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5일 일요일

이모 접수 - 10부

그 이후는 자기 한 몸 건사하느라 살펴 볼 여가가 없었다고 말했다.

“운명의 그 남자가 보고 싶지 않았나요?”

“보고 싶었어요. 미치도록.”

“찾아보지 그랬어요? 딸래미 등에 업고.”

“그러고 싶었어요. 하지만 무서웠어요. 언니가 피를 철철 흘리며 내 앞을 가로 막을 것 같아서.”

“소식도 안 주는 운명의 그 남자가 야속하지 않았나요?”

“혹시나 역시나. 이제나 저제나 하다 보니 세월이 흘렀고 시간이 약이었어요.”

“그냥 저냥 사장님. 기억 속에 운명의 남자로 남았군요?”

“딸을 고아원에 맡기고 복학하고 공무원 시험치고 결혼 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어요.“

창문이 희뿌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어느새 날이 새고 있었다.

“못난 여자가 신세타령하다가 날 샜네. 자기야. 주책이라 욕하진 마세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것도 긍정이었지만 입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우리 일어나요. 신랑이 올지도 몰라요.”

“밤에는 안 오고 새벽에 와요? 자다가 마누라 생각나면 오나?”

내가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지희는 진지했다.

“그 사람 게을러서 밤에는 못 와요. 근데 새벽에 출근하면서 들여다보는 수가 많아요.”

나는 떠밀리듯 옷을 챙겨 입었다. 지금이라도 지희 남편이 현관문을 밀고 들어 올 것 같아

겁이 더럭 났다. 마음이 급했다. 그래도 옷을 다 챙겨입고 벌거벗은 지희를 끌어안고 입술을 찾았다.

진한 키스를 날리고 지희는 가운만 하나 걸치고 지갑을 열었다.

“자기야! 목욕도 못하고 찝찝하겠어요. 집에 바로 가지 말고 사우나나 하세여.”

지희는 지갑에서 수표 석장을 꺼내 내 손에 쥐어 주며 사우나나 하란다.

나는 사양 않고 수표를 챙겨 넣었다.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쇼핑몰을 나섰다.

현관문을 밀고 나올 때 지희는 하얀 가운만 입고 현관까지 배웅을 해줬다.

문을 닫지 않고 내가 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지희 남편이 나타날까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공터를 가로 질렀다.

“자기야. 걱정마요. 아직 한 시간은 남았어요오~~~”

한 시간? 남편의 출근 시간을 말함이었다. 그래도 나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마구 마구 뛰었다. 돌아보고 손도 흔들어 주지 못했다.

사우나를 끝내고 나는 집으로 향하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옆집 여편네 때문이었다. 또 사과를 들고 와서 집안을 두리번거릴까 신경 쓰였다.

지난번에 두고 간 접시를 달라하면 담아서 줄 것이 없었다.

빈 접시를 주기에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과자라도 담아서 줘야지.

나는 찜질방으로 향했다. 적당히 누워서 잠을 청했다.

잠이 들려고 하는데 폰이 울었다. 지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잘 가셨어요? 넋두리를 들어 주셔서 감4해여. 그리고 죄성해여.”

답은 하지 않았다. 아침 8시. 남편이 다녀가고 한적한 시간인 모양이다.

잠시 후면 직원들이 출근하고 바쁜 일상이 시작될 것이다.

내가 답멜을 보내면 주고받게 될 것이고 잠도 못자고 시간만 허비할 것 같았다.

다시 잠을 청했다. 사람들이 뜸한 구석자리에서 새우잠을 청했다. 그 때 폰이 또 운다.

역시 사람은 밤에 자고 낮에 활동해야 하는 모양이다.

나는 쉬고 싶지만 전화기가 나를 버려두지 않았다.

아니, 사람들이 전화기를 통해서 나를 들쑤셨다. 열어보니 미애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자기야. 왜 전화를 안 받어? 메시지 보면 연락 줘.“

지희와 함께 있는 시간에 부재중 전화가 8통이 와 있었다.

모두가 미애가 건 전화였다. 미애의 메시지를 보면서 통화 버튼을 꾸욱 눌렀다.

“자기야. 뭐 했어. 밤새도록 폰만 쳐다 봤잖어.”

“아! 자고나니 부재중 전화가 많이 왔네. 피곤 했나봐.”

“고모가 피곤하게 했어? 맛있는 거 얻어먹는다고 자랑 하더니.”

“고모가 날 피곤하게 할 이유가 있냐? 버스타고 다니니까 지쳤지.”

“고모가 밤새 괴롭힌 건 아니지?”

미애가 능청스럽게 농담을 했다. 고모가 아닌 다른 여자를 경계하는 말일수도 있었다.

“너는 삼촌도 괴롭히고 형부도 괴롭히니?”

“농담이야. 농담! 비약하기는?”

“농담에 고모는 끼워 넣지 마. 나에겐 엄마보다 소중한 분이야.”

“미안! 각설하고. 빨리 나와. 영화 보러 가자.”

“영화? 무슨 영화?”

“풍산개라고 개봉 영화인데 볼만 하데.”

“어디야? 어느 극장이야?”

“야설넷 멀티 시네마. 내가 데리러 갈까?”

“아니. 극장 앞에서 만나. 내가 그리로 갈게.”

우리는 극장 앞에서 만났다. 표는 이미 미애의 손에 쥐여 있었다.

우리는 극장 안으로 들어가 개봉작을 나란히 보았다. 미애는 진지했지만 나는 하품만 했다.

밤새 한 숨도 못자고 힘을 썼더니 잠이 쏟아졌다.

찜질방에서나마 눈 좀 붙이려 했는데 맘대로 되지 않았다.

졸면서 보니 스토리도 이어지지 않고 점점 재미가 없어져 갔다. 그래서 절반은 못 봤다.

내 머릿속에는 온통 지희 생각뿐이었다. 미애와 영화를 보면서 나는 지희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린아이 같은 속살 결. 하얗고 깨끗하고 적당히 풍만한 각선미.

고양이 보다 더 까칠하던 성격이 잠자리에선 유치원생처럼 순수해지던 모습.

나를 어찌 믿고 가슴에 묻어야할 비밀을 털어 놓은 여인.

그만큼 속에 응어리가 져서 누구에겐가 털어 놓아야 후련할 일이었던가?

나는 어제 지희의 눈물을 보았다. 도도하고 건방진 여자.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것 같던

입꼬 버꼬 쇼핑몰의 사장이 펑펑 우는 꼬락서니도 보았다.

역시 인간은 자식에게 약한가 보다.

어미를 떨어져서 고아원에서 자라는 딸을 얘기하며 눈물을 쏟았다.

자식을 돌보지 못함이 그토록 한이었을까? 미안함이었을까?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졸다가, 지희를 생각하다가 미애에게 팔도 수없이 꼬집혔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신났다. 미애하고 있으면 재미있다.

뒤끝이 없어서 좋다. 말다툼을 하고도 어느새 풀어져서 헤헤 거리는 미애였다.

싸우고 헤어져도 집에 도착하면 언제 싸웠느냐는 듯 걱정하는 문자를 보내오는 미애였다.

지희와 미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TV스타를 예로 든다면 지희는 예슬이고 미애는 정음이다.

섹시하면서도 애교 있고 차거워 보이는 지희. 철저히 계산적인 여자 지희.

두루 뭉실 천진난만한 미애. 속을 숨길 줄 모르고 충동도 참지 못하는 미애.

내 마음은 지희에게로 쏠리고 있었다. 머릿속을 지희가 지배했다.

엄마의 복수가 아니라도 내 무릎아래 꿇리고 싶은 여자 지희였다.

그렇다고 미애가 싫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미애와 살면 재미있고 편할 것 같았다. 나는 미애를 결혼 상대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극장을 나와서 점심을 먹었다. 놀이 공원으로 향했다. 신나게 놀이 기구를 즐겼다.

나는 미애와 함께 있으면서 지희의 돈을 썼다. 지희가 준 돈은 둘이서 하루 만에 쓰기에는 많았다.

차는 미애의 차를 이용했지만, 극장표는 미애가 준비 했지만, 그 외의 경비는 모두 내가 냈다.

지희가 사우나 하라고 준 그 돈으로 펑펑 썼다. 미애는 나더러 아끼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해댔다.

그 돈이, 둘이 쓰고 돌아다닌 돈이 지희가 준 것이라는 걸 미애가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공짜니까 마구 쓰자고 할까? 왜 받았느냐고 따지고 들겠지. 어떤 연유로 받게 됐느냐고 따지겠지.

자초지종을 알면 찢어지자고 할까? 지희를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할까?

지희와 나와의 관계는 아무리 생각해도 미애가 모르는 것이 옳았다.

지희와 나와의 관계를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특히 미애는 몰라야했다. 나는 미애에게 만은 철저히 숨겨야 했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세상에는 몰라야 할 것도 분명히 있었다.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이 분명히 있었다. 숨겨야 할 것도 분명히 있었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내 눈은 미애를 유심히 보게 됐다.

진정 미애에겐 남자가 나 뿐일까? 나에게 숨기는 사실은 없을까?

있다면 나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흑백을 가리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인간은 자기중심인 모양이다. 사람이 참으로 간사하다.

미애에게 털어 놓을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내가 미애는 비밀이 없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로맨스고 낭만이지만 미애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불륜이고 배신이다.

미애의 차가 주차한 곳은 우리 집 골목이었다. 내가 내리니 미애도 따라 내렸다.

“하루 종일 같이 있었는데 이젠 가봐. 언니 기다리겠다.”

“자기는 내가 싫어? 집에 보내고 싶어?”

“아니. 너무 늦게 가면 언니가 걱정할까봐. 내가 나쁜 사람 될까 봐.”

“여기까지 와서 내가 사 준 침대도 안 보고 가? 물은 한 컵 먹고 가야지.”

“같이 살래? 집에 가지 말래?”

“빨리 집이나 사. 집 사면 같이 살기로 안 했슴?”

“제기랄. 내 형편에 언제 집사냐? 시집 안 오겠다는 소리네.”

“시집? 호호호 너 군대 갔다 오면 그 때 생각하자.”

“군대? 아! 그렇구나. 기다려 줄 거지?”

“잘 해. 그럼 기다려 주구.”

“군대 가기 전에 혼인 신고 부텀 해 놔야지.”

“자기 제대하면 미애 노처녀 되는데.”

“아냐. 나 제대하면 여보야는 아주머니 되는 거야.”

별거 아닌 일로 우리는 마주보며 까르르 웃었다. 아니, 미애가 웃어서 나도 덩달아 웃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미애는 재킷을 벗어서 벽에 걸었다. 부엌으로 나갔다.

물을 한 바가지 마시고 컵에 가득 담아 들어왔다.

“자기야. 정수기 하나 있어야겠다. 보리차 언제 누가 끓여?”

“기다려. 차차로 장만 할 테니까.”

생각해보니 오늘 너무 심하게 쓴 거 같았다. 지희가 준 돈으로 정수기나 살 걸.

사지는 못해도 몇 개월 임대료는 충분 했는데 쓰고 나니 아까웠다.

미애가 팔을 들면 민소매 셔츠 사이로 젖통이 다 보였다. 브라자가 셔츠 밖으로 돌출해 있었다.

달려들어 주물러 주고 싶었지만 몸이 마음과 달랐다. 몇 시간 째 못 잤는가?

눈은 미애의 겨드랑이에 꽂혔지만, 몸은 침대위로 벌렁 자빠졌다.

미애가 침대에 앉더니 팔꿈치로 내 허벅지를 눌렀다. 그리고 손으로 장난을 쳤다.

바지 위에서 성기를 톡톡 건드렸다. 성기가 불끈 솟았다.

“어머, 어머! 얘가 나오고 싶데. 자기야. 꺼내 줄까?”

나는 쓴 웃음만 날렸다. 꺼내고 싶지 않았다. 피곤했다.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미애는 혁대를 풀었다. 지퍼를 내리고 팬티 위에서 주물렀다.

맨살이 닿는 것 보다 빤추가 중간에 있으니 더 자극적이었다.

성기가 퍼덕거렸다. 빤추 밖으로 튀어 나오려고 몸부림을 쳤다.

몸은 피곤해서 만사가 귀찮았지만 성기는 낚시에 걸려 육지로 던져진 물고기마냥 퍼덕댔다.

그 성기가 어느새 미애의 입안에 들어가 있었다. 미애의 혀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나는 그냥 누워 있었다. 미애하고 성기하고 노는 양을 지켜보기만 했다. 느끼기만 했다.

오늘따라 미애가 유난히 쪽쪽거린다. 혀가 날름거리고 입술이 빠는 소리가 소음이다.

“여보야. 조용 조용히 해. 옆집 아주머니 다 들어.”

내 신경은 옆집에 가 있었다.

옆집 여편네가 벽에 귀를 대고 우리 행위를 듣고 있을 것 같아 유쾌하지 못했다.

옆집 여자가 이 소리를 듣고 ‘여자가 쪽쪽 빠는데 남자가 죽어 나가더라.’ 고 소문을 낼지도 모른다.

없는 말도 지어낼 것이다.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고 사과 한 접시 들고 현장을 보러 올 것이다.

“들으면 어때? 자기들은 안하고 산대. 자기들은 더 심할 걸.

“그래도 저들은 안 들리게 하잖아. 우리가 저들 하는 걸 모르잖아.”

“알았어. 알았다규. 조용 조용히 할 게.”

미애는 조용히 소리 내며 성기를 희롱했다. 지희에게 기운을 다 뺐긴 성기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미애의 입에 정액을 가득 발사했다. 미애는 양 손으로 입을 가리고 부엌으로 뛰어 나갔다.

나는 미애가 삼키기를 바랐다. 하지만 요구할 용기는 없었다.

아! 아까운 내 새끼들이 시궁창으로 흘러가는구나. 거기서는 난자를 만나더라도 못 본 척 해라.

“자기. 정말 피곤했구나. 미애 갈게. 푹 자. 내일 보자규~~”

미애가 재킷을 걸쳤다. 그리고 누워 있는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냥 품에 안고 자고 싶었지만 보내 주어야 했다.

함께 골목을 거닐며 승강이를 했다. 들어가라는 둥. 가는 것 보고 들어가겠다는 둥.

결국 나는 미애의 차가 큰길로 나서는 것을 보고 들어와 세상모르고 잠들었다.

정신없이 자고나니 7월이었다.

태풍도 잠들고 장마도 잠시 숨을 고르는 듯 날씨는 후덥지근했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잠이 깼는 갑다.

햇살이 내 얼굴을 정면으로 때리고 있었다. 더 잘 수 있었는데 눈이 부셔서 뜨게 되었다.

눈을 반쯤 감고 올려다 본 벽시계는 오전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 달그락 딸그락. -

부엌에서 소리가 난다. 옆집 여편네인가? 작고 못생긴 그 여자가 신경에 거슬린다.

말 많은 여자가 사과 접시를 찾으러 왔나 생각했다. 방에 사람이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다.

부엌에는 미애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생긋이 웃는다.

“언제 왔어? 뭐 해?”

“찌게. 자기 먹이려고 어제 꿀밤 맞아가며 언니한테 배웠다.”

“이제껏 찌개도 못 끓였어? 할 줄 아는 게 뭐니?”

“언니가 해주는 밥 먹고 다니니 배울 필요가 없었지. 이제는 배워야 할 때.”

“왜? 그냥 언니가 해주는 거 맛있게 먹고 다니지?”

“이제 나도 거두어 먹여야할 자기가 생겼잖아. 일어났으면 씻어.”

“하아! 냄새 좋은데. 배도 고프고.”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니고 아점이다. 흐 흐 흐. 맨날 일케 늦게 일어나?”

“할일 없는 날 일찍 일어나서 뭐하게?”

“일찍 일어나서 조깅도 하고 산에도 가고 해라. 나는 수영장 다녀왔어.”

“에구! 시어머니 만났네. 우리 잔소리 싫어하걸랑.”

“좋아하는 건 뭐야? 섹스?”

“쉑스는 본능이고 좋아하는 건 사진 촬영.”

“찍히는 게 아니고 촬영이야?”

“찍히는 건 돈 벌기 위함이고 나도 예술 사진을 찍고 싶다.”

“그냥 앉아서 지껄일래? 밥은 언제 먹을 거야?”

나는 미애의 재촉에 못이기는 척 일어나 부엌으로 나왔다.

한사람은 상 차리고 한사람은 세면하기에 부엌이 너무 좁다.

몇 번이나 엉덩이를 부딪치고 마주 보며 웃었다.

나중엔 내가 일부러 엉덩이를 미애의 엉덩이에 비볐다.

미애는 싫지 않은 듯 눈만 흘겼다.

방에도 상 놓을 곳이 없어서 침대위에 상을 놓고 마주 앉았다.

“이거 사람 사는 거 아니다. 누구 네는 집안에 수영장도 있다던데.”

“누구네? 자기 친구?”

“아니. 재벌.”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 하면 가랑이 짖어진다. 침대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미애와 있으면 나는 항상 위축이 된다. 미애가 나보다 세 살은 많았지만,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것은 큰누나 같다. 아니. 죽은 엄마가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연상의 여인이 편하다 하는 모양이다. 나를 하나하나 살펴주고 고쳐주고

걱정해주고 내가 심통이라도 부리면 큰누나처럼 보듬어 주고 달래준다.

“자기야. 요새 왜 입꼬 버꼬 쇼핑몰에 촬영 안가? 짤렸어?”

“몰라. 안 부르네. 그만 두라는 말은 못 들었는데.”

“사장 그년이 나만 자르면 되지. 자기까지 왜 그러니?”

“촬영이 없었겠지. 일부러 안 불렀겠어?”

“있었어. 화요일엔 야외 촬영도 했어.”

“맛있다. 꿀맛이다.”

나는 찌개를 먹으며 입에 발린 말을 했다. 사실은 별로였다.

그래도 칭찬은 필수였다. 그래야 발전된 미애의 음식 솜씨를 맛볼 수 있을 테니까.

“맛있어? 언니 설명 필기하고 시장 다녀온 보람이 있네. 맛있으면 많이 먹어.”

미애는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내 앞에 펼쳤다. 노트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쌕 웃는다.

노트에는 찌개 끓이는 법. 김치 담그는 법. 초밥 만드는 법. 장조림 만드는 법이 예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언니에게 설명을 받아 적고 찌개는 오늘 처음 실습을 해 본 모양이다.

“자기야. 오늘 산에 갈까? 산도 찍고 미애도 찍고 자기 좋아하는 거 해.”

산에 사진 촬영을 하러 가자는 얘기였다. 내 머릿속에는 풀밭에 서 있는 미애의 알몸이 떠올랐다.

미애는 무릎을 살짝 덮는 보라색 주름치마에 힌색 나시티. 남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미애를 한 꺼풀씩 벗기며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럴까? 어느 산이 좋을까? 지리산? 설악산?”

“산이 목적이 아니잖아. 사진 찍는데 가까운 산이면 되징.“

“아! 그럴까? 좋아. 아무 산이나 가자. 내 옆에 미애만 있으면 돼.”

“좀만 기다려. 내가 초밥 만들 테니까. 카메라나 점검해.”

미애는 부엌으로 나가 초밥을 만들고 나는 방에서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했다.

어떤 사진을 찍을 까? 여자를 데리고 사진 찍으러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미애의 알몸이, 미애의 사타구니가, 미애의 젖통이 스쳐갔다.

예쁘게 멋있게 찍어서 소장하고 싶었다. 먼 훗날 늙어서 둘이 시시닥거리며 보면 좋을 것 같았다.

돌아올 수 없는 세월을 카메라에 담아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괜히 창피 당하는 거 아냐? 카메라 대고 옷 벗으라 했다가 미애가 기겁을 하면 어쩌지?

변태라고 절교라도 선언하면 어쩌지? 자신이 없었다. 미애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카메라를 메고 미애는 초밥을 들고 인적이 드믄 동산을 올랐다.

낮은 산이지만 평소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듯 등산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금요일이라 사람이 안보였다. 주말에는 몰리겠지.

“사람이 없어 좋다. 이 산에 우리 둘 뿐이네.”

“이 시간에 누가 땀 질질 흘리며 산에 오르겠어? 새벽에 다들 다녀갔지.”

“어쨌든 조용해서 좋다. 정상에 가서 야호! 외쳐야지.”

나는 성큼 성큼 걸음을 재촉했다.

“자기야. 숨차. 천천히 가자.”

사실 미애의 비명을 듣고 싶었다. 힘들어 못 가겠다는 엄살을 보고 싶었다.

“내가 업고 갈까? 업힐래?”

“천천히 가면 돼. 힘 다 빼면 못 내려 와.”

“구르면 돼. 막 구르면 산 아래 도착할거야.”

“구르면 나무에 걸리고 개골창에 빠져. 절벽에 떨어지면 영원히 가는 거지.”

둘이 산에 오르니 좋았다. 공기도 좋았고 대화 상대가 있어 더욱 좋았다.

칠 부 능선을 오르면서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헉헉대며 따라오던 미애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미소 지으며 포즈를 취해 주었다. 역시 미애는 피팅 모델이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반사적으로 표정과 모션이 정리 되었다. 자세가 잡혔다.

쉬엄쉬엄 사진을 찍으며 야한 농담을 하다 보니 정상은 멀지 않았다.

정상에 올라서 큰 바위에 나란히 앉아 호흡을 가다듬었다. 마주 보고 웃었다.

“어릴 때는 뒷동산에 많이 올랐어. 멀리 기차 가는 걸 보면 어디론가 가고 싶었어.”

“어디로? 어디 가고 싶었어?”

“엄마 찾으러. 기차타고 막 가다보면 엄마 있는 곳에 닿을 것 같았어.”

“엄마? 엄마는 어디에 있는데?”

“몰라. 엄마는 아빠의 매를 못 이겨 가출했어. 살길 찾아 갔겠지.”

“아빠가 엄마를 때렸어? 왜 사랑하는 아내를 때려?”

“세상이 맘대로 안 되니까 집에 와서 화풀이를 했나봐. 결국 아빠는 밖에서도 사람을 패다가
지금은 무기 징역을 살고 있어.“

“그랬구나. 그래서 언니하고 둘이 살았구나.”

“언니하고 둘이 고픈 배를 쥐어 자면서 컸어. 먹을 게 생기면 똑같이 나누어 먹었어.”

“힘들었겠다.”

“이빨 악물고 살았지. 자기는 고모라도 있어서 나보단 행복했을 거 같애.”

“나는 고모가 있어서 행복했지만 고모는 친정 피붙이 키우느라 애 먹었어.”

“그렇겠지. 좀만 잘해줘도 눈치 보이고. 못해주면 마음 아프고.”

“역시 여보야는 어른스러워. 일찍 철들었나 봐.”

“철들어야지. 그래야 살아남는데.”

“형부는 언니 안 때려? 좋은 사람이야?”

“형부는 착한 사람이야. 자기 보다 더 착해. 좀 밝히는 게 흠이지만.”

“여자? 바람 피워?”

“바람은 피우는 것 같진 않은데 껄떡대는 버릇이 있어. 나한테도 몇 번 실수 했지.”

“뭐라구? 여보야. 언니 집에서 당장 나와야겠다. 그 건 언니를 불행하게 만드는 거야.”

“나도 독립하고 싶지만 당장 갈 데가 없는 걸. 돈도 없궁.”

“우리 집에 와라. 내가 먹여주고 재워 줄게.”

“사랑은 좋지만 동거는 싫어. 나도 나중에 시집가야 되걸랑.”

“나 한테 시집오면 되잖아. 나하고 동거했는데 누가 뭐라겠어.”

“나도 돈 벌고 자기도 돈 더 벌어서 생각해보자. 이제 허덕이며 사는 것도 지겨워.”

우리는 다시 일어나 사진 촬영을 했다. 경치 좋은 곳에서 미애가 폼을 잡고 나는 셔터를 눌렀다.

“여보야. 재킷 벗어 봐.”

“..................”

“여보야. 치마 좀 더 올려.”

“..................”

“여보야. 바위에 누워.”

“..................”

“여보야. 개처럼 엎드려 봐. 엉덩이 하늘로 들고.“

“..................”

“여보야. 치마도 벗어 봐.”

“싫어. 모하게?”

“사진 찍을려구. 늘씬한 다리.”

“미쳤어. 후 후 발가벗으라고 해라.”

“벗으라면 벗을래? 미애 알몸 사진 담고 싶다.”

미애의 누드를 찍고 싶었다. 내가 요구하는 모든 포즈를 스스럼없이 취해 주던 미애가

치마 벗으라는데서 브레이크를 걸었다. 수영복 촬영, 속옷 촬영도 했으면서 뭘 망설이느냐고

설득을 했다. 미애는 직업을 가지고 자기를 비하한다고 눈물을 찍어냈다.

나는 비하하는 것이 아니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역설을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미애는 쀼루퉁해서 바위아래 풀밭으로 향했다. 나도 달래주러 따라 내려갔다.

미애가 풀밭에서 돌아앉더니 치마를 들고 주저앉았다. 빤추까지 벗겨진 미애의 엉덩이가

햇살에 하얗게 빛났다. 나는 순간, 생각했다. 그래. 여기서 한 판 뜨자.

관계를 하고 나면 생각이 바뀔 거야. 씹물을 흘리고 나면 순순히 벗을 거야.

나는 미애의 알몸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짐승도 보이지 않았다.

들려오는 것은 곤충소리와 바람 소리 뿐이었다.


“여보쇼 아가씨. 이 대명천지에 엉덩이 까고 뭐 하십니까?”

“보면 몰라? 볼 일 보잖아. 볼 일.”

나는 히죽히죽 웃으며 미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다 큰 처자가 치마들추고 앉아 있는 거 누가 보면 어쩝니까??”

미애가 눈을 흘기며 한 손으로 나를 밀었다.

“보긴 누가 본다 그래? 자기야. 오줌 안 나와. 비켜.”

“크 크 바위나 나무 뒤에서 숨어서 눠야지.”

“그런 곳에는 뱀 나올까봐 무섭단 말이야.”

“뱀? 어~ 저거! 기어가는 거 뭐지.”

나는 능청을 떨며 미애 건너편으로 손가락을 뻗었다.

“아악!!!!”

미애는 내 손가락 끝을 보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며 나에게 안겼다.

무릎에 빤추를 걸친 채 치마는 허리에 두르고 온몸을 던져 나에게 안겨왔다.

나도 미애를 안은 채 뒤로 벌렁 넘어졌다. 미애가 내 위에 포개졌다.

나는 한 손으로 미애를 틀어안고 한 손으로 젖통을 주물었다.

무릎으로 벌거벗은 미애의 사타구니를 비볐다. 미애가 다급하게 외쳤다.

“자기야. 가만 가만.”

나는 못 들은 척 배를 거쳐 허벅지로 손을 뻗었다.

“자기야. 옷 구겨져. 벗으께. 내가 벗고 누우께.”

나는 미애를 풀어 주었다. 했는 말은 지키는 미애였다.

이 산중에서 지가 줄행랑을 쳐 봐야 내 손바닥 안이었다.

내 품에서 풀려난 미애는 몇 걸음 걸어가 소나무를 향해서 돌아 서더니

옷을 하나씩 벗어서 나무에 걸었다. 완전 탈의를 하고 돌아선 미애는

보무도 당당하게 나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왔다. 행진 하듯이.

나는 바지 위에서 성기를 손으로 만지며 미애를 지켜보고 있었다.

“야! 담도 벽도 없는 이런 곳에서 그 짓을 하려니 마음이 묘하네.”

“어떻게 묘해?”

“저기~ 숲속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것 같아서 부끄럽고 흥분되네.”

벌거벗고 당당하게 걸어온 미애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내 혁대를 풀었다.

장석를 풀고 지퍼를 내리더니 양 쪽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더니 바지와 빤추를 한꺼번에 끌어 내렸다.

어! 하는 사이에 바지와 빤추가 내 발목에 걸렸고 불끈 솟은 성기가 마른 하늘아래 튀어나와 덜렁 거렸다.

미애는 양 손으로 내 성기를 감싸 쥐었다. 꿇어앉은 채.

나는 괜스레 얼굴이 화끈 거렸다. 미애 말대로 멀지 않은 숲에서

낯모르는 사람들이 구경하면 어쩌나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눈을 부릅뜨고 살펴봤지만 숲에는 아무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면서 나뭇가지들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드넓은 공간에 하늘 가까운 산마루에서 그 짓을 한다는 자체가 흥분을 주기에 충분했다.

미애가 불알을 잡고 성기를 입에 넣었다. 혀를 날름거리며 임으로 쪽쪽 빨았다.

내리쬐는 태양이 아니래도 내 몸은 뜨거워지기에 충분했다.

사정을 하지 않기 위해 잡생각을 하려해도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온통 신경은 아랫도리로 쏠리고 있었다. 목구멍가지 넣었다가 뺐다가 하면서

빨아대는 미애의 움직임에 나는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빤추와 바지가 내 발목을 잡고 있어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나는 뒤로 넘어지기 보다는 앞으로 엎어지는 것을 택했다.

무릎을 굻으면서 미애 위로 허리를 꺾었다. 미애 입에서 성기가 빠져 나왔다.

엎어진 나의 몸을 미애가 혀로 유린하면서 손으로 옷을 벗겼다.

둘 다 알몸이 되고 내가 미애 위로 올라탔다. 가랑이를 벌리고 구멍을 찾았다.

내 얼굴은 미애의 가슴에 묻혀 있었다. 내 입에는 미애의 젖꼭지가 물려 있었다.

“아~ 아~ 아아~ 앙! 흐으~ 흐으~ 자기야. 더~ 더· 아흑! 아흥!”

미애의 신음이 산마루에 울려 퍼졌다. 나의 박자 맞추는 호흡이 거칠어졌다.

“아 흑 ! 아 악 ! 흐 으 아 ! 으 으 앙! 좋~아! 미~쳐 흐 응 !“

미애의 신음이 비명으로 바뀌고 나는 피스톤 속도를 더욱 빨리했다.

사타구니 방아질을 하면서 입술은 맞붙어 혀가 서로의 입에서 말려 있었다.

손은 손대로 서로의 몸을 더듬고 있었고 기합소리와 비명소리가 산을 흔들었다.

미애의 비명소리가 계곡을 타고 등성이를 넘어 갔다가 메아리로 되돌아 왔다.

우리를 지켜보며 혼자 꼴려서 이글이글 타는 놈은 태양뿐인가 싶었다.

그 때 내 귀에 사람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아질을 계속 하면서 사방팔방을 두리번거려 보니

우리가 쉬었던 큰 바위에 등산복을 입은 중년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분명히 우리를 내려다보며 키득거리고 있었다.

벌건 대낮에 넓지 않은 풀밭에서청춘 남녀가 씹질 하는 것을 그들은 구경하고 있었다.

내가 씹질을 멈추었다. 정신은 몽롱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가만히 있으니 미애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요동을 치고 있었다.

어찌해야 하나. 달려가서 뭘 보느냐고 받아 버릴까? 모르는 척 하고 끝까지 할까?

나는 얼굴 팔릴까봐 그들을 바로 보지 못했다.

곁눈으로 훔쳐보니 그들은 손가락질까지 해 가면서 씹질을 관람료도 안 내고 구경하고 있었다.

온 몸이 오그라들었다. 어디 숨을 곳도 없었다. 나무 뒤에라도 숨고 싶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내 옷을 챙겼다. 나무에 걸린 미애의 옷을 챙겼다.

카메라도 챙겼지만, 바위위에 둔 초밥은 챙기지 못했다. 중년 남녀가 지키고 있어서였다.

벌거벗은 내가 벌거벗은 미애의 손목을 잡아끌고 산 아래로 냅다 뛰었다.

홀랑 벗은 몸을 가리지도 않고 미애는 영문도 모른 채 내 손에 끌려왔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에 닿았다. 미애는 끌려오느라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나름대로 몸을 숨긴다고 바위아래 자리 잡고 드러누웠다. 미애도 옆에 누웠다.

“왜 그랬는데? 알고나 도망가자. 호랑이라도 봤어?”

“사람. 사람들이 바위위에 앉아 있었어.”

“그러면 우리를 다 봤단 말이야? 우리를 구경했단 말이야?‘

미애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다 보이면서.

“이상한 사람들이다. 모른 척 하고 그냥 가지 뭘 보고 있었단 말이야.”

미애는 혼자 짜증을 팍팍 냈다. 빤추를 집어 탁탁 털더니 입었다.

나는 좀 더 뻔뻔하지 못했음을 후회했다. 이왕에 들킨 거 모르는 척 수습했으면 옳았을 일이었다.

그렇게 급하게 도망 올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냥 한 번 씩 웃어주고 그냥 끝까지 할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손짓해 부르면 같이 와서 네 명이 같이 엉킬 수도 있었는데.

“초밥은 어쨌어? 안 가지고 왔어?”

“초밥 챙길 정신이 없었다. 바위위에 앉아 우리를 구경하는데 정신이 아득하더라.”

“씹하는 거 첨 보나? 즈그는 씹질 안 하나? 즈그는 골 천 번 더 많이 했을 거면서.”

미애의 앙탈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배가 고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는데 옷을 입으면 어떻고 벗으면 어떻냐?

인사 꾸벅하고 초밥 챙겨 왔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순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 입어. 초밥 먹으러 가자.”

어느새 미애는 옷을 다 챙겨 입고 나에게 옷 입고 다시 그 자리로 가잔다.

애써 만든 초밥이 아깝긴 하지만 배도 고프지만, 정상에서 먹으면 더 맛있겠지만

나는 다시 그 자리에 가기는 싫었다. 솔직히 갈 용기가 없었다.

뜨거운 마음도 다 식었다. 카메라를 챙겨 온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그때 내 폰이 진동을 했다. 주머니 속에서.

받으려고 꺼내는데 끊어져 버렸다. 화면에는 부재중 전화 1통.

입꼬 버꼬 쇼핑몰사장님이라 떠 있었다. 왜 전화를 걸다가 끊었을까?

내일 촬영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 궁금했지만, 통화를 누르고 싶었지만,

폴더를 닫고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미애가 옆에 있으니 입꼬 버꼬 쇼핑몰 사장님과

통화를 하면 괜찮지만, 지희와 통화를 하면 곤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 지희로 전화 건 것 같았다. 사장으로 전화 했으면 끝까지 들고 있었을 텐데.

그리고 촬영 연락은 사장이 직접 하지 않는다. 디자이너 정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밥이 아깝다고 챙겨 와야 한다고 투덜대는 미애 때문에 나중에 전화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씹질을 하다만 것이 가장 큼 아쉬움이었다. 사정을 못한 것이 가장 불만이었다.

나는 옷을 챙겨 입고 근처 모텔로 향했다. 집에 가면 되지 돈 쓴다고 쫑알대는 미애에게

좀 씻어야겠다고 핑계를 댔다. 사실은 옆집 여자가 기웃대고 소문낼까봐 나는 모텔을 택했다.

그저께 지희가 준 돈이 남아 있기도 했다. 씻고 먹고 엉겨 붙을 참이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모텔은 아무도 없었다. 카운타 아주머니만 꼬박꼬박 졸고 있었다.

“물 시원하게 잘 나오는 방으로 주세요.”

“왜요? 물속에서 하시게요?”

아주머니의 쌕따른 농담에 나는 배꼽을 잡았고 미애는 얼굴이 발그레 해졌다.

“하긴 뭘 해요? 씻고 자야지.”

“흐 흐 같이 자면 하는 것 아닌가? 별 걸 다 내숭.”

아주머니는 다 안다는 듯 썩소를 날리며 303호 키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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