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2일 화요일

지영이의 엄마 -5

-어이구 ~ 태민아 웬일이냐?
-잘지내셨어요? 할머니. 그냥 할머니 보고 싶어서 왔죠.
-녀석 실없기는... 혼자 온게야?
-네... 혼탁한 서울 공기도 지겹고 해서요. 좀쉬다 가려고
-그래,그래 잘왔다 점심은 먹었고?
-네 오다가 먹었어요
-그래 할미가 저녁때 맛난거 해줄테니 쉬고 있거라.
-예 할머니.

이왕 옥천 까지 내려온김에 진짜 보은까지 온 태민이. 지영의 엄마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토요일 저녁쯤까지 기다려야 할텐데, 피시방이나 찜질방에 가있는것 보단 보은에서 쉬고있는게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보은엔 외할머니 말고도 두 살터울인 동수형도 살고 있다. 이모의 아들 그러니까 이종사촌인 동수형은 1년전부터 고시공부를 한다고 여기서 살고있다. 공부를 하기엔 더없는 환경이긴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도시문명의 혜택이 전혀없는 이곳에서 합격할때까지 살려는 동수형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태민이.

-야 너 진짜 오랜만이다. 근데 갑자기 여긴 왜왔냐?
-아까 뭐들었어. 할머니 보러 왔다니까.
-미친놈 갑자기 할머니보고 싶다고 혼자 보은까지 왔다고? 너 무슨일 있냐?
-그냥... 서울생활 지겹기도 하고... 진짜야 그냥 바람쐬러 왔어. 형..나도 여기서 고시나 볼까?
-헐... 이놈이거 무슨 문제 있구만? 이모랑 이모부는 잘계시지?
-응. 형 이따가 저녁먹고 술이나 한잔 하자~

할머니가 차려주신 구수한 시골밥상을 오랜만에 느끼곤 태민과 동수는 강둑에 앉아서
김치와 경치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있다.

-형 고시 붙으면 머할꺼야?
-아 이놈 오늘 진짜 제정신 아니네. 사시 붙은놈이 머하겠냐? 검사하다 변호사하는거지.

-후후.. 그렇지 사시붙음 검사해야지. 암... 검사해야지
-야 너 벌써 취했냐? 아니지, 혼자 보은까지 내려온걸보면 너 이미 취해서 내려온거냐?
-크크큭 맞는 말이네 항상 취해있었지. 미쳐있었지...
-미쳐있어? 뭐에? 아까 고시 어쩌구 하더니 진짜 너도 뭐 준비하는거냐?
-여자...
-여자?

맑은 공기 탓일까 태민이는 웬지 자기 심경을 다 털어 내고 싶어진다. 또 동수형은
어차피 여기 시골에서 고시준비 하는 입장이니 뭐 어디 발설해봐야 발설할곳도 없다는
생각도 들어서 마음도 입도 가벼워 진다.

- 지영이라고 4년간 ?아다닌 여자가 있어.
-4년? 짝사랑으로만?
- 그렇게 이쁘냐?
-예쁘긴 하지... 근데 잘 모르겠다 꼭 이뻐서만 인지. 에이, 형 한잔해~
-크어~ 좋다~ 야 이자식아 그래도 그게 행복한거다. 넌 사랑을 ?고 있지만 난
여기 시골구석에서 책이나 파고 있으니까.
-크크큭 형도 뭐 형이 좋아서 하는거면서. 검사 좋잖아~ 안그래 김검사?
-흐흐흐 좋지. 야 태민아, 기대해라 대한민국에 내가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 이거야.
-크크 형 나 어쩌면 형한테 수사 받겠다.
-수사? 왜 ?요즘 나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판례라도 떴냐? 짝사랑하면 수갑 채우는?
-내가 노선 변경을 좀 했거든.
-뭔 소리냐 이해 좀 시켜봐
-나 요즘 걔 엄마 작업해. 지영이 말고 지영이 엄마.
-.....? 뭔소리냐 ? 그러니까 4년간 ?아다닌 기집애 의 엄마?
-응 지영이 엄마. 유부녀. 아줌마. 남편있는 여자. 형 이거 범죄맞지?
-뭐 ?아다닌다고 범죄는 아니고. 야 근데 너 어쩌다... 진짜 미쳤냐?
- 몰라. 첨엔 4년이나 ?아다녔는데도 개무시하는 기집애한테 복수하려는 마음이었지.
니가 안돼면 니엄마라도 꼬셔주마 뭐 이런 마음?
-?? 야 어떻게 그게 그렇게 전개가 되냐? 보통은 니가 안돼면 너보다 더 멋진여자를 꼬셔주마! 뭐 이쪽으로 가야하는거 아니냐?
-그러니까 아까 내가 말했자나 쭉 미쳐있었다고 서울에서.
-하아... 야 한잔 따라봐. 이자식 심각하네.

동수 형에게 막걸리를 따르는 태민의 손에 진동이 인다. 어느새 알수 없는 눈물이
고이는 태민이.

-야 우냐? 미친놈... 야 지금이라도 관둬라. 너 그러다 진짜 큰일난다.
-울긴 ... 내가 원래 땀이 많어.
-헐... 야 ,9월 밤 강둑에서 무슨 땀이냐... 야 진심으로 걱정된다 그만둬라.
-형... 나여기서 못 멈춰. 갈때까지 가보려고...
-아 자식 말 안듣네. 야 그리고 니가 ?아다닌다고 그 지영이라는 기집애 엄마는
넘어온다냐? 차라리 지영이 한테 계속 매달리는 게 낫지.
-크크큭.. 형 그게 또 아니야. 뭔 장난인지 모르겠는데. 지영이는 날 벌레보듯 하는데
걔 엄마는 또 아니야. 일이 술술 풀려가고 있어.
- 야 임마 그게 일이 잘풀려 가는거냐!! 너 임마 만약에 진짜 그 아줌마랑 뭔일 하면
간통이야 자식아.
- 그러게... 에라 김검사 나 잡아가!~~ 잡아가쇼~
- 이거 완전히 ... 에휴... 그놈의 사랑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망가지냐. 멀쩡한 자식이.
- 지영이란 애 그렇게 좋아했었냐?
-응 ...
-그럼 더욱더 그만 둬라. 너 나중에 니 자신에게도 상처가 된다. 그 아줌마를 꼬시든 못 꼬시든...
-알아 형. 근데 늙은 도룡뇽은 쓸데없는 짓을 한번도 하지 않았대. 그래서 인생이 재미없었대. 뭐.. 이런짓 저런짓 다해보는거지 인생이란게.
-미친놈. 아무리 젊을때 죽는거 빼고 다해보라고 하지만 사랑하던 여자 엄마를 작업하는건 아니지. 정신차려라. 이제 그만... 너도 임마 답답하니까 여기까지 온거 아니냐.
-.........

진심어린 동수의 말에 흔들리는 태민이.
요즈음 집에서 잠들 때마다 찾아오는 공허함.
복수를 결심하고 지영의 집근처를 서성거리다 돌아올 때 찾아오던 쓸쓸함. 다 관두고 싶다...
그런반면, 자신을 벌레보듯 쳐다보던 그 시선이, 기습키스를 했을때 비웃음을 흘리던 그 입꼬리, 냉정하게 뒤돌아서던 뒷모습. 만감이 교차하는 태민이.

-띠딩

그때 침묵을 깨는 문자 수신음

“유민아, 외할머님은 잘 뵈었니? 토요일 저녁에 데리러 갈게. 같이 올라가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냐? 갑자기 문자보고 왜 갑자기 미친짓이야?

문자를 보더니 미친듯이 웃어제끼는 태민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동수.

-형, 신이란 존재를 믿어?
-뭐? 뜬금없이 뭔소리냐?
-부처님이든 하나님이든 알라님이든 조물주든 뭐든 믿냐고
-모르냐? 형 기독교자나. 갑자기왜?
-크크큭... 형 난 아무것도 안믿거든? 근데 뭐가 됐든간에 그런게 있다면 그 존재가
심심한가봐. 좀더 지켜보고 싶은 모양인데?
-너 완전히 취한거냐? 도저히 못알아듣겠다. 사랑타령하다 신 타령하다...
-그런게 있어 형. 암튼 오늘 한 얘기는 비밀이다.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뭐 때가 되면
나도 멈추게 되겠지...
-야 되도록 빨리 그만두고 다시 새출발해라 나이도 어린놈이.
-형이나 빨리 검사님 되쇼~ 형 검사되서 나 잡아가기 전에는 그만둘테니.

그 뒤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태민과 동수. 각기 다른 색깔의
무게만큼 짊어진 등이 처연하다.

한편 성희는 문자를 보내놓고 자신을 책망하고 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도대체 무슨맘으로...’
친정에 내려와서 계속 같은 고민을 하던 성희. 그저 보은에서 서울까지 버스 갈아타며 올라갈 태민이가 불쌍해서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보지만, 결국 같이 올라가기를 선택한 자신의 마음을 알수없다. 깡패같이 등장해서 같이 손을 잡고 걸었던 순간까지의 기억들이 스쳐간다. 덜컥 같이가잔 문자를 보낸 자신의 경솔함을 책망해 보기도 하지만 , 한번 보낸 문자를
취소할 방법도 없고 시간은 자꾸 흘러가 어느새 토요일 저녁이 되버린다.

-할머니 저올라갈께요, 동수형 갈게.
-그래 조심히 올라가거라. - 정신 차리고 공부열심히 해라.
-네 할머니 건강하세요. 또 봐, 형. 공부는 형이 더 열심히 하고~ 흐흐


-아버지 어머니 올라가 볼께요.
-그래, 운전 조심하고 .
-네 건강하세요.

얼마 뒤 성희의 차를 같이 타고 있는 태민과 성희.

-친청 부모님 만나고 오니 좋으세요?
-응? 으응. 넌 외할머니 생신은 잘 챙겨드렸니? 근데 왜 유민이만 토요일날 올라가?
부모님도 내려오셨다면서.
- 네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요
‘당신 떠보려고’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는 태민이다. 어찌됐든 일요일날 올라간다던 성희가
지금 자신의 옆에 있지 않은가.
- 그렇구나.

가벼운 질문들을 몇가지 던지고 나니 어색함을 느끼는 성희. 차라리 태민이가 이런저런
말이라도 붙여주면 좋으련만 사람 어색하게 입을 꾹 다물고 먼산만 바라보곤 있다.
시간은 저녁 6시쯤 지나서 이미 어둑어둑 해졌다. 그냥 일요일날 올라올껄 괜히
같이 올라가기로 했다는 생각이 들며 조금이라도 빨리 올라가기 위해 악셀을 밟은 다리에힘이 들어간다.

한편 사실 태민이는 어색함 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무게 잡고 있는것 처럼 침묵하고 있지만, 사실은 어떻게 나가야 하나를 계속 고민중이다. 원래 일요일 날 올라가려던 사람이 자신의 제안에 토요일로 바꿨다. 여기 까진 좋은데 여기서 막상 뭘 어떻게 진전시켜야 할지 감이 쉽게 오지 않는다.

- 마지막 휴게소네. 저녁이나 먹고가자.
‘으응? 벌써?’ 지영의 엄마의 말에 깜짝 놀라는 태민. 정신없이 대책을 강구해보는 사이
벌써 시간이 꽤흐른듯 하다.
- 그래요.

어쩌면 아무런 소득없이 이대로 이번 여행이 종료될것 같은 불길한 예감 마저든다.
밥먹는 사이 이리저리 고민해보던 태민은 한가지 게임이 떠오른다. 잘만 이용하면 뭔가 될듯도 싶다..

- 누님 서울도 다 와가는데 저랑 간단한 게임 하나 하실래요?
- 게임? 운전하면서 무슨 게임을 해?
- 하하. 괜찮아요 누님 요 이쁜 입술만 있으면 할수 있는 게임이에요.

그러면서 살짝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태민에 움찔 하지만 태연한척 말을 이어가는 성희.

-어떻게 하는 건데?
- 누님도 아시는 게임이에요. 원래 보통 술마시고 하지만 우린 그냥 맨정신에 하죠뭐
진실게임 이라고.
-진실게임?
-네 뭐 누님도 많이 해보셨겠지만 서로 상대방에게 질문을 해서 상대방이 대답하지 못할 경우. 대답하지 못한 질문의 개수가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소원들어 주기 어때요?
-그냥 다 대답하면 되지 않나?
-흐흐흐 예로 들면 이런거 물어볼껀데요~ 누님 지금 입은 팬티 색깔은?
-어머!...

얼굴이 확 달아오른 성희. 사실 자신도 대학시절 이런 것을 많이 해보긴 했지만 태민이 대뜸 자신의 팬티 색깔을 물어보거나 할줄은 예상도 못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긴장하게 되는 성희.

-헤헤헤 지금은 그냥 예를 든것 뿐이니까 카운트 에 넣지 않을께요

아무튼 이런식으로 질문을 주고 받다가 대답못한게 많은 사람이 소원들어 주기에요

-소원?
-소원은 아무거나 말하기로 하고. 대신에 상대방이 들어주기 싫으면 안들어 줘도 되기로 해요.
-그럼 그게 무슨 소원이야?
-에이 그러니까 말하는 사람이 머리를 써야죠. 들어줄만한걸로. 뭐 제가 이겼다고 치고
소원으로 포르쉐 져주세요! 이러면 안들어 주시겠지만 만원만 주세요! 뭐 이런건 들어주실수 있잖아요. 괜찮죠?

사실 자신이 만약 지게되면 소원을 들어주는게 부담스러웠는데 태민이 말을 들어보니
그렇게 부담스럽게 굴지는 않을것 같아서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성희.

-그래~ 지금부터 할까?
-네. 질문은 서울 톨게이트 진입할 때 까지 하기로 해요. 소원은 위너가 원할 때 들어주기.
-좋아. 먼저 질문해?
-오 자신 있으신가 봐요? 질문들어갑니다~ 첫 경험은 언제 누구와 였나요?

내심 이정도는 나올줄 알았다고 예상한 성희.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 성희는 거침없이 대답하기로 한다.
-고3 수험생활 끝나고 겨울. 그때 사귄 남자친구.
-와 생각보다 빠르게 대답하시네요?

‘이것봐라. 이정도는 별거아니다 이건가’

- 그 남친이 지금의 남편인가요?
- 흥~ 질문은 한번에 한 개씩 아닌가? 내 차례야!

호락호락 하지 않은 성희

-유민이 마지막 경험은 언제야?
첫경험을 물어봤으니 마지막을 묻는다는 건가? 귀엽네~

-6개월 전쯤 클럽에서 만난여자랑 원나잇~
-어머, 은근히 바람둥이네? 유민이. 그때면 아직 여자친구랑 헤어지기 전 아닌가?

사실대로 말하고 나서 아차 싶은 태민. 사실 지영일 4년간 ?아다니느라 여자친구란 존재가 없었고 가끔식 원나잇으로 욕정을 풀수 있었던 태민이다. 여자친구랑 헤어진지 얼마 안쩡좁좇繭貂? 깜빡했다.

-뭐 젊은 남자가 다그런거죠. 술마시고 춤추다보면 분위기상 그럴때가 있어요 ~

성희는 태민의 대답을 들으며 하긴 요새 젊은 애들이뭐....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반면 결혼이란 족쇄 때문에 자신은 마음껏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어머 주책맞게 내가 무슨 생각을’

-누님 생각보다 쎄게 나가시니..어디.. 남편과의 잠자리는 만족하시나요?

헉... !대답을 해야하나...망설이는 성희. 사실 남편과의 잠자리는 괜찮은 편이다. 물론 결혼하고 나서 다른남자를 모르지만 결혼전에 사귀었던 남자들과 비교를 해보아도 남편은 물건도 제법 굵고 정력도 좋은 편에 속한다.
다만 남편이 교수와 목사를 둘다 하면서부터 피곤해서인지 신앙심때문인지 잠자리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는게
문제다. 다른 아줌마들말을 들어보면 의욕은 넘치는데 5분도 안돼서 일찍 내려와 버리는게 문제라던데.
반대로 남편은 자신을 만족은 시켜주면서도 여간해서 해주질 않는게 문제였다. 자신의 몸은 나이가 들수록
더 원하는데, 남편은 세달에 한번정도 어쩌다가 자신을 안아주니 그야말로 안타까운게 남편과의 잠자리다.
그런데 그걸 물어오니 부끄러운건 둘째치고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만,,만족하는 편이야
-만족하는 편이요? 그건 뭔가요?
-두번 물어보기 없자나.
-에이 대답을 딱부러지게 해야 하죠. 아니면 대답 안한걸로 해서 소원카운트 하나 올라갑니다~
-그런게 어딨어? 좋아. 만족해. 만족하는데 횟수가 적어서 불만!

흐흐흐 보기보다 지영이 엄마 승부욕이 강한편인거 같다. 지기 싫다는 이유로 저런말을 잘도 하는 성희를 보며 오히려 순진하다는 생각이 드는 태민. 이대로 가다간 소원을 챙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생각해놓은 바가 있다.

- 좋아 나도 더 쎈거로 물어볼꺼야! 그러면 유민이는 자위행위를 며칠에 한번씩 해?

강한 질문을 고민하다, 자기도 지지 않고 좀 쎄게 나가야 겠다고 생각해서 한 질문인데 ,말하고나니 좀 부끄럽다. 태민의 표정을 보니 얼른 대답을 못하고 좀 놀란 표정이다.

-하하하. 일주일에 한번정도 해요. 근데 요즈음 몸매 죽이는 누님한명 때문에 하루에한 번씩 하나?

짓궂은 표정으로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웃는 태민이.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도 들지만 실로 오랜만에 대학교 때나 하던 진실게임 놀이가 은근히 옛 생각도 불러 일으키고 ‘몸매 죽이는’ 이라는 말이 과히 기분이 나쁘지 않다.
- 누님 제차례죠. 이번 질문엔 소원 카운트좀 얻어야 겠어요. 서울 다와가는데.
제가 만약 누님에게 키스를 한다면 어쩌실꺼에요?
-.....

당황스럽다. 지금까진 강도가 쎄다곤 해도 어느정도 예상할수 있었던, 그리고 물어볼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키스를 한다면 이라니? 게다가 천연덕 스럽게도 태민은 그런 질문을 던져놓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뭐라 대답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따귀를..때리겠지. 소리도 지르고. 욕하고.

그렇게 해야 하는 거겠지 라는 대답을 하지만 만약 태민이 갑자기 키스를 해온다면? 하는
생각에 긴장이 된다. ‘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알겠어요. 질문하세요 이제 마지막 질문 하나씩 해요 톨게이트 저앞에 보이네요.

흐흐 완전 당황한 지영이 엄마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보아하니 질문할 것도 생각못하고
살짝 긴장한것 같은데 이게 다가 아니라구요~흐흐

-어? 어...음...

이제 마땅히 질문할 것이 생각나지 않는 성희. 그 보다 아까의 질문이 계속 신경쓰이기만 한다.
그래도 마지막 질문을 애써 생각해본다.

-여자친구랑 다시 사귀고 싶어?

생각 끝에 한 마지막 질문치고는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다.
또한 이 질문에 태민이 대답을 한다고 해도 자신도 태민이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만 하면
소원 들어주기는 안해도 될 것같다는 계산을 하는 성희.

한편 태민은 한 대 맞은 기분이다. 성희야 아무렇게나 한 질문이지만 여자친구랑 다시 사귀고 싶냐는 질문에
지영이가 떠오른다. 물론 지영과 사귀지도 못했지만 자신에게 여자친구 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은
지영이 뿐이기에.조금 씁쓸한 기분. 훗... 지영아 내가 널 갖지는 못했지만 두고 봐라. 너희 엄마는 반드시.....

- 아니요. 이젠 잊어버리려구요.

일단 질문에대한 대답을 하는 태민

-이제 제 질문만 남았네요. 이거 대답하시면 둘다 소원은 없는거구요.
-그래... 말해봐?
- 어제 헤어지고 오늘 다시 만나서 올라오기 까지 친정에 있는 동안 제 생각을 한번이라도 했나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많이. 같이 올라가자는 제안 때문에 고민하고, 오랜만에 손잡고 걸었던
산책길을 비추던 햇살. 드러난 허벅지를 가려주곤 말없이 운전하던 옆얼굴.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기 보단 오랜만에 자신이 여자라는 마음이 들게 해줘서.
그렇다고해서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 뭐라고 대답하지... 아니라는 대답으로 얼버무리려는 찰나.

-알고 계시겠지만 거짓말 하면 삼대가 재수없어요!

그러면서 알수 없는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는 태민이의 시선을 어쩐지 바라볼 수가 없다.

-................... 좋아 내가 졌어. 소원을 말해봐.
-하하하. 소원은 제가 원할 때 말하기로 했죠?
뭘 말할까나 삼겹살 100인분을 사달라고 할까나? 하하하 기대하세요~

차라리 그런거면 마음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기정도야 몇십만원어치라도 사줄수 있다. 그런데 어쩐지 부끄럽고 마음이 쓰인다. 게임이 끝난 뒤로 말없이 가는 태민이가 오히려 더신경쓰인다. 무슨 말을 하려해도 알수없는 표정으로 싱그레 웃고 있는 태민이, 나이는 자신보다 한참 어리지만 웬지 자기가 끌려다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태민이가 좋아졌다거나 하는 그런 마음은 아니다. 겨우 지영이 또래 아닌가. 그리고 나이를 떠나서 유부녀인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하는 마음을 갖는거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다만 결혼한 뒤 아줌마가 된 이후로 남편이외에 알수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첫 번째 남자가 태민이라는 사실은 부정할수 없다.

-저희 집근처에 다왔네요. 이 골목 돌아서 두블럭 정도 더가면 초등학교 있어요. 거기 잠깐 들려요.
-어? 그래. 아니!.. 초등학교? 거긴 왜?

10시쯤 되는 시간. 복잡한 심경으로 태민이를 내려주고 가려는데 갑자기 초등학교를 들리자는 태민이. 의아한 생각이 든다.

- 초등학교에서 소원을 말하려구요 거기 주차할수 있어요.
- 소원? 오늘 좀 늦었는데...
- 에이. 잠깐 들려요. 가서 얘기할께요. 그리고 소원 거부할수도 있기로 했잖아요. 일단
고고~
-그래..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초등학교로 운전해가는 지영이 엄마를 보며 태민은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사실 아까 진실게임에서 소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 사고작전 때의 지영이 엄마, 수영장을 같이 다니면서의 지영이 엄마, 또한 어제오늘 옥천-보은을 같이 갔다오는 지영이 엄마 에게서 자신을 향한 마음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는걸 느낄수 있다. 이번 작전의 전리품으로 꽤나 달콤한 열매를 얻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흐흐흐

초등학교엔 시간이 시간인 지라 사람이 없다. 한적한 이곳에서 무슨 소원을 말하라는 건지 의아한 성희.
‘설마 뭐 철봉이나 그네 이런거 타기라도 시키려나?’ 태민의 속을 알수 없지만
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성희

-소원 말할께요.
-여기서? 안내려?
-네.
-그럼 왜 초등학교엘?

사실 집근처에 조용하고 한적한곳이 여기라서 온것이다. 주차공간도 있고. 어디라도
태민에겐 상관이 없었다.

-일단 들어보세요 제 소원은...

태민이 약간 뜸을 들인다. 초등학교에 내리지 않을꺼면 무슨 소원을 얘기하려고 그러지?
성희의 마음에 알수 없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말해봐
-소원으로 키스해 주세요. 입술에다가.
-뭐?

당황한 성희. 갑자기 키스라니...?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낀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아무리 자신이 알수없는 무언가를 느꼈지만 이건 아니다. 상대는 자식뻘의 아이다.

-소원은 거절할수 있다고 햇지? 그건 못들어 주겠어. 다른걸 말해봐 유민아.
-그래요? 그럼 어쩔수 없네요. 아까 진실게임 하면서 ,만약 제가 키스를 한다면 때리고, 소리지르고 욕한다고 하셨죠. 마음껏 때리고 욕하세요. 저는 이제 멈출수가 없어요.

그말을 끝으로 라디오를 켜 볼륨을 높이고 성희의 입술을 덮쳐 버리는 태민이.

-허억 흐읍 ....


지영 엄마의 연체에서 달콤한 파우더 냄새가 나와 태민의 욕정을 가속화 시켰다.
깊게빨려 들어오는 지영 엄마의 입술에서 딸기향 같은 것이 나는 것 같았다.
먹은 거라곤 저녁밖에 없는데도 이 향내는 대체뭔지. 눈을 감고 그녀의 입술을 음미하다가 서서히 벌어지는 그녀의 입술 속으로 침투를 감행했다.

성희는 입술을 빨리는 동안 점점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젠 남편도 상대를 잘 안해주고, 죽은 줄만 알았던 자신의 심장이 세차게 다시 뜀박질 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벌어지는 입술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무언가 거부의 몸짓을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점점 나락으로 빠져드는것 같아 애써 눈을 떠보니 태민의 검은 눈동자가 검은 태풍처럼 휘감기고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앞에 둔 사냥 본능을 감출수 없는 짐승의 시퍼런 안광 같다.

철렁.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이다. 무섭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든다. 그와 동시에 원피스로 감추어진 자신의 몸에 뜨거운 손길이 느껴진다.
허억... 손을 밀쳐내 보지만 소용이 없다. 게다가, 어떻게 손가락 끝의 움직임 만으로 이렇게나 몸이 한도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단 말인가! 아, 온몸이 시트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일시적으로 이성이 찾아들긴 했지만 이미 몸은 온천수에 한 시간 담그고 있었던 것 처럼 열도 나고 몽롱했다. 옷 위를 마음껏 더듬고 다니는 태민이의 손,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시 시작된 딥 키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서서히 입술을 가르고 능숙하게 밀려들어오는 이물감. 뜨끈하고 더욱 더 말캉하지만 단내가 물씬 풍겨나는 태민의 혀에서 감미로움 마져 느껴진다.

‘밀어내야 하는건가 아, 혼미해라.’

그런데 손에,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주먹을 말려면 팔의 에너지가 주먹에 응집되어야 하는데
이 팔이 미쳤나 보다. 뇌에서는 분명하게 태민의 가슴팍을 때리라 신호를 보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팔은 그의 목에 휘감겨 들어가는 중이었다.

‘안돼.... 어디까지 가려고 내가 미쳤나!!’

마음속으로 꽥꽥 소리를 질러대며 자신을 불러봤지만 이미 혀를 받아들이며 느끼는 성희는 본능에 무척이나 충실해진데다가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 은밀한 유혹에 대한 기대감을 차마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아, 어떻게 해! 너무 좋아!’

태민이의 혀놀림은 꽤나 능숙했다. 점점 이성 보단 본능에 빠져드는 자신을 멈출수가 없다.
자기도 모르게 태민이의 목을 힘껏 감고 더욱 깊이, 깊이 그의 달고 감미롭기도 하고 거칠기도 한 그의 혀를 목구멍 가득 빨아들이며 단단한 등 근육을 훑었다. 마치 퍼즐 처럼 따로 분리된 듯 느껴지는 근육들이 그녀의 손이 닿을 때 마다 꿈틀거리며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아..............하아.................”

이 신음 소리는 대체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색정적인 신음소릴 흘리는 자신에 화들짝 놀라는 성희.

‘아아.. 내 목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어. 거부해야 하는데 자꾸만 다음을 기대하게돼. 내가 이렇게 음탕한 구석이 있었나!?’

마음껏 음미하고 있는데 갑자기 태민이 거칠게 몰아붙이던 키스를 우뚝 멈췄다. 아쉬운 마음에 ‘좀 더! 좀 더!’ 를 마음속으로 남발하며 태민의 혀를 더욱 열심히 자극했다. 그러자 태민은 성희의 양 어깨를 꽉 쥐더니 서서히 그녀의 입술을 떼어냈다.
야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오는 입술. 성희는 몽환적인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핥아 올리며 태민을 그저 바라본다.

-아쉬워 하는 표정인데요?ㅎㅎ 오늘 소원은 여기까지만 받을께요.
-내가 무슨? 너 갑자기 무슨 짓이니?

입술이 떨어지며 제정신이 돌아온 성희가 태민을 다그친다. 달아오른 두볼과 자신이 보여준 몸짓들을 숨기기위해, 또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그러나 성희의 다그침에도
태민이는 여유롭다.

-싫었나요?
-.....
성희는 뭐라 할말이 없다. 싫다고도 좋다고도. 자신은 유부녀가 아닌가? 더군다나 상대는
이제 이십대 초중반. 갑자기 큰죄를 진것만 같은 기분마져 든다. 그런 자신에게 싫었나요?
라고 뻔뻔하게 묻는 태민이 얄밉다.

-나쁜놈... 너 무슨 맘으로 ...!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누님은 유부녀. 저는 학생 이거 죄짓는 건가? 근데 그런거
잘모르겠어요. 제가 아는건... 누님이 오늘 참 예쁘다는거. 아까부터 계속해서 그 달콤한
입술이 갖고 싶었다는거.
-... ....

성희는 지금 이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돌아가서 남편얼굴을 어떻게 봐야할지
난감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예쁘다는 태민이의 키스에 그렇게도 쉽게 무너진 자신의
마음은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생각할수록 복잡해진다.

-모르겠다... 일단 집으로 가야겠다. 먼저갈게.
-조심히 들어가요. 그리고 다음엔 키스만으로 만족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오늘 제가 많이 참은거 알죠? 후후. 들어가세요.

‘오늘도 키스만 하진 않았으면서...’ 올라오는 말을 삼키고 집으로 향하는 성희.

흐흐 수줍어 하기는. 이제 밥에 뜸은 다 들은건가?
그나 저나 꽤나 달콤한 입술이었어...멀어지는 지영이 엄마의 차를 바라보는 태민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지영이 엄마와 키스를 하며 그녀의 몸을 더듬을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흥얼거린다.

“ 잊어야죠 이제는 보내야죠
놔야하겠죠 잡고있던 인연도
남겨진 슬픈 추억은
내 맘속에 흔적으로 남길게요
알았었죠 우리의 마지막을
예감 했지만 멈출수가 없어
불안한 우리 사랑 더 밀어붙인 거죠
그렇지만 괜찮아요 지금도 후횐없어요
나에겐 사랑은 상처만을 남겼지만
사랑은 웃는법 또한 알게했고
사랑은 살아갈 이유를 주었다가
사랑은 절망이 뭔지도 알게했죠
사랑은 그렇게 왔다간 거죠
내 마음속에서 love is....“

-리쌍 스페셜 앨범 ‘사랑은’
song by 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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