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6일 화요일

서울의 달 - 3부

정석은 구멍가게로 돌아와 다시 소주를 마셨다.

소주를 마시는 정석의 발이 후들후들 떨린다.

경숙에 대한 배신감과 그로 인한 분노에 겹쳐 자신에 대한 자괴감까지...

어제까지 기껏해야 자식들 공부 걱정이나 하고 살아온 자신이다.

지나가는 얘기에 누구 마누라 바람났다는 소리라도 들을라치면

남편 놈이 얼마나 한심스러우면

마누라가 바람을 피우겠냐고 혀를 끌끌차던 자신이었는데...

조금 전 자신은 마누라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흥분을 했었고 그들이 그 짓을 다 마칠 때까지

혹 자기가 들키기라도 할까봐 담벼락 밑에 숨죽이며 숨어 있다가

고양이 발걸음으로 조심조심 되돌아 나왔다.

정석도 아내의 신음을 듣다가 당장 뛰어 들어가 현장을 잡고

두 년놈을 작살낼까 하는 생각을 안 해 본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자신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은 아내를 잃을 것이고 가정이 파탄날 것은 불을보듯 뻔한 이치였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좀 전 미스터 리와 아내의 말투를 보면 둘의 관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만일 미스터 리를 내보낸다면 아내가 미스터 리를 따라 집을 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석은 또 다시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한심했다.

정석은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아내에 대한 분노보다는

자신이 그동안 소중히 여겨왔던 가정이 무너졌다는 사실과

영원한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경숙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더 해 갔다.


소주를 몇 병을 마셨는데도 정석은 취하지가 않았다.

방문을 열고 컴컴한 방에 불을 켜니 경숙은 그새 들어와

한 쪽 편에서 아무 것도 덮지 않은채 자고 있었다.

자고 있는 경숙의 얼굴은 평안했다.

정석은 그런 아내의 얼굴이 음란하다고 생각했다.

약간 말려 올라간 치마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맨 무릎과 종아리도

그렇게 음란해 보일 수가 없었다.

물끄러미 아내의 자는 모습을 쳐다보던 정석은 자는 아내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경숙의 치마를 조심스럽게 들추었다.

아내는 하얀 면 팬티를 입고 있었다.

하얀 팬티 안으로 경숙의 음모가 거무티티한 음영을 드러내고 있다.

정석은 팬티에 가까이 얼굴을 대고 가랑이 사이를 살폈다.

하얀 팬티의 어디에도 경숙이 좀 전에 다른 남자와 그 짓을 했다는

흔적은 없었다.

아마도 팬티를 새로 갈아입은 듯 했다.

정석은 다시 고개를 들고 여전히 치마를 들춘 채

아내의 하반신을 훑어 보았다.

하얀 허벅지와 곧게 뻗은 다리.

그동안 수도 없이 봐오며 무덤덤히 여겼던 경숙의 몸이지만

오늘은 왠지 낯선 여자의 몸처럼 느껴졌다.

두 다리 사이에 자리잡은 하얀 팬티가 요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석은 자신의 그런 생각을 어이없어 하며 치마를 내렸다.

그리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

내일 장사하려면 일찍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정석은 카운터에 앉을 때마다 앞에 보이는 거울이 눈에 거슬렸다.

어제 아침만해도 온갖 궁리를 해가며 달아 놓은 거울인데

이제는 그 거울을 쳐다보기도 싫었다.

아니 겁이 났다.

그렇다고 어제 사다 달은 거울을 하루만에 다시 떼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정석은 애써 거울을 외면하며 하루를 지냈다.

오후가 되어 정석은 아내와 내일 필요한 음식재료를 얘기하뎐 중이었다.

정석은 아내와 얼굴이 마주치기가 두려워 아래만 내려다 보며

주문거리를 적고 있는데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불안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아내를 쳐다보니 아내의 눈이 게슴츠레 해 있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듯 하다.

정석은 순간적으로 거울을 봤다.

주방 구석에 미스터 리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다시 아내를 쳐다보니 고개를 구멍에 대고 있는 아내의 뒤편으로

반팔의 하얀 위생복을 입은 미스터 리의 팔이 보인다.

미스터 리가 지금 구부리고 있는 아내의 치마속에 손을 넣고 있는 것인가?

아내는 게슴츠레한 눈과는 달리 입은 꼭 다물어져 있다.

정석은 아무 말 없이 그런 경숙의 얼굴을 계속 바라 보았다.

조금은 넋이 나간 듯한 아내의 얼굴이 무척 요염해 보이기까지 했다.

잠시 후 미스터 리의 팔이 없어지더니 뒤의 주방문이 닫힌다.

미스터 리가 주방문을 닫은 모양이다.

'이 더운 날에 문은 왜 닫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엔 아내의 뒤로 미스터 리의 흰 위생복이 보인다.

그러더니 아내의 얼굴 뒤로 미스터 리의 손과 아내의 치마가 훌렁 걷어 올려지는게 보였다.

아내의 눈이 갑작스레 커지면서 휘둥그래지더니 자신을 쳐다보며

미스터 리를 말리기라도 하듯 손을 뒤로 휘젓는다.

정석은 얼른 고개를 숙여 아내의 시선을 피했다.

잠시후 다시 고개를 들어 아내를 쳐다보니 아내의 표정은 약간 얼이 빠진 듯

또 건성으로 자신을 쳐다 보는데 구멍에 대고 있는 아내의 얼굴이 조금씩

일정한 박자에 맞춰 건들 거린다.

그 뒤로 보이는 미스터 리의 하얀 위생복도 흔들 거리고...

정석은 기가 막혔다.

어떻게 경숙이 자기가 보고 있는데 미스터 리에게 아래를 대주고 있다는 말인가!

경숙의 눈이 점점 감겨지며 입이 조금씩 벌어진다.

그 벌린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쏟아져 나오는 듯하다.

정석은 자신의 물건이 다시 발기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정석은 고개를 숙이고 헛기침을 한 다음

정숙에게 이렇게 물었다.

주문할 게 이게 다야?

예?........예!

놀라는 경숙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며 정석은 고개를 들었다.

경숙이 구멍에서 고개를 빼며 허리를 펴자 들려 올려졌던 경숙의 치마단이

출렁하고 밑으로 떨어진다.

경숙이 주방 한 구석으로 가고 그 뒤를 쫓아가는 미스터리의 흰 위생복이 보인다.

정석은 얼른 가게를 나와 골목길로 소리 안나게 조심조심 걸어 들어가

환풍기 밑에 섰다.

아이! 주책이야!

남편이 보고 있는데 그러면 어떻해?

놀랬어?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그래서 이렇게 하는거 싫다구?

누가 싫댔나? 놀랬다는 거지!

내가 넣구 있는데 남편이 보니까 어땠어?

..............

더 흥분됐어?

아이! 몰라! 그런 말 하지마~~~~~~!

더 흥분됐어? 안 됐어?

아이 모른다니깐!

솔직히 말해! 더 좋았어? 안 좋았어? 응?

..........좋았어!

남편이 보니까 더 좋았어?

응!

쩍! 쩍! 터다다닥! 쩍!쩍!

살 부딪히는 소리가 빨라지며 요란해진다.

으으으음!

아내가 애써 신음소리를 죽이고 있다.

헉! 조..조용히....헉... 좀 해~~~!...헉!

가게에 소리...헉... 들리면 어떻할 ....헉...라구...?

아내의 걱정하는 목소리다.

괜찮아!

다시 또 살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아내의 신음소리가 높아지며

숨도 빨라진다.

헉! ...?!,,,,헉,,,,아~~! 좋아! 좋아!

아~~~몰라! 나 할 것 같애! 으으으으....!

아내가 사정을 하는 모양이다.

정석은 부풀어진 자신의 물건을 앞세우고 골목을 조심스럽게 빠져 나왔다.

가게로 들어와 카운터에 앉으며 거울을 보니

아내의 하얀 엉덩이 일부와 그 위에 걷어 올려지 치마.

그리고 여전히 그 뒤에 붙었다 떨어져다 하는 미스터 리의 하얀 위생복이 보인다.

한참을 그러더니 미스터 리가 아내의 엉덩이 뒤에서 물러 나오는데

미스터 리의 거무죽죽한 물건이 잠깐 보이더니 사라지고

엎어진 아내의 두 엉덩이가 보였다.

하얀 경숙의 팬티가 왼쪽 엉덩이 쪽으로 몰려져 있다,

잠시 후 미스터 리의 손이 와 그 팬티를 원위치시켜 놓더니 치마를 내렸다.

아마도 아내는 여전히 음식 만드는 다이 위에 엎드려 있는 모양이다.


그 시간 물건을 세우고 있는 사람은 정석만이 아니었다.

진호 아버지는 아까 자신이 본 광경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리는 바람에

물건을 뻣뻣하게 세운 채 계속 창문을 내다보고 있다.

진호 아버지 병춘은 기차 기관사이다,

그래서 하루 24시간을 근무하면 그 다음 날은 비번으로 쉰다.

아침에 집에 들어와 한 잠을 자고 일어나 창문 카텐을 열다가

병춘은 믿기지 않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병춘은 처음에 자신이 뭘 잘못 보고 있는 줄 알았다.

공터 건너로 정석의 주방이 보이고 문이 열려져 있어 그 안까지 들여다 보이는데

미스터 리가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여자 뒤에서

여자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고 있었다,

미스터 리의 손 때문에 그 여자의 치마 가운데는 허벅지 위로 한참 걷어 올려져

여차하면 엉덩이가 다 보일 지경이었다.

미스터 리의 손은 그 여자의 엉덩이 가운데서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그건 보나마나 여자의 아래를 만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스터 리의 손 움직임에 따라 여자의 가랑이 사이가 조금 보였다 감춰졌다 한다.

저 주방에 있을 여자라고는 정석의 부인인 영철엄마 뿐인데?

그렇다면 영철엄마가 저 놈에게 저렇게 아래를 주무르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영철엄마의 엉덩이가 미스터 리의 손길에 따라 이리저리 씰룩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미스터 리가 문 쪽으로 와서는 주방문을 닫아 버렸다.

'이 더운 6월에 문은 왜 닫고 지랄이야!'

병춘은 좋은 구경거리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중얼거리다

혹시 저것들이....?

문닫고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춘은 자신의 짐작이 거의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운 겨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열려져 있는 주방문이었다.

이 여름날에 뭘 감출 일이 아닌 다음에야 저 문을 닫을 이유가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병춘은 정말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도 늘 영철엄마를 볼 때마다 자신의 아내 진호엄마와는 달리

육체파인 그녀를 늘 한번 안아 봤으면 하고 군침을 흘려 왔었다.

색기어린 그녀의 얼굴은 또 얼마나 자극적인지 분명 잠자리도 끝내줄 거라는

막연한 추측을 해왔다.

한 번은 진호엄마 가게에서 정석과 술을 마시다가

넌지시 정석에게 영철엄마가 잠자리에서 잘해주는지 물어 봤지만

정석은 우리 마누라 그런거 몰라요! 하고 단번에 자신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그런 정석의 말에도 불구하고 병춘은 정석이 괜히 하는 소리라고 믿고 있었다.

병춘은 영철엄마가 주방 뒷마당에서 일이라도 하고 있으면

슬적 다가가 말도 시키고 샤츠 사이로 보이는 영철엄마의 풍만한 젖가슴 위를

훔쳐보며 농지거리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영철엄마가 워낙 곁을 안주는 통에 매번 뒷통수를 긁으며

씁쓸하게 뒤돌아서곤 했던 것이다.

그런 영철엄마가 저런 날탕 같은 젊은 놈에게 아래를 주무르도록 내줬다는 것이

못내 믿어지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발느림을 한탄했다.

병춘은 불거진 자신의 아랫도리를 슬슬 어루만지며 둘이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 한이 없었는데 한참이 지난 후에야 닫혔던 주방문이 열리고

미스터 리가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 대 꼬나 문다.

얼마 후 영철엄마도 밖으로 나오더니 옆에 붙어 있는 영철네 살림집으로 가는데

미스터 리가 자기 앞으로 지나가는 영철엄마 엉덩이를 철썩하고 때린다.

영철엄마가 놀라 돌아서며 미스터 리를 때리려는 흉내를 내다가는

웃으며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둘이 노는 모양을 보며 병춘은 두사람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병춘은 그날 하루종일 밖에도 나가지 않고 창문에 매달려 있었지만

더 이상의 구경거리는 없었다.

저녁 때가 되어 구멍가게로 나가 서성대다가 정석을 비롯한 매일 저녁 구멍가게로

출근하는 패거리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병춘은 낮에 보았던 영철엄마의 모습에 입이 근질거려 죽을 지경이었지만

입을 다물고 정석을 자주 쳐다 봤다.

평소에 늘 유쾌하던 정석이 침울한 표정에 술도 평소보다 많이 마셨다.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정석도 영철엄마와 미스터 리의 관계를 알고 있는 것일까?

늦게까지 같이 술을 마시고 가게를 닫은 후 병춘은 아내와 집에 들어오자마자

진호엄마를 눕히고 올라탔다.

평소에 이런 일은 병춘보다 진호엄마가 훨씬 적극적인 편이라

진호엄마가 먼저 눈치를 줘도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핑계로

몸을 사리곤 하던 병춘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진호엄마는 얌전하게 생긴 겉모습과는 달리 잠자리에서는 무척 적극적이다.

어쩌다 남편이 자신의 몸위로 올라와 용두질을 해댈 때면

소리도 많이 내고 요분질을 해대며 달려드는 통에 병춘이 질려할 정도다.

사실 진호엄마는 남편과의 관계가 늘 성에 차지 않았다.

그 날 남편이 먼저 자신의 몸을 요구하며 자신의 몸 위로 올라오자

진호엄마는 은근히 기대를 했었다.

그렇지만 병춘은 낮부터 영철엄마 때문에 흥분해 있던 터에

영철엄마 상상을 하며 관계를 하다보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빨리 사정을 하고 말았다.

진호엄마는 혼자 씩씩대며 난리를 치다가 금방 떨어져 나가는 남편을 보자

은근히 부아가 났다.



병춘은 이제 쉬는 날이면 새로운 소일거리가 생겼다.

창문 밖 내다보기다.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잠시라도 눈을 붙이던 병춘이

이제는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늘 창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게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병춘의 기대와는 달리 그 후 몇 번의 쉬는 날에도 불구하고

병춘은 이렇다 할 구경거리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종일 창문 밖 내다보기로 하루를 보내던 병춘은 밀려오는 잠에 취해

잠깐 누워 눈을 붙였다가 깨보니 밖이 온통 깜깜했다.

몇시나 됐는지도 모른채 습관적으로 창문 커텐을 들치고 밖을 내다보니

정석네 식당 주방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런가 보다고 커텐을 내리려는데 미스터 리가 주방문을 닫더니 주방의 불이 꺼졌다.

'다 끝나서 이제 들어가나?' 하고 커텐을 내리고 돌아서다 생각하니

'아니지! 들어가려면 불끄고 밖에서 문 닫는게 순서인데....'

여기까지 생각이 든 병춘은 부리나케 신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공터를 더듬어 정석네 식당 주방으로 가 주방문에다 귀를 댔다.

'소곤소곤'하는 사람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병춘은 발걸음을 옮겨 창문 밑으로 갔다.

조금 열린 창틈 사이로 소리가 훨씬 또렷이 들렸다.

그런데 그것은 말이 아니고 신음소리였다.

아~~~~! 좋아! 으으으흐....!

분명 영철엄마 경숙의 목소리였다.

누난 이걸 너무 좋아해!

아~~! 자기가 그렇게 만들어 놓구선......아하!

좋아?

응! 너무 좋아! 헉,,,헉,,,

이젠 자기 없으면 못 살 것 같애,,,,,흐응....

경숙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다니...

경숙이 미스터 리에게 빠져도 단단히 빠진 모양이라고 병춘은 생각했다.

그들은 한참이나 그 짓을 해댔다.

미스터 리가 말한다.

이제 아저씨 집에 들어올지 모르니까 그만 들어가지!

아이! 조금만 더 해줘~~!'

경숙이 콧소리를 내며 매달린다.

그러더니 또 한동안 또 신음소리가 난무하더니

경숙이 아~~~! 여보 나~~~! 해! 나해! 으으으흐....!

하며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낸다.

병춘은 더 있다가는 두 사람이 주방을 나오다 자신을 보기라도 할까봐

얼른 다시 공터를 건너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

방에 불도 키지 않은 채 창문을 내다보니 주방엔 다시 불이 켜져 있었다,

미스터 리가 먼저 나와 영철네 집으로 들어 가더니

조금의 시간 차이를 두고 경숙이 나와 주방 자물쇠를 잠그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 다음 병천이 쉬는 날.

창 밖을 보니 경숙이 수도가에서 김치거리를 씻고 있었다.

병춘은 얼른 밖으로 나가 경숙 곁으로 다가갔다.

경숙이 병춘을 보고는 안녕하세요? 오늘 쉬시는 날인가 보죠?'

인사를 하더니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한다.

병춘이 인사를 받으며 주방안을 슬쩍 둘러 보았다.

미스터 리는 어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영철엄마가 요새 무슨 좋은 일이 있나봐요.

아주 얼굴이 활짝 폈어요!

워낙 경숙만 보면 실없는 소리를 자주하던 병춘이라 이런 소리가 새로울 것도 없지만

오늘은 자신을 쳐다 보며 실실거리며 여유를 보이는 폼이

뭔가 평소하고는 좀 다른 듯 했다.

밤낮 부엌에서 일만하는 사람이 좋은 일이 뭐가 있겠어요.

경숙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하며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였다.

왜요? 부엌에서도 좋은 일 만들려면 얼마든지 있죠! 흐흐흐...

경숙은 그 소리에 가슴이 뜨끔해져 병춘을 쳐다 봤다.

아니 부엌에서 무슨 좋은 일을 만들어요?

참 내 별소릴 다 듣겠네....!

경숙은 하던 일을 멈추고 얼굴이 벌개져 일어나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허허! 그깟 소리에 뭘 화를 내고 그래요?

얼굴 붉어지는 것 보니까 좋은 일이 있긴 있나보네....허허허!

마지막 말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병춘이 갔다,

주방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던 경숙은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려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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