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5일 목요일

위험한 게임 - 2부

하와이 오아후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바다냄새와 함께 상쾌한 공기가 가슴에 파고 들었다.
그들 일행은 하와이의 가장 아름다운 섬 오아후에 도착하여 메리어트 쉐라톤 와이키키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쉐라톤 와이키키 호텔은 쾌적한 환경의 와이키키 해변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 식탁에는 그 동안 여기까지 오면서 사귄 커플들이 함께 앉아서 식사를 하였다. 준노부부와 대근 부부도 함께 식탁에 앉았다. 준노는 대근이 하는 사업이 궁금했다. 대근은 중국, 대만에서 차를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노는 최근에 차에 대해서 몹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녹차는 처음에 우린 물을.... 특히 우롱차는 말입니다. 녹차를 반숙성시킨 것이라서 처음 우린 물은 잔을 데우고 코로 향기만 맡고 버립니다. 물은 70도 정도가 적당합니다. 더 높은 온도에서는 차의 쓴 맛이 우러나오게 됩니다. 녹차는 7번을 우려냅니다. 그러나 완전히 숙성된 중국의 보이차는 끓는 물로 우려냅니다. 완전히 숙성되면서 쓴 맛이 이미 제거되었기 때문입니다. 꼭 여자의 몸과 같습니다. .... 완전히 흥분하기 전에는 적당히 애무하고 힘을 제어해야 하지만 완전히 숙성된 다음에는 아무리 힘있게 섹스를 해도 오히려 더 뜨거운 것을 원합니다.”

“우리가 함께 듣기에는 좀 쑥쓰러운데......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남자들에게 윤허하노라....”
병숙은 선미의 손을 잡고 일어나며 말했다.

“남자분들끼리 공동의 주제로 담소하는 동안 여자들은 해변을 잠시 산책하며 우정을 다지겠습니다. 두 분 낭군들께서 보이는 바닷가를 거닐테니 부디 우리들을 지켜보소서....”
선미가 병숙의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바닷가로 갔다.

준노와 대근은 먼 발치에서 해변을 걸으며 정담을 나누는 선미와 병숙을 지켜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병숙과 선미 뒤를 두 백인 남자가 따라붙고 있었다. 그들은 선미에게 무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선미는 그들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고 병숙에게 무어라고 말하며 둘이 호들갑을 떨듯이 말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준노와 대근을 향하여 손을 흔들어 보였다. 백인 남자 둘이 자기들 뒤에서 찝적거리지만 안심하라는 듯 여유있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이때 대근이 준노에게 말했다.
“준노씨, 나는 여자들을 믿지 않습니다. 감정에 약한 것이 여자입니다. 마음에 어떤 변화가 오면 쉽게 변해버리는 것이 여자입니다.”

“대근씨는 선미씨를 못 믿는다는 말입니까?”
준노는 의아해 하면서 물어보았다. 준노는 은근히 대근의 말이 거슬렸다. 아니 저렇게 예쁜 신부를 두고 신혼여행을 와서 고작 한다는 소리가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이 준노의 심기를 거슬렸다. 지금 이런 말을 해야할 분위기가 아니지 않는가? 최소한 신혼여행에서는 말이다. 더욱이 저렇게 예쁜 선미를 두고 그런 말을 하다니... 참 무책임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짝을 믿지 못하고 어떻게 결혼하셨습니까?”

“준노씨는 아직 여자를 모르는군요. 그럼 준노씨는 병숙씨가 평생 준노씨를 사랑할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겁니가? 지금 저 순간에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저 백인들의 유혹을 즐기고 있는 것이 여자입니다.”

준노는 순간 당황하였다. 지금은 병숙을 사랑하고 병숙도 준노를 끔찍이 사랑한다. 평생을 그렇게 사랑할 것인가 하는 것은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사랑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몇 년은.....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그런 확신이 없다면 어떻게 결혼을 합니까? 내 와잎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면서 결혼한다면 미친 짓 아닙니까?”

준노는 흥분을 넘어서 분노라고 표현하기에 그렇고 의분이라고 말하기에도 그렇고 어쨌든 기사도라고 표현할수도 없는 야릇한 감정과 더불어 흥분해 있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선미가 나이도 많고 신부에 대한 믿음도 없는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이 화가 났다. 그는 자신이 흥분한 이유가 선미에 대한 묘한 감정이 함께 섞여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런 자신에 대한 자책감이 들자 방어적인 말을 내 뱉었다.

“내 아내는 결코 나 외에는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돌릴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아예 결혼은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대근은 베시시 웃고 있었다.
“남자들도 신혼여행에서 더 이쁜 신부들을 보면 마음이 들뜨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여자라고 안 그렇겠습니까?“

“아니, 대근씨...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십니까?”

준노는 씩씩거리며 대근에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자신이 선미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을 대근에게 들킨 것같아 몹시 불쾌했다. 도대체 이놈은 내 생각을 다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자신을 더 완강하게 변호하기 위하여 대근에게 한 마디 쏘아붙였다.

“장담하건데 내 아내는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나만을 사랑하는 여자입니다. 아무리 돈 많고 잘생긴 사내가 다가와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구요....”

“준노씨, 아내에 대한 믿음은 좋으나 장담하지 마십시오.
어쩌면 이 신혼여행에서도 준노씨보다 더 멋진 남자를 보면서
내가 저 남자와 결혼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저 백인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
흠 ... 신혼여행만 아니면 멋진 외도를 해볼 수도 있을 텐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게 여자입니다.
그렇게 화내지 마십시오. 나는 준노씨를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여자는 적당히 믿어야 실망하지 않습니다.
여자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약해서 무너질 때 순간적으로 정신 못차리고 무너져 버리는 것이 여심입니다.
병숙씨나 선미에게도 신혼여행 중에 유혹이 찾아온다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준노는 자기 아내 병숙을 그런 여자와 같은 부류로 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몹시 불쾌했다. 그리고 자기 와이프 선미도 믿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상한 선미에 대한 연민어린 의분이 일어났다.

“대근씨, 내 아내 병숙은 장담컨대... 어떤 유혹이 와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럴 여자가 아닙니다. 대근씨가 상대했던 여자들과는 다릅니다.”

대근은 준노의 몹시 언찮은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그렇게 불쾌한 얼굴을 하지 마십시오.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 여자들이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다 똑같습니다. 왜나하면 모두 똑같은 몸뚱아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 몸뚱아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대근씨.... 아니면... 내 와이프 병숙이 그런 여자가 아니면 어떻하겠습니까? 그냥 듣고 있을수가 없군요.... 만인 병숙이 그런 여자가 아니면.... 그때는 ....?”

준노는 분이 차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준노씨, 우리 게임할까요? 만일 병숙씨가 이 신혼여행 기간 동안에 정말 아무 남자의 유혹에도 견딜 수 있다면 준노씨를 내 회사에 부장급으로 특채하겠습니다. 7급 공무원의 월급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 정말 좋은 아내를 둔 상급으로 말입니다.”

준노는 아내 병숙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대근의 회사에 특채된다는 사실보다도 아내 병숙만큼은 다른 여자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좋습니다.”

대근은 준노를 보면서 말했다.
“대신에 준노씨가 하루 종일 병숙씨를 지키고 있으면 이 약속은 무효입니다. 하루에 최소한 세 시간은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중간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계약 사실을 비밀로 해야합니다.”

“좋습니다.”

준노는 대근의 말을 들으면서 병숙이 결코 일주일의 신혼여행기간 동안에 자신 외에 어떤 남자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병숙씨가 신혼여행 일주일을 잘 견디면 준노씨는 평생 우리 회사에 부장급으로 채용되는 것입니다. 조건은 죽고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병숙씨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준노씨가 중간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알아들었습니다.”

“만일 개입하다면 그 때에는 나와 병숙씨와 하룻밤을 둘이서 보낼수 있도록 허락해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준노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러나 지금 그런 계약을 할 수 없다고 뿌리치기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좋습니다.”

대근과 준노는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준노는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그만 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계약서를 다 작성하고 둘이 싸인을 한 다음 다시 내용을 확인하였다.

“자 이제 계약은 성립되었습니다. 지금부터 그 계약은 유효합니다.”

대근은 그 날카롭고 기분 나쁜 눈으로 준노를 바라보았다.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잘못된 계약을 했다는 후회가 순간적으로 들었다. 그러나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둠이 하와이 해변에 몰려오고 있었다.

준노의 마음에도 불안한 어둠이 함께 몰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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