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2일 수요일

친구의 엄마, 아들의 친구 - 3

멈춰버린 엘리베이터 안. 두 사람은 잠시 아무말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환하게 밝혀주든 불빛이 몇번 깜빡이더니 서서히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윽고 불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완전히 깜깜한 암흑이 되어버린 것이다.

[고장났나봐요.] 정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응, 그런가봐. 어떡하지?] 한순간 두 사람은 당황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도 그것이 추락으로 이어지거나 하진 않는다는 걸 둘 다 알고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불안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특히 여자인 정희가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떨어지진 않겠지...?]

[괜찮을거예요.] 정민 역시도 일말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지만, 남자인 자신이 더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상버튼이 어디있더라...] 그는 태연한척 손을 더듬어 비상버튼을 찾았다. 온전히 손에 느껴지는 촉감으로만 찾아야 하는게 어려울법도 했지만, 다른 버튼들과 동떨어진 버튼이 비상버튼일거라고 생각한 정민은 이내 그것을 찾을 수 있었다. [찾았어?] [네, 눌렀어요.]

[여보세요?] 순간 어딘가 위치한 스피커에서 약간의 잡음과 함께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비 아저씨인 듯 했다. [아, 네 여기 OO동 OOO호 가는 엘리베이터 안인데요 멈췄어요.] [아, 그래요? 사람 부를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경비아저씨는 사무적인 음성으로 대답했다. [떨어지는건 아니죠?] [네, 그럴일은 없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바로 사람 부를게요.] [네, 감사합니다.]

[이런일도 다 있네요.] [그러게.] [금방 오겠죠?] [그러겠지?]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었다. 괜찮다는 말을 들으니 정희도 약간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정민이는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속에 밀폐된 공간 안에서 정희와 단 둘이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그를 흥분케했다. [후우...] 아직 마음이 채 가라앉지 않았는지 다소 거칠어 보이는 그녀의 숨소리도 왠지 모르게 자극적이었다. 아직 팔팔한 청년, 온갖 욕망이 들끓는 이십대 초반의 나이, 게다가 이제 막 전역을 한 그는 꽤 오랜기간 동안 여자를 가까이서 마주한적이 없었다. 정민이는 자신의 아랫도리가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 이를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적인 현상인 것이다.

'이것도 괜찮은데...?' 정민이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렸을때 느낀 당혹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여자와 단둘이, 그것도 자신이 오랫동안 상상속의 성적 대상으로 느꼈던 정희와, 좁고 어두운 실내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그를 점점 흥분시키고 있었다.

[하...] 정민이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며 멍하니 괜찮을거라고만 되뇌이던 정희는 그 한숨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정민이와 단둘이...' 예기치 않았던 사태에 잠시동안 넋이 나가있던 정희는 그제서야 자신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민이와 단 둘이서만 갇혀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정희 역시 묘한 기분을 느꼈다. 말했듯이 그녀의 뇌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민이를 수컷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속옷에 정민이의 정액 냄새가 풍기던 그 이후로 계속 말이다. 그녀의 이성은 그걸 인정하지 않았었지만, 갑작스러운 사태는 드디어 그걸 깨닫게 만들어 준 것이다. '남자랑 단둘이...' 마치 잊고 있던 사실인 양, 처음으로 정희는 정민을 남자로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걸 느꼈다. 애써 생각하지 않아왔던 예전의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지금 옆에 있는 남자는 자신을 상상하며 자위를 하던 바로 그 남자였다. 그녀의 팬티에 자신의 정액을 쏟은 수컷이었다. 이제와서 아니었을거라는 생각으로 다시 빠져들 여유는 없었다. 정희는 아까와는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하는 걸 느꼈다.

어색한 정적이 계속됐다. 사람은 시각이 마비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감각기관을 완전히 가동시킨다. 후각, 청각, 그리고 촉각 같은 것 말이다. 정민의 숨소리게 크게 들려왔다. 기분탓인건지, 아니면 정말 그러는건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숨소리는 점점 커지고 거칠어지는 듯 했다.

그녀는 정적을 깨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혼란스러움에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말을 던져보았다. [너, 여자친구는 있었던가?] 말을 하고 나서 정희는 괜한걸 물었나 싶었다. 지금 이성에 대한 질문이 좋은 타이밍은 아닌것 같았다. [아뇨, 상병때 헤어졌어요.] 하지만 자연스러운 정민의 대답에 그녀는 이내 마음을 놓았다. '그래, 무슨 일이 일어난것도 아닌데 뭐...' 그녀는 그냥 대화를 이어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고무신 거꾸로 신은거야?] [잘 모르겠어요, 뭐... 어쨌든 자주 못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래, 군대 가면 다 그런다더라.] [네, 정말 그러네요.]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대화는 이내 끝나버렸다.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정민은 여전히 묘한 흥분을 느끼는 상태였다. 아랫도리는 이미 터질것 같았다. 남자들이란 평소에 별 생각없이 대하는 여성에게도 작은 조건만 주어진다면 성욕을 느끼는 법이다. 완전한 어둠, 밀폐되고 좁은 공간, 당분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장소같은 게 바로 그것들이다. '아... 진짜 흥분되네...' 물론 그 흥분이 정민이가 당장 어떤 행동을 취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다. 생각같아서는 그녀에게 달려들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범죄를 저지를 정도로 정민이 막나가는것도 아니었고, 그정도로 이성을 잃을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10분 쯤 지났을까? 밀폐된 공간 안에 두 사람이 온기가 퍼지면서 엘리베이터 안은 약간 온도가 올라갔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인식하던, 인식하지 않던 흥분과 함께 몸이 달아오른 상태였으므로 약간 더워지는 걸 느꼈다. [좀 덥다... 답답한데 자켓이라도 벗어야겠어요.] 갑작스러운 정민의 말에 정희는 흠칫 놀랐다. 자신을 진정시키는데 온 정신을 할애하고 있던 정희는 '벗는다'는 단어만 간신히 알아들었다. '벗는다고?' [덥지 않으세요?] 그녀는 이어지는 정민의 말에서 앞서 한 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 덥다고 한거구나.' [좀 더운거같기도 하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했지만 약간의 떨림이 묻어있는 걸 감출수는 없었다.

다행히 정민이는 그 떨림을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그녀보다 훨씬 흥분한 상태의 그는 정말로 자켓이 답답했던 것이다. 스르륵- 천이 부대끼는 소리만이 엘리베이터를 떠돌았다. 아직 날씨가 좀 쌀쌀한 탓에 두꺼운 자켓이 잘 벗겨지지는 않았다. 끙끙대며 자켓을 벗던 정민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지도... 내려볼까?' 어디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다만 성욕으로 가득찬 그의 뇌는 이 기분좋은 흥분을 더 오래 느끼고 싶어했다. 어차피 빛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어둠속 아닌가. 그녀가 알아차릴 일은 없을것이다. 고민의 시간도 없이 정민이는 과감하게 행동했다. 의심받지 않도록 자켓을 벗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척 하며 자신의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려버렸다.

[휴, 좀 낫네요.] [좀 나아?] [네.] 정민은 단단히 발기된 자신의 자지에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닿는것을 느꼈다. 물론 정희가 이를 알아차릴 일은 없었다. 단지 자켓을 벗는데 잘 안벗어져서 시간이 걸렸을 뿐, 그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정희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조차 못했다.

자켓을 벗은 정민이는 다시 정희와 나란히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섰다. 둘의 어깨가 닿을락 말락할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다. 정희가 손만 뻗치면 자신의 자지를 잡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 싶었고, 그러한 상황이 정민이를 더욱 흥분에 빠져들게 했다. '혹시 알아차린다면 어떻게 될까?' 정민이는 어디선가 본적이 있던 야동속의 한 장면을 상상했다. 아니, 소설이나 만화속의 이야기던가? 어쨌든 그런것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채 팔을 내젓다가 자신의 육봉을 터치할것이다. 정민은 태연한 듯 아무 말이 없을것이다. 그녀 역시 한번에 그것을 알아채진 못할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자신의 자지를 만진 정희는 속으로 '이게 뭐지?' 라며 천천히 그걸 더듬어 본다. 유부녀인 그녀가 그게 뭔지를 알아내는 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그녀는 속으로 잠시 당황하지만, 애써 태연한척한다. 호들갑을 떨면서 손에서 놓아버리는게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킬테니까.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우람한 자지를 만지며 묘한 흥분감을 느낀다. 아무 말 없이, 그러나 계속해서 손으로 그것을 만져댄다. 정민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며 그 쾌감을 즐긴다. 

물론 픽션에서나 가능한 일일게다. 하지만 그러한 상상만으로도 정민이는 실제로 애무를 받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 [후우...] 정민이는 자연스럽게 한숨을 다시 내뱉었다. 어차피 그녀가 진짜로 그렇게 행동할 일은 없을것이다. 그것보다 차라리 정민이는 자위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정희와 지척인 거리에서 그녀 몰래 자위를 하고 사정을 한다는 건 또 다른면에서 그를 흥분시키는 일이었다. 다만 숨소리까지 크게 들리는 이 상황에서 그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무언가 더 그를 흥분케하는 행동을 하고 싶었지만, 더이상 행동하면 안될 것 같다.

[아, 아직 안에 계시죠?] 정적을 깬 건 예의 그 경비아저씨의 목소리였다. 반가운 목소리에 정희가 기다리지도 않고 대답했다. [아, 네 안에 있어요.] [지금 막 수리하시는 분이 오셨으니 이제 곧 나오실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안도감을 느낀 정희와는 달리 정민은 큰 아쉬움을 느꼈다. 그는 이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되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상은 여기까지인것을. 이만하면 충분히 즐거운 해프닝이었다. 그는 이제 그만 바지를 올려야겠다 싶어 허리를 숙이려 했다. 그때였다. 

덜컹-

[어엇!]
[꺅..]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심하게 덜컹거렸다. 바지를 올리기 위해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던 정민은 그 진동에 마치 정희를 껴안듯이 그쪽으로 몸이 빙글 돌며 그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아, 조금 흔들릴수 있는데 괜찮으니까 걱정마세요.] 엘리베이터가 흔들렸다는 걸 알았는지 경비아저씨의 뒤늦은 설명이 들렸다.

[아,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어어.. 괜찮아..] 덜컹거림과 함께 정민이가 자신에게 부딪쳐오자 정희 역시 조금 휘청했지만 다행히 심하게 부딪치거나 한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진동에 조금 휘청인건 사실이었다. 정희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잡히는 걸 잡았다.

정민이는 정희와 부딪히며 무언가가 자신의 자지에 닿는걸 느꼈다. 자신 역시 갑작스러운 덜컹거림에, 바지를 빨리 올려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정희에게 부딪혀버려 미안함에 그게 뭔지 한번에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걸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희가 자신의 단단하게 발기된 아랫도리를 손으로 쥐어버린 것이었다. '아차...' 정민이는 적잖이 당황하여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정희 역시 자신이 잡은게 무슨 손잡이었겠거니 싶었다. 정민이는 가방도 메고 왔고, 자신이 손에 쥐어준 봉투도 들고있고, 어쨌든 정민이의 물품중에 무언가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 느껴지는 촉감은 뭔가가 달랐다. 그건 매우 단단했지만, 또 표면은 마치 사람의 살가죽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차가운 손에 따뜻한 온기가 전달되는걸 느꼈다. '이건 뭐지...' 왠지 모를 익숙함에 정희는 팔을 조금 더 앞으로 뻗쳐보았다. 까끌까끌한 것들이 느껴졌는데 무슨 털같았다. 

'!!'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얼 잡고 있는지 깨달았다. 아니 확신할수는 없었지만, 촉감만으로 느낀 그것은 남자의 성기였다. 정희는 정민이의 자지를 부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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