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7일 토요일

친구의 여자 친구 - 3부

자취방으로 돌아온 나는 조금전까지 날 좋아해주는 여자랑 같이 있었다는게 꿈만 같았다. 난 항상 내가 좋아하는 여자만 바라보며 짝사랑만 키우다 혼자 가슴 아파하는 팔불출과 동급인 인간인데 이런 날 좋게 봐주는 여자가 있다는게 얼마나 기분좋은지를 알게 된것이다.

아연이는 내가 일을 마칠 때쯤이면 항상 가게에 와서 날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나의 일이 끝나면 날 데리고 이곳 저곳을 다녔다.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낼모레면 크리스 마스였다. 정식으로 하자면 크리스마스 이브날 내가 쉬는 날이었지만 연말이라 가게가 바쁘다 보니 나 혼자 놀수만은 없었다. 아연은 내가 그날 쉬지 못한다고 하자 무척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그날은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했다.

“오빠 그럼 내일 영화나 볼까? 어짜피 오빠가 늦게 끝나잖아 응!”
“그래 아연이가 좋다면 우리 영화라도 같이 보자. 그런데 표가 남아있을라나.”
내가 승낙하며 표 걱정을 하자 아연은 걱정말라면서 수미가 극장에서 알바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줄 알고 미리 부탁을 해놨다면서 신나했다.

다음날 가게 사장님이 쉬는날인데도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며 평소 보다 2시간 정도 일찍 교대 시켜 주었다. 일이 일찍 마친 바람에 아연이랑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남길래 아연이 선물을 사려고 가게를 돌아다녔다.

아직 여자에게 선물 같은 것을 해 주본적이 없어 뭘 살까 고민이 되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아연이가 가게에 왔을때 맨손이었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장갑을 사기로 했다. 그리고 체크무늬 목도리도 같이 샀다.

거리에는 크리스 마스라 곳곳에 이벤트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 행사장 앞에서 수만은 연인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지난 달 까지만 해도 영아 생각에 가슴이 아팠지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직은 만난지 얼마되지 않아 주로 아연이가 데이트를 주도해 나갔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아연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빠!”
아연이가 내 등뒤에서 갑자기 날 살짝쳤다.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빠. 오늘 일찍 마쳤네”
“아. 사장님이 쉬는날 불러내서 미안하다며 2시간 정도 일찍 보내주더라.”
“에이. 그럼 많이 기다렸겠네. 진작 나한테 전화 하지. 나 일찍 나올수 있었는데. 엉? 근데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그냥 널 주려고 산거야. 네한테 맞는지 모르겠네.”
난 손에있는 물건을 아연이한테 주었다.
“오. 장갑이랑 목도리네. 오빠 나 목도리좀 해줘.”
장갑을 끼어 보고는 목도리를 나한테 내밀었다. 아연이가 내민 목도릴 받아들었지만 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을 의식하고 목도리를 빨리 아연이 목에 둘러 주었다. 아연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즐거워했다.

나한테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것이 좋아서인지 아님 크리스마스 이브의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연이는 들떠 있었다.
우리는 수미가 일하는 극장앞에 갔다. 아연이가 전화를 하자 잠시후 수미가 나왔다.
“얜 안그래도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는데 혼자있는 사람 염장 지를일 있나!
여기까지 와서 표 구해돌라고 하니 너두 염치 점 있어라. 안녕하세요 오빠.”
수미는 아연이에게 속에도 없는 투정을 부리고 나서 날보고 인사했다.

“수미야 너 언제 마치니? 영화보고 시간있음 우리랑 술이나 한잔 안할래?”
아연은 미안해서인지 수미에게 말했다.
“흥 마음에도 없는 말하네. 솔직히 오빠랑 둘이 있고 싶으면서”
“아니야. 네가 표도 구해줬으니. 보답을 해야잖아. 그리구 너 어짜피 만날 사람도 없잖아. 그러니까 우리랑 오늘 놀자. 괜찮지 오빠?”

아연이 물음에 난 괜찮다고 했다.
“그럼 오늘 너랑 오빠 데이트하는거 방해나 놔 볼까. ㅎㅎ
영화 마칠때 쯤 내가 찾아 갈게 입구에서 기다려. 난 바빠서 이만 가볼께.
오빠 영화 재밌게 봐요.”

수미가 가자 우린 곧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역시 커플들이 많았다. 우리는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아연은 자리사이에 있는 팔걸이를 올렸다. 그리고 내 옆에 조금 밀착되게 앉았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아연이도 수미만큼 활달한 성격이였다. 그녀와 만날 때 난 아연이 손을 잡을때도 그녀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하지만 아연이 그런 내마음을 아는지 먼저 내 손을 잡아왔다.

아직은 내가 아연이를 많이 좋아하지 않아서라고 내심 변명아닌 변명을 해본다. 하지만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나의 소심한 성격은 변함없이 아연일 만날때도 나타났다. 이제 낯을 그만 가리고 아연이가 나한테 해주는 것 만큼 나도 해 줘야 하는데 말이다.

한참 영화가 상영되었다. 비극적 러브 로맨스 영화였다. 남자 주인공이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한 여자를 만났는데 여자쪽 부모가 주인공을 탐탁치 않아 하며 반대하고 그렇게 둘이 그 난관을 극복해 나가다 결국 남자 주인공이 병에 걸려 죽게 되는데 여자 주인공은 죽은 남자를 잊지 않고 수녀가 되어 평생을 고아를 돌보다 죽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는 남자인 내가 봐도 눈물이 날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상영관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연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샌가 내팔에 팔짱을 끼고 기대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연이의 그런 모습을 보자 왠지 안아주고 싶었다.

난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그녀도 손에 힘을 주었다. 한손으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말이다. 나도 모르게 아연이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다가갔다. 아연은 처음에 놀라는 듯 하면서 내 키스에 응해왔다. 서로의 혀가 꿈틀거리며 상대방에 입안을 드나들었다. 달콤한 타액이 내 입안에서 감돌았다. 잠시후 고개를 들자 옆애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난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아연이는 주위 사람의 반응엔 아랑곳 하지 않고 더욱더 내옆을 밀착해왔다. 순간 난 아래쪽으로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난 참 한심한 놈이라고 자책했다. 귀엽다고 해야 하나 아님 측은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아연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흥분을 하다니...

어느덧 영화가 끝났다. 사람들은 일어서서 줄줄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연이는 내어깨에 기대어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오빠 나 아까 정말 행복했어. 이제 오빠도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는구나 싶어서... 나 오빠 너무 좋아해.”
아연이는 사람들이 다 나가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가슴이 쿵쾅 거리는 걸 느끼면서 아연이를 따라나갔다.

상영관을 나서자 입구에서 수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재미있었니? 이거 엄청 슬프지? 나두 이거 보고 울었어.”
수미는 곧 영화이야길 했다. 아연이도 수미의 말에 맞장굴 치며 이야기 했다. 다만 난 아까 아연의 말을 생각하며 그녀들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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