쳐지지 않은 진희의 젖가슴을 주물러 주기도 했다.
“좋아…이젠 너의 아랫입으로 내 것을 삼켜 줄래?”
승현의 말에 진희는 무엇에라도 홀린 듯 천천히 승현의 의자쪽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천천히 승현의 자지에 자신의 보지를 대고 몸을 내렸다.
“아…학…”
너무나도 강열한 느낌…..비록 애액으로 촉촉히 젖어있는 진희의 보 지였지만 너무나도 두껍고 단단한 승현의 자지는 진희의 보 지를 양쪽으로 찢어 버릴 듯 했다.
그러나 진희는 천천히 그 아픔을 참고 몸을 내렸고 어느 순간 진희는 자신의 몸 깊숙한 곳 어딘가에 승현의 자지끝이 닿는 기분이 들었다.
“아…기대 이상이군..이건…정말 좋군…”
승현 역시 진희의 몸이 상상 이상으로 훌륭하다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도 타이트하게 자신의 자지를 조여오는 진희의 몸….두 손 가득 잡힌 진희의 탱탱한 두 엉덩이를 부드럽게 문지른다.
한손으로 진희의 허리를 감아 당기자 자연스럽게 진희의 커다랗고 탱탱한 가슴…그리고 작고 예쁜 유두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천천히 움직여…니 몸으로 날 즐겁게 해 줘…”
진희는 움직임을 제어하는 차 안의 구조가 오히려 제한된 움직임으로 인해 느껴지는 압박감이 더욱 더 강한 자극을 줌을 깨달으면서 자신의 엉덩이를 잡은 승현의 손이 주는 따뜻함에 천천히 무릎에 힘을 주어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보지안쪽이 승현의 자지와 마찰하면서 느껴지는 쾌감….
진희는 지금껏 느껴보 지 못한 완벽한 일체감을 느꼈다.
‘정말..미쳤나봐….’
진희는 승현의 자지를 몸 안쪽 깊숙히 박아 넣은 채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이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행위…..
“아….못 참겠어..당신의 몸….정말 최고야…”
승현이 진희의 허리를 강하게 팔로 감았다.
“아..움직이지마….더 이상은…무리야….”
진희가 눈을 내려 승현의 눈과 마주쳤다.
“할거야….”
승현이 입으로 진희의 가슴을 빨면서 진희의 눈을 보면서 말했다. 진희는 갑자기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현의 말의 의미를 모를정도는 아니었기에 진희는 잠시 망설여졌다.
“느껴봐….당신의 몸 안에 모든 것을 쏟아 넣을 테니…”
그러나 승현의 말에 진희는 문득 강하게 승현의 모든 것을 받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승현의 목을 팔로 감아 안았다.
“아…하……..”
진희를 끌어 안은 승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진희는 자신의 보 지속에 강하게 박혀 있는 승현의 자지가 움찔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잠시 후 아랫배쪽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자 갑자기 더 없이 강한 흥분이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더욱 강하게 승현의 목을 끌어 안은 채 부들부들 떨려오는 온 몸의 진동을 참아내야만 했다.
“이제 넌 내꺼야..”
한동안의 열풍이 지나가고 어느정도 여유가 생긴 승현은 진희의 가슴을 천천히 빨면서 말했다.
진희는 약간의 두려움….부끄러움…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인해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만 같기만 했다. 사정을 했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의 보 지속에 박혀 있는 승현의 자지는 여전한 것 같았다.
‘난….앞으로….어떻게 될까…’
진희는 천천히 자신의 위로 올라오는 승현을 마주 안으면서 아래에 힘을 주어 아직도 단단함을 잃지 않는 승현의 자지를 조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열락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금지된 사랑 - 4부

“그러면 로테님은 괴테와 베토벤이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 로테 - 같은 독일인인 것은 알았지만... 친분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네요.

용일은 며칠 째 ‘소설 세상’ 카페를 통해서 로테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의도적으로 로테라는 사람에게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소설 세상 카페에 접속하는 게 일상이 되고 있었는데, 매번 비슷한 시간대에 로테라는 사람도 접속해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이게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약속을 하지 않았지만, 소설 세상 카페에 접속을 한 후, 서로를 찾기 시작했다.

* 로테 - 그런데 두 사람 나이 차이가 있지 않나요?.

“괴테가 21살이 많았지요.”

용일은 로테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과 대화를 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친한 친구였던 수만의 부재가 매우 아쉬웠던 시기였지만, 생전 만나보지도 못한 로테라는 사람이 그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고 있었다. 더구나 자신과의 관심 사항도 비슷했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주는 것이 좋았다.

“괴테와 베토벤에 대해 몇 가지 재밌는 일화가 있어요.”

* 로테 - 네. 이야기 해주세요. 베르테르님 이야기는 매번 흥미로워서...

“괴테는 그가 살던 바이마르에서는 하느님과도 같은 존재였어요. 그만큼 많은 존경을 받고 있었는데, 자존심 강했던 괴테가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 로테 - 문제가 쉬워요. 괴테와 베토벤의 일화를 말씀한다고 하셨으니... 당연히 베토벤이겠죠.

“네. 괴테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베토벤을 존경했다는군요. 베토벤이 서곡 ‘에그몬트’ 를 막 완성했을 무렵 괴테가 몇 주일간 머무를 예정으로 빈을 찾았대요. 아참, 베토벤은 괴테의 작품을 음악화 하기도 했는데. ‘에그몬트’의 부수음악으로 작곡된 에그몬트 서곡이 가장 유명해요.”

* 로테 - 아하...

“아무튼 괴테가 빈에 온 뒤로 두 사람은 만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네요. 그런데 어느 날 괴테가 감상에 곧잘 빠지는 베토벤과 프라타 공원을 산책했는데, 지나가는 시민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두 사람을 향해 머리를 숙이면서 경의를 표현했어요. 이때 두 사람의 행동은 각기 달랐는데, 어땠을까요?.”

* 로테 - 글쎄요. 전 잘 모르겠어요.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괴테였어요. 베토벤은 상념에 잡혀서 먼 하늘만 바라봤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괴테가 시민들의 인사를 답례하기 위해서 손이 너무 자주 모자에 가야하니 귀찮은 거 에요. 그래서 옆에 상념에 빠져있던 베토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선량한 시민들은 매우 따분 하군요.덮어놓고 자꾸 절만 하니 말이오.’ 그러자 괴테의 이 말을 들은 베토벤이 무슨 대답을 했을까요?.”

* 로테 - 음... 역시 모르겠어요.

“베토벤의 답변은 이랬어요. ‘저, 괴테 선생님.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섭섭해 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전부 저에게 인사하는 거랍니다.’ 어때요?. 재밌죠?.”

* 로테 - 후후훗. 그러네요.

“바이마르에서는 괴테였겠지만, 빈에서는 베토벤이었으니까요.”

* 로테 - 정말 재밌네요. 자존심 강한 괴테의 표정이 어땠을지...

용일은 신이 났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말했을 뿐인데, 로테라는 사람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래서 더욱 더 흥이 나서 타자를 치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괴테와 베토벤은 서로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교제가 끊기게 되죠.”

* 로테 - 무슨 일 때문에 그렇죠?.

“여기에도 일화가 있는데....”

* 로테 - 말씀해 주세요.

“괴테가 빈에 있을 때, 어느 날 베토벤과 점심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때 괴테는 오스트리아 황후는 예술에 대하여 훌륭한 생각을 지니고 있으므로 존경한다라는 자신의 뜻을 밝혔어요. 그런데 베토벤은 괴테와 생각이 달랐죠. 괴테의 의견을 들은 베토벤은 격한 말투로 귀족 따위가 당신이나 나의 귀한 예술을 왈가왈부 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응수했다고 해요.”

* 로테 - 사람들은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네. 생각이야 다를 수가 있는데...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어요. 괴테와 베토벤이 길거리를 산책하고 있었는데, 마침 방금 화제로 삼은 오스트리아 황후가 신분 높은 귀족들에게 싸여 걸어오고 있었대요. 이때 두 사람의 행동은 또 달라요.”

* 로테 - 대충 예상이 되네요.

“베토벤은 귀족들도 우리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길을 양보할 것이니 계속 걷자고 했지만, 괴테는 그에 응하지 않았어요. 괴테는 먼저 길가로 비켜서 모자를 벗고 귀족들에게 경의를 표했죠. 그것을 본 베토벤은 혼자 무표정하게 걸어갔어요. 그러자 황후와 귀족들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 로테 - 베토벤의 말이 맞았나요?.

“네. 베토벤의 말대로 황후와 귀족들은 그를 위해 길을 사양하고 베토벤에게 먼저 인사를 한 것이었어요. 그 후 베토벤은 괴테에게 '어떻습니까?. 제 말이 맞았지요. 선생도 이제부터는 저런 사람에게 경의를 표하지 말고 저런 사람들이 경의를 표하게 만드시오'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 로테 - 괴테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것 같네요. 안 그래도 자의식이 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네. 그 사건 이후 괴테는 베토벤을 사귈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베토벤이 이 사건을 만나는 사람마다 웃기는 말투로 떠들어서 괴테를 마치 귀족들에게 굽신거리는 속물인 것처럼 생각하게끔 만들었죠. 결국 괴테의 귀에도 들어갔고, 다시 한 번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괴테는 베토벤과의 교제를 끊어버렸어요.”

* 로테 - 그런 일이 있었네요.

“그런데 또 재밌는 일화가 하나 더 있어요.”

* 로테 - 그래요?.

“괴테와 베토벤이 틀어지면서 이 둘을 화해시키려는 사람이 있었어요. 베티나라는 여성이었는데, 괴테와 베토벤을 둘 다 존경하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이 베티나를 두고 괴테와 베토벤이 연적관계였다는군요.”

* 로테 - 오늘 흥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듣네요.

“저야 로테님이 재밌게 들어주셔서 고맙지요.”

* 로테 - 무슨 말씀을요. 베르테르님에게 제가 더 고맙죠. 매번 제가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들을 해주시니...

용일은 로테라는 사람에게 칭찬을 들으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현실에서는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는데,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은 현재 로테라는 사람 단 하나 뿐이었다.

“시간이 또 이렇게 됐네요.”

* 로테 - 베르테르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아니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저 역시도... 그래요. 즐겁습니다.”

* 로테 - ^^

또 새벽 2시를 넘겨버린 용일은 빠르게 지나가버린 시간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밤새 로테라는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는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기에 로테라는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던 용일이었다.

* 로테 - 아참.

“네.”

* 로테 - 사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어떤?.”

* 로테 - 오해하지 마시고... 며칠 간 베르테르님과 대화를 하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셔서...

“책을 많이 본 것 뿐 인데...”

* 로테 - 후훗. 그건 이미 알고 있었죠. 제가 느낀 건 뭐랄까. 베르테르님이 나이 좀 있으신 것 같아서... 그냥 물어보는 거 에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로테라는 사람의 질문을 본 용일은 적잖이 당황을 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았다. 생각해 보면 지난 며칠 간 로테라는 사람과 하루에 수 시간씩 대화를 했는데,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만약에 용일이 현실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많이 당황 하면서 대답을 잘 하지 못했겠지만, 어차피 얼굴이 보이지 않는 온라인상이었기 때문에 고민이 길어지지는 않았다.

“저... 나이 진짜 어린데...”

* 로테 - 그래요?. 전 그래도 최소한 30살은 넘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 더 어려요.”

* 로테 - 우와. 진짜요?. 27?. 26?.

“아닌데... 더 어려요.”

* 로테 - 헉.... 몇 살이에요. 베르테르님.

“음... 올해 신입생이에요. 20살.”

***

베르테르라는 사람과 채팅을 하던 은경은 크게 놀랐다. 자신과 며칠 간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하던 사람이 아들 수만과 동갑인 20살의 대학 신입생이라니... 사실 믿기지가 않았다.

“에이... 거짓말...”

* 베르테르 - 사실인데...

“진짜요?.”

* 베르테르 - 네.

베르테르라는 사람에게 재차 확인을 한 은경은 이제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20살의 어린 나이에 전문가 뺨 칠 정도로 고전 문학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니... 은경은 새삼 베르테르라는 사람의 독서량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 베르테르 - 로테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그게....”

먼저 베르테르라는 사람의 나이를 물어 본 은경이었지만, 막상 자신의 나이를 밝히려니 조금은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베르테르라는 사람의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그 부분이 의식이 되었다.

“저는... 베르테르님과 달리... 나이가 좀 많아요.”

* 베르테르 - 그래요?.

“네... 꽤 많은데....”

* 베르테르 -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사람 생각 비슷하고... 대화가 통하면... 친구도 할 수 있듯이...

베르테르라는 사람의 ‘친구’라는 말에 은경이 용기를 냈다.

“사실... 저... 43살인데...”

* 베르테르 - 아... 네.

“놀랐죠?.”

* 베르테르 - 아... 아니요.

“에이... 놀랐으면서...”

* 베르테르 - 아닌데...

“솔직히 말해도 되요. 놀랐죠?.”

* 베르테르 - 음... 아주 조금....

은경은 베르테르라는 사람과 자신의 나이 차이를 계산해 보았다. 무려 23살의 차이였다. 베르테르가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을 다시 한 번 살아도 3년이 남았다. 그런데 이런 베르테르와 친구를 할 수 있을까.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 베르테르 - 음... 괴테와 베토벤도 21살 차이였지만... 친구였는데...

“후훗. 아... 그러네요. 그런데...”

* 베르테르 - 네?.

“결국 괴테와 베토벤은 교제를 끊었다면서요?.”

* 베르테르 - 그 두 사람은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달랐으니까요.

“풋... 우리도 생각이 다를 수도 있잖아요.”

* 베르테르 - 지금은 민주공화국 시대라... 최소한 괴테나 베토벤처럼 귀족과 황족에 대한 논란은 없을 것 같은데요?.

“호호호.”

은경은 센스가\ 있는 베르테르라는 사람의 말을 듣고 손뼉을 치며 웃었다.

* 베르테르 - 그리고...

“네?. 또 뭐가 있어요?.”

* 베르테르 - 최소한 로테님과 저는 연적관계로 사이가 멀어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호호호.”

은경은 다시 한 번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베르테르에게 말을 했다.

“유쾌하게 마무리를 지어 주시네요. 잘 주무세요. 친구인 베르테르님.”

* 베르테르 - 네. 친구인 로테님도 좋은 꿈꾸시길...

베르테르라는 사람과 채팅을 마친 은경은 소설 세상 카페 접속을 끊은 후,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그래... 나이가 뭐가 중요해. 친구 할 수도 있지.”

은경은 새로운 친구 하나가 생겼다는 기쁜 마음을 안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김일경.”

“네!. 12번 훈련병 김일경.”

“이찬민.”

“네!. 21번 훈련병 이찬민.”

“홍재기.”

“네!. 5번 훈련병 홍재기.”

수만이 소속된 3중대 2소대 내무실에서는 조교 하나가 훈련병들의 이름을 부르며 편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2소대 훈련병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대하면서 조교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수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주태.”

“네!. 31번 훈련병 김주태.”

“이상. 앞으로 1시간 동안은 개인정비 시간이다. 알아서 각자 개인 정비를 하도록 하고... 소대선임.”

“네!. 1번 훈련병 최진식.”

“소대선임은 지금 나를 따라와 행정반으로 간다. 그리고 경고 하지만, 2소대.”

“넵!.”

“조용히 해라.”

“넵!.”

조교와 소대선임이 내무실을 나간 후, 대다수의 2소대원들은 입대 후 자신에게 처음으로 온 편지를 뜯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수만을 포함한 몇몇 훈련병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다.

‘왜... 편지가 안 오지.’

수만은 엄마인 은경과 친구인 용일에게 분명히 편지를 보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답장이 없었다. 편지를 받았더라면 답장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을 텐데...

‘편지가 잘 못 갔나?.’

수만은 편지가 잘 못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다시 편지를 보내야 했다. 엄마인 은경과 친구의 용일은 자신이 훈련하고 있는 훈련소의 주소를 알 길이 없을 테니 말이다.

‘아휴...’

수만은 애인에게 한꺼번에 수십 통의 편지를 받아서 입이 귀까지 벌어진 옆의 전우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매우 부러웠다. 힘들고 낯선 훈련 속에서 그나마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것은 사회에 남아 있는 가족이나 애인, 친구의 소식일 뿐이니...

‘휴... 편지나 다시 쓰자.’

대부분의 훈련병들은 편지를 읽으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수만은 관물대에서 편지지와 볼펜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은경과 용일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금지된 사랑 - 3부

용일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소설 세상’ 카페에 접속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어제 써놓은 게시물에 많은 사람들이 댓글들을 달아놨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용일은 사람들의 댓글이 반가웠다. 그만큼 자신의 게시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의견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줬다는 뜻이기도 했다.

“후후.”

용일은 이 시간이 즐거웠다. 수만의 입대로 용일은 친구 하나 제대로 없었는데, 알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쓴 글에 관심을 갖고 또 댓글을 달아줬기 때문에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새로운 친구들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로테?.”

용일은 많은 사람들의 댓글 중에서 닉네임이 ‘로테’인 사람의 댓글에 관심이 갔다. 로테라는 사람은 자신의 게시물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한 대사를 적어놓았던 것이었다. 그 대사는 소설 속 베르테르가 로테에 대한 짝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던 심정을 나타낸 것이었고 용일도 익히 알고 있었다. 더구나 용일이 ‘소설 세상’ 카페에서 쓰는 닉네임이 ‘베르테르’였기 때문에 ‘로테’라는 사람의 댓글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 에 없었다.

“옳지.”

비록 로테라는 사람의 댓글에 직접적으로 다시 댓글을 달지는 않았지만, 용일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작품에서 가장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던 장면을 정리해서 게시물로 올렸다.




제목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가장 슬펐던 장면입니다.
작성자 : 베르테르 작성일 : 20XX 년 X 월 X 일 조회 1

[베르테르] 그럼, 말할게요. 제가 오늘 산보를 나갔거든요.

[오르카] 그거 매일 하시잖아요. 그런데요?.

[베르테르] 그런데 제가 그만 돌부리에 걸렸어요.

[오르카] 그래서요?.

[베르테르] 넘어졌죠.

[오르카] 그게 고민이요?.

[베르테르] 그래서 무릎이 깨졌어요. 그래서... 아팠어요.

[오르카] 저런 안됐네. 그런데 그건 고민이 아니라 고통이라고 하는 거요. 사람이 살다 보면 다 다치고 깨지고 그러는 거지. 이제까지 한 번도 안 넘어지고 살았나 보네. 허허.

[베르테르] 그런데 그 돌부리가 내 무릎을 막 때렸어요.

[오르카] 아이고. 세상에 그런 돌부리가 다 있어?.

[베르테르] 막... 제 무릎을 막 때렸어요. 그리고 가슴으로 성큼성큼 올라오더니 제 가슴을 또 때려요. 그래서 시퍼런 멍을 만들더니 저를 낭떠러지로 밀어요. 그 돌부리를 어쩌죠. 어쩌면 좋죠. 그런데 전 그 돌부리를 어쩌지 못하겠어요.


어떠신가요?. 여러분들의 사랑은?.
젊은 베르테르처럼 아프신가요?.




용일은 사랑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아직 여자를 만나 본 적도, 사귀어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사랑이란 단어의 뜻을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 느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보면서 사랑이란 저런 아픔까지 동반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저런 아픔과 고통까지 이겨낼 수 있을는지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아직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용일이기에 사랑에 대해 생각만 할 뿐, 그 어떤 장담이나 확신도 할 수는 없었다.

“됐고... 다른 게시물 좀 볼까.”

하나의 게시물을 올린 용일은 ‘소설 세상’ 카페를 다시 훑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용일의 모니터에는 하나의 쪽지가 왔음을 알리는 창이 떴다.

“누구지?.”

용일은 자신에게 쪽지를 보낼 사람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에게 쪽지를 보냈다고 하니,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자신의 쪽지함을 확인했다. 뜻밖에도 자신에게 쪽지를 보낸 사람은 ‘로테’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었다.

- 안녕하세요. 베르테르님. 이렇게 불쑥 쪽지를 보내서 죄송합니다. 그냥 올려주신 글 잘 봤다고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어요. 방금 전에 올려주신 게시물, 저도 소설을 보고 참 좋아하는 장면이었는데... 다시 한 번 상기 시켜줘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용일은 쪽지 하나가 이렇게 사람을 기쁘게 만들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비록 로테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도 없었지만, 온라인상에서 자신이 쓴 글을 통해서 공감하는 사람이 생겼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직접 자신에게 쪽지를 보낸 것은 일종의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홀로 지내는 용일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용일은 곧바로 ‘로테’라는 사람에게 답장을 보냈다.

- 고맙습니다. 로테님. 공교롭게도 저나 로테님이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 속 인물들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쓰고 있네요. 앞으로 제가 게시물을 또 올릴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혹여나 게시물을 올린다면 관심 바랄게요. 로테님도 좋은 하루 되 시길...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하는 것, 이것은 소통이고 참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같은 취미, 같은 취향, 같은 관심사,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용일의 지금 심정이 딱 그랬다.

“음?.”

용일이 로테라는 사람에게 쪽지를 보내고 다시 ‘소설 세상’ 카페를 훑어보려는 찰나 또 쪽지 함에 새로운 쪽지가 왔음을 용일은 확인 할 수가 있었다. 용일은 곧바로 다시 새로운 쪽지를 확인했다. 쪽지를 보낸 사람은 또 로테였다.

- 지금 접속해 있으신 가 봐요?. 실시간으로 답장 쪽지를 받아서 참 반가웠어요. 저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로테라는 닉네임을 쓴 거 에요.^^*

이쯤 되니, 용일은 로테라는 사람과 쪽지를 주고받는 게 즐거웠다. 그래서 지체할 것 없이 바로 답장을 했다.

- 네. 지금 접속해 있는데... 로테님이 보내주신 쪽지를 받고 참 기뻤습니다. 제가 쓴 글이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거든요. 그리고 저 역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로테님처럼 ‘베르테르’라는 닉네임을 쓴 것인데...

용일은 로테라는 사람에게 재차 쪽지를 보냈고,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답장이 도착했다.

- 그렇군요.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또 좋아하는 소설도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여기 소설세상 카페에 가입을 한 지, 며칠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로테라는 사람의 쪽지를 받은 용일 역시 놀랐다. 자신 역시 소설 세상 카페에 가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그래요?. 저도 여기 가입을 한지, 며칠 안 지났는데... 참 신기하네요.

그러게 용일은 로테라는 사람과 쪽지를 통해서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의 쪽지를 더 주고받았는데, 로테라는 사람이 용일에게 하나의 제안을 했다.

- 쪽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제가 알기로 이곳에서는 채팅 기능이 있는 걸로 알거든요. 어때요?. 채팅으로 대화를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용일은 로테라는 사람과 쪽지를 주고받으며 매우 즐거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답장을 보냈다.

- 네. 그렇게 해요.

그리고 쪽지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용일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큰 창 하나가 뜨기 시작했다.

- 베르테르님이 대화에 참여 했습니다 -

***

은경은 오랜만에 아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사람과 직접 만나서 입으로 말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온라인상에서 우연찮게 알게 된 ‘베르테르’라는 사람과 채팅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공통된 관심사인 ‘소설’ 관련이었다.

* 베르테르 - 그러시군요.

“네. 제가 책을 좋아해서 10대 때, 아마 중학교 2학년이었을 거 에요. 제 짝지랑 저랑 단짝 친구였는데, 그 친구 집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거 친구에게 빌려가서 밤새 봤던 기억이 나요. 많이 울기도 했고... 감동도 받아서... 결국에는 아주 여러 번 보게 되었는데... 그 때문인지 친구에게 책은 돌려주지 못했죠. 푸훗.”

* 베르테르 - 하하. 저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친구에게 빌려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그래요?. 우와... 공통점이 많네요.”

은경은 베르테르라는 사람에 대해 단 하나도 알고 있는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어서 매우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일단 말이 통했고, 대화를 하다보면 비슷한 부분도 많았다.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이런 사람을 친구로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시 긴 시간이 지났지만 대화는 끊기질 않았다. 꽤 깊은 시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은경은 베르테르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고, 이쯤에서 대화의 주제는 다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돌아와 있었다.

* 베르테르 - 요새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있는데, 특히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던 인물이나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죠. 이러한 사회적 전염을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고 하기도 하고요. 참 안타까운데...

“그러게요.”

* 베르테르 - 비록 베르테르가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며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왜 하필 ‘베르테르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안타까운데... 이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더군요.

“어떤?.”

* 베르테르 - 아시겠지만, 괴테의 경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을 25살에 세상에 발표했지요. 그 전에는 풋내기 작가였는데, 이 소설을 집필한 후 단번에 스타 작가가 됩니다. 한 번 읽은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나폴레옹도 십 수번을 읽었다고 할 정도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에 열광했는지 알 수 있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 책에 깊게 빠진 독일 청년들 가운데에서는 베르테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사람도 다수 생겨났는데, 이들 가운데 베르테르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심한 경우는 책 속에서 묘사된 베르테르가 그랬던 것처럼 파란 연미복을 입고 권총으로 머리를 쏘는 것까지 따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네요.

“그렇군요. 몰랐었는데...”

* 베르테르 - 다른 이야기지만 하나 더 재밌는 사실은... 괴테를 스타로 만들어 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괴테는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글쎄요.”

* 베르테르 -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왜 그렇죠?. 자신을 인기 작가로 만들어줬는데....”

* 베르테르 - 괴테의 인생 대작은 ‘파우스트’입니다. 이 파우스트에 괴테는 모든 것을 다 걸었죠. 하지만, 그 파우스트조차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인기를 넘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자신의 쓴 작품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은경은 베르테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베르테르라는 사람은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배경까지 알고 있었다. 은경은 베르테르가 참으로 박학다식하다고 생각했다.

“놀랍네요. 베르테르님... 정말 많은 것을 알고 계신 듯... 흥미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되네요.”

* 베르테르 - 뭘요. 하나 더 재밌는 이야기 해드릴까요?.

“뭔데요?.”

* 베르테르 - 로테라는 이름이 우리나라에도 있는 것 아세요?.

“무슨 말이죠?.”

은경은 베르테르의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마 ‘로테’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진짜 있단 말인가.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베르테르라는 사람이 질문한 의도는 그게 아닐 터인데 말이다.

* 베르테르 - 롯데요.

“네?. 롯데요?.”

* 베르테르 - 네. 롯데요.

“기업 말씀하시는 건가요?.”

* 베르테르 - 네. 롯데 기업의 영문 이름을 보면 Lotte죠?. 소설 속 베르테르가 사랑하는 인물은 ‘로테’와 영문 이름이 같습니다.

“그러네요.”

* 베르테르 - 그 이유는 롯데의 신격호 회장이 청년 때 이 소설을 읽고 감명 받아서 자신의 사업체 이름을 로테의 이름을 따서 롯데라고 지었다고 하더군요.

“푸훗. 재밌는 사실이네요. 다시 말하지만 베르테르님은 정말 많은 것을 알고 계신 듯 해요. 시간만 안 늦었으면 밤새라도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데...”

* 베르테르 - 아, 벌써 새벽 2시가 다 되가네요. 저도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즐거웠습니다. 로테님.

“저야 말로요.”

* 베르테르 - 그러면 이만... 나가보도록 할게요.

베르테르라는 사람이 채팅방을 나가려고 하자, 은경은 급하게 베르테르를 잡았다.

“아참. 베르테르님.”

* 베르테르 -네?.

“또 볼 수 있겠죠?.”

* 베르테르 - 저도 소설세상 카페에 자주 올 테니, 기회가 닿으면 또 볼 수 있겠죠.

“나중에 또 재밌는 이야기 듣고 싶어서... 그래요.”

* 베르테르 - ^^

대화를 마치고 베르테르라는 사람이 채팅방을 나갔고, 은경은 이제야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간은 벌써 새벽 2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출근해야 하는데... 빨리 자야겠네.”

은경은 컴퓨터 전원을 끄고 자신의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리고 잠을 청하기 위해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잠은 오지 않고 방금 전에 베르테르라는 사람과 대화를 했던 내용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렇게 오랜만에 즐거운 대화를 나눈 것이 언제인지...’

그렇게 은경은 한참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꿈나라로 갈 수 있었다,

***

조심조심 옆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전우들이 깨지 않도록 환복을 한 수만은 관물 대에서 편지지와 함께 볼펜 한 자루를 꺼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 엎드린 채로 편지지를 바닥에 펼쳤다.

‘휴...’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수만은 방금 전까지 야간 경계 근무를 다녀왔는데, 피곤한 몸 상태에서도 바로 잠을 자지 않고 편지를 쓰려고 했다. 사실 일과가 끝나고 편지를 쓰려고 했지만, 자신의 실수로 인해서 소대 전체가 1시간 넘게 얼차려를 받았기 때문에 편지 쓸 시간도 없었고, 무엇보다 시간이 있더라도 같은 소대원들의 눈치 때문에 편지를 쓸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남들이 다 자고 있는 상황 - 불침번이 근무를 서고 있긴 했지만 -에서 어두운 취침 등 아래 볼펜을 집어 든 것이었다.

‘엄마한테 쓰고... 일룡이한테도 써야하고...’

물론, 당장 이 시간에 편지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수만은 이 시간에라도 편지를 써서 내일 당장 우체통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군대(훈련소)라 그런지 같은 소대원인 전우들이 수만을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호적인 것도 아니었다. 특히 수만과 같은 조에 속해서 훈련을 하는 전우들은 불만이 많았다. 매번 수만의 잘못 때문에 연대책임으로 얼차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위 수만은 군대에서 말하는 고문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과 시간이 끝나더라도 전우들의 눈치를 보기 일쑤였다.

쓱쓱쓱.

편지지에 글을 적는 것도 조심스러운 수만이었다. 혹여나, 편지지 소리나, 글씨를 쓰는 소리에 옆 전우가 깨면 안 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 엄마. 잘 지내?. 아들이야. 여기 훈련소인데... 힘들기도 하지만, 나름 재밌기도 해. 당연히 몸 건강하지. 같이 생활하는 전우들도 잘해주고... (생략)

- 일룡이냐?. 형님인데... 대학 다닐 만 하냐?. 군대 와보니까 참 재밌네. 물론, 당연히 힘들지. 하지만, 이렇게 힘든 훈련 하나 넘기다 보면 멋진 남자가 되는 거 아니겠냐?. 내 걱정 하지 마. 난 잘 이겨내고 있으니까... (생략)

‘휴우...’

수만이 엄마인 은경과 친구인 용일에게 편지를 다 썼을 때에는 벌써 새벽 4시가 다 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자더라도 2시간 후면, 그렇게 지겨운 기상나팔 소리가 자신의 귀를 괴롭히고 또 힘든 훈련이 시작될 것이었다. 수만은 자신이 쓴 편지를 관물대에 잘 넣어두고, 잠을 자기 위해서 자신의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눈을 뜨면 또 어떤 하루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몸을 쉬어야 할 때였다.

그러나 수만은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기상 나팔소리를 들어야했다.

금지된 사랑 - 2부



“학생. 제가 도와줄 것이 있나요?.”

은경이 그 남학생에게 말을 걸자, 그 남학생은 몸을 움찔하며 약간 놀라는 듯 했다. 그리고 은경을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숙인 후 입을 열었다.

“아... 저... 그... 아....”

“제가 도와줄 것이 있다면 정확히 말해봐요.”

은경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학생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정말 심각할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고도 이야기를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저 그러니까.... 제가.... 대학.... 레포트가 있는데... 그게.....”

그 남학생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며 말을 했는데, 조금 목소리가 작긴 했지만 거리가 가까워서 은경은 다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학생의 말을 전부 들은 은경은 남학생이 서양 고전에 대한 레포트를 쓸 책이 필요함을 알았고 순간 머릿속에서는 그와 관련 된 책 하나가 떠올렸다.

“아. 괜찮은 책이 있어요. 331.56쪽에 가면 그와 관련 된 책이 있는데...”

“고... 고맙습니다.”

여전히 그 남학생은 고개를 숙인 채 고맙다는 말을 했고, 은경은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할 정도로 내성적인 남학생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순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은경은 뒤를 돌아 책을 찾으러 가는 남학생에게 말을 했다.

“혹시, 작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괴테로 해보는 것이 어때요?.”

은경의 말에 그 남학생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필요한 책을 찾기 위해 걸어갔다.

남학생의 마지막 미소를 본 은경은 그 남학생이 참 선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만이와 비슷한 나이 같은데...”

은경은 다시 아들 수만의 생각이 떠오르자, 우울해졌다. 우울할 때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 은경은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서 보고서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

자신이 원하는 책을 발견한 용일은 집에 돌아와서 레포트 작성에 열중했다. 용일이 선택한 작가는 괴테였다. 용일은 괴테라는 작가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다. - 정확히 말하자면 용일이 특별하게 좋아하는 작가는 없었다. - 그렇지만 용일은 괴테의 작품 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만큼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였다. 용일은 자신이 왕따를 겪었던 학창시절, 집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아직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이였지만, 친구의 여인을 사랑한 한 베르테르의 심적 고통이 자신에게 전달되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조금 허술한데... 검색을 해봐야 하나.”

한동안 레포트 작성에 열중을 하던 용일은 레포트의 부족한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빌려 온 책을 가지고는 내용을 충실하게 쓸 수는 없을 듯 했다..

“소설세상?.”

용일은 N 포털 싸이트에서 ‘고전, 서양, 문학’의 키워드로 검색을 했는데, ‘소설세상’이라는 카페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와... 여기 괜찮네.”

단순히 레포트 작성을 위해서 검색을 하다 발견한 카페였는데, 카페에 접속한 용일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그 카페는 동서양을 막론한 모든 소설과 작가들에 대한 자료가 있었다. 더구나 회원들의 활동도 매우 활발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도 충분히 엿볼 수가 있었다.

“하하.”

카페를 둘러보던 용일은 계속 웃음이 나왔다. 단순히 레포트 작성을 떠나서 용일은 자신의 취미와 어울리는 곳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흡사 심심한 어린애가 놀이터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우와. 여기 자주 접속해야겠네.”

정말 많은 자료가 있었다. 친구 수만이 입대하면서 시간이 넉넉해진 용일은 꽤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소설세상이라는 카페에서 자신이 원하는 소설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기뻤다.

“일단... 카페에 가입을 하고...”

용일은 소설세상 카페에 가입을 했다. 카페에서 쓸 닉네임이 필요했는데, 잠시 고민하던 용일은 ‘베르테르’라는 닉네임을 썼다. 다행히 그 ‘베르테르’라는 이름은 누구도 쓰고 있지 않았다.

“괴테 때문에 발견을 했으니... 닉네임은 베르테르로 하고...”

카페에 가입을 한 용일은 일단 레포트 작성에 열중했다. K 대학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과 ‘소설세상’ 카페에 있는 관련 자료를 종합해서 빠른 손놀림으로 타자를 쳤다. 그리고 약 두 시간 후 레포트가 완성이 되자 소설세상 카페를 다시 한 번 둘러보기 시작했다.

“나도 의견을 남겨볼까?.”

용일은 어찌됐든, 그 카페를 통해서 레포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카페의 회원들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그 회원들의 활동 때문에 자신이 덕을 봤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소설세상 카페에서 좀 더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용일은 자신도 누군지 알 수 없는 회원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용일은 자신이 쓴 레포트의 내용 중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에 대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소설세상 게시판에 자료로써 남겼다.

***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 온 은경은 여전히 텅 빈 집에서 혼자 있었다. 저녁을 먹을 생각도 없었다. 집에만 돌아오면 아들 수만의 생각 때문에 다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은경은 언제까지 울고 지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책이라도 볼까?.”

은경은 20년 전, A 대학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도서관 사서가 되어서 자신이 원하는 책만 보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만큼 독서광이었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맞선을 봤고 곧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남편을 따라서 경기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살았다가, 남편이 죽고 아들 수만과 함께 서울로 왔다. 그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 수만과의 생계를 위해서도 취직을 해야 했다 - K 대학 도서관 사서가 된 것이었다.

“그 남학생은 레포트를 잘 썼을까?.”

문득 오후에 도서관에서 심각할 정도로 내성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해 보였던 남학생이 떠올랐다.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몇 시간이 지난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도 않지만, 그 남학생이 레포트 주제로 괴테라는 작가를 선택했지 궁금했다. 혹시나 나중에 도서관에서 마주치게 되면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은경은 괴테라는 작가를 좋아했다. 특히, 그의 작품 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정말 좋아했다. 학창시절에만 수 십 번을 봤을 정도로 좋아했다. 친구의 여인을 사랑할 수 밖 에 없었던 베르테르, 그리고 그 베르테르의 사랑이었던 로테. 은경은 학창시절 그 소설을 보며 자신이 로테라면 베르테르 같은 남자를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며 울고 또 울었다.

“아참!.”

은경은 잠시 옛 생각을 하다가, 동료사서가 알려 준 ‘소설세상’ 카페를 떠올렸다. 아들 수만을 군대에 보내고 집에 오면 할 것이 없다라는 말을 했었는데, 은경이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동료사서가 N 포털 싸이트의 한 카페인 소설세상을 소개해 준 것이었다. 그 카페에는 동서양을 막론한 많은 소설 자료가 있다고 했다. 은경은 그 말을 듣고 상당히 흥미를 가졌다.

“소설세상이라고 했지...”

컴퓨터를 켜고 N 포털에 접속한 은경은 ‘소설세상’이라는 카페 검색을 했다. 동료사서의 말대로 소설세상 카페가 검색이 되었다.

“가입을 해야 되는데...”

방금 전까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떠올렸던, 은경은 주저 없이 카페에서 쓸 닉네임으로 ‘로테’를 적었다. 다행히, 로테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회원이 없었다.

“와... 여기 정말 자료가 많네... 호호..”

은경은 오랜만에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들뜬 기분으로 카페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나는 베르테르이고 싶다?.”

방금 전에 올라온 게시물의 제목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좋아하는 은경으로서는 게시물 제목만 보더라도 상당히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지체할 것 없이 그 게시물을 클릭했다. 그리고 꽤 많은 분량의 글에 적지 않아 놀랐다. 은경은 천천히 스크롤바를 내리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정말 대단해....”

베르테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이었는데, 은경은 읽는 내내 감탄이 나왔다. 이 게시물을 적은 사람의 의견을 보고나니, 은경은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작품이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은경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해준 게시물 작성자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호... 게시물 작성자가... 베르테르였어?.”

공교롭게도 게시물 작성자의 닉네임이 베르테르였다. 은경은 좋은 글을 읽었기 때문에, 게시물 작성자 베르테르에게 짧은 댓글을 남겼다.

- 아아, 사랑도 즐거움도 인정도 환희도 이쪽에서 주지 않는 한, 저쪽에서도 주려고 하지 않지. 그리고 자기의 가슴은 행복에 가득 차 있어도 눈앞의 상대방이 냉담한 얼굴을 하고 감동을 느끼지 않는다면 행복을 나눌 수가 없다네.

은경이 남긴 댓글은 베르테르가 로테를 향한 짝사랑에 괴로워하며 말한 것으로 은경이 좋아하는 베르테르의 대사 중 하나였다. 은경은 학창시절 이웃집 오빠를 짝사랑했는데, 자신은 여자였지만 베르테르의 이 대사를 읽고 베르테르의 고통이 자신에게 느껴지는 듯 했다.

댓글을 달고 베르테르의 대사를 보며 잠시 옛 생각을 한 은경은 살짝 미소를 띠웠다. 그리고 이내 다른 게시물을 클릭했다.

***

피이이잉.
탕.

조교가 던지는 연막탄의 소리와 함께 희뿌연 연기가 이윽고 시야를 가렸다. 당장 10 여 미터 앞에 있던 소나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실전과 같은 상황, 긴장한 수만은 몸을 움츠린 채 분대장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수만이 입고 있는 CS복은 온통 진흙으로 범벅이었다.

“1분대!. 약진 앞으로!.”

분대장의 소리가 전투장에 울려 퍼졌다. 수만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숙인 채, 10여 미터를 전진했다. 그리고 다른 분대원이 전진하는 동안 지원 사격 자세를 취했다.

“탕!. 탕!. 탕!.”

비록 입으로 내는 사격 소리이지만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는 각개 전투장이었다. 이미 세 번이나 적진지 탈환 훈련을 하느라 수만의 몸은 지쳐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먼지를 먹었는지, 입안이 털털하기도 했다. 목이 말랐다. 그러나 훈련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약진 앞으로!.”

다시 한 번 분대장의 목소리가 수만의 귀에 들려온다. 수만은 다시 한 번 힘을 내며 산 중턱을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숨이 찼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번에도 실패를 하면 분대원 전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미 두 차례나 수만 때문에 적진지 탈환 훈련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성공을 해야 했다.

“헉.... 헉.... 아...”

철조망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해 포복을 하는 수만의 숨소리가 거칠어져 갔다. 약 10미터 길이의 철조망이 수만에게 너무나 길어 보였다. 엎드려 기고 있는 수만의 위로 조교들이 철조망을 밟기 시작했다. 철 가시들이 수만의 몸을 찔러 왔다.

“15번 훈련병.”

“네!. 15번 훈련병 이수만!.”

“너 그것 밖에 못해!.”

갑작스런 조교의 말에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이미 다른 분대원들은 장애물을 통과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수만에 대한 한심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들의 눈빛을 외면하고 수만은 이를 악물고 기어가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을 외치며.

“아...”

다시 한 번 철 가시들이 수만의 몸을 찔러왔다. 동시에 흙먼지들이 수만의 입 안으로 들어왔다. 수만은 몸이 아프고 괴로웠다. 그러자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눈물은 보여줄 수 없었다.

‘엄마, 일룡아...............’

수만은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유일한 친구 용일도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당장 수만의 옆에는 없었다. 그게 수만이 처한 현실이었고, 이런 현실을 극복할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이런 훈련조차 극복하지 못하면 자원입대한 보람이 없다고 생각한 수만이었기에 다시 한 번 이를 꽉 물고 앞으로 나아가야했다.

“훈련은 전투다. 각개 전투!.”

적진지를 탈환한 다른 분대원들이 산중턱에서 달려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수만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위장 크림과 땀, 흙먼지들로 범벅이 된 수만의 얼굴에는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같은 분대원과 조교는 자신의 눈물을 못 본 듯 했다. 수만은 재빨리 자신의 볼 아래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고 앞으로 기어갔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3주 만 더.... 3주 만 더... 참으면 엄마랑 일룡이랑 통화할 수 있어.....’

수만은 이곳은 군대이자, 신병교육대 훈련장임을 인식하며 다시 한 번 힘을 냈다. 이 정도의 고난은 자신이 반드시 이겨내야 함을 다짐하며....

***

밤 새 ‘소설 세상’ 카페에서 문학 관련 자료를 훑어 본 은경은 잠을 제대로 못 잤지만 오랜만에 반가운 아침을 맞았다. 그동안 수만의 빈자리 때문에 우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지만 소설세상에서의 활동이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정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은경은 취미생활을 통해서 그동안 우울했던 마음을 조금이라도 지울 수 있게 되어서 앞으로는 취미생활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화이팅.”

은경은 스스로 기운을 불어 넣으며 상쾌한 아침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아침 식사를 차려 먹었고, 잘 하지 않던 화장도 하며 출근 준비를 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상쾌했기 때문에 옷도 나름 신경을 썼다. 그리고 잘 입지 않던 스커트를 입었고, 또 잘 신지 않았던 힐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한껏 멋을 부린 후 거울 앞에 선 은경은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자신을 감상했다.

“아직... 괜찮지?.”

오늘따라 자신의 단발머리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은경의 올해 나이는 43세였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기 때문일까. 은경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30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 것 같아서 다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꺼내 든 힐을 신고 출근을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출근을 향한 발걸음도 매우 상쾌했다.

T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한 은경은 자신의 빨간 마티즈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 탄 후 시동을 걸었다. 은경이 살고 있는 T 아파트에서 K 대학까지는 도보로는 30분, 차로는 약 10분 거리였는데, 은경은 매일같이 출근을 할 때 운전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K 대학까지 걸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부르릉.

은경이 운전하는 빨간 마티즈가 부드럽게 T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평소보다는 빠르게 - 오늘따라 신호등에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아서 더욱 더 기분이 좋은 은경이었다 - K 대학 정문에 통과할 수 있었다.

중앙 도서관 뒤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은경은 도서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자리로 갔는데, 동료사서이자 친한 동생인 연희가 벌써 출근해 있었다.

“언니 왔어요?.”

“좋은 아침.”

“오늘 언니 평소와는 다르네요. 아들이 군대 가서 우울해 하는 것 같더니... 오늘 보니까 남자들이 졸졸 쫓아다니겠는데요?.”

“에이... 그럴 리가...”

“진짜인데... 언니 정말 예뻐요.”

“그래?. 호호.”

연희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은경은 그녀의 칭찬이 듣기 좋았다.

“아참. 어제 소개 해준 그 카페 말이야.”

“아. 소설세상이요?.”

“거기 내 취향이랑 딱 맞더라.”

“그럴 것 같았어요.”

“고마워.”

“뭘요.”

연희와 간단한 대화를 나눈 은경은 자신의 업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은 날이었기 때문에 일도 막히지 않고 술술 처리가 되었는데, 그만큼 평소보다 시간도 빨리 흘러갔다. 그렇게 일을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연희야. 밥 먼저 먹을래?.”

“오늘은 언니가 먼저 하세요.”

“그럴까?.”

점심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도서관 사서가 모두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보통은 교대로 식사를 하는 편이었다. 은경은 연희를 놔두고 다른 동료 사서와 함께 학교 교직원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30분이 지나서 도서관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자신의 자리에서 얼마 되지 않은 곳에서 낯설지 않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그 남학생이었다.

“레포트 잘 썼어요?.”

은경은 수줍어하던 그 남학생을 발견하고 자신의 옆을 지나갈 때 말을 걸었다. 은경이 말을 걸자 그 남학생은 살짝 몸을 움찔거렸는데, 이내 은경임을 확인하고 고개를 숙이며 말을 했다.

“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 준 것도 없는데... 잘 썼다니 다행이네요.”

“네. 안녕히...”

여전히 쑥스러워하며 얼굴을 못 마주치는 그 남학생은 급하게 인사를 하고 은경을 지나쳐 도서관 밖으로 나갔다. 은경은 한동안 그 남학생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연희야 밥 먹고 와.”

“응. 그런데 언니. 저 학생이랑 아는 사이야?.”

“아니.”

“그런데 무슨 대화를 하던데?.”

“아... 어제 레포트 쓴다고 책 빌려야 한다고 해서... 살짝 조언을 했거든. 그런데 저 남학생 숫기가 없나봐.”

“그런 것 같더라. 방금 책 반납하는데도... 고개를 숙이고 있던데...”

“그래?.”

은경은 연희와 대화를 하면서 내심 그 남학생이 걱정이 되었다. 물론, 그 남학생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심각할 정도로 사람을 상대하지 못하면 나중에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는지... 더구나 자신의 아들인 수만과 비슷한 나이 같아서 안타까운 심정이 더했다.

“아참. 저 학생 무슨 과야?.”

“잠시만.... 국문학과이고... 올해 신입생이네. 03학번.”

“그래?.”

“그러면... 언니 나 밥 먹고 올게.”

“응.”

연희가 자리를 비우고 은경은 방금 전 그녀가 남긴 말을 곱씹었다. 올해 신입생이라면 자신의 아들인 수만과 동갑이었다. 비록 수만은 대학을 가지고 않고 바로 입대를 결정했지만...

“잘하고 있겠지?.”

자신의 아들인 수만도 낯가림이 심한 것을 알고 있는 은경으로서는 방금 전 본 남학생의 영향 때문인지, 훈련소에서 힘든 훈련을 하고 있을 아들 생각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던 은경이었지만, 역시 아들 생각에는 어쩔 수 없는 어머니였다.

금지된 사랑 - 1부

솨아아아.

샤워기에서 나오는 차가운 물줄기가 수만의 몸을 적시고 있었다. 수만은 아직도 어색한 듯, 자신의 까까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봤다. 거울 속에 비치는 수만의 모습은 아직은 성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남자로서는 작은 약 165cm의 키에 체중은 50kg을 갓 넘었다. 흔한 여자들처럼 가냘 퍼 보이는 체격을 가진 수만이었지만, 그는 몇 시간이 지나면 군인의 신분을 갖게 되었다.

이제 갓, 약관의 나이가 된 이수만, 오늘은 그의 입대 날이었다.

부르르르.

아직은 4월 초의 봄이라 그런지 찬 물로 하는 샤워는 수만의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의 수만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이른 나이의 입대 결정은 수만 스스로의 결정이었지만, 아직도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잊고 싶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자신에게 아주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수만은 다시 한 번 이른 입대가 자신에게 큰 기회가 될 것임을 중얼거렸다.

털털.

수건으로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 낸 수만은 옷을 입고 욕실을 나섰다. 수만이 욕실에 나오자,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수만아, 엄마가 따라갈까?.”

“아니야, 괜찮아, 뭐 내가 어린애인가?.”

“그래도....”

“대한민국 사나이라면, 다 한 번씩 가는 거야. 너무 걱정 마.”

수만의 엄마인 은경은 울 듯 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애써 당당해 하는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은경은 수만이 입대를 하겠다고 말을 했을 때는 너무 이른 결정이라며 말렸었다. 20년간 단 한 번도 엄마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은경은 수만이 입대 결정을 철회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수만은 자신의 입대 결정에 완고했다. 은경은 수만의 완고한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이 정말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아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정말 안 따라가도 돼?.”

“응!. 엄마는 걱정 마시고 출근이나 하세요.”

며칠 전부터 은경은 수만이 입소를 하는 의정부 306 보충대에 함께 가겠다고 했지만, 수만은 그것마저도 계속 거절을 해왔다.

“정말 괜찮아?.”

“아이구. 우리 엄마 고집이 황소고집이네, 난 엄마 울고불고 하는 것 보기 싫으니까, 아무 걱정 말고 출근이나 하세요. 아들은 몸 건강히 다녀 올 테니깐.”

수만은 엄마 은경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수만이 보기에는 아까부터 은경의 눈에 벌써 눈물이 한 가득했기 때문에 자신도 눈물을 왈칵 쏟을 것 같았지만, 꿋꿋하게 참아내고 있었다. 더 이상 엄마인 은경 앞에서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수만이었다.

의정부에는 오후 1시까지만 도착하면 되었다. 그러나 수만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에서는 조금 이른 시간인 오전 8시 30분 정도가 되었을 때 현관문 앞에 나섰다. 아무래도 자신이 집에 오래 머물수록 엄마인 은경이 출근마저 미룰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수만으로서는 마음이 불편할 수 밖 에 없었다.

“수만아 왜 이렇게 일찍 가는 거야?.”

은경은 일찍 집을 나서려는 수만이 걱정스러웠다. 아무리 봐도 아직은 자신에게 어린애였다. 여자처럼 작은 체구를 가진 아들이 험한 훈련을 견뎌야 하고, 처음으로 자신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2년을 생활해야 한다니 당연히 걱정될 수 밖 에 없었다.

“친구가 따라간다고 했어.”

“친구 누구?.”

“일룡이...”

은경은 수만에게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생소했다. 수만은 물론, 은경에게도 잊고 싶은 일이었지만, 수만은 학창 시절 내내 왕따를 당해야 했다. 몸이 약하고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그런지 수만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많았고, 한 번은 학교까지 옮겨야 할 정도로 심각한 학교폭력을 당한 적도 있었다.

“일룡이?.”

“응. 엄마에게 말은 안 했지만, 일룡이라는 내 유일한 친구가 있어. 아무튼 충성!. 아들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엄마도 아들 없다고 외로워하지 말고, 혼자 사니까 문단속 잘하고... 알았지?.”

“으... 응.”

은경은 힘차게 말을 하며 자신을 걱정해주는 수만을 보며 억지로 웃으려고 애를 썼다. 어차피 집을 떠나는 아들이라면, 가는 길에라도 마음 편히 보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갈게.”

“수만아. 몸 조심 해야 해. 편지 꼭 쓰고..”

“넷!.”

수만은 힘찬 대답을 한 후, 이윽고 현관문을 나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띠리릿.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마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볼 자신이 없었던 은경은 엘리베이터 앞까지도 마중을 나가지 못했다. 오히려 현관문이 닫히자,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흑흑흑... 흑... 흑.”

은경은 그렇게 아들 수만을 걱정하며 한참동안 그 자리에 앉아 울어야 했다.

***

용일은 수만의 입대를 배웅하기 위해 의정부 306 보충대에 와 있었다. 수많은 인파가 연병장에 있었고, 그들의 대부분은 아들 혹은 친구 그리고 연인을 떠나보내는 가족들이었다. 용일의 주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용일도 점점 복이 받치는 듯 했다. 하지만, 입대를 하는 친구 앞에서 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애써 태연한 척 하려고 노력했다.

“건강해라. 만수야.”

“그래. 일룡이 너야 말로 몸 조심하고...”

시간은 어느덧 1시를 가리켰고, 신병입소식이 거행되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로 입소식이 시작되었는데, 꽤 높아 보이는 장교 하나가 마이크에 입을 대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기오신 부모님들은 아무 걱정 마시고 군에 자랑스러운 아들을 맡겨 주십시오.”

용일과 수만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입소식에 대한 장교의 말이 끝나자 일반 병사 몇이 입소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오늘 입소를 하시는 분들은 지극 즉시 좌측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용일과 수만은 서로 말없이 뜨거운 포옹을 나누었다. 그리고 용일은 수만의 등을 몇 차례 다독거려줬다.

“다치지 마.”

“짜샤. 걱정 마. 100일 휴가 때 보자.”

말을 마친 수만은 당당하게 뒤를 돌아 다수의 입소자들과 함께 연병장을 가로 질러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수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용일의 눈은 점점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눈물이 한 방울 뚝 바닥에 떨어졌다. 눈물이 가득한 용일의 눈이었지만 수만의 뒷모습을 놓치지는 않았다. 입대를 하는 친구의 마지막 모습은 끝까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수야. 잘 다녀와!.”

수만의 모습이 더 이상 용일의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뒤늦게 용일은 수만이 사라진 쪽을 향해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수만이 건강하길 빌었다. 수만은 용일의 단 하나 뿐인 친구였다.

***

용일과 수만은 서로에게 있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친구였다.

용일과 수만이 서로 친구가 된 지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밖에 되지 않았고, 실제로 얼굴을 보며 만남을 가진지는 채 2달이 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진정한 친구였다.

용일과 수만은 공통점이 많았다.

먼저 신체적인 모습을 보자면 둘 다 남자로서는 작은 키에 저체중으로 체격이 흔한 여성들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왜소했다. 그리고 성격 역시 둘 다 내성적이었다. 아니, 내성적이다 못해 자신의 의견조차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더구나 우유부단한 성격까지 있었기 때문에 용일과 수만은 학창시절 내내 왕따를 당했다.

용일과 수만은 학창시절 내내 왕따를 당했고, 때로는 학교를 옮겨야 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용일과 수만은 각자 나름대로 마음의 상처를 받으며 살아왔지만, 부모님께는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사실을 하면 부모님이 매우 슬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물론, 중간에 큰 사건이 터져서 부모님도 알게 되었고 학교도 옮기긴 했지만, 학교를 옮겨도 왕따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더 미안한 마음에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고 각자의 왕따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던 용일과 수만이었다 - 용일과 수만은 스스로 나 하나만 참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리고 그 시간이 하루 이틀이 되면서 학창시절 내내 왕따 생활을 해야만 했다.

매일같이 힘겹고 상처를 받는 삶을 살고 있던 용일과 수만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둘은 서로의 삶을 바꿔보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물론, 이 둘을 신경 써 주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1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서 왕따 생활에 대한 고민을 타인들에게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었다.

용일과 수만은 ‘아름다운 우리들의 푸르미’라는 청소년 상담을 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비슷한 시기에 서로의 왕따 생활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면서 각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상처를 치유하는 행위가 반복이 되면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사는 곳은 다르지만 동갑인 것을 확인한 후에는 비록 온라인상이었지만 친구를 하자며 약속을 했다.

그 후로는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매일같이 먼저 하는 일은 메일을 확인하거나, 메신저를 켜는 일이었다. 서로 친구가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메일과 메신저로 대화를 시작했고, - 용일과 수만은 둘 다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았다. -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용일과 수만에게는 소중한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약 10개월간 직접 만난 적도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상으로 친구가 된 후,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었다. 어쩌면 서로의 성격이 비슷했고, 무엇보다 학창시절 내내 왕따를 당했다는 공통점이 더욱 더 이 둘을 가깝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처음으로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생긴 것이었으니 말이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서 10개월간 온라인상으로만 만남을 하던 용일과 수만이었지만, 고교 졸업을 앞두고 용일이 인천의 K 대학에 합격하면서 2달 전에 인천으로 거주지를 옮겼고, 그때부터 용일과 수만은 서로 직접 만나게 되었다. 비록 얼굴을 맞대고 처음 만난 그들이었지만, 마치 10년을 함께 우정을 쌓은 것처럼, 아무 부담이나 어색함도 없이 서로를 친구로 인정하고 즐거운 시절을 보냈다.

수만이 입대를 하기 전까지, 2달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용일과 수만은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기에는 그리 짧은 시간도 아니었다. 오히려 서로에 대해 더욱 더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 서로가 신체적으로, 성격적으로 또 환경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다른 면도 많음을 알게 된 것이 그것이었다.

먼저 용일의 경우에는 독서와 영화를 좋아했다. 틈만 생기면 책을 보고 영화를 즐겼다. 그리고 유일한 친구 수만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했고, 영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에 반하여 수만의 경우에는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심지어는 프리미어리그나 메이저리그 등을 직접 챙겨 보기도 했고, 무엇보다 격투기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용일과 마찬가지로 수만도 용일에게 자신이 관심 있는 스포츠에 대해 용일에게 설명을 해줬고, 때론 직접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서로 비슷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달랐던 용일과 수만은 그렇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왕따에 대한 기억과 상처를 지우고 있었다. 왕따 생활을 하던 수 년 간의 시간보다 최근 2달 동안 용일과 수만은 웃는 날이 많아졌고, 그것은 서로의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특이한 점 하나는, 서로의 이름을 거꾸로 부른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날, 수만이 무심결에 용일의 이름을 ‘일룡’이라고 거꾸로 불렀는데, 그것이 전원일기에서 나오는 이름과 같다면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에 질세라 용일이도 수만을 이름을 뒤집었는데, 우연찮게도 수만을 거꾸로 부르면 ‘만수’라는 이름이었고, 그것은 한 지붕 세 가족에 나오는 이름과 같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용일과 수만은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용일과 수만이라는 이름 대신, 각자 일룡과 만수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용일과 수만은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며 우정을 쌓기 시작했고, 고등학교를 졸업 후 용일은 K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었다. 그가 선택한 학과는 책을 좋아했던 것처럼 당연히 국문학과였다. 그러나 용일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았던 수만은 4년제 대학에는 합격을 하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대학을 포기하고 바로 군 입대를 선택했다. 용일은 유일한 친구인 수만의 군 입대 결정에 상당히 놀라웠지만, ‘어차피 갈 군대,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수만의 의견을 존중 해 줄 수 밖 에 없었다. 용일은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수만이 입대 결정을 하자, 바로 휴학을 하고 함께 동반입대를 하려고 생각을 했지만, 수만의 반대로 무산이 되었다.

그리고 수만이 입대 신청을 하고 얼마 후, 의정부의 306 보충대에서 용일과 수만은 짧은 이별을 하게 되었다.

***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 온 은경은 텅 비어 있는 집을 보며 한 숨을 쉬었다. 이제 2년간은 텅 비어 있는 이 집에서 혼자 지내야 했다. 수만과 단둘이 살았던 은경은 수만의 부재가 매우 크게 다가왔다. 그만큼 은경은 자신의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했다. 그리고 외로웠다. 수만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걱정 되었다.

“잘 하고 있을까... 몸은 건강할까... 밥은 잘 먹을까.... 흑.... 흑...”

수만이 입대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퇴근하고 돌아올 때마다 은경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은경은 자신이 일하는 K 대학 도서관에서 수만의 생각에 멍하니 앉아 있기 일쑤였다. 그리고 매일같이 수만에게 편지가 오지 않았나 우편물 함을 들여다보았고, 밤에는 밥은 제때 잘 먹는지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텅 빈 집에서 수만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이 과정이 은경의 일과였다.

“아참......”

한참을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수만을 떠올리며 울던 은경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얼마 전부터 대학생들의 도서관 이용 현황에 대한 통계를 냈는데, 그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도서관장에게 결제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1년에 한 번씩 하는 연례행사였지만, 그렇게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휴우. 그래. 힘을 내야지. 우리 아들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건강하게 훈련을 받고 있을 거야. 암, 누구 아들인데...”

은경은 스스로를 독려하며 기운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은경은 수만이 걱정되었지만, 자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군 생활도 잘해내리라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는지도 몰랐다.

윙.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은경은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부팅이 되고 있는 컴퓨터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은경은 수만이 돌아올 때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자신이 건강한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야, 군대에 있는 수만도 걱정이 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은경은 모니터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를 띠우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보고서 작성에 들어갔다.

***

용일은 수만을 군대에 보내고 허전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대학의 새내기였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본연의 일이 있긴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만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그리고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친구 하나 없던 용일이었지만,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신의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수만이 곁에 없자 심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도 만수가 더 힘들겠지.”

왕따 생활을 한 수만이었고 용일을 제외하면 마땅한 친구가 없는 사람이 또 수만이었다. 용일은 자신처럼 내성적이고 대인관계가 익숙지 않은 수만이 걱정될 수 밖 에 없었다. 그나마 자신은 사회에 남았지만 수만은 군대에 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수만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용일 자신과는 달리 스스로의 변화를 위해 군 입대를 자원한 그가 군 생활을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 레포트는 어떻게 작성하지?.”

대학에 입학을 했지만, 용일은 여전히 혼자였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사람을 사귈 수가 없었다. 물론, 군 입대를 선언한 수만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입학 전의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지 않은 이유도 한몫했다.

“도서관에 가봐야 하나.”

용일은 ‘서양문학 고전읽기’라는 강의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담당 교수가 서양 고전문학의 작가 하나를 선택해서 그 작가의 작품들의 전반적인 내용과 그 당시의 시대상에 대해 요약을 하라는 레포트를 내줬다. 그 레포트를 어떻게 작성을 해야 할지, 용일은 고민이 되었다. 물론, 원체 책을 좋아했던 용일은 괴테, 톨스토이, 세익스피어, 니체, 헤밍웨이 등의 작가들의 대부분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일단 도서관에 가봐야겠네.”

용일은 K 대학 중앙 도선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이 어느 작가를 선택해서 레포트를 작성할 지 고민을 했다. 일단 작가를 하나 선택해야 했는데, 용일에게는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용일은 괴테도 좋고, 톨스토이도 좋았다.

K 대학 중앙 도서관에 도착 한 용일은 서양 문학책이 분류된 곳으로 갔다. 그리고 자신의 레포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땅히 용일이 원하는 책은 찾을 수가 없었다. 용일은 각 작가들의 작품 내용은 스스로 요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작가들이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과 그 시대에 영향을 미쳤던 작가들의 삶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웠다.

“아... 어떡하지.”

용일은 마땅한 책을 고를 수 없게 되자, 다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도서관 담당 사서에게 물어봐야 할 듯 했다. 아무래도 사서라면 책을 많이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책을 읽지 않더라도 어떤 책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조언 정도는 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한 용일이었다. 그러나 섣불리 용일은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 내성적인 그의 성격 때문이었는데, 한참을 고민을 하던 용일은 용기를 내어서 도서관 담당 사서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물어봐야 하는데... 이 멍청한 놈!.”

도서관 담당사서는 꽤 지적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였지만, 용일은 말을 걸기가 쉽지 않았다. 용일은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질문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을 고치고 싶었다. 하지만 용일은 그것이 쉽지 않음을 느꼈다. 지금도 좀처럼 도서관 담당 사서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용일은 그게 서툴렀다. 어떻게 보면 학창 시절의 왕따 경험이 용일을 그렇게 만든 것 같기도 했다.

“으음.”

용일이 한 자리에서 한동안 머뭇거리자 도서관 담당 사서와 눈을 순간적으로 마주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용일은 도서관 담당 사서의 눈을 피했다.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는 것은 용일에게는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

또각또각.

아주 작은 구두소리가 용일에게 들렸다. 그 소리가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용일은 반사적으로 구두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적으로 보이는 중년의 도서관 담당 사서가 용일에게 다가왔다. 이윽고 용일의 귀에는 그 중년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 제가 도와줄 것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