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7일 토요일

후회-하

‘너희들 팬티 내려 봐.’

손도 대질 않고 나와 성 이병에게 스스로 팬티를 까고 불알을 들추라 어쩌라 하는 사이, 주번 사관은 내무반의 불을 켜라고 일렀다. 다들 한밤중에 켜진 내무반 불빛에 저마가 욕들과 짜증을 내고 있었는데 특히나 꼼짝 못하고 침상에 일어선 채로 팬티를 내린 채, 열중쉬어 자세로 있는 나와 성 이병을 노려보는 눈길이 그 중 매서 웠던 것은 김 상병이었다.

‘내무 반장!’

‘네, 하사 송,준,태.’

‘저 문깐에 있는 두 놈, 옴이다. 오늘부터 매트리스, 모포 격리시키고, 내일 아침 의무대에 보고해서 내무반 전체 소독한 뒤에, 약 받아다가 저 두 놈 주고, 너는 나에게 결과 보고 하도록, 이상, 취침.’

나와 성 이병은 때아닌 옴에 걸린 것이었다. 아마도 성 이병이 배치를 받고 나서 동절기라고 추가 지급된 모포 안에 옴벌레가 살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겨울이면 가끔 옴이 번창하곤 했었는데. 겨우내 덮었던 추가 지급 모포를 걷어 들이면서 바짝 일광소독을 했다손 치더라도 창고 안에서 한해를 넘기고 다시 받아 드는 모포로 인해 생기는 전염병 이었다. 옴은 벌레가 옮기는 피부병으로 옴벌레 한 마리가 피부 밑을 파고 들어가 하루종일 그 피부 안에서 알을 까고 새끼를 키워 사람이 잠이 든 한밤중 정도에 우글우글한 그 새끼들을 피부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피부표면을 갉기 시작하면 무의식 중에 가려움증을 느껴 긁어대고 나면 피부 안에서 엄청난 속도와 머릿수로 늘어난 옴벌레들이 피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사람 스스로 돕게 되는 매커니즘을 갖고 있었다. 또한 옴벌레는 너무 가벼워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전염을 일으켜, 발견 즉시 보고하고 일제 소독을 하게 되어있는 독한 전염병이었다. 또한 사람의 부위 중에서 살이 겹치고 다른 부위보다 따스한 부분을 찾아가 알을 까기 때문에 샅이라든가 겨드랑이, 팔꿈치는 벌레들의 좋은 먹이감 들이었다. 옴의 약한 점은 두 가지 인데 하나는 저온 이고, 두번 째는 특수 성분의 피부약 이었다. 그래서 나와 성 이병은 그 시간부로 추운 혹한 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온수의 사용이나 대대 목욕탕의 사용이 금지 되었고, 옷은 전부 삶아서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다른 내무반에서는 옴이 옮는다며 우리 내무반에 발길을 들여 놓기를 꺼리기 까질 했고, 다른 사람들과 뚝 떨어져 찬바람이 씽씽 새어 들어오는 문간에서 모포도 많이 덮지 못한 채, 둘이서 껴안고 서로의 체온을 이용해서 잠이 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옴으로 인해 나와 성 이병은 세면장을 사용하질 못했기 때문에 피부에 바를 물약과 세면도구를 챙겨 냇가로 나가 얼음을 깨고 찬물에 목욕을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두 번씩 했다. 당연히 옴이 번지지 못하도록 관물대 정리라든가, 모포 정리, 군화 닦는 일과에서 벗어났음은 물론 이었다. 항상 몸에서는 독한 피부약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옴벌레가 피부를 뚫고 나오는 순간, 피부에 바른 그 약의 냄새를 맡고서 즉사한다는 얘기를 의무대로부터 듣고 와서, 목욕과 동시에 피부에 허옇게 떡칠을 하면서 서로 불알을 들추어가며 서로의 몸에 약을 발라주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내무반은 면회 온 사람들로 인해 외출 외박자가 많아져 야간근무자가 모자라는 지경까지 된 날이었다. 나와 성 이병은 초번 근무를 서고 마지막 말번을 또 서야 하는 괴로운 주말이었다. 게다가 휴일 아침의 말번 근무를 서면 일주일 동안 내내 기다려 오면서, 그것도 특식이라고 가뜩이나 불어터진 라면이 근무를 마친 후, 그나마 떡죽 처럼 변해 수저로 떠먹어야 하는 괴로움이 있었기에 정말이지 좇 같은 주말이라고 곱씹고 있었다. 너무나 피곤 했던 탓인지, 나는 곧바로 초번 근무를 서고 와서 잠에 골아 떨어졌다. 꿈은 언제나 나를 입대 전의 짜릿했던 기억 속으로 끌고 갔다. 꿈속이지만 나는 입대 전, 희선이와 같이 갔던 여관이 보이고, 나는 길다랗게 자란 머리를 손으로 쓸어대며, 그녀가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윤석씨, 보지마, 챙피 하게…’

그녀가 부끄럽다며 내 앞에서 뒤 돌아 브래지어를 끌러 벗어내고, 이어서 청바지와 팬티 마저도 벗어 내린다.

‘희선아, 나 기다려 줄거지?’

‘고롬, 자기나 딴 맘 먹지마. 군대 가서 이리저리 내둘르지 말구.’

‘임자 있는 물건을 어떻게 내돌리남?’

그녀가 웃으면서 내 품에 안겨왔다. 내 품을 파고들면서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을 터인데 벌써부터 입질이 오고 있는 내 좇을 손으로 슬며시 붙잡고, 쓰다듬는데, 나는 그녀의 머리를 매만지면서 내 좇을 빨아 달라는 것처럼 지그시 그녀의 머리를 내 좇을 향해 밀어대고…

‘나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나도 이하동감! 하하하’

계면쩍은 마음에 웃어 재꼈지만, 희선이는 용기를 내었는지 혀를 삐꿈히 내밀어 좇 끝에 대어 본다. 나를 몇 번을 올려다 보고 망설이다가 기어이 좇을 천천히 입안에 머금었다. 그 화끈거리는 느낌이라니! 내 좇을 타고 그녀의 혀가 경직되었다 풀어졌다 하면서 묘한 느낌을 전달해 주었다. 게다가 불알을 다른 손으로 돌돌 어루만지면서 얼르니, 한여름 소불알 처럼 축 늘어지면서 그녀의 손 안에서 넉넉한 나른함에 빠지고…그녀는 아까운 아이스크림 콘을 겉에서 부터 녹아 흐르는 물이 흐를세라, 놀려대는 아이들의 혀처럼 내 좇의 주위를 돌아가면서 핥기 시작했다.

‘이렇게 황홀한데 희선이, 너를 두고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내 좇을 빨면서 올려다 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내가 빡빡머리로 보충대의 철창문을 지나 입소하는 그 순간에도 눈물을 보이질 않았었는데, 그날은 유달리 섹스 도중에 길게 울었다.

‘윤석씨, 나 기다릴게, 꼭 기다릴게, 그래서 제대할 때 자랑스럽게 말 할거야. 나 꿋꿋이 기다려 왔다고…’

나는 좇을 빨던 그녀를 일으켜 세워 껴안았다.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과 뭉클한 유방의 풍성함들…나는 그녀가 더 이상 아프다며 내게서 몸을 뗄 때까지 흠씬 젖꼭지를 빨아댔다. 입 속에 그냥 남아있는 것 같은 그녀의 유두. 나는 다시 못 볼 것 같이 그녀의 구섞구섞을 갈아 마실 것처럼 빨아 재꼈다. 마치 갈증을 잊으려는 사람 처럼…

‘윤석씨, 제발, 그만, 제발….’

그녀가 조용하다가 기어이 그만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온 것은 그녀의 씹 안을 핥다 못해 쪽쪽 소리까지 내면서 씹 살과 함께 빨아들이는 나의 아가리질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의 비명에 큰일이라도 난 사람처럼 냉큼 그녀의 몸 위로 몸을 포갰다. 나를 쳐다 보지도 못하고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신음을 막으려고 한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던 그녀. 그러나, 나의 좇은 첫 삽에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손가락을 놓치게 했다.

‘ㅇ-ㅏ-ㄱ!’

창호지를 째면서 침을 발라가며 손가락을 뚫어 대던 한옥 방문의 기억도 새롭게, 나는 그녀의 침으로 흥건한 내 좇을 종이 째지는 소리를 내면서 박아넣고 있었다. 그녀가 경련한다. 겁먹은 송아지가 흰자위를 휘번덕 하듯이 그녀의 고개가 뒤로 젖혀 지면서 나의 좇질과 맞추어 리듬을 타고, 나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고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물기를 연신 손을 훔쳐 내면서도 허릿짓을 멈출 줄 몰랐다. 박혀지고 있는지 아니면 빠져 나오는 지, 감도 잡을 수 없이 허리는 용틀임을 하고, 그녀의 허리가 점점 휘어 지면서 입 밖으로 흘러 나오는 단어들이 산산히 부서져 형체를 잃어갈 즈음, 나는 눈 앞이 까매지는 암흑을 맛보았다.

‘억, 어…윽…희선아! 사랑해!’

나는 그 말과 함께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꿈 치고는 너무나 생생한 사정의 느낌, 아랫도리가 척척하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나의 좇을 아직까지 붙들고 고개를 내 쪽으로 한 채,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성 이병의 몸이었다. 나는 움직일 수도 기척을 낼 수도 없었다. 성 이병은 슬그머니 손아귀를 풀면서 팬티 안에서 손을 꺼내더니 나를 향해 등을 대고 돌아 눕는다. 평소 보다 한적한 내무반은 붉은 취침등 만이 켜져 있었고, 불침번은 뻬찌카 옆 침상 옆에 앉아서 졸고 있었다. 다만 어둠을 가르고 저편 구섞 에서 잠이 깨어서,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김 상병 이었다. 나는 가슴이 뜨끔했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김 상병 쪽에서 등을 돌렸다. 내 앞에는 역시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성 이병이 눈 앞에 있었고…무어가 무언지 머릿 속이 복잡했다. 그러나, 오랜만의 몽정인지, 성 이병이 도와 준 자위 탓인지 나는 말번초 근무시간까지 얼마 되지는 않아도 금방 잠에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한 일병님, 일어나세요, 근무 나가셔야죠.’

‘으응. 일…병.. 한..윤 서..ㄱ’

잠결에 관등성명을 대면서 나는 성 이병이 흔들어 깨우는 나즈막한 소리에 들쳐 일어났다. 동초에 나가면서도 둘은 말이 없었다. 초소에 들어서기 무섭게 담배를 피워 물고 자리에 앉아서 나는 성 이병을 올려다 보았다.

‘왜 그랬니?’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그냥요, 제 옆에 누워 계시는데,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시길래, …..꿈속에서 누구를 만나시는가 싶어서….도와드리고 싶었어요.’

‘누가 도와 달랬니? 그런 건 꿈속에서 혼자 해결하는 거지, 누가 도와 주는 게 아니야. 남들이 보기라도 했으면 어쩔려구?’

그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런 말을 못했다. 나는 너무 심하게 다구친 듯하여, 부드럽게 이름을 불러 주었다.

‘수빈아? 너….우냐? 응? 사내 새끼가 그런 걸 갖고 찔찔 짜기는?’

‘괜찮습니다. 그 친구도 그랬어요. 다시는 그런 식으로 자기에게 접근할 거면 눈에도 띄지 말라고….’

‘그 친구라니? 애인 말이야? 애인이 왜?’

‘…………..남자 였거든요.’

나는 한밤중에 피워 댄 담배 탓이라고 돌리고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머리를 무엇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둔탁한 소음이 계속해서 머릿 속을 울려왔다. 수빈이는 호모? 게이?

‘너 혹시?….’

‘네, 전 남자를 좋아하는 못된 병을 앓고 있습니다. 결코 회복될 길이 없는…’

게이라 할지라도 군대 신검시, 부적격 사유로 될 수는 없었기에, 지원 입대한 그를 보는 시선은 그냥 평범한 군입대자 였을 것으로 짐작 되었다. 자신을 벌레 보듯 하는 친구의 경멸에 찬 독설을 이기지 못해 도망치듯 군대로 와 버렸다는 수빈이. 그러나, 자대에 배치 받으면서 자신을 위해 번번히 편을 들어주며, 매까지 맞아 주었던 나의 호의를 그는 다른 코드로 해석하고 있었던가 보다.

‘군대는 보기보다 무서운 곳이야. 너의 그런 생각,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돼, 알았지?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보는 눈은 그렇게 곱질 못해.’

요즈음 처럼 이반이다, 커밍 아웃 이다 해서 표면화 되어가는 동성애자들의 모임이 가시회 되질 못하던 시기라, 그저 범죄자 처럼 숨어서, 혼자 속을 끓여가며, 좋아해야 하던 시절이었고, 그나마 공식적인 장소는 싸구려 동시상영관 이었지만 암암리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동성애자들이 이바구를 맞추어, 삼삼오오 짝잣기를 한다는 파고다 극장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저도 제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남자중 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타입을 대하면 나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쪽 빠지면서 정신을 못 차리거든요.’

성 이병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군대식의 딱딱한 어투가 풀려가며, 조금은 여성스런 분위기를 흘리고 있었다.

‘나도 절대적으로 반대야. 밖에는 내가 제대할 날만을 기다리는 애인이 있고, 사실 남자들 끼리의 섹스는 혐오스럽다고 할까, 듣기 뭐하겠지만 말이야, 내 솔직한 심정 이라구.’

‘그러실 거에요. 제가 비정상 이지, 한 일병님은 지극히 정상이세요. 제가 고쳐야죠, 그게 그렇게 쉽사리 되질 않으니 말이죠. 다른 사람들은 한 일병님과 제가 옴에 걸렸다고 하니까 더럽다고 했죠? 저는 그 반대 였어요. 같이 한 이불 속에서 추위를 이기려고 껴안고 자고, 같이 냇가에 나가서 얼음을 깨고, 뼛속 까지 얼어 붙을 것만 같은 찬물로 서로의 몸을 씻겨주고, 평소 같으면 만질 수도 없는 한 일병님의 몸 구섞구섞 까지 만지면서 제 마음처럼 약도 발라 드릴 수 있어서 저는 너무 좋았어요. 옴이 낫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면 너무 심한가요? 저는 솔직히 그랬어요. 죄송해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 평일 보다 한시간 더 잘 수 있는 일요일 아침이었지만 잠은 애저녁에 어디론가 달아나고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행정반에 들려 실탄을 반납하고 퉁퉁 불은 라면을 숟가락으로 떠먹으면서 목젖을 찢어질 듯이 긁고 내려가는 라면의 맛을 나는 도저히 느낄 수 없었다. 대강의 정리를 하고 나는 송 하사에게 목욕을 하고 약을 바르고 오겠다고 했다.

‘허이구, 이렇게 눈 오는 날, 고생 하겄네. 내 특별히 제설작업은 빼 줄게.’

나는 약과 세면가방을 챙겨 수빈이와 내무반을 나섰다. 대대를 나와 다리를 건너기 전, 언제나 가던 그 목욕장소를 나는 비껴가고 있었다.

‘한 일병님, 길이 틀립니다.’

나는 말없이 길잡이를 했다. 다리를 건너 취사장과 식당을 지나 오솔길로 20여분 정도 뒷산을 타면 대대가 내려다 보이는 산마루가 나온다. 그 곳에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산상의 옹달샘이 있었는데, 주위가 숲으로 울창하게 둘러 싸여있고, 그 깊은 산중에는 여름이면 인사계가 애들을 데리고 올라가 방충망을 뒤집어 쓴 채, 한탕 멋지게 꿀을 건져오는 땅벌집이 버티고 있던 곳이었다.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일요일은 훈련이 없기 때문에 개천에서 벌거벗고 둘이 목욕하는 모습을 지나 다니면서 보는 병사들의 눈이 많을 것 같았고, 게다가 자연스런 마음으로 약을 서로에게 발라 줄 수 있을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늘에서는 펑펑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서 인지 날씨가 그렇게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헉헉대며 산마루에 올라 나는 옷을 벗고 옹달샘의 물에 손을 담가 보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샘물은 미지근한 온도라 흡사 추운 날씨와 견주어 온수와 같은 느낌마저도 주고 있었다. 내가 먼저 물을 끼얹으면서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수빈이는 내가 벗어놓은 전투복과 야상, 방한모 등을 곱게 접어 눈이 맞지 않도록 소나무 밑둥에 옮겨다 놓는 것이었다. 수빈이는 옷을 다 벗고, 내게로 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왜?’

‘제가 씻겨 드리고 싶어요.’

‘괜찮아.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뭐. 약 바를 때나 도와 줘.’

그래도 손을 접질 않는다.

‘한 일병님, 이제 옴도 거의 다 나아가요. 이제 찬물로 목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목욕할 수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나는 마지 못해 비누를 넘겨 주었다. 수빈이는 활짝 핀 얼굴로 비누를 받아 쥐더니 비누거품을 흠뻑 내면서 내 몸에 비누칠을 해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몸에서는 김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르고, 수빈이는 내가 춥지 않느냐며 연신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의 손길 인데도 불구하고 내 좇은 어처구니 없게도 수빈이가 내 좇에 비누칠을 하는 동안 서버리고 말았다. 수빈이는 비누칠을 하다 말고 버떡 서버린 내 좇을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면서 아주 부드러운 터치로 매만지기 시작하고…내려다 보니 무릎을 꿇고 경이로운 눈빛으로 발기된 내 좇을 아우르고 있는 수빈이의 깎아놓은 머리가 흡사 비구니 같다는 생각이 스치고 있었다. 수빈이는 얼굴을 가까이 대는 듯 하여 나는 움찔 거렸다. 빨아서는 안된다는 나의 무언의 암시였다.

‘그게 아니고…’

수빈이는 내 좇을 뺨에 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지금도 나는 그 느낌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온 뺨에 질척 이는 비누거품도 아랑곳 하질 않고 수빈이는 내 좇을 뺨에 부비면서 마냥 행복해 했다. 나는 혐오스런 감정에다 더하여 손 끝과 그 뺨에 서 전해지는 동물적인 감각이 뒤섞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입하고 있었다.

‘한 일병님, 제 생전 처음으로 부탁드릴께요, 한번만 단 한번만, 저를 사랑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이런 얘기 군에 오기 전에 그 친구에게 정말 고백하고 싶었는데 하질 못하고 왔어요. 안될까요?’

그러나, 수빈이는 벌써 몸에 비누칠을 한 채로 내 앞에 엎드리고 있었다. 수빈의 항문이 보이고 그 밑으로 추위에 달랑 올라 붙은 불알과 수빈이의 성기가 적나라 하게 보이고 있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인지? 눈은 쉴 사이 없이 내리며, 김이 모락모락 하던 두 사람의 몸에는 눈이 닿기가 무섭게 녹아 물이 되어 흐르고, 한동안 아무 말이 없던 수빈이는 엎드린 채로 옆에 있던 누런 색의 세면가방을 연다. 그 안에는 손을 트지 말라고 쫄따구 들이 언제나 사서 바르는 파란 통의 니베아 크림이 들어 있었다. 수빈이는 나를 쳐다 보지도 않고 그 크림을 듬뿍 찍어 손을 뒤로 뻗더니만 항문에 지천으로 발랐다. 그리고 또다시 흐르는 정적…그는 나의 결심을 기다리면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발기된 내 좇이 어째서 그 힘이 떨구어지질 않았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기는 했다. 나는 무릎을 꿇는 대신 다리를 조금 접으면서 수빈이의 둔부를 붙들었다. 여자와 다르게 강건하게 느껴지는 그 단아함. 더 이상 주체할 것도 없이 나는 눈을 질끈 감고서 수빈이의 항문으로 좇을 들이댔다. 생전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동성간의 섹스를 겪고 있으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꿈속에서 뒹굴었던 희선이의 보지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크림과 물기, 비눗기가 어우러졌음 에도 생전 처음, 그것도 남성의 항문에 삽입을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렇듯 반항하는 것처럼 입을 벌리질 않던 항문은 좇이 반 정도 들어가자, 댐의 수문이 열리듯이 그 완력의 기선을 놓치면서 나의 진입을 방임하기에 이른다. 나는 추위를 느끼며, 입에서는 허연 김이 뿜어져 나오고, 쏟아지는 함박눈으로 인해 내 앞에 엉덩이를 벌리고 엎드려 있는 모습 조차도 가물가물한 수빈이가 마치 희선이 인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정신없이 좇을 박아댔다. 눈을 뜨고 내려다 보니 수빈이의 한 팔이 안 보였다. 한 팔만으로 상체를 지탱하면서 한 팔은 아래로 내려 뜨려 나의 삽입으로 인해 잔뜩 발기된 자신의 성기를 무자비하게 주물러 대는 것 같았다. 내가 좇질에 정신이 없을 때, 나는 좇이 터질 것 같은 쪼임에 아랫도리가 뻐근해짐을 느꼈다. 수빈이가 먼저 사정한 것이었다. 그 사정으로 인한 항문의 조임으로 인해 나마저도 사정을 이어서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벌어진 남자들간의 섹스….나는 순간, 희선이를 어떻게 쳐다 볼까 하는 생각만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고… 나는 바닥에 털썩 앉아 버렸다. 사정과 추위로 인해서 온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수빈이는 냉큼 일어나더니 떨고있는 나에게 물을 끼얹으면서 몸을 씻어 나가기 시작했다. 비눗기와 좇에 묻은 오물과 크림을 닦아낸 뒤에 자신은 아랑곳 하질 않고 수빈이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피부약을 발라 주었다. 내가 먼저 옷을 입고 군화를 신는 동안, 내 머릿 속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수빈이는 약을 자기 스스로 발랐다. 내가 넋을 놓고 앉아서 망연하게 하늘을 올려다 보고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인 것 같았다.

‘진정으로 고마웠어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불러 볼께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에요. 윤석씨, 고마웠어요.’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몸을 획 돌치는데, 숲속에 있던 무언가가 후다닥 튀어가는 것이 보였다. 나무등걸에 기대어 앉아있던 내가 섹스까지 한 이후라서 그랬는지 다리가 떨려 도저히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나설 수도 없이 저렇게 사라진 것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동물 이었을까? 산을 내려 오면서 두 사람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영원히 그래야 할 것처럼…

‘휴가 담배 하나 댕겨봐, 얼릉?’

일요일 저녁에는 주말의 외출, 외박자와 정기 휴가자들이 복귀해서 내무반은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 짧은 외유의 기간이었으되 모두들 품 속에는 사제 담배가 넘쳐 나고, 곳곳에서 새로이 몰래 반입한 여자들의 벌거벗은 사진들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는 그런 저녁…. 점호가 끝나고, 나와 수빈이는 또 다시 한 모포 속에서 누가 무어라 하지도 않았는데도 서로 등을 돌린 채, 잠에 빠져 들었다. 나는 잠결에 불침번이 깨우는 기척에 눈을 떴고, 나는 곤히 잠이 든 수빈이를 뒤로 하고 다르게 짜여진 조편성에 의해 근무를 서기 위해 나갔다. 산 위에서의 추위 때문이었는지 몸에 열도 나고, 머리가 조금 편칠 않았지만 근무시간은 쉽사리 버틸 수 있었다. 내무반으로 돌아 오면서 나는 밀려오는 배뇨감에 근무자를 먼저 들어가라고 얘기 하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화장실로 향하는데 내 귓가에 귀에 익은 음성이 들리고 있었다. 나는 철모와 총이 탄띠에 걸려 덜그럭 대는 소음을 최대한 줄여가며, 살금살금 다가갔다. 이런 한 밤중에는 변소에 혼자 앉아 자위를 하는 병사들이 많기는 했지만 저렇듯 말소리를 내는 것은 집합이나 얼차려의 상황이 분명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변소 안을 몰래 살펴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소리는 변소 뒤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세벽 3시 15분, 파란 야광시계의 침만이 빛나는데 목소리와 더불어 신음소리도 섞여 나는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조금 틀어 뒤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기로 했다.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김 상병이었다. 아랫도리를 내리고 누군가를 뻐쩡다리로 대가리 박아 자세를 시킨 채로 뒤로 좇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니 좋나? 으이? 이리 좇 박아주니 니 좋나? 아까는 산에서 잘하데! 니는 제대할 때까지 내 구녕 이데이 알았나? 와 우노? 이 쓰발 새끼야! 조용히 안하나, 수건푸(부삽의 경상도 사투리)로 대갈빡을 팍 찍어 뿔라 마, 와 한 일병 한테 준 니 똥통, 내 빼끄러 무그이 서럽나?’

더러운 변소 외벽에 붙어서 대가리 박아 자세로 꼼짝도 못하고 김 상병에게 뒷치기를 당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수빈이 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비겁한 뺀질이 새끼….나는 내 스스로 나 자신에게 욕을 해대고 있었다. 수빈이가 저렇게 당하고 있는데, 나는 알량하게도 남아있는 군대생활, 지긋지긋한 김 상병으로부터 찐빠나 먹지 않으며, 지낼 욕심에 입을 틀어 막으면서 내무반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모포에 누워 잠을 자는 채하고 있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김 상병이 들어오고, 수빈이가 한참을 있다가 들어와 침상에 올라왔다. 그러나, 수빈이는 앉아서 자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이어서 곧바로 일어나더니 근무준비를 하며, 행정반 으로 신고를 하러 가는 모습이 보이면서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그냥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누워 있는 머리 뒤에서 철커덕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결에도 확연한 M16의 노리쇠 당기는 그 금속음. 누군가 총을 들고, 김 상병 쪽으로 가고 있었다. 붉은 취침등 뿐이었지만 그 모습은 확실히 알아 볼 수 있었다. 수빈이 였다. 수빈이는 총구를 겨누어 김 상병의 머리를 천천히 밀어댔다. 잠이 깨는가 싶더니 김 상병은 화들짝 놀라 기겁을 하며, 그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니, 니, 니, 와 이라노, 진정하거래이, 내 잘못 했다 카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상병의 주변에서 자고 있던 병사들도 주섬주섬 일어나서 그 흉흉한 분위기에 피해라도 당할까 싶어 비질비질 구섞으로 몸을 피하고 있었고…

‘살고 싶냐? 그렇게 살고 싶어? 그런데 난 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지? 네가 보기에 더럽고 추한, 나는….나는…….그렇지만 벌레같이 짓밟혀도…… 순정도 있고, 지조도 있어, 이걸, 그냥……’

‘수빈아! 안………돼! 제발, 제발,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내가 내복 바람에 수빈의 뒤에 달려들어 무릎을 꿇고 빌었다.

‘뻥………’

나는 눈을 감았다. 메퀘한 화약 냄새와 더불어 밀폐된 공간에서 발사된 한발의 M16이었지만 잠시 귀청이 멍하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질 않았다. 나는 살그머니 눈을 떠 보았다. 처참하게 널부러져 있을 줄 알았던 김 상병은 입을 쩍 벌린 채, 모포 위에 오줌을 질질 싸고 있었다. 수빈이는 천장에 대고 총을 쏜 것이었다.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이 수빈이를 붙잡아 제압하면서 총을 뺏었다. 부대는 그 시간 부로 새벽을 뒤 흔든 한발의 총소리로 말미암아 발칵 뒤집어 졌고, 다음 날, 총기 오발 사고로 수빈이는 헌병대로 끌려갔다. 김 상병이 제대할 때까지 그는 나에게 손끝 하나, 욕 한 번 지르질 못했고, 전역시에 경례를 하질 않는 나에게 한마디도 못한 채, 부대를 떠났다. 헌병대 에서도 김 상병은 나와 수빈이 와의 관계, 그리고 그날 저녁의 그 더러운 행위에 대해서는 입을 열질 않았다고 전해 들었다. 국방부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가 나도 전역을 앞둔 어느 날, 수빈이가 남한산성 한바퀴를(6개월의 형량) 돌고 불명예 제대를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 폭풍 같은 시절을 보낸 나와 수빈이, 김 상병, 무엇 때문에 이루어진 인연이었을까 하고 지금도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 날, 산으로 가지만 않았더라도 그 일만은 막을 수 있었지 않나 하는 후회 만을 하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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