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1일 월요일

원 나잇 - 3부

사춘기란 참 이기적이다. 나의 변화는 성장이지만 친구의 변화는 변절이다. 타인의 변화에 인색한 것은 어느 때나 다 그렇다지만 내 사춘기는 더욱 심했다. 결국 내 실수는 예정되어 있었고 내 청소년기 또한 비뚤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억더미에 인덱스가 없는 탓에 정확히는 모르겠다. 언제부터 나와 미소의 격차가 벌어졌는지. 초등학생 때 이미 멀어졌던 것일 수도 있다. 미소는 그 때에 조차 친구 많은 인기인이었으니까. 어쩌면 중학생이 되어서 그 격차가 더욱 커진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나 이렇게 늘어놓다보니 시점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격차가 생겼고, 내가 마침내 인식해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제까지 당연했던 일상이 오늘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일상의 비 일상화다. 그것은 인지만 하던 것을 새로이 인식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엔 그 인식이 좌절이었을 뿐이지.

인식의 날은 우연하게 다가왔다. 미소가 학교 축제에서 노래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당시의 나로선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별 관심 갖지 않은 탓에 미소의 스테이지는 예정된 것이었음에도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때문에 미소의 변화-엄밀히 말해서 내가 보지 못한 일면이었지만-는 우연하게 다가와 충격으로 터졌다.


중교 축제의 허름한 가설 스테이지. 관객 대다수는 시큰둥한 태도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러나 미소가 스테이지에 오른 순간 천지가 개벽했다. 싸구려 반주기와 맞춰 부르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였기에 순간 마법인가 했을 정도다. 그 순간 미소는 세이렌이고 우리는 난파선의 선원이었다. 그 놀람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킥이라도 당해봐야 알 것 같았다.

“쟤, 걔 맞지? 너희 아랫집 산다는.”
“아, 어어.”

친구의 질문에 황망히 대답했다. 그 뒤에도 몇 마디를 더 나눈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이라곤 그 순간의 충격뿐이다. 이쪽보다 반 미터밖에 높지 않던 스테이지는 일순 K2보다 높아 보였다. 스테이지가 쭉쭉 올라가는 착각은 곧 내가 백척간두로 추락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 때 내 귀에서 윙윙댄 것이 갑작스런 이명耳鳴인지, 아니면 음향기기의 하울링Howling 이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관객들의 환호였을 지도 모르지.

난 곧바로 자리를 떴다. 미소의 맑은 노래가 디스토션에 걸린 듯 갈라졌기에 귀를 막았다.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스테이지에서 멀어져도 실제 멀어졌단 느낌은 받지 못했다. 억만 리에 한 걸음 더해봤자 별 차이 없는 것처럼 이미 미소는 먼 우주의, 별 세계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난 무언가에 쫓기듯 집으로 도망쳤다. 그러다 우연히 거리의 쇼윈도에 비친 한 소년을 보았다. 잘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웬 평범한 놈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날 미소는 “나 노래 부르는 거 봤어?” 하며 인사를 건넸다. 봤다고 하자 미소는 어땠냐고 물었다.

너만 잘났지?

그 한마디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입에서 터져 나올 뻔 했다.

화가 났다. 배신감이 들었다. 항상 옆에 있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이미 나 따윈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물론 친구의 성장을 기뻐해줘야 했겠지. 그러나 난 너무 어렸다. 친구의 비상보다는 같이 나락에서 뒹굴길 바랐으며 나보다 앞서나가지 않길 바랐다. 훗날 생각해보면 이는 나의 평범함에 상처 받고 싶지 않던 발버둥이었다.

“응?”

감상평을 재촉하는 미소의 행동엔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러나 내가 비뚤어져 있었기에 그녀 또한 비뚤어져 보였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자알- 하네.”

반쯤 비틀린 조소였다. 그러나 미소는 그 사실을 모른 채 활짝 웃었다. 그 미소를 마주한 순간 난 부서졌다.

그 웃음은 날 추락시킨 것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음이었다. 내 좌절을 모름이요, 관심 갖지도 않음이며, 우리의 격차는 원래부터 당연했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미소에게 있어 우리의 우열관계는 미소에게 일상이었다 느껴졌다.

분명 그때 우리의 키는 비슷했다. 그러나 그 때 만큼은 날 내려 보는 것 같았다. 가증스러운 배신자. 마음 비틀려 있던 난 그렇게 분노했다.


그 후로 미소의 존재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또래 여자애들보다 큰 키에 외모도 성숙하다. 친구관계도 좋았으며 노래 실력까지 뛰어나다. 예전부터 그랬겠지만 새삼 다시 느끼니 이토록 완벽한 여자도 있을까 싶었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나는 옆에 있는 것조차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와 아이스크림 물고 떠드는 일상도 그 무렵부턴 불가능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녀 옆에만 서면 날 찌질이로 만드는 열등의 마법이 펼쳐졌으니까.

사실 미소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분명 평소처럼 날 대했다. 그 모습은 어제의 일상과 그대로 일치했다. 그러나 내가 변한 탓에 미소와의 일상은 더 이상 일상일 수 없었다. 나는 미소에게서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여전히 각각 1층, 2층에 살았지만 시간대만 잘 맞추면 하루 종일 얼굴 안 마주칠 수 있었다. 미소를 피해 다니며, 그녀가 한 발자국 다가오면 열 발자국 물러났다. 어렵진 않았다. 때때로 미소가 무슨 일 있냐 물어도 없다고 대답하면 그만이기도 했고.

열등감은 화선지에 떨군 먹처럼 내 몸을 스멀스멀 번져가는 중이었다. 내가 미소보다 못하고 평범한 놈이라 한탄한 만큼, 농담이 번져나가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중학 3년을 거치고 교복을 바꿔 입었다. 미소의 집은 이사를 갔다. 미소와 인연은 여기서 끝인가 했다. 그러나 신은 미소와의 인연을 끊지 않았다. 난 고교 3년도 미소와 같은 교복을 입어야 했다.

처음엔 아예 남남처럼 지내려 했다. 그러나 미소의 붙임성은 그것을 뚫고 들어왔다. 겨우 밀쳐냈나 싶으면 또 은근슬쩍 다가온 후였다. 가공할만한 끈질김이었다. 몇 번이나 다투고, 푸닥거리 하고, 내친김에 욕까지 해 봐도 그 때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미소는 유들거리는 미소로 다가왔다.

에스메랄다와 노트르담의 꼽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사람에게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는 격언을 개소리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관계. 그 예가 우리였다. 꼽추가 아무리 종을 잘 친다 해도 꿈같았던 하룻밤을 반주삼아 자위질 할 놈에 불과하며, 온달이 숙련된 나무꾼이라 해도 내세울 거라곤 신부 잘 들였을 뿐인 병신 머저리에 불과했다. 미소와 함께 있으면 나는 늘 열등아였다. 사람들 또한 달리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믿고 싶었던 거겠지.

그렇기에 난, 그 시절의 나를 이해하며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미소의 호의를 무시한 것을, 쉼 없는 짜증과 주저 없는 욕설을, 정신적 한계점에서의 쌍소리를, 미소를 기만하던 뒷담화를,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꿈에까지 찾아오는 열등감을, 미소가 이해 못한 좌절감과 턱 끝까지 차올랐던 한계점을 변명한다.


그 결과 고 3 무렵엔 이미 갈 때까지 간 후였다. 한 반 같은 공간에서 말, 눈길 교환 하는 법이 없었다. 늘 웃으며 다가오던 그 친근감이 사라진 것이다. 그 무렵엔 미소가 마침내 포기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기뻐해도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자그마한 의문이 생겼다. 내가 정 떨어지게 행동하긴 했지만 순전 그 이유 때문으로 멀어진 걸까. 미소가 마침내 더 못 버티겠다 싶어서 그랬던 걸까.

순전히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졸업 여행에서 말을 나눌 리 없었으니까. 관계를 다잡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체념할 만한 상황이었으니 구태여 또 부딪힐 이유가 없었다.

왜냐고? 이는 이미 끝난 마당에 뭘 또?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니까. 마치 헤어진 연인 가는 걸음 붙잡아 놓고 ‘미안, 이건 못 다한 따귀.’ 하면서 뺨 올려붙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해야 할까.

결국 그 날의 만남은 우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 아니었을까.


* * *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수도처럼 시원하게 쏟아낼 수 있다면 조금은 편해질까. 이 억하심정을 터트린다면 좀 나아질까. 수돗물을 끊고 대신 상상을 이어보았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서 자연스레 다가간다. 그리고 미소에게 다가가 툭,

왜 거짓말 하냐?

그러자 상상 속의 미소가 대답했다. 무슨 거짓말?

이게 당연한 흐름이겠지. 다짜고짜 속내를 찔렸다고 당황하며 털어놓는 것은 소설 속 이야기다.

“…후우.”

많은 것이 어긋났다. 우연한 만남을 술자리로까지 끌어온 사람은 미소다. 순전히 동창과의 해후를 위한 자리였다면 이상할 것은 없겠지. 한껏 마시고 웃고 떠들면 되니까. 그런데 재회에 기뻐해야 할 미소는 가식 떨고 있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미소는 왜 날 잡았을까. 거짓을 꾸며내는 것을 보면 친목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나야 원치 않는 자리에 붙잡혀 왔다 치자. 맨 정신으로 있기 거북하여 가식이나 떨고 있는 것이 그 결과다. 그러나 미소는 나와 다르다. 그녀가 원해서 만든 자리다.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 테고. 그런데 그 ‘무엇’이 뭔지를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의문은 커지고, 술기운은 그냥 따져 물으라며 나를 팔밀이 했다.

당장이라도 문고리를 벌컥 열려는 충동을 집어삼킨다. 정신 좀 차리자. 묻는다고 답해줄 리도 없는데. 대답을 얻기 위해선 다른 방향으로 행동해야 했다. 내 본심을 풀고 기브앤테이크로 받아오든가, 심문하다시피 꼬치꼬치 캐묻든가. 그것도 아니면 만취할 정도로 먹여 절로 실토하게 만들든지.


그렇게 얼마동안을 고심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렇게 고심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궁금해야 할 이유가 있나? 미소가 거짓말을 하면, 그래. 거짓말을 한다 치자. 그런데 뭐? 어쩌라고. 그걸로 끝인 거다. 뱀굴 인지 모르는 것도 아닌데 더 손 집어넣어 물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 없다. 생각해보면 미소에 대해선 모르는 게 약이었다. 지금이야 마음 닫고 거짓말 하며 겨우 버틴다지만 계속 얘기하다보면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미소 또한 가식 떠는 중이란 것을 알게 되니 ‘그래도 소꿉친구니까’하는 미련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결국 이런 관계였다. 업무관계자끼리의 공적 관계와 다를 바가 없다. 인간적이 정이 개입될 리 없는 계산적인 관계. 만일 미소가 술친구를 원했던 것이라면 한 병을 비운 것으로 끝났다. 내가 말상대 역할을 다 못했으면 술값을 얼마간 보태면 되는 거다.

번뇌처럼 차올랐던 의문은 해탈처럼 단 순간에 사라졌다. 이토록 간단했다니. 그래, 할 만큼 했으니 여기서 파장하자. 즐거웠다. 다음에 또 보자. 다시 연락 않을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연락을 약속하며 끝내자. 그런 인사치레는 퍽 익숙하니까 어렵지도 않다. 그제야 수도꼭지가 터지 듯 모든 것이 후련해졌다.

수돗물을 잠그고 화장실을 나왔다. 이제 미소 흉내나 내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흉내 중일뿐인 나의 술자리를 끝낼 시간이었다.


홀에 나오니 미소는 한 바텐더와 이야기 하는 중이었다. 손을 털며 다가가자 미소는 제 가망을 맡기며 말했다.

“나도 잠깐.”

미소는 쌩하니 화장실로 들어갔다. 바텐더는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이 사람이 그 치프란 사람 같다. 남자 바텐더들 틈의 홍일점인 것도 그렇거니와 적게 잡아도 다른 바텐더들보다 대 여섯은 많아 보였다. 미소가 언니라고 부른 것을 보면 아마 맞을 거다.

“얼마 나왔죠?”
“계산 다 했다네.”

그녀는 사무적으로 대답하며 잔을 닦았다.

“그래서 얼만데요?”

그녀는 잔에서 시선을 뗐다. 화장과 어두운 조명 사이로 흐리게나마 잔주름이 보였다. 시큰둥한 눈빛 속에서 왜 필요도 없는 질문을 하냐는 의아함이 엿보였다.

내가 더 의아하다. 가격 묻는 게 이상합니까.

“왜 궁금해?”
“궁금하면 안 되나요?”

그녀는 재밌다 는 얼굴로 대답했다.

“풀 보틀 350. DC 해서 315. 거기에 안주로 플러스 19.”

잠시 텀을 두고 말을 이어나간다.

“팁은 빼고. 흠, 더 없나. 아. TAX는 별도야.”

…이거 바가지 맞지?

“바가지라 생각되면 주류상 가서 물어 봐. 민텔바 더 캐스크 오피셜 83년 산 얼마냐고.”

그녀는 내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덧붙였다.

“미, 뭐요?”
“민텔바.”

죠스바 자매품이냐. 그녀는 굳어진 나에게 더 흥미가 없는지 다시 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돈 앞에 무너지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앳된 자존심일지는 몰라도 돈을 보태려면 보태려 했다. 이대로 얻어먹고 가고 싶지 않았다. 미소에게, 여전히 너보다 못할지 모르지만 옛날만큼은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반응이 다들 똑같으니 재미가 없잖아.”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예?”
“부담 갖지 마. 걔 평소 마시는 만큼 나온 거니까. 게다가 자기가 다 냈는걸.”

그리고는 반 쯤 찰랑이는 잔을 밀어준다. 물이었다.

별 이유도 없는데 문득, 잊고 있던 씁쓸함이 되살아났다. 막말로 미소가 잘 나가는 것은 비단 오늘만이 아니다. 딱 봐도 내 박봉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벌겠지. 씁쓸함 속에 예상한 바였지만 현실로 마주한 순간 그 사실은 더욱 썼다.

그러면 이 물은 그 쓴 맛 달래라 밀어준 것이라도 될까. 과연. 몇 백짜리 술집답네. 기가 막힌 서비스야. 허탈함에 잔을 쥐는데 그녀가 또 툭하고 한마디 한다.

“돈에 쓸 신경이 있으면 오늘 밤 에스코트에나 더 신경 써.”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그녀는 아무 설명도 없었다. 핀잔주듯 한번 흘겨본 것이 전부였다. 뭣 모르는 20대 초반이라면 못 알아챘을 미비한 동장.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제는 그 의미를 알 만큼 늙어버렸다.

눈치 좀 있으라는, 장소 좀 가려서 떠들라는 무언의 기색이다. 지금껏 만나온 여자들이나 상사들이 짓던 제스처였다. 그 순간 내 경험들이 그 의미를 외쳐댔다. 난 어처구니가 없어 한 마디로 부정했다.

“그냥 친굽니다.”

그런데 별로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녀는 조개처럼 입을 다문채로 잔만을 닦아댔다. 억울해서 한 번 더 말하려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미소와 내가 친구였던가. 소꿉친구이긴 했었다. 같은 학교 다닌 동창이기도 하고. 누군가 우리 사이를 묻는다면 친구라 대답하겠지. 그러나 정말 ‘친구’였냐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다. 오늘의 나를 부단히 괴롭혔던 것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접대 하는 것처럼 마냥 가식 떨어놓고 이제 와서 친구라니. 가식의 대답이 죄책감이 되어 날 쿡쿡 찔러왔다.

“친구?”

그녀는 어느새 닦던 잔을 놓은 후였다. 그녀의 꾹 닫혀 있던 입은 살짝 벌려져 있었다. 눈동자에도 흥미가 샘솟아 있었다.

조개는 익을수록 입을 벌린다. 내 대답과 반응이 뜨거운 물을 끼얹은 것처럼 그녀를 자극한 것 같았다. 다들 반응이 똑같다는데 나만 다르다면 충분히… 잠깐만.

생각을 돌려보자. 이런 휘황찬란한 가게에서 DC까지 해줄 정도면 미소는 단골이 틀림없다. 그 말은 즉슨, 이 바텐더는 미소의 평소 모습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 순간 내 촉이 번뜩였다. 순수한 풋사랑과 멀어져 남녀의 거짓 사랑 놀음에 익숙해진 촉이.

반응이 다들 똑같으니 재미가 없잖아.

미소와 함께 왔던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는 소리. 이 무지막지한 술값에 내보인 반응도 놀람으로 똑같았겠지. 그러나 나만 놀람 이후의 반응이 달랐던 것이다. 정리해보면, 미소는 여러 남자들과 오늘 같은 자리를 보냈다는 뜻이 아닐까. 나와 했던 거처럼 술잔을 맞대고, 넘쳐날 만큼 있다는 돈으로 술값을 계산하고, 그 이후엔?

돈에 쓸 신경이 있으면 오늘 밤 에스코트에나 더 신경 써.

그 순간 허공에서 우리의 눈빛이 교차했다. 그와 동시에 짧은 문장도.

아차와, 아하.

상황이 이해되며 소름이 돋았다. 이젠 추측이 아니라 아예 확신이다.

가식의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이런 경우에도 헌팅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동창끼리의 눈 맞음? 표현이 어찌되었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아직 돈이나 제의도 안 받았는데 남창이 된 기분이었다. 이미 비싼 술 얻어마셨으니 화대는 지불한 셈인가. 아니. 차라리 돈을 내야 할 만큼 미인이니 오히려 땡큐인 상황일 지도 모른다. 그래도

더럽다. 진짜.

“지희 친구라고?”

바텐더는 다소 심각해진 표정으로 운을 뗐다. 그러나 그 질문에 나온 내 반응은 실소였다.

그래, 본명 쓰기는 뭐했지? 지희 따위의 가명이나 남자 홀리는 장소도 한 둘이 아닐 테지. 지희의 밤이 지나면 태희의 밤이 올 테고, 또 어느 날은 지영일 지도 모른다. 미소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면 딱히 상상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여기까지 추락했구나. 영원히 열등의 대상이라 생각한 존재가 추락하는 모습은 참 통쾌했다. 또 열등의 페이지로 기억을 채워야 하나 했는데 이 예상치도 못한 선물은 뭐지? 지금껏 접대하듯 비위 맞춰준 것의 보상은 강한 단맛으로 다가왔다.

“정말 친구야?”
“친구, 맞겠죠.”
“에휴. 내가 이 오지랖 때문에 한 번쯤 실수하겠지, 하겠지 했는데…”

그녀는 또렷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것 치곤 상대가 나쁘지 않네.”
“예?”
“그럭저럭 재밌기도 하고.”
“뭐라고요?”
“저기. 한 번만 더 반문하면 세 번째야. 그만 좀 하지?”

미소의 남성 편력을 실토한 것은 실수라면 실수다. 치부에 가까운 것이니 제 3자가 말하기엔 너무나도 뭣하다. 그런데 이 바텐더는 그런 실수를 저질러 놓고도 뭐, 재밌어? 난 황당해서 확인 차 물었다.

“그 상대가 혹시 날 말하는 겁니까?”
“그럼 누구겠어. 저기서 양복 입고 허세 부리는 버그베어인 줄 알았어?”

그녀의 말에 조금 떨어져 있던 남자가 한 마디 했다. 그녀의 표현처럼 꽤나 덩치가 있었다.

“이거 다 근육이라고.”
“어머, 변명 안 해도 괜찮아. 난 푸짐한 인상이 좋거든.”
“말은 잘해.”

둘의 대화가 희극처럼 이어졌다. 더 못 보겠다 싶어 끼어들었다.

“친구 아닐 수도 있는데요.”

그것이 본심이었다. 난 진심을 블러핑으로 포장해 보았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친구 아니면 더 취하게 만든 다음에 일어났겠지.”

확실히 그녀 말이 맞았다. 섹스를 기대했다면 미소가 만취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고작해야 9시다. 두세 시까지 질펀하게 마시고 텔에서 질펀하게 놀아제낄 생각이라면 너무 이르다. 충분히 친구로 보일 법 했다.

“이봐, 친구. 구라 치다 걸리면 손가락 날아가.”
“농담 할 기분 아닙니다.”
“그러면 진담을 해야지.”

그녀는 잠시 텀을 두고 말했다.

“안아줘.”

엑? 이 여자 정말 미친 거 아닐까? 소스라치게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나 말고 지희. 이 멍청한 어리석은 영혼아. 난 너 같이 마른 놈 관심 없어. 남자는 모름지기 두둑해야지. 저기 저 오빠처럼.”

그녀가 윙크하자 버그베어가 한 마디 했다.

“난 빼줘. 와이프도 감당 안 돼.”
“튕기기는. 하여간 너 같은 꼬마는 수비권 밖이야. 알았으면 지희나 데리고 가.”

배알이 꼬여서 한 마디 쏘아붙였다.

“치프란 직함을 번역하면 포주인가 보네. 원, 영어가 짧아서.”

그녀는 피식 웃었다.

“맞춤형 서비스라고 하면 되겠어?”
“됐네요.”
“알았으면 하기나 하세요. 뭔지 모르겠으면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 해줄까?”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친구라면서.”
“아니, 그러니까 무슨 상관인데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친구 아니라면 말 안 해도 했을 테니까.”

친구 아니면 섹스 했을 거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친구니까 안아줘라.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친구는 섹스 상대로 피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친구란 사실을 이유로 삼으며 일반 명제의 역을 강요하는 여자라니. 농담인가 싶어 살펴보았지만 또 그것도 아니었다. 한 치의 되 물림도 없는 모습을 보면 정말 진심을 담아 말하는 중이었다.

“왜죠?”
“난 못하니까.”

우문현답이네. 이젠 웃음도 안 나온다.

“여자는 다들 거짓말 몇 개씩은 하고 살아.”
“아, 그래요? 몰랐네요.”
“거짓말 하고 있어서 몰랐나보네.”

그 한마디에 더 쏘아붙이려던 내 혓바닥이 굳어버렸다. 견제 차 내민 잽에 클린 히트가 된 것인지. 정말 알고서 찌른 것인지 의중을 살펴보니 웬걸. 작정하고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은 게 틀림없다. 이 여자는 내 가식의 모습을 읽어낸 것이다.

“지희가 거짓말 하는 것도 알고 있어.”

결국 잠자코 들을 수밖에 없었다.

“별로 신경 안 써. 나도 여자고, 지희도 나름 이유가 있겠지. 걔가 그렇게 행동해서 편해질 수 있으면 더 신경 쓰지 말아야지. 여긴 결국 술집이잖아. 잊고 편해지려고 오는데.”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문제는 거짓말 하다보면 정말 그렇게 믿게 되기도 한단 거지. 그게 걱정이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진실의 종이라도 칠까요.”

그녀는 발작적으로 웃었다.

“진실의 종. 그거 좋네.”
“농담 하는 거 아니거든요. 대체 나한테 왜 이래요.”
“친구잖아. 친구로서 뭐 이상하단 느낌 못 받았어?”
“애석하게도 못 받았네요.”

더 대꾸하기 싫어 잔이나 들이켰다. 처음 그녀가 밀어주었던 그 물이었다.

그런데 잔을 꺾자마자 목구멍이 타들어가며 신음이 새어나왔다. 술이다. 보드카다. 염병. 당장 뱉어내고 싶었지만 타는 갈증은 이미 다 삼켜버린 후였다. 끓는 물을 삼킨 것 같은 고통에 컥컥거리고 있으니 바텐더는 되레 이상하다는 반응이었다.

“물이라 한 적 없는데.”

욕이라도 한바가지 쏟아 붓고 싶은데 말도 안 나온다. 식도를 열고 왕창 쏟아 부었으니까. 난 찌그러지는 인상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러나 그녀는 태연하게 다시 잔을 밀어줄 뿐이었다.

“이번엔 진짜 물이야.”

반신반의 하면서 혓바닥을 대보니 정말 물이었다. 목을 겨우 달래고 입을 여니, 내 반응은 짐승처럼 거칠어져 있었다.

“사람 갖고 노니까 재밌냐.”
“처음에 재미있다고 했었잖아.”
“아, 진짜.”

그 때 버그베어가 끼어들었다.

“다들 한번 씩 당하는 거니까 너무 열 내지 마. 원래 저래.”

스모꾼은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바텐더는 한 번 더 윙크했다.

“물이나 보드카는 겉보기론 똑같아도 실제론 다르잖아.”
“그래서?”
“지희도 그렇단 거다. 친구여.”

바텐더의 태도가 갑작스레 바뀌었다. 말투까지 다정해지는 것이 마치 엄마 같았다. 몇 마디 더 따지려 했지만 내 모양새만 우스워질 것 같았다. 정말 엿 같다.

“그러니까 제대로 좀 해. 방금 거 완전 한 대 팰 거 같더만. 딱 그렇게 하라고. 숨기지 말고 거짓말 하지 말고.”
“그렇게 걱정되면 그 쪽이 하시죠.”
“난 못한대도.”

결국 아까와 같은 대답이었다. 그녀는 약간 쓸쓸한 표정으로 바를 쓸어내렸다.

“결국 지희는 손님이고, 난 기껏해야 바텐 밖에 안 되니까.”
“그게 무슨 관곈데요.”
“결국엔 돈 주고 돈 받는 관계지. 도피자와 도피처의 관계고.”

아무 대답도 안하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넓은 오지랖으로도 여기까지가 한계야.”

미소를 도와주고 싶은데 도와줄 수 없다. 그녀는 그 부분이 맘 아프다 토로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미소와 함께 왔던 남자들에게 부탁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아니었다. 그녀의 눈으로 보기에 난 친구였고, 속내 터놓고 맘껏 싸울 수 있는 상대였다. 친구란 결국 그런 존재니까.

“그러니까 잘 좀 해. 이 바보 같은 친구야.”

바텐더의 주먹이 내 가슴을 콩 쳤다. 이해 불가의 상황 속에서도 그 소리가 참 공허했다.


* * *


“흐아, 좀 춥네.”

가게를 나선 미소는 코트자락을 여몄다. 겨울바람이 꽤나 날카로웠다. 나 또한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미소와 발을 맞췄다. 그러면서 머플러를 칭칭 감는 미소를 힐끗했다. 머플러가 붕대라도 되는지 목을 꽉 조이는 것이 꽤 추워보였다.

티 내지 않으면 최대한 살펴보았다. 그러나 보드카와 물의 차이 같은, 그런 이상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아냐만 이건 먹어봐야 알겠다 싶었다.

그 치프 아줌마는 뭘 본 걸까. 미소에게서 어떤 상처를 읽은 걸까. 잘 모르겠다. 내 두 달 봉급을 하루 술값으로 써댈 정도면 돈 꽤나 벌고 있겠지. 나 또한 악착같이 돈돈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인 탓에 부럽기만 할 뿐인데.

좀 문란하다 싶을 정도로 남자 만나는 것에 우열감도 느꼈지만 실상은 열등감에 불과하다.
나보다 못난 것 하나 찾아보자는 비뚤어진 생각이고, 그렇다고 내가 미소를 욕할 만큼 순수하게 여자 만난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 결과 우열감은 먼지처럼 사라진지 오래였다.

됐다. 관두자.

미소가 가식 떨며 숨기고 있다는 소리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내가 구태여 파고들 필요도 없는 것이다. 어설프게 끼어들었다간 흙발로 짓는 것이 되리라. 애초에 미소에게 마음 써줄 방법이 섹스란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처를 보듬어 아는 것이 섹스라고? 미소가 쾌락 중독에 섹스 중독이면 그렇겠지.

“추워?”

땅만 보고 걷고 있으니 미소가 말했다.

“입 얼었니.”

가벼운 책망에 웃으며 대답했다.

“어, 추워서 땡땡 얼었다.
“어? 그러면서 이젠 말 하네. 이젠 입 녹았어?”
“복화술.”
“웃겨.”

메마른 웃음을 흘리며 걸었다. 바텐더의 언질이 떠올랐지만 다시 지워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헤어지는 게 낫다. 처음부터 원했던 만남도 아닌데다 나는 별로 오지랖 넓은 놈도 아니다. 내가 먼저 가식의 탈을 벗을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심리학자나 탐정도 아닌데 본심을 파고들 이유까지 없었으니, 이 파장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로 헤어지면 된다.

“나 버스 타고 갈건데 넌?
“어…뭐?”
“집까지 뭐 타고 가냐고.”
“택시 타고.”

걸음을 택시 정류장 쪽으로 바꿨다. 집까진 아니어도 차타는 것까진 마중 해 주자. 오늘의 접대는 그것으로 끝이다. 우리는 택시를 앞에 두고 멈춰 섰다.

“오늘 즐거웠어.”

이보다 더 유쾌하고 유익한 자리는 없었다 꾸며낸다. 잘 좀 부탁드린다며 고개 숙여 배웅하던 접대의 마지막처럼, 혓바닥은 잘도 돌아간다. 난 그렇게 만남의 종결을 고했다. 이젠 미소가 화답할 차례다. 술내 나는 미소 속에 차에 타고 집에 가라. 그럼 난 고생했다며 나를 토닥거리마.

차 문을 열어주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잘 가, 들어가서 연락하고.”

그런데 미소는 문을 붙잡은 채로 오도카니 서 있기만 했다. 자신의 핸드폰 시계를 힐끗하고는 입술을 우물거렸다. 뜸 들일 것도 없잖아. 빨리 좀 가라.

“아홉시 십오 분.”

미소는 덤덤하게 시간을 말하고 고개를 들었다.

“역시 좀 이르네. 연규야, 술 한 잔 만 더 하자.”

야, 이건 규정 위반이잖아. 접대 다 끝난 마당에 어딜 또 데려가 달라고.

미소의 조심스런 한 마디는 그저 꽐라 된 자의 주정으로 밖에 안 들렸다. 한 마디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거절의 표현을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미안. 집이 멀어서. 내일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야 해. 나 사실 결혼해서 와이프 있어. 늦게 들어갔단 얻어맞아. 울 아버지가 담배 심부름 시켰어. 변명 거리는 무수하다. 그 중 하나를 아무거나 입에 담으려고 한 찰나였다.

“안 될까?”

처음 입을 떼는 것에 주저함이 엿보인다. 말도 제대로 끝맺음 못해 어조가 늘어진다. 주저함을 담고 있는 입 위로 미소의 눈동자가 떨렸다. 내 망막이 떨려서 떨려 보이는 건 아닐 텐데.

“어, 어디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입은 제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 근처에 내 오피스텔 있거든. 거기서.”

경계경보가 시끄럽게 울린다. 그만 둬. 어딜 가. 그냥 여기서 헤어져.

“설마 통금 있는 건 아니지?”

미소의 장난기 어린 표정을 마주한 순간 몸이 굳어졌다. 어느새 이십대 후반. 분가 하여 외박 따위에 제약 없는 나이다. 여자에게 얼어붙는 일도 없고 섹스에 대한 환상도 없다. 사랑의 풋풋함과 순수함 또한 오래 전에 잃어버렸다. 덧붙여서 지금까지 섹스를 주저했던 적도 없다. 그것이 설령 원 나잇 스탠드일지언정.

그렇게 살아왔기에 거절해야 함을 알고 있었다. 술집도 아니고 집이다. 바텐더의 말처럼 정말 잠자리를 같이 해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섹스를 주저할 이유는 없지만 미소와는 아니다. ‘미소이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 그게.”
“…응?”

미소의 몸이 일순 떨렸다. 목소리도 떨렸다. 미소가 쓴 가식의 탈이 부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금간 틈새 사이로 잠깐 비친 속 얼굴. 예상지도 못한 공격이었다. 막판에 본심 드러낼지 누가 알았던가.

“아, 아니다.”

미소는 황급히 표정을 추스르며 다시 탈을 썼다. 아무래도 내 표정 또한 일순 무너져버린 것 같다. 미소는 그것을 보았겠지. 순식간에 추스른 미소의 얼굴에서 흔들림 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잠깐 엿보인 그 연약함은 내 뇌리에 박힌 후였다. 마치 화살이 과녁을 뚫고 난 후 화살 꼬리가 파르르 떨리듯, 내 속마음도 부르르 떨렸다. 알고 있다. 좀 전의 모습이 함의하는 바를. 그 근거로 소꿉친구로서 지낸 시간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내가 기억하는 미소의 마지막 모습. 졸업 여행 때의 대화, 내가 미소를 묻어버린 그 일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구나 싶어 눈을 감았다. 겨울의 찬바람이 참 날카롭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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