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5일 목요일

위험한 게임 - 3부

병숙은 선미와 금새 친해져 오랜 친구처럼 재잘거리고 있었다. 선미도 병숙이 좋은 연신 깔깔거리며 돌아오고 있었다. 병숙과 선미의 손에는 칵테일이 한 잔씩 들려있었다.

“오빠, 쟤네들이 우리한테 반했나봐.... 이걸 웨이터 시켜서 보냈지뭐야....”

선미는 대근에게 칵테일 잔을 보여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쟤네들 뭐라고 한거야? 병숙은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저녁에 함께 놀 수 있느냐고....”
병숙은 불어만큼 유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었다.

선미는 병숙이 그들에게 뭐라고 대답했느냐고 물었다. 병숙은 선미를 보면서 말했다.
“남편들이 저렇게 시퍼렇게 눈을 뜨고 감시하고 있어서 놀아드릴 수가 없노라고 말했지....”

두 여자는 까르르르 웃었다.

“우리도 기분 전환합시다. 와인을 한 잔 할까요?”
대근이 준노에게 물었다.

“네, 좋습니다.”
준노는 피곤하지만 어느 정도 대근에게 시간을 할애하여야 한다는 계약에 서명을 한 뒤라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대근은 웨이터를 불렀다.

“캘리포니아 산 샤토 몬텔레나의 샤도네이를 마시고 싶은데요...”

“2002년산 샤토 몬텔레나가 있습니다. 250불인데요.”

“좋습니다. 그걸로 하죠...”

“준노씨, 샤토 몬텔레나에 대하여 아십니까?”
대근이 준노에게 묻자, 모른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대근은 샤토 몬텔레나에 관한 전설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지금부터 33년 전인 1976년 5월 24일, 파리의 인터콘티넨탈호텔. 이곳에선 미국 독립선언 200주년을 기념하여 12종의 미국 와인과 8종의 프랑스 와인 등 모두 20개 와인의 블라인드 테이스팅(레이블과 산지, 빈티지를 완전히 가리고 마시는 시음회)이라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열렸지요. 이날 주최자는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로 당시 파리에서 와인 소매점과 와인 아카데미를 운영하던 분이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는 프랑스의 내로라하는 와인 전문가 아홉 명이 참여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지요. 심사위원들은 예상 밖으로 백포도주나 적포도주를 가리지 않고 캘리포니아산을 1등으로 뽑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미국 와인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린 주연은 흰포도주의 경우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 1973년산이었고, 적포도주는 스택스 립 와인 셀러즈의 카버르네 소비뇽 1973년산이었습니다. 보르도와 브루고뉴의 특등급 명품 와인만 골라 출품한 포도주가 캘리포니아 와인에 ‘박살’이 났으니 프랑스 와인의 브랜드 파워와 자존심이 완전히 금이 가게 되었습니다. 이날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가리켜 당시 현장에 있었던 타임지(誌)의 파리 특파원 조지 테이버는 ‘Judgment of Paris (파리의 심판)’이라는 헤드라인으로 게재하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품질 혁명’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신호탄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서 샤토 몬텔레나를 마실 수 있다니 운이 좋은 것이지요. 샤토 몬텔레나 2002년 산이라..... 작년에 출장을 와서 샤토 몬텔레나를 찾았는데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을에 한 번 창고에서 방출되는데 순식간에 동이 나버립니다. 와인 상점에서는 그해 생산한 샤토 몬텔레나 한병에 30불 정도에 판매되기는 하지만 7년이나 묵은 샤토 몬텔레나를 구하기란 정말 힘들지요.”

준노는 대근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돈이 많아서 별 취향을 다 가지고 있구나 생각을 하면서 오늘 밤부터 와이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하였다.

웨이터가 샤토 몬텔레나를 가져왔다.

“와인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지요.”

대근이 계속해서 무엇이라고 지껄이고 있었지만 준노는 여전히 그의 말이 귓전에 맴돌뿐이었다.

“오빠, 나 너무 피곤한데... 이제 그만 들어갈까?”
선미가 대근에게 호텔방으로 돌아가자고 제안을 하였다.

“저녁에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요가실에 가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가는 것은 어떨까요?”
대근은 준노에게 호텔에 요가나 명상을 위한 룸이 준비되어 있으니 그곳에서 한 두 시간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가자고 제안하였다.

“오빠, 병숙이도 몹시 피곤할거야. 나하고 병숙이 오빠가 피로를 풀어주는 것은 어떨까? 오랜만의 오빠의 실력을 발휘하시는 것이 어떠실런지요....?”
선미는 애교를 떨면서 대근에게 부탁을 하였다.

병숙은 아니라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선미는 병숙에게 오빠가 몸에 손을 대지 않고도 피로를 풀어줄 수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고 하였다. 병숙은 준노를 보았다. 동시에 대근도 준노를 바라보며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였다. 준노는 병숙에게 그래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일행은 데스크에 가서 명상실의 열쇠를 받아 2층 구석에 있는 명상의 방으로 향하였다.

명상실에 들어가서 그들은 문에 사용중(occupied)라는 표지를 걸어 놓았다. 그리고 대근은
병숙과 선미와 준노를 나란히 앉혀 놓고 말하였다.

“자 이제 마음을 풀고 나를 보십시오.”

“자 이제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십니다. 더 깊이 들이마십니다.”

“병숙씨는 나를 따라해야 합니다. 그리고 준노씨도 함께 따라하시죠.”

“병숙씨는 내가 말하는데 따라하십시오. 그리고 선미도 따라서 륄렉스....”

“이제 숨을 길게 내쉬며 온몸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팔다리와 온몸의 근육도 함께 풀어줍니다.“

“심호흡을 길게 그리고 깊이 들이마시면서 긴장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직 자신의 호흡에만 마음을 집중하고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쉽니다.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고.... 긴장을 풀면서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고....”

“숨을 내쉴 때에는 몸 안의 모든 긴장과 불안을 함께 내보냅니다. 숨을 들이 쉴 때에는 평화와 안정감이 몰려와 당신을 가득 채우게 됩니다.”

병숙과 선미는 서서히 몸의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그러나 준노는 대근의 말을 따라하지 않았다. 대근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아야 했다. 대근은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온몸의 근육을 하나하나 풀어줍니다.
감고 있는 눈 주위와 이마, 얼굴의 근육들을 완전히 풀어줍니다.
입 주위와 턱의 근육들을 완전히 풀어줍니다. 륄렉스... 하면서... 모두 풀어줍니다.”

“이 사이를 약간 벌리고 턱의 긴장도 풀어줍니다.
목과 어깨의 근육도 함께 풀어줍니다.”

“숨을 쉴 때마다 몸과 마음은 더 깊은 휴식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병숙과 선미는 점점 휴식 가운데 빠져들고 있었다. 준노는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대근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가슴과 등의 근육들을 모두 풀어주십시오.
가슴 속의 심장과 폐의 깊은 곳까지 완전히 긴장을 풀어줍니다.
양팔의 긴장이 풀리며 그 편안한 이완이 두 손끝까지 퍼집니다.
이제 숨을 내쉬며 배의 근육을 모두 풀어줍니다.
그리고 두 다리의 근육을 완전히 풀어줍니다.
발가락 끝까지 모든 근육의 긴장이 풀어집니다.
당신은 이제 온몸의 긴장이 풀려 완전한 휴식 속에 잠겼습니다.”

“내 목소리에 집중하십시오.
잠시 후 스물에서 하나까지 거꾸로 세겠습니다.
하나씩 셀 때마다 이완과 휴식은 더욱 깊어져 마지막 하나를 세면 당신은 아주 깊은 이완상태에 들어갑니다.”

“스물, 열아홉, 열여덟, 열일곱, 더 깊이, 더 깊이”

“열여섯, 열다섯, 열넷, 깊이, 더 깊이”

“열 셋, 열둘, 열하나, 아주 깊어집니다. 더 깊어집니다.”

“열, 아홉, 여덟, 일곱, 여섯, 깊이, 깊이”

“다섯, 넷, 셋, 둘, 하나.”

“이제 당신은 아주 깊고 기분 좋은 이완상태에 들어왔습니다.”

대근은 선미의 팔을 들었다 놓았다. 그리고 이어서 병숙의 팔도 들었다 놓았다. 둘 다 깊은 수면 상태에 들어가 있는지 긴장이 풀리고 근육이 이완된 상태로 팔을 떨구었다.

“이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마음으로 편안하다, 편안하다, 편안하다 하고 세 번 되풀이합니다.”

“당신의 마음에 있는 아주 깊은 내부의 문이 열립니다.”
“이제 당신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밝고 흰 아름다운 빛이 당신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빛은 당신의 머릿속을 채우고 아래로 내려가 온몸 구석구석까지 가득 채웁니다.”

“그 빛이 가 닿는 모든 몸속의 기관과 세포들이 피로와 긴장에서 완전히 회복됩니다.”

“겉옷이 혈액순환을 막고 있습니다. 이제 겉옷을 벗어서 혈액순환을 도와줍니다.”

선미와 병숙은 겉옷을 벗어버렸다. 준노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병숙이 겉옷을 벋고 브라자 차림으로 앉아서 아주 기분 좋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선미의 몸은 정말 예술품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숙이 상의를 벗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불쾌하지만 선미의 상체를 보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탄식이 흘러나왔다. 브라자 D컵 사이즈의 아름다운 유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유두가 얼마나 크고 단단하지 브라를 하고 있는데도 유두의 크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 팬츠도 벗어버립니다. 아래쪽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줍니다.”

선미와 병숙이 손을 뻗어 팬츠도 벗고 있었다. 순간 선미의 매끈한 다리가 드러났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런데 병숙의 하체도 드러났다. 팬티를 입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남자 앞에서 브라와 팬티차림으로 속살을 다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준노는 지금 후회하고 있다. 도대체 이렇게 쉽게 최면에 빠져들다니... 대근은 계속해서 무엇이라 중얼거린다.

“심장에 가득한 그 빛은 맥박이 뛸 때마다 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까지 스며듭니다.”

“이제 당신은 빛에 싸인 채 깊이 휴식하고 있습니다.”

준노는 병숙과 선미가 브라와 팬티차람으로 아주 기분좋게 깊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준노는 대근이 최면을 통하여 두 사람의 피로를 풀어주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후회와 불안과 긴장이 몰려왔다. 대근에게 최면의 기술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보통 수준이 아니다. 두 사람은 온 몸의 긴장을 풀고 깊은 수면에 빠져 있었다.

준노는 대근을 보았다. 순간 대근의 날카로운 눈빛이 준노를 향하여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대근의 손이 준노의 목부분의 경동맥을 압박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준노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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