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7일 토요일

친구의 여자 친구 - 1부

대학 생활에 익숙해 질때쯤 나와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 친구를 배웅하러 경기도에 306 보충대를 왔다갔다 하다보니 내 옆엔 수철이 밖에 남지 않았다.
나와 수철이도 영장은 나와 있는 상태였다. 수철이는 11월 난 내년 3월에 역시나 306 보충대에 가야했다.

수철이는 나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3년 동안 같은 반에 자리도 늘 옆이나 앞이여서 곧 친해졌고. 지금까지 절친한 친구가 된 것이다.
솔직히 난 수철이가 부러웠다. 난 성격이 내성적이여서 그렇게 반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당연히 내가 사귄 친구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공부도 어중간한 편이어서 이렇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수철이는 나와는 정반대였다. 활발한 성격에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공부도 곧 잘해 선생님의 칭찬을 받곤 하였다. 수철이와 가까운 자리에 있지 않았으면 난 아마 수철이와 친구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내게 있어서는 수철이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수철이는 다른 아이보다 잘 해 주었고 나도 수철이와는 친하게 지낼려고 노력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대학교를 들어갔지만 난 역시 수철이와는 계속 연락을 하며 자주 만났다.

수철이가 군대에 가기 네달 전 어느날 저녁 수철이 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술생각이 무지 난다며 한잔 사달라고 하기에 난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선 수철이를 만나기 위해 시내에 나갔다.

약속한 호프집에 들어서 수철이를 찾았다.
수철이는 손을 들어 날 불렀다 수철이 옆엔 내가 보기에도 이쁜 여자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내가 자리에 앉으며 누구냐고 물으니 수철이는 이번에 사귀게 된 여자 친구라고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전 수철이 친구 영수라고 합니다. 한 영수.”
난 서먹서먹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아 네. 전 이 영아에요.”
영아라고 이름을 밝힌 여자는 내게 인사했다.
수철이는 내가 알기로 일주일 전까지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영장을 받고서 무슨 생각인지 수철이는 많은 여자를 많났다. 거의 한달에 한번꼴로 여자가 바뀌어갔다. 하긴 수철이는 이전부터 인기가 많았으니 여자가 잘 따를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난 고등학교때 미팅 1번 대학교때 소개팅 2번 그것이 여자와 만난게 다였다. 성격 탓인진 몰라도 여자와 사귈 용기가 나한텐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수철이와 영아와 난 서먹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자꾸 말을 했다.
고등학교때 수철이의 일화 몇 개를 이야기하니까 영아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한 한시간 동안을 그렇게 수다를 떨었다.
“나 영수 너 알아.”
갑자기 영아가 날 보며 말했다. 그소리에 난 놀랐다. 내 기억에는 그녀의 모습이 없었고 내가 지금까지 만난 여자라 해봐야 다섯손가락으로 세고도 손가락이 남을 만큼 몇 안되었기 때문이다.

“나 청아초등학교 나왔어. 너랑 같은 반이었는데 기억안나니?”
난 청아초등학교를 나왔다길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구 기억해 낼려고 했지만 어렸을 때라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난 영아에게 졸업앨범을 뒤져 봐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영아는 늦었으니 집에 가봐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철이와 난 근처 곱창집에서 한잔 더 하기로 하고 자리를 옮겼다.
소주 몇 잔에 곱창 몇 젓가락으로 우리는 술이 올라 얼굴이 벌개졌다.
수철이는 취기가 오르자 나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영수야. 나 아까 걔 있잖아. 영아 처음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래서 지숙이랑 지난 주에 해어졌어. 그리구 내 주변에 여자들 이제 다 정리했다. 영아만 만날꺼야.”
수철이는 술기운인지 자기 마음속에 말을 나에게 들려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늦게 까지 술을 마시고 2시가 되서 수철이와 난 헤어져 집에 돌아왔다.

그다음날 난 쓰린 속을 부여잡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속에서는 느끼함에 아우성을 쳤지만 자취를 하는 내 입장에선 라면도 감지덕지였다. 문득 영아의 말이 생각이 나 난 졸업앨범을 뒤졌다. 역시 6학년때 같은 반이였었다. 흑백 사진의 영아 모습은 어제의 영아와는 영 딴 판이었다. 어제 내가 본 영아는 무척 이뻤다.

수철이는 그 후로 몇 번이나 날 불러내 술을 사달라고 했고 그때 마다 영아를 데리고 나왔다. 시간이 지나자 영아와 나도 서스럼 없는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세사람은 항상 같이 다녔다. 놀이 동산 갈때도 영화 구경을 갈때도 술을 마실때도 늘 함께 어울렸다.

이렇게 세 사람이 지내다 보니 내 마음 속에 변화가 생겼다. 어느 순간 영아가 친구의 애인이 아니라 나에게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그냥 늘 같이 있으니까 좋아하게 된 것이겠지 하고 말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내가 영아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철이와 둘이 술을 마시던 날 수철이는 나에게 은밀히 말했다.
“나 어제 영아랑 잤다.”
수철이가 웃으며 하는 말이 나한텐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왜 그런진 몰라도 내 가슴이 아파오는 것이었다. 셋이 만날땐 영아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해 질 수 있었는데 수철이의 말을 듣는 순간 이제 영아를 봐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난 수철이 한테서 전화가 오면 영아가 같이 있는 지를 물어보고서 없으면 수철이를 만났다. 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영아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친한 친구인 수철이를 여자 때문에 잃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수철이도 그런 낌새를 눈치를 챘는지 어느날 나에게 미안했다며 사과했다. 수철이는 더 이상 영아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는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눈앞에 안 보이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누가 그랬는지 몰라도 난 맡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달이 지났다. 수철이가 군대가기 한달 남았을 무렵 늦은 시간까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자취방에서 지친 몸을 쉬고 있을때 휴대폰이 울렸다.
난 아무생각 없이 폰을 귀에다 대었다.

“여보세요.. 영수니. 나야 영아야”
휴대폰 저 넘어 들려오는 영아의 목소리는 슬픔에 젖어있었다.
“영수야 지금 나와 줄수 있니? 여기 ***이거든 너 나올때까지 기다릴께”
영아는 그렇게 말을 하고선 전활 끊어버렸다.

주마등산처럼 수철이와 영아와 함께 만났던 시간들이 뇌리를 스쳐갔다.
난 옷을 걸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영아가 말한 장소로 갔다.

그곳에서 예전에 만났을때 보다 조금은 수척해진 영아를 볼 수 있었다.
한참동안 서로 말이 없이 주문한 커피를 마셨다.
“그동안 잘 지냈니?”
난 형식상의 말을 영아에게 건냈다.
“응 그럭저럭. 넌 어때.”
영아도 아무런 의미없이 말했다.
“우리 밖에 나가서 좀 걸을까?”
이렇다할 의미없는 대화를 하다가 다시 침묵이 흐르자 영아가 나에게 말했다. 난 그러자고 말하며 영아와 같이 까폐를 나왔다.

가을이 다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늦여름의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가로등의 불빛이 우리들 비추고 있었다. 우린 한참을 걸었다. 가끔 차들이 지나갔지만 그 이외에는 조용했다.

갑자기 영아가 걸음을 멈추었다. 난 머뭇머뭇 거리며 영아를 바라봤다. 영아의 눈에는 어느새 굵은 눈망울이 션?있었다. 곧 영아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영수야 나 어쩌면 좋아. 흑흑. 수철이가 수철이가”
난 잠시동안 영아가 마음껏 울도록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한동안 울먹이던 영아는 울음을 그쳤다. 그녀는 한참동안 침묵하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수철이가 요즘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영아에게는 헤어지자고 했다는 것이었다. 영아는 자기가 수철이를 사랑하게 됐다고 그랬다. 그래서 수철이와 친한 나에게 수철이에게 말좀 해달라고 부탁하기 위애 날 불러냈다고 말했다.

영아가 수철이를 사랑한다는 말이 내게 송곳이 되어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영아는 또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다. 난 그녀를 다독거리며 내가 수철이를 한번 만나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러나 영아는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이대로 나랑 같이 있고 싶다고 하면서 그녀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었다. 향긋한 향수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이렇게 있으니 예전에 셋이 만나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났다. 잊으려고 했던 내 감정이 다시 새록새록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영아야”
난 영아를 불렀다. 기대어 있던 영아는 고개를 들어 날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물기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 모습이 내 눈에 천사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난 나도 모르게 영아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포개었다. 영아는 잠시 놀란 눈을 했지만 거부하지 않고 나의 입술을 받아줬다. 난 여자와 키스가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그냥 입술을 대며 오른손으로 살짝 그녀의 머리를 끌었다. 내가 한참을 헤메는 동안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말랑한 설육이 내입안으로 들어왔다.

그와함께 그녀의 타액도 내 입안에 들어왔다. 달콤함이 입안을 맴돌았다.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난 영아의 혀를 탐했다. 점점 몸에서 열기가 달아 올랐다. 잠시후 그녀는 내게서 입술을 떼었다. 난 허전함을 느끼며 아쉬움에 그녀를 보았다.

“내 방에 가지 않을래?”
내가 무슨 생각에 그랬는지 나도 알지 못하는 마음에 말을 건냈다. 다만 영아와 같이 있고 싶었다. 영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취방으로 온 우리 둘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난 침묵을 깨기 위해 배가 고프지 않냐며 영아에게 물었다. 경아도 어색함이 싫어서인지 조금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난 편이점에 가서 먹을 것을 사오마 하고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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