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1일 화요일

음란장모(淫亂丈母:근친의 덫) - 1부

“하아아.. 하아아...”


남편의 상체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움찔거린다. 나는 그런 남편을 보며 마지못해 몸을 들썩이며 신음하는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흐으음... 여보... 좋아요”
“나도 좋아 여보! 하아... 당신은 언제해도 너무 좋은거 같애 내 자지가 녹는 것 같아”


사실 내 하복부로 전해지는 감흥은 그럭저럭이었다. 하지만 모처럼 이렇게 열정적으로 달려든 남편을 실망시키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기에, 나는 어색하나마 달뜬 신음소리를 내주었다.
오늘만해도 벌써 한달만의 섹스였다. 아마도 다음번의 섹스는 다음달 이맘때쯤이나 가능할 것이다. 남편은 나와 나이차이도 9살이나 났고, 평소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에 마흔살이 넘은 10여년 전부터는 간헐적인 섹스조차도 버거워했다.
사정 이후 곧바로 잠이 들기 일쑤였고, 어떨땐 내가 샤워를 하고 들어오면 짐짓 피곤함을 이유로 먼저 잠이 든 척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남편을 이해한다. TV프로를 봐도 40줄 이후엔 남성의 성적 능력이 점차로 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남편은 이제 벌써 50대에 접어들었다. 싱싱한 20~30대의 단단함을 기대하기엔 그도 많이 늙었있음을 나도 인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남편의 신체적 변화를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더 심드렁하게 만드는 것은 늘 단조로웠던 남편의 패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가벼운 입맞춤 후 가슴을 잠깐 만지작 거리던 남편은 오늘도 여느때처럼 아직 채 흥분도 되지 않은 내 안에 거칠게 삽입한다. 나는 종종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지만, 남편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되려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 거기가 너무 좁아서 그래”


사실 많이 흥분했을때의 나는 나도 모르게 그 곳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편이었다. 때론 힘을 좀 풀어보려해도 그게 마음대로 잘 안되서 남편이 곤혹스러워하기도 했다. 또 그 때문인지 남편과의 신혼초기엔 간혹 삽입후 남편이 곧바로 사정하는 경우도 있어 때때로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남편의 그런 경향은 나이를 먹으면서 차차 나아지고 있었다.


“하압... 하아... 여보 나 쌀거 같아!”
“괜찮아요 괜찮아!”


남편은 쌀거 같다고 말했지만, 내 안을 드나드는 남편의 성기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아마도 사정은 벌써 시작되었을 것이다. 나는 곧 힘없이 내 몸위에 쓰러진 남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여보 어때? 좋았어?”


늘 섹스가 끝난후면 물어오는 남편의 질문... 남자들이란 다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칭찬받고 싶어하는 본능을 지닌 것일까? 나는 이 순간만큼은 순진무구한 소년의 표정이 되어 따듯한 격려를 받고 싶어하는 남편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활짝 웃는 표정으로 남편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나... 너무 좋았어요!”
“그래? 하하하 내가 요즘은 바쁘고 그래서 자주 안아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번 안아줄땐 정말 끝내주자나? 그치? 하하하하”


그 어떤 격려보다 섹스 후의 한마디가 남자의 기를 살리는데 즉효임을 나는 지난 세월을 통해 배웠기에, 나는 의기양양해 하며 내 옆에 벌렁 드러눕는 남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보... 벌써 자?”


섹스 후 각종 분비물들이 묻은 남편과 내 몸을 닦기 위해 탁자위에 놓인 물티슈를 가져오는 사이 남편은 어느새 드르렁드르렁 하며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나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몹시 귀여워보였다. 남편은 이렇게 체력적으로 버거워하면서도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마라톤은 42.195킬로미터를 뛰어야 한다. 선수에 따라 42.195킬로미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쌩쌩하게 뛰어가는 선수가 있는 반면, 남편처럼 1~20킬로만 뛰면 어느새 지쳐 헐떡이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에 따라 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인간의 능력차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짧은 거리일망정 최선을 다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하지 않을까? 나는 어느새 머리숱이 더 없어져 처량해진 잠자는 늙은 마라토너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는 내 곁에서 벌써 20년도 넘게 달려온 멋진 남자였다.


“여보 사랑해요...”


나는 남편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남편은 이미 꿈나라로 떠났는지, 내 말에 아무런 답도 해주지 않지만, 분명한건 섹스의 여부와 상관없이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의 성적 능력은 날이 갈수록 점점 약해져만 간다. 오늘의 섹스도 한달에 한번 정도 치러지는 의무방어전이었다. 예전같이 불처럼 뜨거운 섹스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나 역시도 이제 40줄에 접어들었고, 나의 두 아이는 이제 다 커서 성인이 됐다. 섹스에 목매달기보다는 자기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평소 내 지론이었다.
나는 더 크게 코를 골기 시작한 남편을 꼭 끌어안고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시끄러운 코골이도 20년을 넘게 들으니 마치 자장가처럼 친숙하다.




사람들이 느긋하게 오가는 한낮의 대형 마트...
수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장을 보고, 물건을 카트에 싣고 있었다.
하지만 오직 단 한사람 나만은 조금의 여유도 없이 카트를 끌고 서둘러 계산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쿵쾅! 쿵쾅! 쿵쾅! 쿵쾅!]


나에 조그만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 거린다.
내 왼쪽 가슴에서 마치 자신이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관차라도 된 듯 달려나가는 이 녀석은, 이렇게 내 가슴을 박살내기라도 할 듯 두근거리면서도 전혀 멈출 기색이 없었다. 아니 되려 그 속도를 더 높여 내가 견딜 수 있는 최대치를 향해 달려갔다.
내 시선은 어느 한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거칠게 흔들렸다. 두려운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올라 몸 안 깊은곳에 또아리를 튼 채 안그래도 무겁게 자리잡은 불안감만을 더욱 더 가중시켰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카트를 밀어 마트 계산대 앞에 줄을 섰다.


“미친년... 미친년...”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 이런짓을 하는지 나조차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나는 불룩하게 튀어나온 내 겉옷주머니를 손으로 누르고 또 눌러보지만, 이 거친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내 나이 마흔 두살... 20살도 안된 나이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마냥 평온하기만 했다. 남편은 방송국 PD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지만, 내겐 늘 성실하고 다정한 남편이다. 19살에 임신하여 낳은 큰 딸은 벌써 23살로 조금 이르긴 하지만 작년 말 누가봐도 멋진 훈남과 결혼했다. 둘째딸 역시 작년에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둘 다 철이 없긴 해도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잘 커주었다.
나 역시도 아이들을 어느정도 키워둔 3년전부터 홈쇼핑 쇼호스트로서 대박은 아니더라도 제법 괜찮은 매출을 올리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헌데... 그런 나에게 이런 괴질이 생기다니...
나는 내 앞사람의 계산이 거의 끝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마트 계산대 앞에서 다시한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도벽(盜癖)!!!!!


42살 이라는 늦은 나이에 찾아온 이 해괴한 괴질은 지금도 나를 벼랑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총 7만 8천원입니다.”
“네...”


계산원의 목소리에도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내 주머니엔 아까 마트 구석에서 허겁지겁 쑤셔넣은 싸구려 화장품이 들어 있었다.
만약에라도 들키게 된다면, 내 인생은 그야말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유명 쇼호스트 마트에서 도둑질하다 붙잡혀]
[화려한 쇼호스트의 어두운 그림자...]


싸구려 주간지에나 실릴 법한 헤드라인들이 내 머릿속을 정신없이 오간다.
하지만 진정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런 불안감이 가중될수록 이상하게도 나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쾌감이 스멀스멀 밀려든다는 것이었다.


“저기... 홈쇼핑 채널 나오시는 박은정씨 아니세요? 어머 왠일이야! 어쩐지 고개도 안 들고 계신다 했더니...”


어서 계산을 끝내고 나가려 카드를 내민 나에게 마트 계산원은 달갑지 않은 멘트를 날리며 아는 척을 하며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저기 가끔 봐요~ 화장품도 파시고, 얼마전에도 뭐 완판 하시고 그랬잖아요! 왠일이니 왠일이야! 어쩜 피부 정말 좋으시다. 30대로 초반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관리를 어떻게 하시길래!! 어머 어머!!”
“아... 예...”


계산원의 말이 길어질때마다 내 두 다리의 떨림이 더 심해진다. 아무리 꾹꾹 눌러도 더 이상 부피가 줄어들지 않는 내 주머니는 훔친 화장품을 품은 채 나를 비웃고, 내 속을 아는 입술만이 내 마음처럼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저기 제가 바빠서... 계...계산 좀...”
“아 네! 정말 너무 이쁘세요~ 옷두~ 너무 세련되시네요”


그제서야 내가 건넨 카드를 받아드는 계산원... 세련돼 보인다는 미사여구와 함께 감탄어린 시선으로 나를 훑어보는 그 모습에 조금의 악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산원의 시선이 행여나 내 주머니를 주의깊게 볼까 싶어 나의 긴장감은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한다.
몸은 그대로 굳어있지만 마음은 이런 중압감을 견뎌내지 못하고 벌써 카트를 내팽개치고 뛰쳐나가고 있다. 나는 그녀의 시선이 불룩한 내 주머니에 집중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몸을 돌려 가렸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네...”


카드를 돌려받자마자 나는 영수증을 대충 주머니에 구겨 넣으며, 황급히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계산대를 지나왔음에도 아직 흥분한 내 심장은 여전히 터질 듯 쿵쾅거렸다.
매장에서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진 긴 무빙워크를 타고 내려가면서도, 나의 예민함은 가라앉지 않고 더 날카로워진다. 지금이라도 누군가 달려와 내 어깨를 붙잡고 주머니를 한번 볼 수 있겠냐고 물어볼 것만 같은 불안감...
호흡이 가빠지며, 두 다리가 떨려온다. 무빙워크 끝에 서 있는 마트 직원을 보자마자 흠짓 놀라 고개를 숙이는 나, 주차장에 도착해서도 차를 향해 걸어가는 내 걸음은 흡사 집에 불이라도 난 사람마냥 더없이 다급하다.
나는 재빨리 물건들을 트렁크에 집어 넣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곧바로 문을 잠궈버렸다. 그제서야 찾아오는 깊은 안도감... 나는 머리를 핸들위에 떨군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


“하아... 하아... 하아...”


복잡한 감정의 변화가 이어졌다. 극도의 긴장감은 최상의 후련함으로 바뀌고, 나를 짓누르던 불안감은 짜릿한 흥분으로 바뀐다.
마치 전기에 감전 된 듯 찌릿한 자극이 발끝으로, 머리끝으로 전달되고, 나는 이 감각이 나를 도벽이란 괴질로 몰고간 주범임을 알면서도, 그 감각을 느끼지 않으면, 그나마 버티고 있던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생각에 그렇게 온몸 가득한 짜릿함을 느끼며 한참을 심호흡했다.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내 몸을 전율시키던 그 감각이 끝나자마자, 나는 다시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본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와 미친 듯이 죄 없는 핸들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소위 ‘미친년’이 되어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남부러울것없이 살아가는 내가 어쩌다가 이런 괴질의 희생양이 되었을까?
문득 얼마전 용기내어 찾아간 정신과 의사의 상담 내용이 떠올랐다.


“박은정씨의 증상은 뭐랄까...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되려 너무 완벽한 삶을 살다보니 그 일상들이 단조롭고, 평이 하다는데서 오는 것 같습니다.”
“와... 완벽이요?”
“그렇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좋은 남편, 말썽한번 안부리고 잘 커준 아이들, 그리고 개인적인 성공...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분들은 보통 인생에 있어 커다란 난관이나 역경을 겪어보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자연스럽게 모든일이 다 잘 된거죠.”
“아니 그게 어떻게 문제가 되나요?”
“뭐랄까? 인간의 마음과 감정이란 파도와 같습니다. 넘실거릴때도 있고, 평온할때도있고,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하루종일 평온한 바다를 바라보시는 겁니다. 지루하죠... 그런 생활이 일년... 십년... 그렇게 20년이란 시간동안 지속되는겁니다.”
“아...”
“스스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본능은, 어떤 일탈을 꿈꾸시는 겁니다. 그런 성향이 여러 가지 형태로 도출되기도 하지요”
“어떤...”
“가장 쉬운예는 우울증이나 불면증이겠죠, 그 외에 도벽이라든가, 노출증, 또는 뜻하지 않은 불륜등으로 이어질수도 있구요”
“그... 그런...”
“가장 중요한건 이성적으로 그 본능을 무조건 억누르기만 하는 것은 적당한 치료법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아시겠지만, 누르고 누르면, 결국 터져나오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시고, 조금씩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못해본 것, 또는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매진하세요. 아니면 소소한 일탈 정도는 해보시는것도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구요”


나는 이미 내가 우울증과 불면증의 증상을 넘어 도벽에 이르렀음을 고백하진 못했다. 그것을 말하는 순간 내 치부를 모두 들켜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꺼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한 그것을 말한다고해도 의사가 딱히 그럴듯한 처방을 내려주진 못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나는 의사에게 털어놓지 못한 얘기가 더 있긴 했다.
그것은 바로 내 어머니가 무녀였다는 사실이다.
내가 10살이 되던 해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된 내 어머니... 난 어머니가 창피했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란 내 유년시절은 그렇다쳐도, 나 역시 신내림을 받고 결국 무녀가 될 거라고 말하던 엄마가 나는 너무 싫었다. 굿을 하기 위해 흔들어대던 방울소리도 싫었고, 엄마의 손에서 신들린 듯 휘둘리던 그 칼이 싫었다.
아마 내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어린나이에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한것도 그런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최종적으로는 나 역시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가혹한 운명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방편이었을지도 몰랐다.


[지금의 내 괴질은 어쩌면 신내림을 받지 않은 나에 대한 신의 징벌인가?]


나는 뜬금없이 떠오른 엄마에 대한 안 좋은 기억과 어처구니없는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어 댔다. 지금은 21세기가 아닌가?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인터넷을 하고 화상통화까지 가능한 세상이다. 신내림 같은 근거없는 미신을 믿느니 정신과 의사의 말대로 내 안의 억눌린 욕구가 터져 나왔다고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이었다. 나는 이런 번잡스런 생각에서 벗어나고자, 재빨리 키를 돌려 차에 시동을 켠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때마침 울린 전화벨소리에 휴대폰을 꺼내들어보니 큰 딸 민서의 이름이 커다랗게 찍혀있었다.


“여보세요~ 민서니?”
“어! 엄마!!”


19살에 임신하여 낳은 내 첫 딸 민서...
어린 나이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내 영향탓일까? 민서 역시 겨우 22살의 나이인 지난해에 지금의 사위와 결혼하여 벌써 결혼 1년차의 신혼부부가 됐다. 심지어 나와 남편보다 나이차이가 더 많이 나는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12살이나 차이가 나니 소위 말하는 띠동갑이었다. 결혼 당시 사위의 나이는 34살, 당시 41살이었던 나와는 불과 7살 차이였다.
물론 딸이 처음 결혼을 하겠다며 12살 위의 사위를 데려온다고 했을 때, 나와 남편은 강하게 반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맞딱뜨린 사위는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누가봐도 20대 후반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말끔한 훈남 이미지에, 외국에서 MBA를 마치고 돌아와 3개국어에 능통한 재원이었다. 또한 유명 백화점의 주요 업무를 맡아 처리하는 촉망받는 사람으로서 사회적으로도 제법 성공을 거둔 상태였다.

사위는 백화점에 다니고 나는 홈쇼핑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보니, 주변에 알게 모르게 연관된 사람들이 더러 있어, 사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어딜 물어보나 칭찬일색이었고, 서둘러 잡으라는 말 뿐이었다. 
남편 역시 큰 키에 듬직하고 반듯하게 자란티가 역력한 사위를 실제로 보더니, 반대는 커녕 흡족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게다가 첫 인사때 사위가 가져온 비싼 양주를 보고는 서둘러 술 몇 잔을 나누어 마신 후 금새 마음이 돌아서 우리 사위 마음에 든다며 당장 날을 잡자고 농을 할 정도였다.
게다가 어린시절 불행한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또 십여년전 아버지마저 사고로 떠나보냈다는 사위는, 기특하게도 요즘 남자들이라면 다 꺼려할만한 처가살이를 본인이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제 부모도 모시기 힘들어서 버리는게 다반사인 요즘 세상에 처가살이를 자청하는 이런 남자가 어디있으랴 하는 생각에 둘의 결혼을 승낙하고 부랴부랴 서둘러 결혼시킨 것이 작년이었다.
마음 같아선 큰 딸이 학교라도 졸업하는 내 후년에 날을 잡고 싶었지만, 사위는 젊은 나이에 백화점 중역의 자리를 맡은 사람답게 추진력을 발휘해 결혼을 서둘렀고, 지금은 처갓집 식구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우리집 2층에 딸과 함께 들어와 살고 있었다.


“엄마~~ 모행?”
“너 갑자기 콧소리 나는거 보니까! 뭐야! 엄마한테 또 뭘 부탁하려고 그래?”
“아~니~~이 그게 오늘 최서방이 뭐 바쁘다고 개인적으로 서류 좀 떼달라고 부탁한게 있는데... 내가 오늘 친구들이랑 조별과제 준비하기로 한걸 깜빡 잊었지 뭐야~”
“너는~ 그런것보다 남편일이 더 중요한거 아니니?”
“에이~ 알지! 근데 내가 이번에 좀 놀았더니~ 히히 학점이 빵꾸날꺼 같애! 엄마! 나도 빨리 졸업하고 싶은데, 학점 빵꾸나서 애들이랑 같이 졸업 못하고 다음 학기에 나만 따로하면 어떻게해~ 그치?”
“어휴... 너도 참... 이제 결혼도 하고 주부가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건 아직도 또래 애들이랑 똑같니 철 좀 들어라 철 좀!!”


딸은 결혼을 했음에도, 아직 학생이어서 그런지 철이 없었다. 때론 내가 봐도 생각없는 행동을 한다 싶기도 했지만, 다행히 사위는 딸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인지 이해심이 많아서 큰 다툼없이 잘 지내는 편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박여사님!!! 그러지말고~ 내가 최서방한테 말해 놨으니까 엄마가 잠깐 최서방네 백화점 들러서 최서방한테 신분증이랑 몇가지 서류 좀 받아가지고 와~ 그럼 서류 떼는건 내가 내일 할게~ 응? 엄마~~”
“어휴 알았다... 어차피 나 오늘 저녁 방송 좀 늦은 시간에 있는거라 스탠바이까지 여유도 있고...”
“정말? 엄마 최고!!! 내가 최서방한테 엄마 맛난거 사드리라고 할께요! 엄마 고마워 그럼 나 전화 끊을께요!”


딸이 뭐가 그리 급한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시간을 보니 오늘 밤 내가 나갈 방송은 얼마전에 한번 방송을 한적 있는 목걸이세트라서 부담감도 적고, 방송시간까지도 여유가 제법 있었다.


나는 사위가 일하는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깊게 심호흡을 했다.
갑자기 생겨난 도벽이란 괴질로 마음고생을 하곤 있지만, 바로 방금전 마트에서 싸구려 화장품을 하나 훔쳤으니, 당장 또 그 괴질이 활활 불타오를리는 없으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무래도 백화점과 같은 곳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최서방... 어딘가?”
“아! 장모님! 민서 대신 참 죄송합니다. 하하하”
“이게 뭐 다 철없는 딸 둔 내 잘못이지 자네가 뭐 미안하겠나! 그나저나 어디로 가면 되지?”
“제가 지금 이번에 저희 백화점에서 재런칭하는 까르띠에 매장 리모델링 때문에 그쪽에서 담당자들이랑 잠깐 협의중이라서요... 1층 끝쪽으로 오시면 될꺼 같습니다. 제가 찾아뵈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리모델링건으로 워낙 바쁘다보니”
“아니야! 한가한 사람이 가야지 내 금방 감세”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지하의 식품매장을 지나 1층으로 올라서자 백화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1층 화장품/귀금속 매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침착하자! 절대! 절대로 안돼! 사위가 일하는 백화점이잖아!”


나는 나직한 읊조림으로 다시 한번 나를 진정시키고, 천천히 사위가 있다는 까르띠에 매장쪽으로 향했다. 먼 발치에서 다른 백화점 직원, 그리고 까르띠에 본사 직원으로 보이는 몇 명의 사람들이 도면을 보며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게 보였다.
꼭 내 사위라서 그런건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 속에 섞여있어도, 사위는 곧바로 눈에 띌만큼 돋보이는 존재였다. 큰 키도 키지만, 남자답게 생긴 얼굴과 그 속에 강단있어 보이는 표정... 처음 사위를 보았을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후광같은 것이 느껴지는 남자였다.
미안한 얘기지만 방송국 PD로 이러저러한 촬영장을 전전하느라, 급 늙어버린 9살 연상의 남편과는 완전히 느낌이 달랐다. 쇼호스트일을 하는 내 입장을 생각해 비싼 명품 코트를 사서 입혀주어도 촬영장이 춥다며 발목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패딩만을 고집하는 남편이었다. 때론 촬영 때문에 몇날 몇일이고 씻지 못해 꾀재재한 모습으로 부부모임에 느즈막히 나타나 나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그런 남편과 비교하니, 멋스러운 정장을 잘 차려입은 사위는 왕자와 거지로 보일만큼 큰 차이가 있었다.
나는 서둘러 사위에게 다가가 딸에게 건내줄 서류들을 받아 이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사위는 뭐가 그리 바쁜지 계속 관계자들과 도면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띵동]


조바심이 나긴 하지만 꾹 참으며 시선을 에스컬레이터쪽으로 고정시켜 놓은 채 서 있던 내게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장모님 죄송합니다.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백화점 구경이나 하시면서 좀 기다려주시겠어요? 대략 2~30분이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전화드릴께요]


사위의 문자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위가 저쪽 매장안에서 나를 바라보며 살짝 손을 흔들어 보인다. 잘생긴 사위의 얼굴에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나 역시 쇼호스트 일을 하다보니 관계자들과 의견 조율을 할 때 애를 먹은 경험이 많아 내심 사위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사위의 말대로 백화점 매장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역시 백화점의 꽃은 1층 매장이다. 수많은 고가의 수입 화장품과 명품매장들이 주로 이 1층에 입점해 있었다. 고객이 처음 백화점에 들어왔을 때 마주치는 곳이 바로 1층이기 때문에 가장 마진이 높고 화려한 제품들이 진열된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서 있는 매장배치 같아도 모두 구매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백화점의 얄팍한 상술이 담겨있다.
나는 때마침 오늘 저녁 방송이 여성 귀금속 세트임을 깨닫고, 방송을 위한 사전 자료수집이나 하는 셈 치고 천천히 귀금속 매장 주위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촌스러운 중저가 제품부터, 고가의 명품까지... 다양한 금붙이들과 다이아몬드들이 나의 눈을 자극했다. 


“고객님~ 한번 해보세요~ 이게 보시는것과 하는 것은 좀 많이 달라요”


내 시선을 눈치 챈 한 귀금속 매장의 직원이 나를 바라보며 착용을 권한다. 마침 바라보니 오늘 방송하는 제품과 유사한 컨셉과 디자인을 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나는 오늘 밤 방송에서 읊어댈 각종 미사여구들을 다시한번 점검하며, 직원의 말 대로 그 목걸이를 목에 걸어봤다.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어쩜 목에 잔주름도 없으시고 길어서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20대 후반 정도 되셨죠?”
“아... 그게...”


뻔한 칭찬이란걸 알면서도 백화점 직원의 판매용 멘트는 나를 달뜨게 한다. 오늘밤 내 방송을 보는 이들도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데 라고 중얼거리며 나는 함께 세트로 판매중인 귀걸이를 걸어본다.
역시나 잘 어울려 보였다. 나는 오늘밤 판매하는 세트중 하나를 나도 구매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거울에 나를 비쳐본다.
그러자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매장 직원은 잔뜩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부산하게 무언가를 찾으며 내게 말했다.


“이거 말고도 최근에 나온 신상이 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
“그러죠”


혹시라도 손님이 흡족한 표정을 짓고, 금방이라도 물건을 살 것 같다는 기분이 들면 나타나는 전형적인 매장직원의 표정이 드러난다. 나는 오늘 밤 내가 파는 상품에 대한 사전 조사 차원에서 둘러본 것 뿐이지만, 구태여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기에 그녀가 지금의 그 기분을 즐길수있도록 그냥 두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정신차리자!! 응?]


신상품 세트를 찾기 위해 몸을 돌린 매장 직원... 
내가 잠시 잊고 있던 괴질이 다시 도진다.
귀에 걸었던 귀걸이를 다시 내려놓다가 그 옆에 디피되어있던 다른 귀걸이가 내 손가락 끝에 닿는다.


[가져... 주머니에 넣어...]


나조차 통제할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가 내게 괴질이 다시 내게 찾아왔음을 알린다.


[여기는 사위가 일하는 백화점이야! 너 미쳤니?]
[그냥 넣어... 아무도 모를꺼야!]


두 개의 상반된 마음이 서로 다른 목소리로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나는 이 혼돈을 잠재우고자 두 눈을 꼬옥 감았지만, 싸움은 그치기는커녕 더욱 격렬해질 뿐이었다. 


[신이시여... 제발...]


평소 잘 찾지도 않던 신을 찾아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주인의 말을 듣지 않게 되어버린 내 오른손이 내 허락도 없이 디피되어있던 귀걸이 하나를 얼른 쥐어 든다.

다시 두근 거리는 심장...

온몸의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다 떨려오는 기분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매장 직원이 몸을 돌리기 전에 재빨리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미쳤어 미쳤어!!!]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게 마련이다.
직원은 이미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은 표정으로 신상품 목걸이 세트를 내게 들어 보였고, 다시 되돌려 놓고 싶어도 귀얼이는 어느새 내 겉옷 주머니속에 들어가 있었다.


“어떠세요~ 우아하면서도 기품있어보이지 않으세요?”
“아.. 네...”


직원의 말이 매우 느리게 들린다. 시간이 멈춘것만 같은 기분이다. 
이마엔 순식간에 땀방울이 맺히고, 등줄기엔 식은땀이 흐른다.


“저..저기.. 일이 있어서 그건 다음에 볼께요”
“예? 오신김에 보고가세요 고객님”
“아니예요 됐어요!”


나는 내 안의 불안함을 행여나 들킬까, 재빨리 몸을 돌려 걸어간다. 매장 직원은 갑자기 돌변한 내 태도가 의아한 듯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나는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 순간!!!


“잠시만요 고객님!!”


그 단 한마디에 내 온몸이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그 소리가 들려온 측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 백화점의 다른 귀금속 매장 직원이 나를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순식간에 밀려드는 불안감과 공포...

그런 내 표정을 읽기라도 했는지, 그 직원은 한층 더 확신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매장에서 걸어나와 나를 향해 다가왔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올때마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온다. 알 수 없는 싸구려 주간지 기사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쑈호스트 박은정 백화점 귀금속 훔치다 덜미]
[수천만원 연봉 받으면서 좀도둑질한 중년 주부]
[유명 홈쇼핑 쇼 호스트 사위가 일하는 백화점서 귀금속 훔치다 검거]


나도 모르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부인하고 싶었지만, 주머니속 꼭 쥔 내 손엔 방금 훔친 귀걸이가 들려 있다.
평온했던 내 42년 인생 최대의 위기가 눈 앞에 닥쳐 온 것이다.
매장 직원이 마치 지옥에서 나를 잡으러 나온 악마처럼 보였다.


“고객님! 그 주머니속 좀 볼 수 있을까요!”
“예?”
“제가 방금 미심쩍은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봐서요! 주머니 속 좀 봤으면 좋겠는데요 고객님!”


예의를 한껏 차린 말투 같지만, 그 안엔 비웃음과 힐책이 그득했다.
이 얼마나 확정적인 말투란 말인가? 나는 그녀의 말을 통해 내가 빠져나올 수 없는 위태로운 벼랑 끝에 내몰렸음을 깨닳았다.


“고객님! 못들으셨어요? 주머니 속 좀 보여주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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