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5일 일요일

이모 접수 - 8부

지희는 좋은 머리를 타고났는지 공부 하나는 잘 했다.

얼굴도 예쁜 것이 몸매도 늘씬한 것이 공부까지 잘하니 시샘의 대상이었다.

주변에 시샘을 받고 왕따를 당하는 지희는 누구보다 외로운 성장기를 보냈다.

그래도 원장님의 총애를 받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원장님의 총애덕분에 고아원에서도

왕따였지만,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은 숨통을 틔워 주었다.

원장님이 지희를 총애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공부를 잘해서도 아니고 착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예쁘다는 것이 전부였다. 예쁘다는 이유로 지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원장님의 방에

불려 가야했다. 원장님의 방에는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어 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지희가 원장님 방에 가면 언제나 먹을 것이 잔뜩 있었다. 고아원에 쌀이 떨어져도 원장님 방에는

항상 먹을거리가 풍족했다. 원장님 방의 먹을거리는 순전히 지희를 위한 배려였다.

원장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지희를 불러 배불리 먹이고 몸 검사를 했다.

홀랑 벗겨놓고 가슴도 만져보고 사타구니도 들여다본다. 발가벗고 줄넘기도 시켰다.

원장님은 분기에 한 번 후원자들이 오면 만찬회장에 지희를 부른다.

원생 중에 만찬장에 참여하는 영광은 지희만이 누렸다.

만찬장에 가서 지희가 하는 일은 후견인들에게 춤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예쁘게 예쁘게 춤을 추면 후견인들이 즐거워서 돈도 주고 박수도 준다. 그 돈은 원장님이 보관한다.

지희는 재주부리는 원숭이마냥 춤을 추다가 원장님의 싸인에 따라 옷을 하나씩 벗어야 한다.

셔츠를 벗고 치마를 들치고 빤추를 내리면 후견인들은 환호를 하며 박수를 보낸다.

어릴 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 원장님이 부르면 가고 시키면 했다.

배고픈 지희에게 그 것은 배를 부르게 해주는 기회였다. 어른들이 지희더러 예쁘다고

칭찬하고 자기들끼리 흥분하고 얼이 빠지는 자리였다. 어른들의 벌어진 입이 재미있었다.

지희는 춤을 추며 옷만 다 벗으면 마음껏 포식을 할 수 있었다.

홀랑 벗은 몸으로 고기며 음료수를 맘껏 먹을 수 있었다.

후견인들이 발가벗은 지희의 몸을 손으로 쓸면서 떡도 입에 넣어주고 과자도 손에 쥐어 주었다.

지희는 그것이 어른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사랑받는 방식인 줄 알았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원장님이 부르면 부끄러워졌다. 자꾸 무서워졌다.

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해야 했다. 길들여진 짐승처럼 당연히 해야 했다.

어린 마음에도 원장님의 총애를 받고 있다. 내가 열심히 해야 원장님이 좋아 하신다.

내가 후견인들의 지갑을 열어 우리 원생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내 속살을 보며 흥분한 그들은 큰 액수에도 사인을 마다하지 않는다.

내가 원장님 뜻에 따라야 무용학원에도 계속 다닐 수 있다.

무용학원 과외는 누구도 받지 못하는 천사 고아원의 혜택이었다.

원장님이 특별히 지희만을 비싼 수업료 내며 무용학원에 보내 준다.

사실은 지희를 위해서가 아니고 천사고아원을 위해서였지만.

사실은 후견인들에게 좀 더 세련된 춤을 보여주고 더 많은 후원금을 빼내기 위한

원장님의 수단이었지만, 지희에게도 손해날 일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자아가 생기기 시작했군요. 사장님.”

“그 전에도 갈등은 있었지요. 하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해요? 누구와 의논해요?”

“그렇죠. 저도 사촌들한테 두들겨 맞아도 어디 말 할 곳이 없었어요.
고모에게 얘기하면 고모가 형들을 야단치지만 그 건 형들의 주먹으로 되돌아 왔어요.
고모부에게는 정말 말할 수 없었어요. 남자 자식이 쩨쩨하다 그래요.
고모부는 저를 남자답게 키우고 싶다고 용서라는 게 없었어요.”

“자기도 힘들게 살았군요. 지금도 형들이 때리나요?”

자신의 얘기를 하며 담담하던 지희가 내가 사촌들에게 맞으며 컸다는 말에 눈시울을 붉혔다.

- 앙큼 떨지 마라. 이년아. 너 때문이야. 엄마만 있었으면 나는 고모 집에 살지 않았어. -

생각이었다. 혼자 속으로 지희를 원망하며 분노가 들끓었지만 내색은 안 했다.

“요즘은 형들을 통 못만나요. 큰형은 유학 갔고 작은 형은 야설넷대학교 장학생이거든요.”

“형들은 공부를 잘했나봐요? 자기는 왜 고등학교 하고 말았어요?”

“형들은 공부를 잘했어요. 고모부의 서슬이 무서웠거든요. 나는 학교에 가는 날보다 안 가는 날이 많았어요.”

“고모부가 자기 자식만 챙기고 자기를 방치 했군여.”

“형들은 공부 못해서 매 맞고 나는 결석해서 매 맞고. 후 후 고모부는 매를 들고 살았죠.”

“왜? 학교에 안 갔어요? 적응이 되지 않았나요?”

“어린 나이에 갈등이 많았나 봐요. 왜 나는 부모가 없을까? 나는 왜 고모 집에 살까?”

“불쌍한 우리자기. 지금 부터라도 열심히 사는 것이 복수하는 거에여. 성공해야 되어.”

- 너 때문이야. 이년아. 내 인생이 너 때문에 꼬였는데 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고 있었다. 지희가 자기 과거를 고백한다 해 놓고 내 과거를 들추고 있었다.

이러다가 이모 때문에 우리 엄마가 죽고 내가 고아가 됐어요. 하고 까발린다면 산통 깨지는 일이었다.

내가 지희 첫사랑의 아들이라는 것이 까발려지면 지희는 분명 방어막을 칠 것이다.

지희가 방어막을 쳐버리면 나는 범접하기만 힘든 것이 아니라 죗값도 받아야 할 것이다.

“자기. 성공해야 되여. 지희가 스폰 해줄게여. 하고 싶은 거 다 밀어 줄게여.”

“아! 내이야기를 하고 있네. 하하. 사장님 하던 이야기 계속해요. 재미있어요.”

나는 지희의 불운한 과거를 재미있다고 했다. 계속 듣고 싶다고 했다.

지희는 나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고아원 이야기를 계속했다.

예쁘다는 이유로, 깜찍하다는 이유로 받은 원장님의 총애는 나를 더욱 외롭게 했어요.

절대자의 총애를 받는다는 것은 힘없는 자들에겐 정말 얄밉거든요.

그래서 나에겐 친구도 없었고 동지도 없었고 적들만 가득했어요.

다른 아이들은 그릇을 깨도 서로 묻어주고 감싸주고 변명해 줬지만,

내가 휴지를 흘리고 줍지 않으면 누군지 잽싸게 선생님들께 일러요.

선생님들께 기합을 받고 있으면 항상 원장님이 나타나서 구해 주셨죠.

“원장이 사장님의 보지를 유린 하지는 않았나요? 사장님을 후견인들의 잠자리에 밀어 넣지는 않았나요?”

그랬으면 싶었다. 고아원에서 지희가 원장님에게 따먹히고 선생님들께 돌림빵 당하고

후견인들에게 골고루 상납되는 상상을 했다.

“원장님은 나를 건드릴 수 없었어요. 사모님이 항상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거든요.”

“선생들은요? 후견인들도 알몸을 보면 먹고 싶었을 텐데.”

“선생님들은 원장님의 눈치만 봤어요. 나를 벌 할 때도 조심스러웠지요. 원장님이 고아원을 위해서 나를 이용했지 몰염치한은 아니었나 봐요. 후견인들도 나를 재주 부리는 짐승이나 어린 아이로 보았을 거에여. 여자로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린 아이나 짐승도 예쁘면 먹어 봄직 한데.”

“으앙. 자기 너무 짓궂따. 지희가 걸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조금은 화가 난 듯한 지희의 앙탈에 나는 손사레를 쳤다.

“아니요. 아닙니다. 사장님. 얘기에 너무 깊이 빠져서 허우적대느라고.”

지희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지희를 장난감처럼, 인형처럼, 강아지처럼 데리고 놀며 즐겼던 원장님과 후견인들이었지만

아무도 지희에게 몹쓸 짓은 하지 않았다.

- 해도 안했다고 씨불이면 내가 어떻게 알아? 대중 앞에서 발가벗고 춤추는데 그냥 두었겠어? -

아마도 원장 사모님이 그림자처럼 붙어 감시하니 한도를 넘어서지 못했나보다.

중 1 이 되면서 지희는 정신적으로 자아가 생기고 몸에 변화도 일어났다.

가슴이 솟아오르고 보지에 털이나기 시작했다. 감추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어느 날, 원장실로 불려갔다. 원장님이 신체검사를 한다고 옷을 벗으라 했다.

전에도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지만, 그날은 정말 싫었다. 원장님 앞에 꿇어앉아 빌었다.

“원장님. 이제 다른 아이로 바꾸면 안 될까요? 지희는 이제 중학생이에요.”

“그래. 중학생이니까 몸을 더욱 자세히 관찰해야 하는 거야. 변화가 심할 때거든.”

“부끄러워요. 제가 뭐 원숭이인가요? 저도 사람이에요.”

“너는 원숭이만도 못한 강아지야. 부끄럽다니. 누구 덕에 먹고 사는데.”

그 때 삿대질을 하며 나선 이가 원장 사모님이었다. 원장님이 정에 이끌려 약한 모습 보이자

사모님이 팔을 걷어붙였다. 사모님은 가혹했다. 냉철했다.

“인간적으로 대해주니 인간인 줄 알어? 짐승처럼 대해 줘야 정신 차리겠어?”

사모님은 휴대전화 다이얼을 꾹꾹 눌렀다. 누구에겐가 급히 오라는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지희에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턱을 받쳐 올리고 눈을 들여다보다가 뺨을 후렸다.

지희는 알 수 없는 공포에 떨었다. 그 공포는 현실로 다가왔다.

남자교사 두 명이 사모님의 호출을 받고 달려왔다.

그들은 지희의 팔을 하나씩 제압하고 달랑 들어 올렸다.

“지하 세뇌 교육실로 가세요.”

세뇌 교육실은 천사고아원의 악명 높은 정신 교육장이었다.

그 곳에 다녀온 원생들은 그 곳에 대해 전혀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 곳에 다녀온 원생들은 급하게 온순해졌다. 말을 잘 들었다.

“원장니임! 싫어요. 싫어요. 말 잘 들을게요. 살려 주세요.”

지희는 몸부림을 쳤지만 원장님은 뒷짐만지고 창밖을 내다 볼 뿐 나서지 않았다.

세뇌 교육실에 끌려온 지희는 두 명의 남자 교사에 의해 발가벗겨졌다.

그리고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천장에 매달려졌다. 발가락 끝이 겨우 바닥에 닿아 있었다.

지희를 발가벗겨 매달아 놓고 두 명의 교사는 세뇌교육실을 나갔다.

스무 평 남짓한 세뇌교육실에 정적이 흘렀다. 지희는 후회를 했다.

-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교에도 보내주는 원장님의 말을 잘 들을 걸.

남들 못가는 무용학원에도 보내 주잖아? 이제 모든 걸 다 잃게 생겼어. -

- 아니야. 이 건 사람이 아니야.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구경거리가 될 수 있어? -

후회와 반감이 교차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고아원을 탈출하고 싶었다.

- 하지만 고아원을 벗어나면 누가 반겨준단 말인가? 학교도 못 다니고 당장 굶어 죽을 거야.
악에 무리의 수렁에 빠져 고통 받을 거야. -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데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시커먼 세파트가

어슬렁거리며 교육실로 들어섰다. 뒤에 원장 사모님이 따라 들어왔다.

“사모님. 잘 못 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앞으론 시키는 대로 할게요.”

지희는 울고 있었다. 울면서 용서를 빌고 있었다. 닥쳐올 공포에 떨고 있었다.

사모님이 교육실로 들어와서 지희를 매단 줄을 느슨하게 해 주었다.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줄을 풀어 주었다.

사모님은 구석에서 의자를 가져와 지희의 가랑이 사이에 놓았다.

사모님이 의자에 앉으니 지희의 사타구니에 사모님의 얼굴이 자리 잡았다.

사모님은 손으로 지희의 구멍을 벌리며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지희는 내려다 볼 수 없었다.

그냥 사시나무처럼 오돌오돌 덜고 있어야 했다. 닥쳐올 일을 예상 못함에 머리는 텅 비었다.

셰퍼드는 스무 평 교육실이 좁다고 뛰어 다녔다. 바람이 휙휙 일었다.

지희의 구멍에 금속성 물체가 닿았다. 사모님이 핀셋으로 지희의 보지를 벌리면서 검사하고 있었다.

“아직 발악을 할 시기도 아닌데. 벌써 세상 무서운 줄 모르네.”

“사모님. 잘 못 했어요. 다시는 말 잘 들을게요. 용서해 주세요.”

지희는 울면서 애걸복걸 했지만 사모님은 들은 적도 안했다.

“›媤! 이리 와.

사모님의 부름에 셰퍼드가 달려왔다.

“배은망덕한 년이 어떤 지랄을 할 지 모르니 잘 지켜. 잠시도 한 눈 팔지 마.”

끄응 소리를 내며 셰퍼드가 내 앞에서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았다.

일어나서 의자를 원위치 시킨 사모님이 셰퍼드 옆에 서서 지희 눈을 들여다보았다.

지희는 용서를 받지 못할 것 같아서, 소정의 교육을 감내해야 될 것 같아서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다.

“눈 떠. 나를 똑바로 봐.”

사모님이 호통을 쳤다. 지희는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사모님을 봤지만 초점은 없었다.

공포에, 분함에, 외로움에 머리는 멍했고 몸은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올 때까지 철저하게 반성 해.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혀 깨물고 죽어. 사고처리 하면 되니까.”

사모님은 지희의 뺨을 왕복으로 갈기고 교육실을 총총 나갔다.

나가면서 사모님이 교육실의 전등을 끄고 이내 문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컴컴한 교육실에 셰퍼드의 움직이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래도 조용한 가운데

셰퍼드가 혼자 뛰노니 지희는 조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체념인지도 몰랐다.

용서를 빌어도 안 되고 반항도 탈출도 할 수 없다.

사모님이 정해 놓은 교육을 받고 다음부터 순응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다리가 아팠다. 다리에 힘을 빼니 팔목이 아프다. 끊어지려는 듯.

지희는 발뒤꿈치를 들고 손으로 줄을 잡았다. 줄을 손으로 잡으니 뒤꿈치가 바닥에 닿지 않았다.

다시 줄을 놓았다. 손목이 아프다. 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줄을 잡았다 풀었다를 반복하는데

갑자기 교육장 이 환해졌다. 지희는 순간, 반가움과 무서움이 온 몸을 휘저었다.

전등은 켜졌는데 아무도 없었다. 셰퍼드만이 활기차게 뛰어 다녔다.

잠시 후 또 불이 켜지고 사람은 없었다. 문도 열리지 않았다.

지희의 정신은 또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체념 속에 안정을 찾고 있었는데

전등이 켜지면서 현재 진행형의 공포가 엄습했다.

불은 10초를 넘기지 않았다. 또다시 꺼졌다. 사모님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전등을 켰다 끄면서 지희를 잠시도 마음 놓고 있지 못하게 하려는 사모님의 교육 방식.

지희는 전등이 켜지고 꺼짐에 정신이 혼란해서 손목의 아픔도 다리가 아픔도 잊었다.

그냥 출입구만 뚫어지게 응시했다. 원장님이 오시면 사정이 통할 것 같기는 했다.

또다시 전등이 켜지고 꺼지기를 수차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셰퍼드가 몸뚱아리를 물어뜯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지희는 안도했다.

전등이 켜지고 꺼지는 반복 속에 지희는 진실을 발견했다.

불이 켜질 때마다 ›媤가 출입구 근처에 있었다. 감지센서?

누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도록 출입구에 센서가 달려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을 알고 나니 지희는 전등이 켜지는 것에 무덤덤해졌다.

›媤가 출입구 근처에 자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媤는 지 맘대로

교육실을 뛰어 다닐 뿐 지희의 바람은 아랑곳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지희의 머릿속은 텅 비었다가 복잡았다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었다.

다음부터는 시키는 대로 잘 하겠다는 반성만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밤새 뛰어 다닐 거 같던 ›媤가 조용해졌다. 잠든 모양이다.

그래도 지희는 잠이 오지 않았다. 세상이 고요하고 ›媤가 잠들어도 지희는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 내일 아침이면 사모님이 용서해 주시려나? 용서해 주시겠지? -

그런 생각만 하다가 밤을 새웠다. 어느새 창문으로 희뿌연 빛이 들어왔다.

지하 교육장까지 빛이 들어올 지경이면 새벽은 아닌 듯 했다. 정오가 가까웠을 것이라 지희는 가늠했다.

내려다보니 ›媤는 지희의 바로 앞에서 잠들어 있었다. 지킨다고. 지희를 지킨다고.

교육을 잘 받은 훈련견인 모양이다. 지능도 바보는 아닐 거라고 지희는 생각을 했다.

지희는 손목을 뒤틀며 신음 소리를 냈다.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손목이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하나는 ›媤를 깨우고 싶은 욕망.

처음엔 ›媤가 무서웠지만 지희를 해하지 않음에 깨워서 뛰 다니는 모양을 보고 싶었다.

지희의 용쓰는 소리에 ›媤가 벌떡 일어났다. 언제 잤었느냐는 듯 네 다리를 곧추 세우고

지희를 향해 컹컹 짖었다. 여차하면 물겠다는 자세였다.

지희는 소름이 돋았지만, ›媤의 하는 모양새를 즐겼다. 외로움이 가셨다. 무서움이 도망갔다.

›媤는 교육실이 좁다고 또다시 뛰어 다녔다.

›媤가 출입구 쪽을 휙 지나치면 전등이 교육실을 환하게 밝혔다.

지희가 ›媤를 보며 반쯤 미소를 지은 것도 잠시,

갑자기 지희의 마음과 몸은 돌처럼 굳어져야 했다.

원장 사모님이 어느새 소리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있었다.

츄리닝 차림의 원장 사모님은 작은 손수레를 밀고 교육실로 들어서고 있었다.

출입문이 자동이라 소음이 없어 사모님이 들어서는 것을 지희는 미처 보지 못했다.

›媤가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느라 사모님의 등장을 지희는 보지 못했다.

사모님은 지희에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턱을 받쳐 들고 조용 조용 말했다.

“웃고 있구나. 지희. 반성 하랬더니 ›媤하고 놀고 있었단 말이지.”

“아닙니다. 사모님. 밤새 반성 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지희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듯이 외쳤다. 순간, 뺨이 얼얼하고 눈에 번개가 쳤다.

사모님이 턱을 받치고 있던 손으로 지희의 뺨을 후린 것이었다.

“너는 반성한 모습이 아니야. 입에 거품을 물고 속죄 해야지 히죽거리고 있어.”

지희는 더 이상 용서를 구하지도 못했다. 밤새워 반성했건만 인정해 주지 않으니 이제 처분을 기다릴 뿐이었다.

사모님은 지희 손을 묶은 줄을 더 느슨하게 해 주었다.

“무릎 구부리고 앉아.”

밤새 힘을 주었던 다리가 굽혀지지 않았다. 무릎이 굽혀지지 않아 다리가 후들거렸다.

“싫단 말이지? 내 말 안 듣겠다는 말이지?”

사모님의 억지에 지희는 앉으려다가 뒤로 나자빠졌다.

엉덩이는 바닥에 닿지 못했다. 천장에서 줄이 당기고 있어서.

다리는 쫙 펴진 채 가랑이를 벌리고 엉덩이는 뒤로 빠진 채 허공에 대롱 거렸다.

“오! 그래. 자세 좋은데. 그래 그렇게 있어. 니가 원한 자세니까.”

“팔이 아파요. 사모님. 겨드랑이가 찢어질 것 같애.”

“아직 엄살 떨 정신이 있다는 말이지? 반성을 안 한단 말이지?”

사모님은 자꾸 지희가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몰아갔다. 억지였다.

사모님이 작은 손수레에 덮어 씌어져 있던 보자기를 들쳤다.

지희의 목구멍에 꿀꺽 소리가 났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배고픈 지희의 코에 밥 냄새가 들이 닥쳤다. 낸새만 맡아도 살 것 같았다.

지희는 속으로 외쳤다. 밤새 굶은 지친 지희였다.

- 감사합니다. 사모님. 잘 먹겠습니다. -

사모님은 수레에서 스텐 그릇과 은수저를 손에 집어 들었다. 그리고 지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스텐 그릇에는 흰죽이 가득 담겨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媤. 이리 와.”

- 아! 내 것이 아니구나. -

지희는 낙담했다. 흰죽은 지희의 먹을 거리가 아니고 ›媤의 아침인 것을.

사모님이 은수저로 흰죽을 펐다. ›媤가 침을 흘리며 고리를 흔들고 있었다.

-아! ›媤도 숟가락으로 죽 먹는구나. 하필 왜 배고픈 내 앞에서 먹니? -

지희는 원망의 눈초리로 ›媤를 노려봤다. ›媤는 긴 혀를 내밀고 자기 입술을 핥고 있었다.

사모님 손에 쥐어진 숟가락이 지희를 향했다. 가득 푼 죽을 지희의 가슴에 쏟아놓고 있었다.

“›媤. 천천히 먹어.”

›媤가 지희의 가슴을 핥아대기 시작했다. 지희는 기겁을 했다. 몸을 뒤틀며

비명을 질렀다. ›媤는 아무 생각 없는 듯 죽만 핥아 먹었다. 고문이었다.

죽 한 그릇이 지희의 온 몸 구석구석에 퍼 옮겨졌고 ›媤가 지희의 온 몸을 핥았다.

무서울 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媤의 보드라운 혀는 지희의 몸을 뜨겁게 했고

전율케 했다. 수치에 정신이 혼미 해졌다. 지희는 스스로 미칠 것 같았다.

미치면 안 된다고 정신 줄 놓으면 안 된다고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며 견뎠다.

몸은 황홀했지만 개에게 유린당한다는 마음이 아팠다.

죽 한 그릇이 바닥을 보이자 고문은 끝났다.

“지희야.”

“예. 사모님.”

“오늘 ›媤에게 사랑받은 기분이 어떠냐?”

“좋습니다. 사모님.”

“좋기만 하냐? 그 거 뿐이냐?”

지희는 순간을 모면하기위해서 더한 고통과 수치를 피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사모님의 마음에 드는 말을 해주어야 용서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황홀 했습니다. 세상에 더 없는 쾌감을 느겼습니다.”

“그래? 그러면 앞으로 ›媤를 서방님이라 부를 수 있겠느냐?”

지희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제 출구가 보일 것 같았다.

“예. 사모님. ›媤를 서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서방이 아니고 서방님. ›媤가 아니고 ›媤님.”

“예. 예. 사모님.”

“›媤 서방니임! 하고 불러 봐.”

“›媤 서방니임!”

지희가 ›媤 서방니임! 하고 불렀지만 ›媤는 배가 부른 듯 외면하고 누워 있었다.

“소리가 작으니까 반응이 없잖아. 다시.”

지희는 크게 ›媤 서방니임!을 불렀다. 자기도 깜짝 놀라도록.

잠시 ›媤가 고개를 지희 쪽으로 돌렸다. 사모님은 흡족한 표정으로 지희를 바라봤다.

“앞으로 서방님이 원하면 오늘처럼 식사를 대접 할 수 있겠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지희는 이 위기부터 넘고 싶었다. 까짓것 못할 이유도 없어 보였다.

“예. 사모님. 언제든지 온 몸으로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그래. 너는 인간이 아닌 게야. ›媤의 마누라. 암캐란 말이다.”

“예. 사모님. 이제 시키는 대로 잘 하겠습니다.”

“지희는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여기 와서 ›媤 서방니임! 하고 문안 인사드릴 것. 밖에서 ›媤를 만나면 서방니임! 하며 고개 숙이고 속으로 인사 할 것. 잊지 말아라.”

“예. 사모님. 오늘을 명심하겠습니다.”

“다시 여기에 오게 되면 강아지를 임신해서 나갈 테니 다시 올 일 만들지 마라.”

“예. 사모님. 이제 시키는 대로 잘 하겠습니다. 원장님과 사모님. 화 안 나시도록 하겠습니다.”

반성의 말이 지희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왔다. 교육의 효과는 대단했다.

지희는 이 교육실에 다시 오고 싶지 않았다. ›媤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끌려오지 않기 위해서 언제까지일는지 모르지만,

아침마다 스스로 와서 서방니임!을 부르고 가야했다.

지하 세뇌 교육실에서 풀려난 지희는 발가벗겨진 채로 원장실로 옮겨갔다.

지희의 옷이 거기에 옮겨져 있기도 했다. 옷을 입기위해 간 것은 아니었다. 사모님이 가라했다.

“밤새 무서웠지?”

원장님은 발가벗은 지희를 품에 안으며 어깨를 다독였다.

지희는 알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교육도 끝났고 서방님도 생겼는데

왜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원장님 품에 안겨 지희는 어깨를 들썩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래. 그래. 네 마음 내가 알아. 사춘기니까 마음에도 없는 반항이 나왔을 거야. 밤새 반성했으니 다시는 나쁜 마음 안 먹으면 되는 거야. 울음 그쳐. 나도 눈물 나려 한다.”

원장님이 눈물 나려 한다는 말에 지희는 울음을 그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뚝 그쳐지진 않았다.

“지희는 앞으로 연예인으로 키울 거야. 대중 앞에서 옷 벗으며 춤추는 것을 부끄럽다 생각 말아.
너를 과시하는 것이고 너에게 매료된 후원자들이 돈을 더 많이 쏟아 놓으면 불쌍한 우리 천사 가족들이 잘 먹고 잘 입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거야.”

원장님은 지희의 장래 희망도 묻지 않고 연예인을 만들겠다고 통보했다. 마음대로 정하고 시켰다.

천사 유치원 원장님은 항상 그랬다. 지희에게도 이제껏 미스코리아감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제는 연예인이란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너는 뭐해라. 너는 무엇이 되어라. 하며 정해 주었다.

지희 덕분에 후원자들이 돈을 푼다는 이야기엔 지희의 마음이 상기 되었다.

친한 사람은 없지만, 한 지붕 아래 같은 솥에 밥을 먹는 고아원 아이들에게 보탬이 된다면

지희 한 몸 희생 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6시간의 세뇌 교육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울음 그친 지희의 머리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세뇌되어 있었다. 원장님의 말이 고마웠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되어 지나요.”

조금은 퉁명스러운 지희의 말에 원장은 머리를 쓸며 말했다.

“원장할아버지가 마음먹으면 안 되는 것이 없어. 천사 유치원을 거쳐 나가서
자리 잡은 선배들도 많고 우리 후원인들은 모두 나라에 중요한 일을 하는 분들이야.
지희만 잘하면 내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탁을 드리면 결과는 얘기 안 해도 짐작하지?”

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에서 노래하는 자신과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자신을 떠 올렸다.

사모님이 밤새 고통과 수치를 주며 아이를 극악으로 내 몰았다가,

원장님이 따뜻하게 감싸며 풀어주는 천사고아원의 운영 방식 중에 하나였다.

실질적으로 원장님은 고아원의 간판이었다. 인자한 얼굴로 사회 지도층과

교류하고 도움을 이끌어 낸다면 사모님은 고아원의 규율이었다.

모든 악역을 사모님이 맡아서 했다. 전면에는 원장님이 나서서 일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모님이 뒤로 끌고 가서 군기를 잡는 것이 천사고아원이었다.

선한일은 원장님이 나서고 악한일은 사모님 담당이었다.

그래서 고아원 아이들은 사모님을 더 무서워한다.

그래서 밖에서는 천사고아원 아이들은 무조건 착한 줄로만 안다.

- 연예인 시켜 줄게. 원장의 약속. 후견인들 중에는 사회 지도층이 많아. 너 하나 키우는 건 일도 아냐. -

원장님의 한마디는 약발이 있었다. 장래를 보장해 준다는데 싫은 사람이 누가 있으랴.

“셰퍼드에게 서방님 했으니 사장님은 암캐가 되셨네요.”

나는 은근히 지희의 아픈 곳을 쑤시고 싶었다.

“그랬죠. 암캐가 되었죠.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해야 했으니 암캐보다 못했죠.”

“개처럼 기어 다녔나요? 사장님. 볼 만 했겠다. 사장님이 기어 다니며 멍멍대는 모습.”

갑자기 아랫도리가 화끈하다. 지희가 약이 오르는지 불알을 불끈 쥐었기 때문이었다.

“아악!”

“죄송해요. 죄송해여. 장난이었는데”

나의 비명에 지희는 급 당황했다.

“아! 터진 것 같아. 으 으 죽겠어.”

화들짝 놀란 지희가 내 사타구니에 머리를 박고 불알을 뒤적거리더니 말했다.

“터지진 않았어요. 아프긴 하겠다. 호 호 호.”

- 씨팔 터지길 바랬냐? 터지진 않다니. 내 인생 꼬운 년이 남성마저 조질 일 있냐? -

사타구니에 묻었던 지희의 얼굴이 배를 타고 가슴을 지나 내 얼굴과 마주하니 둘의 몸은 포개어졌다.

나는 지희를 옆으로 밀치면서 물었다.

“그래서 담날부터 ›媤한테 문안 인사 같나요? 사장님.”

그래도 지난 일이라 여유는 있었다. 지희는 남의 일처럼 대답했다.

“첫 날은 부끄러워서 못 갔지여. 사모님의 호통을 듣고 저녁에 서방님 찾아 뵙고
담날부턴 새벽마다 갔지여.“

“가니까 서방님이 좋아 하시던가요? 사장님?”

“서방님은 나만 보면 핥으려고 그랬어요. 처음엔 도리질을 쳤지만 사모님이 무서워서
손을 내밀어 ›媤의 욕구를 풀어 주었지요.“

“매일 문안인사 드리니 자신이 개로 느껴졌나요? 사장님.”

“자기야. 사장님 빼고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 둘이 있을 땐.”

“입에 익어서. 둘이 있어도 사장님은 사장님이잖아요. 사장님.”

“둘이 있을 땐 사장님 아니에여. 애인? 섹스 파트너?”

“그냥 사장님 해요. 그 게 편 해.”

“자기가 편하다면 어절 수 없지만. 서서히 고쳐 봐요.”

“어쨌든 나는 개의 마누라다 생각 들었나요? 사장님?”

나는 일부러 사장님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지희 약 오르라고.

그래도 지희는 약 올라 하지는 않았다. 많이 속상해 하는 느낌은 들었다.

“나는 개다. 나는 개의 마누라다.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으니까요.
›媤에게 가면 묶여서 갇혀 있던 그 밤이 떠 올랐어여.
몸으로 식사를 대접했던 수치심이 일었어요.
그래서 주눅이 들게 되고 다시 안 가려고 노력하며 생활 했죠.“

지희가 반항을 하고 쎄뇌 교육실을 다녀오고 고분고분 해졌지만 만찬회 스트립쇼는 계속 되었다.

달라진 점은 지희가 홀랑 벗고 음식을 먹어도 후원자들은 구경만 했다.

후원자들이 박수치며 먹을 것을 권해 왔지만 지희 몸을 만지는 일이 없어졌다.

만찬회를 하기 전에 지희는 하루를 굶어야 했다. 아니, 고아원에서 하루를 굶겼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는 모양을 후원자들은 좋아했다.

자기들의 베풂에 달콤하게 받아들이는 지희의 모습을 후원자들은 즐겼다.

배도 고팠지만, 지희는 후원자들의 만족을 위해 더 게걸스럽게 먹어야 했다.

›媤를 서방님으로 모신다는 사실은 사모님밖에 모르는 일이었다.

›媤를 서방님으로 모시면서 사모님은 지희를 보호해 주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홀랑 벗고 춤추는 모습을 많은 남자들이 보았겠네요.”

“많은 여자들도 보았어요. 후원자들 중에 여자가 절대적으로 많았거든요.”

“어른이 돼서 내 알몸을 본 사람들과 만날까봐 걱정되지 않았나요?”

“만났어요. 공무원시절에 업체를 방문했는데 후원자 중에 한 명이 사장석에 앉아 있었어요.”

“숨었겠네요?”

“나는 옛날 생각이 났지만 그들은 관심 없었어요. 그냥 자기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롱 잔치였을 뿐.”

“그들의 생각을 어떻게 사장님이 단정해요? 물어 봤나요?”

“사장석에 있는 그 분과 대화를 풀어 봤어요. 제가 자리를 만들었죠.”

“내가 그 때 그 아이다 밝히셨나요?‘

“밝혔죠. 놀라더군요. 그 때 일은 안중에도 없는 듯 예쁘게 자라 주어서 고맙다던데요.”

“그랬군요. 안 그런 넘들도 있을 텐데.”

“모르죠. 그 일로 문제가 된 일은 없었으니까.”

사모님은 만찬회장에는 절대 카메라를 소지하지 못하게 했다.

지희가 춤을 출 때는 어떤 도구로든 촬영을 금지하며

적발될시 에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사모님은 주위를 환기 시켰다.

교육실에서 피도 눈물도 없었던 사모님이 그 이후 지희를 극진히 보호하여 주며

지희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였다. 벌거벗고 식탁위에서 지희가 배를 채울 때도

사람들이 구경만 하였던 것은 사모님이 사전에 터치를 금지시킨 때문이었다.

지희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만찬회장에서 지희가 한 마리 원숭이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만찬회에 참석한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사회적 저명인사였기에

고아원에서의 재롱잔치를 외부로 흘리진 않았다. 지희 본인만이 수치를 감당하면 그만이었다.

원생들도 지희가 만찬회장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냥 원장님의 배려로 잘 얻어먹고 오는 줄로만 알고 시샘만 할 분이었다.

중 3 여름 방학을 앞 둔 어느 날, 지희는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만찬회장에서 스트립쇼를 하고 식탁 한 복판에 퍼질러 앉았다.

후원자들이 먹을 것과 음료수를 따라주어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음료수를 먼저 몇 잔 들이켰다. 고기도 몇 점 먹지 못했는데 지희는 갑자기 마음이 이상해졌다.

머리가 어지럽고 마음이 무지 슬펐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억이 끊겨 버렸다. 기억을 되찾았을 댄 쎄뇌 교육실이었다.

지희는 철창에 갇혀 있었다. 몸은 철창 안에서 꼼짝 할 공간이 없었다.

쪼그리고 앉았는데 철망이 머리에 어깨에 무릎에 발끝에 닿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양 팔은 창틀 사이로 외출을 하고 있었다. 양 팔은 철망 사이로 밖에 나가 있었다.

물론 다시 들어올 공간은 없었다. ›媤가 주위를 빙빙 돌며 지희를 지키고 있었다.

“›媤가 마누라 왔구나 하며 좋아 했겠네요. 사장님.”

“자기는! 웃음이 나오시죠? 지희는 치가 떨리는 날이에여.”

지희가 눈을 흘겼다. 나는 약간 찔끔했다.

“미안해요. 지난 일이라기에.”

“아니에여. 괜히 자기 기분 꺾었나 봐요. 재밌어 하세여.”

나는 괜히 미안해졌다. 지희를 놀려 먹는 다는 것이 슬퍼하게 만들었다.

화를 내면 재미있을 텐데. 슬퍼하니 미안했다.

지희는 만찬회장에서 배고픈 참에 음료수부터 몇 잔 벌컥 거린 것이 실수였다.

그 음료수에 후원자 중에 누군가가 장난으로 양주를 탔고 지희는 취해 버렸다.

취해서 혀 꼬부라진 소리로 후원자들에게 마구 욕을 퍼부었다.

- 내가 강아지냐? 워언숭이냐? 개돼지 같은 새끼들아 -

- 너희들이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어서 사람을 무시 하냐? 돈이면 다냐? -

- 내가 어른 되면 너희들 다 콩밥 맥일 거야. -

- 느그 딸래미 벗겨 놓고 희롱해라. -

- 내가, 지희가 나중에 느그 아들 사귈 거야. 니 며느리 될 거야 잡년아. -

알몸으로 일어서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주정을 했던 것이다.

할 소리 안 할 소리 다했다. 마음에 없는 말도 했다. 그러나 기억은 못한다.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본능이 말했던 것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만이 표출 된 것이었다.

그 상황은 사모님의 꾸지람에서 들을 수 있었다. 벌은 받았지만 지희는 속이 후련했다.

술주정. 그 사건은 결국 지희를 천사고아원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술주정 때문에 지희는 다니던 학교도 나갈 수 없었다. 고아원에서 보내주지 않았다.

결국 중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없었다. 사모님은 지희를 청소만 시켰다.

달아나지 못하게 발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셰퍼드 ›媤가 지희를 감시했다.

하루에 두 끼가 주어졌고 밤에는 철창 속에 앉아서 자야했다. 팔만 창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媤가 오며 가며 지희의 손을 핥아 잠을 깨우곤 했다.

쪼그리고 앉아 ›媤에게 시달리며 잠을 자니 만날 기운이 없었다.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 몸은 빼빼 말라만 갔다.

쇠사슬을 끌고 구석구석 청소하니 몸도 마음도 모질어갔다.

6개월이 흘렀다. 후원회 만찬이 두 번 있었지만, 지희는 불려가지 않았다.

누군가 지희 역할을 대신 할 것이라는 생각에 치를 떨었다.

재롱잔치가 없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희는 짐작했다. 가진 사람들은 누군가를

괴롭히며 희롱하며 쾌감을 얻는가 보다. 나는 지희의 눈에 눈물을 보았다.

“지희야. 이제 너도 다 컸고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사모님은 너를 평생 청소부로 벌하려 하지만, 내가 말렸다.
훌훌 털고 사회에 나가 꿈을 펼쳐 보는 것이 어더냐?”

원장님의 제안이었다. 고아원을 떠나라는 최후통첩이었다. 나가라는 떠밀림이었다.

지희는 접해 보지 못한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지만, 나가야했다.

거부하면 고통만 더해질 뿐이었다. 대책이 있어야 했다.

- 남들 다 사는데 나라고 못 살 것 있겠어? -

-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몰라. 해방이잖아. 고아원 탈출. -

- 무엇이든 한다. 사회에 나가서. 몸은 부서져도 마음만 안 망가지면 되잖아. -

- 드 넓은 천지에 지희 갈 곳 없겠어? 위기는 위험한 기회야. -

- 누구와 의논하고 누구와 등 기대고 사나? 어디서 자나? -

스스로 용기를 냈다. 부딪쳐 봐야 고아원 보다 힘든가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퇴소해야 되는데 지희는 중학교도 졸업 못했어요. 정착금은 주나요? 원장님.”

“너의 불찰로 쫓겨나는 것이니 정착금이라는 것은 바라지 마라. 원칙에 없다.”

“그럼. 후원인 들이 이제껏 저에게 준 돈은 요? 원장님이 보관해 주시기로 했지 않나요?”

“그 건 준다. 그 돈으로 네 생활 터전을 알아보고 있다. 나가서 죽을 수는 없지 않겠니?”

지희의 불찰이라는 이유로 사모님은 천사고아원 퇴소를 결정했다.

지희의 불찰이라는 이유로 원장님은 연예인 시켜 주겠다는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다.

지희는 입은 옷 그대로 맨 몸뚱이, 빈손으로 쫓겨나야 했다.

다행인 것은 잠 잘 곳은 마련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사모님의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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